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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ㅣ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을 훔치는 '글' 의 마법 - 카피책 _ 스토리매니악
우리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이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움직여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거나,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다. 비즈니스 세계가 그렇고, 종교활동이 그러하며, 하다못해 인간관계에서도 이 정의가 맞아 들어간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보통 말로써 이루어지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글' 을 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직장에서의 보고서와 기획서, 인터넷에서의 포스팅과 트윗, 학교에서의 리포트와 프리젠테이션까지, 이제는 말 못지 않게 글이 사람을 설득하는데 쓰이고 그 중요성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글을 쓸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대개가 대학의 일부 강의를 통해서, 직장에서 깨져가며, 멘토들의 책을 통해, 깨달음을 통한 공부로, 이런 기술을 습득한다. 다양한 습득 방식이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글쓰기에 대한 스킬이 여전히 부족하다. 배움이 잘못되서일 수도 있고, 배움의 방향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또는 너무 추상적인 배움만을 이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급소' 를 보는 힘이다. 누군가를 설득하는데 필요한 급소를 찌를 수 있는 글쓰기, 그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고민에 직면하고 오늘도 답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이들이라면, 이 책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인 작가가 자신의 카피라이터 인생 30년을 정리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겉만 빙빙 도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을 파고드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어떻게 그러한 기술을 실전에 응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시키려 한다.
책은 크게, 수사와 표현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부분과, 기찬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발상의 팁을 담은 부분으로 나뉜다. 편의상 나누기는 했겠지만 크게 보면 결국 하나의 줄기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카피라이터의 세계에서 갈고 닦은 필살기나 다름 없어 보인다. 하나같이 날카롭게 벼른 칼끝이고, 군더더기 없이 날씬한 몸매와도 같은 글들이었다. 막연히 단어만을 나열하던 글쓰기에 윤기를 더하고,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확연히 깨닫게 된다.
이런 급소가 있었는데, 그간 빙빙 돌아 고생했다는 생각이 드니 허탈하기도 하고 살짝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한켠,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켠에 자리잡는다. 이 책을 통해 설득을 위한 글의 급소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실전에 응용할 수 있는가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노력여하에 달렸다 할 것이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습니다" 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담긴 귀한 기술들을 자꾸 사용해보고 응용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이 여러 소스를 제공해 주었으니, 그것을 가지고 요리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에 매료된 지금, 당장이라도 멋들어진 카피가 가득한 문장들을 뽑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은 그런 매력이 있다. 책을 읽고나면 글이 쓰고 싶어지는,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설득하는 글을 만들어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