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남자 - 말 못 한 상처와 숨겨둔 본심에 관한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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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들여다 보다 - 혼자 있고 싶은 남자 _ 스토리매니악


억눌린 남자들이 많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남자는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치인다. 어느샌가 자신이라는 개성은 사지고 사회가 원하는 여자가 원하는 남성상을 강요 받으며 그것에 맞추며 살게 된다. 그 끝에 얻는 것은 마음의 병이다. 억눌린 개성을 표출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누군가의 남성상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는 스트레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려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스트레스, 이런 것들이 모여 이 시대의 남성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 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하지 못하며 살게 되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에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쌓이고 이를 표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오해만 높다랗게 쌓았다. 결국 여자와의 관계에 소통을 방해하는 오해라는 장벽을 만들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면 여자도 남자에 불만이 쌓이고 문제는 커져만 간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남자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오해받기 쉬운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여자와는 다른 남자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다. '남자다움' 이라는 그늘 아래 생기를 잃은 남자들의 심리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어떻게 남녀간에 생긴 감정의 장벽을 부수고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지 탐구한다.


우선, 책에 언급된 남성성들을 보며, 참 많은 남자의 모습이 있구하 하는 것에 놀랐다. 저자가 정리했듯, 철들지 않은 남자, 허세의 남자, 언제나 영웅이고 싶은 남자에 이르기까지, 알고는 있어도 정리되지 않은 남자의 모습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각각의 남자들이 가진 심리적인 본질을 정확히 짚어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남자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고,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단지 남자라서 생기는 문제들이 아니라 남자라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해 주었다.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며 갖게 되는 남성성이, 그 사람의 나머지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 설명을 통해 남자만의 문제가 무엇인지, 남자의 심리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가 남자만의 악습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이는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도 공감이 간다. 결국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보면 이는 꼭 필요한 부분이고 하나의 절차임에도, 그토록 무관심했다는 점이 꽤 놀랍기도 하다.


저자의 딱부러지는 설명을 통해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교육을 받은 느낌이다. 남자가 가지는 본질을 들여다보고, 남자와 여자 사이에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좋은지, 좋은 조언을 받은 듯하다. 어쩌면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 여자가 많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 보다, 남자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도 싶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면, 서로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지 않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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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사이토 다카시, 박성민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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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는 지혜, 논어에서 찾다 -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_ 스토리매니악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는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번역되어 나온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어 보았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신간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이 작가의 이야기의 범위가 참 넓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필요한 실용적인 이야기부터,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적인 이야기, 삶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대체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나름의 깊이를 가지고, 또 빠른 속도로 그런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능력까지,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번 책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에서는, 제목에도 나와 있는 공자의 가르침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수천년을 이어져온 공자의 가르침을 지금의 세대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해석하고, 살아 있는 언어로 전달한다. 단지 저 먼 세월부터 내려온 가르침의 정수를 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그 오랜 세월 살아남은 가르침이 어떻게 적용되고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일러준다.


공자의 말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동아시아는 누가 뭐래도 공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유교 문화권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로써는 좋든 싫든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던져진 이후에도 이러한 유교적 정신 세계에 의해 삶이 좌우됨을 잘 느낄 수 있다. 복잡하기 그지 없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매우 자주 흔들리곤 한다. 그런 흔들리는 삶을 꽉 붙들어주는 것은 결국 우리를 지탱해주는 유교적 가르침일 것이다. 물론 현대에서 그 유교적 가르침이 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현실 상황에 맞지 않거나 고리타분한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다시 돌고 돌아 유교적 가르침의 잣대에서 우리 삶을 평가하고 생각하게 됨도 엄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공자의 말을 이해하고 우리 삶의 축으로 정립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부분을 도와준다. 현대인에게 부족한 의지할 곳을 공자의 언어를 통해 찾아보고, 전통적 의미에서의 유교가 아닌,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되는 유교를 접하게 해준다. 즉 공자의 말에서 시작은 되었지만, 현대 사회의 삶에 맞게 개개인에게 특화되는 또는 변형되는 공자의 말을 가르쳐준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러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수도 있고, 고리타분한 철학적 개념이 이제는 필요없다 느낄 수도 있다. 서양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동양적 사고의 진부함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결국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옛날 이야기로써의 유교가 우리의 대화 사이 삶의 사이 일상의 사이사이에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공자의 말인 <논어>에 담긴 힘을 이해하는 방법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공감이 가고 호기심이 느껴지는 것이다.


저자는 저자 자신이 <논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 책에 펼쳐 놓았다. 그 내용들이 저자 자신에 국한되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말은 우리의 삶에도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논어의 가르침과 저자의 생각 사이에 있는 간극을 이해하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소화한다면, 논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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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심리학으로 읽는 가족의 속마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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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간의 갈등, 심리학으로 보다 -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_ 스토리매니악


가족간의 관계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누구보다 가깝기에 갈등이 더 생기고, 오해가 더 깊어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이기에 더 서운하고 더 답답한 관계이기도 하다. 그 가족 관계 중에서도 형제자매간의 갈등은 다른 가족 구성원과의 갈등에 비해 더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아마 형제자매가 있는 한 개인이 평생동안 가장 많이 싸우고 화해하는 사람을 꼽는다면, 바로 자신의 형제자매 아닐까?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가까운 관계가 되고,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상처를 주고 받기가 쉽고, 갈등이 조성되기 쉬워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가까운 사이라면 더 사이가 좋고, 서로 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그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자매 사이가 오해와 갈등으로 얼룩지는지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고, 이를 심리학의 눈으로 분석해낸다.


저자가 말하는 갈등의 원인은, 형제자매가 '타인의 시작' 이자 '영원한 경쟁자' 이기 때문이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애정을 차지하려는 경쟁, 이 과정에서 생기는 질투와 열등감, 피해의식이, 형제자매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이론 전개로 설명하지 않고, 역사에이름을 남긴 많은 유명인을 통해 설명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니체, 피카소, 무라카미 하루키, 힐러리, 오바마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형제자매간의 갈등이 어떤 요인을 갖고 있고 이것이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설명되는지 보여준다.


딱딱하지 않고 소프트한 느낌의 설명이라 좋다. 유명인들의 갈등 사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는 형제자매간의 문제들과 이것이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보는 과정이 즐겁다. 유명인들의 사례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형제자매간의 갈등의 양상을 볼 수 있고, 이런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관계회복의 방법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되던 형제자매간의 갈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구체화 되어 인식되고, 그 갈등의 원인 깊숙이 숨은 심리학적 원인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결국 불편한 관계를 풀어내는 것은 서로를 인정하는데서 시작되는 것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단지 갈등의 원인과 이의 해결에만 국한하지 않고, 형제자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심리학적 분석들을 추가로 이야기하고 있다.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 형성에 관한 이야기나, 첫째에서 막내 또는 외동인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가족의 구성원으로써의 개인도 이야기한다.


그 내용들을 보며 형제자매 혹은 가족이라는 구성원 사이에 얼마나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심리학의 눈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어떻게 그 갈등들이 단순화되고, 문제의 핵심이 보이게 되는지도 잘 볼 수 있었다. 형제자매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의 구성원으로써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그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다. 읽기에 거북하지 않으면서도 머리는 맑아지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형제자매간의 갈등을 안고 있어, 어떻게든 그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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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는 힘 -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안내서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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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을 이해하는 연결고리 - 철학 읽는 힘 _ 스토리매니악


철학이니 사상이니 하는 것들은 늘 어렵게 다가온다. 뭔가 심오하고 뭔가 깊이가 있으며 뭔가 일상과는 동떨어진 세계라는 인식 때문이다. 언젠가 텍스트를 통해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철학이란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것' 이라고... 그때는 이 말이 뭔 생뚱맞은 소리인가 했었는데, 세월이 쌓여갈 수록 언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이 더욱 가슴에 닿는다. 결국 철학이니 사상이니 하는 것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철학만큼 삶과 맞닿아 있는 생각의 정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 의 서양철학을 위한 입문서 같은 책이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진 철학사를 철학의 아버지라는 소크라테스부터, 철학의 본질을 다시 생각케 하는 니체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을 이야기 한다. 각각의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해당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그 사상들의 요체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다른 철학 입문서들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될텐데,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다른 철학 입문서들과는 살짝 다른 면이 있다. 우선 이 책은 철학사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두 번의 주요 변곡점을 통해 변화한 철학사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를 찾고, 이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산맥' 으로의 이미지화를 시도한다. 산맥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철학사가 변화한 흐름과 그 흐름을 일으킨 이유들, 그런 변화를 가능케 한 서양 철학의 힘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연결고리를 통해 철학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간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가지는 의미와 핵심을 막연하게만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쉽게 설명했다하는 책도 명징한 이해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플라톤의 사상 체계와 이데아론의 실체, 이데아론이 서양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아주 뚜렷하게 그릴 수 있었다. 막연한 문장의 나열로 설명하지 않고, 큰 흐름 안에서 통합적인 설명을 통해 이데아론을 설명하고 그 철학을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은 '사이토 다카시' 라는 작가가 가진 큰 장점 아닌가 싶다. 문장 하나로 끝내지 않고, 문장의 앞뒤를 살펴 하나의 이미지로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그의 설명은, 서양철학을 설명하는데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서양철학의 전부를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서양철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만은 확실하다. 어떻게 서양철학에 접근하면 좋은지, 그 서양철학의 요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지, 그 힘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일종의 철학 입문서, 철학의 전체 그림을 이해하게 하는 책이기에 깊이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프레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좀 더 깊은 서양철학 공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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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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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베일을 벗다 - 리 컬렉션 _ 스토리매니악

 


무언가를 모은다는 행위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마력을 갖고 있다.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며, 수집 대상이 눈에 보이면 몸이 절로 움찔거리기까지 한다. 나도 이런 저런 수집을 잠깐씩(?) 해본 적은 있지만, 대개는 적은 돈을 들여 수집이 가능하거나 소규모의 컬렉션에 그치는 정도였다.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수집은 나와 비슷하게 소규모와 적은 돈을 들이는 정도일텐데, 이와는 달리 전문적으로 큰 돈을 들여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수집가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 문화재, 예술품이라는 카테고리로 들어가면 유명한 수집가들이 금방 떠오른다.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을 뜻있는 곳에 쓰고 싶어 밀반출 되거나 일제에 의해 수탈된 문화재를 사들인 간송 전형필이나, 광복 직후와 6.25 동란의 혼란기에 유출, 소실되어 가는 문화재를 안타까이 여겨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자 수집을 한 호림 윤장섭 선생이 대표적이다.

 


이에 못지 않게 자신이 가진 부를 이용하여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고 이를 박물관을 통해 전시하고 공개한 삼성가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 선생이 세운 호암미술관, 그의 뒤를 이어 삼성가를 이끈 이건희 회장이 세운 리움미술관은 삼성가의 컬렉션이 이룬 결정체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세운 삼성가의 수집에 대한 이야기자, 박물관과 문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이자 고고학자, 미술사학자, 박물관학자인 저자가 호암미술관에서 리움으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컬렉션을 이 책을 통해 소상히 털어 놓고 있다. 20여년에 이르는 삼성가의 문화재 수집과 그 뒷이야기 그리고 호암과 리움 미술관의 설립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호암과 리움의 소장품들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문화재가 어떻게 수집되고 이를 박물관으로 이어지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일반인들이 궁금해했던 그런 이야기들을, 삼성가의 수집을 진두지휘했던 사람으로써 소상히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부분에서 놀랐는데, 우선 호암과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의 규모에 대해 놀랐다. 그 소장의 수도 수지만, 국보급 문화재 및 예술품을 이렇게 많이 소장하고 있는지는 미쳐 몰랐다. 국보 1백점 프로젝트를 통해 국보급 문화재를 모으고 이를 보존하겠다는 삼성가의 열정이 어떻게 박물관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는지 그 내막과 과정을 알 수 있어 정말 즐겁기 그지 없었다. 보통 수집에 대한 이야기는 수집품 자체도 자체지만, 그 뒤에 숨은 수집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맛나는 법인데, 저자는 바로 그 맛있는 부분을 잘 정리해 들려준다.

 


수집에 대한 삼성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리 컬렉션이라 불리는 그들의 수집품 중에서도 걸작이라 할 만한 예술품들을 소개하는 지면도 꽤 되는데, 그 문화재를 만나는 즐거움과 그 문화재의 가치를 다시 알게된 즐거움이 컸다. 저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통해 소개도 하고 그 문화재의 중요성과 지닌 가치에 대해 설명할 때면, 한 나라의 역사를 지닌 문화재가 왜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박물관과 문화재에 숨겨진 문화사는 그 내용을 접해보지 않으면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에 담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한 부자 가문의 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문화재를 사랑한 사람들의, 학자들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의 수집품이 역사가 되어가고,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설명해주는 가치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며, 수집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는 기쁨과 더불어 알수 없는 뜨거움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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