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잠자리에 들기 애매한 시간인데, 갑자기 오한이 들고, 배가 사르르 아파서 이불 속에 누웠다.
윗층에선 드르륵 드르륵 청소기를 돌리는 것도 같고, 무거운물체를 끌고 다니는 것도 같고, 미묘한 쿵쿵거림도 있다.
설 연휴, 층간소음으로 방화와 살인이 잇따랐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이었다.
아이들 키우다보면 예기치않게 쿵쿵거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에선 아랫집 식구들이 번갈아 올라오기도 하고 경비아저씨의 인터폰도 여러번 받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늘 미안해하고, 나눠 줄 음식이 있으면 아랫집에 꼭 가져다 드렸었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이사한지 1년이 넘도록 지금 살고 있는 아랫집은 한번도 시끄럽다고 올라온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잘 알지를 못한다. 전보단 덜 미안해하며 산다.
대신 우리도 윗집에 한번도 올라가본적이 없다. 지금도 우리집은 고요한데, 윗집은 분주한듯 여전히 소음이 들린다.
공동주택생활은 자기만 생각하면 살 수 없는 곳이다. 더불어사는 사람들의 사정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다는 이해심이 있다면 다툴 일이 없을 것 같다. 점점 더 사는게 각박해지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이 슬프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것 같은데 오정희 작가가 쓴 글 중 윗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아랫집 여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슬리퍼를 사세 올라갔는데 윗집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그래서 너무도 부끄러워하던 그 글(수필이었나), 언젠가 다른 작품집에서 읽었었는데, 교과서에서도 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 대해 생각했었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어렵긴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엔 틀림없다. 사실 우리 집에선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다. 오전 8시30분쯤되면 올라오는 냄새에 환풍기를 틀어 놓긴한데 가끔 밤중에도 스멀스멀 올라올때면 괴롭다. 또, 길가에 자칫 잘못하면 밟을 수 있는 개똥, 이것도 괴롭다. 애들은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덜컥밟기도 잘한다. 한번은 신발에 묻어 온 개똥 닦아내느라 고생했었다.
제발 자신들이 해야할 일, 지켜야할 일은 자신들이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못한다면 담배를 끊어야하는거고, 애완견을 키우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더불어, 라는 말이 좋고, 어울려, 라는 말이 좋다.
다같이 더불어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크아이즈 2013-02-17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어울려 격하게 공감합니다.
왠만하면 저도 더불어 어울려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도 오정희의 소음공해 기억이 새록새록. 딸 아들 키울 때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것 봤지요. 소설이었을 거예요.^^*

꿈꾸는섬 2013-02-17 22:27   좋아요 0 | URL
ㅎㅎ오정희의 소음공해, 소설이 맞네요.
어젯밤엔 그냥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며 올린 글이었어요.ㅎㅎ
더불어 어울려 살면 좋겠어요.^^

blanca 2013-02-1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저희 윗집도--;; 그리고 잘 참아주시는 아랫집도--;; 공동주택은 일정 부분 감내하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3-02-17 22:28   좋아요 0 | URL
공동주택에 살면서 감내할 건 해야겠죠.ㅎㅎ
그나마 블랑카님 댁은 분홍공주 한명이라 우리보단 심하진 않겠죠. 우리집은 둘이서 막 쫓아다니고, 도망다니고 그러기도 해요. 그때마다 주의를 주긴하는데, 그게 서로 스트레스에요.ㅜㅜ

2013-02-17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7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3-02-1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와 현준이가 덜 뛰는게 아닐까요??? 지금 사시는 아래층 분들이 인내심이 많을 수도 있지만?^^
저희 아파트도 계단식인데 앞집 아저씨가 골초신것 같아요. 저희 계단에 있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세요. 여름엔 모기 때문에 신경질 나고 겨울엔 추워서 짜증나고,,그래도 암말 못했어요,,,지금까지 이제 좀 더 더 참으면 이사가니까 끝까지 얘기 안 할거에요,,그런데 정말 조금 더 양보하고 이해하면 좋을텐데,,,몸은 좀 좋아지셨어요???

꿈꾸는섬 2013-02-17 22:31   좋아요 0 | URL
현준이와 현수는 쫓고 쫓는 놀이를 가끔 해요.ㅜㅜ 아래층 분들께서 인내심이 많으실거에요.
애들 아빠가 담배를 안 피우니까, 담배 냄새가 나면 애들도 너무 싫어하더라구요.ㅜㅜ
다행히 몸은 괜찮아요.^^

소나무집 2013-02-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래층엔 늘 미안하고
위층엔 늘 관대해지더라구요.^^

꿈꾸는섬 2013-02-17 22:33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댁은 그래도 애들이 커서 괜찮으실 것 같아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직도 어려서, 종종 쿵쿵거려요. 애들이니까 그럴 수 있는데, 다른 집 생각하면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 그게 서로 스트레스에요.ㅜㅜ 좀 크면 낫겠죠?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성취'라는 말은 단 하나의 의미 즉, '큰돈을 벌다'라는 뜻으로 통했다. 백만 달러 단위의 연봉. 계급 사다리의 맨 위쪽에 오르거나 안정적인 전문직에 뛰어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돈. (p26~27)

 

성공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대단히 많은 돈을 벌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다. 하지만 밴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변호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p117)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자신이 꿈꾸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진 못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고 산다.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당연한 의무로 주어진다. 그것이 주는 편안함, 안정감을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p271~272)

 

자유로운 삶이 막상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과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정리하고 과연 떠날 수 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생각해왔던 삶과 다르다고해서 지금까지의 선택을 후회하고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해서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만 만족하며 사는 것도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유는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리라.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p251)

 

사는 일이, 살아가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누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의미가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것은 그저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아닐 것이다.

 

밴, 게리, 앤드류. 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 그 남자의 인생이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모두 엉클어졌지만, 그는 계속해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고액연봉의 변호사, 꿈에 그리던 유명한 사진작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마추어 사진가, 그의 인생은 아무리 되돌리려해도 되돌릴 수가 없다. 거짓된 가면을 쓰고 사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무리 되돌리려해도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생각해야겠다. 그 어떤 것도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음을 기억해야겠다. 내 인생을 되돌리려는 헛된 수고에 애쓰지 말아야겠다. '언젠가 인생의 문이 닫히고, 언젠가 그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3-02-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빠르신데요..

빅 픽처. 어떤 책일지 감이 잡히네요.

잘 봤습니다. ^^

꿈꾸는섬 2013-02-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어요.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세심한 작가에요. 재밌게 읽고, 생각도 많았네요.^^

잘잘라 2013-02-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것도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음을' ... 저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젠가 그 모든걸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도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요^^

꿈꾸는섬 2013-02-15 16:5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설 잘 보내셨지요?
답글이 너무 늦었지요. 명절 쇠고 몸살이 났어요.ㅜㅜ
모든 건 나의 선택, 남탓하면 안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3-02-0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난달에 아이 참고서까지 책을 너무 많이 구입해서...
이거 빌려보려고 도서관에 검색하니 모두 대출중이네요...ㅜㅜ

꿈꾸는섬 2013-02-15 16:57   좋아요 0 | URL
애들 참고서 값도 만만치 않죠.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좋은가보군요.^^
여건이 되면 제가 보내드리면 좋은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아서요.ㅜㅜ
남편이랑 언니들도 읽겠다고......조금 오래 기다리실 수 있다면 제가 보내드릴게요.^^

감은빛 2013-02-0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어요.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나중에 읽고나면 꼭 꿈꾸는섬 님 리뷰를 다시 읽어보고,
내 감상과 비교해볼게요.

행복한 설 명절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3-02-15 16:5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댓글이 많이 늦었지요.
명절 보내며 몸살이 나서, 완전 게으르게 살았어요.
사 놓으셨다면 언젠간 읽게 되시겠죠. 술술 읽히는 책이라 잡으시면 금방 읽으실거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후애(厚愛) 2013-02-0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빠르십니다.^^
벌써 설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처음 맞는 설날인데 옆지기랑 허전하게 보낼 것 같네요.ㅠㅠ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3-02-15 16:59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맞는 설, 허전하게 보내셨군요.
그래도 한국에 계시니 미국에 계셨을때보단 좋으실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크아이즈 2013-02-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과거를 되돌리려는 수고만큼 헛된 것도 없다고 보아요.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맞이하고픈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꿈꾸는섬님도 설 휴가가 기네요. 얼른 돌아오시어요^^*

꿈꾸는섬 2013-02-15 17:01   좋아요 0 | URL
설 연휴 보내며 몸살이 났어요.ㅜㅜ
시댁이 충북 영동인데 내려가는 날은 좀 밀려서 갔거든요. 올라올땐 새벽같이 일어나서 서두른 덕에 덜 밀려오긴 했는데 친정가서도 엄마가 다리가 붓고 아프셔서 실컷 일만 도와주다 왔거든요.
결혼한 이후의 명절은 평소보다 많이 바쁘네요.ㅜㅜ

팜므느와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3-02-1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죠?^^
요즘은 책을 잡아 볼 새가 없네요.

꿈꾸는섬 2013-02-15 17:0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많이 바쁠땐 책 읽을 새도 없죠.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지 한참 되었는데, 드디어 주문!!!

 

내일이면 오려나 기다린다.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50%할인이라니, 얼른 담았다.

중고샵이랑 200원 차이라니, 안 살 수가 없구나.

역시 난 할인에 약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무집 2013-02-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사셨군요.^^
열독하세용~

꿈꾸는섬 2013-02-03 22:29   좋아요 0 | URL
결국엔 사셨요.^^
열독해야하는데...좀 있다 시작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3-02-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레 미제라블은 민음사걸로 선택했는데 펭귄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빅 픽처.. 저도 반값할인에 혹하기는 하는데... 아직 고민중입니다.
왠지 베스트셀러라는것에는 손이 잘 안간다고 해야할지..

꿈꾸는섬님의 독후감 기다려볼께요.. ^^

꿈꾸는섬 2013-02-03 22:30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민음사걸로 살 것인가, 펭귄클래식을 살 것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프레이야님께서 펭귄클래식도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제가 반값할인, 중고샵에 약해요.ㅜㅜ

독후감을 기다리신다니 부담스러운데요.ㅎㅎ

후애(厚愛) 2013-02-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들만 구매하셨네요.^^
50%할인이라니... 저라도 얼른 구매했을 것 같아요.ㅎㅎ
즐거운 한 주 되시고 감기조심하세요.^^

꿈꾸는섬 2013-02-05 16: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즐거운 한 주 되시고 건강하세요.^^
빅 픽쳐는 다 읽었어요. 재밌네요.
이제 레미제라블 시작해야죠.^^

감은빛 2013-02-0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펭귄 걸로 사셨군요!
저는 요즘 고민중인데,
어디게 제일 좋을까요?

꿈꾸는섬 2013-02-15 17:04   좋아요 0 | URL
민음사와 펭귄 둘 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죠.^^
민음사 걸 직접 보지 않아서 어느게 좋은지 몰라요.ㅎㅎ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굽이 같은 것인지 몰라. 긴 굽이가 있으면 짧은 굽이가 있고, 걷기 쉬운 굽이가 있으면 걷기 어려운 굽이가 있고 말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쉬운 일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도 있고, 그런 이야기지요?"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건 없으니까. 또 그런 굽이들을 살면서 세상을 배우는 거고. 그런데 너 아무래도 벌써 힘이 드는구나."

"힘이 들긴 하지만 끝까지 걸을 수는 있어요."

"그래, 어디 한번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보자." (p58)

 

아빠와 아들이 대관령에서 강릉까지 걸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산과 같아서 한 굽이 한굽이가 저마다 다르 듯 세상도 그러하다는 것을 산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친정 아버지와 오빠는 관계가 서먹하다.

장손으로 자란 오빠는 부모님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늘 일로 바쁘고, 늦게 귀가하셨다. 집에 일찍 들어 오시는 날이라도 아들과 함께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신 걸 본 적이 없다. 주로 막내인 내가 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고, 주로 방안에서 혼자 쉬시는 걸 좋아하셨다.

요새는 아들을 키우는데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오빠는 늘 대화가 없었고, 엄마를 통해 두 사람의 의사가 전해졌다. 지금도 오빠와 아버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있지만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 없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사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낸 두 사람의 관계는 안타깝다.

반면, 시아버지와 남편의 관계는 친숙하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도 않고 같이 앉아 술도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른다. 친정에서 보았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었다. 보기 좋을뿐만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흐뭇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아들의 아버지의 말을 따르는 모습은 정겹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까? 우리 아들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를 생각했다. 세상에 대해 산길을 에둘러 내려오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이라면 그 어떤 사이라도 좋을 것만 같다.

 

한 굽이 한 굽이 내려오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 집에서 나누기 어려웠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 굽이를 내려오기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도 배우고, 아들도 배운다. 그렇게 우리도 아이들을 통해 배워야할 것 같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준비를 한다고, 장롱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세탁기도 사고, 식탁도 사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도 새것으로 사고, 텔레비전도 사고, 비디오 오디오도 사고, 거실에 놓을 커다란 장식장도 사고, 침대도 큰 것으로 새로 사고...... 그런데 그렇게 많은 것을 새로 장만하면서 결혼하는데는 결혼하기 전에 쓰던 아주 귀한 물건 하나를 너무도 쉽게 잃어버리고 마는데 그게 바로 책상이거든. 처녀 때 쓰던 책상을 결혼하면서는 짐이 된다고, 놓을데가 없다고, 또 앞으로 쓸 일이 없다고 조카에게 주고 오거나 동생에게 주고 시집을 가는 거야. 전에 어떤 집에 갔는데 엄마가 학교 선생님인데도 그 집에 엄마 책상이 없더구나. 다른 물건들은 다 있는데 말이지. 아빠 눈엔 그게 참 이상하게 보였단다." (p96)

 

결혼을 하면서 내 책상을 꼭 가져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피운 탓에 남편이 자신의 책상을 두고 왔었다. 17평 좁은 집에 책상이 두개라면 너무 좁을 것이라며 자신의 책상을 두고 왔다. 그땐 책상 하나라도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아서 깊은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지금 내 책상은 아들 방에 놓여져 있고, 난 식탁을 책상 삼아 가계부를 쓰고,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노트북을 사용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엄마의 책상"이 가정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를 통해 아이들은 자란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부모에게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아이가 자랄 것이다. 다시 책상 하나 마련해야할 것 같다.

 

"힘들어질 거라는 건 알았지만 넘어질 것까지 안 건 아니지. 그리고 이젠 그런 것도 네 스스로 알아야 할 일이니까. 아빠가 그랬지? 삶이 이 길 같다고. 너는 네 스스로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는 것도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생각은 어른처럼 해도 아직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있고, 또 행동은 어른처럼 해도 생각이 못 미칠 때도 있는 거고."

......

"처음 뛸 때엔 더 오래도 뛸 것 같았는데."

"아빠도 그랬지만 무엇이 빨리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빨리 이루고 싶다는 건 욕심이야. 암만 뛰어도 우리는 고작 두 굽이만 빨리 온 거야. 걸어야 할 땐 걸어야 하는 게 우리 삶이야. 아빠도 할아버지도, 그리고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도 수없이 이 고개를 넘나들어도 너처럼 한 번 뛰어서 이 고개를 넘지는 않았을 거다. 그분들은 오래 가야 하고 또 오래 걸어야 할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를 알았으니까. 이런 고개를 넘을 땐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걷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걸 말이지. 뛰고 싶은 걸 참는 것도 지혜인 거야."

"정말 그런가 봐요."

"뛰어오면서 우리는 우리가 온 길 옆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왔잖니?"

"그거야 다른 굽이에도 있는 나무와 풀인데요. 뭐."

"그렇지만 모든 나무가 다 같지는 않고, 모든 풀이 다 같지는 않지. 같은 종류의 풀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다를 수가 있는 거고. 일부러 그것을 살피며 걷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빨리 온 두 굽이를 힘은 몇 배로 힘들게 쓰며 마음속에선 잃어버리고 온 것인지 몰라."(p182~184)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욕심을 부려서 무엇이든 빨리 이루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건 세상을 살아봐야 아는 일이었다. 세상은 내 마음, 내 욕심으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를 차례차례 지켜나가며 하나씩 이루어 나갈때에야 완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글씨를 막 배우기 시작했던 아들은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가고 싶어했지만 모르는 글자가 많았고, 단어의 뜻조차도 쉽지 않은 것들은 글자만 읽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책 읽기에 겁을 냈다. 단문으로 이루어진 책, 그림이 많은 책 외에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장문의 글들도 읽기 시작하고, 점점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조바심에 빠르게 하려고 했던 것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조금 느리지만 세심하게, 차분하게, 침착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부모가 세상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3-02-0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책상' 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정말 그래요. 엄마도 책상이 필요한데 말이죠!!! 따로 책상 쓰는 엄마, 완전 멋져브러요~^^

꿈꾸는섬 2013-02-01 09:27   좋아요 0 | URL
책상이 있는 엄마와 책상이 없는 엄마,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blanca 2013-02-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리뷰로 보니 더욱 좋아요. 이 책은 아마도 현준이가 조금 더 커서 한 오학년 정도가 되었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읽고 여행을 가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와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이야기하고 말벗이 되는 연습을 쌓아야 성인이 되어 강력한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 영어학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분이 아들 둘이 한 명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슬퍼하던 모습이 떠올라요. 아버지도 아들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텐데. 가만히 보면 저희도 아버지와 딸 사이가 더 돈독한 것 같아요. 비가 추적추적 내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3-02-03 22:32   좋아요 0 | URL
현준이가 커서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 그냥 흐뭇해져요. 어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바라는 엄마는 밥, 청소, 빨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