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운이 몰려오는 3월 신해욱을 만났다.
일인용 책, 생물성을 먼저 읽고 이제 간결한 배치와 syzygy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를 읽으며 시인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시인이 느끼는 감정들을 내가 고스란히 느끼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에 흡족하다.

엊그제 남편은 바다를 보고 싶다고 속초에 다녀오자고 했다. 이곳은 따뜻해서 옷을 얇게 입고 나선 길이라 추위에 떠느라 바닷바람조차 제대로 쐬지 못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배려였을텐데 그 흔한 사진 한장 찍지를 않았다. 돌아오던 차 안에서 내내 자던 나를 흉보는데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팔다리 온몸 구석구석 쑤셔오고 봄기운에 몸이 녹아내린 것 같았다.

시장 한구석 좌판을 벌인 할머니에게서 말린 취와 곤드레를 사왔다. 그 옆의 고사리와 둥글레도 사고 싶었는데 현금이 부족해서 못 사온게 내내 아쉽기만 하다. 대책없이 말린나물들을 불린다. 오늘 저녁밥상은 산나물로 때워야지하며 말이다.

˝빠름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면 길은 내게 진짜 지름길을 일러준다. 진짜 지름길이란 다만 질러가는 길이 아니라, 질러감으로써 내밀하고 충만해지는 길이다. 닿아야 할 곳에 나를 데려다주되 조급하게 미리 마음만 가닿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시야를 함께 틔어주는 길이다.˝(일인용 책, 신해욱, p.120)

˝귀가 몇 개만 더 있으면 정말 좋았을 턴데.// 물에 물이 녹는/ 소리 속에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생물성, 신해욱,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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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3-22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분 너무 멋지신대요. 아내를 배려해 바다라니요. 아.... 바다.

꿈꾸는 섬님은 선생님이 추천하신 신해욱 산문, 참고도서도 막 읽으시고 너무 모범생 포스예요.
숙제는 하셨나요? ㅎㅎㅎㅎ
저도 어서 어서 해야하는데, 아직 시작은 커녕, 목요일 밤 이후로 시를 펴보지도 않았어요.
많이 생각해야 좋은게 나올텐데 그죠?

왜 이렇게 목요일이 빨리오는지, 목-금-화-목 같아요. T.T

꿈꾸는섬 2016-03-22 13:14   좋아요 0 | URL
포스만 모범생ㅜㅜ 숙제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어요. 다른 일만 하고 있어요.ㅎㅎㅎ

2016-03-2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6-03-22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금-화-목 같다 했지만 이 몸은 목-금-목-금-그런 느낌 후훗.
저는 서서히 빠질 테야요_ 그렇지 않으면 신해욱 읽느라 암것도 못할 게 분명하니까_
한 마디로 울 선생님이 잘 하시는 그 거리를 두기!!!! 후훗_
근데 왜 이렇게 내 감정과 거리두기_ 힘든 것인지;;;

꿈꾸는섬 2016-03-22 13:18   좋아요 0 | URL
거리두기를 잘 못하는 저는 이미 빠졌어요. 전 월-목으로 훌쩍 뛰어넘어가는 것 같아요. 목욜이 어느새 목전에 와있네요.ㅎㅎ

단발머리 2016-03-22 13:26   좋아요 0 | URL
목요일 추방 위원회라도 결성해야할듯 해요. 야나님 위원장이니 빠지면 안 돼요! ㅋㅎㅎ

수이 2016-03-22 17:13   좋아요 0 | URL
꿈섬/ 그러니 우리는 그냥 마구 빠져드는걸로~~

수이 2016-03-22 17: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우리 마지막 목요일에 마구 선생님 붙잡고 울지도_ 어마어마한 대작을 써서? ㅋㅋ

꿈꾸는섬 2016-03-22 19:01   좋아요 0 | URL
ㅎㅎㅎ야나님 단발머리님 그저 웃지요.ㅎㅎㅎ

다락방 2016-03-2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참 좋으네요, 꿈섬님.
취나물과 곤드레나물 때문인가봐요.

꿈꾸는섬 2016-03-23 19:20   좋아요 0 | URL
내가 흠모하는 다락방님이 좋다니 정말 좋아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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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집을 이제야 읽는다.
읽는동안 우울했다. 사실 시를 읽으며 우울해지는 게 마뜩찮다. 젊은 시인의 생활고도 보이고 그게 사는거겠지하면서도 슬픔까지 끌어안을 여유가 아직 없는 내 자신의 우울함까지 투영된다.
시인에겐 좀 미안하지만 시를 읽을때보다 허수경시인의 발문을 읽는게 더 좋았다.
그래도 좋은 시가 몇편 있었고 그게 좋아 공책에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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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3-15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이제 읽어야지~~~~~ 박준~~ 아니 허수경 아니 박준 _

꿈꾸는섬 2016-03-15 19:05   좋아요 1 | URL
야나님 아직 안 읽으셨어요? 전 읽었는줄 알았어요. 발문이 정말 좋더라구요ㅎ

2016-03-15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3-15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필로 시를 적는 공책을 가지고 계시군요.
요즘은 필사책도 유행이고, 좋은 글을 적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꿈꾸는 섬님, 좋은 밤 되세요.^^

꿈꾸는섬 2016-03-15 22:13   좋아요 1 | URL
대부분 연필로 적는데 볼펜으로 적을때도 있어요. 공책과 연필 좋아요.^^

책한엄마 2016-03-15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저랑 비슷해요.^^
연필이랑 볼펜으로 쓴 필체가 전 미묘하게 달라요.꿈꾸는 섬님도 그런지 궁금해요.^^

꿈꾸는섬 2016-03-15 22:14   좋아요 2 | URL
아~그런가요? ㅎㅎ다음에 꿀꿀이님 필체 공개해주세요. 저도 둘의 필체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6-03-17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옮기는 꿈꾸는섬님의 등이 보이는듯한 글이네요. 저도 저시집에 몇몇시가 좋았습니다 요즘은 우울과 싸우는 중이라 의도적으로 피하지만 때로 그감정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볼까 싶기도하네요
봄이오네요

꿈꾸는섬 2016-03-17 07:30   좋아요 0 | URL
모리님 어제는 따뜻하더라구요. 우울에는 햇빛을 많이 쬐어주는게 좋대요. 우울에게 이기시길~^^

서니데이 2016-03-1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오늘도 제 서재에서 퀴즈 준비합니다.^^

꿈꾸는섬 2016-03-21 20:39   좋아요 1 | URL
댓글이 많이 늦었어요. 서니데이님 좋은저녁시간되세요.^^

순오기 2016-03-2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한 때, 하루 한 편씩 시를 필사한다고 작심하고....
연필로 또박또박 적어가다 사흘만에 막내린 경험이 있어요.
뭔가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ㅠ
꿈섬님을 응원합니다~ ^^

꿈꾸는섬 2016-03-21 20:4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많이 바빠지셨겠어요.^^
필사를 매일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시집 읽으며 한번씩 적어보니 좋더라구요. 나중에 노트만 따로 펼쳐보는 것도 재밌구요. 순오기님 보고싶어요~~^^

서니데이 2016-03-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전에 잠깐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 책을 펼쳤다. 간결한 글 속에 빠져들어 자꾸 책장을 넘기는데 방해꾼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책을 덮었고 필요한 준비물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다. 쇠미역을 데치고 달래를 쫑쫑썰어 달래장을 만들고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끓였다.
남편은 늦겠다고 지금 막 전화를 하고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다녀온다고 나가서 지금 온다고 전화를 한다.
책을 다시 펼치려면 아무래도 몇시간은 더 있어야겠다. 다시 펼치는 순간 책을 덮기가 싫어질 것 같아 잠시 미뤄둔다. 그런데 자꾸 그녀 이야기가 듣고 싶어 책에 눈길이 간다. 손으로 한번 책표지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이따 밤에 만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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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3-1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녀의 시집 펼쳐들고 있는중~

꿈꾸는섬 2016-03-15 18:38   좋아요 0 | URL
ㅎㅎㅎ내 침대 머리맡에서 시집들이 대기중이에요.^^

하늘바람 2016-03-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님

꿈꾸는섬 2016-03-15 18:3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쪽~♡

단발머리 2016-03-1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렇게 좋군요. 저번주에는 야나님이, 이번주에는 꿈섬님이...
저희집은 밥에 국 하나 땡인데, 저녁상이 화려하네요~~*^^*

꿈꾸는섬 2016-03-15 19:02   좋아요 0 | URL
ㅎㅎㅎ풀밭이에요. 무말랭이 무침과 고사리나물 (어제 먹던) 그리고 아침에 남은 두부부침과 알타리김치~^^
풀밭이에요. 풀밭

기억의집 2016-03-26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달래장해서 두부 찍어 먹으려 하고 있어요.. 식탁의 봄은 달래로부터~

꿈꾸는섬 2016-03-27 20:07   좋아요 0 | URL
달래장 정말 맛있죠?
다시 또 만들어야겠어요. 봄내음을 식탁에 담아야죠.^^
 

 

 

 

 

 

 

 

 

 

 

 

 

 

 

  

 

   당분간

 

  며칠 전부터 반성하던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다

  며칠 전부터 쉬겠다던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장마라서 온종일 비가 내린다

  주인을 문 개가 구덩이를 파

  주둥이를 처박은 채 물컹한 허기를 핥는다

  답답해서가 아니라 익숙한 게 두려워

  누군가는 계속 연못에 돌을 던지며

  수심보다 물 밖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오래갈 거란 약속이 흔들리고

  상대 또한 그걸 쉽게 기억하지 못하듯

  많은 모의들이 가끔 진실로 비춰진다

  나는 거울에 대고 여기는 지겹다고 말한다

  며칠 전부터 했던 생각이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왔지만 언제 끝낼지는 모른다

 

-------------------------시인의 음성이 당분간 귓가에 맴돌 것 같다. 기다랗고 하얀 손가락으로 시집을 움켜쥐고 커다란 눈은 지긋하게 시집을 내려다본다. 섬세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낭독을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그의 낭독에 빠져들어 숨죽이고 있었다. 그 순간의 황홀함이란! 바쁜 일상에 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당분간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의 음성이 떠오를 것 같다. 당분간, 이 시를 계속 읽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보통의 시쓰는 사람들의 외모와 확연히 다른 우월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시를 쓰기때문에 우월해보이는 걸까? 아니면 우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시를 잘 쓰기때문에 더 우월해보이는 걸까? 여하튼 당분간 시인에게 마음을 빼앗길 것 같다.------------------------------------------------------------------------------------------------------------사고의 확장--------------------------감정 절제--------------------------------------솔직한 표현 금지---------------------함축적 의미------------------------------------------------예측 가능성-------------------------------어리둥절함------------------------------------------------------시 쓰기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데 젊고 잘생기고 멋진(난 이렇게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잘 쓴다) 시인의 평가와 시 쓰기에 대한 방안을 듣는 일은 좋기만 하다.------------------------------------------------그래도 걱정이다----------------사고 확장도 안되고-----------------감정절제도 안되고-------------------------모든 걸 다 드러내놓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어렵고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다. 그래, 이것도 당분간이겠지.....하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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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3-11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콧날과 기다랗고 하얀 손가락이 경합 중인것 같은데, 저는 눈썹이었어요. 짙고 두터운 눈썹...
저는 시인님의 말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 모두 공부 안 하고 뭐하고 있었을까요? ㅎ

수이 2016-03-11 17:49   좋아요 1 | URL
손가락 사진 올렸소~~

꿈꾸는섬 2016-03-11 18:13   좋아요 0 | URL
전 희고 긴손가락~^^ 얼른 보러가야겠어요.

수이 2016-03-1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동영상 올립니다 이따 밤 늦게 ㅎ 하다가 아니아니 나 혼자만 봐야지 후후후_
근데 우리 선생님 솔직히 저렇게 잘생겨도 되나요. 아놔_ 우리 선생님 보고싶다 ㅠㅠ

단발머리 2016-03-11 18:14   좋아요 2 | URL
여보세요, 야나님~~~~~~

2016-03-11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3-1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꿈꾸는섬 2016-03-12 19:45   좋아요 1 | URL
ㅎㅎ이따 들를게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는단다. 시는 넘어져도 아파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줄 테니까. 시에서 얻은 힘만큼 네 사랑은 용감해지고, 인생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거야. 그래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엄마는 확신한단다.(프롤로그 중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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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꿈꾸는섬 2016-03-08 23:0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굿나잇요.^^
피곤한 하루였어요.

실비 2016-03-0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이 되는 말이네요 ^^

꿈꾸는섬 2016-03-08 23:05   좋아요 0 | URL
실비님 쾌차하시길 빌어요.
기운난다니 좋네요.^^

서니데이 2016-03-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어요.
꿈꾸는 섬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꿈꾸는섬 2016-03-09 18:07   좋아요 1 | URL
꽃샘추위가 시작한다죠.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