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녀석 맛있겠다 - 별하나 그림책 4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1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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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게 된 책이다. 늘 아빠를 닮고 싶어했던 아들 녀석에게 '맛있겠다'의 아빠를 닮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알을 깨고 아기 안킬로사우르스가 나온다. 넓디넓은 곳에 외로웠을 아이가 만난 티라노사우르스, 안킬로사우르스는 티라노사우르스를 아빠라고 부른다. 어리둥절하지만 티라노사우르스도 안킬로사우르스를 자신의 아기로 받아들인다.

티라노사우르스의 요상한 이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배가 고파서 잡아 먹으려던 안킬로사우르스를 자신에게 "아빠"하고 부르니 주춤하는 것이 아닌가. 그도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의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도 알게 된 것 같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다리를 꼭 안고 있는 이 녀석, 정말 사랑스럽다. 아빠를 닮고 싶어 아빠와 똑같이 행동하고, 아빠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한다. 가끔 우리 집에서 아빠를 닮고 싶어하는 아들 녀석을 보는 것 같다. 아이가 아빠를 닮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을 아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빠를 위해 빨간 열매를 따오는 모습도 아빠와 함께 박치를 해대는 모습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아이가 아빠를 위해 준비한 빨간 열매를 먹어주는 티라노사우르스 아빠는 정말이지 너무도 멋진 아빠이다.

위험에서 아이를 구해주는 아빠 또한 얼마나 멋진가.

결국 안킬로사우르스의 무리로 돌려보내는 티라노사우르스지만 그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했던 아빠였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이가 아빠를 닮기 위해 노력하는 일, 아빠가 아이를 위해 희생을 치르지만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 이 책은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러니 아이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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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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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시를 읽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간혹 본 적이 있다. 아니 아이들뿐만아니라 어른들도 시는 난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중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윤동주 시인의 <별을 헤는 밤>이나 <서시> <자화상> 등의 시를 필사해서 책상 앞에 붙여 두기도 했었다. 

이 도서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를 선별하여 엮은 것으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의 시들이 주를 이룬다. <자연은 내 친구> <나만의 비밀> <우리 가족> <동물 친구들> <무얼 먹고 사나> 5개의 테마로 나누어 윤동주 시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예쁜 그림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도 좋을 것 같다. 눈도 마음도 즐겁게 해주는 동시집이다. 

    

이 도서는 정답을 원하거나 글을 잘 쓰기 위한 논술 책은 아니란다. 하지만 아이들의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시인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듯한 마음을 느껴보기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단다. 말 그대로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이라는 얘기다. 

아이들이 시를 읽고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논술 부분이 첨가되어 있어서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쑤욱~ 자라날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의 동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동심을 추억하게 된다. 그 언젠가 나에게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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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2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쁜 책이예요...

더운데 꿈섬님 잘 계시죠? ^^

꿈꾸는섬 2011-07-23 09:05   좋아요 0 | URL
정말 이쁜 책이었어요.

더운데 마녀고양이님도 잘 계신거죠?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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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실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이란 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혼미해져 버렸다. 그 하나하나가 자연의 단 한번의 소중한 시도인 사람을 무더기로 쏘아 죽이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단 한번뿐인 소중한 목숨이 아니라면, 우리들 하나하나를 총알 하나로 정말로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번 서로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는 하나의 점(點)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8쪽

그리고 가장 기이했던 것은, 그 경계가 서로 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두 세계는 얼마나 가까이 함께 있었는지!-12쪽

나의 세계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이 과거가 되며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나는 얼어붙는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빨아들이는 새 뿌리가 되어 바깥에, 어둠과 낯선 것에 닻을 내리고 붙박혀 있는 것을 감지해야만 했다.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27쪽

카인에 관한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어.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분명 완전히 진실이고 올바른 것이지만, 그것들 모두를 선생님들이 보시는 것과는 다르게 볼 수도 있어. 그러면 대체로 훨씬 나은 뜻을 갖게 되지.-39쪽

<허용되었다>, <금지되었다>라는 것이 사실 무엇인지 통찰할 수 있는 곳에 넌 아직 가보지 못했어. 비로소 하나의 진실을 느낀 것뿐이야. 다른 것이 또 올 거야. 그것에 자신을 믿고 내맡겨봐!-85쪽

백은 즐겁게 내 말에 귀기울였다. 마침내 누군가가 내 말에 귀기울이고, 그에게 내가 무언가를 주는 것이었다! 그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를 굉장한 녀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는 이야기하고 싶고 뭔가를 전하고 싶은 고이고 고인 욕구를 실컷 쏟아내는 기쁨에, 인정을 받는다는 기쁨에, 연장자에게서 다소 인정받는다는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그가 나를 천재적인 멋들어진 녀석이라고 불렀을 때는 그 말이 감미로운 독주처럼 영혼 속으로 번졌다. 세계는 새로운 색깔로 불타고 있었다.-96쪽

"너한테 유쾌하지 않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어. 아무려나 어떤 목적으로 네가 지금 네 잔을 마시고 있는지, 그것은 우리 둘 다 알 수 없어.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미안하지만, 난 집에 가봐야겠다.-116쪽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123쪽

희열과 오싹함이 섞이고, 남자와 여자가 섞이고, 지고와 추악이 뒤얽혔고, 깊은 죄에는 지극한 청순함을 통해 충격을 주며, 나의 사랑의 꿈의 영상은 그러했다. 그리고 압락사스도 그러했다.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처음에 겁을 먹고 느꼈던 것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또한 더 이상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다 바친 것 같은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 감정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128쪽

자네를 날게 만든 도약,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위대한 인류의 재산이지. 그것은 모든 힘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지. 그러나 그러면서도 곧 두려워져! 그것은 빌어먹게 위험하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렇듯 차라리 날기를 포기하고 법 규정에 따라 인도 위를 걷는 쪽을 택하지. 그런데 자네는 아니야. 자네는 계속 날고 있어. 유능한 젊은이에게 합당한 대로 말이야. 그리고 보게, 자네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네. 자네가 점차 그 주인이 되는 것을 말이야. 자네가 계속 낚아채 가고 커다랗고 알 수 없는 보편적인 힘에다가 하나의 섬세하고 작은 자신의 힘이 더해지는 것을 발견하네. 하나의 기관, 하나의 방향 키 말일세! 이건 대단한 거야. 그것이 없다면 그냥 공중에 떠 있을 테지, 미친 사람들이 그러듯이 말이야. 자네에게는 인도를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보다 더 깊은 예감이 주어졌어. 그러나 거기에 맞는 열쇠와 상향 키가 없어. 바닥없는 곳으로 솨악 빨려들고 있지. 그러나 자네는 말이야, 싱클레어, 자네는 그 일을 하고 있어!-144~145쪽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현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어.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152쪽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힘들었어요" 내가 잠꼬대처럼 말했다. "힘들었어요. 꿈이 올 때까지는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꿰뚫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190~191쪽

처음에 나는, 총격의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실망했다. 예전에 나는 한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하여 살 수 있는 일이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드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었다.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 이상, 자유로운 이상, 선택한 이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동의 이상이었다.-217쪽

그들에게는 미움과 분노, 살육과 말살이 대상에 매어 있지 않다는 통찰이 느껴졌다. 아니다. 대상들은 목표들과 꼭 마찬가지로, 완전히 우연이었다. 원(原) 느낌, 가장 거친 느끼들도, 적에게 향하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유혈의 위업은 오로지 내면의, 그 자체 안에서 산산이 파열된 영혼의 발산이었다. 새로 태어날 수 있기 위하여 광분하여 죽이고, 말살하고, 죽으려는 영혼의 발산이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었다.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짓부수어져야 했다.-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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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안, 중학교 때 필독도서로 읽은 후 다시 읽은 기억이 없는데...이참에 읽어봐야 겠어요.
님의 밑줄긋기를 따라 읽다보니, 오히려 어렵게 읽었던 '싯다르타' 마저 이해가 되려하고 있어요~^^

꿈꾸는섬 2011-07-20 00:29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교 때 필독서로 읽고 이번에 조카랑 읽으려고 다시 읽었는데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희망찬샘 2011-07-20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헤르만 헤세 책을 정말 많이 읽었더랬어요. 근데, 아쉽게도 다 문고판 도서라... 일종의 요약본이었던 거죠. 그래도 그거 읽었다고 어디 가서 책 읽었네... 하고 아는 척 할 수도 있던걸요. 이제는 제대로 된 책들도 찾아 읽어 보아야겠네요. 아, 데미안~ 입에 침 튀기면서 이야기 하던 울 큰 언니 때문에 읽었었는데, 왜 그리 어렵지... 했던 책!!! 이 책 덕에 갑자기 중학 시절로 잠시 떠나 보았습니다.

꿈꾸는섬 2011-07-21 12:26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도 문학소녀셨군요.ㅎㅎ

후애(厚愛) 2011-07-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못 뵙고 가게 되어서 너무 서운하네요.
올해 꼭 뵈려고 했었는데... 죄송해요.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만나요^^

꿈꾸는섬 2011-07-21 12:25   좋아요 0 | URL
후애님 한국 계신 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후회없이 다 하고 가시길 빌어요.^^
이제 몸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건강하게 계시다가 돌아가시길......
다음에 만날 기회가 생기겠죠.^^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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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메말라 까실까실하고 이슬이 깨끗하여 투명한 것이 음력 팔월의 멋진 절기다. 물은 힘차게 운동하고 산은 고요히 머물러 있는 것이 북한산의 멋진 경치다. 개결하고 운치 있으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두세 사람이 모두 멋진 선비다. 이런 사람들과 여기에서 노니니 그 노니는 것이 멋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역시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다. 멀리 조망하여도 멋지고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멋지다. 부처도 멋지고 스님도 멋지다. 비록 좋은 안주는 없어도 탁주라도 멋지다. 절대가인이 없더라도 초동의 노래만으로도 멋지다.
  요컨대 그윽해서 멋진 것도 있고, 상쾌하여 멋진 것도 있고, 활달아여 멋진 것도 있고, 아슬아슬하여 멋진 것도 있고, 담박하여 멋진 것도 있고, 알록달록하여 멋진 것도 있다. 시끌시끌하여 멋진 것도 있고, 적막하여 멋진 것도 있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진 것이 이렇게도 많아라! (197~199쪽 중) 

아, 정말 멋지다!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느 글 하나 멋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눈이 같으면 코가 다르고, 코가 같으면 입이다르고, 입이 같으면 얼굴빛이 다르고, 모두 같으면 키와 체구가 다르고, 키와 체구가 같으면 자세가 다르다. 나한들은 혹은 서고 혹은 앉고, 혹은 숙이고 혹은 옆의 것에 붙고, 혹은 왼쪽을 돌아보고 혹은 오른쪽을 돌아보고, 혹은 남과 이야기하고, 혹은 글을 보고 혹은 글을 쓰고, 혹은 귀를 기울이고, 혹은 칼을 지고, 혹은 어깨를 기대고, 혹은 머리를 떨어뜨리어 근심하는 듯하고, 혹은 생각하는 듯하고, 혹은 기쁜 듯 코를 쳐들고 있다. 혹은 선비 같고, 혹은 관리 같고, 혹은 아녀자 같고, 혹은 무사 같고, 혹은 병자 같고, 혹은 어린애 같고, 혹은 늙은이 같다. 천 명이 모인 모임이요, 일만 명이 모인 시장 같다. (107~108쪽)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술병을 들어 찰찰 따르면 마음이 술병에 있고, 잔을 잡고서 넘칠까 조심하면 마음이 잔에 있고, 안주를 잡고서 목구멍에 넣으면 마음이 안주에 있고, 객에게 잔을 권하면서 나이를 고려하면 마음이 객에게 있다. 손을 들어 술병을 잡을 때부터 입술에 남은 술을 훔치는 데 이르기까지, 잠깐 사이라도 근심이 없게 된다. 몸을 근심하는 근심도, 처지를 근심하는 근심도, 닥친 상황을 근심하는 근심도 없다. 바로 이것이 술을 마심으로써 근심을 잊는 방도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이다. (109쪽) 

   조선후기 문인 이옥과 김려의 글은 지금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글이다. 문체반정을 통해 힘든 삶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짓누룰 수 없었다. 양반의 자제임에도 군역의 의무를 지게 되고, 유배 생활을 하였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글쓰기를 버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무엇이었을까?  

   ......박학으로 이름을 날리는 자를 만나 질문을 해 보면 독 속에 들어앉아 별을 세는 꼴이고, 글 잘 짓는다고 소문난 자의 글을 읽어 보면 남의 글을 흉내 내고 훔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시문과 과거 문장을 잘 쓴다고 해서 읽어 보면 허수아비가 시장에서 춤추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시에서 명성을 날리고, 활개를 치고 다닙니다. 살아서는 과거 시험과 관직에서 명성을 얻고, 죽어서는 글이 목판에 새겨지는 영예를 누립니다. 몸은 죽어도 문장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낮은 것도 그들이 쓰자 높아지고, 자잘한 것도 그들이 쓰자 크게 됩니다. 모두들 제 글의 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유독 나만이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경전이 술이라도 되는 양 탐닉하고, 서책이 여자라도 되는 양 푹 빠져 보기도 합니다. 눈과 귀가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 손으로 베껴 써 보아도 그 누구의 칭찬도 듣지 못합니다. 칭찬은커녕 마을의 아이들마저 나를 놀려 댈 뿐입니다...... (188쪽중) 

  '몸은 죽어도 문장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하고 그가 썼다. '그것때문에 경전이 술이라도 되는 양, 서책이 여자라도 되는 양' 빠져 살았던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그들이 글을 썼다면 과연 이런 멋진 글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들 스스로가 만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글을 썼기에, 그들에 대한 감동으로 책을 읽는내내 울컥했다. 

  사료가 바탕이 되었기에 이 소설의 구성과 완성도는 탄탄하다. 그러하기에 읽는 재미와 더불어 정조의 문체반정은 심술맞은 임금의 질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는 것을 행복해하고, 글을 쓰는 것을 즐거워하는 내게는 개성있는 나만의 글을 써야한다는 교훈까지 안겨주는 책이었다. 나 스스로 만족하고 즐거워하며 행복해한다면 어떤 글쓰기를 하여도 상관없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훨씬 글쓰기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내 느낌과 생각대로 나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물해주신 ㅇ님 고맙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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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1-06-3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옥 김려를 멋진 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설로 이끌어낸 설흔이란 작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꾸는섬 2011-07-04 16:01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이 소설 정말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김서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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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때부터 독서습관이 형성된 나는 책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책은 지식과 교훈을 전달해주는 것 외에도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무엇인가 알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요새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이 대체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손쉽게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책이 아닌가 말이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도 충분히 욕구를 충족하기에 좋은 매체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글을 배우고 단어의 뜻을 알아야만 책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늘 편안하게 텔레비전을 본다. 책을 읽을 것을 권유하지만 자신은 책을 읽으면 어느새 졸립단다. 나이 많은 어른, 고등교육을 마친 어른이지만 독서습관이 몸에 베어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너무 힘들다. 대신 책보다 쉬운 매체인 텔레비전을 통해 지식과 교훈, 재미와 감동을 전달받는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그대로 보고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아기때부터 책과 함께 놀았다. 하지만 엄마가 조금 게을러져서 책을 읽어주지 않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간다. 텔레비전의 만화를 보며 재미를 찾는다. 그러다가 다시 엄마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어느새 텔레비전에서 멀어진다. 그림책을 읽는 것을 여전히 즐거워한다. 가끔 큰 아이는 텔레비전을 더 보고 싶어할때가 있다. 그럴땐 그냥 보라고 둔다. 그리고 둘째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느새 텔레비전을 끄고 내 옆에 와서 자기가 더 흥분하며 책 읽기를 즐긴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김서영 저자는 아이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책을 더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책을 싫어했던 아이들에게도 독서를 통해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을 겪고나서 쓴 글이니 훨씬 더 신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바로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환경과 부모의 태도 문제라고 한다. 이건 나의 경험을 비추어보아도 맞는 말이다. 아이들이 책을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 좋은 책을 주변에 놓아두는 일부터 시작해야할터이다. 또한 아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재미위주의 책은 지식과 교훈 측면에 위배되므로 사줄 수 없다는 부모들의 태도도 분명 문제가 있다. 책을 읽는 일은 늘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즐겁기 위해서 읽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내 생각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아이들은 불행함에 대해 슬퍼할 줄 알고, 재미난 것을 통해 더 즐겁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날 것이다. '책벌레'라는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다.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도 잘 한다는 말에 중점을 둔다면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공식, 영어단어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아니겠는가. 

매일 아침 10분은 하루를 생각할때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그 작은 시간이 계속해서 쌓인다면 그것은 무엇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커다란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의 생각대로 아이들은 그 만큼 더 큰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기에 나도 이 책을 읽은 순간부터 매일 아침 10분 독서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 전에 분주하게 준비하고 유치원에 등교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딱 10분만 책을 읽고 유치원에 보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럼 아이들에게 하루 중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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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2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예요.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주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아침 독서 10분의 힘 참 대단하죠^*^

꿈꾸는섬 2011-06-27 12:01   좋아요 0 | URL
아침 독서 10분의 힘이 정말 대단하죠. 매일 책을 가까이 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힘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6-2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이벤트 잘 마무리되셨네요~ ^^

저희 신랑도 책 읽는 습관을 못 들여서, 뒤늦게는 쉽게 들여지지 않네요.
읽는 즐거움은 어릴 때 들여야 하는 것은 맞는거 같아요, 그죠.
아침마다 10분 읽기라니, 멋지네요. 현준이랑 현수는 좋겠어요, 멋진 엄마를 두어서... 헤헤.

꿈꾸는섬 2011-06-28 13:3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한몫해주셨잖아요.^^

뒤늦게 책읽는 습관을 들이는 건 정말 힘들죠.
아침마다 10분 읽기...현수는 아침밥 먹으면서도 읽어달라고 졸라요.ㅜㅜ
저녁에는 현준이가 제게 책 한권씩 읽어주고 있어요. 현수는 아빠가 읽어주고요.ㅎㅎ

2011-06-27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8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