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인지 피곤이 누적된 것인지, 우울의 연속. 자꾸만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멍 때리기만 하고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날아온 메일 속 시집 한 권, 마음을 확, 사로잡네. 구매 버튼 눌러버리고 시집 오기만 기다린다. 언젠가 친구가 이 시인의 시집이 좋다고 추천해주었던 것 같은데 그냥 지나쳐버렸더랬다. 우연히 시인의 낭독도 들어본 것 같은데 역시 시에 대해선 무지한지라 어느 순간 내 맘에 들어오지 않으면 관심이 없는 듯. 아무튼 메일 속에서 본 시집에 눈길이 갔다. 우울할 때는 시집을 읽어주는 센스. 그게 젤 좋은 방법 같다. 긴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소설 속 내용을 이해하려 해도 안 될 때는 역시 시집이 장땡.  

눈앞에 없는 사람》을 사면서 친구가 추천해준 《슬픔이 없는 십오 초》도 같이 샀다. 그러고 보니 둘다 '없는' 이 들어가는 제목. '슬픔' 도 없고 눈 앞에 '사람'도 없는... 움, 좀 쓸쓸한 것 같은데... 젠장, 이 시집 읽고 더 우울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우울을 없애기 위해 사서 읽고 더 우울해지면 곤란한데 말이다. 시집 소개를 보다가 누군가 밑줄 그은 눈에 들어온 시, 

(…) 그날 큰 눈이 그치고/쌓인 눈은 조금씩 얼음의 두께를 더했네/다음 번 내릴 눈에 대해/호수는 걱정을 덜었으나/그때 우리의 심약한 마음은/미래를 자주 떠올리며 쩡쩡 금이 갔네/그때 참 짦은 연애였는네/우리는 너무 많은 산책을 했네/그날 큰 눈이 내리다 그쳤네/그날 큰 개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네/우리의 마지막 산책이었네/그때는 알지 못했네 (_그날, 그때, 산책)

그리고 언젠가 계간지에서 봤던 그 시, 

(…)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어쩌다 보니,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로 이어지는/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한 번 굴복한 채 태어났다는/사실을, 가끔 인중이 간지러운 것은/천사가 차가운 손가락을 입술로부터 거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태어난 이상 그 강철 같은 법칙들과/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나는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나는 어쩌다 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나는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  (_인중을 긁적거리며)

이 정도로도 시집은 좋다고 혼자 생각함. 

음악 없이 종일 지내 보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할 수 없이 주변 분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한쪽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귓속으로 노래가 들어오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점심 때 입맛이 없다며 밥을 남겼다. 아무래도 내 몸무게가 몇 킬로인지 재봐야겠다. 거의 대학 때 몸무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꺄~오!(그러나 슬픈 사실, 나이 땜에 오는 뱃살... 밥만 먹으면 다시-.-;)  

뒤표지 시인의 산문도 눈에 들어옴 

오늘 밤, 세찬 빗줄기를 뚫고 건너온, 물방울 속에 뭉쳐 있는 당신의 전언을 펼쳐 읽습니다. 안타깝게도 법과 규칙의 말들은 죄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 놓인 순수함을 보지 못하는군요. 세계의 단단한 철판 위에 이성의 흔적을 새기는 사람들. 물의 말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죄악의 틈새에서 잠들고 자라나는 어린 영혼을 보고는, 아이, 불결해, 눈살을 찌푸리기만 하네요. 하지만 물방울로 이루어진 당신의 말은 그 영혼을 투명하게 비춰주는군요. 물방울로 오로지 물방울로 싸우는 당신. 물방울의 정의를 행사하는 당신. 판결과 집행이 아니라 고투와 행복을 증언하는 당신. 당신은 말하죠. 인간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발명했어요. 사랑을 제외하고요. 사랑은 인간이 신에게서 빌려온 유일한 단어예요. 그러니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죠. 나는 말하죠. 오늘 밤, 당신은 나와 너무 닮아 낯설군요. 당신은 말하죠. 아니, 당신은 너무 낯설어 나를 닮았어요.

그런가요, 그래요, 그럼, 잘 자요, 당신, 내 사랑.
 

아아 시인들은 정말 말도 잘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오래오래 전에 시를 배울 것을 그랬나보다. 아니 지금도 늦지 않았겠지. 울 외숙모는 칠순이 다 된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시집도 내셨는데... 못할 게 뭐람. 아, 근데 내 최대의 단점, 감수성만 너무 풍부하여 쓰다 보면 찌질해지고 만다는 사실. 에잇,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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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그동안 가고 싶어 했던, 혹은 다시 가고 싶었던 사찰엘 가 보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그동안 가 보았던 사찰 중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였지? 생각하니 한두 곳이 아니다. 차를 가지고 간다면 몰라도 차 없이 그 모든 곳을 가본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 그럼 어떡하지? 가까이 있는 곳을 정해 한두 곳만 다녀올까, 역시 고민하다가 문득, 차라리 템플스테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고선 집에 있는 책들을 다 뒤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절이 많다니. 도움이 되었다. 이 책들. 절집 여행을 가거나 템플스테이를 하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책들. 

 

땅끝, 해남, 미황사. 지난 번 섬 여행갈 때 이 시집을 가지고 온 친구 덕에 구한 시집이다. 시들이 좋아 한동안 열심히 읽었다. 한데 미황사를 눈여겨보진 않았다. 이번에 절에 관한 책들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 그 시집! 바로 김태정의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서울생활을 접고 해남 땅끝 마을에서 머물고 있는 시인이란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 중심을 거부하고 주변부의 삶을 선택한 자의 고독과 슬픔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항상 여행을 다닐 때면 시집 한 권씩은 꼭꼭 챙기는 편인데 이번엔 김태정의 시집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곳곳에 실린 미황사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시인의 감성과 어울려 마음을 울린다. 참, 좋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시집. 바로 이성복의 『남해 금산』, 작년에 다녀온 곳이다. 시 제목으로 나올 만큼, 그 제목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사람이 다녀갔을 그곳, 남해의 금산 보리암. 더운 여름이었고 사람들이 많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고생스러웠기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보리암. 생각해보니 가능하면 혼자 가는 것이 좋을 것이고 굳이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둘이면 딱 좋겠다. 꼭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 여름보다는 겨울에 그 쓸쓸함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남해 금산』은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여행길에 가지고 가면 좋을 시집. 물론 마음이 아릿아릿 할 테지.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들로 가득한 책이다. 처음 『곱게 늙은 절집』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 책에 나온 절집을 다 찾아다녀보리라 마음먹었더랬다. 다른 책들과 달리 10여 년 간 곱게 늙어가는 절집을 찾아다니며 그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놓인 책이었다. 그래서 사찰 여행이나 템플스테이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읽어보면 좋을 책.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은 어딜 가더라도 알고 가면 좋기 때문이다. 책을 다시 읽고 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산사를 찾아 다녀 봐야지, 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혼자 또 한다.

 

시집처럼 얇은 책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선방 이야기. 좋은 책이라며 읽는 이들마다 나에게 얘길 한 책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담백하다. 모두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종교를 초월하게 만든다. 『선방일기』는 저자가 오대산 상원사 선방에서 동안거를 난 이야기다. 그 기간 동안 스님들의 일상을 살갑게 풀어냈다. 템플스테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울력이 뭔지, 안거는 또 무엇이고 결제니 해제니 하는 단어와 절에서의 생활을 겉핥기로라도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선객은 고독하단다.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니까. 이 책에 나오는 절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삼십 리 길에 있는 상원사다. 오래 전 겨울, 동해에서 일출을 보고 상원사로 와서 오대산의 품속에 안겨 있는 절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다시 가고 싶은 사찰 중에 꼭 들어가는 곳.  

 

그리고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마음의 풍요와 치유의 공간을 줄 책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숲』이다. 우리가 절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단순하게 살고 있다고 해도 나도 모르게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기에는 절집만큼 좋은 곳이 없다. 나무와 숲으로 가득한 고즈넉한 산사. 비록 그곳에서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지는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편안해질 것이다. 절집의 숲들은 대체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절집의 숲들을 찾아다닌 산림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숲의 가치와 역사. 이 또한 알고 가면 절집 숲의 정취에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엔 제법 이름난 사찰이 있었다. 그곳은 그 도시 사람들에겐 피서지였다. 여름이면 수박과 먹을 것과 돗자리를 들고 절집 둘레에 있는 계곡으로 놀러를 갔다. 그래서 내게 절은 종교를 떠나서 편안한 휴향지와도 같은 곳이다. 세월이 흘러 계곡은 자연보호와 기타 등등으로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그 곳에 갈 때마다 찾게 되는 절은 여전히 마음을 내려 놓게 하는 편안한 곳이다. 유난히 절집을 좋아하는 이유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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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면 나도 꽤나 좋아라 하는 편. 즐기지는 않지만 관심이 가는 만화는 찾아보려고 한다. 장르를 굳이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SF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따뜻한 만화, 재미있는 만화 좋아한다. 한데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공포만화-.-;;   

언젠가 우연히 이토 준지의 《어둠의 목소리》를 사서 읽던 친구가 만화를 보고 나니 밤이 무섭다느니 해대기에 얼마나 무섭기에 그러나 싶어 빌려본 적이 있었다. 은근 기대를 하면서. 으~~근데 무섭기보다는 징그러웠다는 말이 더 맞겠다. 물론 오싹하리만큼 무서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강심장^^; 암튼 이 작가는 공포, 호러 만화가로 아주 유명한 작가란다. 공포만화를 이야기할 때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작가이기도. 한데 난 겨우 한 편으로 끝냈다. 공포도 너무 많이 느끼면 공포스럽지가 않다는;; 

공포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나에게 공포를 알려준 사람은 스티븐 킹이다. 어릴 때부터 공포영화를 좋아라 해서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면 다들 두 손으로 얼굴 가리며 꺄악~꺅! 소리 지를 때, 나 혼자 헐! 이런 게 왜 무섭지? 하며 끝까지 눈 감지 않고 보기도 했는데(그래서 남자랑 둘이 절대로 안 간다. 눈 똑바로 뜨고 영화보는 나를 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무서운 게 나오면 소리 지르며 그들의 품에 안겨주는 여자, 내가 그걸 못했다. 글쎄!) 나이가 드니까, 그런 게 그다지 재미가 없어졌다. 비현실적인 공포는 사실 공포도 아니라는 생각. 그럴 무렵에 나타난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 그는 한여름 나의 에어콘이었대나 뭐래나... 지금은 스티븐 킹도 시들해질만큼 다양한 공포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예전엔 그랬다(아, 만화 얘기 하려다 삼천포로 빠지고 있네;).

스티븐 킹의 공포를 좋아하는 이유는 혼령이나 귀신이 등장한다거나(그런 것은 딱 질색), 혹은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여서 보여주는 그런 공포가 아니라 전혀 무서울 것 같지 않은 일상에서의 공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공포. 그게 진짜 공포라는 걸 알게 해준 사람이 스티븐 킹인 셈이다. 한데 스티븐 킹도 늙어가면서 SF호러나 좀비가 나오는 소설로 넘어가긴 하더라. 그런 장치(!)가 없어도 충분히 무서운 이야길 들려주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이 싫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 《워킹 데드》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난 좀비들이 싫거든, 아우 징그러워..). 징그러운 좀비들이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게 무섭기보다 징글맞았기 때문에. 한데 몇 년 전에 읽었던 스티븐 킹의 소설이 생각났다.  

셀1,2》, 스티븐 킹의 소설은 '죽은' 좀비들이 아니라 휴대폰의 전파로 인해 미치광이가 된 사람들이 나오는 '살아 있는' 좀비들이었다. 그 상황들과 묘사들이 어찌나 리얼하던지 영상으로 마구 떠올랐는데, 《워킹 데드》를 보다 보니 《셀》의 장면들이 마구 연상이 되었던 것. '그래, 좀비들이 나온다고 해서 다 나쁘진 않을 거야. 읽을 기회가 생겼으니 한번 읽어보자고!' 역시 읽길 잘했다. 다른 좀비 이야기하곤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글 작가인 로버트 커크먼은 《워킹 데드》는 공포만화가 아니라고 했다. 하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니 진짜, 좀비들이 창궐하는 세상이 생길 수도. 그렇담 그건 공포가 아니라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일-.-;;  

또 머릿속에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아마도 첫 장면들 때문인 것 같다)더 로드》였다. 폐허가 된 도시, 음산한 분위기... 산 좀비도 아니고, 죽은 좀비도 아닌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나오는 모습 때문이었다. 죽은 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겁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묵시록적인 분위기에 미쳐버린 사람들에게서 좀비 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떠올랐을 것이다. 그동안 좀비들이 나오는 영화도 몇 편 보고 소설도 읽었지만 여전히 끔찍한 것은 죽은 사람들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좀비의 유래랄까, 포털(네이버)의 지식인을 검색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좀비란,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라 한다. 영화에서는 1932년 벨라루고시의 <화이트좀비>가 좀비를 다룬 첫 작품이며 조지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을 기점으로 해서 <좀비오><바탈리언>과 같은 수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시체에 마약을 투여해 되살아나서 시작된 것인가? 뜬금없이 어느날 좀비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 본론인 《워킹 데드》로 돌아가서^^;;(어제 집에 오니 무성의한 택배 아저씨가 문앞에 택배를 던져놓고 갔다. 연락도 없이. 뭐 이런, 욕이 나왔지만 택배가 무사한 관계로 참아주었다. 아, 쓰다 보니 또 쓸데 없이;;), 과연, 무서울까 싶어 걱정을 하며 책을 넘겼는데 로버트 커크먼의 말처럼 공포스럽지 않았다.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 끔찍한 장면들을 보는 데도 그런가보다 했다. 아직, 2권까지 밖에 안 읽어서 그런걸까. 근데 꽤나 흥미로웠다. 좀비 나오는 걸 싫어한다고 앞에서 말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과연, 어떤 결과가 날지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완역이 된 것이 아니란다. 또 로버트 커크먼이 말하길, 결코 끝나질 않을 좀비 만화가 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괜히 인기 좋았다는 미드는 보고 싶어지기도. 이 책이 나온다고 하자마자 열광하는 친구들을 보았으므로.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워킹 데드》는 내가 가입한 책카페에서 책수다로 여름 휴가갈 때 가져갈 책으로 추천 받은 책이기도 하다. 5권이나 되는 만화를 가져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오늘 출근하는 길에 버스에 두 권을 들고 타서 읽다 보니 휴가갈 때 가져가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집중력 짱. 긴 여행길이라면 지루하지 않을 듯. 

아 쓰고 보니 뭔 얘길 하려고 이렇게 길게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워킹 데드》재미있다고 적을려고 했던 것은 사실.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나의 특기. 아무튼 주말에 좀비들과 열심히 놀아줘야겠다는. 아니, 미드를 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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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7177 2011-07-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의 목소리>는 오싹해요. 읽고나서도 기분이 영...그래도 또 읽고 싶어지지만...ㅠㅜ

readersu 2011-08-01 11:49   좋아요 0 | URL
오싹보다 징글 ㅎㅎ
<워킹데드>강추!^^ 읽어보삼!
 

언제나 그렇지만 읽을 책이 없어서 책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자꾸 쏟아져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 거다.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거나 관심이 가는 내용을 담은 책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구매버튼을 누르게 되고 만다. 무척 자제했지만 결국 사고 만 책들, 모두 우리 작가라는게 뿌듯하군!  

김중혁 작가의 『미스터 모노레일』지난 주에 따끈따끈한 사인본 받아놓고선 주말에 일하느라 한 글자도 못 읽었다. 머릿속에선 빨리 읽어보라고 하는데 눈은 딴 곳으로만 향하고, 읽고 싶은 책을 옆에 두고 읽지 못하는 심정을 다들 알련가 모르겠다. 김중혁 작가가 직접 디자인 한 샛노란 표지는 일단 눈에 확, 들어와서 좋고, 양장이 아니어도 구멍 빵빵 뚫어 양장보다 훨씬 고급스런 디자인을 보여줘서 좋고, 제목 일러스트도 완전 나의 스탈. 귀엽고 중혁스러워서 좋다.  

그동안 김중혁 작가가 보여준 소설들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기발했다. '600여 가지 악기 소리가 채집된 음반파일 등이 모여 성숙한 이야기의 변주를 선'보였던 『악기들의 도서관』, '너무도 흔하고 사소하여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사물들에 대한 관심과, 낡고 소용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구시대의 유물들에 대한 애착'을 소설로 보여주었던 『펭귄 뉴스』그리고 제목에 좀비가 나오면서도 정작 소설 속엔 좀비라기보다는 잃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좀비들』, 제목도 내용도 독특, 그 자체였는데 이번엔 게임과 현실이 공존하는 주사위 놀이란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가 이번에도 '능청'스럽게 웃기면서 슬쩍 '뒤통수'까지 치며 '가슴을 때'려준다고 하니. 읽기도 전에 벌써 그 재미가 느껴진다. 어쨌든 이제, 게임과 현실 속을 드나들며 주사위 놀이에 심취할 때다. 


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달랑 두 권의 소설집만 내놓고 애독자를 애태우더니 이제야 나왔다. 곧 나오겠지(작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었기에 나는 믿었다고!) 기다렸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던 소설. 바로 백가흠 작가의 신작이다. 그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근데 내가 왜 그의 소설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이런 거다. 백가흠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문학캠프에서 사회를 봤을 때다. 아니 저런 작가도 있었어? 그랬다. 꽤 인상이 좋았는데 그 무렵에 소설집을 냈다고 하여 다들 궁금해했다. 돌아가면 읽어봐야지. 저 착해보이는(!) 얼굴을 가진 작가는 어떤 예쁜 소설을 썼을까, 뭐 그랬을 거다(아마 그때 그 책에 대해 말하면서 불편하니 놀랍니 그런 말도 미리 들었지만 전혀, 그런 말에 관심도 두지 않았겠지). 근데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헉, 이게 뭐야!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끔찍했다. 근데도 읽혔다. 신문 사회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사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 『귀뚜라미가 온다』에서도 그랬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인데 무슨 사랑들이 다 그 모양인지, 그가 풀어놓는 비루하고 기이한 사랑들이 하도 기가 막혀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근데도 읽었다. 왜? 그의 문체 때문이었다. 절제된 언어와 내용의 구성. 불편하면서도 읽게 만드는 흡인력. 

신작 『힌트는 도련님』도 소설집이다. 아직 출판사 책소개조차 없는 터라 단편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은근히 장편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단편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또 어떤 인간들이 나타나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단편들의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이다. 그것도 첫 산문이란다. 요즘 부쩍 작가들의 산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른 작가도 아니고 은희경 작가라고 하니 그 관심이 배가 되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흥미로울 수도 있고 더 아름다운 문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구나 애정하는 출판사에서 지극히 '달'스런 표지를 입고 나오니 은희경 작가의 글 또한 얼마나 감성적일지 기대가 된다고 할까. 어쩌면 은희경 작가의 트윗을 읽어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글로 그가 담아내는 문장들은 진짜 아름다웠으니까. 또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으면서 보았던 문장들이 맘에 남아 있으니까.

생각의 일요일들』엔 작가가 창작하며 써왔던 글들이 들어 있단다. 사소한 일상의 모습도 담겨 있어 마치 사생활을 엿보는 듯 꾸밈이 없단다. 은희경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 없는 당당한 모습.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  

이 산문집 속의 글을 쓰는 기간이 내 인생에서 고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소요와 미열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 산문 속 시간들의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눈을 드니 멀리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고독, 가까워질수록 그 얼굴이 익숙했다. 그 얼굴 너머로 이제는 멀어져버린 아득하고 천진한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_ 작가의 말 맨 앞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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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19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결국 사셨군요. 잘하셨어요.ㅋㅋ

readersu 2011-07-20 13:48   좋아요 0 | URL
넵! 작가의 산문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은희경 쌤의 글은 또 감성적이라서;;

LAYLA 2011-07-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트는 도련님, 제목은 너무 좋은데 선뜻 보기 두려워요. 책으로나마 저를 지키고 싶은데 슬프고 힘든 이야기 무서워요.

readersu 2011-07-20 13:5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작들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답니다. 읽어 보세요.
전 오늘 책을 받았으니 두려움(!)을 안고 읽어보겠습니다^^;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 그랑블루, 제주의 푸른밤, 7번 국도와 대포항, 그리고 만리포와 백도의 일몰과 거문도. 바다를 보려면 서너 시간은 차로 달려야만 하는 내륙 분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머릿속이 복잡하면 저절로 바다가 보고 싶다, 고 했으니까. 장마가 오기는 하는 건지, 며칠째 한여름 폭염처럼 푹푹 찌는 날씨를 보니 다시 또 바다가 그리워졌다. 바다 다녀온 지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인데... 그 그리움을 담아 고른 '바다'가 있는 책, '바다'를 그리워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그런 책! 


맺힌 것을 풀어내는 바다(먹고) 

이제 바다를 이야기할 때 이 책을 빼놓으면 안 된다. 사방이 바다인 섬을 배경으로 이토록 세세하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은 없기 때문이다. '갯것'을 '하고' 다루는 법과 먹는 법은 물론이고 섬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바다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바로 스스로 생계형 낚시꾼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한창훈, 그가 쓴 한창훈식 '자산어보'《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가 그 책이다.  

오래 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라는 어류학서를 쓴 손암 정약전 선생의 현대판이라고나 할까,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한창훈 작가는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거문도에서 나는 어류들로 현대판 자산어보를 써냈다. 어찌나 맛깔 나는 글과 사진을 올려두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입맛을 다시다가 책을 덮자마자 가까운 바다나 횟집으로 뛰어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다. 술이 당기는 것은 당연지사. 머리말에서 그는,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깊숙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하는 것, 이윽고 뒤엉킨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라고 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런 책이다. 아직도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은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바다(즐기고) 

여기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달리 생각하면 용감한 남자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나눈 말이 씨가 되어 바닷길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기록기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이다. 이 모험심 강한 남자들은 무동력 돛단배를 타고 4시간이면 충분한 바닷길을 일 년씩이나 걸려 간 것이다. 항해술은커녕 바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열네 명의 중년 남자들이 '집 나가면 생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떠난 바닷길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는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많은 중년의 남성들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항해 중 VHF 교신은 진지해야 한다. 더구나 교신 상대가 해상의 치안을 담당하는 해경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무전기 마이크에 우리 배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무전기 건너편의 교신 상대가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배 이름은 '집단가출호'였다.

그들은 바닷길을 다니며 우리나라의 바다와 섬, 해안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며 감탄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 깔따구 모기의 습격, 배에서의 배설물 처리, 추운 겨울의 비박과 끔찍한 배멀미까지. 낭만적으로만 보이던 요트 여행이 알고 보니 생고생의 길이었다는 것은 시작부터 알아본 바. '웃자'고 시작한 여행이 '죽자'고 덤벼든 꼴이었다나. 그러나 고생의 대가로 얻은 그들의 우정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무수한 중년의 남성들은 책을 덮는 순간, 생고생이든 뭐든 집 떠날 궁리부터 하게 될 것이다. 

 

 

 

이젠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할 바다(보호하기) 

이주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서해로는 처음이었다. 가족 여행을 서해로 정한 후에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라는 부제를 단《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을 읽었다. '해양보호구역'이란 것은 바다가 더는 훼손되면 안 되겠기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는 14곳을 말한다. 지난겨울 저자가 그곳을 직접 다니며 사진 찍고 써내려간 글이다. 일반적인 바다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바다를 어떻게 보호하고 바다 여행을 어떤 식으로 해야 가치가 있는지를 책은 알려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바다를 찾는 이유는 바다가 그곳에 있으므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마음대로 드나들었던 곳이었다. 그렇게 드나들었대도 있는 그대로를 즐겼으면 '보호 구역'이라는 말 따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훼손되어 가는 바다에게 이젠 '보호 구역'이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사실을 알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우리가 이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바다, 책을 읽고 나면 바다가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된다. 또한 책에 나오는 바다를 저자의 여정에 따라 다니다 보면 교육적 가치와 생태여행까지 겸할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바다에 갈 예정이라면 아이들과 꼭 한번은 읽어보고 가야 할 책.   

부록으로 나온 갯벌의 생물 도감은 이 책의 멋진 보너스이기도 하다. 바다로 떠날 때, 그곳의 맛집보다는 갯벌의 생물 이름을 하나라도 더 알고 간다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센스있고 멋진 어른으로 남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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