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어째 마음이 11월보다 더 스산하다. 반짝 햇살이 난 창밖을 내다보다가 옆집 문소리가 들려 냉큼 문을 닫았다.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난번 이웃보다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재활용을 버리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막 나가려는데 옆집 사람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문 앞에서 서성였다. 첫 대면인데 '자다 깬 얼굴의 옆집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다.

 

   
  Eva Cassidy - Live At Blues Alley

  에바 캐시디의 음반을 가을이 오는 날부터 듣고 있다. 틈틈이 들어왔지만 유독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리는 음색이다. 몇 번 리뷰를 쓸까 시도했는데 쓸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음악을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에바의 음악은 듣는게 먼저다. 에바에 관한
  글은 하나 소용없다. 스팅의 fields of gold를 듣고, 나는 스팅이 그녀의 노래를 리메이크
  한 줄 알았다. 스팅한테 그랬다. 제법인걸? 알고보니 에바가 스팅의 노래를 리메이크했고
스팅은 자신의 노래를 멋지게 불러준 에바를 칭찬했다. 에바는 33살에 하늘로 가버렸다. 그녀의 앨범들마다
리메이크 한 곡들이 한 두개씩 들어가 있는데 원곡을 생각나지 않게끔 자신만의 음색으로 소화해는 것,
에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비틀즈의 어제, 암스트롱의 멋진 세상,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되어, 신디 로퍼의 (필 콜린스의) 시간이 흐른 후에 등을 듣고 있으면 지금 죽어도 괜찮을 것처럼 너무 좋다.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끌로드 볼링의 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어떤 남자애가 있었다. 원숭이처럼 생긴 얼굴에
 수줍음은 십칠세 소녀를 경악케 할 정도였다. 그 남자애는 용기를 내어 나한테 이 음반을 
 전해주는 거라고 했다. 용기를 냈다는 얼굴이 어떤 얼굴인지 그날 처음 알았다. 나 역시 
 튕김질이라면 신봉선 육성회장을 기겁하게 할 정도였으므로 받지 않았다.
결국 이 음반은 집으로 배달돼왔다. 하트가 오백개는 그려진 카드와 함께. 그게 바로 어언 몇 년전이냐...
 
얼마전에 휴대폰을 바꿨다. Baroque and Blue는 나와 오년 째 인연을 맺고 있는 그룹이 전화를 걸어올 때 울린다. 자주 전화를 걸어오는 그룹이긴 한데, 그 음악이 울릴 때마다 그 남자애가 생각난다. 전화를 끊을 땐 잊어버리고 말지만... 끌로드 볼링의 연주도 좋지만 나는 그의 음반 재킷들이 참 마음에 든다. 사진이 아닌 그림들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누가 그렸는지 조사는 안해봤다. 책상 한 켠에 그림처럼 세워놓았었던 소품 구실 톡톡히 하는 음반이다. 하트 오백개가 그린 카드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Isao Sasaki - Moon & Wave
 
  어떤 경로를 통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Blue moon'을 듣게 되었다. 러브 미 탠더를 부른
  사나이답게 참 훌륭한 노래였다. Blue moon을 검색창에 넣고 쳐보았다. 이사오 사사키의
  음반이 덜렁 걸려 있었다. 그날부터 쭉,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사오 사사키의 음반이다. 
  문 리버를  비롯해 mo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들로 한밤의 서정을 연주한다.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퍼지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듯 시작되는 피아노 연주. 사랑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르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는 이 노래를 듣지 말 것.

 

  Julie Sings Love

  줄리 런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에바의 언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에바처럼 허스키하지만 격조 높은,
  무도회장의 능수능란한 백작부인같은 차림이 연상된다.
  노래 말미에서는 지금까지 이 모든 노래는 너를 위한 거였다는 멘트처럼 
  확실한 매력을 분위기를 풍긴다.
러브 레터, 를 듣고 있으면 정말 러브 레터 한 통 쓰고 싶어지고 
블루 문을 (이 음반에도 엘비스의 블루 문이 있으나 전혀 다른 분위기) 듣고 있으면 불가능한 사랑에도 푹 빠지고 싶어진다. 서양에서 블루 문의 뜻은 한 달에 두번째 뜨는 보름달을 말하는데 의미는 불가능한 일을 말하는 거라고 한다. 19년 동안 블루 문을 볼 수 있는 확률은 7번. 한동안 블루문에 매료되어 어줍잖은 이야기를 만든 게 생각난다.

 

 Balkans 
 
 kheops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아티스트들 끼리의 음악적 교류를 지향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after the war. 이 노래는 다음의 
 어느 음악 카페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한 남자가 너무나 멋있는 사진과 음악으로 태그를 만들어 시와 함께 올려놓곤 했다.
 그저 듣기만 하다가 딱 한번 댓글을 남겼는데 남자의 홈피로 초대를 받았다.
내 댓글에서 문학의 향기가 풍겼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말에 혹해서 낼롬 홈피로 갔다.
남자의 홈피는 검은 색 바탕에 초록과 블루가 음울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홈피는 음악천국이었다. 
남자는 아주 고독하게 벽을 쌓으며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누구를 쉽게 만나지도 않았고 그저 영화와 음악, 사진에 묻혀 살고 있었다.
컴을 바꾸면서 그남자의 주소도 사라졌다. 닉네임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음악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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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휴대폰을 바꿨다. - 엥..?? 스토킹입니까..??
(어디서 토킹질이야~ 이런 건 아니시겠죠..??)

-카산드라 윌슨은 12월에 듣기엔 너무 걸쭉하겠죠.?? ^^-

플레져 2006-12-0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몇 년 전 일이라고 한 줄 첨가했습니다 ^^
걸쭉한 그 노래 들려주삼.

2006-12-01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룹별로 벨소리 달리 하는 게 저의 취미 중 하나여요 ㅎㅎ
음음. 제가 그랬답니다. 소싯적에... 신봉선 육성회장을 능가했죠 ^^;;;
음악은 영화에요. 그 음악을 처음 들은 날이 확연하게 떠올라요.

야클 2006-12-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전부 다 근사한 음반이네요. ^^

플로라 2006-12-0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시경과 넬로만 가을을 보냈는데, 줄리 언니와 이사오 아저씨 음악, 으로 12월을 보내야겠어요. 멋진 음악들...^^ 추천 꾸욱! ㅎㅎ

플레져 2006-12-02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근사한 음반과 함께 겨울 나세요 ^^

플로라님, 줄리 언니가 이 겨울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사사키씨의 음악에선 여름이 연상되어 좀 추울지도 몰라요 ^^

2006-12-03 0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7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옆집 여자, 새벽 5시 30분이면 출근하는 옆집 여자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디지털 도어의 배터리가 닳아 집에 못 들어가고 30분을 밖에서 서성이던 그 여자네 집. 베란다 청소를 하는데 이삿짐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비도 오는데... 궂은 날에 고생하겠다 싶어 내다보았다. 사다리차가 어느새 우리 옆집 베란다에 놓여 있었다. 순간 철렁, 했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이웃이지만 어쩐지 옆집이 이사간다는 소식은 조금 외롭고 쓸쓸했다.

  하성란의 <옆집 여자>는 고백체 소설이다. 화자인 나의 옆집에 이사온 미모의 싱글 옆집 여자. 옆집 여자는 점점 틈이 보이는 화자에게 파고들어온다. 결국 옆집 여자가 화자의 집을 독식하게 될 거라는, 화자가 이뤄놓은 가정을 파괴하고 안주인 노릇을 하려드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하성란의 같은 책에 실린 <곰팡이 꽃> 에는 옆집 여자를 주시하는, 쓰레기를 뒤지는 옆집 남자가 나온다.

'옆집'이란 뉘앙스에는 오손도손한 이미지가 풍겼다. 언젠가부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전이 생기면서 옆집과의 교류는 꼭 할 필요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친하게 지내던 여자가 칼을 들이대거나 뭔가를 훔쳐가는 영화나 드라마들, 실제의 사건들. 덕분에 이웃사촌이란 말도 퇴색해버렸다. 뭔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니 말이다. 박철수 감독의 영화 <301, 302> 역시 옆집 여자간의 이야기다. 옆집 여자와 이야기를 한번 나눈 적 없으니 내 일상은 덕분에 조용했던걸까.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에도 옆집 여자가 나온다. 역시, 고백체 소설이라는 점에서 하성란의 소설과 비슷한 냄새가 나지만 내용과 분위기는 다르다. 담배 때문에 매를 맞던 옆집 여자에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거처로 내 집을 제공한 화자. 옆집 여자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어느날 옆집 여자의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아 쓴소리를 내뱉고 만다. 그리고 옆집 여자는 다음날... 그깟 담배 한번 피우기 위해 라고 말할 수 만은 없는데 인간은 무엇엔가 기대어 살 것이 필요할 겁니다, 라는 문장은 두고두고 떠오른다.

외출해서 돌아오다가 조금전, 옆집 남자와 마주쳤다. 옆집 남자는 늘 그랬던 것처럼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자의 발 밑에는 깡통 재떨이가 있다. 간혹 우리 남편도 이용하곤 한다. 옆집 남자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도 눈을 피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또박또박 눌렀다. 그동안 인사 한번 없었지만 남자와 나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보다 더 자주 마주친 사이였다.

  김영하의 <이사> 에는 아끼고 아껴 모은 돈으로 조금 넓직한 곳으로 이사가는 부부가 나온다. 이사를 가는 날 아침, 이삿짐 센터의 한 일꾼과 묘한 갈등이 시작된다. 이사를 온 후에 언젠가 사둔 가야 유물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유물은 어디로 갔을까? 

 옆집 남자와 나의 첫 대면은 경비아저씨 덕분에 이뤄졌다. 내가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는데 저녁 즈음에 인터폰이 울렸다. 택배를 찾아가라는 것. 카디건만 하나 걸치고 밖으로 나갔는데 옆집 문이 열리더니 옆집 남자도 어슬렁 나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고 남자가 먼저 내렸다. 남자를 쫓아 가게 된 모양새였는데 남자 역시 택배 물건을 찾으러 온 거였다. 남자가 찾은 택배 상자는 그래 스물넷, 상자였다. 가끔 생각한다. 한낮에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마트에 우유를 사러 오는 모습을 포착하는데, 남자는 글을 쓰는 사람일까. 

 김경욱의 <선인장> 은 김영하의 소설과 묘하게 닮아있다. 한강이 보이는 새 아파트로 이사간 젊은 부부. 남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여자는 영화사에 근무한다. 10년째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임신이 되지 않아 아이가 없는 부부다. 아파트는 부부의 이사를 반기지 않듯 냉랭하다.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 한 명 없다. 아내가 출장 간 사이 어떤 기운에 끌려 엘리베이터를 탄 남자. 출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남편이 없는 (사라진) 집에서 부쩍 자란 선인장 가시에 찔리는데...

조금전 옆집은 이삿짐을 다 싸고 가버렸다. 옆집 남자와 여자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내방 창 밖으로 걸어갔다. 허전하다. 조금전 문을 열때, 남자가 빤히 나를 볼 때 한마디라도 건넬 걸 그랬나? 이제와서 이사가는 걸 반기는 것처럼 말을 걸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으로 이사를 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배웅해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근처로 이사가는 건데도 엄마는 이웃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이사를 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었다. 세상이 각박하다느니 하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나는 옆집 사람들과 말을 나눌만한 구실을 찾지 못했다. 갑자기 떡을 할 일도, 옆집에 피해를 줄만한 사고도 없었다. 무사하다는 건 무미건조하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좋은 집에서 따스한 겨울 나기를, 바란다. 한번도 말을 나눈 적은 없지만 한번쯤 말을 나눠볼 수 있었던 옆집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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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1-27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24에다가 리뷰올리는 사람일 껍니다..-앗..썰렁 메피스토-

아영엄마 2006-11-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억수로~ 춥습니다..-.-

물만두 2006-11-2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만담남매로써 창피해요. 플레져님 대신 사과드립니다(_ _) 인터공원일지도 모릅니다=3=3=3

플레져 2006-11-2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 옆집 여자는 알라딘에 리뷰 올리고... 묘하게 닮았군요 -..-

아영엄마님, 담요 덮으세요. 저는 벌써...덜덜...

만두님, 사과말고 귤주세요! 인터공원에서 귤도 팔죠? ㅋ

새벽별님,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다행이어요.
그나저나 제 맘은 왜이리 쓸쓸한걸까요...

날개 2006-11-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아아~ 나도 이렇게 쓰고파라.....^^

날개 2006-11-2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비와서 나가야 하는걸 미루고 있어요.. 집에서 개겨 볼터여요..ㅎㅎ

마태우스 2006-11-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만이 이런 페퍼를 올릴 수 있지요. 존경합니다. 꾸벅

반딧불,, 2006-11-2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달콤한 페이퍼를 받으신 옆집에 사시던 분들이 부러워요*.*

2006-11-2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1-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우산 속에서 떠올린 소설들이어요^^
따숩게 집에 계세요. 밖에 바람 마이 불더라구요.

마태우스님,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계시지요? ^^

반디님, 아아... 정녕 이웃들은 이 페이퍼를 못보겠지요.
못 봐야 합니다. 제가 스토커처럼 보일지도 모르니 말에요 ㅎㅎ

속삭님, 아! 새로 이사 올 이웃들이 있었군요.
이번에도 그저 그렇게 지낼듯 싶어요 ^^

클리오 2006-11-2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실제로 만날 정도로 친하게 지내면서도, 정작 옆집 사람들과 친해지면 내 생활을 너무 깊이 방해할까봐 두려워하는게 참 아이러니하죠.. 혹, 저만 그런가요...

2006-11-27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1-2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아이러니하지요...ㅎㅎ 저두 그래요.
가깝고도 먼 그대가 좋다고나 할까요.

속삭님, 넘넘 감사해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궁금한 게 있으면 또 여쭐게요...킬킬...

비로그인 2006-11-2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2월 초에는 이사할 예정인데,
이웃들은 우리 가정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괜시리 궁금해지네요 ^^

stella.K 2006-11-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플레져님표 글이군요! 넘 좋네요.^^

2006-11-27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1-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님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웃들 이야기를 해주세요 ^^

스텔라님, 우리 사이에 무슨...흐흐...

속삭님, 넘 반가워요. 건강한거지요? 아가는요?
그러고보니 제 특기가 그거였군요 ㅎㅎ
자주 봐요 ^^

2006-11-30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겨레 신문, 2006년 11월 10일-
아리송한 뉘앙스 풀이 국어 소비자 환심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출판사 유토피아가 펴낸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낱말편1>(이하 국·밥)는 지은이 가운데 한 사람인 김철호씨의 15년 삶이 녹아 들어간 책이다. 대학 졸업 뒤 출판사 편집자와 번역자로 활동해온 그는 책을 편집하거나 번역할 때마다 ‘우리 말의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문제에 부딪혔다. 사전을 찾아봐도 말빛깔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으니 답답할 때도 많았다. 결국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뜻의 차이를 터득하면, 그때마다 메모를 해두었다. <국·밥>은 그렇게 오랫동안 쌓아올린 메모를 바탕 삼아 쓴 책이다.

책을 함께 쓴 김경원씨는 김철호씨의 대학 동기다. 인하대 한국학 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있는 그는 일본어·영어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다 ‘번역 실력은 최종적으로는 한국어 실력으로 판가름난다’는 것을 절감한 경우다. 이 공통 인식 위에서 두 친구는 의기투합했다. 일본어에 능한 김경원씨가 <일본어 연습장>이란 책을 소개한 것이 이 책의 틀을 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김철호씨가 질료를 제공하고 김경원씨가 형식을 가져와 집을 지은 셈이다. 두 사람은 먼저 갈래를 만든 뒤 전체 29편을 반으로 나눠 각각 집필하고 토론을 통해 내용을 확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 저작인 셈이다.

김철호씨는 <국·밥>을 펴낸 출판사 유토피아의 사장이기도 하다. 오랜 편집자 생활을 끝낸 뒤 지난해 초 독립 출판사를 낸 그는 이 책에 앞서 펴낸 다섯 종이 모두 판매 부진을 겪자 출판사를 접을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터진 것이 이 책이다. 지난 8월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만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어 길잡이 책으로는 이례적인 판매 부수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 책의 판매를 도왔다.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 한국어 관련 퀴즈 꼭지가 여럿 방영되고 있고, <한국방송>에서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공채에 ‘한국어 능력시험’을 도입한 것이 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또 기업체 신입사원 선발 기준으로 한국어 구사 능력을 따지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도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책 제목도 괜한 말이 아니다.

책은 언어생활에서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을 쌍으로 골라 생생한 사례문과 함께 그 빛깔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속’과 ‘안’, ‘껍질’과 ‘껍데기’, ‘고르다’와 ‘뽑다’, ‘끝내다’와 ‘마치다’, ‘다시’와 ‘또’ 같은 단어들의 쓰임새가 귀에 쏙 들어오는 문장으로 뚜렷이 드러난다. 가령, ‘데우다’와 ‘덥히다’의 차이를 설명할 때, “데우면 뜨거워지고 덥히면 따뜻해진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순간, 차이는 명료해진다. “새롭다고 다 새것은 아니다”라는 문장도 ‘새’와 ‘새롭다’의 다름을 금방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단출한 크기의 ‘한국어 뉘앙스 사전’이지만 지은이들의 한국어에 대한 애정의 결기는 사뭇 강단지다. 머리말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언어는 의식의 연장이자 사고의 도구라는 점에서, 언어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일은 곧 자기 의시과 사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언어를 통한 자기성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이다.”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플레져)는 지은이들의 이런 각오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몸을 치장하기 위해 옷을 잘 차려 입듯 나를 치장하기 위해선 내 모국어를 다듬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있지만 자신의 신념을 똑바로 정확하게 말하는 캐릭터를 보라. 결국 나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모국어다. (…) 이 책의 장점은 그 미묘한 차이를 알려주는 문장들이며 설명들이 어렵지 않다는거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찾았으며 한문 보다는 뜻을 풀어 설명하는 한글 위주의 문장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지은이들은 ‘낱말편1’에 이어 내년 초 ‘낱말편2’을 펴낼 예정이며 이어 ‘문장편’도 낼 계획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방명록에 ch1oe님께서 한겨레 신문에 '플레져'가 나왔다고 말씀해주셔서 얼른 찾아보았다.
묘하게도... 저 기사를 쓴 고명섭 기자는 내가 아는 분이다.
연극 기획을 하던 시절, 한겨레 신문에 보도자료를 들고 가면 자판기 커피 한 잔 나누곤 했던...
내게 저 글을 싣겠노라고 먼저 말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안면이 있는 분이어서 그런가.
아무려면 어떤가 싶다.

잠깐, 알은척이라도 해볼까 싶었는데... 그냥 있을란다.
오래전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설명해야하는 일이 번거롭다.

참, 우리 스승님도 한겨레 신문 애독자이신데... 저 글을 보셨을라나?
플레져가 나 인줄 모르실텐데...ㅎㅎ

닉네임을 달고 있는 내가, 내가 아니라 또다른 나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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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11-1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멋지게 쓰셨네요...
책도 확 땡기고요...

반딧불,, 2006-11-1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요것도^^

세실 2006-1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서평을 참 맛나게 쓰셨네요~ 뿌듯 뿌듯 ^*^

이리스 2006-11-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플레져님 팬이에요.. 잇힝~~

마태우스 2006-11-12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님의 열렬한 팬인 거 아시죠?? 님 리뷰는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LAYLA 2006-11-12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기사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네요 정말...

마늘빵 2006-11-1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축하드려요.

blowup 2006-11-1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시고 쓰신 거구나.
비밀 댓글 정도는 달아주는 게 더 바른 태도일텐데.
아는 체 하면 어때요?
인사도 하고, 다음부터는 이럴 경우, 본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떠냐고
언질도 주고.


미설 2006-11-1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플레져님 오랜만이어요.. 저 리뷰 읽었던 기억 나네요^^

2006-11-1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1-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쓴 지 좀 돼서 그런지... 제가 쓴 것 같지 않아 좋아요 ㅎㅎ

반디님, 요것도, 확~ 지름? ㅎㅎ

세실님, 좋은 것만 툭 떼놓고 보아서 좋아보여요 ㅎㅎ

낡은구두님, 에구에구...^^;;

마태우스님, 예술 댓글 감사해요 ^^*

라일라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죠? ^^

아프락사스님, 에구에구.......... 축하는 과찬이세요. 그저 좋은 일 정도로 해둘게요. 감사합니다.

나무님, 귀찮아서요. 솔직한 심정은 귀찮음...
리뷰 도용도 아니고 닉네임 밝혀줬으니 다행이다 싶으니까... 그냥 넘어갈래요.

미설님, 영우도 알도도 잘 있지요?
그동안 소식 궁금했어요 ^^


클리오 2006-11-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보고, 알라딘이라는 이름은 없어도 플레져 님 맞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반가워했답니다.. ^^

하늘바람 2006-11-13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을 알아서 참 영광이어요

비연 2006-11-1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앙~ 멋져요^^ 플레져님의 글은, 실릴 만하죠. 반짝반짝 빛나는 글들..^^

ceylontea 2006-11-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멋져요.. 플레져님.. ^^

Mephistopheles 2006-11-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싸인 부탁해요~~ 플레져님~

stella.K 2006-11-1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그때 그 리뷰 나도 인상 깊게 읽어 추천 안 할 수가 없었는데...^^

플로라 2006-11-1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지세요! ^^ 멋진 플레져님, 저도 너무 흐뭇하고 기분좋아요~^^

플레져 2006-11-1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도 한겨레 보시는군요. 저는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기사만 봐서
간혹 놓치는 기사들이 많아요. 종이 신문으로 구독해야지 안 되겠어요.

하늘바람님, 앗... 식은땀이 납니다 ^^;; 저도 하늘바람님 알게 되어 영광이어요.

비연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제목을 인용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제가 에쿠니 팬이잖아요 ^^;;

실론티님, 음음...쑥쓰러움이 하늘을 찔러요 ㅎㅎ

메피스토님, 종이랑 펜을 주세요! ㅋ

스텔라님, 그대가 추천한 책이니 내 얼마나 뿌듯한지요 ^^*

플로라님, 고마워요. 11월엔 플로라님 덕에 좋은 일 많이 생길 것 같아요.

2006-11-21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2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3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깜빡. 세상이 깜빡하는 대신 주방쪽 형광등이 깜빡인다. 거실과 주방이 특별하게 나뉘어 있지는 않지만 주방과 거실등이 각각이다. 혼자 있을 땐 거실 등을 켜지 않고 식탁이 있는 주방쪽 형광등을 켜놓고 산다. 오늘은 남편의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았다. 깜빡. 형광등이 깜빡였지 아마? 고개를 들어 형광등을 노려 보았는데 이상없어요, 같은 묵묵함 뿐. 얼마 후에 노트북을 갖고 와 인터넷 창을 열었는데 다시 또 깜빡, 한다. 다시 또 노려보고. 깜빡 형광등을 마주칠 때까지 노려보고.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본격적인 깜빡 공세를 펼치는 형광등. 아... 왜 하필이면 벌건 대낮에 깜빡하는거야. 방으로 들어가버리면 될텐데 어쩐지 오늘은 남편의 자리가 포근하니 좋다. 

뻔한 집안 구조이다 보니 나는 내가 위치를 바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 쪽에 기대어 있던 탁자를 거실 한 복판에 놓거나 창을 등지고 앉기, 침대에 기대어 탁자를 놓을 때도 있다.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위치를 바꾸다보면 늘 있던 공간이 아니라 다른 데 놀러온 기분이다. 힘들여 가구를 바꿀 생각은 안한다. 어제도 창고처럼 쓰는 방을 청소하고 났더니 팔 다리가 후들거렸다. 욕심껏 쟁여놓은 옷들을 열벌도 넘게 버렸다. 신혼 시절, 남편한테 잘 보이려고 산 반짝이 노란 스웨터에도 보풀이 나서 집에서 입는 옷으로 신분을 바꿨다. 물먹는 하마를 사다 놔야 되는데 마트에 가면 딴전만 피운다. 덕분에 우리집엔 1kg짜리 설탕이 세 개, 우유는 끊이질 않고, 재활용 버릴 때 민망할 만큼 요구르트 빈병이 나온다.  

어쨌든 깜빡하는 형광등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 마트에 갔다. 또, 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살까봐 형광등이 있는 쪽으로 직행, 무기처럼 손에 들고 바구니를 들었다. 며칠전에 한 바구니 봐 놔서 별로 살 것이 없다. 몇 개의 공산품을 덤으로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광등 갈아 끼는데 선수까진 아니어도 한번 경험이 있는 터라 코웃음 한번 쳐주고 식탁의자에 올라갔다. 길쭉한 형광등이어서 한 쪽 끼우고 한 쪽 끼우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천신만고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끝에 형광등을 끼웠는데 불이 안들어온다. 막 급한 일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막 지금, 식탁 앞에서, 노트북 앞에서 뭔가 급히 할 일이 있는 것 마냥 초조해진다. 얼마전 스위치 바꿀 때 관리실 전기공 아저씨한테 도움을 받은 터라 망설일 것 없이 관리실에 연락, 방문을 부탁드렸다.

전기공 아저씨들이 자릴 비워 안면이 있는 경비 아저씨가 오셨다. 아저씨한테 형광등 갈아 끼우는 걸 제대로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는데 형광등이 불량일세. 아저씨가 바꿔 줄거니깐 염려하지 말고 다녀오란다. 염려 안했는데 ^^;; 냅다 종이 커버를 다시 씌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사뿐하게 올라 1층을 눌렀다. 1층에 도착. 어라어라. 문이 안 열린다. 어머! 갑자기 운전대를 맡게 된 스피드의 산드라 블록처럼 당황스럽지만 위기를 모면하게 될 거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멈췄지만 키아누 리브스같은 누군가가 살려줄 거라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러니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늘 궁금했던, 비상벨을 누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오히려 휴대폰을 갖고 나오지 않은 게 두려웠다. 마구 낙천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비상벨을 눌러 한번도 제 때에 구원자가 오는 걸 영화에선 한번도 못 본 것이다!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비상벨을 눌렀다. 소리가 참 컸다. 동시에 경비아저씨의 음성이 들리면서 엘리베이터가 말했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안내 음성과 함께 문이 열렸다. 휴. 십년 감수했단 말이 꼬장꼬장한 할매 톤으로 새나온다. 아저씨한테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바로 엘리베이터 이상 있다고 신고했다. 돌아올 때 보니 엘리베이터는 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그 엘리베이터, 어쩐지 불안하다. 관리실에 전화 한번 해주고. 어쨌든 형광등을 사와 교체했다. 한 30초 걸렸나? 거만거만... 친절한 경비아저씨가 30분쯤 후에 형광등 안부를 물어오셨다. 발랄하게 감사 말씀 드리고 대낮처럼 밝은, 깜빡하지 않는 형광등 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이 참... 길었다. 이상하지. 알라딘 편집기에 글을 쓰면 글이 잘 써진다. 길게, 오래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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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잘 써지는 알라딘 덕분에 저도 플레져님 글 재미나게 읽었어요 참 사진 정말 리얼하고 생생하네요

플레져 2006-10-3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공개 파일을 하나 더 만들어 자서전이라도 쓸까봐요 ㅎㅎ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늘바람님 ^^

nada 2006-10-3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가구를 바꿀 게 아니라 내가 위치를 바꾸면 되는 거로군요. 물구나무도 설 줄 알면 좋은데..

비연 2006-10-3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글은...늘 참 좋아요^^

플레져 2006-10-3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물구나무 서는 거 만만찮아서 전 아예 생각도 안해요.
성공하시면 말씀해주세요 ^^ 참, 여행은 즐거우셨죠? 서재에 가서 봤는데
그저 보기만 하고 혼자 웃고 와버렸습니다.

비연님, 에구. 감사합니다 ^^;;

날개 2006-10-3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덕분에 비상벨을 눌러보셨구만요..
사실 엘리베이터 탈때마다 그거 한번 눌러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이러다가 언젠간 나도 모르는새 확 눌러버리지 싶어요.. 진짜 그러면 어쩌죠? ㅋㅋ

blowup 2006-10-3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광등 갈아 끼우고 나면, '혼자 살아도 되겠다~' 이런 생각하곤 해요.
못 박는 거만 잘하면 되는데.... 이거 은근 어려워요.
제가 전동 드릴의 그 굉음을 잘 못 견뎌서, 손으로 박아야 하는데.
아파트 벽에 손으로 박을 수 있는 못은 별로 없더라구요.
내 손 박기 십상이죠.
암튼, 비상벨도 눌러 보시고. 경험 하나 느신 거예요.^^

마노아 2006-10-3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마지막 사진이 적절하네요. 님의 오늘 기분일까요? 멋져요^^.. 아, 어제 기분이다^^

icaru 2006-10-3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치를 바꾸다보면 늘 있던 공간이 아니라 다른 데 놀러온 기분이란 말에 늘상 집에 있는 저, 따라해 보고픈 마음이 들었어요... 글구 욕심껏 쟁여놓은 옷을 열벌씩이나 제가 맞으면 가져다 입었을텐데..풋..제가 플레져 님 몸맵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림도 없네요...흣.. 전 워낙 안버리고 쟁여놓고 사는 사람이라 몰랐는데 언젠가 한번 정리한답시고 오랜동안 지녀온 여벌의 옷들을 버렸는데.. 예상외로..뭘 정리해 버려버리는 그 쾌감이 또 짜릿하대요..

플로라 2006-10-3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모습을 바꾼 집으로 들어가니 정말 기분이 새롭더라구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이상한 자신감까지 생기던걸요. ㅎㅎ 그런 거에 무심했는데, 실감이 나더라구요.

플레져 2006-10-3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눌르고 싶었다는 마음 갖고 있을 때가 더 나아요.
눌렀더니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그런 일 없으셔야 해요!

나무님, 빙고! 경비아저씨한테 제대로 배워서
마음 한 쪽에선 그런 생각으로 살게 될 지도 몰라요 ㅎㅎ

마노아님, 어제 짜릿한 형광등 교체 순간이 있었죠 ^^;;

이카루님, 뽀동이 엄마 넘넘 반가워요 ^^
버린 옷들, 보풀 나거나 싼맛에 사서 일회용처럼 전락해버린 옷들이었어요.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더니 싼 맛에 뭐 사는 거 자제해야되요, 정말!
창고방을 정리했더니 넘넘 개운해요. 그맛에 탁자들고 들어가 책 읽고 싶어졌잖아요 ㅎㅎㅎ

플로라님, 그러니까요, 그 맛 정말 괜찮죠?
어릴때 우리 집도 수리를 한 적이 있어요. 헌집이었는데 새집으로 바뀌어서 어찌나 달달한 쾌감을 느꼈던지요.

2006-10-3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1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1-0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알려주셔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

2006-11-05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6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7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9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1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행기 바퀴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쿵, 내려앉던 순간,
일주일간 잠들어 있던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뭘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한 순간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집에 돌아와 두 개의 가방을 정리하고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운뒤 수면모드로 돌입.


오후 끝자락에 일어나 집안을 휘 둘러보았다.
집을 떠나던 날 버릴 만한 것들을 죄다 버리고 간 터라 휑하고 쓸쓸했다.
내가 없는 동안 집은 그렇게 조용히 먼지를 마셨다.


인터넷이 되질 않았다.
휴대폰 액정은 천연색이 사라진 낡은 필름처럼 보였다.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전화가 걸리지도 오지도 않았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만 반복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걷고, 걷고, 또 걸었던 싱가포르의 습한 거리, 더위, 땀,
보너스처럼 쏘이던 에어컨 바람...
자신의 민족에 대한 우월감과 타 민족에 대한 예우,
남장 여자를 한 트랜스 젠더의 숲,
G 발음을 못하는 차이니즈들,
잘 있을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영어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아무 곳에서나 퍼질러 앉아 숨을 돌리던 꾀죄죄한 내 몰골은
그곳에 이제 없다.


나에게 후했던 나날들. 
나에게만 예외라고 특별한 환상의 옷을 입혔던 나날들.
조금만 아파도 중병에 걸린 것처럼 행세했던 호사의 날들.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나는 왜 이제서야 나를 알았을까.
그런데,
이게 다 안 것이 아니라는 오만이 따라붙는다.


핑계는 있지만
너무 많이 튀어나올 것 같아 자제한다. 


좀 아픈, 그런 날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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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2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감기 조심하세요~! 두건 쓰신 분이 플레져님이신가요??

플레져 2006-10-2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아랍 거리에서 만난 코리안이에요 ㅋㅋ

진/우맘 2006-10-2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어쩐지, 플레져님은 꼭 저렇게 생겼을 것 같은데....^^

플레져 2006-10-2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저 애보다 더 괜찮아요! ㅋㅋ

세실 2006-10-2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맞는것 같은데.... 여행 다녀오셨군요.

hnine 2006-10-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레져님인줄 알았는데~

물만두 2006-10-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같은데요~

미미달 2006-10-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맞죠? ㅋ

2006-10-2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0-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시를 보는 것 같아요. 돌아오신 것을 환영해요^^

2006-10-23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0-2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사진이 너무 예뻐요!! 라고 할랬어요~ ^^

산사춘 2006-10-24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멋진 글에 현혹(?)되지 않고 사진에 꽂혔는데!

플로라 2006-10-2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뒤 밀려오는 상념들, 하지만 다시 또 공항으로 향하는 설레임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던가요? 오늘은 쨍한 햇빛아래 야외에서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그대로 개운한 기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