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천줄읽기) 지만지 고전선집 608
아르놀트 겔렌 지음, 이을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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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있는 생명체가 발생시키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먹이사냥과 바다 항해에 활용하는 귀상어는 과연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열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어둠 속에서도 위협적인 사냥꾼인 비단구렁이와 살무사는 어떻게 이런 육감이 작용하는 걸까? 향유고래는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며 깊은 바다에서 오징어를 사냥하는데 소리로 어떻게 시각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2. 인간의 존재감을 설명하기 전에 동물의 초감각을 먼저 생각해봤다. 인간이 위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아마도 초인이라 부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겔렌은 철학의 긍극적 목적을 인간학적 원리에 입각해 근대 서구 기술 문명의 본성을 해명하는 것에 두고 있다.

 

3. 따라서 저자는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을 위해 저자는 먼저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인 근본 차이를 규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물은 그 종(種)에 특수화된 기관이 발달되어왔다. 따라서 동물은 일정한 환경에 대한 자연적 적응이 언제나 용이하게 수행되도록 스스로 형성되고 변화된다.

 

4.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사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모든 '기관적인 수단이 결여'된 상태이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자연 앞에서 '생존'하기 위한 시스템이 매우 미약하다. 자연이 부여한 고유한 무기도 없고, 공격과 방어는 물론 도피를 위한 기관도 허약하다.

 

5. 그렇다면, 감각일까? 예지능력일까? 이러한 점이 동물들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까? 헤르더는 이러한 점에서 인간은 '결핍 존재'라고 했다. 자연적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유기적 기관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 겔렌은 이러한 테제를 이어받고 있다. 그 역시 인간에게는 동물이 자연 속에서 발전시켜 온 감각과 본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인간을 '결핍 존재'로 규정한다.

 

6. 그렇다면 인간은 왜 아무런 기관적 장비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겔렌은 인간에게는 감각과 본능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퇴화'되었다고 대답한다. 즉 그것은 유구한 진화사를 통해 동물이 자신의 합목적적 활동에 적합하게 기관을 특수화했듯이, 인간도 합목적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기관을 특수화해 온 결과, 본능이 퇴화되었다는 것이다. 겔렌이 아무래도 무리수를 드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생물학적 차원에서 퇴화되는 것은 반대로 발달되는 기능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발달된 부분은 무엇인가?

 

7. 겔렌은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적인 '무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구 전역에 걸쳐 계속 번식하고 자연을 정복해 가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계획된 공동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연조건을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자연의 예측과 변경을 통해 생존을 위한 기술과 수단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활동이 자연적 활동과 구별되는 것이다. 이를 '문화'라고 부른다. 겔렌에 의하면 문화란 인간의 활동을 통해 변경시킨 야성적 조건들의 총체다.

 

8. 이 책을 읽다보면, 유사한 제목과 테제의 책이 오버랩된다. 막스 셸러의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 / 지만지,2012]이다. 두 책의 제목도 매우 흡사하다. 셸러와 겔렌의 공통점은 두 사람 다 독일 태생이라는 것이다. 셸러는 겔렌보다 꼭 30년 전에 태어났다. 셸러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겔렌은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니까 셸러의 입장에서 겔렌은 아들뻘인 후학이다. 겔렌은 이 책의 테마를 셸러에게서 얻었다고 짐작된다.

 

9. 예상했던대로 겔렌은 이 책에서 셸러를 언급한다. 다짜고짜 겔렌은 셸러의 논리를 '선입견'이라고 부른다. 셸러가 살아 있으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셸러는 '철학적 인간학'의 창시자로 기록된다. 칸트는 일찍이 철학의 근본 물음을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설정했지만, 셸러는 더 나아가 철학적 인간학이 종래의 '인간론'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10. 그렇다면 겔렌은 셸러에게 어떤 논리로 딴지를 거는 걸까? 셸러는 '지능'이 동물과 인간을 본질적으로 구별하는 징표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한다. 셸러의 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새로운 원리는 모든 생명체 일반에 대립해 있는 원리이며,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바깥에 서 있는 원리인 정신이다. 정신의 본질은 실존적으로 풀려나 있음, 유기적인 것과의 의존성에서 분리되어 있음이다. 이러한 정신을 지닌 존재는 더 이상 충동에 얽매여 있지도 않고, 환경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정신을 지닌 존재는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고, 세계 개방적이다."

 

11. 겔렌의 반론이다. "셸러의 학설 속에는 말하자면 본능, 습관, 실천적 지능, 인간적 지능이라는 하나의 단계적 도식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범하는 편견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가능성 때문이다. 그 하나는, 이미 동물도 가지고 있는 실천적 지능과 인간의 지능 사이에는 단지 점진적인 구별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물에서 인간에 이르는 연속적인 이행이 가능해지고, 인간은 동물적 '특성'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거나 정교화하고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정의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고전적인 계통발생론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것은, 단순히 지능이라는 특수한 소질 속에서 찾아 질 수 있는 '정신'이라는 어떤 특수한 성질이라는 것이다. 정신은 실천적 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행적 성취에 대립한다. 그리하여 정신은 탈자연화되어 있다."

 

12. 이 책에서 겔렌이 펼치는 논지 속 부각되는 키워드 중 '부담 면제'에 시선이 머문다. 다시 동물과 인간을 대비할 수 밖에 없다. 동물은 비록 환경에 의존적이라 할지라도 환경에 의해 생존을 보호받고 있다. 이에 반해 어떤 보호막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의 세계 개방성은 자연적 삶의 조건에서는 엄청난 삶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겔렌은 이러한 점이 '근원적으로' 인간이 짊어 질 수 밖에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내겐 두 사람의 논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더 없는 '부담'으로 남는다. 두 사람의 책을 함께 읽으면 '우주에서, 세계에서 인간의 본성과 그 위치를 숙고해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든다. 나는 좀 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따로 또 같이 불러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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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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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역기능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순기능도 많다. 그 중에서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페북 친구들의 일상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못난 모습을 보며 화가나고, 실망스럽다가도 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오십보 백보구나 하며 위로를 받는다.

 

2. 시선을 문학 작품으로 돌리면 더욱 다양하다. 작품안에서 나의 모습, 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갈등을 보며 그들이 그 상황 속에서 웃고 울고 하면서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뭔가 답을 얻는 느낌이다.

 

3. 이 책의 저자 박수현은 소설가를 꿈꾸던 이십대, 이른바 세계명작을 읽으며 자존감을 얻었고 소설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 슬퍼하지 않는 기술도 배웠다고 한다. 문학이 지닌 치유의 힘을 깊이 깨달은 셈이다.

 

4. 저자는 7년 동안 이 책을 궁리했다고 한다. 문학작품 속 사랑의 다채로운 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이라는 부제가 전해주는 느낌이 있듯이, 문학작품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의 영원한 인기 테마인 '사랑'을 들여다본다.

 

5. 그대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내겐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랑이다. 어쩌면 사람은 '사랑'이 뭔지 알기위해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받고, 위로받고, 주저앉았다 일어났다, 죽었다 살았다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니 진짜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망할 '사랑' 때문에 죽어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6.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표현으로 서장을 열고 있다. '삼킬수도 뱉을수도 없는 애물단지, 사랑 그리고 소설'. 연인들의 고뇌와 곤궁을 담았다. 이 책에서 사랑의 장구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결국 다음 세 가닥으로 묶인다. 첫째, 신경증이나 광기에 가까운 기이한 연인의 심리. 둘째, 판타지를 벗긴 사랑의 누추한 면모 혹은 인문학적 통찰. 셋째, 사랑의 기적 또는 기적을 행하는 방법.

 

7. 저자는 이 책이 사랑의 비극적 양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랑 때문에 비탄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랑의 부정적 면모를 두루 알아야 위로받고 자신을 치유할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양한 연인의 고뇌를 발굴하고, 그 본색을 샅샅이 캐려 했다. 아픈 마음의 대륙을 가능한 넓고 깊게 탐사하려 했다."

 

8. 각 이야기의 서두에는 민, 경, 희, 연, 도 등 익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소설 주인공이 아니라, 독자다. 연애 때문에 고통받는 독자다. 그들은 소설에서 비슷한 증상(?)을 발견하고 공감하거나 위로받거나 깨달음을 얻는다.

 

9. 책에는 12권의 국내외 문학작품이 소개된다. 그 중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들여다본다. 그 전에 만나는 남자마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에 '난 저주 받았어'소리치기도 하든 '희'라는 여인이 사례로 등장한다. 희는 남녀관계가 도달할 수 있는 정서적 오르가즘을 믿는다.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어서 이례적인 헌신을 베풀고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죽기전에 '당신만을 사랑했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번도 그 꿈이 이뤄지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 못해 절망이다.

 

10. 쿤데라에 따르면 "하나의 사랑이 잊지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 상투어도 있다.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접근도 필요하긴하다. "사랑은 꽉 짜인 필연의 그물을 벗어나서 짐작치 못했던 돌발적인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우연성으로, 사랑은 범속한 일상성에 대항하는 힘을 얻는다. 우연은 신의 영역이고 필연은 인간과 사물의 영역이다."

 

11. 사랑도 당연히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이다. 좀 더 내밀하고 복잡한 그 무엇이 개입되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위한 팁을 얻는 면도 있다. 읽어볼까 말까 망서리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권유한다. "세상은 내 뜻과 다르고 삶은 여전히 막막하며, 과거에 나는 많은 것들을 몰랐고, 그 무지를 깨닫는 일은 희열이자 고통이지만, 글쓰기는 행복하다. 이 책을 계기로 사람들이 열정을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사랑을 쉽게 그만 두지 않기를 소망한다."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지만, 읽는 것은 아무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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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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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 기대없이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섰던 짧은 유람선 여행에서 돌고래떼를 만난 듯 반갑다. 배상민의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저 재미로만 읽기엔 톡 쏘는 강한 맛이 있다. 돌고래가 솟구치며 뿌리고 간 물벼락을 맞은 듯 싸~하다.

 

2.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난다. 1976년 경남 진해 태생인 작가는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단편소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로 2012년 '젊은 소설'에 선정되었고, 이 작품 외에 장편 소설 [콩고, 콩고]가 있다.

 

3.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소설의 공통점은 청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밝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전혀 그 반대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든 조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때론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한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열심히 살아가야만 한다.

 

4. 8편 중 몇 편만 요약하며 느낌을 적어본다.
'안녕 할리' - 바이커들의 로망일 수도 있는 할리 데이비슨으로 시작해서 할리로 끝난다. 할리가 주인공인 듯 하지만, 사실은 오로지 출세지향적인 사회구조와 욕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주인공은 삼십이 년간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엄마는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물론, 부모 말에 토를 달아본 적이 없는 착한 아들이라고 온 아파트에 자랑하고 다녔다. 그런 아들이 양아치꼴을 하고 나타난다. 모자간의 합의된 목표인 S전자에는 못 들어가고 L전자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부서장 책상에 기세좋게 사표를 던지고, 그 위에 담뱃불까지 끄곤 회사를 나왔다. 그리곤 오토바이 가게를 열었다.

 

5.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잘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결말이 아주 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작가의 표현력은 참 맛있다. "내가 커서 뭐가 되어야 하는지는 미리 정해져 있었다. S대를 나와 S전자 정도 되는 대기업을 들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삶의 방향이었다." S자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S중독 환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S대, S전자, S라인, Sexy 까지..나아가선 이 모든 것을 통합한 Standard가 있다. 주인공은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좀 늦게나마 반란을 일으킨다. 주인공의 S는 오직 Sex와 Sports뿐이다.

 

6. '조공원정대' - 책을 통해 여러가지를 알고 배운다. 조공원정대를 알게 된다. '조공'이라는 건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갖다 주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조공원정대'는 좋아하는 스타를 찾아가서 직접 선물을 주고 오는 팬들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친구들을 부추겨 난생처음으로 서울을 향한다. 목표지점은 '소녀시대'다. '소녀시대'를 만나서 '루왁커피T10'을 전해줘야한다. 커피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끔찍히도 아까는 것을 몰래 훔쳐왔다. 아무리해도 소녀시대에게 전해줄 조공물이 준비가 되지않았기 때문이었다.

 

7. 주인공과 친구들 역시 일그러진 이 사회가 만들어낸 젊은 초상들이다. 그들은 소녀시대에게 선물도 전해주고 가까이서 직접 보고 싶다는 일념이었지만, 어느 덧 서울 생활에 이끼처럼 내려 앉는다. 레스토랑 점원으로, 나이트 클럽 웨이터 보조로 그렇게.. 주인공을 통해 2009년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 나라 이 땅에 영향을 준 부분이 언급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외풍에도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나라의 중요 정책을 주관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쉬울 것도 없고, 배고플 일도 없고, 죽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으니 참 웃기는 세상이다.

 

8. '미운 고릴라 새끼'에선 보노보 원숭이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유인원에 가장 가깝다는 보노보. 조국 교수는 이 보노보를 타이틀로 [보노보 찬가]를 썼다. 침팬지가 우세한 정글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생각해보자는 단상을 적었다. 작가도 보노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배울점이 있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의 코드는 차별없는 평화다.

 

9. 일부러 리뷰를 쓰기전에 책의 말미에 붙은 문학평론가 이경재의 해설을 안 봤다. 내 느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이 해설의 소제목이 '우리 시대의 디오게네스'라고 적혀있다. 배상민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부조화가 키워드란 이야기도 한다. 이경재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본다. "정치적 시선의 맹목을 아우르는 인류학적 시선의 공허를 파고드는 정치적 시선이 서로 깊은 관계를 맺은 결과이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하다. 웃기는 짧은 이야기 속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이 작가의 글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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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 사람들 앞에 홀로 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강헌구 지음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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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제목인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받는 힘'을 볼 때 책 내용과는 무관하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래 전 '오프라 윈프리'쇼를 TV에서 시청하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친 적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가 꽤 많은 여성 방청객(싱글맘이던가, 가정폭력의 희생자들이던가, 아뭏든 그리 평안한 환경의 여인들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들 모두에게 신형 SUV 한대 씩을 깜짝 선물로 준다는 멘트를 하자 방청객은 박수는 물론 급감동의 쓰나미로 뒤덮였다.

 

2. 대단한 깜짝 선물을 전해줄 때는 굳이 말이 필요없지만 분야를 떠나 강의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들 탓을 하고, 듣는 사람은 하는 사람 탓을 한다. 꽤 오래전 의학 세미나에 참석을 했는데, 새로운 내용도 없으면서 강의법이 어찌나 지루한지 강의자에게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자리에서 살짝 코를 골고 잔 적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3은 그랬단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2박 3일(두 분 자고, 세 번 깨는)또는 그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

 

 

 

 

 

3. 이 책의 저자 강헌구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명강사이다. 그러나 이 분이 처음부터 명강사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에선 저자가 초등학교 1학년을 두 번 다녔다는 과거지사부터 시작한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소소한 일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그 시절. 음악 시간이 시작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차마 그 이야길 못하고 참다 참다 결국 싸고 말았다. 그리곤 아예 학교를 안 갔다. 그리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예전의 그 오줌싸개는 지금 5,000명, 만 명이 모이는 곳에 가서도 한 시간 이상 자유자재로 소신을 말하고, 수백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TV 생방송 특강을 하는가 하면, 세계 여러 도시로 강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4. 그렇다면 저자의 명강연 비결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노하우도 많이 축적되었겠지만 '오직 연습만이 대가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나, 연습도 연습나름이다. 연습장에서 하루 종일 골프채를 휘두른다고 해서 필드에 나가 꼭 좋은 결과가 나오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5. 우선 각 챕터 제목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선 - 선제기습 : 초반 3분에 대세를 장악한다. - 집중 :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 핑퐁 : 주고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 대변인 : 청중의 가슴으로 말한다.  - 결행 :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그만두게 한다. 
2부로 넘어가선, CEO와 직장인을 위한 토크파워 공식과 백문 백독 백습, 프로강사의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강의를 위한 개론적인 설명이라면, 2부는 업그레이드를 위한 팁이라고 볼 수 있다.


6. "프레젠테이션의 성패는 초반 3분에 결정된다. 청중은 앞에 서서 말하는 사람이 첫마디를 시작한 지 3분 이내에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할 것인지 아니면 대충 들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초반에 대세를 장악하지 않으면,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끌기는 쉽지가 않다." 초반 3분을 휘어잡기 위해서 저자는 짧은 한 토막 이야기로 청중의 귀가 번쩍 띄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고있다.

 

 

 

7. 아울러 "초반에 대세를 장악하기 위해선 '개소리'를 집어치워야 한다. 초청해주어서 또는 참석해주어서 감사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열심히 하겠다. 협조를 부탁한다는 식의 말을 나는 가차 없이 '개소리'라고 부른다."  개소리에 대해선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8. "무대 위에 홀로선 그대의 최대 과제는 청중으로 하여금 잡념에 빠질 일말의 여유도 주지 않고 오직 그대에게만 눈과 귀와 마음을 집중케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대 위에서 그 결말이 너무 궁금한 무언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벤트를 계속해서 연출해야 한다." 

 나 역시 강의를 할 때 가끔 써먹는 방법이다. 한 두 사람을 무대로 올라오게 해서 분위기를 회전시킨다. 올라온 사람은 올라온 사람대로, 앉아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대로 적당한 긴장과 깨어있음이 필요해진다.

 

 

 

 

9. "강의를 재미있게, 집중도 높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적당한 유머를 적재적소에 집어넣는다." 유머가 너무 많으면 개콘이 되어버린다. 너무 알려져 있는 유머도 피해야 한다. 비록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짧으면서도 반전이 깃든 유머는 청중들의 경직된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준다. 장례식장도 아닌데, 시종일관 심각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진지하게 진행할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너무 경직된 분위기는 강연자나 청중의 몸과 마음을 매우 피곤하게 한다.

 

어쩌면 그대가 알고 있는 유머일 수도 있겠지만, 맛배기로..

강연자가 청중에게 황선홍 이름 석자의 운을 떼라고 요구한다.

 

황 : 황선홍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입니다.
선 : 선제골을 넣어 한국을 살렸습니다.
홍 : 홍명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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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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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 예술작품이란 무엇일까? 나아가서 '예술가', '예술 창조', '독창성'. '창의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예술이란 것이 인간이 살아감에 어떤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예술가들도 힘이 날테니까.


2. 이 책 [영혼의 미술관]의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이다. 국내에도 제법 팬이 많다. 좀 썰렁한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그의 이름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여러모로 보통이 넘는 사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일상과 감정을 정밀하게 포착해낸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3. 이 책은 온전히 보통의 작품이 아니다. 그가 영국 출신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알랭 드 보통이 집필한 책이다. 원제는 [Art as Therapy] 로 되어있다. 


4. 넓고 두꺼운 표지를 열면 제법 큰 활자체로(특별히 두 쪽만 효도 폰트) 이렇게 묻고 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자는 예술이 너무 높이 올라가 있다고 한다. 눈높이로 내려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명화, 명작등을 직접 대면하게 될 때, 예상했던 감동이나 변화의 경험이 일어나지 않아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실망하기도 한다. 어리둥절하다. 나아가선, 내가 무지하거나 무능한 탓이려니 하고 자책까지 한다. 그러니 예술은 점점 먼 그대가 되고 마는 것이다.


5. 그래서 보통이 나섰단다. 문제의 뿌리가 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여태껏 불문률로 여겨온 예술의 존재 이유를 더욱 생각해보고 싶다 한다. 역시 보통 답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예술의)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도 펼치고 있다. 


6. 141편의 사진이 글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잘 배치되어있다. (이 점 중요하다. 그림과 사진의 배합과 조율이 안 된 책은 보다가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소위 명화급에 들어가는 그림이나 조각은 물론 근, 현대 건축물 또는 오래 된 광고 전단지까지 동원시켜 뒤집어도 보고, 흔들어 보기도 하고, 비틀어보기까지 한다.


7.  많은 이야기 중에서 보통이 열거한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이 특히 마음에 든다.  


1) 기억 : "우리는 기억하는데 서툴다. 우리의 마음은 난처하게도 사실적이든 감각적이든 중요한 정보를 잘 잊어버린다." 글쓰기는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방편이다. 문자가 형성되기 전엔 그림이 앞섰다. 고대 동굴 벽화를 연상해보면 그렇다. 


2) 희망 : 가장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미술의 범주는 쾌활하고, 즐겁고, 예쁜 것들이다. 봄날의 초원, 뜨거운 여름 한 낮의 나무 그늘, 전원 풍경, 미소 짓는 아이들, 취향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들에겐 비호감이라고 한다. 


3) 슬픔 : 고통을 보다 잘 견디게 하는 법이 예술의 기능 중에 포함이 된다는 부분은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 좀 곁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전쟁기념관'이라는 호칭이 너무 맘에 안든다. 기념할 것이 그리도 없어서 전쟁까지 기념인가? 그냥 '기록'이라고 하면 어떤가. 정 남기고 싶은 유물과 역사라면 '전쟁기록관' 까지는 봐주겠다. 그 아픔의 기록은 슬픔의 또 다른 이름이다.


4) 균형회복 : 지혜로운 삶은 균형감있는 삶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예술의 한 역할이 우리의 정서적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데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각기 그 개성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이야길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보통 그렇다.


5) 자기 이해 : 그대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 나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단연코 'No~' 라고 답하련다. 묻는 그대가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복잡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제외한 대체적인 이미지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포프는 詩의 한 핵심 기능을, 우리가 어설픈 형태로 경험하는 생각들을 붙잡아 거기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보통은 예술 작품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6) 성장 : 처음에 낯설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의 가치는, 그런 예술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우리 인류와 충분히 교류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각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는데 있다. 바로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는 보통의 생각이다.


7) 감상 : 우리의 주된 결점,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주위에 늘 있는것을 알아채리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해 고생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종종 엉뚱한 갈망을 품는다. 저자는 예술은 이룰 수 없는 것을 미화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끌어가야 할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8. 어쨌든 예술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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