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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시간 - 인간의 손끝이 우주를 새겨온 이야기
레베카 스트러더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4월
평점 :
〈 Book Review 〉
《 시계의 시간 》 - 인간의 손끝이 우주를 새겨온 이야기
_레베카 스트러더스 / 생각의힘(2025)
“우주 시간에서 1초는 화성에 착륙하느냐, 거기서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착륙하느냐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현대에 나온 최신 시계와 18세기 골동품 시계 사이의 정확도 차이가 ‘잠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이 ‘잠깐’은 하루 중 몇 분 혹은 몇 초에 불과하다.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삶을 나노초 단위로 측정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P. 328)
이 책의 지은이 레베카 스트러더스 (Rebecca Struthers)는 영국 버밍엄 출신의 시계제작자이자 역사학자라고 소개된다. 2017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하다. 10대 시절부터 시계제작을 배웠다고 한다. 새로운 시계를 제작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부품을 재활용하든 완전히 새로 제작을 하든 6개월에서 6년까지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무브먼트로 작동되는 시계가 한물간 느낌도 들지만, 지은이는 수공예 시계제작에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은 컴퓨터 수치 제어로 제작되는 시계에선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해되는 부분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 시계의 역사를 담았다. 시계학의 영감이 우주 전체에서 나온다는 언급에 주목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시계제작자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시간 자체의 역사와 시계가 인간의 삶에 끼친 영향을 기록했다. 현재 고고학계에서 최초로 시간을 측정한 장치라고 추측하는 가장 유력한 물건은 4만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1940년대에 남아공 레봄보 산맥에서 박쥐 구아노(배설물이 퇴적, 응고되어 화석화된 것)를 채취하던 사람이 관목과 덤불들 사이에서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동굴에는 매우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의 뼈가 가득했다. 그중에는 9만 년 된 뼈도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동굴 안에서 6만 9,000개가 넘는 유물을 발견했다. 그 중 시계학자의 눈길을 끈 것은 검지 길이 정도 되는 비비의 종아리뼈에 29개의 홈을 새겨 놓은 것이었다. 몇 가지 추측 중 밤과 낮의 변화다음으로 달의 변화로 시간을 구분했다는 이론이 힘을 얻는다. 음력 한 달의 평균 길이인 29.5일을 계산해서 표시를 해놨다는 이야기다.
시계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이야기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근현대의 시간을 거치는 500년 시계 역사상 가장 빠른 진화가 벌어진 시기는?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사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시계뿐만 아니라 군장비의 개발과 개선으로 기록된 때이기도 하다. 전장의 가혹하고 극한적인 환경을 훨씬 더 잘 견딜 수 있는 시계가 개발된다. 비행사, 해군 잠수부들의 시계가 대표적이다. 전쟁의 상흔은 대를 이어 내려가지만, 더러 사물의 유산이 후세대 삶의 질을 높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흥미롭다. 시계학자의 시각과 감각으로 쓰인 글들은 섬세하다. 아울러 역사학자의 시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시간의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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