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레의 민중
쥘 미슐레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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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레의 민중

_쥘 미슐레 / 교유서가

 

 

민중이란 단어는 무겁다. ‘국민이라는 단어 안에는 어쨌든 빈부격차도 상하계급도 덜 보인다. 그러나 민중맞은편에는 명령내리는 것이 특기인 사람들, 사람을 내리 깔아보는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중은 반쯤만 살아 있는 비참하고 왜소한 사람들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다. 중세 도시산업화의 영향으로 노동자가 되어 멋진 상품들을 생산하지만, 그 생산품의 소비자가 되기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럭셔리 아파트를 건축하는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그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인 현재의 상황과 맞물린다.

 


쥘 미슐레는 누구인가? 1798~1874 까지 살다간 프랑스인이다. 농촌 출신의 어머니와 인쇄업을 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년기에 나폴레옹의 언론 탄압으로 가업이던 인쇄소 문을 닫고 시련을 겪었다. 학업 기간은 짧았으나 뛰어난 학창 시절을 거쳐 이십대 초반에 교수자격을 얻었다.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나폴레옹 3세의 왕정복고에 반대하던 중 권력자들에 의해 국립문서보관소와 대학에서 해임되었다. 그가 30여 년에 걸쳐 집필한 프랑스사는 사학자의 역작이자 기념비로 꼽힌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을 넘어서네.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따라서 자네와도 연관된다네.” 비교적 긴 서문의 첫 문장이다. 여기사 자네란 에드가르 키네를 가리킨다. 동료 학자이다. 키네 역시 나폴레옹 알레르기가 있다. 키네에게 쓰는 서간문 형식을 빌려 저자는 그가 민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그 자신으로, 자신의 삶과 나의 심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역사서를 쓰면서 민중을 생각할 때마다, 자료를 들여다볼 때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직접 겪었던 일들과 상이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덮고 가능한 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지. 고독한 작가는 군중 속으로 몸을 던져 소음을 듣고 말을 기록했다네.” 아울러 서문에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함축되어 담겨있다.

 


농민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800년대 프랑스 농민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목가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민중의 땅이 상위 소수의 재산으로 등록된다. 농민들은 피고용인, 임차인, 소작인, 일용노동자가 된다. 그나마 혁명 이후 어떤 정부도 농업의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매해 농민은 5억 프랑을 국가에, 10억 프랑을 고리대금업자에게 지급한다. 거기에 간접세까지 부담된다. 땅이 없는 농부는 살길을 찾아야 한다. 도시 노동자가 된다.

 


농민의 예속은 기계에 의존하는 (공장)노동자의 예속으로 바뀐다. 도시의 삶은 편한 면이 많다. 그러나 농민들이 도시생활을 하면서 얻는 것은 병뿐이다. 도시의 음식은 몸을 살찌운다. 그러나 안색이 바뀐다. 농촌의 노동자가 영양도 부실한 상태에서 어찌 강건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사례이다. 그가 잃은 것은 자유로운 공기, 맑은 공기, 생장하는 것들의 향기로 끊임없이 언제나 새로워지는 공기였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매춘부와 도둑과 함께 몰려 살고 있는 그 비참한 거주지의 공기는 몹시 해롭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농민, (공장)노동자, 상인 등의 예속을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린다. 그리고 사랑을 통한 해방이라는 2챕터를 통해 자연과 조국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 민중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교육자의 삶을 살았던 저자는 교육과 정치에 대해 단호한 생각을 남겼다. 교육은 얼마나 지속되어야 하는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정치의 첫 번째는 무엇인가? 교육이다. 두 번째는? 교육이다. 세 번째는? 교육이다. 법이 잘 준비가 되지 않은 시대에, 오래도록 사람들이 법을 사랑하거나 원하도록 키워지지도 않은 시대에 나는 역사를 공부하다가 너무도 늙어서 법을 믿지 않는다. 바라노니 법안은 적게 만들되 교육을 통해 법의 원리는 강화하기를,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들라. 인간을 만들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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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29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 대학에 들어가면서 처음 공부한게 민중이란 무엇인가였는데.... 그 때는 정말 처음 듣는 말이어서 좀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그 주제 하나로 저렇게 방대하게 쓴 사람도 있군요. ^^

쎄인트 2021-07-30 10:41   좋아요 0 | URL
예...대부분 민중에 대한 글들이...
민중이 아닌 권력자들, 지배계층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민중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미슐레의 민중
쥘 미슐레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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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농민, (공장)노동자, 상인 등의 예속을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린다. 그리고 ‘사랑을 통한 해방’이라는 2챕터를 통해 자연과 조국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 민중의 역사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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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힘, 리질리언스 코칭
이지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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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행위는 낮은 자세에서 출발한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한 번도 넘어지거나 주저앉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다시 일어서는 힘과 함께 평소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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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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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잘 알려진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이해와 존경심이 담겨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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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 AI와 통제 문제
스튜어트 러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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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 AI와 통제 문제

_스튜어트 러셀 / 김영사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장밋빛 미래일까? AI의 혜택을 입고 살아갈 사람은 인류의 몇 퍼센트나 될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AI의 혜택을 볼 사람이 늘어나긴 하겠다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생애에서 난 AI와 상관없을 거야할지 모른다.

 

어쨌든 인공 지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작업은 아닐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갖건 아니건 AI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 더욱 깊숙이 관여할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기계가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의사결정 능력을 이미 갖고 있고, 더욱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공학부분 석좌교수이자 AI 분야에선 독보적인 존재인 이 책의 저자 스튜어트 러셀은 AI가 인간 지능의 산물이지만, 우리 지능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만나는 것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인류 역사의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인간의 지능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에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크게 3챕터로 편집되었다. 1~3장은 인간과 기계의 지능이라는 개념을 살펴본다. 4~6장에선 기계에 지능을 부여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논의한다. 특히 통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7~10장에선 AI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기계가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상태로 영구히 남아 있게 할 방법을 제시한다.

 

지나치게 지적인 AI’. 인간보다 상당히 더 뛰어난 지능을 지닌 기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인류는 우월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요한 문제이다. 사실 이러한 의구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842년 해석기관을 고안하고 그것을 위한 프로그램을 짠 찰스 베이지와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그것의 잠재력을 인식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은 듯하다(기계가 아무리 똑똑해도 자료를 In Put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자만심). 그러나 종교 잡지프리미티브 익스파운더의 편집장 리처드 손턴은 1847년에 기계식 계산기에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런 기계가 더 완벽해질 때. 자신의 모든 결함을 스스로 치유할 계획을 생각하고, 이어서 인간 마음의 이해 범위를 초월하는 개념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과연 누가 알랴!” 선견지명 있는 언급이다.

 

저자는 초지능 AI’가 언제 출현할지 예측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데, 대개는 답변을 거부한다고 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그런 예측은 으레 틀리곤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넘어야 할 명확한 문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예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계는 이미 몇몇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증명 가능하게 이로운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초지능 기계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위험도 제거될 것이다. 인류는 AI와 함께 발전을 계속할 수 있고, 발전하는 우리 문명에서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는 기계의 능력 덕분에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농업용, 산업용, 사무용 로봇 덕에 수천 년 동안 해온 노동에서 해방될 것이고, 삶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자유를 얻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일반 독자를 위해 썼지만, 인공지능 전문가에게도 도움이 될 깊은 내용도 적절하게 배합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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