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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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4

 

 

철학을 권하다줄스 에반스 / 더퀘스트(길벗)

 

 

1. “옛사람들은 철학을 온몸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체육관에서 배우고 연습하는 것으로 여겼다.” 몸 근육을 단련하려고 투자를 하는 만큼 마음 근육을 위해 관심을 갖는다면 세계 제2위의 자살 공화국으로 까진 안 가도 될 텐데 안타깝다.

 

2. 대학 1학년생. 갑자기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 난데없이 공황발작과 심한 감정의 기복, 우울증, 불안장애가 몰려왔다. 저자 줄스 에반스의 이야기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럭저럭 학업은 따라갔지만, 정서적 삶은 더 황폐해져만 갔다. 그 후 어찌어찌 연결되어 인지행동치료를 받게 된다.

 

3. 저자는 인지행동치료를 받으면서 그 아이디어와 기법이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고대 그리스철학이 떠올랐다. 인지행동치료의 오리진을 거슬러 올라가봤다. “인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진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한 말이다.

 

4. 이 책은 저자의 독특한 구상으로 편집되었다. 우선 아테네 학당을 다시 세웠다. 이미 저 윗동네 노인정에서 놀고 계시던 어르신들을 단체로 모셔왔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오전수업, 점심시간(식사하면서도 강의는 이어진다), 오후수업, 저녁수업 그리고 졸업식이다. 하루에 끝나긴 하지만, 거의 스파르타식으로 강행군이다.

 

5. 그렇다고 지레 겁먹진 말자. 오늘은 오전수업만 듣고 오후 수업은 내일 들어도 된다. 강의는 반복 된다. 책이 없어질 때까지.

 

6. 신경과학자들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인간 두뇌의 놀라운 능력을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두뇌를 오직 밖에서만 보던 시절에 두뇌의 가소성에 처음으로 주목한 사람들이다.

 

7. 철학이 할 일이 있다. 인간을 바꾸기 위해 먼저 습관적인 것을 의식하고, 그 뒤에 의식한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이중 처리과정이 필요하다. “철학은 훈련이다. 연습할수록 쉬워지는 정신적, 육체적 운동이다.” 몸이 기억하고 오래 전 몸 움직임을 재현해줄 때도 있다. 마음 또한 그리해주길 바랄 뿐이다.

 

8. 점심시간. 철학자들의 식사시간에 에피쿠로스를 만나보자. 에피쿠로스의 키워드는 즐거움이다. 한 발 더 나가면 쾌락이다. 에피쿠로스는 즐거움은 존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가르쳤다. 그 유지를 잘 받들어 오직 쾌락에 몰두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매우 소박하고 합리적인 쾌락주의로 이해된다.

 

9.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 많은 답변이 있겠지만, 나는 나를 이해하고 당신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답하고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당신에게 철학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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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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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5

 

밤의 이야기꾼들전건우 / 네오픽션

 

1. ‘그날 밤의 폭우로 60명이 죽고 32명이 실종되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템포가 빠르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마치 프롤로그 장면처럼 폭우 속 급류에 얼떨결에 휩쓸려 간다. 소년은 아빠,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캠핑을 왔다. 고가의 텐트와 코펠 등을 빌려서 왔다.

 

2.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왠지 모를 두려움에 소년은 움츠러든다. 아빠, 엄마와 함께 무섭게 불어나는 계곡물을 거슬러 겨우 대피소에 피한 후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혼자 남겨두고 텐트와 코펠을 챙기기 위해 다시 계곡을 건넜다. 그리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3.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힘든 시간을 이겨 낸 소년은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소년의 이름은 김정우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으나 연락조차도 없던 어느 날. 면접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운명처럼 도서출판 풍문에 입사한다.

 

4. 소설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채집하고 정리하는 위치에 있는 월간풍문은 문자 그대로 풍문을 따라 다니며 그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 전문이다. 의외로 독자가 많다. 정기구독자에게만 배포한단다.

 

5. 정우는 입사 후 처음으로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밤의 이야기꾼들이 그 대상이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모임은 매년 한 번씩, 같은 날 저녁에 멤버가 모여서 밤새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6. 다섯 가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토리를 털어놓으면 재미가 없다. 함축 시켜놓으면 몇 줄이면 될 이야기지만, 그 스토리의 배경은 등골이 선뜻하다가, 마음이 애잔해지다가, 혹시 내 마음에도 저런 마음이 들어와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한다.

 

7. 누군가 몹시 미운 사람이 있다. 지구상에서 사라져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고등학생 때든가 유행했던 말이 하나 떠오른다. “요즘 귀신들은 뭐 먹고 사니? 저런 인간들 안 잡아먹고..” 그런데 작가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 난쟁이들이 나타나서 답삭 들고 가게 만들었다. 소설 속에서..그러니 착하게 살다가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가 있다.

 

8. 문득 재작년인가 읽은 책 중에 벽은 알고 있다가 생각난다. 유태인 학살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떠났으나 벽은 다 보고 듣고 기억한다는 스토리다. 불가피하게 살던 집(사서 내 집으로 만들고 싶었던)을 떠나 반지하방으로 이사 간 한 사내(가장)의 이야기는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결말은 섬뜩하지만.

 

9. 그 외의 이야기 모두 일단 재미있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 구상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한 편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성향은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녹아들어 있을 수도 있다. 단지 함량이 문제고,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덮고 살 뿐이다.

 

10. 나른하고 따분한 일상에 뭔가 한 대 때려줬으면 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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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처럼 일하라 - 세계 최고 첩보 조직 CIA의 정보력, 관찰력, 분석력
J. C. 칼레슨 지음, 조자현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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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3

 

스파이처럼 일하라J. C. 칼레슨 / 흐름출판

 

1. ‘스파이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단상이 있다. 군복무중 일어난 일이다. 보안부대 요원 하나가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꼴이 보기 싫었다. 언제 한 번 저 친구 손을 좀 봐줘야겠다. 때가 되었다. 내가 출입통제구역의 경비를 서게 되었다. 원래 비밀스런 일을 하는 분야는 표시를 내지 말고 다녀야 정상이다. 사복차림에 라이방에 어디서든 그 친구는 눈에 확 띈다. 그날도 내가 경비를 서고 있는데 제집 들어오듯 껄떡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내가 막았다. 나는 그를 아는데, 그는 나를 모른다. 다행이다.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한다. 그러건 말건 나는 신분증이 없으면 못 들어간다. 들어가려는 목적이 뭐냐 물었다. 잠시 좀 시끄러워지고, 군의 상급자가 나와서 수습이 되었다. 나는 잘못 한 것 없다. 사태가 정리되고 동기가 다가와서 내게 묻는다. 저 친구 진짜 누군지 몰랐어?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까 그랬지

 

2. 이 책의 키워드는 정보력, 관찰력, 분석력이다. 직장인과 사업가들이 갖고 있어야 할 ()’. 이 책의 저자 J. C. 칼레슨 은 강렬한 여전사(女戰士)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로 CIA의 비밀 첩보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3.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무질서하고 거친 현장일수록 강한 원칙과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글의 템포가 빠르다. 나는 이런 흐름이 좋다. 지지부지 중언부언 하는 책들은 딱 질색이다.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첩보세계입문, 스파이기술 내부적용, 스파이기술 외부 적용.

 

4. 저자는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쓰고 이렇게 답한다. “기업이라는 환경을 감안했을 때 지금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나 승진, 대량 판매, 당신의 회사에 유리한 규제 결정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이 당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얻게 해줄 지침서가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에게 그런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포섭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5. 첩보원들이 갖고 사는 엄격한 도덕률은 참고가 될 만한 사항들이다. - 명성과 진실성을 현금처럼 여겨라. - 상어는 동족끼리 잡아 먹는다 (자신의 팀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기만 한다면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 성향이 그런 사람은 밖에 나가서 싸우게 하자). - 규칙을 분명하게 정하라(규칙은 상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해야 규칙이다).

-거짓말을 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이 말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살짝 비튼 것이다) -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하라. - 사생활이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다. - 적과의 동침...하지만 한쪽 운은 항상 뜨고 있어라. -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급박하게 움직여라. -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예를 들면 경쟁 업체에서 정리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때야말로 그 회사의 최고 인재들을 빼내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 공급 업체의 진실성에 책임을 져라. - 돈 관계를 명확히 하라! 첩보 세계는 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6. 스파이건 액스맨이건 탄로 나면 끝이다. 반대로 뭐 한건 해놓고 생색내거나 가로채지 말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우선 당신이 잘 알고 있고, 하늘이 알고, 동료 선후배 또는 경쟁 업체까지 다 안다. 모두 안다는 것을 당신만 모르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는 끝까지 잘 해야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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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기회의 대이동 -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최윤식.김건주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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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2

 

2030 기회의 대이동최윤식. 김건주 / 김영사

 

1.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책이 여러 권이다. 그 중 에릭 호퍼를 생각한다.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회철학자인 에릭 호퍼. 1902년 독일에서 태어난 호퍼는 어렸을 때 시력을 완전히 잃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15세 무렵 기적이 찾아왔다. 다시 시력이 살아난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은 못 받았지만 많은 책을 읽었고, 책을 쓰기까지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급변의 시대에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다. 배움을 끝낸 사람에게는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 - 인간의 조건중에서

 

2. ‘변화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그 빠름에 놀라고 범위에 놀란다. 초초스피드, 광광대역이다. 그러나 대부분 바라보는 사람들, 그 변화의 흐름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느긋하다. 속도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니 긴박감도 없다. 그냥 살아간다.

 

3. 그래서 저자들이 나섰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존재 이유들이다.

 

4. 그렇다고 이 책에서 굉장한 답을 바라는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변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변화를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선을 갖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책은 크게 세 묶음으로 구성된다. 1땅의 이동은 지구촌 단위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거대한 힘의 이야기다. 모든 나라, 지역에 공통된 사항이지만 한반도, 한국사회 역시 지구촌의 거대한 변화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땅의 이동을 읽어내는 눈, 시야가 필요하다.

 

6. 2과녁의 이동은 거대한 땅의 이동 위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러 요소에 관한 이야기다. 가까운 미래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끼칠 변화의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모습이 어떠한지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3의 이동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에 관한 이야기다.

 

7. “기회는 사라지거나 축소되지 않는다. 단지 이동할 뿐이다.” 내게 행운이 코앞에 왔다가 사라졌다. 아주 없어졌는가? 아니다. 다른 곳(사람)으로 갔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긴가민가 했을까. 의심을 했을까? 내게 온 행운에 대해 말이다.

기회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8. “모든 지식이 변화의 방향과 속도 등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는 기존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금까지 부를 창출했던 지식이었는데 돌연 부를 잃게 하는 지식으로 변한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부의 이동을 추적하고 선점하려면 지식에 냉정해져야 한다. 새롭게 부를 창출하는 지식과 부를 잃게 하는 지식을 구분해야 한다.”

 

9. 내가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 하건 무심하건 간에 변화는 앞질러간다. 그 변화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보일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한 라인에 있다. 단지 속도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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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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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1

 

헤르만 헤세의 사랑베르벨 레츠 / 자음과모음

 

1.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땐가 읽었던 문학잡지의 글 한 꼭지가 생각난다. 어느 신입 문화부 여기자가 한 여류작가를 인터뷰하려고 작가의 집을 방문했다. 작가의 집 문을 두드리는 기자의 마음은 설레다 못해 진정이 안 될 정도였다. 아직 문학소녀의 기질이 파릇파릇한 여기자에게 그 여류작가는 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무심코 여류작가의 발을 보는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여류작가의 스타킹에 제법 큰 구멍이 나있고 뜯어진 부분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여기자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구멍 난 스타킹의 충격이 컸다. 스타킹이야 구멍도 날 수 있고, 뜯어질 수도 있는데 마치 그 여류작가를 향한 로망이 노망이라도 난 듯 그렇게 마음이 심란한 상태로 변했다. (구멍 난 스타킹은 확실하고, 나머지는 다시 그림)

 

2.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구멍 정도가 아니라 싱크홀을 본 듯 아득해질 수도 있다. 헤세를 향했던 애틋한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면’. 이 책의 관건이다.

 

3. 시인 헤세와 함께한 여인들의 이야기다. 제도와 사람에게 구속받기를 퍽이나 싫어했던 헤세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의 여인에게 그의 삶의 일부를 맡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차피 사람은 모순 덩어리긴 하지만 말이다. 헤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명확한 여성상을 그려놓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 여성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여성을 만나야했을까?

 

4. 세 여인의 간략한 면모는 이러하다. 바젤의 학자 집안 출신인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 젊은 성악가 루트 벵거, 미술사학자 니논 돌빈. 나는 이 책을 통해 헤세의 작품 하나하나가 어느 여인과 함께 할 때였나에 주목하련다. 작품은 영감이고, 그 영감은 여인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나의 사상이나 예술관 때문에 내 인생에서, 혹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어려움에 봉착한다. 나는 사랑을 부여잡을 수도, 인간을 사랑할 수도, 삶 자체를 사랑할 수도 없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쨌든 상당이 이기적인 발언이다. 줄줄 모르는 사람이니 그저 받고 싶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6. 첫 번째 신부인 마리아는 36, 헤세는 27살이었다. 헤세는 편지에서 마리아를 거친 야생마같은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결혼 전 두 사람이 교제 중일 때 페터 카멘진트가 태어났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페터 카멘진트를 읽고 헤세에 대해 아주 나쁜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염려하는 마리아의 편지글도 보인다. 수레바퀴 아래서도 이 무렵에 태어났다.

 

7. 페터 카멘진트는 헤세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었다. 팬레터도 상당했다. 그 중 열다섯 살짜리 여고생이 보낸 편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니논 아우슬렌더 였고, 16년 후 헤세는 그녀를 만나고, 그 후 5년이 지나 그녀와 결혼을 한다.

 

8. 이 당시 헤세의 정서상태는 불안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리치료, 정신분석을 받은 기록도 있다. 게르트루트』 『크놀프』 『길가에서』 『데미안』 『싯다르타가 출간되다. 헤세는 마리아와 이혼 후 루트와 결흔을 한다. 그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다. 요양객 : 바덴에서의 요양에 관한 기록』 『황야의 이리가 출간되다.

 

9. 그리고 니논과 결혼하다. 위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 『정원에서의 시간』 『신시집』 『유리알 유희』 『꿈의 발자국등이 출간되다.

 

10. 오직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할 뿐이다. 독자는 작가의 사생활에까지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자제할 일이다. 물론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면은 예외로 하자. 이 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아낀다. 헤세를 더욱 이해해주고 싶다. 그리고 읽었던 작품, 읽어야 할 헤세의 작품들을 대하며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 너는 그때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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