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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 일상의 모든 이유가 우주로 통하는 천문대장의 별별 기록
조승현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Book Review 〉
《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 - 일상의 모든 이유가 우주로 통하는 천문대장의 별별 기록 _조승현 / 애플북스
“나는 반짝이는 별의 아름다움도 좋아하고, 어두운 곳에서 황홀하게 펼쳐진 밤하늘도 사랑하지만, 그런 별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도 못지않게 사랑한다. 그것이 내가 천문학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p.14)
‘철학적 인간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의학, 천문학, 사회학자인 막스 셀러는 그의 책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에서 현대인이 인간에 관한 개별 과학적 지식과 부분적 이해는 많이 갖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에 관한 종합적인 이해, 즉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일적인 통찰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책 제목 그대로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주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천문학 관련자가 아닌 이상 하늘을 쳐다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지은이 조승현 작가는 천문학 전공자이다. 현재 구리어린이천문대의 대장으로, 어린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쪼쪼샘’으로 불린다고 한다. 작가와 아이들 사이의 애정선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 책에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별을 보며 발견한 삶의 편린들을 모았다. 별을 보는 일상과 별 볼일 없는 일상을 담았다. 작가가 성장한 곳은 별빛이 흐드러진 곳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취미는 별 보기였고, 결국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글들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우주이야기로 버무려져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 한 고집했던 에피소드를 고백하며,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긴 칼 세이건도 좀 독특한 사람이기도 했다. 1990년, 당시 태양계를 떠나고 있던 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자고 했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이 광활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NASA의 많은 과학자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들은 태양광이 카메라에 들어가면 민감한 장비가 손상되어 보이저 1호가 앞으로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미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중인 보이저 1호에 불필요한 위험을 추가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NASA의 기술 고문이었던 칼 세이건은 “이 미션은 그럼에도 가치 있을 것”이라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새로 취임한 NASA의 신임 국장이 결정을 내렸다. “그래, 그럼 한번 찍어 보자고!” 지구-태양 거리보다 40배난 먼 곳에서 바라본 지구는 그저 먼지 한 톨에 가까웠다. 보이저 1호는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이 사진이 인간이 찍은 천체사진 중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이 사진을 한 동안 나는 나의 PC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었다. 그 사진을 바라보면 나 자신이 한 없이 작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아울러 겸허함이 마음에 스며들어온다. 온갖 잡다한 생각에 요동치던 내 마음도 일시적이나마 진정이 되었다. 먼지 한 톨 만한 지구 속 먼지보다 작은 나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는 천문학으로 허세 부리기, 천문학으로 핑계 대기, 천문학으로 위로하기, 천문대장의 요일 등의 4챕터로 편집되었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단상 외에 본격적인 천문학 이야기와 사진들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안드로메다은하, 혜성, 우주관광업, 블랙홀, 개기일식, 우주쓰레기, 지구와 소행성 충돌의 흔적인 크레이터, 화성 이야기 등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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