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러시아 문학
막심 그렉 외 지음, 조주관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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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러시아 문학을 알아보려면 우선 16세기 러시아의 상황을 먼저 살펴 봐야겠습니다. 역사적으로 16세기는 러시아의 발전 과정에서 전환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16세기는 러시아의 중앙집권화가 성립되는 시기로 통일국가 형성, 몽골 타타르 통치에서 해방, 민족성의 완성이라는 특징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상황은 모두 러시아인의 정신 영역과 문화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러시아 문화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가권력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과 입장입니다. 16세기 사회를 주도하는 두 세력인 교회와 국가는 서로 경쟁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정치사회 제도 중 하나는 농노제였습니다. 농노제 설립은 사회적, 계급적 모순의 첨예화를 초래합니다. 16세기 대다수 문학적 텍스트들은 정치성, 역사성, 종교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출현하며 논쟁이 계속됩니다. 비평가들은 16세기를 '논쟁 문학의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에 첫 작품으로 등장하는 [흰 두건 이야기]는 교권과 왕권에 대한 테마를 담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의 작가는 외교관과 번역가로 활동하던 드미트리 게라시모프(1465~1535)입니다. 그는 대주교 겐나지 밑에서 필사가로 활동하다가 로마를 방문해 필사본 [흰 두건에 대한 그리스 이야기]를 구입해 돌아옵니다. 게라시모프는 그 필사본과 전해져 내려온 구전 이야기를 기초로 하고, 역사적 실제 인물들을 인용해 이 새로운 이야기를 창안해내게 됩니다.  


[흰 두건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내용은 흰 두건의 유래, 둘째 내용은 흰 두건이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겨 간 이야기, 셋째 내용은 흰 두건이 콘스탄티노플에서 노브고로드로 옮겨 간 이야기입니다. 그 시작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병(病)입니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던 대제의 꿈에 베드로와 바울이 나타납니다. 꿈에서 그들은 대제에게 추방된 실베스터를 만나라고 권고합니다. 그리고 대제는 실베스터가 건네준 성수로 목욕을 하게 된 후 깨끗하게 치유됩니다. 이 대목에서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병이 회복된 황제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독교 교회에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고, 기독교를 국교로 승인합니다. 심지어 황제는 제국의 왕관을 교황에게 넘기고자 하나, 교황은 이를 정중히 거절합니다. 대신 황제는 교황에게 '흰 두건'을 줍니다. 흰 두건은 영적 권리가 세속의 권리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부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흰 두건의 하얀색은 그리스도 부활과 광명을 의미합니다. 


실베스터 교황이 죽은 후에도 흰 두건은 로마 교황들에 의해 높이 경배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내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면서 흰 두건에 대한 경배심이 사라지고 심지어 모독하며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는군요. 그러나 그 당시 눈병과 만성 두통을 앓고 있던 총대주교가 흰 두건을 자신의 눈과 머리에 갖다 대자 그의 병이 바로 사라지면서 흰 두건의 성스러움이 다시 알려지고 인정을 받는 상황이 됩니다.


여기서 흰 두건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님 나라의 왕권(王權)으로도 표현 될 듯 싶습니다. 이 작품에는 저자의 신권(神權) 정치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전설에서 로마 교황은 세속적 영향력을 갖는 황제로 묘사됩니다. 저자의 소원이 담겨있습니다. 러시아가 마지막 성령 왕국이 될 것이며, 이 왕국은 신에 의해 예정되어 있고, 최후의 심판이 일어나는 날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은 누가 알겠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선지자인듯, 예언자인듯, 직접 계시를 받은 자인듯 설치고 다녔지만 결과는 이미 모두 가짜라고 판명이 되었지요.


어쨋든 이 흰 두건 이야기는 '모스크바 제3로마' 이론의 바탕이 됩니다. 모스크바가 정교 신앙의 유일한 수호자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사상은 외교 관계에서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한 적이 없고, 단지 종교와 교회라는 특정한 의미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입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막심 그렉]입니다.

정교회 역사의 한 면모를 보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종교 논쟁의 과정에서 러시아정교회는 소유파와 무소유파라는 두 종파가 생겨납니다. 이 두 종파는 교회의 권위 향상과 수도원 체제의 완성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근본적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성취 수단과 방법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소유파는 대주교 다닐 같은 인물들의 활동으로 활성화 된 반면, 무소유파는 그리스인 막심(본명은 미하일 트리볼리스)같은 인물들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 막심의 이야기입니다. 


[무롬 지방의 표트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

이 작품은 사회평론가 예르몰라이-예라즘에 의해 1547년에 쓰였습니다. 그는 전문적으로 농민 문제만을 다루었습니다. 농민이 사회의 중심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가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제시 한 것은 근본적인 차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군요. 지배계급의 이익을 우선하며, 농민 봉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역사상 실존 인물이 제목에 등장하지만, 작품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민담을 기초로 개작한 이야깁니다. 이 작품은 공후 부인이 된 현명한 농촌 처녀에 대한 지방 전설이 플롯의 기초가 됩니다.


[안드레이 쿠릅스키 공과 이반 뇌제의 왕복 서한]

러시아 국가에서 권력 구조에 대한 논쟁은 일반적으로 독재정치와 귀족정치의 대립으로 수렴됩니다. 이러한 것이 기반이 된 이반 4세(뇌제)와 대귀족 안드레이 미하일로비티 쿠릅스키 공이 벌인 논쟁이 중심 주제입니다. 쿠릅스키가 꿈꾸는 정치적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탁월한 정치가요 군사 지도자였던 쿠릅스키 공은 이반 뇌제와 정치적 이유 때문에 결별하고 리투아니아로 망명을 갑니다. 망명후 그는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이반 뇌제와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그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은 [도모스트로이(가정규범)]입니다. "기독교 신자인 모든 남편, 아내, 아이, 하인들에게 바치는 유용한 지식, 교훈, 교시의 내용의 담긴 도모스트로이라는 이름의 책.'

이 글의 저자는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후세 학자들은 100 여 년 동안 크렘린의 성 수태고지 성당의 사제 실베스트르가 저자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진짜 저자는 과연 누구일까? 로 남아 있습니다. 글의 주 내용은 가장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교훈서입니다. 글을 통해 느끼는 것은 전통적인 기독교 윤리가 엘리트 집단의 확고한 사고방식에 끼치는 영향력입니다. 이 글은 시대적인 자료의 의미 외에 현대 독자들에게 16세기 러시아의 부유한 가정의 일상적인 삶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16세기 모스크바의 상거래에 대한 관점, 남성과 여성의 역할, 양육법, 주인과 하인과의 관계, 음주, 윤리, 도덕, 시민 의식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모스트로이(가정규범)]를 읽다보니 이런 흥미로운 내용도 눈에 들어옵니다.

"주방장에게 필요한 설명서, 지하실에 식품을 저장하는 법 : 통, 상자, 도량형기, 큰 용기, 그리고 양동이에 고기, 생선, 양배추, 오이, 서양 자두, 레몬, 철갑상어 알, 그리고 버섯을 저장하는 법."

일종의 주방장 매뉴얼입니다.   "....만약 음식을 소금에 절인 상태로 말리면, 윗부분에 곰팡이가 슬 것이다.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음식이 상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음식들은 모두 얼음에 넣어두라."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그 시대적 상황을 읽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을 때 그 이해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러시아 문학, 특히 16세기 러시아 문학을 접할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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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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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의(定義)를 국가 공동체의 용기에 대한 정의로 받아들이게, 그러면 올바로 받아들이는 것이네. 자네가 원한다면, 용기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논의 할 수 있을 걸세. 지금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정의인 만큼,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논의한 것으로도 충분하네."


플라톤을 만납니다. 좀 더 폭넓게 그리스, 로마시대의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14세기 말부터 시작된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은 중세 1000년의 암흑시대를 종결시키고 아름다움(美)에 대한 새 가치창조가 극에 이르는 문화혁명을 이뤘습니다. 다시 그리스, 로마시대의 인문학이 부활된 시기입니다.


IT 산업과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은 분초를 다투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허전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생명공학에서 조차도 과연 진정한 생명력이 존재하는가 의문스럽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머리는 이성적일지 몰라도 감성지수는 별로인 듯 싶습니다. 


요즘 그리스, 로마 문명이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의 고전작품까지 가기엔 너무 먼 길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도 만나보고 싶어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또는 '희랍인 조르바'가 수십 년만에 다시 부활되어 이름이 불려지고, 읽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자들과 비교는 할 순 없겠지요. 


인문학이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그리스 로마의 고전은 '지식의 찬란한 첫 새벽'이라고 불리울만 합니다. 기원전 5세기 철학자 플라톤이 운영하던 '플라톤 아카데미'는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아카데미아에서 아테네 리더들에게 파이데이아(Paideia) 즉, 인간됨의 본질에 대해 교육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 [국가]는 플라톤이 정계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화편의 그리스어 원제는 Politeia 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라틴어 Respublica로 번역되면서 지금은 어디서나 으레 '국가'라고 번역되는데, 그 의미는 오히려 '정체(政體)'에 가깝다고 합니다.  플라톤의 저술은 편의상 초기, 중기, 후기 작품으로 구분됩니다. 초기 대화편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후기로 갈수록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플라톤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2권은 '정의'가 키워드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올바른 삶이 올바르지 못한 삶보다 더 낫다는 세 가지 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올바른 사람은 현명하고 훌륭하지만 불의한 자는 무식하고 나쁘다. 둘째, 불의는 내분을 조장하여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한다. 셋째, 올바른 사람은 불의한 자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정의의 정의는 그 오래전 부터 앞으로도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의가 시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3권에선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성격이 형성되기 위해선 역시 훌륭한 예술의 중요성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애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과 결부시킵니다.   4권에서는 '국가'를 논하면서 '국가의 정의'까지 옮겨갑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국가 내의 특정 집단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극이 원론적인 논지를 펼칩니다. 그러나, 사실 아직도 이 단순한 진리가 적용되지 않는 사회나 국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5권에도 이어집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상 국가의 이론적인 본보기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부분이지만, 문자 그대로 이상적인 이미지는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왕이 철학자가 되거나, 철학자가 왕이 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철학자들이 사물에 대한 지식에 실무 경험을 축적한다면, 당연히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논지가 6권에 이어집니다. 이어서 지도자의 역량을 용기, 정의 같은 미덕을 갖춰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고 이해가 빠르고 기억력이 좋고 성실하고 절제 있고 도량이 넓고 우아하고 세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주요 공직자 인선 과정에 바람 잘 날 없는 '푸른기와집'에 적어서 보내주고 싶은 내용입니다. 


7권에선 수학과 문답법(問答法)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8권에서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은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정리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와 개인 간의 유사성을 다시 강조합니다. 불의한 정체(政體)의 네 가지 유형을 개인과 대응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불의한 정체(政體)의 정체는 이렇습니다. 크레테 또는 스파르테식 정체, 과두제(寡頭制), 민주제, 참주제(僭主制) 이 중 참주제를 말기적 질병이라고 표현합니다. 


"신적인 피조물은 완전수(完全數)를 포함하는 주기를 띠지만, 인간 피조물의 수는 같게도 하고 같지 않게도 하며 성장하게도 하고 쇠퇴하게도 하는 일련의 수(數)들의 근(根)과 제곱이 세 개의 거리와 네 개의 한계를 포함하면서 성장함으로써 만물이 상통하게 하는 최초의 수야..."  

수학이 철학의 영역내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부분이 이어지며 펼쳐집니다. 기하학도 함께 합니다. 


위의 네 가지 유형 중에서 '민주제'가 어찌 불의한 그룹에 들어갔는지 궁금했습니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됩니다. 과두제가 민주제로 변하는 것은 과두제가 지향하는 선(善), 즉 최대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욕망 속엔 참 치사스러운 전략이 숨어있군요. 과두제 국가들의 치자(治者)들이 자신들의 권력이 부에 근거하고 있기에 방탕한 젊은이들이 재산을 낭비하고 탕진해도 이를 벌률로 제재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이런 젊은이들의 재산을 사들이거나 그것을 담보로 돈놀이를 하여 더욱 더 부자가 되고 더 존경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병약한 몸이 외부에서 오는 작은 충격에도 중태에 빠지듯, 아니, 어떤 때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자기분열을 일으키듯, 그런 상태에 있는 국가도 사소한 일을 계기로, 즉 한쪽은 과두제 국가에서 원군을 끌어들이고 다른 쪽은 민주제 국가에서 원군을 끌어들이면 병들어 자기들끼리 싸움을 할 것이며, 때로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내분이 일어나지 않을까?"


9권에선 올바른 사람이 불의한 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군요.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인간은 지혜를 사랑하는 자, 명예를 사랑하는 자, 이익을 탐하는 자 중 지혜를 사랑하는 자의 판단에 따를 것을 믿어야한다고 합니다. 지혜와 경험과 이성에 근거한 그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권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의가 받게 되는 보답들을 언급합니다. 

"...따라서 내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혼이 불멸하며 어떤 악도 어떤 선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끊임없이 향상의 길을 나아가며 가능한 방법을 다해 지혜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래야만 우리는 이승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경기의 우승자들이 상을 타가듯 우리가 나중에 정의의 상을 탈 때도, 우리 자신이나 신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네. 또한 이승에서도, 앞서 우리가 이야기한 천 년의 여로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걸세."

 

역시 고전(古典)읽기는 고전(苦戰)입니다. 머리좀 식히고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내용을 떠나서 대화와 토론의 기술을 익히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플라톤 영감님이 당신이 쓴 책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것엔 탐탁치 않게 받아 들일지 몰라도 말하는 입만 있고, 듣는 귀가 없는 현실. 듣고 말하는 것이 훈련이 안 된 요즘 세태에 '듣고 말하기 기술'을 익힘에도 일조를 하리라 생각듭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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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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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이 주는 제목에 시선이 갑니다. '건축'과 '철학'이 어떻게 만나나 궁금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두 전문 그룹을 동시에 품에 안고 싶어하는군요. 건축학과 철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둡니다. 사실 두 분야는 피상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건축이 건축이라는 범주에서 폭을 넓혀 건축예술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예술사, 작가, 작품론, 조형론, 형태론, 공간론, 요소론 등의 미학 및 철학적 접근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철학으로 시선을 돌리면, 건축 전공자의 학문에 대한 접근 방식과 분명 다를 것입니다. 철학은 다양한 논증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 글의 출처인 원전을 찾아 읽고, 다시 그 글을 재분석하도록 훈련받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여기에 깊은 사색까지 해야하는 수고가 더해집니다.


지은이 브랑코 미트로비치는 건축과 철학 박사학위의 소지자라고 합니다. 책 제목에 건축과 철학을 동시에 담고 있어도 자신있게 할 말이 있는 여건입니다. 지은이는 이 책의 목적이 독자들 - 건축가, 건축 실무자, 학생 -에게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선택된 철학적 견해들이 현대상황과 관계가 있는 건축 및 건축 이론 문제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등이 초대 되어있고, 낭만주의와 역사주의, 현상학과 해석학, 분석철학등이 뒤따릅니다. "어떤 철학적 견해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은 많은 점에서 집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철학자가 자신의 주장에서 무심코 모순을 허용하다면, 그것은 건축가가 실제로 건축된 부분과 설계도면이 어긋난 것을 간과한 것과 같다."


플라톤은 '존재론'을 통해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과 그것이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를 건축에 국한시키면 "건축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고 해야겠지요. 건축과 수학은 분리될 수 없는 학문입니다. 플라톤 역시 인간 사회의 일시적 유행이나 자연 사물의 비영구적 속성에 영향을 받지 않은 '그 무엇'을 수학에서 찾아냈습니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영혼의 기능과 그 인지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술한 최초의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감각 기관들이 보내온 정보를 '공통 감각'이라 부르는 중앙기관이 이를 통합하여 사물의 '심상'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의 스승 플라톤과 다른 점은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수학 대신에 생물학에 둔 점입니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대학의 철학과 자연 과학 분야에서 지배적 접근 방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쯤에서 건축과 건축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 

"건축가를 영어로 말하면 Architect 또는 Builder 라고도 한다. 이 구분은 건축(Architecture)과 빌딩(Building)의 구분만큼이나 분명하다. 보통 작가의 예술적 의지가 우선하는 작업을 '건축'이라 해왔고, 단순한 부동산의 가치로 짓게되는 것을 빌딩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키텍트란 자신의 창의를 바탕으로 예술적 혼을 심는 자이고, 빌더란 건물을 이루기 위한 기술적 직능인을 주로 말한다."     "건축이라는 우리들의 사실 / 박길룡 / 발언"


이번에는 이마누엘 칸트를 만나보렵니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미학에 관한 견해를 발전시킵니다. 칸트는 하나의 미학 이론을 제시하는 대신 각각 별도로 다루는 게 좋은 다수의 이론과 깊은 통찰을 제시했으며 하나의 일관성 있는 미학 체계를 추구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의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미가 개인이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사물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어떤 개념과도 독립적인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칸트의 이 주장은 그 후 200년 동안 건축에 관한 논쟁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저자는 건축에 철학을 입힌 긴 글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철학은 최근 수십 년 동안 현상학과 후기 구조주의 학설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준비된 답과 건축 이론에 '적용할' 철학 이론을 제공하기보다는 건축가와 건축 이론가에게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이론을 검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이론가와 건축 실무자 사이에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을 쓴 주된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까, 숙제가 또 늘었습니다. 건축과 관련된 서적도 읽어봐야겠고, 얼마 전 구입해서 서가에 대기시켜 놓은 '현상학' 책도 봐야겠고, '해석학'이나 '분석철학' 분야도 섭렵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전체적인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 질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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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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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두 권의 책이  장편이었다면, 차일피일 미루다가 서가에 꽂혀있는 시간이 꽤 길었을 듯 합니다.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한 자리에 모였군요. 편집의도도 좋고, 기획도 그 만큼 값을 하는듯 합니다. 1,2권에 실린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템포가 빠릅니다. 소설을 통해서 영미 문화권 의식의 흐름이랄까, 경향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듭니다.


마치 28인의 작가들이 '나작'(나는 작가다)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경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의 작품에 콜을 하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요.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유머, 페이소스 등 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듬 소설집입니다.


모든 작품을 소개해드리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1권과 2권에서 각기 한 편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각광 받은 범죄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인 '스콧 필립스'의 [뱁스]. 스콧 필립스는 2000년 데뷔작 [The Ice Harvest] 로 뉴욕타임스를 통해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는 행운을 잡습니다. 그 해 캘리포니아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미스터리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됩니다. 그의 소설은 발표된지 얼마 안 되어 영화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뱁스]

분위기가 매우 탁합니다. 무대는 라스베이거스입니다. 주인공격인 테이트는 몇 달 동안 위치타에 있는 새아버지의 스트립 클럽에서 바텐더로 일한 끝에 LA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의 부탁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를 건네 받아야 합니다. '뱁스'는 친구의 부탁으로 만나야 하는 스트립 댄서의 이름입니다. 테이트는 그 물건이 마약일 것이라는 100% 추측을 합니다. 그 추측이 맞습니다. 오호. 이 소설엔 동물이름, 숫자 등이 마구 뒤섞인 욕설이 난무합니다. 아마도 라스베이거스의 한 모퉁이에서 빈번하게 일어 날 만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이 짧은 소설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테이트가 뱁스에게 반했군요. 그 장소가 어찌 되었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곳도 좋은 느낌을 주긴 하지요.  


"시내로 향하면서, 이른 아침 하늘을 물들이는 저 명멸하는 휘황한 불빛들을 바라본다. 이젠 더 이상 앞길에 도사리고 있을, 불쑥 터져 나와 나를 휘어잡을 순간적인 졸음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생겨났다."



좀 색다른 작가와 작품이 눈에 띕니다. 마틴 리먼이라는 작가를 소개합니다. 1968년 아직 십 대일 때 그는 처음 한국으로 왔습니다. 20간 미군에 복무하다 퇴역했고, 복무 기간 중 10년을 한국에서 보냅니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군 범죄수사관 조지 수에뇨, 어니 바스콤 콤비 시리즈를 썼고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7권이 출간 되었다고 하네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쓴다. 한국에 대해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미국 워싱톤주 시애틀에 살고 있습니다. 


[오 양의 정반대]

'다시는 그 둘이 만날 일 없으리." 한 현자가 말한 바 있다. 라고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현자가 말한 그 둘 이란, 사람이 아니라 동, 서양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시대적 배경은 60 년대 후반과 70 년대 초반쯤 되는 듯 합니다. 팔당 부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주제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오양. 오양은 다방 종업원입니다.  미 8군에서 범죄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호르헤 수에뇨와 그의 파트너 어니 베스컴이 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됩니다. 로텐버그 미 일병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한국 경찰에서 구금하고 있군요. 결국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만, 사건의 스토리보다도 지은이 마틴 리먼이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묘사한 대목에 시선이 머뭅니다. 


"하얗게 회를 칠한 건물에 '대한민국', 즉 한국의 국기가 차가운 아침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물방울 모양이 서로를 껴안은 듯한 태극 문양이 음과 양이 서로 꼬리를 문 모습으로 순백색 바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새로 온  미군 병사는 한국인들이 서로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고는 어리둥절해진다. 손을 흔드는데 둘 중 누구도 어디로 가지를 않는 것이다. 사실은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손을 펄럭이는 그 동작은 이리로 오라는 뜻이다. 그러니 미국인의 눈에 '잘 가세요'로 보이는 것이 실은 '어서 와요'를 뜻한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책 무섬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우선은 재밋고, 현학적이지 않고, 머리 아프게 생각을 하면서 안 봐도 되기 때문입니다. 넌지시 1권을 권해보고 반응을 본 후 2권을 건네주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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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인간을 읽다 -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 It's Science 1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 김미선 옮김 / 반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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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가장 각광받는 과학 분야인 뇌과학은 동물 실험과 인간 뇌에 대한 컴퓨터 이미징 기술의 발전 덕분에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의 위치와 여러 형태의 기억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그 세세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낸 사실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뇌과학. 인지과학등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도 먼 길입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인간은 거만한(swollen-headed, 머리가 부은) 족속이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이 다른 모든 동물보다 똑똑하다고, 그리고 어느 인정 많은 신이 인간에게 아마도 유일무이하게 축복을 내렸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길 좋아한다는 이야깁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언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식물도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 하지만, 인간들끼리 서로 교환하는 '언어'에 수준과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요. 우선 그들에겐 기록이 없으니까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인간의 언어가 너무 특별하므로 신이 내린 선물임에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유물론을 믿는 과학자들조차도 때때로 어떤 기적적 사건이, 아마도 우연한 유전적 돌연변이와 같은 것이 일어나서 우리에게 '수다'라는 선물을 주었음에 틀림없다고 가정해왔지요.


인간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노엄 촘스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촘스키는 인간이 언어능력을 타고 났다는 가설하에 '언어 생득설'을 주창했습니다. 언어는 자극과 반응, 즉 훈련에 따른 행위일 뿐이라는 왓슨-스키너 등 행동주의 실험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촘스키는 단호하게 배격하고 있습니다. 인지신경과학을 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는 인간의 언어에 대한 기원을 손짓에서 진화했다고 생각한답니다. 손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도구의 발달과 더불어 뇌의 크기도 극적으로 커졌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의 타이틀엔 '뇌(腦, brain)'가 등장하지만, 사실 심리학쪽에 가까운 글들입니다. 부제목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 표현하길 '마음의 현대 과학이라는 모자이크를 다뤘다고 합니다. 이 글의 대부분은 [뉴질랜드 지오그래픽]에 칼럼으로 실렸던 글들을 고쳐 썼다고 하네요. 


이미 대중적인 지식이 된 좌뇌와 우뇌의 기능과 역할 차이. 거울 뉴론(mirror neuron), 왼손잡이에 대한 수수께끼, 욕설,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내는 것을 심리학에선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은 남들과 공감하는, 그들의 기쁨이나 고통을 함께 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이 바탕이 되지만, 우리가 남들과 더 복잡한 방식으로 때로는 교활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해주기도 한다는 설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1980년 [사이언스]에는 "당신의 뇌는 정말로 필요한가?"라는 기사가 실려서 사람들의 뇌가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뇌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뒤이어 1982년에는 요크셔 텔레비전에서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도발적인 질문의 기저에는 영국의 소아과의사 존 로버의 연구 결과가 거론됩니다. 그는 뇌수종 때문에 뇌의 내용물이 외견상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IQ가 126으로 측정되고 수학 학위까지 있는데도 뇌 스캔 영상에서 비치는 대로라면 뇌라고 할 만한 것이 아예 없는 어느 젊은 남자였습니다.


그 사례는 엄격한 검토와 연구 결과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관심을 가져 볼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 사례들의 실질적인 뇌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쪽으로 밀려서 작게 보였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따름입니다.


심리학에 국한 시켜 본다면, 19세기에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시작된 과학적 심리학이 20세기에 들어서 왓슨 - 스키너로 대변되는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발전합니다. 최근 들어 심리학은 뇌를 주목하게 됩니다. 뇌기능과 뇌과학, 인지과학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심리학은 사고에 관심을 주는 만큼 느낌 역시 중요하게 인식합니다. '뇌'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뇌손상과 질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뇌신경의학과는 차이가 있지요. 


이 책은 그리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책은 아닙니다. 

우리의 '뇌'와 '감정'을 이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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