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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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는 잠깐 다니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배움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면 확 끌리는 분야를 찾아 미친 듯이 파고 들어라. 누군가 날 가르쳐 주겠지라는 기대는 접어라. 열정이 넘쳐야 스승이 나타난다. 졸업장이나 학위는 고민할 필요 없다.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키우면 된다."


2. 위의 글(말)은 이 책의 지은이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몇 해전 '위태로운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 학교의 초청 강연을 받고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그 학교는 일반 고등학교를 그만두거나 퇴학당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당시 스물넷이었던 바크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애플컴퓨터사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담당자로 일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담임교사는 바크가 고등학교 중퇴자로서 사회에서 '성공'한 표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연을 부탁했던 것이다.


3. 아이러니하게도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을 해주고 학교를 나오는 길에 담임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바크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당신을 강사로 초빙하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아이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위험하니까요." 무엇이 위험한 메시지였는가?  


4. 바로 이 말. "배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는 학교가 필요 없었다. 너희에게도 필요 없을 것이다." , "학교가 배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 학교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학교 생활이 좋다면 학교에 남아라.", "학교가 못마땅하면 학교를 떠나라. 학교 아니면 배울 곳이 없다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떠올려라."


5. 만약 내 아이가 이 책에서 학교를 떠날 구실만 찾아 낼 성향이 크다고 생각되면, 위태로운 아이들이 더욱 위태로운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에 학교를 떠날 생각은 없고, 최소한 졸업은 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단지 방향감각만 없다면 권해줄 만하다.


6. 지은이는 스스로 버커니어 기질이 있는 사색가라고 이야기한다. 버커니어의 오리진은 16세기의 프랜시스 드레이크 같은 항해가들이 롤모델이 되었지만, 나중엔 해적으로 불리워지긴 했다. 지은이는 이 버커니어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어떤 제도나 권위도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멍에를 지게 하고 족쇄를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누비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으로 가득찬 사람을 버커니어라고 부른다.


7. 바크가 성공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열정을 바쳤다.

- 내 기질과 리듬에 맞는 공부 방법을 개발했다.

- 활자로 된 증명서보다 실력과 괜찮은 발상을 높이 사는 분야에서 일했다.

- 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도록 자신감을 키워 준 스승과 동료들을 만났다.


8. 바크는 책에서 시종일관 버커니어를 모델로 삼으면서 그의 지식과 경험의 항해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짜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 뒀다. 학교에선 마치 복도를 떠도는 유령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가 학교를 그만 둘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타임]지에 실린 10대 컴퓨터광 유진 볼로흐 덕분이다. 유진 볼로흐는 열네 살의 나이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9.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꼬리표 없이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에서 경쟁이 가능 했을 뿐 아니라 '테스팅 분야 1인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바크는 그의 경쟁 우위를 이렇게 설명한다.

1) 공부하는 습관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2) 틀에 박힌 사고를 의심하는 열정적인 자세

 (난 권위를 불신하고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진정한 삶을 열망하는 사람이었으므로)

3) 다방면에 걸친 공부(산만했으므로)

4) 야심(존재감에서 열정이 타오르므로)


10. 바크는 [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이다. 이 책의 지은이 바크는 버커니어 중 작가로서는 마크 트웨인을, 화가로서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빈센트 반 고흐를, 과학자로서는 찰스 다윈을 예로 들면서 그들의 공통점을 "이들이 자기 인생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남겼고 그 기록이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자신이 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인다.


11. 부전자전. 아니 이 책의 지은이 바크(리처드 바크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의 아들이 앞서 있다. 바크는 16살 늦은 나이(?)에 학교를 그만 뒀지만, 바크의 아들은 12살 때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바크의 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바크의 표현을 빌리면 '그냥 논다.'  바크 부부는 사실 아들이 아무 짓도 안하는 게 '아님'을 알고 있지만, 불안하다. 그 이유는 아들이 하는 행동이 언제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바크의 부모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12. 바크의 아들 이름은 올리버이다. 바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대화를 나누던 중 올리버가 소설 114편을 썼다고 말했다. (올리버가 12살 때) 그러나 올리버는 제대로 끝낸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소설을 보여 주지 않았다. 드디어 올리버는 16살 때 소설 한 편을 마무리해서 그의 어머니(바크의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올리버가 하는 말이다.

"조만간 혼자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팔릴 만한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꽃들에게 학교가 필요 없는 것처럼, 아이들의 정신세계도 저절로 꽃을 피운다."

  바크가 그의 아들의 소설을 읽고 남긴 멘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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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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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Zombie).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단어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는 자신의 저서 [더 서펜트 앤 더 레인보우(The Serpent and the Rainbow)]에서 좀비화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했다. 데이비스의 주장에 따르면 약물 두 종류를 이용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가사 상태로 만들어 좀비로 부릴 수 있었다. 아이티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이 농장주들에게 노동자로 팔려나가는 범죄가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내일의 미래는 아무도 확실하게 모른다. 당장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간 속을 살고 있는데, 그 큰 흐름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저 짐작과 추측만 할 뿐이다. 인간은 지혜로운 것 같으면서도 참 단순하다. 나안(裸眼)으로 보이는 것만 진짜로 믿는 경향이 있다. 아니, 눈으로 보면서도 인정 안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 이상 말을 해 무엇하리. 


최근 미국에서 좀비대응훈련 - 실제로는 일반적인 대피훈련 - 있었다고 하면 좀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믿기로 한다. 같은 훈련이 아프리카나 남미 쪽 이름도 잘 모르는 국가에서 시행되었다면, 그냥 웃고 말지도 모르지만 미국이라니까 귀가 솔깃할지도 모른다. 하긴 나도 그렇다.


이 책은 좀비사태의 발생 직후부터 이동 과정, 이동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합하는지, 그리고 안전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 대해서 필요한 장비들과 행동요령이 들어 있다. 따라서 좀비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가히 '좀비 대응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속에서...'나'는 카페 사장이다. 어느 날 오후 '프리덤 워치'라고 부르는 모임 회원 여럿이 카페에 들어왔다. 스마트폰 뉴스에선 지난 달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들이 머무르다 간 자리에 뭔가 떨어져 있다. 종이에 쓰인 제목을 읽어보니..[좀비 생존 매뉴얼]이다. '나'는 그들이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 대응 매뉴얼]은 만들다 만듯 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 부터 좀비들이 판치고 다닌다. '나'가 있는 서울은 완전 혼란의 도가니다. 매뉴얼에 나온 내용들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굉장히 빠르게 전염병이 전파 되듯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 혹은 정치인들이 나와서 구체적인 상황 설명 없이 안심하라고만 얘기한다.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명칭 없이 그냥 '신종 바이러스'다. 정부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과 SNS 사용자들의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증상이 빠르게 전파된다. 


처음엔 그랬다. 읽어야 할 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좀비 이야기라?  그런데, 읽다보니 꼭 읽어야 할 책이 되어버렸다. 어젯밤엔 좀비꿈까지 꾸었다. 좀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니 밤새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어 그랬나. 아침에 몸이 무겁다. 문득문득 그들을 어떻게 물리칠까?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 남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황당하다고 생각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책 말미에 붙인 '좀비의 역사와 프리덤 위치'를 보면 '좀비'가 게임의 캐릭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초의 좀비들은 지금처럼 떼 지어 다니면서 인간을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노예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로 탈바꿈했단다. 종말에 대한 인간의 불안함이 노예였던 좀비를 변화시켰다고도 한다. 좀비에 대한 이런 신화들은  영화나 TV드라마, 책 등으로 퍼져나갔다. 인간들은 좀비에 대해 믿으면서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프리덤 워치' : 좀비에 대한 감시와 대책을 논의하는 조직인 프리덤 워치는 1987년 미국 샌디애이고에서 발족했다. 이 조직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도 드라마틱하다. 20세기 후반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 프리덤 워치 지부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역할엔 유투브를 비롯한 인터넷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프리덤 워치 조직이 '좀비의 진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여전히 황당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심각하다. 믿자니 뭔가 홀리는 것 같고, 안 믿자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곤란해질지 모르겠다. 이 책은 잘 갖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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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계보학 : 하나의 논박서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영계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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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는 이 책 [도덕의 계보학]과 [선과 악의 저편]을 거의 같은 시기에 썼다. 이 두 책을 저술하는 동안 '힘에의 의지' 체계를 완성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니체가 '힘에의 의지'체계를 완성 할 수 있었던 근거는 허무주의의 극복이다.


2. 니체의 허무주의(Nihilismus)는 소외다. 인류 문명을 통해서 왜 허무주의가 지배적이 되었는지 묻고 동시에 허무주의의 극복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다각적으로 모색한다. 니체의 고찰에 따르면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가치는 형이상학적인 기독교 도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형이상학적인 기독교 도덕이란, 간단히 말하면 소크라테스의 합리주의적(허무주의적)인,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삼은 도덕이다. 도덕의 기원은 기독교 사제들의 역할에 직접적으로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다.


3. 니체의 도덕 비판을 쉽게 정리해보면 모든 것을 비우고,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기다. 그리고 그 곳에 새로운 창조적 가치 원리들을 채워넣자는 것이다. 니체는 '군주도덕'과 '가축도덕'이라는 단어를 들어 대비시키고 있다. '가축도덕'을 기독교 도덕, 천민의 도덕 등과 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본다. 


4. 여기에서 기독교에 대한 해석을 현세의 그것에 대입시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든다. 중세의 기독교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쨌든 니체는 제대로 된 도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창조적인 군주도덕에 의해 전도되고 해체되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5. '가축도덕'은 '고통'을 회피하고 부정하지만 '군주도덕'은 '고통'에 과감히 맞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과감히 고통에 맞서는 삶의 모습을 '영원회귀'라고 표현했다.


6. 니체가 '악의 원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 소년일때부터 였다고 한다. 조숙하기도 해라. 니체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사람들이 '가슴 속에 반은 어린 아이 장난을, 반은 신을'가지는 나이에 최초의 문학적인 어린아이 장난과 최초의 철학적 습작을 이 문제에 바쳤다고 한다. 


7. 니체는 어려서 예술, 특히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열 살 때 다성(多聲)의 무반주 악곡인 모테토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열 다섯 편의 시를 쓰기도 했다 한다. 니체는 자신이 열 두 살 때 영광으로 가득한 신을 보았다고 적기도 했다.


8. 도덕의 원천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는 파울 레 박사의 [도덕 감정의 원천](1877)이었다고 한다. 니체는 이 책처럼 모든 문장, 모든 결론을 마음으로 배려하면서 읽은 것은 결코 없을 것이라 한다. 


9. 니체는 '좋다'(Good)는 판단은 '좋은 것'을 받았다고 명백히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그러한 판단은 '선한 인간들'자신에게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판단은 모든 저급한 사람, 저급하게 생각하는 사람, 비속한 사람, 천민적인 사람들에 대하여 자기 자신과 아울러 자신의 행위를 선한 것으로, 곧 첫 번째 순위로 느끼고 정립하는 고귀한 사람, 강한 사람, 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그리고 높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었다는 부언 설명을 붙이고 있다. 그들은 이와 같은 격차의 파토스로부터 가치를 창조하고 가치의 명칭을 부각하는 권리를 비로소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말은 어렵지 않은데 솔직히 그림은 잘 안 그려진다. 


10. "좋은 그리고 나쁜', '선한 그리고 악한'이라는 두 가지 대립된 가치들은 지상에서 수천 년간 계속된 가공할 만한 긴 싸움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역시 오래전부터 두 번째 가치가 아주 확실하게 지배적이었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도 싸움이 끝난지 않은 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장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11. 니체는 '금욕적 이상'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라고 묻고 있다. 스스로 답하길, 예술가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너무 많은 것을 뜻한다고 한다. 한편 철학자들이나 학자들에게는 높은 정신성의 가장 유리한 선행(先行)조건들을 위한 후각과 본능 등과 같은 어떤 것을 뜻한다고 한다. 성직자들에게는 고유한 성직자의 신앙, 그들의 최상의 힘의 도구, 힘에 대한 '최고의'면허도 뜻한다.


12. 금욕적 이상의 예를 리하르트 바그너를 통해서 보고 있다. 바그너가 그의 말년에 순결에 경의를 표했다면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를 생각한다. 바그너는 어떤 의미에선 항상 순결에 경의를 표했는데, 금욕적 의미에서 최근에야(니체 시점에서) 비로소 순결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묻고 있다. 만일 어떤 예술가가 자신의 반대로 급변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13. "바그너는 바로 자신에게 걸맞은 귀한 방식으로 우리로부터, 또한 자신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우선 비극으로부터 작별하려고 했다는 것, 말하자면 비극적인 것 자체에 대해서, 이전부터의 전적으로 전율할 만한 지상의 진지함과 지상의 비참함에 대해서, 금욕적 이상의 반(反)자연 안에 있는 궁극적으로 극복된 가장 조야한 형식에 대해서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최고의 방자한 희극시를 가지고 작별하려고 한 사실을 우리는 추측하고 원하기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14. '금욕적 이상'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본다. 인간에게서 금욕적 이상을 제외하면, 인간은, 동물로서의 인간은 지금까지 아무런 의미도 소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상에서 인간의 현존은 아무런 목표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이것은 대답이 없는 물음이다. 인간과 대지를 위한 의지는 결여되어 있다. 모든 위대한 인간의 운명 배후에는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말만 후렴으로 울린다. 니체는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 엄청난 균열이 인간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금욕적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미의 문제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는 대체로 병든 동물이었다.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가?'라는 물음의 외침에 대한 답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이 인간의 문제였다.


15. 이상하게 니체와는 별로 친해지지 못했다. 내겐 어려운 사람이다. 그러나 더 늦기전에(총기 있을때)자주 만나봐야겠다. 조만간 블로그에 니체의 방을 따로 하나 꾸며주고 싶다. 자주 만나다보면 이해되어질 사람 같기도 하다. 니체가 이 책 서문에 남긴 말은 내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숙제가 되기도 하다.

 

 "생각건대, 이 저술이 어떤 사람에게 이해하기 힘들고 귀에 거슬린다고 할지라도 그 책임이 꼭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우선 이전의 내 저술들을 읽었으며 그때 약간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내가 가정하는 것을 전제할 경우 이 저서는 충분히 명백한 내용을 가진다. (......) 이 논문의 앞에는 하나의 잠언이 있고, 논문 자체는 이 잠언의 주석이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로서의 읽기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바로 가장 잘 잊힌 한 가지 일이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그처럼 잊혔기 때문에 내 저술들의 '독서 가능성'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은 거의 소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현대인'이 될 필요는 없다. 되새김질..."  

 

니체가 1887년 7월에 쓴 글이다. 여전히 '현대인'보다는 '소'가 많지 않을까?

그럼 내겐 작으나마 위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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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라 -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디젤 CEO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젝트
렌조 로소 지음, 주효숙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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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가며 선택했던 바보같은 일들이, 이제 와서 판단해볼 때 참 지혜로운 선택이었다고 생각든다면 괜찮은 일이다. 그 때를 돌아보나 지금이나 참 멍청한 짓이었다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2. 이 책의 추천사에서 마이크임팩트 대표 함동헌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깨달았다. 모든 위대함은 바보 같은 무모함과 순수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위대함이라면, 남들이 보기에 비상식적인 일을 하고,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추천사의 이 말이 이 책에서 펼쳐질 내용을 함축해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한다. 

 

3. 이 책의 지은이 렌조 로소는 세계적인 브랜드 디젤(Diesel)의 창업자이자 패션계의 이단아로 알려져있다. 그는 불과 30여 년 사이에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결코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낸 기업가이다. 이 책에는 그의 기업 철학과 함께 여러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다. 


4. 렌조 로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바보가 되라'는 말은 이성적인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모든 것을 전부 하라는 뜻이다. 바보는 용감하고, 저돌적이고,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규칙을 깨뜨리고, 본능을 따르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따라서 바보는 모두가 그만두라고 말릴 만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은 접어 둔채, 하는 즐거움 자체만으로 무언가를 한다."


5. "우리는 현실을 본다. 바보는 현실 그 이상을 본다.", "우리는 불평한다. 바보는 창조한다."

   "바보짓을 한 적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 "우리는 머리를 굴린다. 바보는 마음에 귀 기울인다."  "바보는 실패해도 도전한다. 우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6. "기업가의 성공담에는,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를 때 다음 내리막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급경사를 만나는 것과 같은 위험한 순간이 있다. 위태로운 급경사 앞에서는 단 두 가지의 대안이 있을 뿐이다. 정상에서 해질녘까지 경치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자전거에서 내려 되돌아가거나 혹은 급경사를 지나 정상까지 올라가거나.."  렌조 로소는 급경사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떠오른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급진적인 혁신을 시도했다. 즉 고참 광부가 일하는 방식으로, 정교하고 끈기 있게 두들겨 청바지 망가뜨리기를 시도했다. 


7. 바보도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먼저 디민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정확한 전략에 따라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대기업의 행동 강령이다. 반대로 디젤에서의 계획은 직감에 따라 세워진다. 직감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처럼 보여도 번개가 까닭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직감도 그렇게 주어진다. 단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두뇌엔 번개칠 일이 별로 없다.


8.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다. 참 어떻게 그리 기발한 생각만 하는지 감탄할 때가 많다. 안 되는 이유만 물 흐르듯이 줄줄 나온다. 참 그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한텐 의논이 필요없다. 필요하다면 결과만 일러주면 된다. 꼭 해야 되는 이유 몇가지를 첨부해서 전해준다. 무조건 부정하는 똑똑한척 하는 네거티브보다  좀 바보스런 포지티브가 좋다.


9. 똑똑한 바보가 있는가 하면 바보같이 똑똑한 사람이 있다. 나는 똑똑한 바보가 되고 싶다.

stupid의 어원은 '깜짝 놀라게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stupire'에서 유래되었다.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로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러움에 찬 놀라움이라면 stupid 쓸만하다. 그래서 이 책의 지은이 렌조 로소는 바보들하고만 어울린다. 어쨌든 그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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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역사
최상한 지음 / 돌베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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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머리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아프다. 크리스쳔으로서 예수님이 이 땅에 지금 당장 오신다면 어찌 그 분의 얼굴을 뵙나 부끄럽다.  크리스쳔이 아닌 사람들이 요즘의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예수님 이야기가 아니라니 좀 안심이 되는 것은..예수님이야기나 그리스도교 이야기나 마찬가지지만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책을 여는 마음을 좀 가볍게 한다.


2. 지은이는 예수를 안 뒤부터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의 공식 설립년도인 1784년과 1885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인도에서 기원전 6세기에 시작된 불교가 기원후 4세기 말에 한반도에 전래되었다면, 1세기 중엽에 시작된 그리스도교 또한 고대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된다.


3. 이러한 사실을 여러 고문헌에서 확인하고, 한국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조선, 고려, 발해, 신라 순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전래를 살펴보았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칭해서 '그리스도교'로 사용하고 있다. 


4. "한반도에 민족 공동체가 뿌리를 내린 순간부터 종교는 우리 역사와 함께 흐르는 큰 물줄기였다. 한반도의 반만년 역사 속에 종교는 우리 민족과 함께 기쁨과 슬픔과 고난을 빚어내면서 성장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종교가 뿜어내는 힘으로 나라를 구했고, 나라가 일어설 때 종교가 지닌 사상으로 문명과 개혁을 일궈냈다."


5. 동방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시리아, 터키, 중앙아시아, 중국, 몽골, 그리고 한국까지 전파되었다. 동방 그리스도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은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토마스(도마)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토마스가 중국에 들어가기 약 250년 전 한나라 때부터 '천주(天主)'라는 말을 사용하는 하느님을 믿는 종교가 중국에 있었다고 한다.


6. 현재 조선 시대 이전의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고문헌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1592년부터 1871년까지 약 300년 동안 전래된 한국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집대성한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사료적 근거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참고자료는 다산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이다. 그러나 이 책 [조선복음전래사]는 단지 참고자료로만 존재하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7. 17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가지 약 200년 동안 조선 지식인들과 민중들은 서학서를 통해 야소교(예수교)를 만났다. 서학서는 서학(西學)이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서양 문물과 예수 신앙에 관한 책자를 말한다. 중국을 방문한 사신 일행이 가지고 오는 서학서가 조선 사회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8. 전남 해남군 대륜산 기슭에 자리한 대흥사에는 380여 년 동안 간직해온 서산대사의 진기한 유품이 있었다. 대흥사는 서산대사 휴정의 호국불교 전통이 서려 있는 사찰이다. 서산대사의 유품은 순금으로 만든 칠보 십자가였는데, 세로가 6cm 가로가 4cm 정도 되었다. 십자가에는 'INRI'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이 글자는 '유대인의 왕 아사렛 예수'를 뜻한다.


9. 십자가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임진왜란때 승병장으로 나섰던 서산대사가 어떻게 이 십자가를 소유하게 되었을까? 아직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고 확실한 것은 서산대사가 직접 설명해주지 않는 한 그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간직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사실은 임진왜란을 통해 그리스도교가 일본에서 조선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10.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발해 땅이었던 지금의 연해주와 중국 대륙에서 발굴되는 유물들을 보면 발해에서 꽃핀 어울림의 신앙을 잘 보여 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역 100km 떨어진 곳에 우수리스크 시가 있다. 우수리스크 시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절터가 발굴되어 발해의 많은 유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불교적인 여러 가지 장식물들과 함께 동방 그리스도교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점토판이 발굴되었다.


11. 지은이는 한반도에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년도보다 훨씬 이전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왔음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왜 그런 시기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양측 다 교회의 성립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스도교가 성당이나 교회로 형상화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12. 천주교의 최소한의 교회 성립 조건은 사도적 계승에 따라 서품을 받은 주교와 믿음 안에서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들의 공동체를 들고 있다.  개신교의 교회 성립 조건도 천주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은 교회의 성립 조건이지 그리스도교의 기원 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의 교회는 외부적인 조건은 제대로 갖추려고 애쓰는지 몰라도 그 내면의 점수는 많이 못주겠다. 교회보다 진정한 '믿음의 유산'을 물려 줄 수 있는 그리스도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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