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첫 머리 저자의 말이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책과 여행, 이 단어들은 전적으로 착한 단어로 여겨집니다." 착하다 마다요. 둘 다 우리에게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지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지요. 그래서 책은 거의 안 읽고 돌아다니는 일상에 젖어 있다보면 몸도 마음도 쉬 지칠수도 있습니다. 균형있는 삶이란 어찌보면 별것 아닌 듯 합니다. 가끔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나 음식도 웃으며 반길 필요가 있지요. 쓰다보니 인생극장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군요. 때로 다른 역할로 단역 배우로 출연해 볼 필요가 있지요. 우리 삶에 정적인 독서와 동적인 여행이 잘 어우러지는 삶을 살고 있다면 멋지지요.

 

2. 저자의 이런 표현도 공감합니다.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책은 여행을 부르고, 여행은 다시 책을 불렀다." 책도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읽어야 깊은 맛을 느끼듯이 여행도 혼자 다녀야 제대로 보고 느낀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그런 사치스런 여행은 아직입니다만. 임상에서 벗어나면 그런 시간이 마련되겠지요. 그 기대감으로 삽니다.

 

3.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 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전 여행한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신 비교적 근래에 여행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중해 등의 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군요. 책을 읽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여행지를 더욱 깊이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여정의 기록입니다.

 

4.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라는 저자의 말은 최근에 읽은 사이코 스릴러 [눈알수집가]의 저자 제바스티안 피체크로 오버랩 되는군요. 책을 펼치면 "당신의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고 인물들이 살아나 움직이게 되겠죠. 당신에게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종이 위에 태어난 인물들이 말입니다."

 

5. 아, 저자는 내가 부러울 정도로 많이도 다니고, 읽었군요. 러시아, 티베트, 인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일본, 호주, 스페인, 그리스 등등. 이런.. 나라 이름 적기도 바쁩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있습니다. '구원을 찾아 떠나다.', '사랑을 찾아 떠나다.',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나를 찾아 떠나다.'

 

6. 티베트로 가볼까요? 저자의 눈에 비친 티베트인들은 그저 무심히 걸어도 순례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표현합니다. 삶과 죽음, 소망과 염원이 한 걸음 한 걸음 곰씹어진다는군요. 티베트행이 결정되자 차마고도를 생각하고 그 길 어딘가에 영국작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소설에서 그려낸 지상낙원 '샹그릴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책을 구입해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빡빡한 스케쥴로 인해 책은 들쳐보지도 못하고 배낭안에 대기하고 있었다는군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엔 티베트 어느 곳에 위치하는 것으로 기록되는 '샹그릴라'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아직 못 읽어본 책이기에) 그곳 사람들은 보통 200살까지 무병장수하고 100살 정도는 아이 취급을 받는다는군요. 이상향 도시지요. 이 책이 널리 읽히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을 '샹그릴라'로 명명했다는군요.

 

7. 호주에선 얼마전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책도 제법 팔린 [파이 이야기]를 만납니다. 우선 호주의 인상을 이렇게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없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시드니에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강렬한 매력은 없었다. 모험과 불편함이 약간이라도 없는 여행은 언제부턴가 한없이 지리멸렬하기만 했다. / 있다. 여행은 이름난 장소와 풍광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 사람의 냄새가 곧 여행의 향내가 난다. 낯설거나 익숙한 향내를 찾아 그 사람에게 가고 싶다." [파이 이야기]에서 한 문장을 옮겨봅니다. "내 가장 큰 바람은 - 구조보다도 큰 바람은 - 책을 한 권 갖는 것이었다.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 긴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신영복 선생이 수인(囚人)의 몸으로 묶여 있을 때 동양고전에 심취하셨던 사연이 이해가 되시지요?

 

8. 팔레스타인, 혹은 이스라엘의 여정에서 저자는 '세상에 참 평화가 없어라'는 단상을 먼저 올립니다.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저자는 "성서에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 했던 이 땅을 유대인, 아랍인등이 거쳐 가면서 비극은 잉태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지금도 이슬람과 유태교, 가톨릭이 불안하게 공존하고 있는 예루살렘. 이 여정엔 가산 카나파니의 [불볕 속의 사람들]과 동행했군요. 중편소설인데, 팔레스타인에서 쫒겨나 유민이 된 비참한 아랍인들이 목숨을 걸고 기회의 땅 쿠웨이트로 밀입국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용감하기도 해라. 이런 책과 동행하다니..

 

9. 페루의 여정을 소개하면서 남긴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 읽지 않은 책에 대한 후회.' 나는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안 해도 될 말을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앞서기도 합니다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티티카카 호수의 꽃대궐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밤새 창에 걸린 보름달이 잠 못 들게 하더니 이내 호면 위로 아침햇살이 떠올랐다. 숨 막히던 햇살, 그 빛" 저자의 이런 표현이 참 좋습니다. '숨 막히던 햇살.' 우연히 페루의 여행자 숙소에 꽂혀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만나는군요. 아마 한국인 여행자가 역시 여행지와 공감대가 있는 책을 갖고 와서 읽고 꽂아놓고 간 모양입니다.

 

10. 책엔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습니다. 사진 찍는 솜씨가 수준급 이상이군요. 풍광 위주가 아닌 여행길에 스치듯 지나치는 그곳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보며 느끼는 감성이 저자의 뜨거움과 차가움이 어우러진 글들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군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느 세월이 될지 모르지만,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우선 만나보고 싶습니다. 현지 여정에서 느낀 마음을 전해주고 있기에 더욱 살갑게 다가옵니다. "잘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무엇이든 즐기는 것이 결국 잘하게 되는 길.' 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하이 파이브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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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터치 -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만지는 것마다 모두 금으로 바뀌는 것은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지요.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서 만지자 마자 금으로 바뀌면 무슨 소용? 그러나 금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이 마음대로 된다면 조금 부러울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많이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것입니다. 금을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될 만한 일에 투자하고, 될 만한 일에 올인하고, 될 만한 일에 흥겹게 도전하는 것.

 

2. 이 책은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두 사람의 공저입니다.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마이더스 터치]. 우선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끕니다. 부제는 이렇게 되어 있군요. '왜 어떤 사업가는 부자가 되고, 대부분의 사업가는 그렇지 못한가?!' 그러니까 성공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업가에게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로 받아들이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 이 책의 지은이 두 사람이 성공사례로 나서기 전에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한 성공과 실패, 실수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지은이중 한 사람이 도널드가 진행하는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이 '추천의 글'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오늘날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세상은 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다.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술을 계발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에서 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두 사업가가 들려주는 조언을 담고 있다."

 

4. 책의 서문을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수없이 실패했지만, 실패는 '더 영리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그러면서 묻고 있습니다. '몽상가로 남을 것인가. 사업가가 될 것인가?'

 

5. 책의 챕터를 손가락으로 표현 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1장은 엄지손가락, 그 다음 집게 손가락, 가운뎃 손가락, 약손가락, 새끼 손가락 그리고 이 손가락들이 모여서 참으로 위대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지요. 단지 사업뿐 아니라, 문학, 예술, 건축 등등 모든 분야가 이 손가락 다섯 개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다시 엄지는 강인함, 집게는 집중, 중지는 브랜드, 약지는 관계, 새끼는 디테일로 이름 붙여집니다.

 

6. [강인함] 실제 우리 몸, 손에서 엄지 손가락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엄지 손가락을 다치면 볼펜 하나도 잡기 힘듭니다. 이를 저자들은(이하 단수로 칭함) 사물을 부여잡고 통제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업가는 실패해도 굴하지 말고 뚫고 나가길 권유합니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는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는 것이지요. 작은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대개 파멸의 늪으로 곤두박질치지만,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들은 더욱 강하고 현명해집니다.

 

7. [집중력] 저자는 리더에겐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전은 다른 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업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전 이상의 어떤 것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집중력입니다. 집게손가락이 엄지손가락과 가까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집게손가락이 최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엄지손가락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고, 집게손가락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8. [브랜드] 브랜드 값이 매겨지지 못하는 사업은 단순한 상품에 불과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의 값어치가 그 브랜드가 소속된 공장이나 회사의 동,부동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웃돌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브랜드 자체가 힘이고, 내가 갈 길을 먼저 다져놓으며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기업이 일하지 않는 곳에서도 영향력을 스스로 확장한다고 합니다. 브랜드를 갖지 못한 비즈니스는 그저 바쁘기만 한 '비즈-니스'(busy-ness)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브랜드라는 것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역시 제대로 하는 사업은 힘들 수 밖에 없겠지요.

 

9. [관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함께 일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집니다. 제대로 된 경영자를 만나는 것도 우리 살아가며 바라는 사항이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제대로 된 직원을 만나길 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면 기업도 따라서 성장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도 성장하지 못한다.'

 

10. [디테일] 모든 시작은 작은 것에서 비롯되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길 원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무엇을 잘하는가?" 실제 사례에서 성공의 신화를 쓴 사람들이 몇 사람 소개됩니다. "언제나 최저가." 월마트의 샘 월튼 , "내 삶의 목표는 여자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얼마나 휼륭한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메리케이 화장품의 메리 케이 애시 그리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11. 보통 우리는 사업이 잘 되어서 비교적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친구는 운이 좋았어."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사업가는 운보다는 자신의 생각, 비전, 추진력, 좋은 동역자들의 만남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업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큰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사업의 뜻을 '함께'에 두는 마이더스 터치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마이더스 터치는 감성을 터치하는 손과 마음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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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

매일 같은 비에 자칫 짜증나고 침울해지기 쉬운 장마철

여유를 조금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학은 정말 인생에 도움이 될까?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 같은 짓을 할까?
외모 가꾸기는 누구를 위해 하는 걸까?
범죄는 개인 탓일까, 사회 탓일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질문들에 
베버, 뒤르켐, 마르크스 사회학 거장들이 답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새내기 대학생 ‘밀라’는 가족과의 갈등, 친구 관계, 설레는 연애, 부조리한 세상 등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이해하고 넘어서는 데 전공인 사회학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사회학의 거장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면서 밀라는 사회학을 정복해 가는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 삶을 이끌어 나가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사회학 입문서이자 한 편의 소설인 이 책을 밀라와 함께 읽어보실 분들!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3.07.22 - 2013.07.30

- 추첨 인원: 20명

- 서평단 발표: 2013.07.31 (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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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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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앞서 잠깐 소개를 해드렸던 책이지만, 오늘은 좀 더 살을 붙여서 리뷰를 올립니다. "인간의 생애란 너를 만나서 너와 헤어지는 일 / 아직 헤어짐을 짓지 않은 너에게, 음악에게" 음악은 표현입니다.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시작과 끝이 녹아 있습니다.

 

2. 이 책의 지은이 정강현은 현재 중앙일보 취재부 기자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 몇 년전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 하면서 '인디 음악'에 폭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음악이 일상의 관습을 뛰어넘은 사운드의 언어라서, 나는 음악을 사랑하겠노라 맹세했었다. 그래서 내게 좋은 음악의 첫째 조건은 관습으로부터 달아난 사운드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운드와 멜로디와 리듬을 발굴해내는 음악에 매료되곤 했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미 존재하는 사운드를 재생산해내는 게으른 음악은 내게 좋은 느낌을 주지 못했다."

 

3. 지은이는 특히 홍대 언저리에서 사귀게 된 뮤지션들이 그를 감전시켰고, 넘어뜨렸다는 표현을 하는군요, 홍대 음악가들은 흔히'인디'라고 합니다. '인디'란 말을 누가 맨 처음 붙였는지는 모른다고 하네요, 또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인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다고 합니다. 뭐 굳이 '사회적 합의'까지 갈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지은이의 추측으로는 1990년대 중반 홍대 둘레에서 생성된 밴드들을 기존 음악 시장과는 구별 짓기 위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디(Independent)'라는 말의 뜻 그대로,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이들이 '인디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4. 요즘 홍대 주변에는 수백 개의 밴드가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인근 합정동이나 문래동의 라이브 클럽까지 포함하면 1000개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중앙일보' 지면에 '인디 카페'라는 연재 기사로 실었던 내용을 토대로 해서 새롭게 쓴 글이라고 합니다. 책은 4부로 되어 있습니다. 그 타이틀들이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생활 저항의 록 스피릿, 두근거리는 무한의 음악, 소박한 소리들의 풍경, 당신이라는 유일한 음악 등입니다.

 

5. 책에는 많은 인디음악 뮤지션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인디 록 밴드의 음악 풍경을 소개합니다. [크라잉넛] 을 지은이는 '개념없음'의 미학(美學)'이라고 표현하는군요. 그러나 그 '개념'의 개념이 사회에서 음악 세상으로 넘어 올 때는 예술이 된다고 합니다. 예술가 자체가 이미 좋은 의미로 '개념 없는'이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들(크라잉넛)에겐 음악을 향한 열정을 그저 '재미'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이 처음 홍대앞에서 작당을 하고 모였던 때는 네 명 가운데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개념 있는 클럽사장 한 사람이 이 개념 없는 친구들에게 미래를 걸게 됩니다. 넷은 그날로 악기를 사고 연주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크라잉넛에게 록이란 무엇인가. 직설이라고 표현합니다.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대놓고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떠들지 않는 것.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외부에 있다는 것이지요.

 

6. 밴드 '훌(wHOOL)'의 음악은 '두근거리는 무한'이라고 합니다. 퓨전 국악 밴드입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 음악을 만들자"는 뜻에서 이름이 '훌'입니다. 이들은 국악에 덧씌워져 있던 온갖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들의 생각은 국악도 대중음악이라는 것이지요. 하긴 대중과 멀리 있는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 쓰임새가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훌의 음악은 퓨전이 아니다. 전에 없던 한국의 새로운 음색이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

 

7. 음악은 주로 어떤 때 들으시는지요? 나는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소위 이지 리스닝 음악을 주로 틀어놓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주곡이나 경음악이 종종 그 대상이 됩니다. 환자와의 대화나 치료에 지장이 없어야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단점은 계속 듣다보면 나른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땐 좀 격한 음악으로 정신을 추스립니다. '옥상달빛'이라는 밴드의 노랫말을 보는 순간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 정답을 알긴 할까 /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 나에게 실망한 하루 / 눈물이 보이기 싫어 / 의미 없이 / 밤하늘만 바라봐 //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 슬픔보다 더 큰 /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 관심 없대도 / 난 늘 응원해 / 수고했어 오늘도."   리듬은 어떤지 몰라도 노랫말은 나의 정신을 다시 재정비시켜주는 힘이 느껴지는군요.

 

8. 각 챕터 말미에는 인디클래식이라는 소제목을 붙여서 산울림, 한국재즈1세대밴드, 빛과소금, 김광석 등이 소개됩니다. 음악은 교감입니다. 뮤지션들의 가슴에서 태어난 음악들이 내게로 오고, 내 귀와 가슴이 받아들이는 순간 그 뮤지션의 감성이 나의 가슴엔 떨림으로 옵니다.  그래서 '당신이 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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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박태원 지음, 김종회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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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기억속 청계천의 모습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렸을 적 살았던 약수동에서 청계천은 그리 먼거리가 아니었지요. 약수동과 청계천 중간 쯤에 위치한 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같은 반 친구가 집에 놀러가자고 하자 얼떨결에 따라나선 길이 청계천 판잣촌 동네였습니다. 생선을 담았던 나무 상자와 베니어판 그리고 다른 나무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던 집이었습니다. 좀 크면서 동남아 지역의 수상가옥을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며 그 판잣집이 연상되었지요. 수상가옥은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라도 풍기지만 청계천 판잣집은 어린 마음에도 '아, 이런집에서도 사람이 사는구나'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때가 장마철로 기억되는데, 물을 피해 다소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집의 계단을 올라가며 바닥에 흐르는 물들과 집과 바닥을 지탱해주는 기둥 이곳 저곳에 오물과 쓰레기들이 걸려 있는 모습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더군요.

 

2.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본 청계천의 모습에서 3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1938년 2월 초부터 다음 해 정월 말까지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청게천변의 복잡다단한 삶을 50개의 절로 분절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30명을 웃도는 인물들이 등장해 식민지 도시 경성을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삶의 행태와 도시의 음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이 책의 지은이 박태원(朴泰遠)은 1910년 서울 수중박골(지금의 종로구 수송동)에서 출생합니다. 필명으로 몽보(夢甫), 구보(九甫, 丘甫, 仇甫)등을 썼습니다. 10대 후반부터 작문, 시, 평론 등을 신문과 문학잡지에 발표합니다. 19세 때 춘원 이광수에게 문학 개인지도를 받습니다. 1929년에 일본 동경 법정대학 예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는 중에 영화, 미술 등과 모더니즘 문학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학교를 중퇴하고 귀국해서 '신생' 10월 호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합니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이 책 [천변풍경]과 함께 자전적 소설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있습니다.

 

4. [천변풍경]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기법이 최고조로 발휘된 박태원의 대표작으로 소개됩니다. 이 소설이 출간된 당시 평단에서 세태소설 또는 리얼리즘 논쟁을 일으킨 문제작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몇 절만(목차에 각 이야기 꼭지가 '절'로 표시)간략하게 옮겨 봅니다.

 

5. - 청계천 빨래터 -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따는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들어, 물속에 잠근 빨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 않은 모양이다." 빨래터에 한 식경만 앉아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온 동네 집집의 숫가락 숫자와 반찬의 종류까지도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의 면모까지도 그려질 것입니다.

 

6. - 시골서 온 아이 -
시골 '가평'에서 동경해 마지않던 서울로 올라온 소년의 이야깁니다. 청량리에 들어서서 전차
를 보고 한번 올라 타봤으면 하지만, 동행한 아비는 들은척 만척입니다. 시골 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있던 눈과 귀가 정신을 못차리는군요. 전차도 전차지만, 웬 자동차가 그렇게 많은지, 어디에 '장'이 선 것 같지도 않은데, 사람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또 집들하며 간판하며 시골 아이의 혼을 쏙 빼놓는군요. 이 당시 서울의 명칭은 '한성'이었지요. 아비는 '마소 새끼는 시골로, 사람 새끼는 서울로'의 속담 하나만 믿고 아들을 한성에 두고 갈 작정입니다. 아비가 아들을 데리고 찾은 곳은 청계천변, 한약국입니다. 아비는 다시 고향으로 되잡아 내려가고, 소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깁니다.

 

7. 한성에는 어찌어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할 수 없이 올라온 사람들이 많군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때우는 일밖에는 주어지지 않는 현실. 작가는 이런 정경을 그저 무심 한 듯 그려가고 있습니다.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하는 여인도 등장합니다. 같은 조선 사람의 생활이면서도, 시골에서 경영해 오던 살림과 한성의 그것은 다르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무척 많습니다. 

 

8. "천변을 등 장사가 지난다. 등은 무던이나 색스럽고, 풍경은 그의 느린 한 걸음마다 고요

하고 또 질거운 음향을 발한다. 날도 좋은 오늘은 바로 사월 팔일 - "  다시 또 빨래터가 나옵니다. 작가의 이런 표현이 참 정겨우면서도 예리합니다. "얼마 동안 계속되는 개인 날씨에, 빨래터는 역시 언제나 한가지로 흥성거렸다. 아낙네들은 그곳에 빨래보다도 오히려 서로 자기네들의 그 독특한 지식을 교환하기 위하여 모여드는 것이나 같이. 언제고 그들 사이에는 화제의 결핍을 보는 일이 없다."

 

9. 책을 읽다보니 마치 1930,40년대의 한성(서울)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보는 듯 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겐 가물가물 기억에 남아 있는 서울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젊은 세대들에겐 사료적인 면에서 볼 수 있는 글들입니다. 일본 동경이나 경성 내 일본인 거주 지역이 상징하는 근대 도시의 보편적 삶과 대비되는 식민지 도시 경성의 특수한 삶, 청계천변의 조선인들의 생활상을 그려내면서 작가는 반성적 의식과 윤리적 자각을 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를 느낍니다. 이 점이 박태원이라는 작가가 지닌 문장력의 특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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