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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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학이 중요하다 】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_알렉산더 머피 / 김영사

 

 

어릴 적(취학 전) 형들이 보던 「지리부도」책은 내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책이 귀하던 1950년대, 내겐 지리부도가 그림책이었다. 그런데 그림들이 이상했다. 가로세로 선도 많이 쳐있고, 마치 계란 위에 그림을 그린 듯했다. 책 뒷부분에 세계전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충 글씨를 알아볼 무렵인지라, 우리나라가 어디쯤 있나 찾아봤다.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나라’가 안 보인다. 3살 많은 형에게 ‘우리나라’ 를 찾아달라고 했다. 형이 한 곳을 가리키며 여기라고 했다. 한국이라고 쓰여 있었는지 대한민국이라고 쓰여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너무 작은 땅덩어리라서 놀랬다. 어린 마음에 속으로 “아니 땅따먹기를 어떻게 했기에 땅이 요것밖에 안 돼?” 몇 년 후 그나마 그 좁은 땅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실망했다.

 

지리(地理)는 좁은 의미로 어떤 곳의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을 의미한다. 지리학(地理學)은 인간의 생활공간인 지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득 대학 내 지리학과의 커리큘럼이 궁금해진다. 몇 년 전부터 신간도서 코너에 지정학 관련 도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정학(地政學)은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이 책의 저자 알렉산더 머피는 오리건 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라고 소개된다. 고고학, 법학을 전공하고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선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먼저 지리적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리가 지명이나 산, 강, 국가, 도시의 이름을 맥락 없이 암기하는 지루한 과목으로 오해받고 대학 및 학계에서 지리학이 홀대받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이 책《지리학이 중요하다》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지리교육과 지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지리학적 무지는 어떻게 지구를 위기로 빠뜨리고 있는가? 그리고 지리학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가?이다. 저자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지리학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이 세계에 얼마나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려준다. 아울러 지리학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은 5챕터로 편집되었다. ‘지리학의 성격과 다양한 관점’을 시작으로 ‘공간이란 무엇일까?’ ‘장소란 무엇일까?’ ‘자연과 사회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등이다.

 

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저자는 지리학은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할 때 공간의 분석방식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학문이지만, 행정가와 전문가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지리적 지식과 관점을 배운 대중은 더 넓은 세계에 관심을 갖고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 관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리학적 문맹과 결부시킨다. 미국에선 1940년대 후반 하버드대학 지리학과가 내부적 알력으로 폐과되면서 대부분의 명문대학에서 지리학과가 사라졌다고 한다. 미국의 지리학에 대한 홀대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이 지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트럼프의 보호주의 관세의 실패원인이 다른 곳에서도 있었겠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지리적 연결성과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정치적인 주장만 내세웠다는 점을 패인으로 적고 있다.

 

나는 책을 다양하게 읽도록 노력하는 편이나, 요즘은 특히 역사책 중에서도 세계사(또는 전쟁사)책탑을 책상에 쌓아놓고 있다. 주로 벽돌 책들인지라 진도가 잘 안 나가긴 한다.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나라와 지명이 나오는데 어디에 붙어 있는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림이 안 그려져서 국토정보맵 http://map.ngii.go.kr/world_renew/worldmap.html 의 ‘세계지도 및 대한민국 주변도/전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참고한다. 확대와 축소가 가능한지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책《지리학이 중요하다》를 읽다보니 더욱 자주 열심히 지역과 지명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 이 책을 교재로 채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스페인어판이 스페인뿐 아니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베이징대학에서 출간된 중국어판 전자책이 20만 독자에게 읽혔다고 한다. 책 뒷부분,「더 읽을거리」도 유용한 자료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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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 재무제표 행간에 숨은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라!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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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추적해서 분석했다. 논리성과 통찰력을 키우는 계기도 된다. ‘회계 숫자의 진정한 가치’가 주제이다. 저자가 신문과 잡지 등에 연재한 시사적이면서 쉽고 재미있는 칼럼들도 읽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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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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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저자는 지리학은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할 때 공간의 분석방식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학문이지만, 행정가와 전문가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지리적 지식과 관점을 배운 대중은 더 넓은 세계에 관심을 갖고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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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은 아니다
이명준 지음 / 북투어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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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통은 당연한 것인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영 마음에 와 닿지 않았었다. 청춘의 고통에 대해 사회적 분석과 대안은 없고, 그냥 뭉개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책 역시 청춘의 고뇌와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이 다르다. ‘청춘의 입장에서 전하는 청춘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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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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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의 소멸 】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_한병철 / 김영사

 

 

저자의 사념은 일본작가 오가와 요코의 소설 《은밀한 결정(結晶)》에서 모티브를 잡는다. 사라지는 사물들, 상실되는 기억들. 소설 속 사람들은 전체주의 체제 속에서 망각과 상실이 지배하는 영원한 겨울을 살아간다. 은밀히 기억을 되짚는 사람은 체포된다. 기억경찰에게 핍박을 받고 죽임을 당한다. 오가와의 디스토피아에서 세계는 점진적으로 비어가고 결국 사라진다. 몸의 부분들도(역시 사물인지라) 사라진다. 결국 몸 없는 목소리들만 남아 부질없이 공중을 떠돈다.

 

이런 생각. 나의 생각인지 어디선가 본 기억인지 모르겠다. 사물에는 나의 사념도 묻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주변에 쌓여가는 사물들(특히 책)이 많아지면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하긴 책은 생각들의 집이다. 지은이의 생각에 내 생각이 얹혀 더 무겁다. 따라서 책 정리를 하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물과 기억이 사라진 이름 없는 섬은 여러모로 우리의 현재를 닮았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는 비워지며 정보에게 자리를 내준다. 정보는 저 몸 없는 목소리들과 마찬가지로 유령 같다. 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사물화하고 탈신체화한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나의 기억과 실행은 먹통이 된 카톡 속에 잠겼다. 아니 완전히 먹혀버렸다.

 

“정보 사냥꾼으로서 우리는 고요하고 수수한 사물들을, 곧 평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 혹은 통상적인 것들을 못 보게 된다. 자극성이 없지만 우리를 존재에 정박하는 것들을...”

 

오늘날 땅의 질서가 디지털 질서에 의해 제거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디지털 질서는 세계를 정보화함으로써 탈사물화한다. 어떤 이는 ‘정보’를 반사물(反事物)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현재는 사물의 시대에서 반사물의 시대로 넘어가는 이행기다. 사물이 아니라 정보가 생활세계를 규정한다. 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카톡과 네이버에 거주한다.

 

한나 아렌트는 진실(또는 사실)을 땅과 하늘에 정착시켰다. 진실은 땅의 질서에 속한다. 진실은 인간의 삶에 멈춤을 준다. 반면 디지털 질서는 (참된)진실의 시대를 종료하고 탈사실적(또는 탈진실적) 정보사회를 개시한다. 체험하고 누리고 놀이에 푹 빠져 살아가는 포노 사피엔스는 아렌트가 말하는 자유와 작별한다. 그 자유는 인간의 행위와 결합되어있다.

 

“행위하는 자는 기존의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 전혀 다른 것을 세계 안에 들여앉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반면에 놀이는 실재에 개입하지 않는다. 행위하기는 역사를 위한 동사다. 놀이하는 손, 손 없는(손가락만 있는) 미래 인간은 역사의 종말의 화신(化身)이다.”

 

저자는 정보화 시대에 손가락의 기능만 발달해서 손가락 끝의 자유만을 찾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손은 곧 우리의 의지가 행위로 전환되고, 행위로서의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소유냐 존재냐》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소유는 사물들과 관련을 맺고, 존재는 체험들과 관련 맺는다.” 이 말을 현시대에 적용한다면 “내가 더 많이 체험할수록 나는 더 많이 존재한다.”가 될 것이다. 단지 그 체험은 혼자만의 것이고, 사람들과의 연대를 멀리 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물들에게서도 멀어진다. 그 자리를 사물인터넷이 자리 잡는다.

 

이 책의 저자 한병철 교수는 재독 철학자이다. 내가 애정하는 저자이다. 이 책『사물의 소멸』은 국내에 번역된(원저는 독일어로 쓰였다) 14권 째 책이자 최근간이다. 책은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무거운 편은 아니다. 집중해서 읽다보면 곧 저자와 사유의 공간을 함께 하게 된다. 저자의 문체는 간결함이 특징이다. 에둘러 표현하거나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다. 오늘날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우리는 실재의 물질적 울림들을 더는 지각하지 못한다. 빈틈없는 막처럼 사물을 감싼 정보층이 집약성에 대한 지각을 차단한다. 정보로 환원된 지각은 우리를 기분과 분위기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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