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풀어쓴 채근담 - 세상을 읽는 천년의 기록
홍자성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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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인생의 희로애락 삶 속에서 나타나는 많은 교

훈 사례를 어록으로 엮은 인생 처세서 또는 교육서이다.

 

2. 채근담의 뜻은 송나라의 왕신민의 소학(小學)에서 유래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나물 뿌리를 씹

으며 살아도 만족할 줄 안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3. 홍자성의 만력본(萬歷本) 채근담은 전집 225편, 후집 134편으로 되어있다. 그간 상당히 많은

종류의 채근담이 국내에 소개되었으나 대부분 원문을 해석하고 예제를 붙인 것이 대부분이다. 저

자는 현시대에 읽기엔 다소 생경스럽고 딱딱하게 다가오는 글들을 시(詩)형식으로 풀어썼다.

 

 

 

4. "天地는 寂然不動하되 而氣機는 無息少停하며 日月은 晝夜奔馳로되
而貞明은 萬古不易하나니 故로 君子는 閒時에 要有喫緊的心思하며
忙處에 要有悠閒的趣味니라." 를 저자는 이렇게 詩로 옮긴다.

 

"천지는 움직임 없어도 쉬는 법이 없고
해와 달은 밤낮 바쁘지만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함이 없구나
군자 또한 언제나 변함이 없어라

 

군자는 한가할 때 긴급한 일에 대비하고
바쁠 때는 여유 만만한 모습을 지닌다
촐랑대지 않고 잠들지 않고
여유 속에 바쁜 삶을 여백으로 가진다

 

해와 달이 밤 낮 달라지듯 바쁘지만
그 빛은 만고에 변함이 없다
그와 같이 군자의 마음은 늘 준비하고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5. 한 사람 이 땅에 태어나 남긴 흔적 없이 그저 살다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무리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간 사람일지라도 주변 사람들 마음에 새록새록 살아나는 때가 있다. 어떤 모습인가

? 호흡하고 있는 지금과 떠나고 난 다음에 나의 이미지는 어떤가?

 

"살아 있는 동안은 마음을 열고
너그럽게 남을 대하여
불평불만이 없도록 하여라
오만한 벽을 헐고 겸허하게 살아라

 

죽은 다음에는 생전에 베푼 은덕이
오래도록 사람들 가슴에 남아서
누구든지 부족함이 없게 하여라
은혜를 베풀어 삶을 아름답게 하라

 

저 하나만 생각하여 이권에는 눈 멀고
남에게 괴로움 안기는 삶이
다시는 없게 하여
네 수고가 빛이 되게 하여라"

 

 

 

 

6. 출세란 무엇인가? 이미 세상에 나왔으면 출세지. 꼭 이름을 날려야 하는가? 이름 석자 알려지는 것에 목매는 사람들.  이름은 알리되 醜하게 알리더라.

 

"세상살이 꼭 공을 세우려고만 하지 마라
허물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공이 된다
남에게 베풀면서 감격하지 마라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곧 덕이다

 

위로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이 살고
아래로 사람에도 그러면
그것이 맹자의 가르침에 있는
세 가지 즐거움의 하나가 된다

 

은혜를 베풀면서 마음에 두지 마라
자랑하거나 보답을 바라지도 마라
군자는 그런 때 자신을 알리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감추는 사람이다"

 

7. 제자들을 많이 둔 어느 선승이 절에서 큰 행사를 치뤘다. 많은 고관대작들과 그 식솔들까지 참

여한 성대한 자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손은 물론 몸 이곳저곳이 젖어 있는 것을 알게된

다. 긴장한 탓이다. 이를 느낀 선승이 그날 밤 잠을 못 이뤘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실토했다. '나

는 아직 멀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대하여야 하거늘 그렇지 못했다. 아직 수행이 덜 되었

다. 나는 자네들의 스승이 되기엔 멀었다.' 그리곤 절을 떠났다. 다른 스승밑에서 8년을 더 공부

한 뒤에 다시 그 제자들 앞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에 맞는 채근담詩 한 편이다.

 

"보통 사람한테 엄하기는 쉽지만
그를 미워하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
소인들 앞에서 어른 노릇하기는 쉬워도
올바른 자세를 갖추기란 정말 어렵다

 

잘난 사람한테 공손하기는 쉬워도
예의를 갖추기란 정말 어렵다
지나친 공손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소인은 이익을 탐하고
지도자는 말 실수로 망친다
다스리는 이는 백성의 미움을 받아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8. 곁에 두고 무시로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을 채근담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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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없다는 것
천정근 지음 / 케포이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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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열면 모스끄바의 레닌도서관이 독자를 맞이한다. 사진이 아닌 글로 인사를 한다. 레닌도

서관 이야기를 듣다보면 레닌이 멋진 사나이로 부활한다. 레닌은 망명 시절 서유럽의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했다. 1917년 혁명이 성공하자 가장 먼저 고대로부터 당대를 망라하는 사상 초유의

도서관 건립을 계획한다. 그 야심찬 노력의 결실이 바로 '레닌도서관'이다.

 

2. 혁명가와 도서관은 안 어울릴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혁명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이 함

께 어우러질 때 성공률이 높을 것이다. 레닌도서관 이야기를 좀 더 하고싶다. 나는 도서관이 참

좋기때문이다. 레닌도서관은 그 규모나 질로 세계 유수의 큰 도서관 중 하나라고 한다. 35만 여의

다양한 문서. 2,800만 권이 넘는 인쇄물, 정기간행물, 1,100만 권 이상의 책을 포함한 세계 각지

의 연재물 등을 수장하고 있다. 희귀문서도 많다고 한다.

 

 

 

3. 저자는 모스끄바 탄생 8백 50주년을 기념하여 국가 기념도서관 앞에 새로이 건립된 도스또옙스

끼의 흉상을 보며 상념에 젖는다. 도스또옙스끼의 흉상은 의자도 아닌 좌대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그나마 왼손은 힘에 겨운 듯 바닥을 짚고 오른손은 허벅지에 올려놓은 채 세계의 고민을 혼자 짊

어진 듯 고뇌에 찬 표정으로 그늘진 길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4.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바와 같이 도스또옙스끼는 살아 생전 그리 밝은 삶은 아니었다. 몰락한

귀족인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친은 무지무지하게 완고하고 편협한 인물로 타인과의

교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 성장기 도스또옙스끼는 부친에 대해선 '포비아(Phobia)'

가 심어질 정도였다. 부친은 농노들에게 몰매를 맞아 죽는다. 이 소식을 들은 도스또옙스끼는 간

질 발작으로 우선 몸이 반응을 보였다. 그후 그의 작품 곳곳에 '아버지 살해'라는 문학적 모티브

로 굳어진다. 혐오와 살인충동, 죄의식과 자책을 동반하는 줄거리로 변형되며 지속적으로 나타난

다. 부친이 살해당하기 전에 그의 내면에선 본래부터 자기 아버지를 죽고 싶을 만큼 무서워했고,

죽이고 싶을 만큼 혐오했던 것이다. 도스또옙스끼 이야기는 이만.

 

 

5. 저자 천정근은 고교 졸업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곤 닥치는 대로 읽고 쓰는 문청으로 보냈다고

소개된다. 마음 속 어떤 욕구가 이 땅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가 향한 곳은 아무런 연고 없는 낯설

고 먼 러시아땅이었다. 그의 표현을 옮기면 '병든 자신의 그림자 하나, 약 한보따리를 싸들고' 떠

난 유학길이었다. 모스끄바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러시아문학을 공부했다. 저자는 러

시아가 그의 밑둥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열공중에 아내를 만나 열애까지 마쳤다. 귀국후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자유인성서학당에서 성서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6. 저자는 이 책에서 그의 학문, 일상, 믿음에 대한 글들을 진솔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나는 돈

을 사랑한다.' - 저자는 빈궁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그에겐 돈이 곧 생

명이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굶기를 밥먹듯 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 월사금이라고 했던가 육성회비라고 했던가를 제때 못내서 허구헌날 복도에 무릎꿇고 앉아

팔을 들고 있었다. 참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유년시절이었다.

 

7. '나는 돈을 사랑한다'라는 이 도발적인 고백을 한 사람은 명말의 사상가 이탁오(본명은 이지,

1527~1602)라고 한다. 그는 "어질도다 안회여!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작의 물을 먹으면서 좁고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근심하여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고치지 아니하니, 어질도다, 안회여!" 라고 칭찬한 공자를 비웃었다. 자기는 아무리 즐거워하려

해도 이 가혹한 가난과 처절한 절망 가운데서 즐거울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지는 말단 관리 시

절 기근과 가난으로 자녀들이 굶어죽는 참척의 슬픔을 겪기도했다.

 

8. 돈이 없음을 고상한 인격으로 변질시키는 일은 나도 싫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저 포

도는 실거야~!" 하고 싶지 않다. 돈 많은 사람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별로 없어. 라고

자위하지도 않으련다. 이런 면에서 저자와 한 마음이다. "오직 일념의 집중된 에너지로 내게 부관

된 짐을 짊어지고 가보리라. 나는 가난한 나에게 애정 없는 그 누구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련다.

그보다는 나에게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돈을 나는 사랑한다. 그 돈을 나는 하

늘로부터 받고 있노라 믿고 있다."

 

 

9. '연민이 없다는 것'. - 저자는 어린 새끼였을 때부터 키우던 개가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

며 가슴이 저리다. 상념은 정치지도자라고 하는 자들의 무자비한 살육으로 넘어간다. 그저 그들의

입으로 나온 말이나 문서상으로 셀 수없이 많은 인간의 생명들이 무너지고 사라진다. 그 인간들이

법정에 서는 기회가 마련되면 맞춤형 대사가 입에서 튀어나온다. '나는 오직 국가를 위해서 했을

뿐이다'. 국가를 위해서? 국가를 두 번 죽이는 말이다.

 

10.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힘이 들때마다 그 마음을 치유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글들이라

고 한다. "자족하는 삶이 쉽지 않을 때 늘 따라오게 마련인 지독한 외로움이 다가올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급히 도망치려는 뱀의 꼬리를 쫓아가듯 놓칠세라 우선 휘갈겨놓은 것들을 조금 다듬

은 것이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글쓰기 텍스트'로 삼아 볼만한 좋은 글 모음집이

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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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 - 달콤하고 순수한 아마추어의 열정, 그리고 식물 탐사여행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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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Oliver Sacks). 참 열성적인 사람입니다. 무언가에 하나 몰두하면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는 성격입니다. 그에 대해선 오직 책으로만 만나지만,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 입니다. 


의학적인 부분은 아무리 쉽게 써도 일반 독자들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기운이 있습니다. 저자가 아무리 쉽게 쓴다고 할지라도 웬지 중간에 장애물이 걸쳐 있는 느낌이 대부분이지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저자의 배려가 부족한 탓이기도 합니다. 부족함의 대부분은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지 못한 때문이지요. 이 책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이런 부분을 모두 충족시키는 글들로 인해 대중과 소통하는 의료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지은이의 책으로는 청각장애인들의 세계와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인 수화의 세계를 탐구한 [목소리를 보았네 / 알마]였습니다. 이 책은 비청각장애인들(소위 정상인으로 분류되는 그룹)이 청각장애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큰 기여를 했으리라 믿습니다. 나 역시 그들(청각장애인들)의 일싱적인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가진 것을 진정 감사히 받아들이고, 일상의 삶에서 더욱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군요. 자, 이제 오늘의 리뷰 도서 [오악사카 저널]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책은 어린시절부터 양치식물의 원시성과 생명력, 적응력에 매료 되었던 올리버 색스의 멕시코 식물 탐사여행기입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지만 지은이는 14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합니다. 1933년생이니까 현재 나이가..80세군요.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81세.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 일기를 토대로 편집이 되었습니다. 양치류 식물에 대해서 간단하게라도 알고 지나가야겠지요? 위키백과를 참고하겠습니다. "양치류(羊齒類)는 약 12,000여 종의 식물을 포함하고 있는 관다발식물의 일종이다. 양치류는 종자식물과 마찬가지로 관다발이 분화되어 있으며, 잎·줄기·뿌리의 구별이 뚜렷한 경엽식물이다. 특히, 관다발의 분화는 식물의 계통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꽃을 피우는 대신에 포자체(양치식물의 몸)에서 독립 생활을 영위하는 배우체(전엽체)를 만들어, 이들 포자체와 배우체는 규칙적인 세대 교번을 한다."  말이 좀 어렵군요. 좀 더 쉬운 설명을 추가해보렵니다.  


"양치식물은 진정한 잎과 뿌리가 없는 솔잎란류, 뿌리가 있고 잎이 나선상으로 배열된 석송류, 잎이 돌려나고 뿌리가 있으며 관절과 능선이 있는 속새류 및 뿌리·잎·줄기가 뚜렷하고 잎이 크며 엽극이 생기는 양치류의 4개로 크게 분류한다."  가까이하기엔 쉽지 않은 식물이군요.


책 제목에 인용된 '오악사카'는 멕시코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제법 광범위한 지역 이름이군요. 책을 읽으며 양치류 식물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양치류는 이렇다 할 변화없이 10억 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공룡 같은 다른 생물들은 지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겉으로는 아주 연약해 보이는 양치류는 지금까지 지구가 겪은 모든 멸종 사건과 그 밖의 흥망성쇠를 이기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식물의 원조격인 셈입니다. 양치류 화석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성생활이 알려진 뒤로도 한참 동안 양치류 번식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양치류도 씨앗을 통해 번식한다고 믿었지만 아무도 씨앗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양치류들이 거의 마법 같은 기묘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 비밀이 밝혀집니다. 번식기관이 드러나게 됩니다. 양치류에겐 포자체와 배우체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됩니다. 이파리에 달려 있던 포자가 적당히 스빟고 그늘진 곳에 떨어지면 자그마한 배우체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 배우체들에게서 수정이 이뤄지면 새로운 포자체, 즉 아기 발아체가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양치류는 모든 지역에서 자라지만(예를 들어 그린란드에도 30종의 용감한 양치류들이 자라고 있답니다), 적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수가 훨씬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코스타리카에는 거의 1,200종의 양치류가 있다는군요. 멕시코에 국한시킨다면 오악사카에 양치류가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현재까지 정리된 양치류의 종수는 690종입니다. 


양치류에 매혹된 여러 애호가들(거의 광적인)과 멕시코 내 양치류 여행길에 지은이의 지식창고에서, 또는 귀동냥한 멕시코의 역사와 여행에 관한 팁이 기록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멕시코를 여행할 일이 생기면 가이드 북으로도 좋을 듯 합니다. 


양치류의 오랜 친구 고사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고사리를 좋아한다. 고사리를 뜻하는 'bracken' 또는 'brake'가 아주 오래된 단어라는 점이 이유 중 하나다. 14세기의 원고들에 이미 "braken & erbes" (고사리와 허브)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어를 비롯한 여러 게르만어에서도 비슷한 이름이 살아남았다. 고사리에는 이파리가 하나뿐인데, 봄에는 밝은 초록색이었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그 이파리가 점점 번져나가서 때로는 양지 바른 산허리를 온통 뒤덮어버리곤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올리버 색스의 양치류 식물 여행에 동참(비록 그의 글로나마)하면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식물들의 이름들을 대하면서 참..내가 아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빈약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뭏든 올리버 색스의 그 지식욕과 열정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은이는 또한 음악 애호가로서 평소 바흐와 모차르트를 즐겨 듣는답니다. 그래서 그는 음악과 우리의 뇌,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밝히고자 연구중이라고 하니, 건강하게 장수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듭니다.

지은이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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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 - 2014 세종도서,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 선정 글로연 그림책 5
이선미 글.그림 / 글로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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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아! 오늘은 분희 이야기를 들려줄게. 분희가 글쎄 어쩌다가 머리카락에 껌이 잔뜩 붙었다는구나. 엄마가 껌을 떼다 떼다 지쳐서 미용실에 가서 분희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라주었단다. 그러고나서 머리가 채 자라기도 전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2. 분희는 늘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나니 혼자서 참 쓸쓸했단다. 아빠 엄만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 남았단다. 이사 온 첫날, 분희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나길래 집을 나와 골목으로 나가봤지. 그랬더니 분희 또래의 아이들이 신나게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더란다.

 

3.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분희는 그저 아이들이 노는 모습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그냥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무줄 노래를 따라 불렀지.

 

 

 

4. 그때 한 아이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 그때서야 분희는 발을 내려다봤단다. 이런, 집에서 급히 나오느라 왼발 오른발 신발을 바꿔 신었더구나. 에이 챙피해라.
집에 가서 다시 신발을 바꿔신고 나와서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또 이런 소리가 들리네.."쟤는 남자야? 여자야?"

 

5. 이 말을 들은 분희는 분이 났어. 눈물도 나고 막 기분이 안 좋아졌어. 그래서 집으로 갔지. 아이들은 내 머리가 짧아진 이유를 모르니까 짧은 머리만 보고 남자로 본다는 사실에 속이 많이 상해졌어. 그래도 내 얼굴은 여잔데.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구.

 

 

 

6. 근데 집에 가니 다시 심심해졌어. 그래서 혼자 고무줄 놀이를 했지. 재미가 있을리가 없지. 좀 하다가 말았단다. 다른 날 또 아이들 노랫소리가 들렸어. 분희는 신발도 똑바로 신고, 머리띠도 예쁘게 하고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다가갔어. 그러자 고맙게도 한 아이가 분희에게 아는 척을 했어. "안녕?"  "응, 안녕."  그리고 나는 그저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다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혼자 놀았지. 그러면서 아이들 이름을 알게 되었어. 영아, 현옥이, 은섭이, 주희. 그러나 아무도 분희에게 이름을 물어보지 않아서 서운했지.

 

7. 그래서 분희는 오늘도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하는구나 하고 집으로 가려던 참에 현옥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나 화장실 갔다올께." 그러자 영아가 내 뒤에 대고 물었어. "얘, 네 이름은 뭐니?" "나? 분희." "분희야, 네가 와서 고무줄 좀 잡아줄래?" "정말?"  분희는 신이 나서 달려갔단다.

 

 

 

8. 현옥이가 화장실을 다녀왔지만, 분희는 고무줄놀이에서 '깍두기'가 되어 함께 놀았단다. 깍두기가 뭐냐고? 먹어봤다고? 하하~ 놀이에서 깍두기는 편을 나누어 노는 놀이에서 사람의 수가 홀수 일 때 양쪽 편을 오가며 놀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9. 이 일을 계기로 분희와 아이들은 친해졌지. 그래서 고무줄 놀이도 하고, 다른 놀이도 함께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단다. 그런데 이 책엔 비밀이 있단다. 뭐냐구? 이 책은 앞에서도 볼 수 있고, 뒤에서도 볼 수 있어. 분희가 혼자 고무줄을 붙잡고 있는데서 부터 보는 것이 좋겠어. 뒤에서 보는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 이젠 네가 직점 보렴. 아, 그리고 그림이 참 예쁘단다. 예쁜 친구들 얼굴을 보면 윤아 얼굴도 마음도 더 예뻐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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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는 인생 지만지 희곡선집
조지 코프먼.모스 하트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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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이 오르면 그집 식구들 만큼이나 정신 없는 공간이 나온다. 거실이라고 보기엔 그렇고 창고

라하면 식구들이 서운해할것 같다. 이집 가족 구성원들은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매우 좋은 표현이고, 다른 말로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가족'이다.

 

2. 그들에겐 꿈이 있다. 아니, 그들은 꿈이 현실이다. 꿈이라는 표현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들

에겐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지기에 꿈을 꿀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이다.

 

3. 이 집의 가장이자 연장자인 마틴 밴더호프 영감님은 '좋은 세월을 살아온 강단 있는 75세 정도

의 남자. 주름이 있는데도 얼굴은 젊다. 눈이 아주 살아 있다. 오래전에 세상과 화해한 사람이며

모든 태도와 매너가 그것을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다'로 소개된다. '오래전에 세상과 화해한 사람'이라는 부분이 참 좋다. 세상과의 화해. 주변 사람들과의 화해는 빠를수록 좋다. 관에까지 싸

갖고 가니 문제다.

 

4. 필연같은 우연. 이 집 식구들에겐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모호하다. 우연히 잘못 배달된 타자기

덕분에 8년째 밖으로 나간 일이 전혀 없는 희곡을 쓰는 여인, 역시 8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지만

전혀 진도가 안나가는 딸, 저녁을 먹으러 왔다가 주저앉아서 이 집 딸과 결혼한 사내도 있다. 얼

음 배달을 왔다가 그 집에 머물면서 폭죽을 만드는 사내도 있다. 5년 정도 함께 살다가 죽은 뒤엔

영감님 이름으로 사망신고가 된 우유배달부. 발레를 가르치러 온다는 것을 빌미로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끼니도 해결하며 사고 치는것이 취미인 러시아 사나이도 있다.

 

5. 차례차례 또는 여럿이 등장해서 그들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랫만에 매우 재밋는 희곡

작품을 대한다. 희곡집을 읽다보면 선뜻 그림이 안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희곡을 읽다

보면 바로 객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좀 더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객석의 반응도 전달된다. 물론

웃음이다. 폭소다.

 

6. 이 가족과 대비되는 가족이 등장한다. 영감님의 손녀딸 앨리스의 사내 커플 토니라는 젊은이의 가족이다. 이 친구의 부모는 뭐랄까. 일단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는 사람들이다. 돈도 제법 벌었다. 그리고 계속 불려가는 중이다. 영감님의 가족이 꿈을 키우는 동안 이 집 식구들은 재산을 키우고 있다.

 

7. 앨리스와 토니의 가족들이 상견례하는 날 저녁. 내일인줄 알았더니 오늘 저녁에 들이닥쳤다. 가족들의 진면목을 하루 저녁만이라도 감춰두고 싶었는데, 너무 리얼하게 보여준 저녁이었다. 설치기 좋아하는 러시아 사내는 레슬링을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토니의 아버지를 메다꽂기까지 했다. 예상대로 서로의 혼담은 없었던 이야기로 끝난다.

 

8. 이 대비되는 가정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하면 한쪽으로 기울진 않는다. 단지 출세와 성공 지향적인 삶에 강력한 쉼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감님의 말을 들어본다. "소화불량이 왜 생긴다고 생각하십니까? 행복해서요? 아닐 겁니다. 소화불량은 당신의 시간을 대부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 쓰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어쨌든 해피 엔딩이다. 긍정 영감님의 식사 기도로 마무리된다. "하나님, 우리가 다시 모였습니다. 당신이 행한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 다시 한 번 하고 싶군요. 일이 아주 잘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는 토니랑 결혼하게 되었고, 그들이 아주 행복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물론 폭죽은 터졌지만, 그건 드 피나씨 잘못이지,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우린 모두 건강하니까 다른 것들은 모두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이 책의 원제는 'You Can't Take It With You' 이다. 직역하면 '가지고 갈 수 없다'다. 즉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을 때 싸갖고 갈 수 없다는 말이다. 오래 된 유머 한 꼭지가 생각난다. 구두쇠 영감이 죽으면서 변호사를 통해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재산을 다 정리해서 관에 넣어달라'.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오직 아버지 장례에만 몰두했다. 변호사가 유언을 상기시키자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하관할 때 고인의 품에 봉투를 안겨드렸다. 변호사가 뭐냐고 묻자. 그 아들 이렇게 답했다. "약속어음이요. 나중에 뵈면 그때 드리지요.". 이 희곡은 193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때 837회나 공연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이 시대를 살았던 아메리칸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시기적으론 1929년 월스트리트 주가 폭락으로 시작된 경제공황의 여파가 남아있을 때이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풀리처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10. 옮긴이 이형식 교수의 번역이 맛깔스럽다.

 

P.S   오자 : P.169 첫째줄. 그는 유진 오닐와 조지 버나드 쇼 - 유진 오닐과 조지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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