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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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세기 의학에서 환자 치료에 축복이 되는 중요한 발전이라면 좋은 간호이다. 좋은 간호는 환자를 위해서는 물론 그 환자를 치료하는 책임이 있는 의사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환자가 적절한 간호를 받으면 회복될 가능성이 더 많아지며 전문적인 간호가 결여되면 환자의 생명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2. 환자를 잘 돌보는 비결은 환자를 ‘위하며’ 돌보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시스템에서 과연 그렇게 행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본다. 돌보는 것(care)보다 관리(control)이 치중하는 현실이다.

 

3. 이 책의 원제 역시 신의 호텔(God's Hotel)이다.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라 혼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러 곳에서 2012년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되었다.

 

4. 저자 빅토리아 스위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임상부교수이자 역사학자다.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로 불리는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두 달간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가루나 혼다가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진료,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느린 의학’에 매료되어 20여 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다.

 

5. 저자는 책 서두에 첫 부검을 집도했던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심한 기관지염이 동반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던 베이커씨는 공교롭게도 저자가 처음 진료한 환자였다. 그 사체를 내려다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비어 있었다. 그것은 ‘스피리투스(spiritus)' 또는 ’아니마(anima)', ‘영혼(soul)'이었다. 여기서 아니마는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아니마는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영적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세의학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이지만 현대화된 의학에선 소외당하고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새로운 관점으로 환자를 보게 된 계기가 아마 이 때였을 것이다.

 

 

 

 

6. “처음 라구나 혼다 병원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련을 받는 동안 이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킨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의사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본 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먼지투성이 산업지구의 콘크리트 주차건물 같은 병원에 환자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문 수위실을 지나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위에 조금 칙칙하기는 해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건물들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다. 여섯 개의 병동에는 유리창이 줄지어 나 있었고, 각각의 병동 끝에는 작은 탑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제비들이 탑 주위를 날아다녔다.”

 

7. 이 병원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느린 의학‘이다. 환자인 뮬러 부인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78세의 뮬러 부인은 비교적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어느 날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된다. 다른 종합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인공관절까지 삽입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부인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정신착란, 당뇨병이 체크 되었다. 항정신성 약물치료와 인슐린 요법이 병행되었다. 수술했던 병원에서는 할 일은 다했으니 이젠 퇴원해서 가택치료를 하란다.(가택치료는 팀워크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에선 이쪽의 지출이 상당하다. 그러나 병원은 일단 자신들의 입장이 우선이다). 가택치료를 하는 중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 고관절 주위 통증 때문에 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다. 저자가 다시 환자를 보게 된다. 엑스레이를 찍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고관절이 관절와에서 빠져나와있는 것이 확인된다.(전구가 소켓에서 빠진 것과 마찬가지).

 

재수술후 그동안 습관적으로 복용시켜왔고 복용해왔던 약을 모두 끊었다. 몇 주 후 알츠하이머와 당뇨에 대한 재검을 해본 결과 전혀 이상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례에 대해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술했던 병원에선 모든 일이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었단 것이다. 응급 치료를 요하는 부분은 그렇다 치고 정신적인 것과 당뇨문제는 좀 더 신중한 처방이 뒤따라야했다. 또 재택치료 중간에 재검 과정없이 같은 처방만 반복된 것이 문제가 된다. 라구나 혼다 병원은 다행히 환자의 입원치료기간에 강한 규제를 받지 않은 것이 환자가 받은 큰 축복이었다. “내가 절약해준 보건의료계의 돈이 상당하다는 것과 거기에 들어간 노력이 너무 작은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투자한 것은 오직 환자를 위한 마음과 시간의 배려였을 뿐이다. 그래서 ‘느린 의학’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8. 이외에 많은 환자의 사례와 동료들 이야기, 관료주의의 횡포와 단순무지함의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환자 치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물론 존 매키의 표현처럼 인체의 ‘정비공장화’되어가고 있는 현 의료의 실태를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자의 권리와 의료진의 의무에 대한 평가는 우선멈춤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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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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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의 삶은 드라마틱했고 그가 남긴 저작들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선과 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학》에 흐르는 일관된 주제 역시 ‘고통’이다. 특히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고통에 당당히 맞서서 힘에의 의지로 충만한 새로운 창조적 도덕의 원리를 제시하고자 했다.

 

2. 언더그라운드 철학자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고병권은 니체의 저작중 《서광》을 중심으로 그의 생각을 풀어나가고 있다. 왜 《서광》이 선택되었을까? 그 이유는 저자의 새로운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3. 저자는 2010년경 한 낱말에 ‘필’이 꽂혔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모든 근거들이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철학자 고병권을 붙드는 고유한 개념이 되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개념으로 ‘마르크스’를 공부하고 있다.

 

 

 

4. “언더그라운드는 내 안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이 어린 식물을 벗 삼아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은 이제 겨우 몇 걸음을 뗀 공부길의 표지이다. 내게 ‘강독’은 저명한 학자들처럼 원숙한 공부의 결과물이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방편이다. 《서광》은 내게 공부의 길을 보여주었다. 아직 아이는 없었다. 거기 서 있는 것은 임신부였고, 고독이었고, 침묵이었다. 그것은 철학자였다.”

 

5. 1장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6장 ‘정신의 비행사’로 마무리된다. 지하에서 비행까지다. 저자는 《서광》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 제목을 하나 떠올렸다. 《니체와 철학》이다. 들뢰즈는 ‘니체의 철학’이 아니라 왜 ‘니체와 철학’이라고 했을까. ‘의’와 ‘와’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니체와 철학’이라는 말은 니체의 철학이 서로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와’라는 접속사를 통해 연결된다. ‘니체의 철학’에서 느껴지는 ‘소유’와 ‘소속’의 의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저자는 니체와 철학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긴 하나 서로의 소유물도 아니고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6. 니체의 철학은 다양한 형태의 비(非)철학적 외관을 하고 있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니체는 어려서 예술, 특히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열 살 때 다성(多聲)의 무반주 악곡인 모테토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열다섯 편의 시를 쓰기도 했다. 자신이 열두 살 때 영광으로 가득한 신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7. 《서광》에 국한시켜 니체를 이해할 때 철학자보다는 심리학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도덕적 행동위에 숨겨진 심리적 책략, 꿈에 대한 분석, 자아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분석.’등에서 그런 면모가 보인다.

 

 

8. 《서광》140절에 실린 다음 글은 니체가 언급했던 그 시기보다 더 강한 공감을 느낀다. “아주 많은 경우 우리는 이웃들에게 멋대로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 다닌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타인을 통해서 투영된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다.

 

9. 저자가 《서광》을 텍스트로 삼았기에 함께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니체의 다른 작품들을 중간 중간 소개한다. 니체를 아직 못 만나 본 독자도 대충 그(니체)의 이미지가 그려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10. 《서광》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는 나 자신을 기다려야하지. 내 자아의 샘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는 항상 시간이 걸리네. 그리고 자주 내가 인내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오래 갈증을 참아야만 하지. 이 때문에 나는 고독으로 들어간다네. 모든 사람을 위한 물통에서 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 좀 더 깊은 사유는 골방에서 이뤄진다. 수 없는 말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진정 내 안에서 깊은 숙성 기간을 거친 말의 향기만이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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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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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물보다 간수하기 힘든 것이 내 마음이다. 내 딴엔 신중하게 살아간다 하면서도 때로 대책 없이 튀어나오는 말과 겁 없이 달려 나가는 행동 뒤에 후회를 해본들 이미 열차는 떠난 뒤다. 주변을 통해서도 흔히 목격된다. 수십 년간 쌓아온 명예가 말 한마디와 행동거지 하나로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2. 수신(修身). 참으로 힘든 과제다. 평생의 숙제이다. 나는 닦을 생각도 안하면서 타인의 몰골을 안팎으로 들여다보기 바쁘다. 저자는 수신(修身)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할지도 모른다. ‘생활의 부담과 압박이 이렇게 큰데 수신을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3. 이 책의 저자 팡차오후이는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학과 및 사상문화연구소 교수이다. 젊은 시절, 서양 철학을 공부했으나 박사 졸업 후 점차 중국 사상사로 연구 주제를 전환했다. 유가 사상을 정신적인 귀착지로 삼는다고 한다. 저자가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강의한 〈유가경전입문〉은 지난 10년간 칭화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시에 가장 주목받는 과목으로 꼽힌다.

 

4.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덕과 지식을 본질적으로 구별했다. 지식은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미덕은 실천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 덕성은 무엇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덕성은 하루아침에 내 것이 될 수 없다. 반복적인 실천과 훈련을 통해서만 변화 될 수 있다.

 

5.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제9강까지 이어진다. 수정(守靜)에서 치성(致誠)까지다. 수정(守靜)은 무엇인가?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다. 靜而後能安 (고요해진 이후에야 편안해질 수 있다).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그대, 꿈꾸었던 미래를 살고 있는가’ 젊었을 때 꿈꿨던 호기로운 꿈들은 단지 꿈에 불과했던가? 명나라 학자 여곤이 쓴 《신음어, 呻吟語》의 일부를 인용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준다.

 

우주 자연의 정묘함과

인성과 천도의 오묘함은

오직 고요하게 바라보는 자만이 알 수 있고

오직 고요하게 기르는 자만이 부합할 수 있다.

 

 

 

6. 자성(自省,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너무 뒤를 자주 돌아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것 역시 위험한 질주다. “만약 진정으로 자성하고자 한다면 시간은 많습니다. 인터넷을 하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고 게임을 할 시간은 넘쳐 나면서, 어찌 자성을 할 시간이 없겠습니까?”

 

바쁜 가운데에서도 일을 해야 할 때에는

항상 틈을 내어 미리 점검해 두면

실수가 절로 줄어들고,

수시로 잡념이 떠오를때에는

고요할 때 미리 확고히 생각을 붙잡고 있으면

잘못된 마음이 절로 사라진다.

 

              《채근담》

 

 

7. 신독(愼獨,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저자는 오늘날의 중국 사회가 심각한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는 원인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현재 중국인의 생리적 욕구가 너무 강해서 이드가 초자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많은 도덕규범과 현실 조건의 제한을 가하여, 즉 초자아가 지나치게 강해서 이드가 장기간 억압받는 상태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다.

 

중(中)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和)라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달성해야만 할 길이다.

중과 하에 이르게 되면 하늘과 땅이 제 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이 자라게 된다.

 

                             《중용》

 

 

 

8.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은 매일 점을 찍어서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때로는 쉼표도 있다. 그러나 마침표는 아껴둬야 한다. 그 때까지는 계속 그림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남을 따라 그리는 그림이 아닌 나만의 그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그림에 점을 찍는데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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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메맷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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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의 몸을 장비나 기계에 비유한다는 것이 편치 않지만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관리를 잘 못하면 금방 고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몸처럼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것도 이 세상에 흔치 않다.

 

2. 이 책의 원제는 YOU The Owner's Manual 이다. 내 몸의 주인은 다름 아닌 당신 곧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실천하고 살기 힘든 말 중에서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라’는 말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배부른데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배가 고파야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면서 먹을 곳을 찾게 된다.

 

3. IT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과 의학에 대한 정보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체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무심하다. 하긴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몰라도 시동을 켜고 핸들이나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등 기본적인 조작만 갖고도 운전은 가능하다. 문제는 이곳저곳에서 손 좀 봐달라는 신호가 올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4. 안타까운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냄새가 나거나 급기야 연기까지 나면 일단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게 되는데, 내 몸은 그렇게까지 관심을 안 갖는다는 것이다. 소위 ‘퍼져야’ 병원을 찾게 되니 어찌 보면 자동차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5. 이 책을 펼치면 어렸을 적 책장에서 장식품 역할도 톡톡히 했던 의학백과 사전이 생각난다. 차이가 있다면 보다 세련된 문체와 삽화, 최신의 정보를 한 권에 담은 점이다.

 

6. 저자 마이클 로이젠은 ‘건강나이(Real Age)'개념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노년학을 전공했다. 내과, 마취과 전문의이다. 미국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 그는 1991년부터 9년 연속 ’미국 최고 명의‘상을 수상했다. 공저자인 메멧 오즈는 ’영혼까지 어루만지는 의사‘로 칭송받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알기 쉬운 설명과 재치 있는 비유를 통해 건강 클리닉 프로그램의 고정패널로 출연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7. 책은 총 15챕터로 되어있다. ‘나의 몸, 그리고 건강’으로 시작하며,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이라고 단정 짓는다. “《내몸 사용설명서》를 쓴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의 몸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파악하면 변화와 유지는 물론, 꾸미고 또 건강하게 만들기가 한결 쉽다. 각 장 첫머리에는 신체 각 장기의 해부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그림을 보면서 각 장기의 모양과 기능, 또 각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까지 마치 신체 내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 것처럼 설명한다. 너무 어렵게 또는 마치 초등학생에게 하듯 너무 유치하게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학 자체는 사실 복잡하다.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생각이다.”

 

8. 첫 장을 열면 ‘당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란 타이틀로 50문항의 질문이 주어진다. 귀찮으면 건너뛰어도 된다. 나중에 정 심심할 때 훑어봐도 괜찮다. 각 챕터 첫 부분은 잘 못 알고 있는 건강정보를 바로잡아주는 ‘~에 대한 오해’를 통해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예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심장 발작이 언제 올지 알 수 있다?’에 이어지는 설명이다. “심장 발작을 경험한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속이 좀 불편하다 싶을 정도여서 위장장애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흉부 통증과 불편감. - 신체 상부(한쪽 팔, 등, 목, 턱)의 불편감. - 숨찬 느낌. - 식은땀. - 울렁거리는 느낌. -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극심한 피로.

 

 

 

9. 심장과 혈관계에서 암까지 이어진다.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발끝 까지, 몸의 안팎을 넘나들며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마지막 3챕터  다이어트, 근육 운동, 몸과 건강에 대한 Q&A는 최신의 이론이 적용되었다.

 

10. 건강, 의학 서적은 아무리 쉽게 써도 재미없다. 마치 안 봐도 비디오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표류하는 건강, 의학 정보 중엔 쓰레기 정보도 많다. 홍보성 정보가 둥둥 떠다닌다. 이런 책 한권 곁에 두고 가금씩 들여다보면서 내 몸 관리 매뉴얼로 삼아도 좋겠다. 남자, 여자, 남편, 아내 사용설명서보다 ‘내 몸 사용설명서’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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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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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읽기 전에 몇 가지 오해가 있었다. 우선 대통령의 연설은 비서들이 써주는 연설문을 그저 읽기만 하는 줄 알았다. 실내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 연설문을 읽다가 바람에 날아가 버리면 연설도 함께 날아가는 줄 알았다. 두 번째로 저자는 두 분의 대통령을 스피치 라이터(연설 비서관)로 모시면서 에피소드 중심의 가벼운 이야기 거리로만 쓴 줄 알았다.

 

2.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런, 대단한 책인데!’ 하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리뷰를 쓰면서 이런 표현을 많이 자제하는 편인 내겐 흔치 않은 일이다. 저자의 아내가 책을 교정해주고 나서 한 마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누구나 꼭 읽어봐야 할 책이야!’ 아내가 책 쓰느라 고생한 남편을 위로하고 모처럼 기를 살려주려 한 말인 줄 알았더니 깊이 동감이 가는 말이다.

 

3. 첫 장을 들추면 저자가 청와대로 출근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된다. 2000년 6월 13일 TV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을 출발하면서 인사말을 하는 장면이었다.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방문길에 오르고자 합니다.” 다시 보니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라는 표현이 참 좋다.

 

4. TV 시청을 함께 하던 저자가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어떤 사람들이 쓰나? 나도 저런 연설문 쓸 수 있는데...” 그저 마음뿐이었다. 그런 자리가 어디 이력서 낸다고 될 일인가?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일주일 후 청와대에서 전화가 결려왔다.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실에 합류했다. 그래서 우리 삶의 미래는 미스터리라는 말이 맞다.

 

5. 청와대 입성 후 그야말로 저자에겐 피가 마르고 뼈가 녹아내리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물론 그만큼 긍지와 보람의 시간이었다고도 한다. 책의 제목은 『대통령의 글쓰기』이다. 저자는 의도한 바가 아니었겠지만, 두 가지 함축된 의미가 보인다. 대통령이 쓰는 글과 대통령을 위한 글쓰기이다. 공통점은 ‘대통령’과 ‘글’이다.

 

6. 대기업의 CEO나 조직의 단체장 또는 비중 있는 군대지휘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 조직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주는 강력한 메시지역할을 한다. 하물며 한국가의 대통령이 하는 말은 농담조차도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다. 특히 국제간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에 하게되는 대통령의 연설문의 단어 하나하나가 매우 큰 비중을 갖기 때문이다.

 

7.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가 있다면 후자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연설문이 주재료다. 더 정확하게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연설문은 말과 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말을 하기 위해 준비한 글이 연설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말하는 방식과 글쓰기 방법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토씨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대통령 연설문 특성상 전략적으로 말하고, 글을 쓰는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마흔 가지 꼭지마다 두 대통령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밝힘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 책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저자의 말이다.

 

8. 생각은 말과 글로 표현된다. 말과 글은 생각에서 나온다. 덕이 되는 말과 글은 좋은 생각이 갑이다. 이것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향기로운 삶으로 나타난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좋은 생각은 독서가 도와준다. 아울러 좀 더 영양가 있는 말과 글에 욕심이 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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