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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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상으로 살펴본 ‘예수’ 그 이름

 

1. 1세기 팔레스타인, 로마 제국의 통치하에 많은 수난을 당하며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예루살렘이 함락되며 멸망에 이르는 역사적 배경속의 예수를 만난다.

 

2. 저자 레자 아슬란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자 종교학자로 소개된다. 1972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1979년 이란 혁명 때 미국으로 갔다. 10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다시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력이 있다.

 

3. 이 책 『젤롯』은 저자가 20년 동안 신약성서와 초기 기독교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예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본 결과물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된다. ‘또 다른 종류의 희생제의’, ‘주님의 집을 생각하는 열정’, ‘육신을 입은 하나님’, ‘참 하나님’ 그리고 ‘참 하나님에게서 온 하나님’으로 마무리 된다.

 

4. 저자는 신앙의 관점에서 성서를 읽던 중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그러던 중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성서를 깊이 연구하게 된다. 진실을 파헤치는 학자의 마인드로 성서읽기가 시작된다. 역사적 예수의 삶과 예수가 살았던 격동하는 세계, 또 그가 저항한 로마 제국의 잔혹한 압제에 대해 공부할수록 그동안 소원했던 예수에게 더 끌리게 된다. “유대인 시골 청년으로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의 통치에 정면으로 맞선 혁명가 예수가 교회에서 배운 역사와 단절된 비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예수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5. 예수가 태어나던 시기는 예언자들이 부침(浮沈)하던 때였다. 예언자들은 대부분 로마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민심을 동요하고 지엄한 권력에 도전한다는 죄명이었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시점에 예수의 등장은 또 하나의 희생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리라. 저자는 이런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복음서 기자들이 ‘혁명가 예수’의 모습은 감추고 ‘구원자 예수’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감한다.

 

 

 

6. 저자는 이 책에서 실존 인물로서의 예수, 즉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 예수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찾아내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바로 정치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로서의 예수의 모습이다. 아울러 그의 추종자들이 예수의 활동과 정체뿐 아니라 유대교 메시아의 본성과 정의를 어떻게 재해석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7. 1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메시아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왕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겠고 제사장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메시아가 나타나서 제발 그 삶의 질곡(桎梏)에서 벗겨주길 간절히 소망했을 것이다. 또 하나 확고부동한 것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메시아의 존재는 다윗왕의 후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외세의 지배라는 멍에에서 유대인들을 해방시키며 예루살렘을 하나님의 통치하에 두기 위해 온다. 따라서 예수를 메시아로 부르는 것은 현존하는 권력과의 갈등, 혁명, 전쟁의 길로 냉혹하게 내모는 것이다. 이 길은 예수 이전에 실패한 예언자들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8. “나는 내 마음대로 여기 온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시오. 당신들은 그분을 잘 모르지만, 나는 그분을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은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요한복음 7:28~29)

 

 

9. 그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선 자기 나름대로 ‘열심’인 유대인들이 많았다고 한다.(그 때 그 시절에만 국한시킬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지금은 안 그런가?) 그 중에는 자신들의 ‘열심’이라는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극단적인 폭력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로마인과 이방인뿐 아니라 로마에 빌붙어 아첨하는 동료 유대인들에게도 응징을 내렸다. 사람들은 이들을 ‘열심’을 의미하는 ‘젤롯(Zealots)’이라고 불렀다.(이 책의 제목인 ‘젤롯’이 처음 등장하는 대목이다)

 

10. 저자는 문헌학적 고찰을 통해 예수가 태어나기 전후의 로마 정세는 물론 경제, 문화, 종교적 배경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다. “유다 항쟁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예루살렘이 붕괴된 이후 초대교회는 끔찍한 전쟁의 원인이 된 젤롯의 민족주의에서 예수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11. 아울러 젤롯의 최종적 의미는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의지, 하나님의 나라가 기어코 오리라는 열정적인 신념으로 정리된다. “예수의 진면목이 궁금한 이들, 그러나 예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나 예수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자 민경식 교수의 추천글에 공감 되어 그대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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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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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에게 ‘불안’의 개념은 의학과 철학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두려움이란 특이한 상황이 아니다. 크던 작던 우린 모두 두려움 앞에 직면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방어기전인 ‘합리적 두려움’이 있는가 하면, 거의 공포에 가까운 ‘비합리적 두려움’이 있다.

 

2. 이 책은 바로 비합리적 두려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다. 책제목은 ‘그대 앞에만 서면 난 왜 작아지는가.’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을 떠나지 말고 불안을 떠나보내라.” 저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말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라고 소개된다. 그동안 열여덟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음악, 미술 치료,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출간해왔다. 학술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3.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생각’이다.” 공저자인 파트릭 레제롱의 말이다. 역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와 직장(병원)동료이다. 인지행동 심리치료사이다. 직장 스트레스 전문의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4. 책은 4부로 편성된다. ‘누군가의 시선이 불편한 순간’, ‘불안의 네 가지 얼굴’,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는 법’등이다.

 

 

 

 

 

5. “의사와 심리학자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두고 ‘사회 불안’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때로 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거나 고통스러운 형태를 띠기도 한다. ‘사회 공포증’이 그런 경우다. 사회 공포증 환자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공포를 느낀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먹고 있을 때 남이 쳐다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차라리 먹지 않는 쪽을 택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회피성 인격 장애’라고 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회피하거나 몸을 도사리고 접촉을 피한다.”

 

6. 이에 비하면 다른 형태의 사회 불안은 일상적이고 단순한 불편함에 속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대 공포증과 수줍음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병적인 것과 정상적인 경계는 무엇일까? 그 표시는 극히 미미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그 경계에 걸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7. 불안감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과정 중 ‘안면 홍조증’과 ‘적면공포증’이 있다. 안면 홍조증은 매우 쉽게 빨개지는 것을 뜻하고, 적면 공포증은 빨개지는 것에 대한 강박적인 불안을 말한다. 적면 공포증은 안면 공포증이 실질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모든 사람이 적면 공포증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면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얼굴이 빨개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욱 안면 홍조증을 악화 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히 넘기겠지만, 적면 공포증이 치료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이런 말이 덧붙여진다. “우리는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적면 공포증을 치유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빨개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빨개진 것 때문에 더 이상 안정을 완전히 잃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고 설명한다.”

 

 

 

 

8. 그렇다면 사회 불안의 주요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각의 경계는 어떻게 정해질까? 그리고 사회 불안은 일상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보편적인 불안인 무대공포증, 뒤로 물러서는 존재 방식인 수줍음, 도피의 신인 회피성 인격 장애, 차가운 가면 뒤에 가려진 두려움인 사회 공포증 등에 많은 사례와 견해를 밝히고 있다.

 

9. 사회 불안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날카로운 자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문제를 너무 의식하고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10. 타인을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낮은 자존감과 지나치게 높은 자의식의 합작이다. 이 책이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불안, 두려움 나아가선 공포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방향을 위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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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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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60년 6월 15일에서 7월 15일까지 한 달간이다. 도쿄지방법원 형사 제30호 법정. 무라타 가즈히코라는 은퇴한 신극배우가 피고로 등장한다.

 

2. 피고 무라타 가즈히코는 두 건의 살인과 시체 유기라는 죄명을 쓰고 있다. 이 법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도요 신문 법정 기자로 법원에 출입하는 요네다 도모이치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3. 재판은 종종 연극에 비유하기도 한다. 각기 맡은 배역을 얼마나 멋지게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대부분이 비극이지만, 이따금 희극도 되고 외설극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강간 사건 재판이 열리면 건조하고 딱딱한 법률 용어의 표현이 어떤 면에서는 도색잡지보다 난잡하고 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4. 피고를 가운데 두고 노련하고 치밀한 중견 검사와 침착하면서도 지혜로운 젊은 변호사의 한 판 대결이다. 피고는 두 건의 살인과 사체 유기에 대한 죄가 목에 걸려 있다. 그러나 피고는 첫 번째 살인사건 후 시체 유기에 대한 부분만 인정할 뿐이다.

 

 

 

 

5. 출신성분. 법정 심리와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고의 출신 성분이 드러나고 이슈화된다. 그는 이른바 신평민 출신이었다. 신평민(新平民). 이는 일본이 구 호적법을 제정하면서 화족, 무사, 평민과 함께 호적에 등재된 하나의 호칭이라고 한다. 신(新)이라는 글자 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비록 법적으론 평등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네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불이익은 이루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골이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피고가 군에서 5년 동안 복무 중 그의 출신 성분 때문에 진급을 못하고 온갖 고초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6. 작가는 변호사의 입을 통해 민족 간, 인종간의 차별의식을 고발한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야기와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평소 학대받았던 조선인이 지진이 난 기회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킨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아무 죄도 없는 재일 조선인2천600명~6천600명이 학살당했다.

 

7. 책의 제목으로 쓰인 《파계》는 시마자키 도손이라는 일본의 대문호의 역작에서 따왔다. 차별의식이 주제이다. 도손은 그의 작품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설령 어떤 꼴을 당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출신을 밝혀서는 안 된다. 한때의 비분에 이 금제를 잊는다면, 그때가 바로 사회에서 버림받는 순간이라 생각해라.’

 

8. 피고 무라타 가즈히코는 한 여인을 사랑했다. 야스코라는 유부녀였다. 한 때 신극에서 같이 활동을 했던 여인이다. 그녀는 무라타 가즈히코에겐 거의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의 출신 성분을 안 그의 아내조차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유산시키고 친정으로 가버린 가슴 아픈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야스코라는 여인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야스코라는 여인을 위해선 목숨까지도 버릴 각오를 할 정도다. 그러나 야스코라는 여인은.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가 야스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이 상해당한 후 철로에 던져졌고, 같은 장소에서 역시 살해 된 채로 발견되었다. 그 죄에 대한 모든 혐의는 무라카 가즈히코에게 돌려져있다.

 

9. 소설의 중반까지는 피고의 죄가 벗겨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화자이자 관찰자인 기자의 눈에는 무언가 기대를 걸었던 변호사의 파워가 좀체 상승되질 않다보니 답답하다.

 

10. 소설의 3분의 2정도 지났을 때쯤 급격한 반전이 찾아온다. 나른하던 참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책을 읽던 자세가 달라질 정도다. 국내에도 법정 소설을 쓰는 법조인이 있다. 간혹 비법조인이 쓰는 소설도 있지만, 아무래도 박진감, 치밀함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의학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용어하나만 잘 못 써도 현장감이 여지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법조계와 전혀 관계없는 일본의 한 작가가 오직 그가 공부한 자료로만 토대로 썼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소 따분한 기분도 드는 전반전을 잘 넘기면 후반전에서 ‘읽을 만한 스토리’로 남겨지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작가는 특별 변호사로 선임되어 실제 법정에 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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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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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成功)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다. 단지 개인마다 그 목적이 다른 뿐이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담겨 있는 성공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하다. 재물, 명예, 권력 등이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2. “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냐.” 책을 열면 저자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된 한 사건이 그려진다. 2007년의 어느 날, 그녀는 피를 흥건히 흘린 채 홈 오피스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부러졌다.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실신한 것이다.

 

3.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버닝 아웃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규정 속도보다 훨씬 넘어 달리는 주행에선 오히려 속도감을 못 느낀다. 그 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4.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일단 대단한 사람이다. 저자의 이름을 딴 〈허핑턴포스트〉미디어 그룹의 회장 겸 편집인이고 컬럼니스트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블로그 뉴스다. 2005년에 창간해서 전통미디어인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등에 비해 방문자를 웃돈다고 한다. 2012년에는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타임〉은 2006년과 2011년 저자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포브스〉는 201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5.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가 새롭게 정의하는(사실 그리 새롭다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잊고 살아가는 것뿐인) ‘성공’을 그리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 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저자가 성공의 맛을 봤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맛 저 맛 다 보고 나니 거친 음식이 그리운가보다 했다. 그러나 반대로 통속적인 성공의 문턱에도 못 가본 사람이 성공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면 ‘ 저 포도는 실거야’한다고 역시 거부반응이 올 것임에 틀림없다.

 

6. 경로를 이탈한 ‘성공 로드’를 재검색 재설정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를 잃고 물질만 잔뜩 남겨 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보기도 전에 나는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개처럼 싸우게 만드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까.

 

 

 

 

 

 

7. 저자는 ‘웰빙’, ‘지혜’, ‘경이’, ‘베풂’ 등의 4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상당한 양의 서적들, 저자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생각들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8. 웰빙.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삶, 결국 영혼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있다.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녹초가 되도록 우리 자신을 혹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벨기에의 철학자 파스칼 샤보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탈진을 ‘문명의 질병’이라 칭했다. 임계점에 도달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중독의 올가미에 걸려서 악순환이 계속 된다. 웰빙의 수준을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수면을 지금보다 30분만 더 잔다. 가능하다면 낮에 30분 정도 낮잠을 잘 것. 두 번 째, 몸을 움직여라. 걷거나 달려라. 스트레칭을 하거나 요가를 하라. 춤을 춰도 상관없다. 언제라도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움직여라. 세 번째, 5분간의 명상을 시도해보라. 궁극적으로는 하루에 15~20분 혹은 그 이상까지 명상하면 최적이지만, 몇 분만 명상하더라도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9. 지혜. 종종 인용하는 부분이지만, 내가 모는 자동차보다 나의 몸이 더 푸대접 받는 경우가 많다. 차에서 미세하지만 여느 때와 다른 소리가 나면 만사 제쳐놓고 단골 정비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내 몸이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줘도 무심하다. 저자는 이런 경우를 ‘지혜 없음’이라고 단정한다. 내가 표현을 달리하면 ‘생각 없음’이다. 지혜의 원천이 직관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직관은 내면의 지식이기도 하다. 절대로 직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연륜이기도 하다. “직관은 언제나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내면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나 있는가? 직관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저자의 권유를 들어본다. 첫째, 내면의 지혜가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에게 더 이상 필요치 않는 것을 과감히 내려놓아라. 2. 감사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3. 디지털 세계와 일정 시간 결별하라. 특히 아침에 눈뜨자마자 들여다보고, 잠들기 전까지도 들여다보는 습관을 버려라.

 

 

10. 경이. ‘인간은 높디높은 산과 깊은 바다. 그리고 별들의 운행에 주저하지 않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선 경이를 느낄 줄 모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이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경이를 삶의 전제조건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에 무감각하며 사색하는 능력이 없거나 황홀감에 전율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이미 삶에 대해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에 죽은 시체와 다를 바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삶의 경이로움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경이로움은 내가 그 문을 열기만 하면 내게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 하나를 정해둬라. 자식, 반려동물, 바다,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 등 경이로움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긴장되고 위축될 때마다 그 이미지를 보면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1. 베풂. ‘잠들어 꿈꾸었네, 삶은 기쁨이라는 것을. 잠을 깨서 깨달았네, 삶은 봉사라는 것을. 행하면서 보았네, 봉사는 기쁨이라는 것을. - 타고르.

웰빙과 지혜, 경이에 이어 베풂이 더해져야만 완성품이 된다. 사실 베풂과 사랑, 배려와 공감, 동정심 등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과 안락함을 포기하는 마음이다. 처음엔 자기가 남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엔 그 자신이 더욱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삶의 실의에 빠져 있던 중 주위 사람의 강권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 일상 속에 자신의 낙심이 사치스러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12. 책의 부록엔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12가지 어플리케이션과 방법’그리고 ‘명상과 마음챙김을 위한 12가지 애플리케이션과 방법’ , 비록 국내가 아니지만, ‘베풂과 봉사를 위한 12곳의 웹사이트’가 소개된다. 이 책은 부제로도 쓰인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생각과 실천의 밥상이다.

 

13. 다시 ‘성공’을 생각한다. 파울로 코엘료에게 한 수 배운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매일 밤 당신의 평화로운 영혼과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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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보았다 -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이얼 프레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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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있는 용기

 

1. 고문기술자나 나치 전범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다. 대의(大義)를 따랐을 뿐이다. 명령에 복종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한다. 나도 희생자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看過)한 사실이 있다. 인간으로서의 심성을 감추고 야수성만 드러낸 행위를 하기 이전에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이 해도 될 만한 일인가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일어나야 했다.

 

2. 데이비드 흄은 유사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연달아 일어나는 사실을 관찰하면서(특히 되풀이 되어선 안 되는 일들)인간의 행위에는 모든 민족과 세대에 두로 적용되는 제일성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본성을 발견하는 데에는 당연히 역사가 주로 많이 이용된다. 역사는 온갖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여러 정황에서 묘사해주고, 우리 자신을 잘 돌아보고 인간의 행동과 행위의 규칙적인 발생 원천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자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가 되는 기록들이나 전쟁들, 음모들, 파벌 싸움들, 혁명들은 아주 많은 경험의 집적물들이다. 이것들을 토대로 정치가나 도덕철학자는 자신의 학문의 원리들을 확정한다. 이것은 물리학자나 자연철학자가 실험에 의해 행성이나 광물들, 그리고 기타 외적인 대상들을 고찰하고 그것으로부터 그것들의 본성을 알게 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따른 것이다.

 

 

 

3. 이 책의 저자 이얼 프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라고 소개된다. 1977년 〈프로그레시브 The Progressive〉기자로 일할 당시,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의 자국민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군사 지원을 도모한 미국 정부를 폭로한 기사로 사회정의보도 부문에 수여하는 제임스 아론슨 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뉴 아메리카 재단’이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참신하고 탁월한 관점을 제안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버나드 슈워츠 연구기금’을 받았다. 이 책 《양심을 보았다 Beautiful Souls》에선 무관심과 비겁함이 존재하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평범한 사람들이 왜 관습을 깨고 권위에 저항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서 출간 직후 수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4. “이 책은 광포한 집단의 획일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강요받을 때,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니오’ 라고 말하는 초월적인 행동을 하는지, 수수께끼와도 같은 질문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다.”

 

5. 저자는 어떤 사람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저항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들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많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은 그 사람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들과 배경이 되는 장소를 방문하고 여러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그들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6. 네 명의 거부자들이 주인공이다. 1장은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다. 이 경찰관은 1938년에 자기가 당연히 집행해야 했던 법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행위를 했다. 당시에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그 경찰관과 같은 수많은 법 집행자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주어진 직무를 다하는 것과 무고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목숨을 살리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7. 2장에선 그로부터 약 50년쯤 지난 뒤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전해준다. 1990년대 초 유고슬라비아를 둘로 쪼개는 인종적, 민족적 분열이 일어났을 때, 그 경계를 초월하여 행동했던 한 세르비아인의 이야기다. 3장에선 거부자의 저항이 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난다.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 대원이 이스라엘 군대가 점령한 이른바 점령지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마지막 4장에선 자기가 팔아야 하는 금융상품이 고객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상품의 판매를 거부한 투자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8. “만일 내가 명령을 거역해야 하는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신을 거역하면서 인간과 함께 있기보다는 인간을 거역하면서 신과 함께 있겠다.” 마음에 깊이 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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