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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평점 :
〈 Book Review 〉
《 희박한 공기 속으로 》 _존 크라카우어 (지은이), 김훈 (옮긴이)
민음인 / 2025-02-12원제 : Into Thin Air
“에베레스트는 이 세상 물리적인 힘들의 화신이었다. 그(멜로리)는 인간의 영혼으로 그것과 맞붙어야 했다. 그는 자기가 성공할 때 동료들의 얼굴에 어릴 기쁨을 상상할 수 있었다. 또한 자기 성공이 모든 산악인에게 불러일으킬 짜릿한 전율을 그려 볼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두고 되돌아 내려가느냐, 아니면 죽느냐의 두 가지 대안 가운데서 멜로리에게는 후자 쪽이 훨씬 더 쉬운 길이었으리라. 첫 번째의 대안이 안겨주는 고통은 인간으로서, 산악인으로서, 그리고 예술인으로서 그가 도저히 견뎌 낼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_프랜시스 영허즈번드 경, 『에베레스트산의 서사시』
최근 한 산악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인터뷰이는 라인홀트 메스너였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를 산소 없이 등정했고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산악계의 전설’이다. 기자가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 뭔지 물었을 때, 메스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위험한 산에 오를까.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대도시에 사는 게 에베레스트 정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나는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만 산에 올랐다. 죽을 수도 있는 위험 앞에 깨어 있어야 산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등반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완성된다.
1996년 5월 10일, 해발 8,848미터의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향해 많은 등반대가 한발 한발 움직이고 있었다. 등반대 대장인 뉴질랜드인 로브 홀, 또 다른 등반대 대장인 미국인 스콧 피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최고령 여성으로 기록되는 일본인 남바 야스코, 뉴질랜드인 가이드 앤디 해리스,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이루기 위해(비용을 마련하고자) 밤낮으로 일한 우체국 직원 더그 한센을 포함한 12명은 에베레스트 산을 둘러싼 기상악화로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책은 그 등반대에 동참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크라카우어의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산타기를 좋아했다. 수없이 암벽등반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아웃사이드》라는 잡지에서 저자를 가이드가 딸린 등반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하고 그(에베레스트)에 관한 글을 쓰라고 권유한다. 정상에서 한참 밑에서 충분한 (고산)적응의 시간을 갖은 후, 결국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하산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함께 등반을 했던 동료들 중 상당수가 사망했다.
책을 읽기 전엔, 무거운 내용이지만 이런 사연이 책 한권의 분량으로 나올만할까 하는 의구심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역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붙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에베레스트라는 산이 처음으로 발견되고, 측량되고, 이름이 붙여지고, 사람들이 목숨 걸고 오르는 이유와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에베레스트의 역사를 덧붙였다. 지금도 에베레스트 산을 향해 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버킷리스트로 ‘에베레스트 산 정복’을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꿈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모험소설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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