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나만 알고 싶은 유럽. 제목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아..하고 탄성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의 너무 좋았던 장소는 마음 속에 간직한 비밀 같은 것으로 남겨 두고 싶은 것 아닌가? 내가 너무 좋았던 그 곳은 항상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소로 존재해주기 바라는 그런 마음들을 한 번은 다 품어 봤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조건 제목에 끌렸을 것이다. 남의 비밀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과 내 비밀을 들킨 것 같은 마음으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았을 것이다.

 

잘 된 책은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특별한 하루를 부탁해, 위대한 예술을 만나는 시간, 달콤한 유혹 한 조각, 그들처럼 살아보는 하루, 마법같은 풍경 속으로, 생각이 깊어지는 그 곳, 맘껏 취해도 좋아, 작가처럼 영화주인공처럼, 선물 같은 축제를 만나다, 인생도 여행도 휴식이 필요해.

 

열 가지 주제에 따른 열 군데 공간!

그 공간은 때로 먹거리가 되기도 하고 즐길거리가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단상이 되기도 한다. 그 중 세 꼭지는 서너 페이지의 에세이. 나머지 일곱은 반페이지의 짧은 정보. 형식적으로 탄탄한 짜임새다. 제목만 나열해도 여행 다 다녀 온 느낌. 저러자고 여행가는 것. 하루에 한 주제씩 꼭 열흘에 걸쳐 이 책을 읽었다. 곰곰히 읽고, 소개된 공간과 사물 먹거리등등은 검색도 해보고, 언급된 책들은 장바구니에 담아가며, 충분히 즐기면서 읽었다. 이 곳에 소개된 장소나 이벤트들은 사실 새로움은 없었다. 가봤거나, 방송을 통해 보았거나, 책으로 접했거나.. 거의는 알고 있다고 여긴 곳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느꼈다. 지은이의 문학적 감수성은 여행지의 구석구석은 물론 그 곳에 떠다니는 공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뻔한 그 곳을 특별한 여행지로 만들어 주었다.

 

특히 파리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나는 유명 관광지는 거의 가보지 못했다. 오랑주리에 앉아만 있기에도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날 공항으로 가기 전에 무리해서 팡테옹 앞을 지나가면서 어찌나 헛헛한 마음이 들던지. 저게 팡테옹이야..이러며 지나만 왔을 때 그 기분을 이 책에서 만났다.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가 나란히 안치 되어 있는 팡테옹 내부사진 한 장을 봤을 때의 공허함이라니. 학창시절 정말 문학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던 대문호들이 파리..그 곳에 있었던 것이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는데 급급해서 정말 파리가 문학이 도시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도 못했었다. 한 도시가 며칠 만으로 해결 되지 못하리란은 알지만, 어쨌든 나는 파리에 들리긴 했지만 머물지 못했었다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너무 짜여지고 재단되어진 책이라는 것은 어쩔수 없이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 이 책 또한 대한항공과 기획 했다는 것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 같다. 괜히 공장에서 찍어낸 느낌이 나는 것이다. 책이 뭐 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지..라면 할 말은 없지만, 헌책방에 놓였을 때 어울리는 것이 여행서의 느낌인데, 이 책은 대형마트에 어울리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문장과 따듯한 시선을 가진 잘 만든 여행책이 대형마트에서라도 많이 팔리고 널리 읽힌다면 세상에게 사람에게 널리 이로운 일일 것이다. 그것이 또 작가의 의도였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 난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 순간..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 부터 계속 이 문구가 맴돈다. 이딸리아가 내겐 그대가 아닐까. 빠스타가 내겐 그대가 아닐까. 어쨌든 잇태리라는 그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인 책. 뭔가 야들야들하고 몰캉몰캉한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할 듯한 요리사의 책. 이 책은 그런 기대감을 확실히 깨주었다.  

 

한 두해 전 본 어느 잡지에서 요리에 대한 칼럼을 읽다가 그의 글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고, 이렇게 글 잘쓰는 요리사는 대체 누구지?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마침 그 때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가 막 출간된 시점이어서 북토크도 찾아가 보고 나름 팬질?을 했다. 그리고 그 이전의 책들도 사기 시작했는데, 그가 책을 내기 시작한 초창기 책들은 내가 처음 매혹 된 그 정도의 글들은 아니었다. 파스타를 만드는 남자는 왠지 좀 섬세할 것 같은 데, 박찬일은 생각보다 걸쭉한 감성의 소유자인듯. 이 책 속에서의 그의 입담이 그렇다.파스타를 배우겠다고 두어달.. 하며 이태리로 날아간 그가 그 열배의 시간을 머물며 엮어낸 생활글들이 이 책에 담겼다. 그가 몸으로 부딪친 이태리의 일상과 공기는 낭만적이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스쳐지나듯이 가 아닌 그들 속으로 들어가 몸으로 겪어 낸 박찬일식 스튜 같은 <어쨌든 잇태리>. 깨알 팁들이 소소히 박힌 이태리의 날 것. 이 책을 읽고 나니 시칠리아의 산토끼 고기가 먹고 싶다거나, 진짜 손 맛 라비올리가 먹고 싶다거나 하는 맘보다는, 나도 시골 어느 주방에서 멸치 가시가 손톱 밑에 박히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생생히 느껴보고 싶었다. 이태리는 아니지만, 나도 내년 기장 봄멸을 가지고 엔초비 만들기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깊은 감칠맛 나는 우리네의 멸치 젓국도 좋아하지만, 올리브오일에 잠겨 있는 엔초비의 깔끔하고 농축된 짭짜름.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침이 고였다. 단지 음식에 끌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 <내 여행의 명장면> 공모전 당선작 모음집
강지혜 외 33명 지음 / 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이 아니다. 공모에 모두 천여편이 넘는 글들이 접수 되었다는 것을 보면.

접수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 '당연히?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일터이다. '달' 답게 역시나 이쁘게, 감각적으로 또 한 권의 책을 펴내었다. 살금살금 읽어지는 달의 책들. 서점에서 몇 부분을 읽어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첫 글이 너무 감각적이어서 시끄러운 서점에서 읽으니 잘 안 읽혔다. 첫 글은, 줄거리를 따라가는 서사의 여행이 아니라 순간의 감성을 시적으로 표현한..그런..너무 예술적이었다고나 할까..자칫 손에서 놓을 뻔 했다.

 

조용한 곳에서 다시 천천히 읽으니 한 편 한 편 모두 떠나는 자들의 마음이 오롯이, 참 잘 담겨있다. 마치 내 안의 여러 명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낸 느낌. 계획하거나 계획하지 않거나, 떠나거나 떠나지 않거나 우리 삶의 한 장면 한 장면은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찰나의 순간에도 우리의 감정은 흔들리며, 그 순간의 흔들림을 마주하고 사는 우리는 참 허하거나 아픈 존재이다. 속이 긁히고 있을 때도 무연하게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우리는, 그래서 참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외롭다고 항상 손 내밀 수 있나. 그래서 짐을 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숱한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공감하며 즐거웠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 사이에도 어떤 보이지 않는 끈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읽고 나서 어떤 글이 내게 가장 와 닿았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그리고 떠올려 보았다. 순간 어떤 장면이 딱 떠오르는 글이 있긴 했지만, 이거다 라고 한 편을 꼭 집기 어려울 만큼, 한 편 한 편이 골고루 다 마음을 건드렸던 부분들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인생의 명장면들 속에서 여러가지 마음을 다스리며 일깨우며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 삶의 수많은 장면들을 기획하고 연출하며.. 심지어 살아내기까지 하고 있는 멋진 사람들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그랬을까. '두부' 이후로 책이 안 나온 줄 알았다. 두부를 읽으며 막연히 그 사색의 깊이에 매료 당해 마치 이 분이 마지막 날을 받아 놓은 경지에 이르러 나올 수 있을 법한 책이라 믿어 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서 마지막 책이라고 단정지은 탓이 아니었는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요즘 계속 산문집만 읽고 있다. 자연히 다른 책들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의 글힘이야 다시 말 할 것도 없고, 조곤조곤 개인사를 듣는 것 같은 정다움에 좋았다. 특히 김훈의 <남한산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인정머리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이 냉정한 단문이 날이 선 얼음조각처럼 내 살갗을 저미는 것 같았다'라는 표현은 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었다. 나의 완소책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을 언급하신 것도, 정원의 풀과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신 것도, 돌아가신 분들을 그리워 하는 글들을 읽은 것도 모두 직접 이야기들은 듯이 좋았다.그리고 이니셜로 언급한 지인들도 누군지 알 것 같은 공감대와 에피소드는 절로 미소 짓게 하였다.

 

생전의 박완서 선생님은 한 번도 뵙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늘 아는 분처럼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러는 사이처럼 느끼고 있었다. 매번 그렇지만, 작가의 글을 읽고 마음이 순연해지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착하게 살고 싶어졌다. 꾸준히 겸손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여행이 강박이 된 것 같은 요즘. 어쩌면 뻔한 유럽 여행책. 많기도 많은 여행책들 사이에서 어떤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가하고 읽어 보았다. 여행자마인드의 감성적인 문체에 지은이의 문필가 다운 독서력이 어울려 딱 대중이 원하는 만큼의 여행책이 기획 되어진 느낌이었다.

 

여행자들은 머무를 때도 여행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은 정말 굳이 책을 찾아 읽지 않더라도, 여행 채널만 보고 있어도 정보가 넘쳐난다. 그래서 어떤 여행지를 진작 내가 가봐서 아는지 정보만으로 아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드는 느낌은 새로운 정보라기 보다, 복습 또는 교양의 의미로 다가왔다.

 

사실, 여기 나온 여행지들은 모두가 다 익숙한 곳이었다. 가보았던 곳이던, 정보를 많이 접해서든 익숙한 곳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한 번 가본 것은 가본 것이 아니다 였다. 한 번 스윽 지나온 곳은 그냥 안가고도 알 수 있는 정도의 느낌 이상의 무엇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지나쳐 온 여행이 아쉬웠다.

 

열심히 공부하거나 계획해서 떠나지 못할 때, 가기 전이든 가고 나서든 이정도 느낌으로 가볍게 예습하거나 복습하기에 맞춤한 여행서다. 부럽게도 작가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정말 그 곳에서의 느낌들을 충만히 채워 온 것 같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 적인 교양이 여행지의 낯섬과 이채로움을 만나 가벼운 듯 깊이가 있다. 에필로그의 101번째 여행지가 특히 좋았다.

 

하지만 섹션을 만들기 위해 만든 듯한 그래서 중복되는 느낌의 꼭지들은 좀 아쉬운 점이었다. 기본적인 여행지도 좋지만 너무 익숙한 여행지만 있다는 것도 새로움이 없었다. 문학 작품의 인용이 많은데 마지막에 인용서를 따로 정리해 둔 것은  좋았다. 꼭 읽을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좋다. 독서 리스트가 생긴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저 혼자 오래 오래 걷는 것만이 아름다운 위안이 되어 줄 때가 있다.

여행도 너무 '열심히'만 다니면 백과사전을 섭렵하는 것처럼 '향유 없는 주입'이 되고 만다.

세 사람은 낚시를 할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다만 듣는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를.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는 소리를. 물고기가 조심스레 미끼를 향해 입질을 하는 소리를. 그리고 이 모든 강과 숲과 물고기의 소리를 듣기 위해 숨죽인 서로의 숨소리를, 다만 듣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9-01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