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기억나진 않지만 끌림을 처음 손에 들었던 건 알라딘 중고서점이었다. 처음부터 끌림을 만난 건아니고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를 우연히 발견하고 제목과 책의 외양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사서 꽂아두었지만 정작 읽을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읽은 너떠나알이 아, 괜찮다.라고 느낀 후 달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고서점에 가면 달책들을 검색해보곤 했다.

끌림의 첫인상은 토나온다. 였다. 읽다가 덮어버리고 한참을 내버려 뒀고 계기가 있어 다시 손에 든 것은 강원도의 어느 여행지에서였다. 술을 진탕 마셨고 일행들이 다 잠든 산골의 외딴 집 다락방에서 끌림을 읽었고 그렇게 끌림과 만났다.

사람도 그렇지만 책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인상을 결정한다. 감상이 지나치다고 느꼈기에 토 나올 뻔한 그 기분도 진심이었고 수년이 지난후 다락방에서의 조우 또한 진심이었다. 내 안의 양극단의 감정처럼 끌림의 독자 또한 극단으로 나뉘어지리라.

카타리나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리커버로 재간된 것이 무척 반가웠고 제인에어 리커버는 안사고 잘 버텼는데 또 행사멘트가 뜬다. 끌림은 아마 앞으로 계속 리커버가 나올 것 같고 산 사람이 또 살 것 같다. 이번 끌림은 유난히 예쁘다. 작은 사이즈의 끌림이 여행가방에 쑤셔넣거나 핸드백에 지참하기 좋았다면 이번 끌림은 고이 모셔야할 판이다. 꽃무늬 커버로 감쌌고 본표지는 흰색이며 제목은 숨겨놨다. 이래도 안살거야? 싶은 이번 끌림을 알라딘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걸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알았다. 어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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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돌고 SNS에 눈풍경 사진이 돌기 시작하니까 모스크바에 가고 싶어 미치겠다. 이 때 모스크바는 ‘모스크바‘로 대변되는 ‘어떤 감상들의 총합을 소환하는 구체적 이미지‘ 단지 그것 뿐일 확률일 높지만 그래도 몹시 가고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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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와 칼리니치의 첫문장을 읽는 순간 우샘의 말씀이 떠올라 혼자서 빵 터졌다.

˝볼호프에서 지즈드린스키로 온 사람은 누구나 오룔 사람들과 칼루가 사람들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그렇다. 한 문장에 볼호프, 지즈드린스키, 오룔, 칼루가
지명이 네 군데나 나오다니 너무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25편의 단편을 백 편을 읽는 느낌으로 읽으셨고 인명과 지명이 넘 복잡하다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나는 샘말씀으로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에 ‘호리와 칼리니치‘를 잼나게 읽었다. 하디의 소설처럼 자연묘사가 섬세한 소설들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겠다.

샘께 연극 같이 보자고 권했더니 오늘 이사한 집의 집들이가 있다고 하셨다. 표가 아까워 여기저기 섭외한 결과 결국 한 표도 버리지 않고 심지어 너무 좋다고 날뛰는? 사람들에게 표를 배분했다. 흐뭇한 토요일, 맑은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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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음식장만을 안한 여파인가. 아침에 언니가 부처준 호박전을 먹어서인가. 자꾸 누름적을 꿰어 부치고 싶다.

우리 고향에서는 작은 산적을 부치지 않고 통통한 고사리와 낙지다리, 김치, 당근, 쇠고기고기, 쪽파를 꿰어 크게 전을 부쳤다.
꼬지에 재료를 순서대로 두 번을 꿰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을 입혀서 프라이팬에 올리면 프라이팬 하나가 꽉찼다. 김치를 길게 찢어서 꿰고 쪽파도 하나를 통째로 꿰는 긴- 산적. 정명이 누름적인지는 모르겠고 우리끼린 누름적이라고 불렀다.

은근한 불에 오래 지지듯이 부쳐서 뜨거울 때 자르지 않고 하나를 들고 통째로 베어먹거나 재료별로 하나씩 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어릴 때라 재료별로 호불호가 있었는데 엄마는 빼놓지 않고 다 먹게 하셨다. 정말 싫은 재료는 눈치껏 옆에 있던 언니나 동생이 먹어주기도 하던 우애가 발휘되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 때 싫던 당근이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재료가 된 것도 추억을 떠올릴 때 웃음짓게 하는 대목이다.

찬바람이 돌면 생각나는 음식 중의 또 하나가 장어탕인데 나는 해마다 장어탕을 끓이는 엄마 옆을 지켰다. 식재료를 갈무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어릴 때 기분으로 어른 팔뚝만 해 보이는 살아있는 민물장어를 들기름을 두른 솥에다 넣고 뚜껑을 꽉 붙잡고 있는다. 그렇게 팔딱거리던 장어가 조용해지면 물을 더 넣고 푹 고은다. 오래 오래 끓인 장어 국물은 베보자기에 받쳐서 그래도 남은 살과 뼈를 손으로 일일이 발라내어 다시 국물에 넣는다.

고사리, 숙주, 얼갈이배추, 토란대, 콩나물, 대파, 부추등 갖은 야채를 일일히 데쳐서 갈무리를 해놓았다가 국물에 넣고 다시 푹 끓인다. 이 과정에서는 일절 간을 하지 않고 다대기를 따로 만드는데, 홍고추와 풋고추, 마늘, 양파를 좀 굵게 다져넣고 진간장과 국간장을 적당히 섞는다. 다대기의 포인트는 마당에 풍성하게 자라던 방아잎을 한움큼 뜯어다 넣는것인데 좀 많다 싶게 넣어야 제 맛이 난다.

그렇게 폭폭 끓은 장어탕을 어찌 저걸 다 먹누 싶게 큰 그릇에 가득 담아 식구들이 모여앉아 먹었다. 그 많은 양을 먹고 대개는 한 번 더 먹는다. 살아있는 장어로 끓였으니 비릴리도 없고 갖은 야채건더기를 건져 먹는 맛 또한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곁들인 방아향과 아삭하고 씹혔던 다대기 속의 양파.

일정이 없는 날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무조건 집에서 뒹굴거리는데, 문득 장어탕이 생각난 것은 몸이 삐끗거리는 계절이 오기전에 보양식을 먹었던거구나하는 깨달음에서다.
방아잎이 아직은 무성하던 시절이었으니 이맘 때가 하한선이다. 마당에 솥을 걸고 장어탕을 큰 솥으로 끓여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방아잎이야 호오가 갈릴 테니 다대기는 두 버전으로 만들어 놓겠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기시감이 든다. 장어탕은 안끓이고 장어탕 얘기만 하고 또 하는 듯.

바게트에 아보카도만 얹어 점심으로 먹었더니 니글니글해서 고향음식이 생각났나 보다.
으...

아, 어제 소주 없이 순대국을 먹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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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십중팔구 제주음식 소개하고 맛집정보 수록했을 것 같은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에는 맛집소개가 1도 안나온다라는 게 반전1이다.

심지어 제주향기 물씬 풍기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시골집에서의 제주라이프를 구가하고 있을 것 같은
올드독은 제주 시내에 사는 도시남자라는 게 반전2다.

제주 먹거리에 대한 정보와 제주 여행의 소소한 팁들이 담겨있는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 일기는 정보의 양이 많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탐색하고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다.

꽃 같은 청춘이 휴일도 없이 일만하며 사는 직장인을 눈앞에서 보니 글이 좀 많은 책을 읽으라고 들이밀기가 또는 말꺼내기가 어렵다. 시누이를 보면서 그래 이런 책이 딱이겠군. 하면서 같이 연상된 책이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다. 두 권 모두 웹에서 연재된 글을
모아 묶었다. 요는 웹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글이지만
책으로 묶인 맛은 또 다르니까.

시누이나 올드독 모두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어울리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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