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숄더백과 뮬이다. 예전의 나는 숄더백이 아주 큼직한 타입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거추장스러워서 숄더백으로도 쓸 수 있고 토트백으로도 활용 가능한 사이즈 정도의 가방이 좋다. 모양도 이전에는 각이 잡히지 않고 넣으면 넣는대로 불룩해지는 타입을 선호했으나 지금은 조금 딱딱한 제질로 만들어서 가방 본연의 모양을 지키는 제품이 좋다. (이런게 주로 비싼게 많지..)

저 뮬은 상당히 중성적인 느낌이다. 색과 모양이 전혀 화려하지 않다. 나는 화려한 신발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뮬이건 샌들이건 슬리퍼건 중성적인 모양이 좋다. (그래서인지 여성스럽기 마련인 힐과 뾰족구두는 평생 신어본적이 없다.)

둘이 셋트인것 같은데 '나 셋트라우' 하는 느낌 없이 그저 동그란 천공이 뚫인것만 비슷해서 참 좋다. 같이 코디를 해도 이쁘겠고 따로따로 놔둬도 손색이 없다. 어떤 셋트 제품들은 완전히 판박이라서 같이 하면 좀 촌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왜 그런것만 보면 청자켓에 청바지 코디가 떠오를까? 과거 김민종이 즐기던.)같은 셋트라 하더라도 이렇게 엇비슷한 분위기만 살짝 주는 제품은 절대 함께해도 맞췄군 이란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통일성을 줄 수 있어 좋다.

발리는 아주 고가의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은 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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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2-2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lly 남동생이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진 모르겠는데 신발을 보니 괜찮더군요. 님이 올리신 것도 뮬이 맘에 드네요.

플라시보 2005-02-2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저도 발리 라는 메이커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 그냥 저 뮬과 숄더백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sweetmagic 2005-02-2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 이쁘네요...근데 저 같은 덜렁이가 쓰기엔 너무 고운 색이군요 ㅎㅎㅎ

플라시보 2005-02-24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흐흐. 저도 흰색이나 아이보리는 때 탈까봐 뭐가 되었건 엄두를 못낸답니다.^^

딸기 2005-02-2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리는 굉장히 비싼 브랜드 아닌가요?
아무튼 저 가방과 신발(저런걸 뮬이라고 부르나보죠), 참 이쁘네요.
특히 신발이 이뻐요. 저런거 신어봤으면.

플라시보 2005-02-2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비싸지요^^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명품은 아니라 저리 쓴거지 제 수준에서 볼때 비싸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흐흐^^) 뮬은 제가 알기로는 여성용 신발중에 뒷축이 없고 굽이 높지 않은 샌들 형식의 신발을 지칭하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저런거 신어보고 싶어요. 흐..

nemuko 2005-02-2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뮬 좋아해요.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고, 분명히 슬리퍼지만 덜 슬리퍼스럽게 보여서요. 근데 그게 발목을 많이 망가뜨린 다고 하더라구요. 뭐든 예뻐 보이려면 댓가가 필요한 모양이예요. 돈이 됐건, 아픔이 됐건.....

플라시보 2005-02-2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nuko님. 별로 굽이 높지도 않느데도 발목을 망가뜨리나봐요. 그럼 자주 신고 다니는 것은 좀 고려 해 봐야겠네요..쩝. (그래도 하이힐 보다야 덜하겠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긴다. 그 중에서도 피부가 약하고 웃으면 곳잘 주름이 잡히는 눈가는 그야말로 나이의 척도라 할 만큼 주름이 잘 생긴다. 화장품 회사에서 우기는 스물 셋 부터 주름관리를 하는건 좀 무리인것 같고. 내 생각에 아이크림은 스물 다섯 정도 부터 발라주면 좋은것 같다. 물론 다크서클이 있다거나 웃으면 효리양 처럼 주름이 쫙쫙 잡히는 안면근육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아이크림을 그다지 많이 써 보지는 않았고. 또 어떤 제품을 쓰던간에 그다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는 않는것 같다. 원래 눈가에 잔주름이 없는 편이라서 그런것 같은데 굵은 주름은 아이크림 만으로 없애기는 상당히 힘들다. 아이크림은 잔주름 예방용이라 생각하고 쓰면 될것 같고 굵은 주름은 링클라인 화장품이나 레티놀제품 혹은 리프팅 제품을 써 주어서 예방해야 효과를 어느정도 볼 수 있다.

내가 쓰던 아이크림은 엘리자베스 아덴에서 나오는 펌프 스타일의 아이크림이었는데 이번에 시세이도로 바꿔봤다. (알다시피 일본 화장품이 미백과 주름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일단 엘리자베스 아덴 제품보다는 많이 리치하다. 너무 뻑뻑해서 이걸 바르다 도리어 주름이 생기면 어쩌지 싶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아이크림을 남자들 로션 바르듯 손바닥에 덜어서 벅벅 문질러 바르는 사람은 없으므로 리치해도 상관은 없다. 단 이 제품은 크림 타입이라서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 쓰는 라인이다. 20대 초반이나 중반은 피하는게 좋을듯.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커버가 가능할 정도의 화장품이다. 보통 우리나라 여자들은 좋고 비싸다고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써 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좋지 않다. 그 당시에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피부란 으례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여서 아무리 좋은 화장품이라도 장기간 발라주면 피부가 좋은줄을 모르고 그냥 평범해져 버린다. 그 평범한 피부를 좋게 하려면 또 다시 더 비싼 제품을 발라줘야 한다. 40~50대 중에서도 맛간 피부를 위해 개발된 시슬리나 라프레리처럼 비싼 화장품을 바르는 20대 초반들을 보면 몹시 안타깝다. 일본 화장품인 SK ll도 결코 젊은 사람들이 쓰는 라인은 아니다. (정 모르겠으면 모델들을 보면 된다. 간혹 택도 아니게 젊은 모델을 쓰는 화장품도 있지만 대충 모델의 나이와 화장품 쓰는 연령대는 비슷하다. 단 김희선양 처럼 언제나 20대 초반 이미지인 모델은 예외다. 그녀. 나랑 동갑이다.)

이 아이크림은 상당히 뻑뻑한 편이다. 따라서 바르기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방법을 써 보길. 내가 바르는 크림중에 H2O+ 라는 라인에서 나오는 수분 트리트먼트 크림이 있다. 이름이 크림이지만 정말 유분은 느껴지지 않는 수분젤 타입의 제품이다. 이걸 먼저 눈가에 약하게 발라주고 저 아이크림을 바르면 신기하게도 몹시 묽어지면서 물처럼 발라진다. 아침에 손질이 바쁠때는 세심하게 눈가에 펴 바르기 힘드니까 한번 써 먹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제품은 바르면 눈가가 쫙 땡긴다던가 하는 효과는 없다. 그냥 촉촉함이 꽤 오래 간다. 묽은 아이크림들은 처음에는 촉촉하게 발리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그 위에 다른 제품을 바르면 빨리 촉촉함이 사라지는데 이 크림은 리치한 대신 처음의 느낌이 꽤 장시간 지속된다. (아이크림은 펌핑 타입이 조금 더 묽고 저런 용기에 든 크림 타입이 조금 더 리치하다.)가격은 5만원 조금 못되고 용량은 모든 아이클림이 그러하듯 콩알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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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02-2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열심히 자기관리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당 ㅎ

플라시보 2005-02-2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흐흣. 늙기싫어 마지막 발악을 해 보는 것이겠지요^^ (아. 진짜로 서른이 싫답니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정말 겉모습 만큼은 서른이고 싶지 않아요.)

가을산 2005-02-2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땍! 난 서른이고 싶구만.... ^^

플라시보 2005-02-2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원래 사람은 자기 나이가 제일 많다고 느끼잖아요^^ 열살도 아마 일곱살 한테 그럴꺼에요. '그 시절에는 그저 사탕만 빨면 되었지...호시절이야' 흐흐.

딸기 2005-02-2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서른이고 싶은데... ^^

플라시보 2005-02-2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 줄줄이 서른 이상 되신 분들이 리플을 다시겠군요. 흐흐^^
 

얼마전에 구입한 랑콤 아쿠아 퓨전 로션. 지성 피부인 나는 에센스나 크림류를 챙겨 바르긴 하지만 그래도 로션이나 스킨은 오일프리 타입을 선호한다. 저 제품 역시 오일프리 타입이며 수분 로션이라서 아주 묽다. (비오템처럼 이드라 데톡스 로션처럼 투명한 정도는 아니다.) 구입할때 사진을 보니 병이 꼭 유리 같았는데 도착해서 보니 플라스틱이었다.

일단 오일프리 타입이라 부담은 없다. 하지만 아쿠아란 말을 붙일만큼 수분이 충분하지는 않으므로 수분 크림이나 에센스를 따로 써 줘야한다. 다만 향도 없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쓰기에 무난하다. 허나 50ml의 분량에 자주 쓰는 로션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4만 몇천원대라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 (알라딘에서도 판다.)

스킨과 저것 하나만 바르기에는 좀 모자라므로 스킨 로션만 쓰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피부가 지성이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수분 공급을 원한다면 그럭저럭 괜찮다. 허나 비싼 가격과 그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무척 아쉬운 제품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스킨이나 로션은 그다지 피부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가 힘들다. 수분공급과 피지조절만 해 줘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대부분 피부관리는 미백과 리프팅 혹은 안티 에이징 라인의 에센스나 크림 같은걸로 해야지 스킨. 로션으로 하겠다면 너무 무리를 하는거다.

내 주변에서 많이 보는 경우가 여드름이 났다고 해서 스킨만 바르고 잔다거나 지나치게 오일프리 제품 혹은 알콜이 함유되어 화끈대는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당장에는 여드름을 좀 들어가게 하고 얼굴에 기름도 안돌고 하니까 좋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피부에 있어서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피부에 도는 기름은 영양성분이 아니라 단지 피지일 뿐이다. 그런 피지를 믿고 영양 공급을 안해준다면 피부는 더더욱 맛이 가서 탄력과 주름면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는 건조한것 보다는 차라리 약간 촉촉한게 낫다. 뾰루지나 여드름은 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들이고 관리만 잘 하면 흉도 안지게 할 수 있지만 탄력이 떨어져서 화성표면같고 주름이 져서 계곡같은 피부는 그 어떤 비싼 화장품으로도 돌이킬수가 없다. 내 경우 스킨과 로션은 오일프리 타입을 써 주지만 나머지 라인에서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피부에 수분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건 물론이고 겨울에는 꼭 가습기를 틀어줘서 피부가 건조해지는걸 막아야 한다. 굵은 주름은 예외지만 자글한 잔 주름은 알다시피 건조한 부분이 계속 당기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논바닥이 건조하면 갈라지는걸 생각해보라) 따라서 피부에 영양 공급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베이스는 수분 공급이다. 스킨이 물 성분이니 그것 만으로 수분이 공급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따라서 잔주름이 생기고 싶지 않다면 미리미리 수분 라인의 로션이나 에센스등을 써 주는것이 좋다. (추천하고 싶은 수분 라인의 제품은 비오템과 H2O+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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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5-02-2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서 저도 지성인데 스킨과 로션은 지성용을 쓰지만 수분에센스 혹은 수분크림을 꼭 챙겨 발라 줍니다...조금 번들거리는게 신경이 쓰이긴 해도요^^

플라시보 2005-02-2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오일필름이 있잖습니까. 우리 함께 필름이 투명하도록 닦아내봅시다. 흐흐^^

nugool 2005-02-2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수분크림은 꼭 바르라고 조언하시길래. 저도 샀습니다. 저 라인의 수분크림 샀어요. 에치투오플러스 살려고 했더니 품절이드만요. 비오템 수분크림은 조금 따가운 느낌이 있다는 평이 있길래 저 수분크림을 샀는데요. 괜찮은 거 같아요. 크림도 안쓰다 썼더니 효과가 극대화되는듯.. 요새 피부질감이 유진이랑 비슷합니다. ㅋㅋ (과장이 조금 심했습니다. ^^;;;)

플라시보 2005-02-2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 오호...참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이루어 내셨군요. (뽀송한 유진이와 비슷하다니..하긴 님은 원래도 피부가 좋은 편이셨으니^^) 비오템은 수분 크림보다는 이드라 데톡스 라인에서 나오는 수분로션이 좋습니다. 랑콤보다 약간 더 묽고 수분 함량이 높은것 같아요. H2O+ 품절이군요. 전 용케 알라딘서 샀었는데... 다음에 기회 닿으면 써 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에 드실꺼에요.^^ (제가 화장품을 늘 바꾸는데 수분 크림은 꼭 그걸 씁니다. 그만한게 없더라구요. 랑콤은 안써봐서 잘 모르겠네요)
 


이 고풍스러워 보이는 나무와 가죽으로 된 상자는 HUKE의 주얼리 박스이다. 사진으로 봐서는 크기가 잘 짐작이 가진 않지만. 꽤 커 보이므로 저 상자에 보석을 가득 담으려면 대체 얼마나 보석이 많아야 할까?

상자가 아주 고풍스럽다. 꼭 보물선에 나오는 상자같지 않은가? 클래식하거나 앤틱한 가구 혹은 소품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 상자는 아주 마음에 든다. 설명을 보니 예단을 넣어 보내는 상자로 쓰이기도 한단다. 내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지만 거울이 달리진 말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냥 심플하니 빈 상자 그 자체였음 좋겠다. 반질반질 윤이난 초컬렛색을 자꾸 쓰다듬어 손때까지 뭍으면 정말로 근사할꺼다. (수공 제품으로 가격은 거의 40만원선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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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화상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1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유소영 옮김 / 찬우물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TV보기를 멀리하는건 아니지만 꼼꼼하지 못한 탓에 나는 방영일과 시간을 미리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는 아침이면 출근준비를 하면서 케이블을 틀어놓고  CSI마이애미나 CSI라스베가스라는 과학수사 드라마를 빠짐없이 보곤 했었다. 별다른 방영요일을 외우지 않아도 그 케이블에서는 내가 출근준비를 할때면 어김없이 CSI마이애미나 라스베가스 둘을 묶어서 연달아 방영을 했으므로 나는 그 프로그램을 꽤나 진득하니 오래 봤었다. 요즘에는 너무 늦게 일어나서 TV를 켤 여유조차 없지만 대신 퇴근하자 마자 바로 TV를 켜면 역시 또 과학수사대가 방영중이다. (최근에는 공중파에서도 주말 저녁에 방영하는 모양이지만 더빙판을 보려니 영 어색했다. 반대로 맥가이버를 더빙판으로 보다가 케이블에서 자막판을 방영하니 역시 이상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거의 어지간한 CSI과학수사대의 에피소드는 다 봤었지만 이 책 냉동화상은 보지 못했었으니 다행인 셈이었다. 

CSI 과학수사대는 라스베가스와 마이애미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게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라스베가스편이다. 마이애미와 라스베가스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일단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가 다르고, 등장인물이 약간 바뀐다. 그 차이만 있을뿐 기본적으로 스토리 구성이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늘 프로그램 안에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과학수사대 요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서 문제를 해결한다. 두가지 사건을 교차편집 해 놓기 때문에 잠시 딴짓을 하면 대체 어떤 사건을 다루고 있는건지 해깔리므로 처음부터 집중을 해서 봐야한다. 책에서도 TV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사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방송 1회 분량의 에피소드 하나 뿐이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확실히 시청각적 자극과 함께한 TV보다 책은 훨씬 김박감이 덜했으며 방송 1회분을 약 38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늘여놓으니 중간중간 쓸데없는 군더더기 같은것이 엿보인다. TV판에서의 주인공들은 개인 감정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수사에만 집중하는데 비해 책에서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지 어쩔 수 없이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나 독백 등이 있는데 그게 뭐랄까 TV에 비해 조금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TV드라마를 한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CSI 과학수사대는 상당히 잘 만든 작품이다. 무조건 범인을 추적하고 가서 액션좀 하고 때려잡는 형사물들과 달리 이들은 사건 현장의 증거물들을 수집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며 추리해서 (물론 가설을 뒷받침할 충분한 물증들을 과학적으로 확보해낸다.)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고 사건을 종결하는 형식의 드라마이다. 드라마 안에서는 지문감식은 물론이고 유전자 DNA정보를 분석해내는걸 비롯해서 각종 첨단 장비와 기술이 등장한다. 허나 이걸 책으로 옮겨놓으니 약간 심심해져 버렸다. 물론 드라마와 달리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주석을 달아놓아서 읽기에 큰 부담은 없지만 그 주석이란 것이 과학적 지식이나 범죄의학이라기 보다는 주로 차종을 설명하는데 많이 집중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

예전에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을 아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데 책에 묘사된 것들이 실감나게 표현된 영화또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글로 읽은것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상당히 흥분되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미 시각적, 청각적으로 접한 부분을 글로 표현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밋밋해지고 김이 빠지는게 사실이다. 왜냐면 이미 그에대한 정보가 입력된 상황이라 책을 읽어도 상상이 되기는 커녕 끊임없이 이전의 정보와 비교를 하는것 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시각적 자극은 대단히 위력이 커서 그걸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 또한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무시할수가 없다. 더구나 일반인이라면 생전 듣도보도 못한 각종 첨단장비와 기술이 등장하는 과학수사대라면 그 시각적 정보량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닐테니 말이다.

난 처음에는 제목이 냉동화상인걸 보고 냉동상태이면서도 화상을 입은 희귀한 경우인가보다 했었는데 읽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두 가지 사건이 하나는 냉동사망 사건이고 하나는 화상을 입은 사건이라 제목을 이렇게 붙여놓은것이었다. 그렇다면 냉동과 화상이라는 글자를 띄워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영어 제목은 Cold Burn 이라고 분명히 띄워져 있다.) 책의 내용이 내용인만큼 스토리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CSI 과학수사대를 이미 드라마로 여러번 봤던 사람들이라면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 참고할 것은 이 책의 저자는 CSI를 만들어낸 원작자는 아니다.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진 CSI 제작진으로 부터 각종 자료를 받아서 책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CSI 과학수사대에는 이 에피소드는 만들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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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은 그 정도가 심한 거의 시각적..소설에서 그런걸 노렸다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효과를 고려한걸로 보입니다. 사실 영화와 비교해서 소설이 오히려 훨씬 더 생생하니 말입니다. 이건 클라이튼 자신이 영화감독였던 경험에서 (제 기억엔 아주 특출나진 아닌지만 무난한 평균 이상급 감독였읍니다)
체득한 극적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내는 타이밍 기술을 완전히 체득하고 써먹은게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넘어간 사람중엔 저도 있었습니다. 번역본 2권을 완전히 한자리서 두낮-한밤을 꼬박 넘겼다 아닙니까...

플라시보 2005-02-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은 소설로도 얼마나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지요.^^ 원작을 먼저 보는게 차라리 낫다는 류의 설명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예가 적절치 못했던것 같습니다.

maverick 2005-02-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스베가스편의 그리솜 반장(히딩크 닮아서 히딩크반장으로 부른다는..)보단 마이애미편의 호라시오 반장이 훨씬 좋아서 마이애미를 즐겨봅니다. 마이애미편의 그 글래머 수사원 누님도 이뻐라 하구요 ^^; 모범생스타일에 감정변화도 거의 없는 그리솜 반장보단 용의자들에게 멋진 한마디를 콕콕 쑤셔주는 호라시오반장이 훨 멋있더라구요 ^^

플라시보 2005-02-2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이애미의 호라시오 반장이 더 좋아요.^^ (언뜻 보면 맥가이버 분위기가..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