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나는 조금 우울한 기분에 베스트 극장을 봤다. 그때 나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그날 나는 꽤 신파조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펑펑 울어줬다. 그 여운이 하도 길게 남아서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아서 오늘 이렇게 감상기를 쓰려고 한다.

지난 3월 4일날 방영된 MBC 베스트 극장의 제목은 '어느 멋진 날' 이다. 출연진은 아일랜드의 김민준. 이승환의 드림 펙토리에서 키우고 있는 박신혜 (예전에 최지우인가 누군가의 아역을 했었단다.) 그리고 전지현과 박한별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의 CF스타 장희진 (강동원과 통신사 CF에서 오픈카에 타고있던 여인. 배경음악으로 마이 밀크쉐이크 어쩌고 하는 음악이 나왔었다.) 이렇게 3명이다.

내용은 이렇다. (드라마 이고 재방송을 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스포일러 만땅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병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침 중환자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침대에 실려 함께 타게 된다. 같이 있던 간호사는 옆 엘리베이터에서 몸이 불편한 환자를 도와주느라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소녀는 문을 열어두는 버튼을 누르기위해 더듬거리다가 실수로 닫힘 버튼을 눌러버린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소녀와 환자 뿐이다. 그러다 소녀는 환자의 손 근처에 손이 닿게 되고 그 순간 환자는 갑자기 소녀의 손을 꽉 잡는다. 소녀는 동공이 커지고 엘리베이터는 불이 꺼진다.  

바닷가에 위치한 동네 양아치인 김민준. 그는 어느날 집으로 가는 길에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박신혜) 와 마주친다. 그때 누군가가 인수를 부르고, 이름을 들은 소녀는 인수씨가 맞냐며 말을 건다. 그리고 자기는 인수라는 사람을 찾아 왔다고 혹시 모르냐고 말한다. 인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눈먼 소녀를 귀찮아하며 자기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어찌어찌 엮이고 엮여 인수는 내키지 않지만 눈먼 소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소녀는 요리도 하고 빨래도 하는등 인수를 위해 집안일을 한다. 인수는 자기가 알지 못한 소녀지만. 그녀에게서 누군가를 느끼게 된다.  오래전. 술집에 술을 배달하던 인수는 그 술집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 (장희진) 와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시골 출신으로 예쁘지만 소박하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의 아버지가 큰 노름빚을 지게 되고 여자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술집에서 주방이 아닌 룸싸롱 종업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남자는 그녀에게 가난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녀는 그 남자에게 술집 여자라서 미안하다고 한다. 둘은 너무 사랑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그와 그녀 모두를 힘들게 한다. 그때 술집의 주인이자 깡패 두목은 여자에게 눈독을 들인다. 살림을 차리자고 하지만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거절한다. 두목은 가질 수 없다면 둘을 갈라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때 여자와 남자는 도망을 간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잡히고 두목은 남자의 손을 자르려고 한다. 그러자 두려운 남자는 시키는건 뭐든 다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두목은 니 손으로 여자를 다른 술집에 넘기라고 말한다. 이미 너무 많이 맞아서 두려움에 제정신이 아닌 남자는 울며 매달리는 여자를 반 미치광이 같은 상태에서 다른 술집으로 가는 차를 태운다. 우는 여자를 태운 차는 멀어지고, 남자는 여자가 그에게 끌려가느라 벗겨진 낡은 운동화 한짝을 발견한다. 그는 운동화를 들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듯이 달리고 그녀 역시 차에서 도망쳐서 그를 찾으며 달린다. 그 와중에 길 건너편에 있는 그를 발견한 그녀. 길을 건너려다 마주오는 차와 충돌한다. 여자는 의식을 잃어가면서 남자의 이름을 계속 나즈막히 부른다. 이름을 많이 불러주면 오래 산다고 말하는 것에서 여자는 곧 죽을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듯 하다.     인수는 소녀가 불편하다. 그래서 매몰차게 대하고 소녀는 울면서 다시 자기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떠난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소녀가 인수의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전에 여자와 찍은 사진 위에 작은 머리핀을 올려둔다. 그 머리핀은 인수가 여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한 것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핀 하나에 여자는 너무 행복하다면서 눈물을 보였었다. 인수는 그 머리핀을 보고 소녀가 간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인수는 소녀에게 묻는다. 넌 대체 누구냐고...

제일 첫 장면에서 소녀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던 환자는 그 여자였다. 여자는 소녀에게 죽으면 각막을 기증하기로 되어 있었다. 인수가 마침내 병원에 도착해서 여자의 앞에서 오열을 할때 여자는 숨을 거둔다. 그리고 소녀는 여자의 각막을 이식받아 다시 눈을 뜬다. 하지만 소녀는 자기가 인수를 찾아간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손이 잡히는 순간부터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소녀가 인수를 찾아갔던 것은 여자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인수를 보고싶었던 바램이 너무 간절해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내용 설명이 지나치게 길었다. 하지만 이 단편 드라마는 뭔가 생각하게 한다거나 하기 보다는 내용 그 자체로 충분한 드라마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무척 신파조이다. 촌스러워보일 만큼 뻔한 내용과 동네 깡패와 술집여자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인공이 역시나 진부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울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토록이나 뻔한 내용에 울 수 있었던건 연출의 힘이고 연기자들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편집도 잘 해서 이미 보는 사람이 다음에 무슨 내용이 다 올줄 아는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쩌면 좋은 드라마나 영화는 정말로 운이 좋아야 나올까 말까 한지도 모른다. 좋은 시나리오도 엄한 연출을 만나면 작품이 되기 힘들고 뻔한 시나리오도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박신혜와 장희진의 연기는 아직 미숙해 보였지만 그 중간에서 김민준이 워낙 탄탄하게 받쳐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장희진의 경우 연기는 완전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맡은 역활이 연기력보다는 착한 이미지로 끌고 나가면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 상황이라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거가다 항상 신세대의 톡톡튀는 아이콘으로 나왔던 박신혜에게 시각장애인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역활을 맡겼으나 박신혜는 아주 잘 했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역에 몰입하려는 노력은 엿보였었다.

가끔 재미 없거나 유치할때도 있지만. 베스트 극장은 저렇게 잊을만하면 한번씩 걸작을 내어놓는다. 어떨때 나는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차라리 금요일 저녁에 하는 베스트 극장이 더 재밌을때가 있다. 참. 어제 저 사진을 찾으려고 MBC베스트 극장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극본공모를 한다는 공고를 봤다. 기간은 4월 15일까지. 혹 방송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도전해보시길..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5-03-0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기운 내시고, 새출발 화이팅!

날개 2005-03-0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얘기 그게 끝이예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플라시보 2005-03-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흐...네. 홧팅^^

날개님. 아...제가 쓰다가 중간에 잘못 눌러서 등록되었을때 보셨군요. 지금 다 올렸으니 마저 보세요^^

날개 2005-03-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재밌었겠다... 저거 하는 시간에 TV틀어놓고 서재질에 매진하고 있었지요..ㅜ.ㅠ 김민준이 나오는걸 잠깐 봤는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2005-03-09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3-0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에 대한 페이퍼 올리고 싶었는데, 이걸로 대리만족해야 겠네요. 밤 10시 드라마 중 베스트극장만 보는데 저도 울었죠. 김민준의 정신나간 모습에 완전히 동화돼서 슬펐어요. 그리고 장희진... 생김새가 맘에 들더군요. 약간 백치스러운 아름다움이라 할까? 하여튼, 그 역에 잘 어울렸어요. 끌려가는 것도 표현을 잘해낸 것 같아요. 김민준... 그런데 너무 뜸하게 나와서 기다리기 지루함. ^^;

하루(春) 2005-03-0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베스트극장 2주쯤 지나면 토요일 오전에 재방송 해줘요. '앙코르 베스트극장'이라고 해서...

플라시보 2005-03-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하루님이 그러시는데 2주 후 토요일날 재방송 한데요. 그때 다시 보시길^^ (근데 제가 내용을 너무 많이 말해버려서 재미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해요.흐..)

속삭이신분. 흐흐. 그만한 능력은 없지 싶습니다.^^

하루님. 아...님도 우셨군요. 장희진 저도 생김새 마음에 들더라구요. 좀 너무 말라서 애가 얇은것 빼고는 괜찮더군요. (님 말하시는 백치미도 살짝 느껴지는 것이..^^) 음..그리고 좋은 정보 감사해요. 전 베스트 극장은 한번 해주면 그걸로 땡인줄 알았어요. 토요일 낮에 하나봐요?

비연 2005-03-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한번 봐야겠네요...흠...

플라시보 2005-03-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좀 신파조이긴 하지만 재밌었습니다. 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요^^

2005-03-10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3-1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흐흐. 절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도 조금은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망설여집니다.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 레이몬드 카버 소설전집 3
레이몬드 카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레이몬드 카버의 책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는 리뷰를 쓰려고 앉은 이 순가에도 좀처럼 이러니 저러니하고 말하기가 힘든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읽고 나서 이 작가의 책을 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얼마 안되어서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읽을수록 내가 너무 기대를 심하게 했거나 아니면 요즘 하도 강한 소설을 몇 편 읽어놔서인지 진공청소기처럼 쫙쫙 당기는 맛이 있는 책만 편애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조금 심심했다. 간은 맞는것 같은데, 어쩐 일인지 여기다 소금을 조금만 더 혹은 후추를 조금만 더 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음식처럼 말이다.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집은 4편의 에세이와 15편의 단편. 그리고 7편의 레이몬드 카버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에대해 말하는 추억담, 해설집, 옮긴이의 말 등등이 있다. 구성으로 봐서는 덜렁 단편만 실려있는 것 보다는 확실히 알차다. 거기다 책값은 7,800원으로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싼 가격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레이몬드 카버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이해는 갈 것 같다. 허나 나에게 당신도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좋지도 싫지도 않다는 대답을 할 것 같다. 에세이는 퍽이나 내 취향이었지만. 단편들은 내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제일 처음 단편인 [그들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다.]를 읽을때 부터 나는 이 작가가 아주 친절한 타입은 아니겠구나 싶었고. 그 예상은 책을 다 덮고나서 빗나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매력적이고 뭔가 그럴듯하고 뭔가 괜찮은데 어쩐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내가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라서 이렇게 말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가 친절하지 않은것은 싫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밥을 씹어서 침과 함께 잘 분해된 그 무언가를 입에 다시 넣어주는 것 같은건 아니라 하더라도. 작가는 읽는 사람을 어느 정도는 배려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책은 일단 공짜가 아니며. 누군가가 책을 냈다는 것은 독자들이 읽어주길 바래서일 것이다. 그게 설사 무료로 배포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읽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게 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예의는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것도 아니고 반드시 재밌어야 하는것도 아닌 아주 미묘한 부분이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아까 말한것 처럼 작가가 친절했으면, 그래서 독자로써 나는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를 바란다. 아무리 잘 쓰여진 작품이라 하더라도 '늬들이 내 뜻을 알기나 하겠니?' '알리는 없지만 일단 읽어는 보시게들'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은 정말로 싫다. 이건 어쩌면 작품의 질을 떠나서 작가의 느낌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그걸로 그의 작품까지 밉게 본다는 것은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걸 어쩌겠는가. 이미 그래버린걸 말이다. 읽는 내내 불친절하단 느낌이 들었기에, 그리고 그걸 잊을만큼 너무도 혹할만한 이야기가 아닌 다음에야 그건 책을 덮고나서도 길게 남는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작가의 느낌은 읽어낼수가 없다. 작가는 몹시도 드라이하게 글을 써서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려 들지를 않는다. 작가의 미움과 분노와 사랑과 증오가 너무 뚝뚝 뭍어나서 전달되는 글도 좀 피곤하지만 이렇게 덮어놓고 드라이한 글을 읽는것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여러가지 단편이 있어서 적어도 지겹지는 않지만. 썩 유쾌한 얘기나 재밌는 얘기는 별로 없었던것 같다. 점수를 주자면 제일 첫번째 단편이 제일 재밌었고 그보다는 에세이가 훨씬 재밌었던 책이다. 다음에 레이몬드 카버의 책을 산다면 에세이집을 사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5-03-0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버 별로 안좋아해요. 다행이네요 님도 싫어해서^^

플라시보 2005-03-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흐...님도 별로셨나봐요^^

플레져 2005-03-0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헉... 지금 막, 카버의 새소설 리뷰를 쓰고 왔는데, 저랑 반대의 느낌. (님의 의견에 솔깃~ 그러나...) 요즘 님과 통하는 게 넘 많군요 ^^

플라시보 2005-03-0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방금 가서 저도 님 리뷰 보고 왔습니다. 같은 작가의 책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읽었네요. 참 정혜라는 책. 되게 읽고싶어요^^

마냐 2005-03-0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씨 가문 자매들의 리뷰를 읽다보니...많이 궁금해짐다. 대체 어떤 작가인지. 유명세에도 불구,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서리. ...

플라시보 2005-03-0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음...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할것 같구요. 아닌 사람들은 심드렁할것 같습니다. 마냐님은 어느쪽이실른지...^^ (플씨 가문 자매들의 의견도 극단으로 다릅니다.흐흐)
 



다른 기초 제품들에 비해. 나는 크림에는 유독 돈을 쓰지 않았다. 원래 지성이 피부라서 스킨 로션에 에센스와 기타등등을 챙겨 바르는 것은 괜찮았지만 크림까지 바르고 나면 너무 번들거린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드니까, 크림을 발라야 그 전에 발라준 에센스며 여러가지 기능성 제품들이 날라가지 않고 뚜껑처럼 딱 덮어서 스며들게 해 준다는 얘기들을 흘려 들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샘플만 쓰던것에서 탈피해서 크림을 내 돈주고 사봤다.

알라딘에서도 파는 엘리자베스 아덴 수분 크림인데 이름만 수분 크림이지 다른 수분크림들 처럼 수분을 아주 많이 공급해주는 것은 아니다. 용량 75ml에 3만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싼 가격 때문에 홀랑 반해서 산 제품인데 그럭저럭 괜찮다. 조금 번들거리는 것은 있지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고 피부에 별다른 트러블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 제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화장품의 냄새는 보통 향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나 저건 냄새라 해야 옳다. 어떤 사람들은 풀냄새니 솔잎냄새니 했지만 내 코에는 딱 연고냄새가 났다.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자면 연고 중에서도 약간 지린내가 나는 연고 같았다. 내 코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워낙 민감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나는 내 집에서 나 이외의 인간에게서 나는 체취를 못견디는 정도이다.) 저 제품은 결코 향기롭지는 못하다. 지린내라는 느낌은 쓰면서 조금 익숙해져서 사라졌는데 그래도 한 일주일 정도는 바를때 마다 그 냄새에 깜짝 놀라곤 했다.

가격과 용량에 비해 성능은 좋은편이다. 아주 부드러운 슈크림 같다기 보다 약간 생크림에 가까운 입자인데 바르면 잘 펴발라지고 흡수도 잘 된다. 다만 이 크림의 기능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분 크림이라고 쓰여있어서 사긴 했지만 별로 수분과는 무관한 제품인듯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 아닐까 싶다. 허나 30대에 들어서서 자는동안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열심히 발라준 기능성 제품들이 피부에 오래 남아 잘 스며들길 바란다면 저 크림으로 막을 씌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20대 초 중반에는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5-03-0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값이 싸서 1월에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향이 그렇군요.
그린티 향이면 좋을텐데...

플라시보 2005-03-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제 여동생과 지인 3명은 모두 솔잎향이다 풀잎향이다 했습니다. 어쩌면 저만 코가 이상한건지도 몰라요.^^ (값은 진짜 혹할정도로 싸지 않습니까? 50ml도 아니고 75ml 에 3만원이라니...)

sweetrain 2005-03-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아덴 립밤도 향이 참 그렇더라구요..그린티 향이 나면 좋으련만..

플라시보 2005-03-0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어. 그러고 보니 엘리자베스 아덴에서 그린티가 나오는군요. 그러게요. 그 냄새가 약간만 돌아도 좋으련만...

줄리 2010-08-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살부터 써와서 30대 후반인 지금에도 피부에 수분이 부족하면 바르는 제품이다. 크림에 향기 무첨가라서 그렇고..2주이상 사용하면 주름이 점차 옅어진다. 물만주는 수분이 아니고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수분과 비타민A유도체 성분으로 주름까지 관리되는 크림
 


왼쪽에 보이는 것은 야마하에서 나온 투명 리코더다.

리코더가 정식 이름이긴 하지만. 어쩐지 피리라고 불러야 더 정겹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는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곤 하는데

주된게 저 리코더였다.

캐스터네츠와 탬버린 트라이앵글의 단계를 지나면 리코더를 배우게 되는

데 리코더는 주로 학교앞 문방구에서 3천원에 팔았다. 제일 싼 리코더는 짙은 고동색으로만 되어 있고 조금

씩 가격이 올라갈수록 흰색이 들어간 부분이 늘어간다. 그래서 리코더만 딱 봐도 이건 얼마짜리인지 금방

알수 있었다. 나는 비싼 리코더를 쓰지 않았다. 왜냐면 워낙에 잘 잃어버리고 또 잘 불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저 리코더처럼 투명하고 이쁜 리코더가 나왔다면. 어쩌면 나도 리코더를 잘 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반에 되게 뚱뚱한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정말 특출나게 리코더를 잘 불었었다. 우리가 불면

기분나쁜 삑삑 소리가 났지만. 그 아이가 불면 플룻 부럽잖은, 그야말로 천상의 멜로디가 흐르곤 했었다.

그 아이는 홀로 완전 하얀색 리코더를 가지고 있었더랬다.

아무튼. 야마하 투명 리코더. 엄청시리 이쁘다. 투명한것에 컬러플하게 색도 들어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

가 리코더를 배울때 저 야마하 리코더가 있었다면 나도 기깔나게 잘 불었을꺼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5-03-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마하 드럼이랑 키보드에 써있는 거 본 적 있는 것 같군요. 동감입니다.

플라시보 2005-03-0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저도 야마하 키보드는 약간 두들겨 보았습니다. 드럼은 보기만 봤구요^^
 



나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휴대용 약통이 있다.

어디가 많이 안좋아서 약을 먹는게 아니라. 비타민과 멜라클리어를 먹는데. 아파서 먹는 약이 아닌 만큼

자주 까먹는다. 그래서 항상 아침이면 약을 약통에 챙겨서 나선다.

위에 약통은 비타민을 사고 얻은 약통. 장점은 한회 분량씩 마다 뚜껑이 따로 달려 있어서 위생적이며

이틀치를 넣어 다닐 수 있다. 그러니까 이틀에 한번만 넣어놓으면 걱정 끝. 숫자가 적혀 있어 헤깔릴 염

려도 없다. 그냥 주는 통이니 만큼 고급스럽진 않지만 꽤나 실용적이다.

두번째 약통은 거금 1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

장점은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을 먹기에 좋도록 오른쪽에 타이머가 달려있다. 그리고 뭣보다 있어 보

인다. 마치 아주 중요한 무언가 때문에 약을 복용중이라는 느낌을 팍팍 준다.

회사에 챙겨가는 약통은 위에꺼고. 아래꺼는 약을 담아서 그냥 회사에 둔다. 머리좋은 내가 언제 위의

약통을 챙겨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므로..

아파서 먹는 약들은. 당장 몸이 아파서 어떻게건 챙겨먹지만 비타민제나 영양제등. 먹는다고 해서 안아

프거나 덜아프게 하는 약이 아니라면 까먹기 쉽상. 그럴때는 저런 약통을 준비해서 챙겨 먹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라시보 2005-03-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며님. 흐흐^^ 약드실 일이 없으면 비즈 구슬이나 단추 같은 작은걸 보관해도 좋겠네요.

nemuko 2005-03-0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머 달린 약통 괜찮네요. 저희 어머니도 혈압약을 매일 드셨는지 어쨌는지 헷갈려 하시던데.... 근데 어디가면 살 수 있나요?

플라시보 2005-03-0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엠이라구요. 여러가지 주방기구나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만원이여요^^

nemuko 2005-03-0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엠..검색해봤더니 신기한 물건 많이 파는 쇼핑몰이 나오는군요^^

marine 2005-03-05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플라시보님 대단하세요 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드름 때문에 로아큐탄 먹을 때, 그거 처방해 준 피부과 선생님을 남모르게 흠모해서 약봉지에 날짜 써 놓고 하루도 안 빼고 먹던 때가 있었지요 덕분에 지금은 피부 깨끗해요 ^^

플라시보 2005-03-0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엠이 인터넷에도 매장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어요. 폴리엠이 좀 싸고 괜찮은 물건이 많습니다. (가끔 비싼거도 있지만요^^)

나나님. 흐흐. 그렇군요. 근데 로아큐탄이 여드름 약인가봐요. 전 피부과는 한번도 안가고 버텼는데 약먹고 깨끗해졌다니 솔깃해요^^

marine 2005-03-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아큐탄이 여드름 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약입니다 이게 오리지널은 비싸기 때문에 약국에서 사제로 파는 카피품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해요 피부과 선생님 말과 제 경험을 보태면 거의 100%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단 중성 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우연히 피검사 했는데 고지혈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음) 피부가 건조해지며, 가임 여성의 경우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신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약은 보통 20주는 먹어야 한다네요 값이 꽤 비싼 약입니다

플라시보 2005-03-0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그렇군요. 음...먹어볼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부분에서 조금 망설여집니다. 저는 안그래도 흡연까지 하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질까봐 몹시 신경을 쓰거든요. (물론 가장 좋은건 담배를 끊는거지요. 아하하) 20주나 먹어야 하다니...약은 독하지 않은가요? 20주라. 무척 길군요.

하루(春) 2005-03-0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아큐탄은 피지억제제예요. 여드름의 주원인이 피지이므로, 피지가 분비되는 걸 막아주는 거죠. 단, 나나님이 쓰신 대로 피부가 건조해지고(2주쯤 매일 먹으면 입술이 마름), 임신예정이거나 임신한 사람들은 절대 먹으면 안 돼죠. 저도 재작년에 3달쯤 먹은 것 같네요. 그리고, 약값이 좀 비싸요. 3달을 먹더라도 하루에 많이 먹어야 2알 먹기 때문에(보통은 1알) 지루하진 않아요. 제가 왜 이리 길게 썼을까요? ^^;;

플라시보 2005-03-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이왕 정보 주시는 김에 약값이 얼마인지도 알려주세요^^ (1일 1정 내지는 2정이면 먹어볼만 하군요.) 근데 그거 반드시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약인가요? 그리고 식전에 먹어도 상관없나요?

하루(春) 2005-03-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방전이 있어야 할 거예요. 고로, 이 약을 사려면 피부과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거죠. 그게 가장 큰 단점이에요. 그리고 약값은 2003년에 2주치 살 때마다 15,000원쯤 냈었거든요. 보험이 안될 거예요. 왜 여드름은 보험이 안 되나 몰라요. 짜증나게시리...
여드름이 계속 나는 사람은 이 약을 끊으면 치료 전처럼 다시 많이 날 거예요. 단, 이 약을 단기나마 먹는 이유는 치료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함이죠. 로아큐탄은 피부과 의사들이 여드름 치료 받으러 온 사람에게 루틴으로 처방을 하는 것 같더군요.

플라시보 2005-03-0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음...처방전이 있어야 하는군요. 2주에 15,000원이라 꽤 하는군요. 진짜 여드름 왜 보험이 안될까요? 심각한 질병인데... (육체적 고통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고통과 위축감이 더 크지요) 으음...끊으면 다시 난다구요? 그럼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일시적인 효과는 알다시피 도움이 안되어요..으흑.

하루(春) 2005-03-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드름을 정기적으로 짜줘야 할만큼 많이 나서 고생하거나 그렇지 않은데 더 깨끗한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피부과에 간답니다. 그런 사람들은 병원에서 여드름을 짜고 돈이 많으면 스케일링까지 받죠. 그런 사람들에게 치료와 병행해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처방하는 약이니까 그렇게 치료를 받고 나면 한동안 피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돼요. 여드름이 한창 날 때 관리를 좀 해주면 한동안 잠잠하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깝지 않아요. 먹는약만으로 피부를 깨끗하게 만드는 건 무리죠.

플라시보 2005-03-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렇군요. 저도 피부과에 가볼까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나이가 좀 먹으니 더이상 심하게 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잠을 못자거나 그러면 한두개씩 나더라구요. 이제 가면 피부 관리 차원이 될텐데 돈도 만만치않게 들것같고 해서 참고 있습니다.^^ 돈 많으면 가서 확 한번 밀고픈게 제 마음인데 말입니다.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