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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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 다닐때 1권을 사서 읽고는 (그때는 새와 물고기에서 나왔고 총 3권이었다.) 너무 재밌다를 연발하며 다음권을 찾았으나 이미 절판된. 나로써는 무척 아쉽고도 안타까운 책이었었다. (더불어 나의 게으름도 통탄스러웠다. 게으르면 죽어야지를 그때 부터 연발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책 세상에서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다시 5권으로, 그것도 들고 다니면서 읽기 딱 좋은 사이즈로 재 출간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이 책을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결국에는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번역일을 하는 지인의 바다와도 같은 배려심으로 책 다섯권을 몽땅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는 책장에 꽂아두고 내내 흐뭇하게 바라봤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쿠키 상자와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맛있는 쿠키가 있는가 하면 맛없는 쿠키도 있다고. 그래서 지금 맛없는 쿠키를 먹더라도 언젠가는 맛있는 쿠키를 먹게 될 것이라고. 나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다른 쿠키들을 해 치우는 동안. 나는 이 맛있는 히치하이커 쿠키 시리즈를 고이 남겨뒀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집구석에 쌓아둔 책을 다 읽고 더는 읽을것이 없는 그날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히치하이커를 꺼냈다. 음... 표지가 좀 촌실방하군 싶었지만 뭐 어떤가. 맛있는 쿠키는 가끔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반하기도 하는 법. (쿠키와 떡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날때 설명하도록 하자)

총 다섯권의 책이기에 아직까지 1권만 읽은 주제에 서평을 쓴다는 사실이 좀 찔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설마 2권, 3권 다 따로 쓰기야 하겠습니까?) 그래도 지금 이 느낌을 써 놓지 않으면 영영 까먹을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관계로 일단은 서평을 쓰기로 했다.

좀 웃긴 얘기지만 이 책. 즉 히치하이커 1권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것은 바로 서문격인 '안내서에 대한 안내' 였다. 그 옆에는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 되는 이야기들- 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이 얼마나 매력 넘치는 문구인가! 별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라니. 그것도 이 책을 쓴 작가가 말하는 도움 안되는 이야기. 너무 흥미롭지 아니한가. 과연 이 서문은 예술이었다. 어지간하면 책의 본문을 인용하지 않는 나 이지만 (그러려면 책을 찾아봐야하는 수고스러움의 압박이 밀려온다.) 여기서는 도저히 그러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엄청나게 배째는 느낌을 나는 고스란히 전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다음은 그 서문들과 나의 느낌이다.

이 판본에 잘못 적힌 게 있다면, 내가 아는 한 그 잘못들은 그걸로 영영 끝이다. 이 얼마나 뻔뻔스러움의 포스가 느껴지는 말인가. 내가 본 책들은 판본에 잘못이 있으면 머리숙여 백배사죄 올림은 물론 귀찮더라도 가까운 출판사나 구입하신 곳으로 가시면 기꺼이 바꿔드리겠다는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라. 작가는 잘못 적힌것이 있더라도 저자인 자신이 아는 한 그것은 영영 끝장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저자가 이 책에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과 동시에 귀찮은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진정 멋지구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어떤 저자가 독자들에게 저 따위로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배째라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에 빌린 닳아빠진 책이었다. 십년도 넘은 일이고, 그 책은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이젠 훔쳤다고 봐야 옳다. 이 대목은 과연 물건을 빌린지 얼마나 되면 그걸 훔쳤다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겠다. 저자는 어떤 책을 빌렸고 (켄 윌시가 쓴 '유럽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다.) 그 책을 무려 십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도 저자의 집구석에 뒹굴고 있는 것을 훔치다 라는 위풍당당한 용어를 쓰며 정리했다. 돌려주려고 했지만 앞집 개똥이가 이사와서 못을 쳐대는 바람에 잠을 못자서 라던가 돌려주려고 가는길에 그만 자동차가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보니 내 위로 원숭이가 날아가고 원시인들이 줄지어 섰더라 따위의 치사스런 변명은 하지 않는다. 그저 돌려주지 않았으니, 그리고 그 기간이 무려 십년이나 되었으니 자신은 훔친것이나 진배 없다고 말하는 이 당당함. 일만 터지면 변명하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의 습관에 일침을 놓는 주옥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부터 뭘 빌려서 십년넘게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았거들랑 우리 모두 훔쳤다 라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시립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제 9년 하고도 11개월만 더 버티면 훔친게 된다. 그럼 이제 그건 내꺼다.

현재 소문에 의하면, 영화 촬영은 최후의 심판일 직전에 시작 될 것이라고 한다. 이건 저자가 이 책과 관련한 대본을 썼고. 그게 영화화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듭 연기가 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조만간, 곧, 수일내에 따위의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면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기다려야 할 기간은 조만간, 곧, 수일내와는 택도 없을 만큼 긴 시간들인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린 저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을 얼르고 기다리는 것을 독려한다. 허나 저자는 이런 쓸데없는 말 대신 단 한마디를 했다. 바로 최후의 심판일 직전. 이 얼마나 명확한 말인가. 사실 최후의 심판이 다가왔는데 영화를 찍고 앉았을 미친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저자가 이제 그만 자신이 쓴 대본이 영화화 되는 꼴을 보기를 포기했다는 말을 최대한 코믹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그냥 아마도 영화화 되기 힘들 것이다라는 것 보다 얼마나 로맨틱하고 엘레강스한가. 정말 훔치고 싶은 표현이라 아니할수가 없다.

자. 서문은 이쯤 하자. 그 다음 책 내용...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기 또 대단한게 나온다. 이번에는 그냥 설명없이 옮기기로 하겠다. 이것은 저자에게 어떻게 하면 이 행성을 떠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간략한 정보이다.

1. 나사 NASA 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 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 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그렘린에 전화하라 (0107-095-295-9051 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그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 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 해 볼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봐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다.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쓰다가 보니 너무 길어져서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시간이 없으니 넓은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이왕 부탁을 들어주는 김에 하나만 더 하자. 저 번호가 진짜인지 아닌지 겁나게 궁금한데 혹시 나를 대신해서 저 번호로 전화를 해서 알아봐 줄 사람이 있으면 정말로 고맙겠다. 비록 재벌 2세이지만 할일은 없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 바라며. 책에 대한 서평은 나중에 다섯권을 다 읽고 쓰겠다. 지금 말 할 수 있는것은 저 서문 만큼이나 책이 재밌다는것. 단 한가지이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 짱돌 내려놔라. 알다시피 내신 15등급은 그런거 몇개 맞는다고 해서 뇌가 어찌되거나 죽지도 않는다. 서평은... 수일내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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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0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대목을 읽으면서 전화를 걸고싶은 욕망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전화를 거신분은 제게도 결과를 알려주세요~ㅎㅎ

mannerist 2005-05-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이건 서문 리뷰니 앞으로 다섯 편의 리뷰가 더 있겠군요. 흐흐... 기대하겠습니다. =)

2005-05-06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0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하하. 누가 전화를 할지 한번 지켜봅시다.^^

mannerist님. 다섯권 다 읽고 리뷰 쓸겁니다. 이건 그냥 맛보기여요. 시리즈물을 권당으로 리뷰를 다 쓴다면 너무하잖아요. 흐흐^^

속삭이신분. 아. 바로 수정했습니다. 왜 새와 나무로 기억했을까요? 3권이 없으시다구요? 구입해서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재밌어요^^

nemuko 2005-05-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은 걸 꾸욱 누르고 잊을만 하니 이렇게 플라시보 님이 또 부채질을 하십니다요^^ 리뷰 5편 꼭 올려 주세요. 넘 재밌어요....

이리스 2005-05-0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거 ... 서문 리뷰조차 웃기다니... 입니다. 크하핫...
너무 재미나십니다앙 ^^

플라시보 2005-05-0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음... 한권짜리면 부담이 안될텐데 무려 다섯권이니 권하기가 조금 미안합니다만. 분명 재미는 있습니다.^^

낡은구두님. 흐... 감사합니다. 이 책 진짜로 웃겨요. 서문이 저 정도인데 본문은 오죽하겠어요. 하하^^

ejc 2005-06-2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세 질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안남길 수 없군요.
DON'T PANIC!

이쁜하루 2005-07-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혈의 누 (피눈물) 는 이인직의 소설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을 한 수사관이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제지업을 기반으로 하는 섬마을 동화도에서 어느날 나라에 진상을 할 종이를 실은 배가 불타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관 (차승원) 이 도착을 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하나씩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제지소의 원 주인이었던 강객주를 천주교인으로 모함을 하여 처벌을 받게 한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강객주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믿지만 차승원은 분명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고 수사를 벌인다. 이 와중에 제지소 주인 아들 인권 (박용우)는 마을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는 등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강객주가 키우다시피 한 두호 (지성) 은 죽은 강객주의 집에 홀로 남아있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듯 하지만 실은 그 보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잔혹함에 대해 얘기한다. 순진한듯 보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잔인해진다. 제목이 혈의 누 인 만큼 화면에는 피와 살점이 튄다. 특히 사지가 찢겨서 죽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눈을 가리지 않을수가 없다. 설정상 어쩔 수 없이 등장해야 하겠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면에는 계속해서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꼭 예전에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차승원은 코믹한 연기를 하다가 이번의 연기에 대해 연기 변신이라고 말 하는 것을 상당히 기분나빠 했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특유의 코믹스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데 원래 모델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색함은 없었다. 다만 카리스마라는 것이 단지 외모에서만 풍기는것은 아닌지라 그의 연기에 큰 무게감을 볼수는 없었다. 지성의 경우는 사극의 이미지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서 시종일관 어색하기만 했었고 그가 맡은 역을 표현하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유약한 이미지의 박용우가 그럭저럭 역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연기를 해서인지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인권의 역을 잘 소화해냈다.

영화는 많은 성의를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나 셋트와 음악에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음악의 경우 긴박한 추격씬 등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사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답게 국악기를 BGM으로 썼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한의 정서를 담은 영화의 긴장감을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가 2중 3중으로 꼬여있는데 이것을 적절히 분배해서 표현하지 못해서 관객들이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다. 거기다 주인공들의 갈등에 좀 더 촛점을 맞춰야 했지만 스토리가 워낙 길다보니 좀 대충 넘어간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인물들간의 갈등과 대립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스토리를 단순화 시키거나 영화가 좀 더 길었어야 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영화는 상당히 성의있게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린것 같다. 허나 이색적인 소재를 택함으로 현재 한국영화가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울궈먹는 것에 비해 참신했다고 본다. 노력상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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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5-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용우라는 사람의 연기가 늘 괜챦다고 생각되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5-0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흐흐.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이제야 드디어 공방의 진가가 알려진게 아닐까요?^^ 음... 차승원의 진지한 연기. 꽤 괜찮습니다. 전혀 웃기지 않고 아주 진지해요.^^

비연님. 전 박용우 생긴게 좋더라구요. 귀엽게 생겼어요. 으하하하 (대학교때 박용우랑 엄청시리 닮은 선배가 있었는데 인기 좋았어요^^)

바람돌이 2005-05-0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차승원 왕팬, 이 영화 보고 싶어요. 우리집 딸래미 둘이 언제 엄마에게 시간을 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보고싶다. 이 글보니까 더 보고싶네요 잉잉잉~~~

코마개 2005-05-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추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넘 비약적으로 펑펑 튀는 바람에 그 맛은 좀 떨어지더군요. 차승원 연기는 님 말처럼 그저 그렇고...박용우 인가보죠? 그 사람 이름이...연기는 그 사람이 훨 낫더군요. 오현경도 많이 늙었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5-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아...좀 잔인하신 걸 기대하신다면 아마 기대에 부흥할 것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장면을 똑바로 잘 못봤어요.^^

강쥐님. 네. 그런면이 있었어요. 스토리가 너무 많은데다 시간은 짧고 또 엉뚱한 장면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물론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다 시간을 썼겠지만요. (아. 오현경씨 진짜 완전하게 할아버지시더라구요.) 음. 박용우는 예전에 최지우랑 올가미라는 스릴러물을 찍었었는데 그때부터 주의깊게 봤었습니다.^^ 참고로 그때 최지우는 혀짧은 소리를 내지 않았답니다. 흐흐 (얼마전에 케이블 TV보니까 다시 해 주더라구요.)

비로그인 2005-05-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볼만하더군요.
지성은 플라시보님 말씀처럼 사극과 참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저는 영화보는 내내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지성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해주고 싶더군요. 아하하
다시는 지성이 사극에 출연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기를~~

플라시보 2005-05-0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아.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지성의 머리를 틀어 올리던가 땋아주던가 어찌 해 주고 싶었어요. 흐흐^^ 저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을 많이 들였더라구요.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
박승숙 지음 / 들녘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치료에 이용되는 미술이란 기껏해야 로샤 테스트 (테칼코마니로 된 그림을 보고 환자들이 느낌을 말 하는것. 원래 그 그림에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환자는 그림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정도였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내가 로샤 테스트 그림을 한장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우울증과 공항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적이 있던 지인도 그 그림과 똑같은 그림으로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토끼와 천사, 그리고 지휘하는 사람을 떠 올린 반면 지인은 치료를 받을 당시 무서운 곤충의 눈이 보인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왜 그 그림을 그렇게 해석했는지 상대에게 설명해주었었다. 과연 지인의 설명을 들으니 곤충의 눈이 보였고 그 지인도 내 말을 들으니 토끼와 천사와 지휘하는 사람이 보인다고 했었다. 하지만 서로의 설명을 듣기 전 까지는 그림에서 전혀 상대방이 발견한 부분을 찾지 못했었다.)


책은 미술치료를 영화 속의 사례와 접목을 시켜서 이야기한다. 일방적인 임상 사례들을 드는 것 보다 훨씬 와 닿았다. 왜냐면 영화들 중 상당부분은 이미 내가 본 것이었고,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든지 빌려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거기다 저자는 혹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을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줄거리까지 설명을 해 놓았다. (물론 저자는 영화를 못 본 사람들에게는 혹여 스포일러가 될까 미안하다는 말을 해 두었다.) 그러면 미술 치료란 뭘까? 내가 알고있는 로샤 테스트 이외에 어떤 미술 치료들이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미술 치료는 총 여섯가지가 있다. 그것은 상자로 나 자신 만들기, 가면 만들기, 신체 본뜨기, 함께 번갈아 가며 그리기, 치료사의 반응 그림이다. 여기서 마지막 치료사의 반응 그림은 치료를 받는 사람이 아닌 치료사를 위한 그림 치료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치료사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기에 혹여 있을 환자와의 각종 문제점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자로 나 자신 만들기에는 영화 박하사탕이. 가면 만들기는 재능있는 리플리씨가, 신체 본뜨기에는 가타카가, 함께 번갈아가며 그리기에는 굿 윌 헌팅. 그리고 마지막 치료사의 반응그림은 사랑과 추억이라는 영화가 등장한다. 책은 먼저 영화를 설명하면서 주인공이나 예가 될 만한 인물의 심리 상태를 말해준다. 그리고 나서 그 영화의 문제적 인물이 받았으면 좋았을법한 치료법을 바로 뒤에 설명해둔다. 거기다 여러 미술치료 그림들의 사진을 실어놓아서 이해를 돕는다. (영화를 설명할때도 여러 장면들의 사진을 옮겨 두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치료자를 위한 이야기들이 많고 책의 뒷부분에는 치료사를 위한 이야기들이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은 미술 치료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되며 치료를 받으러 찾아가는 사람도 아니어도 상관 없다고 한다. 다만 미술을 곁에 두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 하며 표현하는것.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한 도움을 주고 이해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도 아니며 치료사를 위한 책도 아닌 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나는 저자가 무척 깔끔하고 정돈된 성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장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 없이 잘 정리를 해 두었다. 마치 정성들여서 만든 문제집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어렵지 않고 이해도 쉬웠다. 다만 정말로 미술 치료를 통해서 환자들이 자신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책의 이후에 나올 2권과 3권에 나올 영화들을 미리 정리해 둠으로써 독자들이 책을 읽기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역시 저자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예로 든 영화들은 한편을 빼고는 모두 본 것이라서 비교적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워낙에 설명을 잘 해주어서 보지 않았던 마지막 영화도 읽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혹시 미술치료나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러나 어려운 책은 피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이쪽 계통에 완전하게 무지한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책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내가 팝콘 심리학을 읽을때 어떤 분께서 추천을 해 주신 책이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은 많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접근을 하지 못했는데 팝콘 심리학과 더불어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쉽게 설명한 저자들에게 감사하고, 추천해준 이에게도 역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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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 저도 이 분의 다른 책들 찾아보려구요. 꼼꼼하게 또 어렵지 않게 쓰시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거기다 원래 슬쩍 관심이 있던 분야이기도 하구요. (정확하게 미술 치료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이걸 읽고나니 관심이 생기네요) 좋은 책 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읽었어요^^
 




너굴님의 악세사리 샵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지중해 귀고리.

정말이지 쪽빛 바다가 생각나는 귀고리이다. 원래 푸른색을 좋아하는데 이 귀고리 역시 보자 마자 억 하고

꼽혀 버린다.

블루 애퍼타이트라는 원석이 사용 되었으며 아시다시피 너굴님의 악세사리는 모두 은으로 되어있다.

http://blogshop.isavezone.com/nugool.isz

이 주소로 들어가면 너굴님이 직접 만드신 더 많은 악세사리를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너굴님의 악세사리는 모두 핸드메이드 제품이며 비즈가 아닌 은과 원석을 사용한 악세사리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악세사리라고 하기에는 그 퀄리티가 상당히 높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왈로브스키나 타테오시안등과 거의 동급이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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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5-0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엇! 소리 나게 이쁘네요... 원석 색상이 환상적입니다.
원석 고르시는 너굴님 안목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어요!

2005-05-03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0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정말 예쁜 악세사리죠? 저도 너굴님의 원석 고르는 안목에 그리고 또 디자인 솜씨에 언제나 환상이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판다님. 님도 생일이셨군요. 이런이런 당장 축하카드를 만들어 대령합지요. 흐...^^

2005-05-03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05-0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여름이 다거오니 더 멋져보여요^^

물만두 2005-05-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것도 좋은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5-05-0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 사이트를 궁금해 하셨다니 잘되었네요. 저 주소로 쏙 들어가시면 구경하실 수 있답니다.^^

물만두님. 그죠? 여름은 역시 악세사리의 계절입니다. 옷들이 작아지니 대신 악세사리로라도 몸을 가리라는 뜻? 흐흐^^

플라시보 2005-05-0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히히. 어느새 퍼서 올리셨군요. 네. 저것도 다들 이뻐요^^

플레져 2005-05-0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틈만 나면 아이 쇼핑 중이어요.
다 사고 싶어서 큰일이어요... 바람직한 건가요? ㅎㅎ
질리지 않는 것도 너굴님 악세사리의 특징이죠 ^^

플라시보 2005-05-04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렇죠? 보면 다 사고싶어요. 흐흐. 질리지 않는다는것. 맞아요. 그게 제일 큰 장점인것 같아요. 어떤 악세사리들은 처음에는 예쁘지만 조금만 보면 질리는 것도 있는데 너굴님 악세사린 그런게 없어요^^

nugool 2005-05-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플라시보님.. ^^.... 언제 이걸 올리셨어요.. ^^;;; 역시 푸른 색을 좋아하시는 님.. ^^
 
암호의 세계 - 양장본
루돌프 키펜한 지음, 김시형 옮김 / 이지북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이런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해봐도 잘 이해가 가질 않지만 아무튼 그 당시 바우네집 (바우하우스) 을 읽으면서 같이 골랐던 책이 이 책이다. 그리고 한동안 책장에 꽂아만 뒀다가 다시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각종 방정식과 순열이 등장해서 겁을 집어먹었지만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참고로 내 수학실력은 고3 내신 15등급이 말해준다.) 한동안 거의 열풍을 일으켰던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파보나치 수열은 여기서 아주 초보적인 암호로 등장한다. (따라서 다빈치 코드에는 암호학자까지 등장할 것도 없었다.)

냉전이 끝난 이 마당에 암호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인류는 총과 대포로 싸우는 대신 또 정보라는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 암호란 쉽게 말해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뜻을 숨기는 것이다. 즉 내가 A라는 사람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데 그걸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할때 우리는 암호를 쓴다. 어릴때 나는 여동생과 한 방을 썼었는데 엄마는 9시만 되면 냉큼 불을 끄고 우리에게 잘 자라고 말했다. (그건 잘 자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이제 그만 자라는 명령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명령어가 입력되었다고 해서 바로 실천이 되지는 않았던 여동생과 나는 불을 끄고도 한참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끔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로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별로 할 말도 없을때는 그냥 서로가 자지 않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했다. 그 신호는 서로 잡은 손을 두번 꼭꼭 누르는 것이었다. 내가 두번을 누르면 여동생도 두번을 누르고, 만약 상대방이 한번을 누르면 그건 곧 잠이 들것같아라는 신호였다. 이것은 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암호였다. 엄마 모르게 우리끼리만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다는걸 상대방에게 알렸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원시적인 암호는 물론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해 보자면 일기장이다. 이건 다들 한번씩은 해 봤을껀데 사춘기때. 혹시나 방청소를 하러 들어온 엄마가 일기작을 떡 하니 펼쳐봐서 옆집 개똥이만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뛴다 이거이 사랑? 하는 글 따위를 읽을까봐 나만의 암호를 만들어서 일기를 쓰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의 끝은 언제나 같다. 지가 쓴 암호를 나중에 지가 기억을 못해서 결국은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른다는. 아. 그때 암호에 관한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그때의 일기에 뭐라고 썼는지 알 수 있었으련만. 아직도 그 일기장은 도무지 뭔 소린지 모를 난해한 단어들로 꽉꽉 차서 해석이 불가능하다.

책에는 간단한 암호부터 실제로 세계 1,2차 대전때 쓰였던 해독이 어려운 암호까지 갖가지 암호를 만드는 법과 암호를 풀이하는 법이 나온다. 그리고 뒷장으로 가면 IC카드 해독이나 컴퓨터 암호까지 등장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암호의 역사를 죽 나열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뭐 정보국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스파이도 아닌 사람이 암호를 알아서 뭣에 쓰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이 책은 꽤나 흥미롭다. 사람이 꼭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만 알라는 법은 없다. 아무리 쓸모 없어도 알아놓으면 다 살이되고 피가 된다는게 내 생각이다. 물론 너무 많이 알면 가끔 다치기도 하지만, 아마 내가 너무 많이 알아 다치는 날은 가만 앉아있는데 우리집 지붕에 보잉747기가 비상착륙을 해서 그 밑에 깔려죽을 확률 만큼이나 낮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은 조금 어려워서 단순히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다. 수학도 많이 등장하고 이해를 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읽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도는 나는 몇 번이고 이해가 갈때까지 다시 읽기를 무한구간반복이 가능했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읽지 못할 책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백수가 아닌 직딩이었다면 과거에 그랬듯 읽다가 포기를 하고 던져뒀을 것이다.) 실제로 쓰이는 암호는 물론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암호도 중간중간 예로 등장해서 훨씬 읽기가 편했으며 아주 살짝이긴 하지만 어려워빠진 수학 같은걸 왜 할까? 라는 나의 오랜 의문에 이런 매력때문에 수학자들이 수학을 연구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주 한가롭고 또 수학에 큰 거부감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수학 실력은 없어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나 내신 15등급 이었다.) 한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여태 몰랐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쓰고나니 품절이군 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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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04-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퇴근하긴 전 1시간..무지하게 안가는 한시간에 님의 글을 읽고 넘넘 웃고 갑니다.. 살아 펄쩍 뛰어다니는 표현을 읽고 있으니 잠이 다 달아나는군요..감사합니다.^^

플라시보 2005-04-29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아 퇴근 전이시군요. 흐흐. 님의 잠을 달아나게 해서 기쁩니다. (기뻐해야 하는거 맞나요? 전 잠이 달아나면 속상하거든요.^^) 퇴근 잘 하시고 주말 재미나게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