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실은 알다시피 제 1회 세계 문학상 1위를 받은 작품이다. 상 받은 작품들은 많겠지만. 유독 미실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문학사상 꽤 큰 금액인 1억원 상금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분도 지적하셨듯이 미실은 이 1억원이라는 상금을 뽑아내려는지 참으로 엄청난 홍보를 해댔다. 광고란 으례 그렇지만 워낙에 멋진 카피들에 나는 망설임없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속내로는 '그래 1억원이나 받은 작품이니 대단하겠지?' 하는 속물적 기대도 있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도대체 미실이란 작품이 어째서 상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스타작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가난하게 사는 작가들에게는 정말 큰 금액인 1억원이라는 상금을 받을만큼 대단한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미실에 대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유교 사상으로 인해 늘 기죽어살던 여성상을 새로 쓰는양 구는것과 그녀에게서 페미니스트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썼던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을 다시 떠 올린다. 여자가 자유롭게 성을 즐기고 억압되지 않으면 다 페미니스트요 새로운 여성상인양 떠드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어 진다. 그것은 가리고 감추고 아니되옵니다 하던 여자들과는 다르지만 남성 판타지와 정말 한치도 닿아있지 않냐고 말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스스로 별 이유없이 창녀가 되었던 여주인공을 내 세워서 그러했듯 김별아도 미실을 내세워 똑같은 짓을 한다.

너무도 숨막히게 아름답고 거기다 똑똑하기까지한 여인이 성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 남자들에게 또다른 꿈을 꾸게 한다. 더구나 11분의 그녀나 미실의 그녀나 도무지 남자를 가리지를 않는다. 11분의 그녀가 성도착자를 만족시켰다면 미실은 한번 씻지도 않은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남자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걸 마치 성의 해방인양 외치는 것에는 정말로 할말이 없다.

여성은 무조건 남성이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끄집어내릴때까지 어머 몰라요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미 시대에 뒷쳐져도 한참은 뒷쳐진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남자 저남자 가리지 않고 다 상대해 주는것이 진정한 페미니스트일까? 미실은 심지어는 자기의 남동생과도 관계를 가진다. 아무리 집안 대대로 색으로써 왕실의 남자들을 모시는 것의 의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실은 바지만 입었다 하면 가리지를 않는다. 거기다 미실의 책략이랍시고 등장하는 것은 오로지 몸을 이용해서 후리는 것이다. 그게 지략이고 책략일것 같으면 근사한 외모만 가지고 태어나면 개나소나 다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성적으로 자유롭건 혹은 보수적이건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것도 미화하는 것에는 단 하나의 별도 주고싶지 않다. 오직 한남자만 알고 그 남자가 떠난 다음에는 죽으라고 수절해서 열녀문이 세워지는 것도, 남자라면 아비와 아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근친상간마저 거침없이 해대는 것을 새로운 여인상인양 추켜세우는 것도 달갑지 않다. 남자에게 있어서는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가 다 상대 해 주는 것 만큼 고마운 일은 없겠지만 여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더없이 빛나는 육체와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소위 성적 해방이랍시고 사랑이고 개뿔이고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성적으로만 잔뜩 달아올라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것에 대해 그것이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할까?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침없이 상대하면 바람둥이 내지는 난봉꾼이라고 하면서 왜 여자는 이남자 저남자 다 상대하면 미화되는 것인지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비록 소설이지만 나는 이 한권이 파올로 코엘료의 11분처럼 얼마나 더 잘못된 생각을 퍼트릴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면 아찔하다. 혹시 누군가가 이 책을 보고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가 오로지 지향해야할바는, 사랑 같은건 개나 물어가란 식의 성적 자유 (내가 보기에는 방종이다 만은) 라고 생각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물론 소재의 참신성에 대해서나 흔치않은 소재를 위해 작가가 자료조사를 끊임없이 했을것을 생각하면 이 소설은 어느정도 칭찬받을 구석도 있다. 하지만 미실이 아무리 색으로 신하된 도리를 다 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스스로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인 여자를 뭘 그렇게 대단한양 그려놓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미실은 운명을 스스로 만든 여자가 아니라 그냥 정해진 운명 (왕실의 창녀)에 한치의 반항도 없이 살아온 밋밋하고 재미없는 인물이다. 그녀의 일생을 통틀어 의미있는 일이라고는 익힌 방중술을 남자들로 녹인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게 왕이건 왕의 아버지건 남동생이건 애인이건 애인의 친구이건 가리지 않고 말이다.

예전에 아빠가 내게 성교육을 하실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섹스가 목적이 될수는 있어도 수단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마도 아빠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오로지 몸이 무기인 여자. 그 무기로 입에 풀칠하고 옷 걸치고 널찍한 집에 사는 여자는 절대로 되고싶지 않다. 그건 앞으로 나도 마찬가지이며 내가 앞으로 혹시나 딸을 낳게 된다면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다. 자유롭게 원하고 즐기는 것과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 (그것도 남자들로써는 너무나 고맙게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가 되는것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겠다면 미실이 가진 아름다운 육체따위는 조금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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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5-2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끈하신 리뷰입니다.. 별 하나, 맘에 듭니다. ㅋㅋ 저자에게도 이런 말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성교육 해주실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부럽습니다... (아~ 신라는 근친상간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요.. 피의 순수성을 유지시키고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법이었지요.. 고려의 왕건도 자신의 몇 십명의 부인들에게서 태어난 이복남매들을 서로 결혼시켰어요..)

nugool 2005-05-2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읽어 보진 않았지만. 별하나 정말 맘에 드는 리뷰이십니다!!! 그리고 정말 실망스럽기도 하군요. 정녕 그런 내용이었단말입니까!!

플라시보 2005-05-2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흐.. 화끈이라.^^ 아빠의 성교육은 지금껏 제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라의 배경은 저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은. 그걸 읽기는 상당히 거북스러웠습니다. 비록 고증에 충실하느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씨족을 퍼트리겠다는 고귀함보다는 그저 미실이 성적으로 너무도 자유롭고 분방한 여성이라 그렇다는 이미지를 작가는 더 주려고 했던것 같습니다.

너굴님. 네. 제가 뭔가를 놓친게 있지 않다면 저런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그녀를 좀 더 잘 그려냈다면 반할수도 있는 인물이었겠지만. 성적인거 외에는 아무 매력도 없는 여자더군요.

바람돌이 2005-05-2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플라시보님 제가 왜 웃냐고요.
지금 저 미실 읽다가 지겨워서 잠시 알라딘 들어온거걸랑요.
3분의 1쯤 읽었는데 아직은 사다함과 미실이 사랑하는 대목으로 나오는지라 아직 님이 말하는 정도까지는 안 갔는데 점점 이거뭐야 하면서 보고 있던 중이었음다.
일단 들었으니 가끔 곰탱이같은 제 성격상 다 읽기는 해야겠는데 님의 글을 보니 더 읽기가 싫어지니 어쩐답니까?
읽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이 된 바람돌이랍니다.

poptrash 2005-05-22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보고 갑니다. 저도 이 작품이 상 받은건 정말 이해가 안가요.

플라시보 2005-05-22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저도 읽는 내내 살짝 지겨웠습니다. 일단 잡은 책이니 다 읽자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 보다는 아니야 뭐가 더 있을꺼야 이럴리가 없어 하며 읽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처음의 분위기를 유지(?) 하더군요. 흐.. 그래도 끝까지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왕 잡은 책이기도 하고, 또 제가 미처 발견 못한 괜찮은 부분을 님이 발견하실수도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poptrash님. 님도 이 책을 읽으셨나보군요. 좋은 평가를 내린 리뷰들도 많고 평점도 괜찮은데 어째서 저는 전혀 와닿지 않은지... 하긴 그 점마저 파올로 코엘료의 11분을 꼭 닮아있긴 하더라구요.^^

로즈마리 2005-05-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직 안 읽었지만, 리뷰보고 다 읽은 느낌. 게다가 저도 모르게 추천 때기게 되는 리뷰네요..^^;;

플라시보 2005-05-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아. 이런류의 리뷰 내지는 칭찬일색의 리뷰를 쓸때면 항상 걱정이 되는게 있습니다. 나는 싫은데 남들은 좋을수도 있다는거, 또 그 반대일수도 있다는거요. 이 책은 특히나 다른 리뷰들은 모두 책이 좋다는 얘기여서 더더욱 걱정이 되네요. 흐.. 그래도 추천은 감사합니다.^^

2005-05-23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케아에서 나온 겁나게 이쁜 와인병

꼭 전구 모양처럼 생겼다.

와인 뿐 아니라 올리브유를 담아도 될 것이고

주스나 우유를 넣어도 괜찮을꺼다.

가격은 5,500원으로 비교적 싼 편이다.

이케아는 소파는 겁나게 비싼데

생활용품은 그다지 비싸지가 않다.

오늘 낮에 이케아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진장 이쁜것들을 많이 발견해서 저장해뒀다.

오늘부터 실실 올리기 시작해야지. 그동안 so beautiful에 너무 소흘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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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5-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특이하네요,,
전 사진만 보고 전구인줄 알았습니다,,

물만두 2005-05-2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겁나게 이쁘기는 한데 와인을 안 먹으니 그림의 떡이군요^^;;;

플라시보 2005-05-2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그죠? 꼭 전구같죠. 흐^^ 전 가격이 저렴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보통 이런거 대부분은 만원을 훌쩍 넘기는데 말이죠.

플라시보 2005-05-2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와인뿐 아니라 다른걸 넣어도 상관없을껄요. 먹는사람 마음이지요. 우유나 오렌지 주스를 담아도 이쁠듯 합니다.^^

LAYLA 2005-05-2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케아가 우리나라에서만 비싼거라 하던데요?

플라시보 2005-05-2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그래요? 아우.. 소파는 비싸도 너무 비싸더라구요. 1인용은 대부분 30만원선이고 조금 더 넓은 2~3인용은 거의 80만원 돈이더라구요. 근데 왜 여기서만 비싼걸까요? 우리가 봉인가? 쳇

nugool 2005-05-2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와인 디캔터로군요. 하나 장만할까봐요. ^^

2005-05-2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 그죠. 가격도 괜찮고. 저거 이외에도 멋지구리한 상품들이 많더라구요.

난티나무 2005-05-2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케아 좋아해요. 싸고 실용적이고 게다가 이뿌기까지 한 자잘한 물건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한국선 비싸다니... 여기도 크기 제법 큰 가구들은 싸지만은 않지만 많이 비싸지도 않거든요. 싼 것도 많이 있는데..^^
8월쯤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이케아가 문을 열어요. 카탈로그 나오면 소 뷰리풀 한 걸루다 올려드릴게요~!^.*

플라시보 2005-05-2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오오 이케아 매장이 바로 집 근처에 생긴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비록 다 사지는 못해도 가서 실체를 구경만이라도 하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카탈로그 올라올 날만 기다리겠습니다. 흐흐.^^

줄리 2005-05-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아키아 라고 부르는데,, 전 오늘 거기 매장안의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 1달러 짜리 먹구 무지 행복했어요. 쏘세지 2개, 스크램블에그, 해시브라운, 크로와상 이렇게 주고 1달러인거 있죠. 커피까지 하니 2달러였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아침이었어요. 이쁜것두 많고 볼것두 많은 아키아 정말 좋아요.

LAYLA 2005-05-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가의 조립가구인 이케아가 들어오는걸 우리나라 가구업체들이 막았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 가구들은 다 완제품으로 나오잖아요...비싼 완제품이랑 경쟁이 안될거라그렇다나요..^^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ㅎ)

플라시보 2005-05-2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아. 아키아라고 부르는군요. 한국에서는 전부 이케아라고 불러요. (이케아가 좀 더 귀여운것 같아요. 흐..^^) 근데 이케아 매장 안에 식당도 있나봐요. 음.. 1달러에 소세지2개, 스크램블에그, 해시브라운, 크로와상 이렇게나 많이 주나요? 호오... 한국에서 그랬다면 아마 줄서고 난리 났을꺼에요^^

LAYLA님. 음... 그렇군요. 완제품은 완제품대로 비싸면 되는거고 조립품은 그만큼 싸면 되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밥줄이 달린 문제라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나봐요.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만 비싸다는건 조금 괴씸합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도 매장이 하나 있긴 한데 정말 많이 비싸더라구요. 그나마 인터넷은 좀 싼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이케아 제품들은 어지간하면 못 살만큼 가격대가 높더군요.

난티나무 2005-05-2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이케아 구경 차 유럽으로 한 번 뜨시지요.
디종에 오시면 숙소 제공됩니다. 크하하하...

플라시보 2005-05-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저도 그러고파요^^
 

오늘 일이 좀 많았다우. 저녁먹고 자리에 앉은 게 여섯 시 반, 아무 생각없이 마우스 부여잡고 네시간 반을 버팅기니 손목이 땡겨 오더군요. 이제 끝날 때가 되었나보다. 했죠. 초과근무 끝나는 시간인 열한시가 조금 못 되어 팀장님 퇴근하시고 맥주 한 병을 사러 아래에 내려갔어요. 하이트 한 병을 들고 오른손에 들고 올라오는데 손목이 시큰거리덥디다.  그러고 플라시보님이 생각났어요. 내 카메라 파인더 안에, 그 전에 내 눈속에 머릿속에 담긴 표정, 전부터 생각해 왔던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플라시보님이 짓는 표정. 시선이 살짝 위로 올라가면서 톤이 조금 높아지는. 그 표정을 담아 드린 게 다음날 페이퍼에 올라온 걸 보고 괜히 즐거워하기도 했고. 여튼. 내가 떠올린 얘긴 이거에요. 왜 전에 컴퓨터 새로 장만한다면서 마우스와 키보드에는 돈을 좀 들이고 싶다고 한 이야기 있잖우.

"내 생각에 마우스는 사람이 쓸 물건이 아닌 것 같아요."

오른손에 든 맥주병을 왼손으로 바꿔쥔 다음에야 "오늘"이 생각나더군요. 이미 이벤트 마감되어 늦었지만(그러기에 별 부담없으니 더 좋긴 하죠. 헤헷), 그리고 좀 더 게으름피면 이십여분 남은 플라시보님 생일이 지나갈지 모르지만, 일단은 시작하렵니다. 생일축하를 가장한 내가 하고픈 넋두리를.

 


플라시보님과의 인연. 을 생각하니 이녀석이 먼저 떠오릅디다. 벌써 햇수로 2년 전이네요. 지리멸렬했던 기말고사기간, 심심풀이로 별 생각없이 님 서재의 소 뷰티펄에서 목격한 책 읽는 사람 모양 스탠드(참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4272)를 보고 혼자 열광하고선 이거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고 했던 거. 아이디어가 정말 상큼했고 만드는 과정도 꽤나 즐거웠어요. 세탁소 옷걸이와 칠성 사이다 1.5l 패트병, 그리고 허접한 도기 재질의 소켓이 내 손에서 변해가는 과정이. 그리고 또 즐거웠던 게 하나 더 있죠. 이녀석의 원형을 마주하고 님의 글 읽어나가면서 "정말 만만찮은 사람 하나 있구만" 이던 감상이 "이 사람 만만찮아도 괜찮은 사람 같은데?" 로 바꿔가던거. 이사람이랑 친해지면 꽤 즐겁겠구나 싶던 거. 그때 일상으로의 초대. 는 지금보다 간결했지만 임팩트는 지금보다 더 강렬했거든요. 여튼 그랬습디다. 크리스마스때 즈음해서 저녀석의 동생이 D시로 떠나간 건 아이디어와 즐거운 공작 과정에 대한 고마움 절반, 저런 흑심이라면 흑심(?)이 적당히 섞여 있었죠. 뭐 또다른 의미를 찾자면, 오고가는 선물이 유난히도 많은 알라딘에서 아마도 저 녀석과 님께 받은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가 알라딘 서재에서 오고 간 최초의 선물이 저녀석이 아닐까. 그런 뻘생각도 했죠. 여튼, 저 녀석에겐 여러모로 감회가 큼니다.

생각해보니 플라시보님을 알게 된 지난 일년 반, 거의 매일 서재질을 하면서 내 행동반경의 상당량, 즐거움의 상당 부분은 소 뷰티펄에 열광을, 소 굿에 범접하지 못할 세계를, 그리고 일상으로의 초대를 때로는 퍼지게 웃어재끼며, 때로는 환장하며, 때로는 무지 심각하게 읽어나가며 얻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듯 하네요. 무엇보다 큰 수확은, 님의 글을 통해 나와 전혀 다른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법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게 제일 클 겁니다. 님의 주변에 명멸하는 만만찮은, 혹은 하찮은 사람들의 일상과 행동을 그냥 풀어놓는듯하면서도 꽤나 세심하게, 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의 원인까지를 풀어내셨으니까. 그거 기억하시는지요. 님 즐찾 200이벤트때 풀어놓았던 글(http://www.aladin.co.kr/blog/mypaper/451930)을.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내가. 실제로 얼굴 먼저 마주하는 게 아니라 글을 통해, 알라딘 서재를 통해 알게 된 게 다행이라고. 기본적으로 매우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나라는 인간은 아무리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만약 직접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면: 같은 직장 사람 면상에 커피를 붓고 4가지없는 중삐리들에게 응징. 을 가하며 버르장머리없는 애들 엄마에게(둘 다 수식) '니 새끼 골통은 멀쩡할 줄 아냐'라는 말을 퍼붓는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또 실제로 거리를 두었을 거라고. 근데 플라시보님의 글을 통해 그 행동의 기반을 따지고, 이걸 이해하다보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쉽사리 이해못할 주변사람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되덥디다. 가까운 예로 말이죠, 내가 울산에 와서 처음으로 쓴 심각한 글 '아저씨'(http://www.aladin.co.kr/blog/mypaper/632885). 내가 플라시보님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냥 읽고 흘려버렸더라면 '아저씨'같은 글은, 글에 등장한 '아저씨'들을 불쌍하게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그냥 대놓고 혐오만 했겠지. 저 간극을 메운 원동력의 일부, 아니 상당수는 님 덕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그냥, 늘상 듣던 말, 인간에 대한 시선은 언제나 따뜻해야 한다는 말, 이걸 가장 설득력있게 전해 준 건 플라시보님의 글이었거든요. 이제야, 아주 늦게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에이... 열두 시 넘어 이제 정말 뒷북. 이 되어버렸지만 이왕 말 길어지는거, 그냥 쭉 이어쓸렵니다)

변화. 라는 거.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것. 좋은 변화를 즐길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런 변화의 여지. 가 플라시보님께 감지되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플라시보님 사진이, 꼭 메이크업을 하고 멋을 낸 사진이 아닌 그냥 플라시보님 자체를 담은 사진이 올라오는 거. 그만큼 자기애가 더 강해졌다는, 조금 더 나를 열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선 게 아닐까 해서 말에요. 누구나 말해요. 난 정말 사진빨 안받는다. 고 말에요. 근데 그건 아니덥디다. 모자라나마 사람들 파인더 속에 몇 년 담다가 든 생각인데, 누구나 실제 모습보다 잘 나오는 구도와 각도는 어느 얼굴에나 있어요. 그걸 찾아내서 담으려는 노력은 긍정적인 자기애로, 그 각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내 모습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인지력 상승과 성숙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요. 그게 플라시보님의 신변상 변화가 요동친 올 초봄부터 크게 감지되덥디다. 일신상의 변화를 그렇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끌어올렸으니 뒷일 그다지 걱정 안해도 된다고 주제넘게 해석한다면, 그런 모습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 말한다면 어린놈이 별 소리 다한다고 피식 웃을지도 모르겠수. 근데 난 그런 생각이 드는 걸. 헤헷...

 

그래서 불쑥. 생일 축하해요.

 

솔직히 생일 맞은 플라시보님이 너무 부럽다우. 계란 한판(난 플라시보님이 작년부터 가끔 하시던 이 말이 이렇게 좋은지 몰라. 헤헷..)채운 지금도 자라는 플라시보님의 '자기애', 이녀석에서 뿜어져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직은 자라고 있으니말야. 오늘 오고가는 사람들의 축하 인사말과 술잔 속에 그저 웃으며, 그저 즐기며 서른의 문턱을 만끽하시라구요.

뭐 또.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서식하는 매너니, 가끔 또 스윗매직님과 작당을 해서 술을, 밥을 먹으러가는것도 좋고 또 여행을 가는것도 즐겁겠죠. 그 중간중간에 파인더에 그런 기록을 남기는 건 더욱 더 즐거운 일일 테구요. 앞으로 더 많은 환락과 쾌락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미 이십분이나 지나버렸지만 생일 축하하우. 즐겁게, 그리고 내년까지 건강하라구요. 몸도 마음도.

 

그리고 닫는말은 언제나. 잊지말자 무사안일 쾌락만땅 ^_^o-

 

P.S. 태양문구 납품업자 매너가 될 날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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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5-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인연은 끈끈하군요,,
 

덧 붙입니다.

1.이번에는 플라시보님에게 전적으로 시상기준을 위임했으며 따라서 그대로 시행합니다.

2.단 이와는 별개로 제 원칙대로 다음을 추가합니다. (제 원칙 = 1등으로 오신분, 동점 탈락자 구제원칙)
  동점이나 쬐끔 늦게 왔다고 해서 국물도 못 얻어드시게 된 클리오님과
  맨 처음 제출하신 울보님께 각기 15,000원 상당 책 또는 상품권 드립니다. 역시 플라시보님께 신청하십시요

3.마태/부리 동일인 설에 대해선 반대를 표명합니다.
  이에 대해선 조만간 제 페파에서 주장하겠습니다.

4.이번에는 참가에만 뜻을 두신 날개님,부리님, 물만두님, 난티나무님, 인터라겐님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다시 만날것을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날리였습니다.

**1 깍두기님 플라시보님에게 연락처 보내주십시요. 

**2 너굴님 잊어 버린신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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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2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 넘해요...ㅠ.ㅠ 4번에 제 이름도 넣어주세요....

울보 2005-05-2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 전 언제나 꼽사리네요,,
너무 너무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ㅎ흐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아도 되나요,,,

물만두 2005-05-2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클리오님 축하드려요^^
하날리님 은행주주 맞나봐요^^

울보 2005-05-2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 심히 걱정됩니다,
저보다는 부자인거 확실합니다,,,ㅎㅎ

클리오 2005-05-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그냥 발표하신거니.. 저는 다음 이벤트에... 뭘 일단 받기 시작하면 제가 이벤트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질 못할 것 같아서요... 요즘 평정심 유지 훈련을 하고 있거든요...^^;; (말씀해주셨는데,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클리오 2005-05-2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위에 J&B 관련 페이퍼는, 알라딘 에러가 아니라, 님의 새로운 시험이신거죠? 비공개 카테고리인듯 하던데.... ^^ (하날리 님께 드린 말씀인데, 플라시보님 서재군요.. --;)

비로그인 2005-05-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죄송합니다....선물도 못 탔는데..흑흑...
주주인건 마자요.
네 클리오님..잘 안되서 닫아 버렸습니다.

chika 2005-05-2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발표가 이상해요. 저보다 클리오님이 더 많았었는데요? ㅡ.ㅡ
해..해명을~ ㅠ.ㅠ
생각해보니 플라시보님은 신나게~ 생일파~티 중이시겠고... 하날리님! 저 아까 확인하고 페이퍼 퍼온거거든요? 이거 어째야하나요?

날개 2005-05-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렇다고 저렇게 색깔을... 기왕이면 진하게도 해주세요~ 흐흐~

클리오 2005-05-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 님! 님 추천 11 맞아요... 저도 11이거든요.. ^^ 그리고 아래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사실 악세사리를 그리 많이 하지 않으니, 신경쓰시지 마시구요.. 괜찮아요... ^^ 다른 벤트에도 치카님은 열심히 참여하시잖아요...

nugool 2005-05-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다니요 ^^;;;; 오늘 일이 있이서 지금 들어왔답니다. 그분께 드릴 선물 말씀인가요? 그분에게 한번 더 여쭤 보구요.
 




자신도 나이를 잊어먹을 정도로 어린애도 아니고..

자신도 어린애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어른도 아니고..

어른과 아이의 중간으로,

어른과도 아이와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최적의 나이 30살.....

- 오사카 미에코  <아름다운 시절> 中 -

 

플라시보님이 서른살을 맞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저 책이 떠올랐습니다.. 
오사카 미에코의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30대 초반에 읽으면서, 아아~ 30대도 참 아름다운 나이구나.. 란 생각을 했다지요..^^

어렸을 때는 서른이 된다는걸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중에 1999년 지구멸망설이 있었죠.  1999년이 되면 전 이미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기에, 어린 마음에 그 정도 살았다면 죽는것도 그다지 아쉽지 않을거라는 건방진 마음을 가졌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죠? ^^

서른이 된다고 해서 특별히 바뀌는건  없는것 같아요..
갑자기 성숙해져서 인생을 달관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나이가 확 들어보이는 것도 아니구요.. 
플라시보님도 오늘 서른의 생일을 맞으셨지만, 어제와 다른 플라시보님은 아니잖아요?
아.. 아니요, 생각해보니 플라시보님은 바뀌실것 같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당당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님이라면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님의 페이퍼들을 읽다보면, 나이만 먹은 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알뜰하고, 매사에 열심이고,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세월 흘러 가는대로만 살아온 제게는 좋은 자극이랍니다.

생일 맞으신 오늘,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아름다와지시는 플라시보님께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생일 축하드리구요, 오늘 즐겁게 보내시게 바랍니다..^^*



<마우스를 사진위에 올려놓으시면 플라시보님의 어릴 때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진, 참 마음에 듭니다..  표정이 너무도 플라시보님답다는 느낌이지요?  지금 모습도 아름답지만, 어렸을때는 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네요..^^

플라시보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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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신기한 건 또 어떻게 하는 거랍니까?

물만두 2005-05-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날개 2005-05-2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쓰려고 배웠습니다..^^;; 인터넷 뒤져서 HTML 강의를 모조리 까지는 아니고.. 좀 읽었지요..

nemuko 2005-05-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오늘 행복한 생일 보내고 계시겠죠.. 씩씩하게 사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아요. 지금 준비중이신 일들 모두 다 잘 되길, 여기 오신 많은 분들이 함께 기원해 주실거예요^^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nemuko 2005-05-2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글구 날개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날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군요^^

마냐 2005-05-2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기술'은 놀라워~ 호호호.....당근 추천 한방~ ^^

로드무비 2005-05-2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이 자랑스러워요.
추천!^^

nugool 2005-05-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져요 멋져!!! 저도 추천~~ ^^

날개 2005-05-2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고맙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ㅎㅎ
마냐님, 님의 추천에 힘이 납니다..호호호~
로드무비님, 에헤헤~ 무비님의 날개이옵니다~^^
너굴님, 감사합니다.. 님의 악세사리를 못탄게 아쉽지만 전 다음에 또 직접 구입하지요..^^

클리오 2005-05-2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저 마지막 사진 어쩐지 감동입니다..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