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Km -Sound Visual Book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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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 이 책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작년의 한 케이블 TV에서 이 책이 기획된다는 얘기를 듣고 부터 줄곧 출간될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거기에는 아마 김진표의 홈페이지와 싸이월드에 실렸던 멋지구리한 사진들이 한몫 단단히 했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실력이 취미 이상의 수준인지라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 그의 사진만 구경해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정신이나 나얼, 임상효, 홍진경등은 모두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지만 글이나 사진, 음악을 접해본적은 없었다. 만약 나머지 사람들이 수준 미달의 것들을 넣는다고 해도 나는 김진표 한 사람만 믿기로 했다.

예약판매를 시작할때부터 주문을 해 놓고 18일날 발송되기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이 책이 지난 주말 내 손에 쥐여졌다. 어찌나 두군거리던지. 하긴 책은 언제나 나를 두군거리게 한다. 더구나 그 실채를 보고 사는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막상 받아보기 전 까지는 책에 대해 어떤 짐작도 할 수 없는 온라인 서점은 그 두군거림이 더하다. 박스안에는 책과 DVD 그리고 김진표와 나얼의 싸인 포스터가 들어있었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집구석에 DVD플레이어가 없는 관계로 DVD를 그냥 멀뚱멀뚱하게 처다만 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옷 메이커인 Thursday Island와 시공사 그리고 영수증으로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 정신이 기획한 cmkc은 각기 예술쪽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해외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자유롭게 사진과 글과 그림을 그려와서 책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거기에 모델 홍진경과 뮤지션 나얼, 모델 임상효, 뮤지션 김진표, 모델 홍진경, 모델 장윤주가 합류하였다.

먼저 정신. 그녀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도 영수증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예전에 그녀가 쓴 영수증 책을 사지 않은것이 백번 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게 해 주었다. 도무지 와닿지 않는 나 이거사고 저거사고 요것도 먹었어요 하는 글은 왜 쓰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갔으면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뭐 하나 보고 느낀걸 좀 적었으면 좋겠구만. 그녀는 오직 영수증을 그러 모으러 일본에 간것 마냥 감상은 뒷전이고 영수증만 스캔해서 올리기에 급급했던것 같다. 카피라이터이자 네이버 지식인을 기획한 잘나가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글 실력은 꽝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신의 글을 보며 느낀것은 단 하나 일본의 물가는 참으로 옴팡지게 높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진표가 간 곳은 동유럽 10개국인데 특이하게도 기차나 다른 교통수단이 아닌 직접 차를 리스해서 몰고 다니면서 여행을 했다. 사진에 취미가 있는만큼 가장 많은 사진을 실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밌는 여행기였으며 자신의 감상과 여행 정보를 적절히 믹스할줄 아는 정도의 센스를 지닌 글을 보여줬다. 하지만 종이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김진표가 찍어온 사진들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물론 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다고는 하지만 사진을 조금만 더 손봐서 좀 밝게 나왔더라면 좋았을뻔 했다. 종이질은 가격에 비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가볍다는것 빼고는 사진을 실기에는 아주 최악의 종이질을 보여준다. 사진 만큼이라도 좀 반질하고 좋은 종이에 인쇄했으면 좋았을것을 싶다. 그래도 김진표의 사진과 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평소 홈페이지에서 글 쓰는 실력을 봐 왔었지만 그때의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의 김진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글을 읽고 나니 나도 언젠가는 기차등이 아닌 차를 리스해서 가고싶은곳에 가서 며칠이고 머물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임상효가 간 곳은 파리와 밀라노이다. 이 책을 만든 여섯 사람 중에서 아마 가장 감상적인 여행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일단 글 만으로 느껴지는 그녀는 심성이 여리고 착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었다. 나와같은 동갑내기인가 본데 역시 그녀도 서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그녀의 글은 온통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지 얼마 안된 모양인데 그 추억과 힘든 시간들을 옮겨 놓았다. 여행기로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 글들이었지만. 그냥 글 자체로만 놔둔다면 나쁘지 않았다. 다른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델들에 대해 근사한 외모를 지닌 만큼 공평하게 머리는 살짝 비어서 몸치장과 옷, 신발 가방만 밝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선입견이었다. 임상효는 잘나고 똑똑한 여자는 아닐망정 사랑스러운 여자이긴 했으니까. 마지막에는 갈 만한 레스토랑과 쇼핑샵, 펍, 클럽등을 쫙 나열해 뒀는데 돈 참 엄청 들었겠다 싶었다. 모델이라 그런지 그녀 역시 옷과 파티를 좋아하는것 같다. 레스토랑을 하나 가도 맛이 아닌 인테리어나 패션피플들이 모이는 곳을 더 치중해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윤주는 이번 여행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글은 희망으로 가득하며 또 그만큼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파리와 런던을 여행한 그녀는 여행기라기 보다는 그냥 사적인 글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글들을 보여준다. 요즘은 모델이 아닌 음악을 하려고 하는지 그녀는 DVD에 노래도 직접 만들어서 실었다. (알다시피 난 못들었다만) 피아노를 좋아하고 임상효와 비슷하게 사랑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는 모양인데 그녀 보다는 좀 덜 감상적인 어조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사진과 그림도 몇편 실려있는데 세 여자 중에서는 가장 사진이 나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두 여자다.)

홍진경은 임상효, 장윤주와 함께 파리를 여행했다. 하나 특이한것은 자신의 소개를 모델로 하지 않고 서양미술사 겸임교수로 했다는것. 홍진경이 미술을 전공했다는 것은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김치를 만들어 파는 사이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셋 중에서 유일하게 유부녀인 그녀는 여행기가 아닌 시를 썼다. 하지만 시라고 하기에는 사설에 가까워서 별로 시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생활에서 느끼는것.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대해 참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글을 쓴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진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쓴 사람이다. 홍진경 역시 여행기라기 보다는 그냥 글에 가까운 글을 썼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나를 소리내어 웃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구사하는 유머같지 않은 유머가 수준급이다. 여기 글을 쓴 사람들 중에서 사진도 글도 아무것도 실지 않고 오직 글만을 썼는데 아쉽긴 하지만 특이하단 생각으로 넘기기로 했다. 여행을 가면 무조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법칙같은건 없으니까.

나얼은 자메이카로 갔다. 글 보다는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많았다. 특히 사람들의 표정을 너무 잘 묘사해놔서 마치 사진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세밀화는 아니다.) 그림으로 느낌을 전달할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여행 정보는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메이카에 대한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cmkm은 발의 크기인 cm와 거리의 단위인 km를 합친 단어이다. 그러니까 제각기 다른 발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역시 제각각 다른 거리를 돌아다니고 거기서 느낀점을 쓴 책이다. 여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은 사지 않는게 좋을것이다. 도움이 되는거라고는 김진표의 글 뿐이니까. 나머지는 모두 자유롭게 자신이 담고 싶은것을 담았다. 굳이 여행기라는 말을 달지 않아도 좋을만큼 그들의 글은 사적이고 감상적이고 자유롭다. 전문적으로 글 쓰는 이들이 아니기에 아주 잘 쓴 글들은 아니지만. 매번 잘쓰는 사람들의 글만 보다가 이렇게 일반인 (작가가 아니라는 의미) 들이 쓴 글을 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위에도 지적했듯이 흠이라면 종이질이 정말 별로라는 것. 그리고 내용에 비해서는 좀 비싼 가격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DVDVD가 포함된 가격이긴 하지만 나처럼 플레이어가 없는 인간들에게는 그냥 책값으로 느껴질 뿐이니까. 내가 알기로는 협찬을 받아서 갔다가 온 것인데 시공사는 이 책으로 장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특색있고 새로운 여행기를 만났다. 기다린 시간들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훌륭하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구석이 있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케이스에 포장도 잘 되어 있고 책뿐 아니라 DVD도 있기 때문에 선물하기도 괜찮을것 같다. 한동안 내 책 선물 목록은 유희열의 책이었는데 이제 이 책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참. 별 다섯을 준 이유는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다 받아서 반갑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별을 주자면 넷 정도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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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2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히히 고쳤습니다. 한번 쓰고 읽어봐야 하는데 그냥 띡 올리는 버릇은 언제 고쳐질까요^^ 책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머리 식히기도 좋고요^^

2005-05-23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23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저번에 말씀하신 그 책이군요..!

플라시보 2005-05-2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이히... 이제 바로 고쳤습니다. 고마워요^^

날개님. 네. 저번에 페이퍼에 썼던 그 책입니다.^^

하루(春) 2005-05-2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만 보고도 어떤 책인지 딱 알겠네요. 맘에 쏙 드시나 보군요.

플라시보 2005-05-2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런가봐요. 흐흐^^

digitalwave 2005-05-2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알기로는 협찬을 받아서 갔다가 온 것인데 시공사는 이 책으로 장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여기에 100표요 ㅋㅋㅋ

플라시보 2005-05-2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igitalwave님. 히히. 장사를 하고 싶었다면 포장보다 차라리 종이질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을텐데 아쉬웠습니다. 글만 있다면 종이질이야 어때도 괜찮지만 사진을 담을꺼라면 조금 더 좋은 종이를 썼으면 싶었어요.

happymi 2005-05-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종이 오히려 가볍고 여행기에 적합하던데. 스케치북에 그림 그런 것 같고,
전 좋았어요.

플라시보 2005-05-2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ppymi님. 네 그림은 그 종이에서 보니까 정감가고 좋던데 사진은 좀 많이 어둡더라구요. 가벼운면에 있어서는 저도 좋았습니다. 책이 두꺼운데도 별로 무겁질 않아서요^^
 



욕실 용품은 자고로 스탠 제질이 최고라고 생각하

던내 앞에 두둥 하고 나타난 물건.

약간 초록색이 도는 유리 제질로 된 이 욕실 용품을

보는 순간. 나는 이제 욕실용품을 사는 일은 그만

멈추겠다고 먹었던 마음이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

한다.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 집에 가면 욕실을 유심히

본다. 예전에 아빠가 그 집의 문화수준을 보려면 욕

실을 보면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 내가 여태까지 본 최고의 욕실은 우리 고모집 욕실이었다.

욕실은 단지 씻고 볼일보는 공간일 뿐이라고 믿었던 내게. 갖가지 유리제품과 식물로 욕실을 꾸며둔 고모네

집은 별천지처럼 보였었다.

지금은 여건상 욕실을 아주 개판 오분전으로 놔 두고 있지만. 언젠가 내 집을 장만하면 나는 욕실을 아주

크고 널찍하게 꾸밀 생각이다. (안되면 공사라도 할꺼다.)

욕실이야 말로 집에서 가장 원초적인 공간이 아닌가 싶은데 저렇게 예쁜 욕실용품을 볼때마다. 나는 그 원초

적인 쉼터를 꾸미고파서 안달이 난다. 저 욕실 4종 셋트는 (어째 홈쇼핑 삘이다.) 25,00원으로 이케아 제품이

다. (맞다. 나 요즘 이케아에 환장했다. 가 아니고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 주소를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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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05-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케아 제품들은 모두 실용적으로 보이는 심플한 디자인때문에 넘넘 탐나는게 많아요.거기다가 값도 포기할만큼 비싸지도 않아서 그분이 다녀가시기에 너무나 쉽네요.^^
 
랍스터를 먹는 시간
방현석 지음 / 창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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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은 이미 여러권의 책을 낸 유명한 작가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통해 소설가 방현석의 작품세계를 보게 되었다. 읽는 내내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자 재미또한 처지지 않았던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재미와 깊이는 공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태까지 읽어왔던 소설의 대부분은 아주 재밌는 것들이었다. 그야말로 잡았다 하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어치우게 만드는 재밌는 소설들. 하지만 길게 여운이 남는 소설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것 같다. 물론 그런 소설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재미와 깊이가 함께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현석의 소설은 재미도 재미이려니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함께 하게 한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무언가 묵직하게 올라앉은 듯한 기분이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나는 심각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소설들은 의미가 있긴 하지만 역시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현석의 소설은 달랐다. 그는 소설의 본질중 하나인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뚜렷한 소설집을 냈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은 총 4개의 중단편으로 되어있다. 존재의 형식, 랍스터를 먹는 시간, 겨우살이, 겨울 미포만 이렇게 네 작품인데 존재의 형식과 랍스터를 먹는 시간은 베트남을 전쟁을 다루고 있고 겨우살이는 전교조 문제, 그리고 마지막 겨울 미포만은 노동조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베트남전에 대해 최근에 이슈가 된 것은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 비디오에서였다. 그 외에도 베트남전에 대한 영화들은 많았지만 전부 미국식 사고로 다룬것 아니면 전우애를 그리는 영화가 전부였다. 하지만 존재의 형식과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방현석은 베트남인이 본 베트남 전쟁을 말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베트남전때 파병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라크에 파병을 하고 있다. 평화의 수호라는 혹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방현석은 강한어조는 아니지만 꽤 깊이 와서 박히는 어조로 이 베트남전 문제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가 지난 지금도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상기시킨다.

겨우살이는 전교조 교사에 관한 얘기이다. TV뉴스로만 보았을뿐.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전교조 문제가 그다지 들썩인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교사는 교사일뿐 노동자가 아니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교사들도 직업인이므로 역시 노동자이다라는 말도 맞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방현석의 글을 읽기 전 까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문제라고 알고 있었다. 허나 방현석은 이런 무지한 나에게 전교조 선생님들이 겪었을 아픔을 느끼게 했다. 그들이 외치는 참교육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겨울 미포만은 노동조합에 관한 소설이다. 노동파업같은 문제 역시 TV뉴스에서만 나오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부분 그들 때문에 경제발전이 더뎌짐을 걱정했다. 하지만 전태일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힘없는 노동자들은 그나마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저 당장의 이익만을 보고 몸을 사릴 뿐이다.

어떻게 보면 건드리기가 상당히 껄끄러운 부분들만 골라서 소설을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단지 무겁거나 어둡지만은 않다. 지금의 상황은 그리 밝지 않지만 방현석은 희망을 얘기한다. 과거는 과거일뿐이라고 덮어둔다면 아무런 발전도 할 수 없음을, 그리고 지금의 당면한 문제는 당장 코앞의 시간들이 아닌 좀 더 긴 시선을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상당히 창비스러운 소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읽기 거북하다거나 어렵지 않다. 모두들 작정이나 한 듯이 사랑에 대해. 혹은 가벼운 찰나나 젊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소설들 속에서 방현석의 소설은 투박하지만 분명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다.

방현석의 소설은 마치 그가 소설속에 그린 끝까지 남는자들과 비슷하다. 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는 사실을 가지고 방현석은 홀로 펜을 들고 투쟁하고 있다. 멋있고 근사한 그 무엇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생각하고 또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간만에 아주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 소설을 만나서 참 고마웠다. 이런류의 소설을 앞으로 꾸준하게 읽겠다는 약속은 못하겠지만. 분명한것은 방현석의 책을 꼭 한권정도는 더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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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5-24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이거 읽으면서 느낀 게 많은데...90년대 소설들이 지나치게 개인주의에 함몰되는 와중에, 방현석은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와 그 연장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천착하는 소설을 부지런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소설에 좋은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할께요.

플라시보 2005-05-24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감사합니다. 실은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상처받고 있었어요. 님의 어루만짐에 상처에 새살이 돋고 있습니다. 흐...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파란색 유리만 보면 환장할것 같다.

언젠가 무슨 유럽의 어떤 도시에서

저렇게 파란 유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TV프로그램으

로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였던것 같다. 파란 유리를 향한 내

사랑이 시작된게 아닌가 싶다. 

옆에 보이는 볼은 이케아에서 나온 유리 볼이다.

이케아 제품이며 가격은 10,500원이다. 저렇게 커다란 볼에다 빙수를 가득 넣어서 먹으면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고 해도 정말 시원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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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5-2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여름에 사용하기 너무너무 좋겠어요,..

검둥개 2005-05-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파란색 유리 너무 좋아하는데 비슷하네요. 혹시 <개같은 내인생>이라는 영화 보신 적 있으세요? 거기 보면 직접 입으로 불어서 유리병 만드는 공장이 나오거든요. 모래를 녹여서 불어서 유리병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죠.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 스웨덴이던가요. 무척 인상적이었답니다... (딴 이야기죠? ^^;)

플라시보 2005-05-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그죠? 그냥 떡 놔두고 처다만 봐도 지중해가 떠오를것 같습니다.^^ 참. 인사가 늦었네요. 책 잘 받았습니다. 제가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받아서 미안하네요. 고맙게 잘 읽을께요. 님^^

검정개님. 네. 그 영화 봤어요. 저도 그 장면에서 환장을 했었다는^^ 그리고 TV보다가 보면 가끔 그렇게 유리공예 하는곳 보여주기도 하던데 그때마다 저는 정말 넋을 잃고 본답니다. 언제 파란유리제품 함께 공구나 하실까요? 흐흐^^

2005-05-2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니여요. 제가 할께요. 안그래도 그분께 선물 하나 해 드리고 싶었어요^^

panda78 2005-05-2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정말 이쁘네요!

플라시보 2005-05-24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그죠? 정말 댐시 사고싶어 혼났습니다. 흐흐^^

토토랑 2005-05-2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정말 이쁩니다. 저두 이케아 카탈로그 보곤있는데 이 그릇은 처음 보네요
언넝 우리나라에도 이케아가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ㅡ.ㅜ
일본도 있고 중국도 싱가폴도 있는데.. 흑흑흑 그쵸?

플라시보 2005-05-24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그러게요. 왜 이케아 매장이 없는지... 윗분이 댓글단거 보면 다른 가구회사에서 막는다는 설도 있다던데. 아무튼 저 그릇 정말 이쁩니다. 인터넷에서 팔더라구요.
 

왼쪽에 보이는 것은 캘빈 클라인 프로텍티브 모이스춰 로션이다.

오일프리 타입이며 SPF 지수 15인 제품으로

로션이긴 하지만 메이컵 베이스 기능도 한다.

따라서 여름에 로션 바르고 크림 바르고 또다시 메이컵 베이스와 자외선 차단 제품

을 바르기가 좀 두터워서 싫다면 이 제품 하나면 끝이다.

피부를 약간 하얗게 정돈해 주긴 하지만 메이컵 베이스 정도는 아니며, 로션 타입인데 많이 묽은 편이다.

대신 바르고 나면 좀 건조한 느낌의 메이컵 베이스나 끈적거리는 차단제보다는 상당히 보습력이 좋아서 화

장이 촉촉하게 잘 먹는다. 흠이 있다면 좀 비싸다는 것. 50ml의 제품인데 대충 6만원 선이다.

캘빈 클라인 코스메틱 제품은 향수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내에도 매장이 들어와

있긴 한데 롯데백화점 명동점인지 어딘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캘빈 클라인의 색조 화장품은 컬러가 좀 차분한게 특징이지만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 특히나 피부 화장

은 한국인이 바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허옇고 붉은끼가 돈다. 다만 케이스가 환상적으로 이뻐서 혹

하게 된다.

저 제품은 뚜껑이 좀 넓어서 한꺼번에 확 쏟아질 염려가 있는걸 빼고는 만족스럽다.

케이스도 상당히 깔끔하고 말이다.

거의 무향에 가까워서 향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며 오일프리 타입이라 지성인 피부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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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05-22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k 립스틱을 몇몇 가지 스는데 색감이 좀 차분하긴 하더하구요 ..케이스가 이쁘다는 건 동감 !!

플라시보 2005-05-22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저는 튜브 타입의 크림 쉐도우를 쓰고 있어요. 이게 근데 발라도 바른건지 아닌건지 거의 표가나지 않을 정도로 얌전하답니다. 과거에는 케이스에 홀딱 반해서 피부에 맞지도 않은 프레스드 파우더를 샀다가 결국은 여동생에게 넘겼습니다. 가격이 4만 몇천원으로 무지 비쌌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