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이념도 없는 곳, 동막골로 오세요.

웰컴투 동막골은 먼저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미 검증된 작품이라 어지간히만 하면 말아먹지는 않을 안전빵인셈. 어쩌면 신인 감독에게는 가장 손쉬운 출발이자 안전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작품 검증되었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 포진했지, 거기다 제작은 장진이지, 대체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신인 감독이 뻣대면서 작품 하겠답시고 설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6.25가 한창이던 대한민국 어느 두메 산골. 동막골이라는 부락이 있었다. 어찌나 두메 산골인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으며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게다가 부락민들은 동족상잔의 비극,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는 6.25전쟁이 일어난지 조차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동막골에 외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연합군 병사인 미군 스미스가 동막골 근처에 추락하고, 국군에서 탈영한 표현철과 그 일행, 북으로 가던 도중 부하들을 거의 다 잃은 인민군 리수화 일행. 이렇게 작은 부락에 연합군, 국군, 인민군이 모두 만나게 되는 만화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이 마을 특유의 평화로움 덕분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가 된다. 그러던중 이들은 동막골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고 자신들을 따뜻하게 대해준 너무도 순수한 동막골 사람들을 지켜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웃긴다. 연극을 보지 못한 나는 연극과 이 영화가 얼마만큼 같고 또 다른지 알지 못하지만 배우들의 입에서 나온 대사들은 필시 연극에서 검증받은 것들이리라...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웃어준다. 몇초마다 터지는 반짝거리는 대사들. 그리고 거기에 따라 정신없이 웃는 관객들. 분명 재밌는 영화이긴 하지만 어째 농락당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철저하게 계산된 웃음이며 우리는 그 계산에 어김없이 장단을 맞춘다.

배우들이 웃기는 것은 거의 다 사투리 내지는 순박한 사람들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내뱉게 되는 대사들 때문이다. 그러니까 생각해보니 웃기다던가 아니면 상황이 웃겨서 웃는 심오한 웃음 같은건 없다. 꼭 잘 나가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 처럼, 배우 하나 하나가 전부 코메디언같다. 그들은 사투리를 쓰며 혹은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말한다. '늬들 이래도 안웃을래?'

물론 이 영화가 재밌다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다. 이 영화는 분명히, 매우, 심하게 웃기고 재밌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웃고 나서 뭔가 남는게 없다. 그저 개그프로를 본 것 처럼. 그렇게 한바탕 웃기는 웃었지만 뒤돌아보면 왜 웃었는지를 모르겠다. 다만 여배우 강혜정의 예쁜 얼굴과 그녀의 귀여운 사투리만 단편적으로 떠 오를 뿐이다. '쟈들 니 친구나?' 혹은 '마이 아파' 같은...

감독은 안전한 길로만 가겠다고 굳게 다짐한듯 절대 자신의 생각이나 작품의 해석 같은건 집어넣지 않았다. 오로지 대본에 충실한 배우처럼. 그 역시 대본에 충실하게 영화를 찍어냈다. 물론 그로써는 더없이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글쎄다. 신인 감독이 저렇게나 욕심이 없어도 될까 살짝 걱정스럽다. 원래 신인때는 흥행에 한번 실패도 해 보고 그러면서 관객들과의 코드를 찾아가는 법인데 이 감독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나보다.

하마터면 배우들의 개인기쑈에 그칠뻔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건 마지막 순간이다. 하지만 그 감동 또한 순수한 감동이라기 보다는 강요된 감동이다. 폭탄이 불꽃놀이처럼 펑펑 터지는 가운데 배우들이 우릴 향해 혹은 서로를 향해 짓던 그 해맑은 미소 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감동. 물론 코믹 영화로만 끝내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에 짠한 감동 하나 안겨주고 싶었던 그 마음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후반부에 그 돈 처발랐다는 CG 장면들은 그야말로 돈이 아깝다. 저럴꺼면 차라리 제대로 저런 내용을 담는 영화에나 들이부을 것이지 왜 이영화에다 그런 시도를 했을까? 연극이 그렇다고? 그럼 할말 없고.

모두들 순수와 순진을 좋아한다. 동막골은 순수와 순진도 모자라서 아예 미쳐버려서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 강혜정을 정면에 내세운다. (여기서 그녀는 분명 소녀다. 그것도 문근영과 동급으로다) 어쩌면 보통의 인간들은 절대로 다달할 수 없는 그런 순수를 그리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진과 이 신인 감독이 우리에게 주는 절대 순수는 참으로 얄팍하기 그지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바보에 가까운 사람들의 순수. 그게 진정한 순수일까? 아니면 무지를 무지하지 않은 인간의 눈으로 봐서 귀여운 걸까? 영화 상영시간 내내 배를 잡고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위 악평이나 써대는 나는 정말로 순수하지 않은 인간인가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08-13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경을넘어 2005-08-1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추천하시는 분들이 무척 많군요. 함 봐야겠슴다^^*

비로그인 2005-08-1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평에 추천입니다. ^^* 정말 별로였거든요. 처음 강혜정이 등장했을때는 조금 웃겼죠. 그런데 라스트사무라이와 늑대와 춤을 조금씩 섞어 놓은 듯한.. 억지스런 평화스러움을 지키려는 듯한 지구방위대 같은 모습에 실망했더랍니다. ㅎㅎ 차라리 아일랜드에 추천을 던집니다. ^^*

플라시보 2005-08-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구요. 정해지면 말씀 드릴께요.^^

폐인촌님. 네. 재밌다는 사람들 되게 많더라구요. 저도 실은 악평을 쓰긴 했어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다만 좀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흐흐^^

벨~님. 흐...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죠? 무지몽매한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식의 마치 미국인들이 미개인들의 그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함을 굉장히 아름답게 그리는것 처럼 말입니다. (아일랜드는 저도 봤는데 끝부분을 못봐서 리뷰를 못썼답니다. 흐..)

작은위로 2005-08-1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웅, 우웅. 그런건 생각 못하면서 봤다는.....^^
전, 동화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쁜 동화를 한편 본 것 같은 기분이라서 상영관을 나오면서도 기분이 좋았는데요...
음, 생각해 보니까. 그런면이 있네요.
연극과는 다른 점들도 있다고 하긴 하던데, 본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웬지 영화보면서도 장진영화라는 생각을 떨칠수는 없더군요..(물론, 제작에 참여했지만, 원작도 장진의 것이지만 말입니다.)

연우주 2005-08-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이 감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플라시보님의 악평에 살짝 속상한데요?
전 장진보다 이 감독을 좋아하거든요. 이미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로 검증되었던 감독이기도 하구요. 영화를 만들 때 장진과도 이견이 많아서 많이 다투기도 했더군요. 실제로 저는 장진의 힘보다는 박광현의 힘이 더 컸던 영화라고 생각해요. 감독의 순수한 꿈이 너무 잘 보여서 위태해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봤거든요.

제가 약간 속상했던 이유는 플라시보님이 신인감독이라도 너무 얕잡아(?)보시는 것 같아서예요. 동막골은 대본은 장진이지만 장진의 영화가 아닌 박광현의 영화거든요.

플라시보 2005-08-1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위로님. 음... 그러니까 참 애매한것이요. 저는 분명 영화를 재밌게 봤거든요. 그런데 뒤돌아서 생각하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더라는 겁니다. 아마도 저는 순수한 인간이 아니여서 그런가봐요. 쩝..

연보라빛우주님. 아... 제가 신인 감독이라 좀 그렇게 봤죠? 흐...인정합니다. 묻지마 패밀리에서 내 나이키를 했던 감독이군요. 저도 내 나이키 재밌게 봤었습니다. 장진이 워낙 파워가 커서 제가 그렇게 생각한것 같네요. 사실 시나리오의 힘도 무시는 못하니까. 그래도 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너무 생각없이 악평을 한것 같네요. 흐.. 살짝 속상하신거 살짝 거두어 주실꺼죠? 헤헤^^
 
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선현경이라는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만화가 이우일씨의 아내라는 정도. 과거 페이퍼라는 잡지를 열심히 읽었지만 어쩐지 선현경의 가족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 너무 많은 만화들을 읽어서 그랬으리라) 아무튼 그런 선현경이 가족관찰기라는 책을 냈다. 약간의 글과 만화와 함께. 나는 이우일의 만화를 좋아하므로 분명 그 와이프가 그린것도 재밌으리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 가며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다행스럽게도 틀리지 않았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나는 이우일의 글과 만화에서 선현경을 보며, 또 선현경의 만화와 글에서 이우일을 본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의 딸 은서도 보인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선현경이 자신의 남편인 만화가 이우일과 딸인 이은서를 관찰한 것을 글과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어쩌면 남편이 만화가가 아니라 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다지 흥미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람의 아내가 그를 관찰했다고 하니 귀가 솔깃했다. 과연 이우일은 만화가가 아닌 남편으로써 혹은 아빠로써는 어떤 남자일까? 선현경의 관찰에 따르면 그는 매우 젠틀할것이라는 내 생각과 달리 게으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며 살짝 괴짜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눈으로 본다면야 뭔들 사랑스럽지 않겠나 싶지만. 선현경씨 조금은 마음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부부는 남들과 좀 다르다. 신혼 여행을 무려 1년이나 갔다가 오고, 오고 나서는 집이 없어 각자의 집으로 가야하나 고민을 한다. 거기다 두 사람 다 직업이 만화가인지라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한다. 따라서 생활이 일이고 일이 생활인 아주 드문 삶을 살고 있다. 허나 이들 부부는 하는일이 갖고 취미도 비슷하기에 마치 노는것 처럼 살아간다. 일반인인 내 눈으로 보자면 무척 부러운 삶이다.

한 여자가 결혼을 해서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어떤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그저 한 여자였다가 갑자기 맡게 되는 저런 역활들 속에서 우리는 무조건하고 아주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을 어릴때부터 알게 모르게 받고 살아간다. 하지만 선현경을 보며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하나씩 배울수도 있고 실수를 하거나 고칠 수 없는 부분은 또 그런대로 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이다.

일도 노는것처럼 생활도 노는것처럼 하는 이 만화같은 부부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그리고 이렇게나 재미난 사람들을 엄마 아빠로 둔 딸 은서도 부럽다. 가끔 우리 삶은 너무 심각하고 너무 진지하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하는 고민들 중에서 대부분은 현재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이라고. 어쩌면 삶은 고민하고 고뇌한다고 해서 꼭 좋은 길로 가지만은 않는것 같다. 조금은 빈듯하고 또 조금은 할랑한 그 속에 진짜 삶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선현경의 따뜻한 눈으로 관찰한 이우일과 딸 은서는 매우 사랑스런 존재들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단점이 있고 나쁜점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걸 어떤 사람이 어떤 눈으로 봐 주느냐는 것이다. 사랑하는 눈으로 본다면 뭐든 다 한없이 사랑스럽게 마련이므로. 그래서 독자인 나도 선현경의 눈을 빌어 그들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저런 남편 참 괜찮네... 저런 딸네미 정말 귀엽네 하면서 말이다. 그동안 가족이라는 단위에 대해 왜 존재하는지 혹은 상처만 준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 고마운 책이다.

주의 : 읽는 내내 심하게 키득거리게 되므로 이 책 역시 다른 재밌는 여러 책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장소에서 읽는것을 삼가는게 좋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8-11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8-1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감사합니다. 고쳤어요.^^

biseol 2005-08-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렛츠룩만 보고도 큭큭거렸는데 ..기대되요.

플라시보 2005-08-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미레님. 흐... 이우일 만화랑 느낌이 비슷합니다. 재밌고 키득거리게 만들고..^^ 단 이걸 읽고나면 선현경씨네 집에 가서 정말로 그 가족들을 관찰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호호
 



이 캐릭터는 여동생이 내 사진을 보고 만든 캐릭터이다. 나와는 개뿔 하나도 안닮았지만 일단 머리모양이랄지 입고 있는 옷, 악세사리 등은 똑같다. (단. 나 저런 통굽샌들 안신는다.) 심드렁하고 시니컬한 여인네의 모습인데 과연 저런 캐릭터를 누가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으례 캐릭터라고 하면 겁나 귀엽고 꽃미녀이게 마련인데 저 캐릭터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하긴 나를 모델로 해서 그런 캐릭터를 만든다면 그거야말로 천하의 개뻥일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울보 2005-08-1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닮았어요,,

플라시보 2005-08-1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흐흐.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날개 2005-08-1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똑같아요.. 보자마자, 어! 플라시보님이닷~ 그랬다니까요..^^

비로그인 2005-08-1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눈이 강경옥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독창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닌,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눈이라는 뜻에서.
 

치약이 똑 떨어졌길래 밥을 먹으러 나간김에 치약을 샀다. 내가 쓰던 솔잎향의 치약에서 새롭게 시도한 치약은 LG생활건강의 럭키스타 치약. 럭키스타 치약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치약인데 그간 단종된줄 알았더니 저렇게 새로운 변신을 해서 나왔다. (저걸 마케팅 기법으로 뭐라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 과거 유명했던 제품을 좀더 고급스럽게 리뉴얼해서 다시 출시하는 것이다.)

가정용 치약이라 하기에는 그 용량이 너무도 작은 50g. (보통의 치약이 140g정도이다.) 하지만 가격은 눈튀어나오게 비싼. 무려 2,000원이다. 앙증맞고 깜찍하고 로고에 엄청 신경쓴것 같고 뭐 그러한건 좋으나 비싸도 너무 비싸다. 즉 한번쯤은 호기심에 사 볼만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2회 이상의 양치질을 하는 인간이라면 금방 다 써버릴 정도밖에는 안된다.

일단 치약의 맛은 이름 그대로 체리맛이다. 살짝 싸구려 체리젤리 같은 맛이 나며 향도 비슷하다. 내가 여태 맛본 치약중에 가장 맛있었으며 (치약따윌 왜 먹느냐고 묻지말자.) 어린이용 딸기맛 치약보다 쬐끔 더 맛있다. (허나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내가 보기에 이건 어른들을 위한 치약이라기 보다는 양치질을 겁나게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사주면 좋아할듯. 거기다 튜브가 별 모양이라서 짜면 둥그렇고 긴 모양이 아닌 별모양으로 치약이 나온다.

내 생각에는 향이 좋아서 샴푸들 중에서 저런 향을 풍기는 샴푸가 나오면 매우 좋겠다 싶을 정도. (샴푸들은 향이 너무 구태의연하다. 어떤 제품을 써도 거기서 거기다.) 용량이 겁나게 작고 비싼걸 빼면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이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인간이라면 욕실에 저런 치약을 놔두면 매우 뽀대난다고 느낄 정도. 하지만 애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치약이 작아도 너무 작다. 여행용이나 목욕탕용으로는 딱이지만 말이다. (보통 큰 치약을 샀을때 증정용 만하다.)

닦았을때의 개운함은 중.상 정도. 향은 꽤 괜찮지만 닦은지 5분이 지나면 개나소나 치약들과 별반 다를것 없다. 색은 핑크가 가미된 연보라 정도? (아주 시뻘건 체리색을 기대해서 그런지 다소 실망스러웠다.) 운동을 다니거나 목욕을 가거나 암튼 가지고 다니는 용으로는 추천하겠지만 가정용으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뭐 돈이 남아돈다면야 그럴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치약이라는 아무도 그 디자인이랄지 맛이랄지에 신경쓰지 않은 품목을 가지고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한 LG생활건강에게 '애썼다' 라는 말을 해 주고싶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5-08-1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뽄대는 나는군요. ^^

플라시보 2005-08-1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그렇죠? 허나 겁나게 작습니다. 호기심이 동해서 사기는 했지만 돈이 좀 아까웠어요. 으흑..

호랑녀 2005-08-11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무지 좋아하더군요. 울집에선 애들용 치약으로 썼습니다.
물론, 호기심에 첨 사봤고, 그 담엔 ... 못사죠. 비싸서...

비로그인 2005-08-1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맛있었던 치약은, 십여년 전, 다람쥐가 그려져있던 모 치약이었습니다. 야금야금 먹다 들켜 하늘이 반쪽 나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플라시보 님의 마지막 한마디, 정말 저 치약에 대한 모든 것이 느껴집니다.

플라시보 2005-08-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아아. 역시 제 생각대로 애들때문에 쓰셨군요. 히히 (이거 비싸서 어른은 못쓰겠어 싶었는데) 저도 호기심에서 샀지만 두번 살 일은 없을듯 싶습니다. 저 가격에 140g을 달고 나오면 또 몰라도..ㅎㅎ

Jude님. 다람쥐 치약? 그건 또 뭐지? 저는 클로즈업이 제일 좋았어요. 맛보다는 그 여려 색이 들어간것에 환장을 해서 (빨간색은 좀 맛나기도 했구요) 마지막 말. 흐흐. 만약 용량이 좀 많았다면 더 칭찬했을텐데...상품화로써 큰 가치는 못 가지겠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써본것입니다. 히히
 



아마 내가 대학생이 막 되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평소 연예인에 열광하는 타입이 아닌 우리 자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그룹이 있었으니. 바로 Blur와 OASIS이다. (나는 Blur를 여동생은 OASIS를 좋아했었다.) 내가 블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보컬인 데이먼 알반의 그 심드렁한 얼굴 때문이었다. 여동생이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눈썹형제들의 기행 및 자기가 좋아하던 비틀즈의 계보를 잇는 그룹이었기 때문. 아무튼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그룹이 더 낫다며 매번 헛소리로 시간을 떼우곤 했었다.

나는 그저 블러의 뮤직비디오를 녹화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재주가 남달랐던 여동생은 오아시스의 그림도 그리고 그들의 로고를 그대로 그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오아시스가 한국에 내한공연을 오면 자기는 꼭 금복주를 양 손에 들고 퍼 마시며 (그들은 공연중에 음주를 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이 그림은 오아시스의 눈썹 형제중 리엄을 그린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오아시스의 그림인데 어쩐지 할랑한 이 그림이 마음에 든다. 소 뷰티풀의 카테고리에 넣기는 좀 거시기하지만 넣을 데가 없어서 그냥 여기다 넣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5-08-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똑같습니다. 리엄과 노엘은 가는데 마다 우린 로큰롤 스타다. (록스타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록스타는 꾀죄죄하지만 로큰롤 스타는 잘생기고 cool하다. 라고 말하고 다니던데 사회자가 여자일 때와 남자일 때의 태도가 판이하게 달랐죠.(물론 여성에게 월등히 호의적) 저는 블러의 그 귀여운 장난스러움이 좋아요. 푸훗.

moonnight 2005-08-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블러랑 오아시스 좋아해요. ^^ 재주많은 동생분, 부러워용.

마늘빵 2005-08-0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브리핑에서 보고 오아시스의 리암갤러거인가 하고 왔는데, 정말이네요. ^^ 근데 리암 갤러거의 그 싸가지 없는 행태와는 달리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데요? 노엘 갤러거도 그려주세요.

플라시보 2005-08-1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흐흐. 저 눈썹형제들의 행보는 정말이지 언제나 재밌습니다. (자기네들이 잘생기고 쿨하다니요... 원래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뮤지션 아니었던가요? 흐흐) 저도 블러의 그 장난스러움을 좋아라 합니다. 오아시스는 지나치게 악동이잖아요. 히히

moonnight님. 제 동생을 보면 저도 부럽습니다. 전 손재주가 없거든요. 님도 블러랑 오아시스 좋아하시는군요. 전 오아시스 하면 메이비~ 하는 노래가 꼭 떠오릅니다.^^

아프락사스님. 오... 맞추셨군요. 흐흐. 노엘도 그려달라고 조르겠습니다.^^ (어쩐지 여동생은 리엄을 더 좋아라 하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인데 말이죠. 흐흐)

endo님. 호호. 시비 잘 받았습니다.^^ 댐시 고쳤어요. 흐흐..^^

속삭이신분. 그럽지요. 걱정마세요. 세상의 오아시스는 하나가 아니랍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