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친 짓이다
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 프리즘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과거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서 내가 늘 예로 든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엄마가 나에게 한 일들을 나는 똑같이 자식에게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목욕을 할때마다 꽃잎을 뜯어넣어서 컬러 감각을 키워주던 일.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설사 당신이 낮잠을 주무셨을 망정 책을 손에 들고 읽는 척이라도 하셨던 일. 거기다 초등학교에 나오는 모든 과학실험은 집에서 직접 해 본 일 등등. 일일이 손꼽고 나열하기조차 힘들만큼 엄마는 완전하고 완벽했다. 엄마의 인생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우리들이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주 가끔 나는 그런 엄마가 부담스러웠다. 당신의 인생을 위해 애쓰거나 노력하는게 아닌, 드러내놓고 너희들이 잘된다면 지금 나는 사지가 다 뜯겨서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공공연히 말할때면 고맙다기 보다는 섬뜩함을 느꼈었다. 우리 엄마는 마치 엄마가 되기 위해 이땅에 태어난 사람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엄마라는 역활을 그 어떤 사람보다 열심히 해냈다. 물론 엄마의 노력만큼 우리가 잘 되었더라면 이 스토리는 행복하게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애를 쓴 엄마 밑에서 자라지 않은 아이들과 별반 다를바 없거나 오히려 훨씬 못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당신이 엄마의 역활을 얼마나 애써서 해냈는가를 말씀하시기 위해 자주 비교하는 대상은 바로 이모였다. 이모는 평생 직장이 있었고, 직장 때문에 아이들 교육 문제랄지 사사로운 일들에 대해 거의 무심할 정도로 사셨다. 그러나 이모네집 아이들은 모두 빗나갈꺼라는 엄마의 예상과 달리 이종사촌들은 모두 멀쩡하게 잘 자랐다. 그리고 겉으로만 보자면 이종사촌들은 여동생과 나 보다 훨씬 더 잘 나간다.

여태까지 내가 읽었던 모든 엄마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 어린시절 엄마가 얼마나 아이에게 지극정성을 쏟고 애를 써야 하는가에 대해, 혹은 그러지 않았을경우 그 아이는 십중팔구 범죄자, 정신병자,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들 뿐이었다. 세상은 엄마탓을 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처럼 그렇게 우리가 기억도 할 수 없는 유아기를 거쳐 태내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엄마들에게 똑바로 잘 할 것을 강요했다.

엄마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늘 애쓴다.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과, 교육여건을 제공하고자 자신을 끊임없이 희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덧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이전에 그녀가 어떤 일을 했건 어떤 사람이었건간에 그 모든 것들은 다 거세를 당한채 오로지 엄마라는 역활만이 기묘하게 강조된다.

이 책은 완벽한 엄마 신드롬이 얼마나 교묘하게 생겨난 것인지를 말한다. 그것은 단지 관습이나 문화가 아닌 정치와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모성 신화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말한다. 아무도 도전할 수 없으며 도전해서는 안되는 모성 신화. 그것 때문에 오늘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엄마의 역활만을 완벽하게 수행할것을 강요 당하는지를 얘기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어떤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래봤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겠다기 보다는 아이를 어떻게 내 마음대로 키우겠다는 바램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피아노를 시켜야지, 바이올린도 시키면 좋을꺼야, 나처럼 수학을 못하지 않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수에대한 두려움을 없애줘야지. 그래 운동도 잘하면 좋겠어 적어도 나처럼 자전거하나 못타지 않게 말이다. 언뜻 생각하면 아이에게 수많은 것을 제공해주겠다는 나열처럼 보이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저 안에는 단지 제공의 의미만 있는건 아니다. 나에게 못다이룬 꿈, 혹은 내가 실현시키고 싶은 꿈을 아이에게 반영하는 것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극성스런 엄마들일수록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내가 이만큼 해 주었으니 너는 또 그만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바램이다. 이 바램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자신의 희생이 값어치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아이는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정보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엄마들은 광신도처럼 몰려다닌다. 식탁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몰아내고 유기농 음식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믿고, 아이들의 교육에 좋은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건 배워서 익힌다. 그리고 내 아이만 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어린것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군데의 학원을 다니게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옳은 것일까? 저 모든것을 제공하기 위해 오로지 엄마만으로 사는 여자는 행복할까? 대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은 말한다. 단지 엄마가 되기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엄마의 역활이 중요한것은 더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신을 던지고 희생해서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자식을 잘 길러내는 것 만이 죽을때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연사랑 2005-10-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유난히 맘에 와 닿는 글이네요. 자식을 위해 런던에 유학을 가겠다고 자랑질을 하던 친구를 만나고 와서 가득한 부러움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는 날이었는데.....
지금 제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플라시보 2005-10-0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엄마가 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에 따른 여러가지 생각들이 존재하는 것이겠구요.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저로써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하고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것을 던지는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이 사회는 엄마들에게 너무 많은 짐과 책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친구분 부러워하지 마시길... 님은 이미 좋은 엄마인것 같습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걸 희생해야만 좋은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코마개 2005-10-0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가 울면 뺨을 후려치고 싶을테고, 아이가 학교에서 반인권적 선생에게 당하고 오면 학교를 뒤짚어 버려야 속이 풀릴테고, 매순간 아이 때문에 포기한 내 인생의 일부가 아까워 울화통이 터질테고...등등 그래서 애를 안 낳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성이라는게 존재한다고 믿는것 같은데 그런게 없는 사람도 간혹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모성은 허구다"뭐 이런 책은 안나오나???

플라시보 2005-10-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모성신화의 허구에 대한 내용도 다룬 책이 있을겁니다. 저는 모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게 꼭 여자에게만 누구나 다 당연하게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아이를 낳아보고서야 해야 할 말이겠지만요.

안녕, 토토 2005-10-20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익계산을 한다면 저는 아직도 엄마에게 많은, 아주 많은 빚이 남아있습니다. 채무관계청산은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엄마가 사람이고, 실수도하고, 화도 낼 수 있다는걸 받아들이면서 아주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되네요.
저도 읽어보고싶어서 담아놨어요. ^^

플라시보 2005-10-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토토님. 누구나 다 그런것 같습니다. 엄마 혹은 부모님께 받은걸 다 갚으려면... 자식을 낳아서 그 자식에게 갚는 것 이외에는 다 갚을 도리가 없는것 같습니다.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제가 나이가 든 다음 한 일 중에 가장 잘한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hnine 2005-11-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엄마가 되기란, 이 세상 어떤일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혼자 잘해서 평가받는 일이 아니거든요. 내맘에 들도록 하는게 아니라, 나 아닌 사람 (아이)이 행복할수 있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게 아무나 되겠어요? 찜해놓고 아직 읽지 못했던 책인데, 곧 읽어봐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bomazim 2006-01-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의 글이 마음에 닿았지만... 여전히 "욕하면서 닮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완전하고 완벽한 엄마"라는 화두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종목이 다를 뿐 님의 어머님이랑 같은 경기장에 있을 것 같군요.. 전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인데요.. "그냥" 엄마 하기도 정말 버겁거든요... 전 "완전하고 완벽한"과 "엄마"라는 말이 같이 쓰이는 것은 꼭 "역전앞"같아요. 요새 목표는... "나쁜"엄마 덜되기 입니다.
우리 애들요? 공부는 버벅대지만... 착하고 자신이 할 일 스스로 해내고, 사랑스럽고 남을 배려할 줄 알지요..(주변 평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점점 더 어려워지거든요
 










아주 오래전 부터 미치게 사고싶었던 제품이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45만원이다. 4만 5천원도 아니고 45만원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사고 싶어서 입이 바짝 마를 지경이다.

잠은 다 잤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5-10-05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기억에서 지우심이...

바람돌이 2005-10-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훠이 훠이~~~ 물러가라 지름신.... ^^

플라시보 2005-10-0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바람돌이님. 저건 지름신아니라 뭐가 내려도 사지 못할듯 싶습니다. 흐흐^^
 

내가 살고 있는 건물에는 건물 자체에 케이블 TV가 가입이 되어 있다. 허나 이런식의 가입은 SKY Life같은 것과 달리 채널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밤 10시 정도가 되면 3번 채널에서 On Style 채널이 나오는게 아닌가 (이상하게 낮에는 안나온다.) 덕분에 나는 어제 오프라 윈프리쇼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쇼는 워낙에 유명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덧붙이자면. 미국에서 1976년부터 시작된 장수 토크쇼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오프라 윈프리라는 흑인 여성이 진행하며 연예인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출연한다.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하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 내지는 유명세가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이 쇼는 단순한 토크쇼 이상이다.

오프라 윈프리쇼는 방청객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유명하다. 오프라가 재밌게 읽은 책이랄지 가끔은 자가용을 주기도 하고 집을 고쳐주거나 스타일을 바꿔주기도 한다. 이 모든게 오프라의 힘으로 이뤄진다니 놀랍지 않을수가 없다. 어제 본 내용은 오스카 시상식장의 뒷 얘기들이었는데 과연 처음 봤지만 시선을 확 잡아 끌 만큼 그녀의 진행방식은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조금도 떨려하거나 혹은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는 느낌. 그리고 대본대로 말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 피부를 너무 당겨서인지 고무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실 외모는 오프라의 명성에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흑인에 뚱뚱하고 못생긴편인 그녀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끔 여성 토크쇼 진행자들이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고 했을때, 나는 뭐가 그렇게 대단한 여자인가 했었는데 단 한번의 시청으로 나는 오프라 윈프리의 카리스마를 느꼈다.

물론 오프라 윈프리쇼는 가만히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일제히 박수치고 '우~' 혹은 '와~' 하는 소리만 내는 우리나라의 방청객들과 달리 오프라쇼에 나온 방청객들은 잔뜩 흥분해있다. 그 속에 오프라는 마치 교주처럼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오프라의 작은 한마디에도 방청객들은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고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난리였다. 이건 마치 굉장히 잘 나가는 교회의 풍경을 떠 올리게 했다. 스타 목사와 그에게 완전히 정신적으로 매료되어 있는 광신도들.

물론 그녀는 대단하다.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고 토크쇼 진행자뿐 아니라 기업가로써도 유명하다. 다방면에 걸쳐 그녀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여성은 전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대하는 방청객들의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느정도 감동받거나 재미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겠지만 저렇게까지 과한 표현을 할 정도인가 싶었다. 어쩌면 내가 단 한번 밖에 오프라쇼를 보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국에서 유명해져서 들어온 프로그램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위기의 주부들과 엑스파일, CSI시리즈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오프라 윈프리도 거기에 들지 안들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그렇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클리오 2005-10-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브리나~'를 어울리지 않게 좋아한답니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씰데없는 댓글인듯... --;)

플라시보 2005-10-05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법사 사브리나 아닌가요? 말하는 검은 고양이 나오는.. ^^ 가끔 본적이 있는것 같아요.^^

BRINY 2005-10-0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브리나에 나오는 고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플라시보 2005-10-06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그 고양이 할랑한것이 겁나게 웃기죠? 흐흐. 표정도 예술^^
 


나는 냉장고에 떨어지면 안되는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컬렛. 하나는 아이스크림.

초컬렛은 뭐가 들어간것 보다는 그냥 초컬렛 그 자체로 된 것을 좋아하고,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을 겁나게 좋아한다.

오늘 저걸 사겠답시고 매우 할랑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편의점 한 곳을 거쳐 두 곳, 세 곳을 돌기 시작하자 나중에는 오기가 시일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급기야는 집구석웨어 차림으로 시내 한중간까지 진출했다.

(너무 쪽팔려서 안경을 벗었다. 왜냐. 나만 안보이면 그만이거든...낄낄)

그러나 모든 편의점들이 약속이나 한듯.

나뚜루가 있긴하되 딸기가 있으며

녹차가 있긴하되 하겐다즈였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편의점이 아닌 나뚜루 매장이 있는 꽤 먼곳까지 갔다.

그리고 한풀이라도 하듯 파인트도 아닌 파티컵으로 녹차만 가득 담아서 왔다.

12,000원을 지불할때는 좀 심한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집구석에 와서 아구아구 퍼먹으니 그런 생각은 싹 가셨다.

이제 한동안은 나뚜루 녹차를 찾아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은. 정말이지 인간적으로 너무 맛있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매지 2005-10-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지의 한국인 !
이거 보니까 저도 먹고 싶어지네요 -_ ㅜ

플라시보 2005-10-0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흐흐. 정말 오늘 저거 사느라 약 1시간 30분을 소요했습니다. 나뚜루에서 상이라도 줄까봐 큰 걱정입니다. 낄낄

놀자 2005-10-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녹차 아이스크림이 젤 좋아요!

플라시보 2005-10-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자님. 호호. 어찌나 맛있는지..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그죠? ^^

히나 2005-10-03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뚜루가 젤 비싸요 흑.

비로그인 2005-10-03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새벽에 못 볼 것을 봤다. ㅠ.ㅠ

merryticket 2005-10-0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민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요^^

플라시보 2005-10-0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nowdrop님. 하겐다즈가 조금 더 비쌉니다. ^^ (스트로우베리는 하겐다즈가 지존이지요. 흐흐)

가시장미님. 후훗. 전 주로 새벽에 먹을껄 올리니 주의하세요.^^ (야행성이라 어쩔 수 없어요. 히힛)

올리브님. 음.. 저도 예전에 베스킨 라빈스의 민트 초코칩을 좋아했습니다. (내 지인들은 어떻게 체리쥬빌레를 먹지 않을 수 있냐며 놀라워하던게 기억나네요^^)

하루(春) 2005-10-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뚜루 ktf 카드로 좀 할인되는 것 같던데... 이상하게 나뚜루를 먹을 기회는 없다는...

플라시보 2005-10-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네. 어제 저도 할인받아서 샀습니다. 포인트 차감 되지 않고 그냥 할인이 되는것 같던데... (카드를 긁는걸 못봤거든요.) 언제 기회가 닿으면 녹차는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먹어 본 녹차 아이스크림 중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베스킨 라빈스나 하겐더즈는 녹차의 쓴맛을 없애려고 당분이나 다른걸 과하게 넣어서 좀 진득거리는 맛입니다.그러나 나뚜루 녹차는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하답니다.^^)

오로라가있는곳 2005-10-03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녹차 위즐...도 맛있답니다..ㅋㅋ

플라시보 2005-10-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가있는곳. 음.. 위즐 녹차도 맛있군요. 언제 한번 사 먹어봐야겠습니다. 근데 그건 슈퍼마켓에 파나요?

토토랑 2005-10-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두 동감!!
녹차는 나뚜루가 제일 맛나요~~~

그림자 2005-10-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겐다즈의 스트로베리 넘 좋아요^^

플라시보 2005-10-0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흐흐. 깔끔한것이 정말 맛있지요... 아 냉동실을 열고 또 퍼 먹고 싶어지는구만요. ^^

그림자님. 저도 하겐다즈 스트로베리 좋아라 합니다. 그러나 좀 비싸죠. 특히 장 보러 가서 만원 넘는 아이스크림을 사기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이마트에 하겐다즈가 있더군요.)
 
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설이 있다면 자전적 소설. 그 중에서도 일기장식의 소설이다. 그저 자기가 겪은 일의 나열 혹은 배설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일기장 소설들. 저렇게 쓸 꺼라면 정말로 자기 일기장에나 적을 것이지 왜 출판을 하는가 싶은 소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적이며 또 탄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글을 쓰기 전에 그토록이나 취재를 오랫동안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 취재에 너무 게으른것 같다.)

어쩌면 문제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느냐 바탕으로 했느냐가 아니라.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이야기가 탄탄하다면 우리는 그걸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부를망정 일기장 소설이라 폄하해서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책 표지에 보면 아니 에르노가 이런 말을 해 두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체험을 쓰는 것에 있어서 이 정도의 확고함과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믿음이 간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의 집착은 한 사람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질적인 집요함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는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자신의 체험을 글로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한 여자가 있다. 남자와 헤어졌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그때부터 여자는 남자의 새로운 그녀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그저 어디사는 누굴까? 뭐 하는 사람일까? 어떻게 생겼을까에서 출발했으나 점점 여자는 광적으로 그녀의 정보에 대해 집착한다. 여자가 그의 그녀를 알기 위해 하는 상상들과 추론들은 정말이지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것은 경험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것에 도취되어 있다. 주인공이 자신이며 느낌이나 감정도 모두 자신의 것이기에 이들은 스스로 그 얘기에 흠뻑 빠져있다. 그리고 남들도 자신과 똑같이 느끼거나 적어도 경외심. 혹은 놀람 정도는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체험을 글로 옮기는 것의 함정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일들을 자기 혼자 그 이야기에 도취되어 집요하게 파들어가는 것.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뭐냐따위의 반응만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아니 에르노는 결코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최대한 드라이하되 쿨한척 하지 않고 자세하되 집요하지 않으며 사실적이되 시시콜콜하지 않게 표현한다.

책의 내용에는 더이상 토를 달 부분이 없다. 분량도 너무 길지 않고 적당하다. 만약 여기서 더 길었더라면 상당히 너저분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장편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아니 에르노의 집착은 단편소설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허나 출판사는 책의 첫장부터 옮긴이의 말까지 다 합쳐서 겨우 79페이지 (딱 소설만 치자면 63페이지) 인 집착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책은 거의 팜플렛으로 보일 정도로 얇다. 아무리 거기다 하드커버를 씌워봐야 책의 얇은 정도를 감추기에는 무리다. 물론 책을 양으로 따지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책은 양이 아니라 질이니까. 하지만 그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영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다. 책은 어차피 질에 따라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질의 높낮음을 뉘라서 평가하고 기준을 세울 것인가!) 그래도 대충은 양. 즉 페이지 수를 따라가는게 정석이다. 하지만 79페이지의 이 소설책은 무려 7,500원의 가격을 달고 나와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책이 배달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얇아도 정말 너무 얇아서 말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워낙 괜찮기에 이 모든건 용서가 된다. 어쩌겠는가 출판사에서 이 소설을 장편으로 말하면 장편인 것이고 단편으로 분류하면 또 단편이 되는것을. 아무튼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문장력은 아니지만 그 표현의 섬세함과 디테일. 그러면서도 신경질적이거나 편집증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은 대단히 높이 평할만 하다. 거기다 스토리를 끌어내는 힘도 좋다. 딱 적당한 분배와 깔끔한 마무리. 정말이지 자신의 경험을 이 정도로 써 낼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 대고 박수를 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 아무리 작가란 모름지기 허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향 2005-10-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니 에르노 좋아합니다. 솔직 담백 맞습니다. 오늘 점심 서점 가서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플라시보 2005-10-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워낙에 책이 얇아서 아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