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
대니얼 키즈 / 대산출판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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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영영 모를 뻔 했었다. 어떤 곳에서도 이 책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독자서평이나 짤막한 책 소개도 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인이 나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그러나 오래되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내가 얼마전에 기억하기 전 까지는 그랬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나는 일년도 지난 그 말을 갑자기 떠올리고는 이 책을 주문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지은이 대니얼 키즈는 1927년 뉴욕에서 태어나...라는 말이 들어왔다. 1972년? 이거 해도해도 너무하는구나 싶었다. 거기다 이 글은 1959년에 발표가 되었다. 59년이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책이며 거기다 S.F라니. 나는 고전 S.F들을 읽다가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책을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구나 싶었다. 몇 십 년도 더 된 S.F들은 더이상 S.F이지도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과연 오긴 올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상상한 2000년대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는 거기서 딱 5년을 더 산 2005년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상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정말 인류가 이룩할 수 없을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2000년의 인류들은 누리고 살 것이라고 보거나 아니면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케케묵기 그지없는 상상을 최첨단이랍시고 나열해놓거나. 어느 쪽이건 S.F는 쓰여진 그 당시에 읽어야 맛이구나 라는 감상을 가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지간하면 오래된 S.F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지인으로부터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절대로 저런 제목의 책은 사지 않겠다고. 늬들의 영혼에 꽃불을 밝혀서 인생을 활활 태워주마 같은 책들을 가장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야말로 그런류의 책들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달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지인이 앨저넌은 실험용쥐라고 얘기를 하고 원제는 flowers for Algernon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조금은 안심했다. 영혼이라는 단어가 빠진 게 어디냐 싶었고 앨저넌이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은 실험용 쥐와 한 지능장애자의 이야기이다. IQ 70이 채 못 되는 주인공 찰리 고든은 어느 날 한 대학의 교수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듣는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17년째 빵집에서 청소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서른둘의 찰리 고든은 머리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자길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찰리는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흰쥐와 테스트 경쟁을 하게 된다. 앨저넌은 찰리 고든이 받을 뇌수술을 미리 받은 실험용 쥐였다. 수술을 받은 찰리 고든은 서서히 똑똑해지기 시작한다. 결코 이기지 못했던 앨저넌을 단박에 이기고 어느 시점부터는 비약적으로 두뇌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IQ가 180이 넘는 천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천재가 되고난 찰리는 여태까지 생각지 못했던 각종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IQ70일 때는 생각지도 못했고 또 할 필요도 없었던 사랑이나 우정.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찰리는 앨저넌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왜냐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미리 걸어간. 어떻게 보면 찰리 자신의 동물버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도를 지우고 본다면 어제 막 써낸 책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시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어색함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저자 대니얼 키즈는 뇌수술로 사람의 머리를 좋게 한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을 (당시로써는 최첨단) 바탕으로 글을 쓰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더 이상 엄한 과학적 상상을 해대어서 책이 시대를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오류를 결코 범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뇌수술로 한 인간의 머리가 좋아진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찰리라는 인간의 내면을 얘기하고 있다.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게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육체적 장애우들은 그나마 측은하게 생각하면서 정신지체자들은 함부로 대하는 사회에 대해 말한다.

찰리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 무언가를 하나 알게 되면 그만큼 또 다른 부산물이 따라 붙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셋이 될 수 있으며, 인생에 있어서 그 셋은 꼭 수학적 더함이 아니라는 것을 책은 말한다. 셋을 알게 되면 딱 셋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살아서 움직이며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인간에게는 들어맞는 얘기가 아니다. 찰리는 똑똑해지고 나서 바보였던 시절과는 완전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단지 자기가 지금보다 조금더 잘 읽고 잘 쓰고 기억을 잘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란 바램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찰리는 자기 자신조차도 만족시키지 못해서 괴로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그가 잘 보여야 할, 수술을 해서라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다. 책의 서술 형식은 찰리 고든이 학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형태로 되어있다. 처음 수술을 받기 전 테스트를 하는 찰리가 쓴 보고서에서 출발해서 찰리는 수술을 받고 똑똑해지고 앨저넌에게 더  이상 지지 않을 때도 여전히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는 내용뿐 아니라 문체, 문법을 통해서 찰리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해준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나는 일부러 적지 않았다. 그것은 읽다가 보면 차차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부분 때문에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조금 울기까지 했다. 단순하게 머리가 좋아진 찰리가 새롭게 발견한 세상이 아닌. 이 책은 찰리가 바보로 지냈던 세월들을 다시 되짚고 그것이 현재까지 미친 영향이랄지 혹은 찰리 개인의 인성 같은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래서 줄거리만 봤을때는 꽤 신나는 S.F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읽으면서 조금은 서글퍼지는 책이라고 말 할수 있겠다. 하지만 단 하나.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집어들자 마자 그 자리에서 잠도 자지 않고 다 읽어치웠고, 다음날 써도 되는 서평을 이렇게 꼭두새벽에 (흥분씩이나 해 가며) 써대고 있는것이 그 증거라 하겠다.

아직까지 2005년은 며칠 더 남았다. 그렇지만 감히 장담하건데 이 책은 내가 올해 만난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책이다. 바램이 있다면 1판인 이 책의 재고가 다 팔리고 출판사에서 또 다시 책을 찍어내는 것이다. (저 유명한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이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시리즈처럼 말이다.) 왜냐면 이 책은 그럴만한 가치를 충분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격이 요즘 책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는 점을 들어서 나는 속아도 4천원 상당의 손해만 볼 터이니 믿고 한번 사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돈까지 들먹여가며 권한 책은 여태 한권도 없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정말 사비를 털어서라도 사람들에게 사서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며 서평하나, 책 소개 한줄 없이 묻혀지내기에는 정말로 아까운 책이다. (가능하다면 저 별 다섯을 도금해서 다이아라도 확 박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알라딘에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해보긴 이 책이 처음인것 같다.

방금 어떤분의 제보에 의하면 이 책이 다시 나왔답니다.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이 제목이라는군요. 근데 전 앨저넌이란 제목이 더 정겹네요. (첨에는 욕을 욕을 했으나.) 혼자만 이 책을 아는양. 그게 큰 발견인양 오만 잘난척은 혼자 다 한게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면 빵가게 찰리가 1만원(알라딘가 8천원)인것에 비해 앨저넌이 더 싸니까 이걸 읽어도 상관없겠다 싶습니다. 똑 같은 책이라면 더 비싸다고 해서 좋을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부끄럽긴 한데 귀찮아서 리뷰를 다시 쓰거나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혹 거슬리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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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3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어머 책이 다시 나왔군요. 오만상 잘난척을 다 했었는데 부끄러워 죽겠어요. 잉...

속삭이신분. 고쳤어요. 지적 감사해요.^^

2005-12-1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저도 좔좔좔은 아니지만 읽다가 울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리더만요. 책 보고 운거 아일랜드 이후 처음인것 같습니다.

서연사랑 2005-12-2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조금' 울게 만드는 책, 좋아요. 플라시보님 덕분에 그런 책을 읽어보게 되겠군요^^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플라시보 2005-12-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이 책. 사람들이 보고 생각보다 많이 울더라구요. 이렇게 책 보고 울면 한편으로는 기쁩니다. 내가 아직 많이 매마른 인간은 아니구나 하구요.^^

물결 2005-12-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내요
당장 가서 주문~!!

플라시보 2005-12-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치타티보님. 네. 제가 너무 기대하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님에게도 재미난 책이길..^^

Kitty 2005-12-29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플라시보님. 드라마를 안 보셨다면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드라마->책 순서로 보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읽으신 님께 추천해드리기 조금 걱정되지만요 ^^;;;

플라시보 2005-12-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tty님. 그런데 드라마 어디서 하나요? 케이블에서 할 것 같은데...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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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실 영화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감독의 의도한바를 몰라도 혹은 카메라 워크나 영화적 기술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냥 그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나름의 느낌을 가지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영화를 좀 더 보다가 보면 영화의 숨겨진 뜻에(혹은 참 뜻에) 호기심이 생기며 더러는 더 좋은 영화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로써 영화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감독이랄지 배우 혹은 제작사의 이름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책이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에 대한 이해 자체를 넘어서서 영화를 또 다른 지식습득의 도구로 이용할수도 있다. 이 책.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단순하게 영화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영화를 가지고 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철학을 말하는데 굳이 영화를 끌어들인 이유는 아마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또 흥미있게 접하는 문화코드여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철학은 어렵다. 나에게만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로이드도 비트겐슈타인도 공자도 모두 읽다가 도중하차를 했었다. 뭔가를 깨우쳐주려고 하고 그것이 유익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당장의 머리아픔을 견디고 싶지가 않았었다. 그래서 한때 뭔가 좀 있어보이려고 철학책을 사들이곤 했었지만 결국 단 한권도 다 읽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어렵기만 한 철학을 좀 더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공로자는 바로 영화라는 매체이다. 누구나 봤음직한 혹은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친절한 줄거리 설명 (영화를 못 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심하긴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영화를 상상하는 동시에 철학적 명제 하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이왕주 교수는 결코 어려운 단어로 철학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장 쉽고 보편적인 예를 가지고 우리가 이름은 익히 들었음직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풀이해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에게 한가지 의문점을 던진다. 어떤 생각을 하고 또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다. 모두들 똑같이 먹고 자고 쓰겠지만 남들보다 좀 더를 외치며 철학적 생각 따위는 배부르고 할짓없는 인간들이 소화시키는 동안 하는 일이라 믿는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의문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결코 배부른 돼지로 만족하는 존재하 아닌 때로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싶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영화를 워낙에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유달리 영화를 소재로 삼은 책들을 좋아한다. 그것으로 철학을 얘기하건 심리를 얘기하건 혹은 예술을 얘기하건간에 나는 내가 보았던 단순한 영화들이 각 분야의 대가들을 통해 또다른 텍스트를 가지고 재해석되는 것을 매우 즐겁게 감상한다. 이 책 역시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이런 즐거움과 동시에 깨달음까지 주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책을 선물해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려요.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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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산지 얼마 안됐는데. ^^

비로그인 2005-12-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리뷰를 쓰셨군요^^
이 책, 참 쉽게 이야기하지요? 저는 들뢰즈의 기계를 이야기한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영화를 다룬 책들은 짧게 읽고 내려놓곤 했는데 이 책은 책값이 아깝지가 않았어요.

플라시보 2005-12-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흐.. 읽으니 재밌더라구요. 님도 재미나게 읽으시길^^

Jude님. 안그래도 님이 이 책에 대해 리뷰 써 놓은걸 보고 저도 막 읽고있던 중이라 되게 반가웠었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함께 읽고 또 같이 좋아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흐흐.

2005-12-13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어머 고마워요. 흐흐. (걱정하시는 부분은 제가 곧 노력해서 따라잡지 않을까요? 아하하하)
 
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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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언제부터 동물을 애완용으로 길렀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한 자료에 따르면 인간과 애완동물의 역사는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발견된 1만 2천년된 유물 중 개를 껴안고 있는 유골이 발견되었다.) 동물을 길들이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신뢰가 쌓여서 마침내 동물을 단순한 먹잇감이나 식량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게 된 것.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애완동물은 개와 고양이 일 것이다. 물론 특이한 종류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개와 고양이는 압도적인 수치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애완동물은 단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자 친구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과거 집 밖에 묶어두고 식은 밥덩이나 던져주던 것에서 이제는 애완용 호텔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한번도 애완동물을 길러보지 않은 사람들은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그들의 애완동물에 쏟는 정성을 오바 내지는 미친 짓으로 치부하겠지만 한번이라도 동물을 길러본 사람들은 그 심정을 잘 안다. 실리에 따라 변하는 사람에 비해 그들이 얼마나 충직하며 또 위로와 즐거움을 안겨주는지 말이다.


방송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소설가인 주인공 피터 게더스는 어느 날 자신의 여자 친구로부터 새끼 고양이 노턴을 선물 받게 된다. 허나 그는 고양이만 보면 소리를 질러 쫒아내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오죽하면 자신이 정말 가슴속 깊이 느끼고 믿고 있는 것 10가지를 적은 것 중 10번은 나는 고양이를 싫어한다였다.) 하지만 노튼의 얼굴을 보는 순간 피터의 이런 생각은 단숨에 무너진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노튼을 처음 보자마자 피터는 시쳇말로 홀라당 빠져버린 것이다.


이 책은 실제 인물인 피터가 자신의 고양이와 함께 한 삶에 대해 적어놓은 글이다. 애완동물인 고양이에 대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책까지 냈나 싶지만 막상 읽어보면 배를 잡고 뒹굴게 된다. 원래 작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의 글 솜씨는 정말로 탁월해서, 만약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애완센타에 가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게 만들만큼 매력적이다. 파리와 뉴욕 그리고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를 일 때문에 돌아다니는 동안 피터는 잠시도 노턴과 떨어져 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피터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까지 변화시켜서 노턴은 유명인사로부터 귀여움을 받는가 하면 특급 호텔에서 VIP고객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흔히 애완동물하면 그저 주인이 먹이를 주면 좋아라하고 남는 시간에는 낮잠이나 퍼 자다가 고무공 따위를 던지면 멍청하게 뛰어가서 물어오는 정도의 재주를 부리는 미물일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터가 이 책에 그려낸 고양이 노턴은 어떤 사람 못지않은 감수성과 인간미 (동물에게 적합하지 않겠지만 동물미라 할 수도 없으므로) 매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마침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노턴같은 고양이가 있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피터 게더스의 뛰어난 글솜씨와 그만큼이나 뛰어난 그의 고양이 노턴이 만들어낸 이 한권의 책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저 ‘내 고양이 정말 깜찍하지 않나요?’ 같은 말만 줄줄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피터는 노턴과 함께 한 일상과 삶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은 고양이가 뭘 했고 어제는 고양이가 뭘 하지 않았네 따위의 글로 지루하게 만드는 일은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건 한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일상이며 거기에 조연은 없다. 인간과 동물이 공동 주연인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그저 식용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 무슨 정신나간 짓꺼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이 무지하게 재밌다는 것에는 동의 할 것이다. 끝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을 쏟는 사람들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진부한 짓이다. 마찬가지로 그 동물들을 식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또 뭐라고 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고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잣대를 들이대어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우기는 것이야 말로 야만적인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동물을 소재로 한 책 중에서 발군이라 할 만큼 재밌는 이 책을 만난 건 분명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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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1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도 애완동물을 기르면 막연하게 고양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르게 될지도 모르므로 이름도 지어놨어요. 셀리. 흐흐.^^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꾸뻑^^)
 

나는 바디 제품은 거의 바디샵을 애용하는 편이다. 가격도 싸고 매장도 여러군데 있기 때문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록시땅이나 아베다도 제품은 좋지만 뭘 근거로 가격을 정했는지는 몰라도 그것들은 거의 헉겁할 가격표를 달고 있으므로 쓸 일이 별로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념해서 바디샵에서는 크렌베리 셋트를 내놓았다. 바디 클렌저와 로션이 셋트인데 가격은 29,000원. 클렌저의 단품 가격이 18,000원임을 생각한다면 꽤 싼 가격이다. 단 클렌저는 단품으로 팔지만 로션은 셋트에만 포함되어 있다.

우선 향은 이름대로 딸기향이 난다. 아주 고급스러운 딸기향이라기 보다는 약간 버블껌같은 냄새가 나는데 잔향이 오래 남아서 샤워를 하고난 후 꽤 긴 시간동안 은은한 딸기냄새를 맡을 수 있다. (샤워하고 곧바로 퍼잔 나는 딸기 먹는 꿈을 꿨다.) 그리고 로션의 경우는 약간의 펄이 가미되어 있어서 몸에 펴 바르면 빛이난다. 따라서 남자들이 쓰기에는 좀 거시기할듯 싶다. (겨울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여름에 써도 좋을것 같다.) 펄은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바닥에 남아있는 펄을 또다시 씻어내야 하는 것은 약간 귀찮게 느껴진다.

가벼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적당할듯 싶다. 단 철저하게 여성취향이다. 용량은 각각 25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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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12-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세트는 새로운 걸 보면 자꾸만 사고 싶어져요.

2005-12-08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2-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화이트 머스크 바디로션을 사용중인데, 화이트 머스크 라인은 향이 조금 진했던 듯 싶어요. 이상하게도 저도 바디샵 제품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진초록색 카드 회원도 되었지요. 흐흣.

플라시보 2005-12-08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그렇죠? 특히나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이라고 말을 하면 혹해서리...^^

속삭이신분. 댓글 남겼어요. 님 페이퍼에요.^^

Jude님. 저도 화이트 머스크를 몇년째 쓰다가 이번에 바꿔봤습니다. 흐흐. 저도 진초록색카드 회원입니다. 그 회원이 되기까지 열씨미 구입했더랬지요.^^ 그러고 보니 적립금 300점도 여러번 쌓아서 3만원짜리 상품으로 바꿨네요.

sweetrain 2005-12-0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초록색 카드 회원이여요.^^
지금 집에 있는 바디샵 제품은 립글로스 2개, 화이트 머스크 바디로션, 스프레이,
비누...화장솜 동그란 것, 레몬그라스 풋 스프레이...아마 찾아보면 더 많을 거여요.

플라시보 2005-12-0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오 초록카드 회원이시군요.^^ 바디샵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그런지 한번 가면 꼭 두어개씩 사게 되더라구요.^^

2005-12-0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05-12-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한두개만 더 사면 적립금 300점이 다시 쌓이는데, 이 세트 사야겠어요.

아 그나저나, 록시땅 한국에서 철수한다고(수입업자 변경해서 다시 들어올지도)
서울에서 40% 세일 하길래, 샴푸&린스&샤워젤&바디로션 75ml 샘플들을 파우치에
넣어서 만원에 파는 거 하나 샀더니, 매장녀가 저한테 겨우 그거 하나 사냐고
면박을 주더라고요. ㅡ.ㅡ 울컥하는걸 겨우 참았답니다.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인 뱅앤 올룹슨. 삼성이 뱅앤 올룹슨과 손을 잡고 휴대폰을 출시했다.

이름은 세린. Serene.

삼성전자의 휴대폰 기술과 뱅앤 올룹슨의 디자인이 만나 탄생한 이 명품 휴대폰은 가격이 약 125만원.

4분기중 판매되는 이 핸드폰은 유럽 19개국에 있는 삼성과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엄 매장에서 구입이 가능하

다.



세린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핸드폰에서 액정은 위. 키패드는 아래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또한 키패드는 원형으로 배치되어 독특한 디자인 감각을 선보인다.

무광택 검정색 컬러에 무게는 110g.

거기다 흔히 번호식 모델명을 사용하는것과 달리 세린이라는 이름도 따로 붙였다.



안타까운것은 예전의 삼성 매트릭스 폰 처럼 국내 소비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삼성이 우리나라 기업인데 어째서 자국에서는 쓸 수 있는 핸드폰을 따로 개발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트릭스 폰에 이어서 두번째로 안타까운 핸드폰이다.

물론 가격이 워낙에 고가여서 선뜻 구입하기는 망설여지겠지만 말이다.

자세한 기능은 알 수 없지만 디자인만 봤을때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핸드폰의 영원한 명품 디자인은 모토로라 스타택이라고 생각한다. 낄낄.

 

그나저나 B&O의 디자인은 보기만 해도 미쳐버릴만큼 예쁜데 어째서 저 정도밖에 디자인을 못 뽑아냈는지...

다음에는 삼성이 애플사의 디자인과 손잡았으면 좋겠다. 물론 MP3에서 피터지게 경쟁해야 할 그들이 손을

잡고 핸드폰을 출시할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말이다. (삼성과 애플은 직접 경쟁하는건 아니지만 삼성이 애플

을 견제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거의 헐값에 Sony에 팔아넘긴 것은 정말로 미친짓이라 생각한다. 그런다고 애

플의 디자인파워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게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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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10-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뱅앤 올룹슨 넘 멋져요..
전 로또 되면 일단 뱅앤 올룹슨부터 집에 들여다놓을거에요..

네버에버 2005-12-10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의 디자인 철학은..이쁘게 하기보단..누구나 부담없이 사용가능하게 하는게..디자인 철학이죠...10대나 20대 상대로 만들면..진짜 이쁘게 할수있는데..40대나 50대도 손이가게 만든다네욤...저도 삼성에서 휴대폰 개발팀에 있었는데..거기서 들었어요..매일..디자인이 왜 이모양이야..라고 하면..그러더라구요...누구나 사용하는 디자인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