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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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나는 내 또래 여자아이들 치고는 꽤나 차별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우리 집에는 귀한 아들. 내게는 오빠 내지는 남동생쯤 되었을 그들 대신 나와 내 여동생 이렇게 딸만 둘이었으니까. 가끔 사람들이 아빠에게 정말로 아들을 보지 않을 것인지 물으면 아빠는 말했다. 딸로도 충분하다고. 자식은 아들이나 딸이나 다 똑같다고. 정말로 아빠는 단 한번도 남의 집 아들을 부러워하거나 혹은 아들을 낳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주위에서 보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여동생과 나를 금이야 옥이야 키우셨다. (벌초를 하러 가면 우리의 종아리가 풀에 베일까봐 하나씩 업고 산을 오르셨다. 처음에는 욕을 하던 친척들도 몇 해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집 딸들도 다 나와 내 여동생처럼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들어가서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인형놀이를 하다가도 우리 집에서 같이 수다를 떨다가도 오빠가 있는 애들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벌떡 일어났다. 나는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들은 말했다. '가서 오빠 라면 끓여줘야 해' 혹은 '가서 오빠 밥 차려줘야 해' 심지어 내 친구 중 한명은 남동생에게 주기적으로 얻어맞기까지 했다. 우리 집에서는 여동생이 나를 때리는 하극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물론 나도 여동생을 때려서는 안 되었지만) 어떻게 동생한테 맞을 수가, 아니 그 보다 그걸 부모님들이 아는데도 왜 그 남동생을 가만히 둘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남동생이나 오빠가 없어서였건 아니면 우리 아빠의 생각 때문이었건 아무튼 집에서는 여자라서 차별을 받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사회는 내게 아빠처럼 해 주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 반장 선거를 할 때. 나는 자격이 되었지만 부반장이 되었다. 반장 선거에는 아예 나갈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전교 어린이 회장을 뽑을 때도 나는 나갈 수 없었다. 전교 어린이 회장은 반장만 출마할 수 있는데 그 반장이 되려면 내가 남자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최대한 학교에서 감투를 쓸 수 있는 것은 부반장 내지는 전교 어린이 부회장이었다. 그건 내 실력이나 모자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남자아이가 아니기 때문이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유독 힘들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여자 아이들만 다니는 곳에 있어서 그나마 별 차별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니 또 다시 초등학교 때 느꼈던 차별을 느껴야 했다. 과대는 전 부 남자였고 여자 후배들은 남자 선배들 앞에서 감히 맞담배를 피울 수 없었다.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 후배들은 종종 따귀를 맞기까지 했다.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대단한 남자 선배들 앞에서는 마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자들처럼 행동해야했다. 나는 남자 선배들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남자처럼 일했다. 나도 밤을 새우고 40kg 짜리 카메라를 어깨 빠지게 들고 있었다. 그러자 드디어 그들은 내게 큰 인심을 쓰는 양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불도 붙여줬다. 나는 그때 내 노력으로 마침내 나도 남자 선배들 앞에서 담배를 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억지였다. 여자로써 도저히 무리인 4일 연속 밤새기 (낮에 수업 듣고 밤에 편집하고 촬영을 하는데 여학생들은 보통 이틀 밤을 새고 집에 한번 갔다가 온다.) 를 무리하게 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 평등이 그런 건줄 알았다. 내가 남자들과 똑 같아지는 것. 그래서 그들이 누리는 것을 나도 누리는 것. 비교적 평등한 환경 속에서 자랐던 나조차도 남녀평등을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 아빠가 그런 얘길 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페미니스트 중에서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있냐고. 전부 페미니스트 아니면 딱 안 될 것 같은 얼굴들을 하고 있지 않냐고. 내가 기자 일을 할 때 취재를 나가면 사람들이 가장 놀랐던 것은 내가 안경을 쓰지 않고 바지를 입지 않고 머리카락도 길다는 것이었다. 여기자 하면 딱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고. 그 이미지에 맞지 않는 나를 그들은 매우 신기하게 여겼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이런 편견이 존재한다. 그녀들은 못생기고 뚱뚱하고 자기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그래서 페미니스트이며 페미니스트 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편견. 예쁜 여자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은 그녀들은 그냥 예쁜 여자로서의 특권을 누리는 게 훨씬 더 이익일 텐데 뭣 하러 못생긴 다른 여자들과 섞여서 남녀평등을 주장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여자인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단 한번도 여자로 살아보지도 또 여자의 삶이 어떤지 생각조차 안 해봤을 남자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분명 페미니스트를 못생기고 목소리 큰 여자들로 생각 할 것이다.


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은 제목은 과격하나 내용은 결코 과격하지 않다. 투쟁해서 쟁취하자는 익숙한 구호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책은 우리에게 여태 잘못 알고 있었던 점들을 조목조목 지적 해 준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말들. 이를테면 중앙에서 누가 연설을 할 때 뒷자리에서 떠들면 지방방송을 끄라고 하라던가 (엄연한 지역적 차별이다. 중앙방송은 떠들어도 되고 중앙방송이 하는 동안에 지역 방송은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논리에서 나온 말이다.)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는 말 (여자들은 국방의 의무가 없고 따라서 이 말은 여자는 국민이 아니라 2등 국민이라는 소리가 된다.) 모두가 엄연한 차별적 발언이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물론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는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뿐 아니다. 우리가 여성이라고 규정지은 속에 장애인 여성, 늙은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그 말 속에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책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라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여성이라고 함은 당연히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를 말하는 것이며 (그 전은 어리고 그 이후는 너무 늙어서 여자라기보다는 엄마 혹은 아줌마로 대표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보통의 아이큐와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여성에 너무 어리거나 나이 들거나 혹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여성은 여성의 범주에 집어넣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차별은 겪어보지 않으면 마음에 확 와 닿기가 힘들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을 단지 듣는 것으로 똑같이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겪은 많은 일들 중 확실하게 차별은 존재했었고 성희롱도 존재했었다. 다만 그걸 사회생활 하다 보면 혹은 세상이 다 그러니까 하며 어영부영 넘어갔을 뿐이다. 우리가 대단한 폭력을 신체적이던 정신적이던 겪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이 여자들에게도 남자들과 똑같은 기회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이 지저분하면 남자들은 전부 여자 직원을 쳐다본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여자 직원에게 말한다. 좀 상냥한 부탁 어조로 바뀌긴 했지만 커피를 타서 줘야하는 사람이 우리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시키는 방법이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예의 있게 바뀌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양아 커피 타와라' 나 '미스 김 커피 한잔 부탁해요' 나 결국 자기가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타서 남자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김씨 성을 가진 여자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걸 새로 알게 되었다. 여태 몰랐던 것들 그리고 알았지만 그게 뭐 큰일인가 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읽고나서 당장 페미니스트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남자들을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외치며 투쟁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무나 잘못 알고 있었던 혹은 알지만 그게 문제인지조차 몰랐던 것을 알게 한다. 흔히 미술대학을 가면 오직 그림을 그리는 실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이론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학교에 과제도 많지만 각 미대를 순방하면서 세미나를 했던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나는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구호를 외치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나는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막연하게 여자도 남자와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도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처럼 4일 밤을 새고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드는. 평등이란 남자 같아지는 것 이라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론서로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물론 더 알아야 할 것이 많겠지만 적어도 이 한권만 읽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여성이 얼마나 차별을 받는지 혹은 피해를 받는지에 대한 사례를 늘어놓아서 분노를 끓게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여타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차분하게 이론적으로 하나하나 풀어가는 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또 위에서 언급한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과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임 : 끝으로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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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1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그러게나 말입니다.^^

코마개 2005-12-2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좀 다르게 읽었는데, 조만간 저도 리뷰를 쓰려구요.
플라시보님 아마 이제 100만권 여성학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절절하게 여성의 한국내 정체성을 깨닫는 순간이 곧 올겁니다. 짜잔~

플라시보 2005-1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으음. 그건 곧 있을 제 결혼 생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흐흐. 이 책을 어떻게 다르게 읽으셨는지도 되게 궁금해요.^^

로드무비 2005-12-2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산사춘님의 선물로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두어 분께 선물했어요.
이렇게 생생하고 조목조목 잘 짚은 리뷰라니, 감탄하고 갑니다.^^

2005-12-21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2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러셨군요. 이 책 정말 읽어야 할 필독서인것 같습니다. 여자건 남자건 말이죠. 리뷰칭찬 감사해요. 부끄러워요. 흐..^^

속삭이신분. 고마워요.^^

마추픽추 2006-02-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티비를 보면 남자상사가 여자부하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회사를 다녀보니 그런 생각이 오히려 사라지더라구요
왜냐하면 여자는 커피나 정리를 하는 대신 남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뭐 그런 일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이 차별이 아닌 남녀간의 암묵적인 역할 분담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부모님 세대를 보면 엄마, 아빠의 가사 역할이 음식/ 못 박기 그렇게 대략 나뉘어지는것처럼요..

그런데 여기서 불만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것은 설겆이를 하는 횟수나 커피 타는 횟수가 남자의 그 수고스러움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 아닐런지..
다행히도 저는 강압적인 부탁(?)을 받지 않았고 남녀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
보지 못해서 긍적적으로 생각한답니다.
상사는 나의 발전을 이끌어주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자의든 타의든 커피를 타주는 것은 나의 자그만 배려라구요..참 행운녀인 셈이죠 ^^
이상 커피에 관한 저의 견해를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지역 방송 꺼'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되새겨볼만한 말인데요..^^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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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멜로. 먹어보긴 했지만 그 맛이 어떠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별 맛 없이 그저 달콤하고 약간은 불량식품스런 향이 났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캠프 같은 곳에서 쇠꼬챙이에 마시멜로를 끼워서 구워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그럴때면 별 맛이 없었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면 속에 그려지는 마시멜로가 참 맛있겠다고 느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 마시멜로가 너무나 달콤하고 맛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당장 눈앞의 달콤한 마시멜로를 먹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을 참으면 하나의 마시멜로를 더 준다고 할때. 이론상으로는 다들 참을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는게 인간다.

주인공 찰리는 사업가 조나단의 운전기사이다. 그는 어느날 사장인 조나단으로 부터 마시멜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나단이 4살이 되던해 어떤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눈앞의 마시멜로 하나를 15분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뒤이어 바로 또 하나의 마시멜로를 준다는 것이었다. 조나단은 억지로 이것을 참았으며 15분 후에 2개의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마시멜로는 그러니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기쁨이나 쾌락쯤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훗날을 위해 그것을 얼마나 참고 견디는가 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닐때 늘 그랬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걸 알지만 그때마다 소설책은 얼마나 재미있고 라디오는 또 얼마나 들어야 할 것들이 많았는지. 분명 라디오를 끄고 소설책을 덮고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이라는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게 될 것을 알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번번이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성공하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10대때의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현재를 희생한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10대를 희생한 20대는 이미 10대를 잃어버린 후고, 20대를 희생해서 30대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이미 20대는 지나가 버려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꺼라고. 그렇지만 그 순간들에 내가 만약 조금만 생각을 달리 했더라면 내 인생의 마시멜로는 몇 개로 늘어났을까?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미래를 위해 무조건 현재를 희생하는 것에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필요성은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다. 희생은 그걸 하지 않을때는 희생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실행을 하면 더 이상 희생이 아니다. 그때부터는 또 다른 기쁨일수 있고 삶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참아야 하는 현실은 언제나 희생이고 또 잃어버리는 세월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다. 사장인 조나단은 차를 탈때마다 운전사인 찰리에게 무언가 하나씩 얘기를 해 주고. 찰리는 그에 맞춰 변화한다. 이거 어른이 읽기에는 너무 싱거운걸?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 생각에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별 무리가 없을듯하다.) 그렇지만 가장 단순한 사실도 실천을 하지 못하면 알아도 아는게 아니다. 다 아는 얘기긴 하지만 이걸 읽고나서 뭔가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값어치를 충분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책을 원했던 나에게 이 책은 약간 동화스러웠기에 그리 좋은 인상만 남긴것은 아니다. 이런 책은 초등학교 내지는 중학교때 읽었으면 딱 좋았을뻔 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장사를 아주 잘 했다. 아나운서 정지영씨에게 번역을 의뢰한게 그것이다. 사실 내 경우는 거의 그것때문에 책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제목만 봤을때 이 책의 경우 전혀 내가 끌려할 만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 읽기는 했지만 마음을 쿵 하고 울리는 감동까지는 받지 않았다. 그저 다 아는 사실의 확인 정도? 아무튼 이 책은 자기계발 서적을 단 한번도 읽지 않았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려운 말 없이 우화를 통해 비교적 쉽게 삶의 방식에 접근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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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2006-02-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사를 잘 하는 방법으로 그런게 있었네요... 꽤 괜찮아보이는 아나운서가 번역했다는 사실에서 호기심이 생기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요 ^^
 



컴퓨터 모니터상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땟깔이 죽여주신다. 스톤 아일랜드 제품으로 (CP컴퍼니 만드는 회사랑 같음) 가격은 58만원대. 겨울에 입는 옷은 아니고. 봄 가을로 입을 수 있는 점퍼이다. 비록 싸구려 나일론 소재이긴 하지만 색이 너무 예술이다. 저런 오묘한 투톤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색이다. CP 컴퍼니나 스톤 아일랜드 제품이 예쁜 이유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소재와 컬러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다. (소재를 무조건 고급이나 좋은걸 쓴다는게 아니라 컬러와 딱 맞는 소재를 찾아내는데 귀신이다.)

내가 남자라면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하나쯤은 장만하고 싶은 점퍼다. 비록 점퍼를 별로 좋아라 하지는 않지만 또 아는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겁나게 어울렸을지. 아무튼 이 옷을 보는 순간 침이 꼴까닥 넘어갔다. 너무 예뻐서. 근데 난 왜 남자옷, 남자 소품만 보면 침이 넘어갈까? 그럴때마다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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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5-12-1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투톤처럼 안보여요,,

플라시보 2005-12-1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완전하게 투톤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딱 단색이 아니라 약간 얼룩덜룩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느낌이요.^^ (아래로 갈수록 약간 진하고 그라데이션되어있는 느낌입니다.)

BRINY 2005-12-1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디자인과 컬러가 좋아도 그래도 나일론 소재로 58만원!!! 전 50% 세일한 브랜드제품 모+캐시미어 혼방 코트 사는 것도 한참 망설였는데...

플라시보 2005-12-17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그죠? 좀 심한 가격입니다. 하긴 프라다 백을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기껏 나일론 천인데 명품으로 분류되어서 무지하게 비싸잖아요. 흐흐. 소재만큼 가격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를 않으니...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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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는 마이 페이퍼에서 미니 홈페이지를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셀카족, 얼짱각도, 도토리 (사이트 내의 지불 수단)를 유행시킨 이 사이트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글을 올리기에는 좀 부적합하고 사진을 올리면 딱 맞는 정도의 사이즈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 홈페이지에서와 달리 자신들의 일상적인 사진을 열성적으로 올렸다. 연예인 내지는 특수직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하루하루가 빤한 민간인들은 전혀 흥미롭지도 새롭지도 않은 자신들의 반복적인 일상을 죽어라고 올렸다. 이 미니 홈페이지는 디지털 카메라 보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과거 모 여자 연예인의 매우 개인적인 비디오 파일이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에 앞장섰듯이 말이다.


내가 비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얼굴 사진과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리는 그 쓰잘데기 없음과 나르시즘의 묘한 결합이었다. 대체 그 짓을 왜 할까 싶은 생각부터. 세상에서 얼굴 팔리는 것을 가장 죄악시하는 나로서는 그 오픈 된 공간에 자신의 얼굴을 여보란 듯 올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미니 홈페이지의 기능은 단지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에서만 그치는 건 아니었다. 그 컨텐츠가 가장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사람 찾기 기능 때문이었던 것이다. 동창 찾기 사이트가 한참 유행을 하고 그 유행이 시들해질 무렵. 사람들은 그래도 여전히 찾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미니 홈페이지를 만든 회사는 이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태어난 연도와 이름만 알면, 혹은 이메일 주소만 알면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꼭 동창뿐 아니라 옛 친구, 동네친구, 옛 애인 할 것 없이 자신이 찾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을 찾고 그들의 일상과 현재를 사진으로나마 훔쳐볼 수 있게 되었다. (흔한 이름일 경우 똑같은 이름으로 몇 페이지가 뜨지만 사람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이름을 클릭 하여 일일이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세월은 흘러 그렇게도 미니홈페이지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던 나마저도 그것을 하게 되었다. 물론 시작은 거금 140만원을 들여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 자료를 보관할 마땅한 곳이 없을까 에서 출발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를 찾고 (내 이름은 내 생년월일로 찾으면 대한민국에서 딱 한사람 내가 나온다.) 그들의 댓글에 댓글을 달고 1촌 신청을 하고 어쩌고 하다가 보니 내가 비판했던 사람들과 나와의 구분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검은 꽃]의 저자 김영하. 그가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쓴 글들을 엮어서 책을 만들었다. 오직 사진만 올리는 게 미니 홈페이지 기능의 전부라 믿었던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의 내용은,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의 전작 포스트잇과 비슷한 성격의 가벼운 산문집쯤 되겠다. 미니 홈페이지의 글을 옮긴 만큼 책 표지나 내부 편집 모두 미니 홈페이지 (이하 미니홈피)를 들춰보는 듯한 느낌을 냈다.


카테고리는 크게 Free Talk. 사진첩. 방명록으로 나뉘어져 있고. Free Talk 안에는 또 다시 방울이와 깐돌이, 길 위에서, 문학 앞에서의 세 가지로 나뉜다. 방울이와 깐돌이는 김영하가 키우게 된 길냥이 (길에서 주운 도둑고양이) 에 관한 내용이며 길 위에서는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들이. 그리고 문학 앞에서는 말 그대로 작가 김영하가 생각하는 문학 그리고 몸소 체험한 문학에 대한 얘기들이 있다. 그 외에 멕시코 에니켄 농장으로 건너간 한국인을 다룬 소설 [검은 꽃]의 취재차 여행을 갔던 곳들의 사진이 사진첩 카테고리에 담겨져 있으며, 방명록에는 김영하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의 글들이 실려 있다.


책의 내용은 대체로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다. 특히 방울이와 깐돌이, 길 위에서 에는 중간 중간 큰 소리로 실소를 터트릴 만큼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많다. 김영하의 유머 실력은 이미 [포스트 잇]과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에서 증명된바 있으나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꽤 심각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산문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소설과는 철저히 다르게 가볍고 재밌을 것. 하긴 심각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 또 심각한 산문집이나 수필집을 낸다면 그것만큼 따분한 것도 없으리라.


이 책은 저자도 밝혔듯이 뭔가 유익하고 교육적인 책은 전혀 아니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졸업 앨범도 들춰보고 일기장도 슬쩍 훔쳐보는 그런 기분으로 볼 만한 책이다. 요즘 들어 좀 무거워져 버린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원초적인 기쁨을 깨우쳐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독서를 꽤나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인터넷과 영화의 홍수 속에서 책은 홀로 고전적인 텍스트를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 김영하는 이런 사태에 대해 책도 인터넷과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취미거리임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이 책을 냈는지도 모른다. 미니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책으로 엮은 이유를 찾자면 그 정도가 아닌가 싶다.


출 퇴근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잠시 잠깐 일상의 작은 짬 속에서 읽을만한 책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거기다 각 챕터들이 짧기 때문에 읽다가 중단을 하더라도 전의 내용을 몰라서 난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간만에 소리 내어 웃으면서 볼 책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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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6-01-27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싸이질 시작하신 사연이 여기에 있었군요^^
 

 이 책을 너무나 읽고싶은데요. 절판이랍니다. 알라딘뿐 아니라 다른 서점에도 마찬가지네요.

 혹시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정리 들어가실 생각이 있으신분. 댓글 달아주세요.

 책의 가격만큼 송금을 원하시면 그렇게 해 드릴꺼구요. 만약 또다른 책을 원하신다면 알라딘에서

 책을 고르시면 제가 선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살것이 없다면 알라딘 상품권을 원하셔도 됩니다.)

문득 되게 읽고싶어진 책인데 절판이라 구할수가 없네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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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검은비님. 다들 서재주인보기로만 남겨서리 제가 대신 올립니다. 인터넷 헌책방에 있다는군요. 주소는 http://www.singoro.com/ 입니다. 우리함께 구해 보아요. 낄낄

속삭이신분. 오... 감사합니다.

속삭이신분. 그거 아세요? 위에 속삭이신분이랑 똑같은 말 한거..하핫

플라시보 2005-12-1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방금 저도 주문했는데요. 책값은 4천원이고 배송비가 3천원이네요. 7천원이면 여기서 새 책을 사는거랑 겨우 200원 차이. 그러나 책이 없으므로 할수없이 사야겠어요. 책 상태나 좋았으면..^^

2005-12-15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으흐흐.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마음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 ^^

플라시보 2005-12-1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오... 무료 방출이라. 그래도 뭐 님 말마따나 필요하신 분이 가져가셨으니 다행이지요. 저도 이제 슬슬 읽어보려구요. ^^ (추천좀 해 주세요.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요.)

플라시보 2005-12-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책 종류가 하도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더구나 생판 골라본적이 없는 분야인지라..^^ 추천해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소이다.

속삭이신분. 으하하. 알고 있소이다. 그리고 실천하고 있소이다. (거참 낯부끄럽구만 낄낄)

2005-12-1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12-1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고맙습니다. 흐흐. 얼마전에 대대적으로 알렸답니다. 그간 뜸한 이유를 적자니 달리 쓸 말도 없고해서요. 컴백 기념으로다 확 저질렀더랬습니다.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