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조카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그 애가 태어났을때를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그 녀석이 벌써 커서 혼자 여행도 갔다오고... (무엇보다 나는 그
애가 나와 같은 어른이라는게 너무 신기하다.)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게 있다면 여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게 큰 사치였었다.
늘 나를 내가 먹여살리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따져보면 뭐 짜달시리 그렇게 궁색하게 산 것도 아니면서
어째서인지 여행에는 조금도 돈을 쓰려고 하지 않으면서 살았었다.
여행 갈 돈으로 늘 딴걸 했었던것 같다.
저 사진은 도쿄 도청 45층에서 본 야경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도시의 야경이 너무 좋았다. 저런 야경을 매일 밤 볼 수 있다면 나는 자지 않아도 졸립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높은 건물에 살면서
밤이면 약하게 조명을 켜 놓고는 와인이나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음악을 틀어제끼고는
끝내주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아주아주 고급스럽게 외로워 하는것. 그게 내 오랜 로망이었다.
이젠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마져도 사라졌다.
불룩한 배로. 혹은 삑삑우는 환희를 옆에 두고 고급스러운 외로움은 개뿔.
환희가 와인병을 삘 엎어버려서 환장하며 치우는 내 모습만 떠 오를 뿐이다. (뭐 그리고 난 지금 고층에 살지
도 못하고 있다.)
저 로망은 어디까지나 싱글일때. 그것도 매우 돈 잘버는 싱글일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싱글이 아니다.
이게 참 눈물겹게 아쉽지는 않은데...
누군가가 되게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을래? 라고 물어서 응. 하고 대답했는데
아니다 너무 날씨가 춥다 다음에 먹자 하는 기분이다.
대놓고 서운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좀 섭섭한거.
아직 싱글인 사람들에게 어줍짢게 충고를 하자면. 무조건 즐기라는거.
나 역시 원없이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아서 이러는데 만약 즐기지 않고 너무
교과서틱하게 살았다면 좀 그럴것 같다. 교과서틱한 삶은 더블일때 아주 차고 넘치게 해야하는 것이니까.
싱글일때는 좀 나빠도 좋으니 (많이 나쁜건 그렇지만) 즐겼으면 좋겠다. 마치 즐겁게 사는게 지상 최대의 과
제인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