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틱 가구 이야기 - Antique Furniture
최지혜 지음 / 호미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앤틱가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괜한 무게를 잡는것 같기도 하고, 또 대부분이 앤틱이라는 말과는 무관하게 그저 흉내만 내었을 뿐. 진정한 앤틱은 잘 없다는 (그러니까 정말로 누군가가 사용해서 손때가 묻은 가구라는) 생각에서였다. 서울에서 꽤 유명한 앤틱 가구점을 운영하는 지인도 그런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앤틱은 잘 안팔린다고. 남이 쓰던 (더구나 코쟁이가) 가구를 비싼 돈에 사는걸 내켜하지 않는다고. 대신 앤틱 분위기의 새 재품들은 날개가 돋힌듯이 팔린다고 했다. 아무튼 나는 집안 전체를 앤틱으로 꾸미는 사람들은 뭔가 대단히 과시하려고 하거나 졸부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책은 앤틱 가구를 잘 고르는 법 혹은 어딜가면 앤틱을 싸게 살수 있는지에 대한 실용서가 아니다. 책은 앤틱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바로크와 로코코 부터 시작해서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까지 앤틱이라 불릴 수 있는 가구들이 만들어진 시대의 미술 사조에 대해 꽤 진지하게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각 시대별로 실제 가구의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넣어두어서 그림만 봐도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스타일에 대한 탐구가 끝나면 이제 가구별로 나뉘어진다. 의자, 침대, 소파 등등. 저자도 책에서 말하지만 진정한 앤틱은 손때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깨끗한 앤틱만을 찾는데 자연스런 생활흠집이 있는 제품들이 오히려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다만 크게 손상된게 아닌 손때나 세월의 흔적 정도여야 한다.)

사실 앤틱 가구는 무척 비싸다. 앤틱 가구점을 한다는 지인으로 부터 부르는게 값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러나 저자는 앤틱이 비싼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가구의 쓸모나 아름다움 같은것 보다 더 큰 역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역사성에 별로 목숨을 걸지 않는다. 저자는 옛것을 소흘하게 여겨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글쎄다. 나는 그게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사에 더 초연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역사에 무척 매달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역사가 짧다. 역사 역사 외쳐야 그나마 짧은 역사나마 역사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다만 이런 개인적인 소장품의 형태로는 역사성을 별로 안찾더라도 국가에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역사성마저 소흘하다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절이 관리 소흘로 홀라당 타버린다던가 하는)

책에 별점을 많이 주지 않은 이유는 책이 비싸고 또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책이 어찌나 무거운지 안에 앤틱 가구라도 부록으로 하나 들어있나 싶을 정도다. 양장본도 아닌 책이 이렇게 무거운 이유는 뭘까? 드러누워서 보지 말고 책상앞에 딱 앉아서 제대로 보라는 뜻일까? 뜻이 뭐건간에 무거운 책은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거기다 25,000원의 가격은 안에 컬러로 된 사진이 좀 많은걸 감안하더라도 꽤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비싼 가구들을 소개하는 만큼 책값도 비싸야 하는건지. 아니면 적어도 앤틱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정도 책값은 당연히 지불할 능력이 되겠지라는 출판사측의 눈물어린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앤틱 가구에 관심이 있고 공부를 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보겠다면 글쎄다. 내가 그렇게 본 결과 머릿속에 별로 남은게 없다. 로코코니 아르누보니 실컷 들었는데 그게 미술 스타일 전반에 걸친게 아닌 가구에만 국한된거라 그런지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5-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쉽게 입문하기에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 어느정도 무난하지 않은가 싶어요. 아주 책상앞에 딱 앉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정도의 비화성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그러나 참 진지한 책이었거든요. 저도 이 책 서점에서 보고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는데,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순간에도 무게가 꽤 나간다 생각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웬만한 사전 한 권 무게였던 듯 해요.
저는 어설픈 광택 좌르르 나는 앤틱 스타일 소파보다는, 제가 어릴적부터 집에 있던 나무 테두리 시계, 4살 아이가 앉기에 딱 맞게 만들어진 조그만 나무 의자가 더 좋아요. 제가 오랫동안 써서 제가 낸 흠집이 그대로 있고 아꼈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물건들. 그런데 진짜 앤틱 가구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니 동시대의 가구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장식성이 없는지요. 다른 스타일의 장식이 있긴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로코코 시대의 곡선도 좋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란 책 님의 리뷰로 보고 살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흐흐. 음. 님의 그 나무의자. 진정한 앤틱이로군요.^^ (이 책 진짜 무겁죠? 손목 부러지는줄 알았습니다. 흐흐.)

Loch 2006-05-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과 같은 이유로 앤틱스타일은 별로 안좋아 합니다.한두개 정도는 봐 줄만 한데 집안 전체를 앤틱가구로 치장한집 보면 웬지 불편해지더군요.앤틱가구를 별로라 하시면서 이렇게 무겁고 비싼 책을 읽으시다니 플라시보님은 진정한 책벌레이시군요^^

플라시보 2006-05-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 흐.. 맞아요. 한두개 정도는 멋으로 생각이 되던데 침대, 화장대, 식탁, 장농 할것없이 전부 앤틱 혹은 앤틱 스타일로 치장하는건 그저 그렇더군요. 물론 집이 대궐처럼 넓고 집의 다른 디자인적 요소들도 잘 받쳐준다면 모를까. (그런집은 못봤어요. 젤 별루인게 아파트에다 앤틱 잔뜩 꾸며놓은거더라구요) 음.. 그리고 이 비싼책은 선물로 받은것입니다. 흐흐.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이진한.김태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제 곧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극성 엄마 하나 탄생하겠구나. 오죽하면 여동생이 늘 내게 하는 말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도 말고 부담도 주지 말라였을까. 평소 어눌하게 설렁설렁 산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았나보다. 아무튼 나는 결심했다. 극성 엄마는 되지 말자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호들갑인데 정말이지 유별나게 호들갑은 떨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느라 영어로된 태교 동화도 한번 읽어주다가 치웠고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도 딱 한권만 읽고는 내평겨쳐버렸다. (그 책은 두껍기만 했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지루해서 정말이지 어금니 콱 깨물고 억지로 읽었었다.) 그러다가 이제 산달도 다가오고 한권쯤은 더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첫 장을 읽자 마자 이걸 안읽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애를 한번 낳아봤다면 아니면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잘 지켜봤다면 나도 뭔가를 알았을테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아기가 크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엄마등에 엎혀있는 아기들이나 식당이나 극장에서 시끄럽게 빽빽대고 우는 간난쟁이들만 봤었다. 그러니 나는 아기에 관한 한 그야말로 생 초보이며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아기는 밥 대신 우유를 먹는다는 것. 말을 못한다는 것. 의사 표현을 오로지 삑삑거리고 우는걸로 대신한다는 것 이외에 내가 아기에 대해 아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뱃 속에서 나를 통통 차고 병원에 갈때마다 쑥쑥 크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기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이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그저 막연하게 성질 더러운 나를 비롯해서 여동생까지 낳아 기른 우리 엄마가 도와주겠지 생각할 뿐이었다.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있다가 동아일보의 의학전문 기자로 있는 이진한과 그의 약사 아내 김태희가 직접 첫 딸아이 승민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적혀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아기에 대해 일반인들 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고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및 지식을 살려서 초보 엄마와 아빠들에게 아기 키우기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찝어준다. 꼭 쪽찝게 과외 선생님 마냥 이들이 찝어주는 내용은 뭣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걸 몰랐으면 어쩔뻔 했어 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기에 대해 써 놓은 책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들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글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지루하고 또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만 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게 없다. 기자출신답게 이진한은 정말 재밌고도 맛깔나게 글을 써 놓았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읽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진한과 김태희 부부는 처음에는 자기들이 그래도 일반인보다 의학 상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심지어 소아과 실습도 돌아봤으니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기를 키우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당연히 자연분만이라 생각했는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고 모유수유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대한민국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는 만만치 않은 일임을 경험하게 된다. 아기는 황달에 걸리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면서 의사 아빠와 약사 엄마라고 해서 그나마 좀 나을 줄 알았던 이들의 생각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결국 이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기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다른점이 있다면 곧 그걸 이들이 가진 장점 즉 의사면허와 약사면허를 백분 살려서 다른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나 버릴 내용이 없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슬쩍 슬쩍 뒤져본 육아 서적들이 너무 수박 겉핥기 식이거나 아니면 너무 잘난 사람이 난 감히 할 수 있을것 같지도 않게 너무나 아이를 잘 키워내는 내용이 대부분인지라 난 엄마가 되기도 전에 그런 책들을 보며 지쳐있었다. 허나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을 마치 다 안다는 듯 처음부터 차근차근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준다. 그리고 말한다. 의사와 약사 부모인 우리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그러니 미리 겁먹을것 없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기가 출생하면서 부터 서서 걸을때 까지. 이 책에는 두 부부가 딸아이 승민이를 키우면서 겪은 거의 모든 상황들이 총 망라되어있다. 의학상식은 물론이고 아기에게 적당한 약과 그렇지 않은 약. 그리고 약의 용법이나 보관법까지 정말이지 책 표지에 적힌 친절한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세심하게 적혀있다. 첫 장에는 일단 아기를 키우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그 외에도 신세대 엄마 아빠 답게 아기를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적어놓았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식은 의사 아빠의 한마디. 약사 엄마의 한마디라는 박스 코너를 마련해서 잘 정리해 두었다. 따라서 급할때는 그것만 찾아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아기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으음. 그렇구나' 하고 책장에 도로 넣어둘 책이 아니라 아기를 키우기 전부터 읽고 또 키우면서는 내내 곁에 두고 그야말로 바이블처럼 읽어야 할 책인것 같다. 읽는 내내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쩔뻔했어라는 아찔한 생각이 든 책이니 만큼 아마 아이 키우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비 부모들 혹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당연히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엄마 혼자 쓴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쓴 책인데 그러니만큼 육아는 어느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P.S. 노파심에서 적습니다만. 사실 책의 저자는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저와 중학교때 부터 죽마고우였던 친구의 친오빠가 바로 의사 아빠 이진한씨 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꼭 필요한 책이었구나 싶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정도로 저에게는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혹 제가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너무 많은 칭찬(?) 과 호의(?)를 배푼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알다시피 모든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요. 더구나 제가 수많은 육아서적을 독파했는데 그중 이게 최고 라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여기 적힌 리뷰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이고 읽는 분들도 그걸 감안하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둡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지마할 2006-05-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플라시보 2006-05-1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님. 저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던 책인데 님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잘 읽으시길^^

moonnight 2006-05-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둘째아이 육아일기도 재미있던데요. 그 부부 맞으시죠? 저야 별 상관없는 얘기란 생각에 슬렁슬렁 읽고 넘어갈 뿐이지만 플라시보님은 맘에 와닿을 내용일 거 같네요.

플라시보 2006-05-1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 맞아요.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흐흐. 저도 만약 환희를 가지지 않았다면 슬렁슬렁 읽었을텐데 지금 딱 필요한 책이라 그런지 팍팍 와 닿습니다. 하하

paviana 2006-05-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었어요.감사.ㅎㅎ

토토랑 2006-05-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런책이 필요했어요. 님의 리뷰읽다가 찔리는부분
가정상비약이 적혀 있는데 당장 적어서 약국에 달려가서 사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책을 읽었었다. (이런 기본적인것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아기 낳을 생각을 했다니 싶었다.) => 예방접종하고 해열제 하나 없어서 응급실로 쪼로로 달려갔었거든요 ㅡ.ㅜ 지금도 있는거라곤 해열제, 스테로이드 연고 하나, 정장제 -- 정도? 으흠

로드무비 2006-05-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볼 책이 아니지만 성실한 리뷰 추천하고 갑니다.^^

클리오 2006-05-1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나요? 저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삐뽀삐뽀 119를 상비약처럼 가지고 있는데 너무 두꺼워요.. 흑... 이 책도 또 사야될까요?

타지마할 2006-05-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교보에서 사고 말았습니다.

플라시보 2006-05-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제가 뭘 워낙 몰라서인지 모르겠는데요. 읽으면서 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

토토랑님. 아기 키울때 약은 안쓰면 좋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면 바로 알고 쓰는게 중요하겠더라구요. 해열제도 다 같아 보여도 모두 다르구요. (대표적인게 부루펜이랑 타이레놀 시럽인데 각각 조금씩 달라요) 이 책을 못봤으면 다 똑같거니 했을 부분이여서 무척 다행이다 싶었어요. 님도 사서 보시고 참고 되시길 바랍니다.

로드무비님. 흐흐. 추천 감사합니다.^^

클리오님. 제가 삐뽀삐뽀 119를 안읽어봐서 모르겠는데요. 이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버릴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구요. 다만 님이 가지고 계신다는 책을 제가 못 읽어봐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힘들겠어요. (거기도 님이 원하시는 내용이 충실하게 다 있다면야 굳이 사 볼 필요는 없겠지요? ^^) 육아일기 형식 맞습니다. 일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거기에 자신들의 대응책 그리고 혹 같은일을 겪을 엄마들이 하면 좋을 대응책을 적어두었거든요. 병원에 갈지 아니면 약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그냥 좀 두고보거나 민간 요법을 쓸 것인지 말이죠.

타지마할님. 흐흐. 여기서 주문하셔서 좀 싸게 사시지..^^ 맘이 급하셨나봐요. 호호.

2006-06-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의사가 말하는 의사 부키 전문직 리포트 3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음 / 부키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직 중에서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의사일 것이다. 그럼 내가 의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 그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일주일에 한번씩 피부과를 가고 이주에 한번씩은 산부인과를 가니 한달만 해도 나는 두명의 의사를 무려 여섯차례나 본다. 거기다 어딘가 아프기라도 하면 이 횟수는 더더욱 늘어난다. 내가 어릴때부터 만났던 의사들을 일렬로 세운다면 아마 어지간한 종합병원 하나는 차릴 것이다. 허나 이건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살면서 최소 10명 이상의 의사들은 만나며 살았을 것이다. 다른 전문직 보다는 월등하게 많이 만났을 것이다.

허나 이렇게 많이 만난 의사이지만 의사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다소 권위적이라는 것. 내 병세나 처치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 이외에 아는것은 없다. 그저 그들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오래 공부를 했고, 벌이가 보통 월급쟁이들 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 정도가 더 있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가끔 들리는 얘기들. 친구가 의사랑 선봤는데 뭐를 얼마나 해 오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헉겁을 했다는 그런 것들. 그러고보니 내가 의사에게 가지는 감정은 좋은쪽 보다는 부정적인쪽이 더 많은것 같다.

의사가 말하는 의사는 사람들이 자주는 보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의사들에 대해. 의사들이 자신들에 대해 직접 들려준다. 의대생부터 인턴. 레지던트. 그리고 전문의와 각종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 및 예비 의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서 의사가 되는지 또 의사가 되고 난 이후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비교적 솔직해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의사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가졌던 편견들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내 모든 편견들은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니까 그들은 당연히 자기 자신보다는 환자를 더 생각해야 하고 돈 보다는 의술을 펼쳐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의사도 역시 하나의 직업이다. 물론 다른 직업들보다 윤리적으로 더 많은 책임이 따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의대진학을 꿈꾸거나 혹은 의사의 길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면 딱 좋을 책인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의사들은 자신들을 미화시키지도 그렇다고 요즘은 벌이가 예전같지 않다며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그들이 겪었던 어려운 일들. 또 절망스러웠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또 그와 동시에 의사 되길 잘했어라는 기분을 느꼈던 순간들도 같이 말이다. 이들은 돈 벌려고 의사된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술을 펼치기 위해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들도 의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의사 자신보다 의사를 아들 혹은 친척으로 둔 사람들이 더 의사에게 바라는게 많은것 같다. 죽게 공부했고 돈도 많이 들었으니 이제 의사면허를 가지고 돈을 끄는 일만 남았다는 듯이 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개천에서 난 용들은 아직도 개천에 남아있는 이무기들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이 책 이외에도 이 출판사에서는 PD가 말하는 PD,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쓴 짧은 글들을 엮은책이 시리즈로 나오나본데 기회가 된다면 다 읽어보고 싶다. 제 3자가 지켜보고 이러쿵 저러쿵 한게 아닌. 또 딱 한사람의 종사자만 말하는게 아닌 무려 20명의 현직 의사 혹은 의사가 되려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이니 만큼 책의 내용은 생생하다. 거기다 마지막에는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놓았는데 수입이나 그런것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써 놓은게 인상적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5-19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상당히 궁금합니다. 솔직히 저보다는 앞으로 진학을 준비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제 남동생(내년에 고등학생이 됩니다 흐흐흐)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태우스 님의 서재에서도 이 책이 좋은 점수를 얻더니, 플라시보 님 서재에서도 그렇군요. 추천 하나, 보관함에 옮기는 절차. 후훗.
그리고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CmKm을 보았는데 김진표의 사진들을 보는 순간 플라시보 님 생각도 잠깐 났어요. 어느정도 그의 사진을 좋아하시던 게 생각나서요.

플라시보 2006-05-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으흐흐. 진표씨의 사진. 아주 좋아라 하지요. 사진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사실 사진 작가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훨 더 잘 찍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죠) 저도 이 책 마태우스님 서재에서 보고 산 책입니다.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어요. (아..고루한 표현력^^) 남동생이 진학해야 한다면 한번 선물 해 보세요.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5-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찜해 뒀답니다.^^

플라시보 2006-05-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는 요리사들이 섭외가 잘 안되었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다시 살펴보시고 구입하세요.^^
 
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재일 조선인. 그러니까 일본에 살고 있지만 국적은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조총련이라는 단체 하에 있는 사람들의 삶은 답답하거나 안되어 보였었다. 패션의 최첨단을 걷는 일본에서 아직까지 치마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등교하질 않나, 그렇게 자유로운 땅에 살면서 어떻게 김 부자를 거의 신격화시키는 교육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이 거리에서 놀림감 내지는 희롱의 대상이 된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혀를 찰 뿐이었다. 나쁜 일본놈들 하다가도 그러게 왜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 잡아 드슈 하냐 싶었다.

만약 그들의 삶을 영화나 소설로 옮긴다면 어떨까? 그건 분명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일본인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판국에 조선 국적이라니. 사상이고 뭐고 다 떠나서 일단 가난한 나라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은 어딜가나 서럽게 마련이다. (우리가 방글라데시나 필리핀 사람들을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지 않듯이) 그러나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는 이런 내 생각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칙칙해야만 하고 칙칙할 수 밖에는 없으며 칙칙한것 이외에 달리 무슨수가 있겠냐는 상황에서의 전혀 그렇지 않음. 그게 바로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문제아는 반드시 결손 가정일 것이며 그도 저도 아니면 가난하거나 아님 엄마 아빠가 날마다 죽이네 살리네 싸우거나. 물론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집안 환경이 지랄맞으면 지랄맞을수록 아이는 힘들어질 것이고 힘들다보면 유혹에 약할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통계를 내어보면 멀쩡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나 우리가 흔히 문제 가정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이나 비슷비슷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환경 탓만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그러니까 개인의 의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재일 조선인인 소설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도 분명 차별을 당하고 또 심지어는 사랑하는 여자아이로부터 일본 국적이 아닌 다른 국적. 그 중에서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라서 너와 사귈 수 없다는 통보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그걸로 좌절하거나 이놈의 세상 하며 무너지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참으로 간단하고 심플해 보이지만 사실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간들은 언제나 자기가 어쩔 수 없는 부분 마저도 통제하고 또 자신의 마음에 들길 바라니까 말이다.

당연히 어두운 내용으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던 소설은 초반부터 이런 바램을 배신한다. 국적을 떠난 어디까지나 이건 자신의 사랑얘기 라고 선언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서 시종일관 유쾌 상쾌 통쾌로 이어진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그렇고 그런 소설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심각하되 그 심각을 찌푸리지 않고 웃으며 말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어쩐지 멋지다 마사루류를 떠올리게 해서 샀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다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간은 부족한듯 보이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그걸 뺀다면 이 소설은 매우 재밌으면서도 읽고나면 옮긴이의 말 처럼 만루 홈런과 같은 후련함과 통쾌함을 전해 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6-05-1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군요. 요것두 보고 싶넹.

플라시보 2006-05-1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 재밌었어요. 크게 심각하지도 않고 잘 읽혀요. 흐.^^

비로그인 2006-05-18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먼저 본 다음 책을 보았는데, 어쩌면, 두 장르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헛둘, 헛둘, 하며 빨간 스카프 목에 매고 운동장 구보하는 것을 상상하며 고개젓던 주인공의 모습이, 하나도 눅눅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기까지 한 것은 어쩌면 그 어린, 혹은 젊다는 것에서 오는 에너지였을까요?
제가 구입한 판본은 표지가 바뀌기 전의 것이었는데, 흰 바탕에 오렌지색으로 GO 라고 떡하니 씌어져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상쾌한 것이었습니다. 새로 바뀐 판본의 표지는 이전의 깔끔함에 비해 영 별로, 라고 생각했는데 플라시보 님의 마지막 단락을 읽으니 새로운 판본도 좋아보여요.^^(저, 팔랑귀입니다. 흐흐흐)

플라시보 2006-05-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저도 그러고 보니 저 영화 언뜻 스치듯 TV에서 본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주인공이 여자애에게 자기 국적을 밝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음.. 저게 새로 나온 표지였군요. 흐흐. 전 몰랐어요. 음... 오렌지색의 상큼한 Go도 이뻤을것 같아요. (역시 팔랑귀 하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엄마를 따라 슈퍼마켓에 가면 언제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얻어먹곤 했었다. 사실 나는 아이스크림 보다는 빙과류라 불리는 하드 종류를 더 좋아했었는데 엄마는 거기에는 색소가 많이 들었으니 이왕이면 천연 성분이 더 많이 든 (유지방)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했었다. 그렇게 장을 보러간 엄마를 따라간 나도, 장바구니에 콩나물이며 두부를 담던 우리 엄마도 그때는 몰랐었다. 오히려 아이스크림에 유지방이 들어가있어 더욱 해롭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주목했던건 오직 우유에 든 성분인 유지방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 하나였지만 그 속에는 또다른 진실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의 원료인 물과 유지방 즉 기름이 섞이게 하기 위해 위험한 화합물질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다 해로운 정제당분이 대량으로 들어가는건 말로 더 할 필요도 없다. (책에는 없지만 아이스크림은 보통 실온에 존재하는 다른 것들보다 더 달다. 한번은 녹은 아이스크림 물을 먹다가 너무 달아서 기절할뻔 한 적이 있었다. 차가움이 혀를 어느정도 마비시키기에 어지간히 달지 않고는 아이스림에서 단맛을 느끼기가 어려우므로 거기에는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제 당분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과거 유명한 제과회사에 다녔던 중역이 쓴 책이다. 거기서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던 저자는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과자의 폐해에 대해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누구보다 과자를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과자 예찬론자였으며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이에게도 과자를 열심히 먹였었다. 즉 그 분야에 있어 전문가였으나 그는 과자에 들어가는 각종 색소와 맛을 내기 위한 향료 그리고 인공 감미료나 정제당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개별적인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거래하는 일본의 슈크림회사 사장이 병으로 죽고 나서야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개발하고 또 소비했던 나아가 슈퍼에 진열되어 이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혀졌던 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과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가공식품. 그러니까 자연 그대로의 형태가 아닌. 어떤 식으로건 가공 내지는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아찔하다. 정말 슈퍼마켓에서는 인간이 먹어서는 안될 것들만 쌓여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제품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모두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이 상식은 어디까지나 몸에만 국한된 것이다. 이 식품들이 정말로 위험한것은 몸 뿐 아니라 정신건강. 즉 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해서 정신질환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그런 정크푸드가 나쁜 이유는 오로지 몸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단지 기름끼가 많으니까 혹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 기름과 설탕이 왜 나쁜지를 그리고 그것들은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이다.

책에서 본 가장 놀라운 사실 중 몇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우선 우리가 매우 좋은 기름으로 알고 있는 식물성 기름에 대한 것이다. 나는 콩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식용유가 정말 안전하고 좋은 기름인줄 알았었다. 그래서 식용유로 튀긴 요리나 식용유로 볶은 요리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다. 내 머리 속에는 분식점에서 파는 쇼트닝이라는 고체 기름에 튀긴 음식만 나쁘다고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식용유로 불리우는 것들이 얼마나 나쁜지 이 책은 말한다. 흔히 아는 참기름처럼 단지 콩을 넣고 압착을 해서 기름을 빼 내는게 아니다. 콩에서 그 많은 식용유를 빼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이 필요하며 그 공정에는 화학물질 과 고온이 필요하다. 따라서 깨끗하고 맑고 괜찮은줄 알았던 식용유는 사실 우리 몸에는 해로운 지방이었던 것이다. 어떤 가정에도 하나쯤은 있는 식용유. 감자도 볶고 달걀도 부치는 그 기름이 안전하지 못하다니 정말 충격이었다. 내친김에 기름 얘기를 더 하자면 마가린이 나쁜것도 처음 알았다. 버터보다 싸고 또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지방이니 좋을것이라 믿었던 마가린. 하지만 이건 버터보다 훨씬 나쁘고 식용유보다도 더 쓰레기이다. 원래는 액체 상태여야 하는 옥수수기름을 고체 형태로 만들기 위해 역시 인위적인 가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가공 과정을 거친 마가린은 2년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피지 않는다. 이걸 식물성이라고 좋아하며 빵에 발라먹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아찔하게 떠오른다.

요즘들어 많이 보게 되는 광고는 천연 무엇무엇을 첨가한 제품들이다. 이를테면 비타민이나 뇌에 좋은 DHA성분 혹은 칼슘이 들어간 제품들은 그게 들어가있지 않은 것 보다 훨씬 비싸다. 소비자들은 좋은 성분이 첨가되었으니 당연히 좋을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에 대한 진실이 나온다. 그리고 식품업계가 얼마나 일반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으며 소비자인 우리 또한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슈퍼에 진열된 식품들을 구입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제목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과자 얘기는 앞장에 주로 나와있고 뒤로 가면 갈수록 과자 이외의 위험한 식품 (이라 부르기도 힘들지만 아무튼)과 그것을 섭취한 현대인들이 노출된 각종 질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나온다.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먹던 햄과 소세지는 식품학자가 꼽은 가장 나쁜 가공식품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비타민이 들어있으니 청량음료보다는 훨씬 좋다고 믿었던 드링크류가 사실은 비싼 청량음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일리톨이네 어쩌네 하며 천연성분을 강조하고 마침내는 이를 닦지 못하면 이걸 씹는게 가장 좋은 대안처럼 광고되는 껌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패스트푸드점에 파는 음식들이 몸에 해로우려니 인스턴트 음식이 안좋으려니 정도로만 알아서는 이 많은 나쁜 음식들과 식품들 사이에서 무사히 건강하게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사실 이 책은 아주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그래서 읽으면 흥미롭다거나 아니면 잘 읽혀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책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매우 잘 쓰여진 책이라 책장이 잘 넘어간다.) 그렇지만 담겨진 내용의 충격 때문인지 이 책은 한번 잡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수가 없다. 내가 안전하다고 혹은 별로 해롭지 않다고 믿었던 식품이 어떤 탈을 쓰고 있고 그 탈의 뒷면에는 어떤 모습이 도사리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도 있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흘하게 읽을수가 없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아이를 둔 엄마들이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시골에서 손수 나물따서 반찬해먹는 사람이 아닌. 적어도 도시에서 장을 보고 가공식품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다. 먹거리는 이제 더 이상 밥담당인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탁에서도 그렇지만 식탁 이외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먹을꺼리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마신 드링크 한병. 천연 과즙이 들어가 있다고 광고하는 음료 한병. 아이스크림 하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엄마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문제이다.

몰랐던 사실을 너무 많이 알려준 고마운 책이라 불만을 얘기하긴 쉽지 않지만 사실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다. 좀 더 쉽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전문적이라 당연히 재미없고 쉬울수가 없다는건 편견이다. 전문적인것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을 수 있으며 그건 어디까지나 저자의 글실력이자 역량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불만마저도 크게 가질수 없을 정도다. 내용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쉽고 재밌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지 읽는동안 재미없어 혼났네라는 식의 불만은 아니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책을 읽고나서 과연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하냐는 것이다. 자연식을 하는게 좋기는 한데 이미 우리는 거기서 너무 멀어져 있기 때문에 이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사실 식용유의 대체유를 어디서 찾겠는가 말이다.) 다음에는 저자가 위험한 식품을 피하면서 요리하는 방법이라던가 대체품등을 알려주면 더욱 좋을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5-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괜찮을거라고 말해주세요 흐흑…실은 집에서 듣던 엄마 잔소리를 다시 듣는 기분입니다. `매일 먹는 게 아니니까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안들으려고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책에서 접할 때의 그 뜨악함이란. 보관함으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정말, 대안책은 무엇일까요?

sooninara 2006-05-1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낳고 키우면 이런 책이 남의 일 같지 않죠?
저도 과자 안먹이려고 해도 아이들이 먹고 싶어해서 사주게 돼요.
그래도 전보단 덜 먹이려고 애씁니다.

플라시보 2006-05-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오직 가공하지 않은 식품들만 먹는건데.. 그게 쉽지가 않죠. 우리 보통은 식용유를 가공식품이라 생각하지 않잖아요. 근데 그것마저 안된다고 하니... 음.. 그리고 하겐다즈. 혹시 바 형태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초컬렛이 씌여져 있는건 더 나쁘다 하더라구요. 초컬릿이 아니라 모양만 초컬릿인데 그게 그렇게 해롭다고... 아.. 영 안먹고 사는건 힘들지만 이거 읽고나니까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못 먹겠더라구요. 쩝.

sooninara님. 흐..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제목 부터도 아이가 들어가있고 또 과자에 관한 내용이니까요. (애들과 과잔 정말 뗄 수 없는 관계지요.) 근데 어른들도 과자 끊기 힘든데 아이들은 정말 힘들것 같아요. 더구나 과자에 많이 노출되어있는 요즘 애들은 더 끊기 힘들꺼구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