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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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동안 내내 괴로웠다. 목 근육이 잘못되어 보호대를 차고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이 다 나으면 봐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내 손은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위에 있는 이 책을 향하고 있었고 심하게 웃으면 목근육이 땡겨서 죽을것 같으면서도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이유들은 다 가지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책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기준은 재미이다. 지식이고 예술이고 뭐고 간에 일단 재미를 바탕으로 깔지 않은것은 읽는 내내 괴로울 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밌다는, 그것도 너무나 재밌다는 것이다. 내가 아플때 읽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병문안 갈때 이 책 한권 사들고 간다면 분명 고마운 사람으로 오래오래 남을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웃고, 읽으면 읽을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그렇게 아까울수가 없었다.

김영하의 책은 이우일과 함께 쓴 영화이야기 다음 포스트 잇이 두번째이다. 영화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포스트 잇의 경우는 영화라는 틀 안에서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욱 더 재미있고 다양하다. 김영하의 책을 읽다가 보면 정말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을 계기로 나는 김영하의 팬이 되었다. 물론 그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내가 재미를 너무 강조해서 요즘 인터넷 세대에게 어필하는 가벼운 재미라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그런 재미라면 인터넷을 뒤지는 것으로 충분하지 굳이 책까지 사가면서 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따로 뭐라고 또는 어떻다고 설명 할 길이 없다. 이건 그냥 읽어봐야 안다. 읽어보면 절대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별점이 최고가 5개 뿐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정말 간만에 만난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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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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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이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여행기로인해 방송활동도 많이 했고 여행기도 발표하는 족족 베스트셀러이다. 한비야의 책을 보려면 우선 전에 낸 책들부터 봐야했겠지만 어쩐지 나는 요즘 한국사회에서의 베스트셀러들이 미덥지 않아서 여태까지 미루고 있었다.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유행에 편승되는것 같아서 미루고 있는 책들이 많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주문을 해서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었다. 뭐 별로 잘 쓴거도 아닌데 이게 무슨 베스트셀러라고...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담백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글솜씨를 자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비야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누구보다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담백함으로 인해 한비야의 책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비야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여자 혼자서 그 많은 오지들을 일일이 두 발로 밟으며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들릴까봐 조심스럼지만 사실 여자가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성은 몇십키로나 되는 여행배낭을 매고 다니기에는 체구도 작고 위험한 순간에 자기 몸을 지키는 것도 남성에 비해서는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한비야는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없이 세계 여행을 하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걸어서 다니는 모험을 했다.

세계 여행기를 먼저 읽지않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를 좀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번 나는 휴가가 되면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거창한 계획만 세우고 번번히 좌절을 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를 돌아다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해외여행은 만만치 않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를 도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한비야의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도대체가 무서운게 없는 여자군. 정말 그렇다. 한비야는 여행중 아프면 어쩌나 나쁜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비가오면 어쩌나 그런 많은 어쩌나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닥치면 닥치는대로 이겨내면서 여행을 계속 해 나간다. 여러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과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녀의 여행은 조용하면서도 깊다.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것을 온전히 자기 안으로 소화시키면서 그녀는 점점 더 자라는것 같다. 여행기를 여행의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만 보자면 한비야의 여행기는 그리 후한 점수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우리는 활자를 읽는 수고 만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미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여행기를 읽어 보았지만 한비야의 책은 특히나 담백하고 조용한것 같다. 한비야의 성격이 조용한건 아닌것 같은데 그녀의 여행기는 다른 여행기에 비해 요란스럽지 않아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조만간 한비야가 쓴 나머지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땅을 밟으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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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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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훈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 책이 내가 접한 김훈의 첫번째 글이다. 여기 저기서 섰던 칼럼들을 편집해 놓은 책이니 만큼 한가지 분위기로 가지는 않는다. 총 4개의 큰 제목아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큰 제목과 함께 있던 얘기들이 제일 재미있었던것 같다. 그러나 뒷 부분으로 갈 수록 재밌다는 생각 보다는 신문 사설을 보는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확실히 저자는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같은 세대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30대 후반 정도가 되면 이 책에 나온 모든 내용들에 공감하며 때로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나는 많은 쳅터들을 건너뛰었다. 글을 읽는데 있어서 재미가 일순위인 나에게는 읽기에 조금은 머리 아픈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가지 반가운것은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라는 책에 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쓴 그 책은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받았지만 나에게는 와닿지 않은 엄살에 불과했는데 김훈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의 필체는 조금 어렵다. 결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술렁술렁 읽어넘길 책은 아니다. 사회를 비판하고 아무 고민도 생각도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뜨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신문사설같이 딱딱한 그의 필체가 재미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첫번째 큰 제목과 그 아래의 글들은 상당히 재미있어서 내심 기대가 컸었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나처럼 대강대강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지나치게 심각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기는 하지만 꼭 읽어보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 같이 할랑한 인간들에게만 권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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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리포트
엘렌 럽튼 지음, 이정선 엮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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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은 갖가지 예술 및 생활과의 조우가 가능한 분야이다. 아직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인 만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그래픽 디자인은 문학, 미디어, 대중문화, 테크놀로지, 예술, 역사등 다방면에 걸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에 관한 체계적이고도 분석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리포트는 썩 잘 써진 비평서이자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그래픽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라고 볼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다룬 ‘이론’ 부분.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과 각종 메스 미디어와의 관계를 정리한 ‘그래픽 디자인과 미디어’. 끝으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정리해 둔 ‘역사’가 마지막장이다.

여느 분야의 디자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나 그래픽 디자인은 이론과 디자인 능력을 겸비해야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롭고 참신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도구로써의 디자인과 이론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하고도 충실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굳이 책의 뒷면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칭찬으로 가득한 소개말을 보지 않더라도 책을 덮고 나면 머릿속에 이론적인 부분들이 어느 정도 정립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이론을 이론으로써 끝내지 않고 디자인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디자인 이론서와 큰 차이를 갖는다. 즉 이 책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그래픽 디자인의 지침서가 될 수 있도록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있다. 맛있는 음식도 아름다운 그릇에 담길때 비로서 훌륭한 요리의 완성이 이루어지듯 책의 컨덴츠는 그것을 적절하게 담아 낼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 속에서 더욱 빛난다. 특히 텍스트에 따라 레이아웃과 색을 바꾸는 등 내용과 형식, 그리고 텍스트 디자인을 융합하고 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디자인의 역사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두었으며 적절한 예시와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따로 자료를 더 구하지 않아도 이 책 하나로 충분할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10년이 넘는 동안 디자인, 글, 연구를 활용한 책이니 만큼 현재의 디자인이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맥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으며 나아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답을 정립할 수 있는 21세기형 디자이너가 되도록 도와준다.

책의 판형이 다소 크지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무겁지 않으며 종이의 질은 눈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쇄상태로 각종 자료들을 최상의 컬러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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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미술관
황록주 지음, 손정목 사진 / 아트북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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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나는 여행기를 몹시도 좋아한다. 게을러서 직접 가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가보고픈 마음을 생짜로 억누르기에는 갈증이 가시질 않을 때 나는 잘 쓴 여행기를 골라잡는다. 그리고 침대 위나 방바닥에서 뒹굴며 그들이 고생고생해서 얻은 기쁨을 간편하게 수혈 받는다. 가본 것만 하겠냐만은 조금의 수고도 들이지 않고 이미 초등학교 때 다 땐 한글을 읽는 것만으로 얻는 것 치고는 수확이 크다. 더구나 여행기에는 의례 사진까지 들어가 있으니 읽는 것 이외에 보는 즐거움도 솔솔찮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다소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다. 이건 여행기가 아니라 미술에 관한 책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맞다. 이건 미술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술관이라는 곳을 여행하기 위한 책으로 그 어떤 여행기들 보다 친절한 책이다. 일반인들에게 미술관 하면 난해하고도 어려운 작품이 걸려 있으며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는 발소리마저 선명하게 찍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미술관을 찾은 일은 지인이 작품 전시전을 연다고 해서 갔을 때 였다. 예전 신문사 기자시절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분이라 인사삼아 갔더랬다. 내가 갔던 미술관은 방송국 안에 있는 것이었는데 다소 좁고 분위기도 너무 엄숙했다. -방송국은 엄숙하지 않으나 그 부대시설인 미술관은 무척이나 엄숙했다.- 거기다 걸려있는 작품도 추상화라서 ‘내가 발로 그려도 어쩌고’ 하는 불손한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미술관도 하나의 테마 여행이 되겠구나 하는. 왜 그런 사람들 있지 않는가. 음식 기행이라고 해서 각 나라 음식이란 음식은 다 돌아다니면서 먹어 본다던가 아니면 해외의 유명한 쇼핑몰은 다 돌아보고 온다거나 하는 테마 여행 말이다. 책에 소개된 미술관은 우리나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에 관심이 없거나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미술관을 가 볼만한 곳으로 느끼도록 했다는 것이다. 난해한 작품 설명이 아닌 그 미술관이 생기게 된 이유며 미술관의 풍경. 부대시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황록주 개인의 심상과 함께 딱딱하지 않은 필체로 그려놓았다.

일반 건물들과 달리 용도 자체가 감상용인 미술관들은 하나같이 특이하고도 아름답다. 공간의 높은 효율도나 투자비용등을 건지기 위한 여타 건물들과는 다른 여유롭고도 넉넉함이 존재하는 곳이 미술관이다. 미술 작품을 보지 않더라도 단지 건물과 주변 풍경을 보기 위해서 간다고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주로 현대 미술관이 소개된 곳이기는 하지만 그림과 조각 그리고 여러 가지 미술품들이 골고루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친절한 점이라면 약도부터 시작해서 휴관일 입장료 주차시설 등등 정말로 그 미술관을 찾아가려고 할 때 필요한 정보들이, 소개된 미술관의 각 뒷장에 따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여행기보다 더 친절하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가 보면 당장이라도 가까운 미술관을 찾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미술관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바람에 지방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갈 만한 미술관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미술관뿐이겠으며 이 책 탓이랴. 나도 서울에 한 두 번씩 갈일이 있는데 그때마다 꼭 하나씩은 미술관을 둘러봐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현대미술에 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하여도 미술관은 내게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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