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류미늄으로 만들어진 노가리. 용도는 뭔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특이하지 않은가? 천장에 한마리 매달아 놓고 자린고비 흉내를 내어도 나쁘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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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 2004-02-2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보는 순간
최승호의 <북어>란 시가 떠 올랐슴돠~!

북어(北魚)


밤의 식료품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이부분이 압권!!!

플라시보 2004-02-2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는 좀처럼 어려워서 잘 읽지 않습니다만. 님께서 친히 올려주신 이 시는 좋은것 같네요. 특히 말씀하신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참으로 압권입니다.^^

nugool 2004-02-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걸 뭐에 쓴대요? @@ 모르고 씹었다간 이빨이 아자작 --;;

비로그인 2004-02-2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
이거 너무 하지 않쏘?
초고추장과 쐬주를 내 놓으란 말이오오오~~~!!
글고 부디 부탁하오니, 멸치 똥도 좀 따주시구랴~ *^^*(웁쓰....멸치가 아니라 노가리였지.....ㅋ)

nugool 2004-02-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큭... 냉열사님~ 노가리에 쐬주도 괜찮아요.. ^^

groove 2004-02-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알에 핸드폰줄꿰서 아버지 핸드폰에 달아드리고싶네요. 밖에서아끼고 집에다가돈좀풀라고 ㅋㅋ(저희아버지는 핸드폰을 밖에서만사용하시는지라 ㅋㅋ)
 
케이팩스
진 브류어 지음, 최필원 옮김 / 대현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신문 사회면에는 날마다 끔찍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사라졌던 아이들이 끝내 처참하게 살해가 된채 발견이 되거나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살해된다. 나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내가 죽는건 아주 늙어서 호호백발이 된 다음 노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살지만 사실 순간 순간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나 일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남자가 정신 병동에 들어온다. 그는 K-PAX라는 거문고좌 근처의 행성에서 온 플롯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의 치료를 맡고 있는 진 브류어(작가와 이름이 같다.)는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의 정신병자들과 달리 플롯은 아주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무엇보다 병원의 환자들이 플롯을 통해 평화를 되찾는다. 진 브류어는 어느날 최면 요법으로 플롯을 치료하다가 플롯의 내부에, 아니 정확하게 말 하자면 플롯이 실은 로버트라는 남자이고 플롯은 그의 또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보통 제2, 제3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인 본인이 위험에 처하거나 곤란할때만 등장하는데 플롯의 경우에는 다른 다중인격자들과 달리 계속해서 플롯만 표면으로 등장해 있다. 플롯은 얼마 후 자기는 K-PAX로 돌아 갈 것이라고 말하고 진 브류어는 그 전에 어떻게 해서건 플롯의 뒤에 있는 진짜 인격인 로버트를 밖으로 불러내어 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플롯은 사라지고 모든것에 반응이 없는 로버트만 남겨진다.

이 책이 공상과학에 분류되어 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플롯이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그 부분에 대해 이 책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 플롯이 산다고 주장하는 케이펙스는 학자들 조차도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별로 일반인들이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정을 해 두었다. 그 밖에도 케이펙스에서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패턴을 알아 낸다던가 플롯이 그림으로 표현한 케이펙스와 지구등의 천체도가 실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 등등은 플롯이 실제로 외계에서온 생명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좀더 재밌는 소설을 위해 사용된 장치일 뿐. 이 소설이 진짜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만들어낸 별 케이펙스에서의 생활과 모습은 모두 로버트(플롯이자)의 삶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그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케이펙스에서는 당연히 없거나 있어도 거의 존재하지 않음이나 마찬가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보기에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결국 스스로를 치료하려고 만들어 놓은 제2인격의 도움 조차도 받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버린 이야기이다.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사람이 미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늘 그렇듯 미쳤다와 미치지 않았다의 경계가 어디인가 하는 것도. 재밌는 책임에는 분명했지만 깔깔거리거나 유쾌할 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볼때 이 책은 플롯과 케이펙스라는 몹시 흥미로운 장치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더없이 우울하고 착잡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슬픈 소설이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케이펙스와 플롯이라는 존재에 대해 촛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케이펙스와 플롯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제일 처음 언급한 것 처럼 이렇게 험한 세상을 살다가 어느날 험한 일을 실제로 겪게 된다면 우리도 로버트처럼 플롯같은 존재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것이 너무나 끔찍하여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라도 해서 살려고 하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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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책도 있었는지.. 몰랐어요...^^;;
 
소니를 지배한 혁명가
아사쿠라 레이지 지음, 이종천 옮김 / 황금부엉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게임이라고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겔러그와 테트리스 이외에는 해 본적이 없다. 그런 내가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게임 자체에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게임 시장에 관해서는 늘 예의주시 하고 있었었다. 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게임 시장의 판도는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동생이 게임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광이었으며 철권 버추어 파이터, 파이널 판타지, 심시티등 다양한 게임에 상당한 실력을 갖춰서 나로서는 직접 하지는 않아도 그냥 플레이 하는 것만 봐도 신이 나곤 했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올 당시 게임은 이미 닌텐도와 세가가 양대산맥을 이루며 거의 독식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후발주자로 뛰어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으나 능력있는 서드파티(게임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들)들을 섭렵해서 곧 게임산업계의 강자로 떠 올랐다. 당시 닌텐도의 서드파티중 하나였던 스퀘어가 파이널 판타지를 소니에서 발매함으로 인해 소니는 단시간 내에 게이머들의 환영을 받게 되었다. 소니가 성공한 이유는 훌륭한 서드파티. 그리고 기존 게임기와 달리 카트리지(일명 게임팩)가 아닌 CD-Rom을 사용해서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낮추고 추가생산을 용의하게 한 것에 있다. 또 유통에 있어서도 기존의 전자상가 같은 곳을 이용했던 닌텐도와 세가와는 달리 소니는 편의점에서도 게임기와 게임CD를 판매하여서 유통 혁신을 이뤘다.여기까지가 내가 소니에 대해 아는 지식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는 구타라기 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구타라기 개인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물론 책 만으로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기는 다소 버겁지만 소니와 닌텐도 그리고 세가의 역사와 플레이스테이션 출범 당시의 상황을 약간만 짚어준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전문 용어들이 나오고 있어서 게임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버겁다.(뒷편에 용어 해설집이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그리고 초반부에 기술적인 것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일반인에게는 다소 흥미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나 역시 초반부를 읽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중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탄력이 좀 붙었었다.

게임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재밌게 볼 만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 재미가 뛰어난 편도 아니다.(차라리 스타벅스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재밌다.)그러나 다소 보수적인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은 이례적인 만큼 여러가지 위기 상황들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가능하다. 플레이스테이션은 후발 주자였던 만큼 세가나 닌텐도보다 단연코 뛰어나야만 시장점유가 가능했고 또 소니에서는 컴퓨터쪽에는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기에도 힘든 상황이었다.(최근에는 컴퓨터 쪽에도 바이오의 성공으로 인해 어느정도 고무적이긴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엔지니어인 구타라기 겐이 연구뿐 아니라 마케팅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두루 손을 대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분명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말 해 준다.

썩 재밌는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과거 슈퍼 캠보이(닌텐도의 패미콤)라도 한번 잡아본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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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재미없어 보이짐나... 그래도 읽어보아야겠네요..

BRINY 2004-05-09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적인 소니라...우리나라나 일본의 대부분의 기업에 비하면, 제가 접해본 소니의 기업문화는 놀랠 노자였습니다. 일본에서 파견나온 부장이 평사원을 그냥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는 걸 들었을 때는 '문화 충격'까지 느꼈더랬지요.

플라시보 2004-05-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어떤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보수적으로 볼 수도 또 진보적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겠죠. 또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구요^^ (특히 우리나라는 호칭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더더욱 충격이셨을듯 싶습니다.)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
줄리언 반즈 지음, 권은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늘 질투를 하면서 산다. 그렇지만 질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질투는 대게 유치하고도 적날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잘생겨서, 나보다 좋은 직장에 다녀서, 나보다 인기가 많아서, 나보다 돈이 많아서 등등 그 이유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치부와 유치함을 동시에 인정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저런 나열 속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허접한 질투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 많은 질투들 중에서 사랑이라는 문제가 개입이 되면 질투는 한층 더 원색적으로 변한다. 몇초정도 더 처다본 여배우 때문에 자기보다 저 여배우가 좋으냐고 묻는 여자. 지나가는 젊은 남자에게 눈길을 주는 여자 앞에서 은근히 주눅이 드는 남자. 그러나 이건 현재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질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를 질투하면서 부터 시작이 된다. 정신과 의사인 그레이엄은 아내 바바라를 두고 전직 여배우인 앤과 바람을 피운다. 그레이엄은 바바라와 이혼하고 다시 앤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아주 행복하다. 적어도 그레이엄이 앤의 과거에 대해 질투를 하지 않을때 까지는 말이다.

그레이엄은 분명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현재가 아닌 과거를 질투하는 것은 답이 없다. 처음에는 그 과거를 단지 알고 싶어 한다. 앤이 누구와 잠자리를 했었고 누구를 만났으며 또 어디에 갔었는지. 하지만 단지 사실을 알아내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미 과거로 지나가 버렸고 자신을 알기도 전의 순간이지만 질투는 사라지질 않는다. 과거를 질투해서 어쩌겠냐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집착을 하게 된다. 혹시나 빠트렸을 그녀의 과거에 대해. 그러다가 점점 그의 질투는 과거에서 현재로 내려오게 된다. 계속해서 이미 지나간 과거만 질투 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의 증거물들을 찾게 된다. 그레이엄은 마침내 자신의 친구 잭과 앤이 부정한 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에 관한 질투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그 속에 어떤 결정적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는다. 그레이엄이 친구 잭과 앤이 부정한 사이라고 믿는 단 한가지 물증은 잭이 쓴 책이다.(잭은 소설가이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정사장면은 다 잭과 앤의 정사장면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봤을때는 비약이 심하다 못해 정신상태마저 의심스럽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과거를 질투해버리기 시작했으면 현재도 가만둘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와 그레이엄이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먼저 상대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그건 처음에는 일종의 호기심이나 궁금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새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 알고싶어 하는 정도가 전부는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혹시나 상대가 과거의 사람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거나 혹은 그리워 하거나 최악의 경우 나를 대체품으로 만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게 이 단계로 넘어가기도 전에 실증이 나서 관두지만 심각할때는 마지막 단계까지 갔었고 결국은 내가 괴로워서 관계를 그만 둔 적이 있다.

다른 기쁨이 없고 오직 옆에 사랑하는 사람만 눈에 보이고 그를 향한 사랑이 너무 클 경우 과거를 질투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현재 그가 처다보는 여배우를 질투하는 것 보다는 훨씬 복잡한 일이다. 이 모든건 우리가 인간이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을 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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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란게... 그리 쉬운건 아닐텐데..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조원규 옮김,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 북라인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산다는건 장난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그 무게와 심각성에 가끔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스스로 느끼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 정도는 해야 사는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견해를 엿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한없이 우울해 진다.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꼬면서라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말 잘나서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키는 그들을 보면 나란 인간이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자신의 소비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자신의 일이건 취미 생활이건 놀라울 정도의 에너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은 미장원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편 잡지들 속에도 등장하고 자기전에 뉴스나 보자고 켰던 TV속에서도 쉴새없이 등장한다.

내가 전부터 말 했잖아는 악셀 하게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아네 파올라가 있고 어린아들 루이스가 있으며 말하는 냉장고 보쉬가 있다. 그는 별로 특별날 것도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보다가 보면 그는 결코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적어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대신 말하는 냉장고 보쉬와 대화를 나누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쪽을 택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독일사람이 지은 유머러스한 책을 한권 더 봤더랬다. 그 책의 주인공 남자는 싱글이며 백수라 한없이 게으른 자신의 삶을 썼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음에도 그것에 눌리지 않고 사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은 독일인의 유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지 않는것 이라는 말을 공감하게 해 준다. 웃기긴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참으려고 하지만 입과 눈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맛보게 해 준다.

재밌는 책만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냥 재밌다라는 말로만은 표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웃는 그 속에 철학이 있고 사는것에 대한 고단함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가 묻는다면 재밌는 책이다 라고 대답 할 것이다. 복잡하게 설명 해 봐야 직접 읽어서 느끼는 것만은 못할 것이므로 그냥 재밌다는 말만 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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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산다는 건 장난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