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가지 이야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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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읽어 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샐린저의 호밀밭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밀리언셀러이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해질 만큼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괜찮은 소설인걸까? 나쁘지는 않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의 명성중 8할은 한 사건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이란 마크 채프먼이라는 작자가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을 암살할 당시 손에 들고 있었던 책이 바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에도 호밀밭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좋은 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은데에는 저 사건이 미친 영향이 지대하지 않나 싶다.

사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다지 나쁠것도 좋을것도 없는 소설이다. 문학계에서는 샐린저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뽑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영향을 받은것 같지도 않고 하루키는 샐린저의 작품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하루키가 만약 샐린저의 계보를 이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거나 원해서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우연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내게 있어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렇게까지 칭송받을 만한 작품도 그렇다고 해서 욕을 푸지게 먹을만한 작품도 아닌것 같다.

아홉가지 이야기는 대학때 읽은 호밀밭을 제외하고는 두 번째로 읽는 샐린저의 책이다. 보통 J.D. 샐린저로 표기가 되기 때문에 그의 풀 네임을 몰랐었는데 이 책 덕분에 나는 J.D. 가 제롬 데이비드의 약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내가 건진 유일한 성과라고 하면 좀 과장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몹시 재미없게 봤다. 아홉가지 단편이 실려 있건만. 어느 하나 '과연 재미있군'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아홉가지 중에서 에스키모와의 전쟁 직전은 적어도 무슨 내용의 단편인지 정도는 파악이 가능했으나 나머지 여덟가지 단편은 정말 너무도 형편이 없어서 책값이 다 아까울 지경이었다. 제목도 어째서 저런것들을 붙였을까 싶게 내용과 거의 무관하고 (이건 그중 제일 나았던 단편 에스키모와의 전쟁 직전도 마찬가지다. 거긴 에스키모인도 전쟁도 또 그 전쟁의 직전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거의 대화로 이루어진 단편들은 무슨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다. 꼭 남의 메신저를 훔쳐본것 처럼 말이다. (알다시피 메신저는 바로바로 대화를 하면서 봐야 무슨 소리인지 알지. 대화를 다 나누고 난 이후 제3자가 보면 대화처럼 바로바로 피드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엉뚱한 대화로 보이기 쉽상이다.)

호밀밭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음에도 이 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건 호밀밭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작품들이 실려있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고사하고라도 어떤 내용인지 정도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읽는 내내 머리통만 어지러워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뭐 교훈적이라던가 재미를 추구했다던가 하는 것도 없다. 이런 글을 주절주절 쓸꺼라면 대체 왜 글을 쓰나 싶을 지경이다. 물론 이건 문학적 소양이 한참이나 부족하고 무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 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책은 절대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재미있고 없고 정도는 나도 안다고 생각한다.) 혹시 J.D. 샐린저라는 이름에 혹해서 이 책을 사서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재미가 없어도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싶게 없기 때문이다. (허나 여기서 뭔가 대단한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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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1-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셀린저의 뒤를 이은 작가라고 평가받는 원인 중의 하나는 아마 그가 일본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번역자로써 명성을 얻은 것과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그의 번역은 제법 훌륭해서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 까닭인지 하루키의 작품에서 셀린저의 이름이 가끔 나오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저도 이 책하고 이 책 후속권인 셀린저의 또다른 단편집을 사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서관에 주문을 넣어야할까 봅니다.(아무래도 읽기는 해야 할 것도 같아서요,)

perky 2005-01-1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명성에 비해 평범하다고 느꼇었구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단편 'a perfect day for bananafish'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도 읽었었는데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할련지..사람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니까, 제가 이상한가보다 생각했었는데..님 글 읽고나니 좀 위안이 되네요. ^^

칼잡이 2005-01-1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책은 못봤지만 다른 책을 통해 여기 수록된 바나나피시와 에스메를 위하여는 읽었는데, 특히 에스메를 위하여를 상당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검토겸 서점에서 이번에 출판된 아홉가지이야기를 펼쳐보았는데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본 장석주의 소설이라는 책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에스메를 위하여>의 마지막 문장은 '에스메여 아는가? 정말로 졸리는 잠이 찾아들 때 그 사람은 또다시 몸과 마음이 다같이 온전한 사람이 될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인데 이책에서는 무슨뜻인지도 모를, 능력 어쩌고 저쩌고 번역됐던데 한참을 이해하려해도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그리고 차알스가 '안녕 안녕 안녕 안녕' 하는 부분이 이책에서는 '헬로 헬로 헬로 헬로'던데, 원래 그 부분의 순수한 느낌이 잘 살지 않는 듯했습니다. 가장 감명깊은 문장들만 검토하고 전체 적으로 다 읽지는 않아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 두 문장의 번역만으로도 약간 실망했습니다. 참 재밌게 읽은 소설인데..

LAYLA 2005-01-1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아주.......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주_ 지루했어요.
흠...

플라시보 2005-01-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음..그렇군요. 하루키가 호밀밭을 번역했군요. 그런데 하루키는 왜 호밀밭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 못할까요?^^ 이 책 바로 아래에 있는 산문집에 보면 그런 내용이 있거든요. 다소 호밀밭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perky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전 저만 못 알아듣나 싶었는데 님과 마찬가지라서 저 역시 위안이 됩니다.^^

솜주먹님. 음..번역에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죠. 하지만 누가 번역을 어떻게 했건간에 저는 J.D.샐린저와는 코드가 안맞는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님처럼 재밌었으면 좋으련만...

LAYLA님. 전 뭐 지루한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이 단편집은 정말이지 읽으면서 대체 내가 이걸 왜 읽나 싶었습니다.^^ 호밀밭도 지루하셨다면 이건 안보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seamrh 2005-01-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최고였다고 생각되는데...세상 참 넓군요...
어떤 작품이 좋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플라시보 2005-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eamrt님. 저도 호밀밭이 아주 나쁜건 아니었습니다만.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될 만큼 대단한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그런것이고 실제로는 대단한 작품이겠죠.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꾸준하게 읽히는거구요. 다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작품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향하니까요^^ 어떤 작품이 좋았냐구요? 흐흐. 제 서재에 들락거리셨으면 아시겠지만 저는 재밌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사사 2005-01-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대 평가라기보단, 샐린저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략적이라는 게 대다수로 몰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플라시보 2005-01-2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님. 뭐 그럴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샐린저 효과라는게 정확하게 뭘 말하는거죠? 위에 제가 언급한 사건 말고 다른게 있나요?
 
The Scrap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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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게 취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작가가 한 사람쯤은 있을 것이다. '저 작가가 책을 내면 무조건 사야해' 라는. 내게 있어 그런 작가는 딱 한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에서 열풍에 가까울만큼 큰 인기를 얻었었고, 하루키 특유의 심드렁한 문체를 흉내낸 수많은 아류작가들을 양산해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그 열풍이 가라앉아서 괜찮지만 한때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좋아한다는 것 만큼이나 흔해빠지고 뻔한 느낌을 줬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말을 거의 입밖에 내지 않았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 내 사랑은 특별한데 그게 남들 눈에는 그저그런 뻔한 유행에 휩쓸린 작태로만 보이고 싶지는 않은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참 별것에도 신경을 다 쓰고 살았구나 싶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로 유명해진 사람이지만. 사실 나는 그의 에세이나 산문집 혹은 단편집을 더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최고로 뽑히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노르웨이의 숲,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보다는 오히려 단편인 치즈케잌모양을 한 가난이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필기구에게 인격을 부여한 단편이 훨씬 더 재밌었다.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이다. 그런데 여느 단편집들과 약간은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 에스콰이어,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뉴욕 타임즈 등을 읽고 재밌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그 기사를 가지고 원고를 쓰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책의 서문에 몹시 수월한 작업이었다고 고백을 해 놨었다. 매 회 무엇에 대해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스포츠 종합지 넘버라는 곳에 연재했음) 매월 혹은 주 단위로 나오는 잡지를 통해 소재를 얻다니.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며 한편으로는 일본인 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잡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인간인데 어떨때는 잡지를 읽고 나서 나도 저 제목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서 무려 4년간 연재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 책은 그 중에서 일부를 모은것이다.

하루키가 이 글을 쓸 당시가 80년대여서 그런지 이 책에는 그리운 80년대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별로 옛날 이야기 같지가 않다. 옛날 이야기란 으례 '맞아 그땐 그랬지' 따위의 감상과 함께 무릎을 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다지 그런게 없다. 내가 80년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 시대에 그 잡지를 보고 연재한 글인데도 내게는 별로 80년대라는 화두로 와닿지는 않는다. 제일 마지막에는 LA올림픽이 열렸던 (1984년) 당시에 하루키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를 기록한 '올림픽과 별로 관계가 없는 올림픽 일기' 도 실려있다. (좀 아쉬운게 4년만 뒤에 썼으면 88서울 올림픽인데 싶다.)

사실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다지 권할만한 이유가 없다. 할랑한 산문집인데다 뭘 주장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끝내주게 재밌지도 않고 책도 얇고, 읽고나서 그다지 남는것도 없고 등등등.  그래도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재밌고 소중한 책임은 틀림없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하루키의 신작을 무척이나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지금은 하루키의 글이라면 뭐든 다 좋아 하는 정도이므로 이 책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하루키 자신도 이 책에 대해 자기가 스크랩한 기사는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므로 읽고 난 후에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종류의 글은 아니라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 하자면 하루키 팬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고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사서 읽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그래도 나는 어?거나 좋았다. 모처럼 하루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산문집이 아닌가. 이렇게 남는거 하나 없고 그저 약간 키득거리게 되는 글도 나름대로 무척 좋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게는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넷 까지 받을만한 책은 아니다. 허나 안으로 굽는 팔을 어쩔수가 없었다. 별 다섯을 주고 싶은것도 억지로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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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좋아하면서도 입밖으로 내어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심정, 너무 이해가 가요.

그런데 저는 하루키에 대한 사랑이 좀 부족했던지...

스푸트니크의 연인 이후로는 이렇다 할 감흥을 받지 못하고, 계속 실망하다보니, 이젠 더이상 읽고 싶지 않아져버렸어요.

누군가를 진득하게 좋아하는 것, 그걸 못하는 내 탓인지,

아니면, 진득하게 질 고른 작품을 써주지 못하는 하루키 탓인지,

분간이 안됩니다요. ^-^;;

플라시보 2005-01-1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흐흐. 한때는 입밖으로 내어 말하기가 좀 뭣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당당하게 말합니다. 하루키 인기도 많이 떨어지고 해서^^

그리고 소설은 저 역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후로는 그저 그렇다고 느낍니다. 근데 저는 하루키 소설보다는 산문집이나 단편을 좋아해서 별로 상관없습니다. 꾸준히 좋아라 하고 있지요^^ 하루키도 제가 보기에는 꾸준하게 잘 쓰는 작가는 아닌것 같아요. 작품의 기복이 심하더라구요. 님 탓이 아닌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1-1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에게 반해서 아저씨가 쓴 책은 다 읽고 동호회까지 가입했었는데...ㅋㅋ
<해변의 카프카>에서 좌절했어요. 아저씨가 늙은건지, 내가 지친건지...
그래도 <먼 북소리>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하루키 처럼 지중해에 살러 가면 얼마나 좋을까....이 추운 겨울에...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플라시보 2005-01-1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님도 하루키의 팬이시군요. 저도 어지간한 하루키 책은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키 단편의 경우 출판사들 마다 각자의 이름으로 발간해서 겹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님도 혹시 그런 경험 없으셨는지... 아무튼 하루키는 작가로는 참 행복할것 같습니다. 글 쓰려고 해외도 다니고 본인은 치열하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들이 전부 할랑하니..^^

수닐 2005-03-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글이 쉽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할랑하다는 얘기도 좀 그렇네요. 하루키가 어럽게 쓸 줄 몰라서 어렵게 쓰지 않는게 아닐겁니다. 별로 어려운 얘기도 아닌데, 별의 별 미사여구를 달고선 어렵게 쓰는 작가분들이 계시는데, 오히려 깊은 얘기도 쉽게 풀어쓰는게 더 내공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루키의 80년대의 에세이를 보면 대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만 간단하게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 시대적 어눌함을 피하고자, 그리고 아무래도 가벼운 잡지의 연재문이라 가볍고 유쾌한 어조로 썼으리라 짐작합니다.

야초 2005-03-04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애가 상실의 시대라는 책 제목을 얘기하는 걸 들은 후로 꾸준히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었어요. 소설중에 읽은 건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 그리고 단편 중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등을 읽었었구요. 저도 플라시보님과 마찬가지로 산문집이나 에세이 그리고 단편모음집을 좋아헀습니다. 슬픈 외국어,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빵공장 재습격사건 등등.. 저 같은 경우엔 책을 정말 안읽는 편인데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 이름이 나오면 일단 들춰보고 왠만하면 구입을 해서 읽곤 했었죠. 이 책도 재미나게 볼수 있을 것 같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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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감히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 책에대한 리뷰도 별로 없을 뿐더러 (내가 주문했을때 1편인가 있었는데 그 사이에 더 늘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 천명관은 내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알다시피 상을 받은 작품들이 다 재밌는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순전히 모험이었으며 그 모험이 성공적인 것은 행운 중에서도 큰 행운이라고 말 할 만하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서 밥을 먹는것도 잠을 자는것도 뒷전으로 밀어둔채 책 속에 푹 빠져서는 읽을수록 줄어드는 페이지를 아까워 하게 되는 책을 만나는 것. 그것은 책을 살때마다 매번 바라는 것이지만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이건 어쩌다가 찾아오는 행운이다. 물론 로또 당첨보다는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위에서도 말한것처럼 제 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문학동네상 하면 나는 제일 먼저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떠오른다. 재밌게 읽은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그 책은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덕분에 아쿠타가와상이 내게는 믿을만한 상이 되어버린것 처럼 문학동네소설상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은희경이 이제는 심사위원인지 이 책에 대한 심사평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이 작가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작품에 빚진게 별로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약간 거창하게 말한다면,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은희경 -소설가-) 이 심사평을 읽고 나니 무척 궁금했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과 다른 소설은 어떤것일까? 나는 실험성강한 작품이라느니 개성강한 작품이라는 것에 대해 비교적 인색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어쩐지 사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마지막 문장인 자기와 다른 소설관을 가진 사람에게도 손을 들어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의 흡입력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설 고래는 거대한 이야기이다. 기존 소설과는 다른것이 주인공을 정해놓고 그 주인공의 삶과 주변의 것들을 양념처럼 첨가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크게 보자면 책의 주인공은 춘희라는 여자이지만 막상 소설을 읽어보면 춘희와 그녀의 엄마 금복. 그리고 국밥집 노파 이렇게 세 사람이다. 국밥집 노파는 춘희나 금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녀들의 삶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등장을 해서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또 어떻게 보자면 이 모든 얘기들이 국밥집 노파의 세상을 향한 복수극이며 그 복수를 완성시켜 주는 인물들이 금복과 춘희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춘희와 금복, 국밥집 노파의 이야기 만으로 이 책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도입부분을 읽을 무렵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작가 도대체 얘기를 어디까지 확대시켜 갈 것인가? 나중에 지가 쓴 인물들을 다 기억이나 할까? 하고 말이다. 정말이지 저렇게 생각할 만큼 작가는 끊임없이 촉수를 뻗어 인물을 잡아내고 그 인물을 설명하고 또 다른 인물로 넘어가기를 멈추지를 않았다. 큰 맥락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의 핵심 인물인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주인공과의 관계를 이해시키고 특징을 나열하는 정도에 그치는 기본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에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사연을 꽤 자세하게 다룬다. 그래서 책을 어느정도 읽기 전 까지는 춘희나 금복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책에서 너무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면 책의 앞장에다 그들의 이름과 특징. 그리고 주인공과의 관계를 대충 적어놓는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렇게나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이름과 주인공과의 관계, 특징등을 적어놓지 않았다. 어쩐일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등장인물이 절대적으로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사연도 구구절절임에도 불구하고 다 기억이 났다. 이것은 그만큼 작가가 인물 하나하나에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천명관이라는 작가가 정말 하늘이 내린 천부적인 이야기꾼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영화를 공부해서 그런지 소설의 인물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거대한 이야기를 가닥가닥 모아서 끌고가는 힘 역시 천부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디서도 차용하지 않은, 오로지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대한 거짓말, 좋게 말해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에 있어서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작가는 어떤 인간이라서 이렇게 크고 넓은 상상이 가능한 것일까? 그 상상은 스케일크고 허황된 상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면으로 끊임없이 파들어가는 좁고 섬세한 상상력도 아니다. 그는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와 약간의 환타지 그리고 어느정도의 과장을 적절히 믹스해서 내어놓았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것이다.

책이라는 것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정말 잘 쓴 이야기 그 자체에 목말라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흠이라면 책이 너무 무거워서 읽는동안 내내 팔이 아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비하면 팔이 아픈것쯤은 아무래도 좋을 정도이다. 끝으로 간만에 우리 작가가 쓴, 자랑하고 싶을 만큼 제대로 된 소설책을 읽게 되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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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1-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덕분에 좋은 작가를 알게 된 듯 싶네요...ㅊㅊ 꾸욱에 보관함으로 쏘옥~

플라시보 2005-01-1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호호. 감사해요.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비연님. 사서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 제가 너무 뽐뿌성 심한 리뷰들만 올리고 있습니다만. 어쩌겠어요. 요즘 제가 읽은 모든책이 재미나는 아주 드문 복이 터진것을 ...흐흐

치니 2005-01-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문 복, 으아 제가 요새 목말라 하던 것입니다.

보관함에 오래 두지 말고 얼렁 사 읽어야겄어요.

kleinsusun 2005-01-1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리뷰가 정말 맛깔스러워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에 누굴까 궁금했는데,저도 처음 접해보는 작가네요. 읽어볼께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플라시보 2005-01-1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음...이미 보관함에 담으셨군요. 구입해서 한번 읽어 보세요. 저와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으시다면 (적어도 제가 재밌게 읽은 책을 읽고 화가 나신적이 없으시다면) 님도 재밌게 보실것 같아요.^^



kleinsusun님. 저도 알라딘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바비킴 CD를 준다길래 호기심으로 클릭했다가 발견한 행운이죠^^

플레져 2005-01-1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땡스투여요!

살건데... 씨디 주는 거 끝났군요. 대신 마일리지가 듬뿍이네~ ^^

님, 리뷰 보니까 안사면 후회할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5-01-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저님. 아이고 벌써 끝나버렸군요. 며칠 안된것 같은데^^ (님 말씀처럼 마일리지가 장난 아니죠? 흐흐.) 저는 많이 재밌게 읽었는데요. 님도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땡스 투 감사드려요^^

흰 바람벽 2005-01-1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플라시보님. ^^ ㅋㅋ 여기서 인사를 드리니 좀 어색.. (주로 페이퍼에 댓글 달다가... )

제가 마침 이책을 사려고 했는데 님이 벌써 평이 있더라구요.

냅다. thanks to 눌렸습니다. ^^


플라시보 2005-01-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호호. 방금 살인자들의 섬 재밌게 읽으셨다는 코멘트 읽었는데 여기서 또 바로 님의 코멘트를 보니 신기해요^^ 음...그 책도 재밌게 읽으셨다니 이 책도 어지간하면 좋아하지 않으실까 싶어요. 땡스 투 감사드립니다. 님도 부디 재미나게 읽으시길... (다만 이 책이 좀 두껍고 글씨도 작고 무겁기까지 해요. 살인자들의 섬은 다행이 두꺼워도 가벼웠는데...)

깍두기 2005-01-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 읽고 보관함에 담았는데....이주의 마이리뷰에 당선되셨네요. 축하드려요^^

플라시보 2005-01-1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흐흐. 감사합니다.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제 리뷰를 보고 책을 사서 봐도 크게 미안하지 않을것 같다는 점입니다.^^
 
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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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흔히 영화나 책등의 주요 내용등을 노출하므로써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인 스포일러는 가장 유명하게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개봉했을때 이 영화를 보려고 줄을 서 있던 관객에게 이미 관람한 사람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고 외쳤다는, 진실의 여부는 알수 없으나 스포일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 식스센스등의 결정적인 반전이 들어가 있는 영화들은 스포일러를 막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으며. 현재는 몇몇 양심있는 기자들은 영화나 책에 대해 기사를 쓰기 전에 '스포일러 다소 있음' 등의 경고문을 미리 붙여놓는다.

그런데 진짜로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내 경우에는 영화에 대해 이미 모든걸 다 알고 보는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반드시 본 사람들에게 설명을 다 듣고 나름대로 기사들도 뒤져서 자료를 찾아볼 만큼 찾아보고 나서야 본다. 남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스포일러. 하지만 나에게 있어 스포일러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용을 다 알고 나면 더더욱 기대가 되며, 내용을 가지고 혼자 공상속에서 영화를 한편 만든다음 실제 영화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겨서 풀어내는지 비교를 하며 즐기기까지 한다. 허나 나는 이 책 '살인자들의 추억'을 읽고 나서는 스포일러를 왜 하면 안되는 것인지, 심정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사기전에 여기서 읽었던 대부분의 리뷰가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음에 진심으로 고마웠다.

지금부터 나는 책의 내용을 아주 약간만 소개를 할까 한다. (내 생각에는 이정도는 책소개 글에 적힌 정도라고 보지만 또 알 수 없으므로 조금도 사전 정보를 얻고싶지 않으면 여기서 읽기를 멈추길 권하는 바이다.) 아내가 불에 타죽는 아픔을 겪은 보안관 테디. 그는 어느날 살인자들 중에서도 정신병력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는 섬으로 조사를 떠난다. 그 섬에서 한 여자 환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인 처크와 함께 매우 불길하고 수상쩍은 기운이 감도는 섬에 수사를 하기 위해 떠나는데...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내가 말 할 수 있는 이 책의 최대한의 내용이다. (내 생각에는 이정도를 알아가지고는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다 싶어서 적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에서 내가 언급한 내용으로는 전혀 추론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비밀이 존재한다. 오죽 그 비밀이 흥미진진했으면 나는 어제밤 이 책을 잡자 마자 오늘 출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날밤을 꼬박 새워서 책을 읽어치웠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이 진행된다 싶어서 한 30 페이지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정말이지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 내가 읽어본 범죄스릴러 소설중에 감히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유주얼서스펙트나 식스센스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만큼 이 책에는 아주 큰 비밀이 있으며 막판에 가서 비밀이 밝혀질때쯤에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가 없다. (진부한 표현이나 이 이상의 표현이 없다 싶다.)

데니스 루헤인은 예전에 미스틱 리버라는 책을 발표했을때 부터 매우 기대가 되는 작가였는데 솔직히 말해 미스틱 리버때만 해도 나는 이 작가가 이리도 대단한 책을 쓰리라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인 작가라는 이름을 달기에 한톨의 부끄러움도 없을 만큼 이 책은 실로 놀라운 상상력을 담고 있다. 그건 해리포터 같은 류의 허무맹랑하면서도 거대한 상상도 아니고 다빈치코드류의 유치하면서도 다소 뻐기는듯한 상상력도 아니다. 정말이지 간만에 만난 아주 제대로 된 상상력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니 그 이전에 마지막 결말 부분에 다다라서 나는 약간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나 무섭게 들여다본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늘 이런책을 읽으면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과연 정상일까? 혹은 내가 진실이라고 믿으며 보고 듣는것들이 정말로 사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끝으로 한가지 충고를 하자면. 절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책을 잡지 말것을 권한다. 왜냐면 아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떤 이유에서건 도저히 멈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특히나 진부한 표현을 많이 썼는데 더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는 내 언어감각의 한계가 통탄스러운 한편. 그런 진부하고 고전적인 찬사라 할지라도 이 책 앞에 바치기에는 더없이 초라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추리소설의 마니아던 마니아가 아니던간에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정말로 후회없이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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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해서 이 책의 극찬리뷰를 보다보니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어느분께 쌩스투를 눌러야 하나요..흐흐~

플라시보 2005-0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날개님. 이 책을 사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분께 누르세요^^ 그나저나 이 책 정말 사서 읽어보시면 후회 안하실껍니다.

플레져 2005-01-0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단 땡스투! 플라시보님의 리뷰를 지금 막 처음 보았으니... 님께 ^^

미스틱 리버, 영화는 정말 대단했어요. 지금도 그 영화가 생생한 걸 보니... 아직 머리가 좀 쓸만하다는 것과 영화가 참 좋았다는 걸 동시에 깨닫습니다 ^^

플라시보 2005-01-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플레저님. 저도 미스틱 리버는 영화도 책도 전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미스틱 리버. 영화의 경우에는 원작에 아주 충실했더라구요. 뭐 감독의 새로운 해석 같은게 가미될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땡스 투 감사드립니다.

마태우스 2005-01-0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없이 이렇게 장문의 리뷰를 쓸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네요. 전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는....

비연 2005-01-0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슴다...정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죠^^ 리뷰 잘 읽었슴다~

마냐 2005-01-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마태님께 동감. 저두 참 막막했었구...심지어 썼다가 물만두님의 스포일러 경고까지 받구 수정했더랬죠..^^;;;

줄리 2005-01-11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야 겠네요. 저두 범죄스릴러을 무지 좋아하는데,,, 요즘은 왜 못 읽고 있는건지 저두 잘 모르겠네요. 이거 빨리 읽고 싶네요.

플라시보 2005-01-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히히. 리뷰가 좀 수다스럽죠.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하다 보니까 다른 소리만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책이 재밌어 칭찬을 하기는 해야겠고..훗. 저도 대략 난감했습니다.



비연님. 이미 읽어 보셨군요. 저도 누가 재밌는 책을 추천해 달라면 이 책을 추천해야겠습니다. (여태까지는 삼미슈퍼스타즈 였습니다.^^)



마냐님. 후훗. 저 책은 아주 약간만 힌트를 노출해도 극도로 위험하죠. 재미를 너무나 크게 반감시킬 수 있으니까요.



dsx 아. 범죄스릴러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딱히 어떤걸 좋아한다 이런게 없는 인간인데도 이 책을 읽고나서 범죄스릴러에 푹 빠졌거든요.

흰 바람벽 2005-01-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첨엔 두꺼워서 언제 읽나~ 했는데. 정말 거짓말 처럼 술술 잘 넘어가죠. ^^

저도 잼나게 잘 읽었더랬지요.

플라시보 2005-01-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저도 처음에는 두께 보고 뜨아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두께에 비해서 책이 가벼운 편이더라구요.

픽팍 2006-05-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 님의 서평을 보고 서점가서 바로 질렀는데,, 재미는 있었지만;;역시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저는 반전이 나오고도 이게 뭐야 하고 실망했던 기억이;;;그리고 소설 중반 정도에 가서는 어느 정도 반전이어떻게 될지 눈에 보여서 조금 실망했더랬지요;;;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그렇게 까지 는;;
good은 주겠지만 great는 못 주겠는;;;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
박성희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별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책이 있었다면 첫째는 돈 벌게 해준다는 책이었고 둘째가 바로 이런 책. 즉 처세술이었다. 짧은 생각에 책 하나 읽어서 돈 번다면 누가 돈을 못 벌것인가 했었고, 처세술 책을 읽어서 처신을 잘 할 수 있을것 같다면 누가 조직에서 밀려나고 인간관계를 잘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바뀌었다. 물론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나 처세술을 다룬 책 한두권으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단 하나라도 몰랐던 것을 건진다면 그걸로 가치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감히 책 한권으로 돈을 벌기를, 그리고 대단한 처세술을 배우길 바란다면 그거야 말로 억지일 것이다.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제목이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 내가 아는 한 여자들은 잠제적으로 공주가 되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게 현실화 되는 순간은 결혼식장이다. 웨딩드레스에 면사포에 꽃에... 가만 보면 결혼하는 여자는 단 하루동안 공주가 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그리고 인정받고 보호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어림도 없다. 여자라서 미움받고 평가절하되며 공격의 대상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직도 회사는 여자를 꼭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는 마음으로 뽑지 않는다. 그저 구색을 맞추려고 혹은 남자만 있으면 썰렁할까봐 등등의 이유로 크게 일이 많지 않고 언제든지 없앨 수 있는 직급에서만 여자를 뽑는다. (안그런 분야도 있지만 그건 상담원, 안내원등의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아무리 정신 못차리는 신입이라 해도 회사에서 공주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겠지만 아까 말한것 처럼 공주의 의미가 인정받고 사랑받고 보호받는 정도라고 볼때. 우리는 분명 회사에서 공주가 되길 바랬고 나 역시도 그랬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조직사회에서의 처세술이 존재한다. 그건 그만큼 조직사회에서 멀쩡히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이 책이 반가운 것은 회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것이 아닌 회사를 다니는 여자들을 상대로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남녀가 평등하니 다를바 없니 해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앉아서 오줌을 누는 존재들은 자기네들 보다 한참은 아래라고 생각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현실이 그러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아직까지 사회생활에서는 분명 여자는 약자이다. 간혹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여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녀들을 다루는 매스컴의 기사를 한번 잘 보길 바란다. 그녀가 어떤 일을 하는가 보다 오늘 두르고 나온 스카프의 색이 야했다는둥. 메이컵이 진했다는둥의 소리만 해댄다. 남자 고위직에게 넥타이가 야했다는둥 구두가 너무 번쩍여서 눈아팠다는둥 하는거 봤는가. 아니다. 여자에게만 한다. 그렇다면 이런 공평치못한 세상에 여자로 태어났음을 한탄해야 할까? 뭐 잠깐은 할만 하다만 계속 한탄하고 앉았다고 될 일은 없다. 그 시간에 이런 책을. 그래 여자는 분명히 차별받고 있고 내가 그 차별을 앞장서서 타파할 그릇이 못된다면 일단은 그 조직에서 납짝 엎드려 살아남고 보자 라는 책을 읽는게 훨씬 낫다.    

나는 처음 직장인이 될때 무척 원대한 꿈을 꿨었다. 실력으로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체력도 남자 못지 않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회사는 나에게 실력이나 체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난척하고 뻣뻣하고 말 잘 안듣는다고 재수없어 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나 따위의 실력이나 체력 같은건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서 그걸 내 장점이라 생각하며 홀로 뿌듯해한 것이었다. 나에게 요구되는건 그런게 아니었다. 아침에 상냥한 미소로 커피를 타 주고 봄이면 알아서 화사하게 입어주고 회식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이걸 타이핑하는 지금도 저런 일을 생각하면 부들부들 떨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게 현실이었다. 나는 여직원이라기 보다는 전문직 종사자였으나 내게 요구되는 것은 여직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 보통 여직원들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불퉁했고 불만을 토로하고 사표를 쓰고싶어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견딜꺼 조금 더 영악하게 굴어서 편하게 견딜껄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게 이런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각 제목별로 너무도 짧은 예를 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책의 단원을 좀 줄이더라도 한가지 제목에 충실하게 여러가지 예를 들거나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걸 다루려고 과욕을 부린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분명 배울점은 있다. 사회 초년생이건 나처럼 직장생활을 할만큼 한 여성이건 한번쯤은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신랑감을 만나 결혼할때 까지만 회사를 다닐꺼에요. 한다면야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쫒겨나지 않고 내가 관두고 싶을때까지 일을 할 작정이라면 알아두어야 할 여러가지 처세술들이 등장한다. 처세술은 별거 없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을 약간 다르게 보게 하는, 혹은 다르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처세술도 그대로만 하면 부장, 사장, 회장을 보장해주는 처세술은 없다. 여태까지 내가 진리라고 굳건하게 믿었던 것들이 때로는 아닐수도 있구나를 알게 하는것. 그게 이런 책의 존립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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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1-0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평정하신 플라시보 공주님....만세!

플라시보 2005-01-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부리님. 어디 아프신가봐. 괜찮으세요?

sweetrain 2005-01-0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가 무섭고 회식이 무섭습니다. 하여간 고위직 인사가 깽판을 놔서...

한 사람 갈비뼈 나가서 회사 못 나오고 그거 말리다가 따귀도 맞고...

정말 심하게는 소주병으로 머리까지 맞았어도,

그 담날 아무일 없다는듯 나와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흐흐거리는

그 고위직 인사의 면상을 보며 저도 같이 나와 일을 할 때는...ㅡ.ㅡ

근데 더 놀라운건 저는 통장에 찍혀나온 79만6천2백원 월급에

헤헤 웃었고 오늘도 일을 하러 갈 거라는 사실입니다.ㅡ.ㅡ

플라시보 2005-01-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고생이 많으시군요. 그나저나 고위직 인사들. 인간성이 아주 이상한 인간들이네요. 갈비뼈가 나가고 따귀를 때리다니... 진짜 직원들이 만만한가봅니다. 생계를 위해 참을 뿐이지 바보라서 참는거 아닐텐데. 에휴 깝깝합니다. 밥줄을 쥐고 있는건 대단한 무기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코마개 2005-01-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대학 졸업하고 첨 직장에를 들어갔는데 거기 회장이 '오제도' 였습니다. 그 인간이 누구냐..알만한 분은 다 아시겠지만 공안 검사에 이보다 더 나쁠수 없는 인간 유형에 전두환의 변호인임을 영광으로 아는...고문을 옹호하며, 때려잡자 빨갱이가 인생의 목표이신, 등등 하여간 그리하여 이틀만에 오제도가 싫어 때려치우고 나왔던 아주 배짱 좋던 시절이 있었죠. 아 그리워라, 그 배짱. 참고로 오제도 그 치는 얼마전에 밥 숟가락 놓았답니다.

플라시보 2005-01-0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저도 소싯적에는 '에잇 너 아니면 내가 갈곳이 없더냐' 하며 호기롭게 직장을 때려 치우기도 했었습니다. 진짜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리워요. 뭘 너무 많이 알아버린 지금. 그리고 먹고 사는게 절박한 문제 이기 이전에 본능이자 존재이유가 되어버린 지금은 감히 그러지 못할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해 2005-01-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배짱 두둑할 시절인 직장생활 두 달 차입니다. 저 최근 진짜 "여기 아니면 내가 이 돈 받고 일 못할까봐"라며 사표를 던지려 했습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남녀 연봉차, 그리고 저에게 바라는 역할들...정말이지 저의 실력과 대찬 성격을 재수없어 하더이다. ㅡㅜ 그런데 님들이 그런 배짱이 그립다고 말씀하시는 건, 제 행동이 맞다는 건가요? 전 정말....넘 혼란스러워요.. 이런 때 플라시보님의 글은 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시네요. 저도 이 책 읽어봐야 겠습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죠...

플라시보 2005-01-2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해님. 그립다는 것은. 이제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시도조차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와봐야 별 회사 없다는것을 그리고 어딜가나 다 비슷하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래서 조금 거시기 하시더라도 일단 참을 수 있는데까진 참아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정말 직장구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아예 옮길 직장을 정해놓지 않으신 다음에는 사표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내세요. (아이구 주제넘게 잔소리가 길었습니다.)

loverliver 2005-08-3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그런, 대찬성격의 회사생활 4년차인 여직원 입니다. -_-; 제가 홀로 뿌듯해 하고 있는 능력이란, 말그대로 저만 알고있는 능력이고 ,,, 년수가 늘어가도 이놈의 대찬 승질은 꺽어지지가 않아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데... 님 글덕에 이 책을 읽어봐야 할것 같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