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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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지는 편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배우 김혜자씨는 전원일기에서는 더없이 인자한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밥도 못한다고.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실제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김혜자씨가 극중에서 밥을 하거나 상을 차리는 장면이 나오면 유심히 지켜보곤 했었다. 아마 내 마음 속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 '그래. 실제로는 밥 하나 못하고, 아니 안해도 될 만큼 공주로 산 여자가 어쩜 저렇게 능청맞게 나물을 무치고, 전을 뒤집을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 김혜자씨가 실제로는 손끝에 물을 튕기는 삶을 살고 밥도 하나 못하는 공주라는 말을 한 사람은 그녀와 함께 오랫동안 전원일기에 출연해온 한 연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음식 솜씨가 좋아선지 요즘 TV만 틀면 자신의 이름을 단 간장꽃게장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아주 오래전 부터 나는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였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꺼내기를 수차례.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이 책을 만지작거리면서 계산대까지 갔다가 두고온 적도 많았다. 이 책을 그렇게나 오래 망설인 이유는 위에서 말했던 부분이 크게 차지했었다. 하다못해 밥도 안해도 될 만큼 화려하고 고운 인생을 사는 배우 김혜자가 아이들이 굶주림을 정말 마음으로 보고 왔을까?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흔히 그러는것 처럼 크리스마스날 알량한 라면박스를 들고가서 사진을 박는 정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책의 뒷면에는 저자의 인세가 세상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모두 쓰여진다고 해서 책을 집게 만들었지만 이내 책의 앞표지에는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활짝 웃는 배우 김혜자의 사진이 그 책을 다시 내려놓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내 편견은 한 사람의 선행마저. 나로써는 정말 다시 태어나지 않고서는 이런일을 할까 싶을만한 선행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잘 알다시피 배우 김혜자씨가 지난 10년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세계 각국의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다닌 것을 글로 적은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가난한게 아니라 배가 고파도 울 힘이 없으며, 먹을껄 쥐여줘도 입으로 가져가 씹어먹을 힘이 없을 정도로 굶주리고 헐벗는 아이들이다. 여태 내가 알아왔고 생각해온 가난은 언제나 상대적 빈곤이었다. 남들은 월급이 얼마인데 나는 얼마니까, 남들은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데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니니까, 남들은 몇십만원짜리 옷도 척척 사입는데 나는 몇만원짜리 옷도 살까 말까 망설여야 하니까 하는 그런 가난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는 저런 가난이 아니다. 그들은 당장 먹을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야 하며, 입을 하나 덜기 위해 엄마가 여자아이를 낳으면 3일동안 굶기다가 3일째 되는날 독풀의 즙을 먹여 죽여야 하는 절대적인 빈곤이었다.

가끔 TV에서 불우이웃을 돕거나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방송을 할때마다. 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외면했었다. 당장 TV채널만 돌리면 외면할 수 있었고, 난 언제나 나 살기도 벅찬 인간이 나 이며 내가 바로 불우이웃이라는 신소리를 해댔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배우 김혜자가 한줄 한줄 써내려간, 높임말의 글들은 내가 인간이라면. 그들과 달리 먹을것이 있고 지붕이 있는 잠자리가 있으며 사시사철 입을 옷이 옷장에 가득 차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외면할 수 없도록 했다. 밤에 잠이 오질 않아서 잠깐 펴서 읽는다던 책은 어느새 새벽 6시가 훨씬 넘어서야 다음날 출근이 걱정이 되어 억지로 책을 덮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회사의 급한일을 대충 처리하고나서 한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한편인 나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일도 하다가 인터넷 서핑도 했다가 정신이 없는 편인데 이 책 만큼은 정말 도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책만 보게 만들었다. 그건 너무 재밌어서 읽다가 밤을 샌 책들이 가지는 집중력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책에 나오는 세계의 굶주리는 아이들은 차마 이 땅에 나와 같이 태어난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참혹하다. 전쟁 때문에, 재물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희생되는 아이들은 지뢰를 밟아 팔다리가 잘리고, 어린 나이에 새벽 다섯시 부터 저녁 다섯시까지 단 3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노동을 해야 했다. 그 아이들은 때로는 일고 여덟살이고 때로는 네살이기도 했다. 한참 부모의 보호를 받고, 밥은 안먹고 과자만 먹으려고 투정이나 부릴 나이에 그 아이들은 이미 사지로 내몰린 것이다. 아이들의 눈은 맑지만 그 눈빛은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이의 눈빛이 아닌. 산전수전 다겪은 노인들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한낮 저런 오해때문에 이 책을 좀 더 일찍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같은 인간으로써 이 지구에 태어나 여태까지 몰랐거나 혹은 외면해왔던 순간들이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자 마자 한국 월드비전에 사랑의 빵을 신청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숱하게 보아왔지만 나는 단 한번도 거기에 100원짜리 동전하나 넣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100원이면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아이들. 8백원이면 비타민A 부족으로 눈이 멀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할 약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을 돕는거지 하며 뒷짐을 지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내가 무지하게 오바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오바이건 진심이건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밤이면 돌을 배에 얹고 자는 아이의 뱃속에 빵과 물을 넣어줄수 있다면 그게 뭐건간에 상관없지 않을까? 남을 한번도 돕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가 정말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굶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건 몰라도 이 책 한권이라도 사서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김혜자씨가 향후 10년간의 인세를 모두 월드비전에 기증하기로 되어있다. 책의 인세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돈은 분명 굶어서 배가 고픈 아이가 아닌, 굶어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언어도 다르고 사는곳도 다르며 생김새도 다르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도 우리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여기 이 책에 인간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이 담겨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마음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거리를 조금은 좁혀 줄 것이다.

한국월드비전 http://www.worldvision.or.kr/ (이 주소로 가면 죽어가는 아이들과 가난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울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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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1-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 님과 같은 이유로 몇번이나 이 책을 들었다 놨다 했었는데..... 사야겠군요. 빌려 읽지도 말구.....
다들 암말 없이 추천만 꾸욱 누르고 사라지셨나봐요^^ 저도 추천입니다. 글 참 잘쓰세요.

치니 2005-01-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사과나무]라는 티비프로그램에 김혜자씨가 나왔었드랬죠.
밥도 못한다는 억울한 (?) 누명에 대해 웃으면서 , 시집 오자마자 호된 시어머니를 만나서 온갖 집안일을 마스터 한 이야기서부터,
책상 위에 아프리카아이들 사진을 매주 바꾸는 이유까지...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 났어요.
이 책을 읽고 싶지만, 저는 플라시보님과는 다른 이유로 선뜻 못읽습니다.
읽고나서 얼마나 흔들릴 지 자신이 없어서... 생활에 지장이 올까봐요.^^;;;

부리 2005-01-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밥도 못한다는 게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밥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탤런트로 바쁜 김혜자가 꼭 밥과 반찬을 해야 하는지, 물론 시간이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언제나 다른 법이고, 김혜자 역시 이미지로 먹고사는 탤런트가 아닐까요. 김혜자가 밥도 못한다고 했던 그 사람의 한마디가 진실인 것처럼 전파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부리 2005-01-2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기 싫은 이유는 가슴아픈 진실을 대면하기가 꺼려져서지요. 저는 팔이 없는 사람, 뇌성마비, 그런 사람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나쁜 놈이랍니다.

biseol 2005-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꾸욱~
교회동생에게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냐고 물으니
그 때 한참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을 고르더라구요.

저도 못 읽어 본거긴 한데 선물하는 게 아닌 제가 볼거론 좀 과한 금액이라
"다 읽고 나면 빌려줘." 했습니다.

그 녀석이 다 읽고 건내면서 하는 말이
"이 책 좋긴 한데.. 읽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애.
다 보고 나서 누나 당장 아프리카로 간다는 말이 나올거 같거든."

지금 제가 아프리카에 가 있진 않지만
뭔가 '시작'하는 것을 게으름 피우곤 저에게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데 도움 준 책이였습니다.
플라시보님의 리뷰로 많은 분들이 '실천'하실 거 같은데요? ^^*

코마개 2005-01-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못하면 어때. 파병하라고 목청 높이며 따라가서 김치 담가주겠다는 헛소리 하는 간장게장 파는 아줌마 보다 밥 못하는게 만배 낫다. 저도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넘넘 먼곳에 살아서 아마 얼굴은 못볼듯.

플라시보 2005-01-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정말이지 사서 보세요. 책이 별로라고 하더라도 그 인세로 애들을 돕는다고 하니 그걸로라도 사 볼 이유는 충분한것 같습니다. 그렇게나마 간접적으로라도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인거니까요. 그나저나 저 소문은 저만 들은게 아닌가봅니다.^^

치니님. 그럴수도 있어요. 정말 생활에 지장이 올수도 있을것 같아요. 특히나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부모라면 너무 마음이 아플것 같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거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외면하기에는 너무 비참한 현실이라 차라리 내가 좀 아프더라도 보긴 봐야했었다는게 읽고 난 이후의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사과나무에 김혜자씨 편을 했군요. 예전에 디자이너 앙드레김씨 편만 봤었는데... 어디서 재방송 안해줄라나...보고싶네요.)

부리님. 맞아요. 김혜자씨도 책에 그렇게 써 놨더라구요. 거기서 봉사하고 와서 자기가 사는 수준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고 그로인해 처음에는 괴로워 했었는데 받아들이고 있다구요.
님이 말씀하신 가슴아픈 진실을 대면하기가 꺼려진다는 부분. 백프로 동감을 합니다. 허나 읽어본 사람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요. 그 순간에도 아이들이 굶어서 죽는다는 겁니다. 배가 고픈게 아니라 영양실조로 영영 세상을 등집니다. 등지는 그 순간까지 아이가 가진 기억이 온통 굶주리고 학대받고 그런 비참한 기억 뿐이라는거.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 이전에 뭐든 한개라도 해야겠다는. 이건 미루고 생각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님. 재벌 2세 이시잖아요^^ 혹여 님이 못 보시겠더라도 사서 선물이라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돈으로 몇명의 아이가 아사에서 건져질수 있다면 님은 정말로 큰 일을 하시는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죄송해요. 너무 주제넘은 말씀을 드려서요..)

스미레님. 추천 감사합니다. 금액이 좀 크긴 하죠? 그래도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 만큼은 2만원이건 3만원이건 해도 된다고 느껴집니다. (책값에 굉장히 민감한 저 인데도 말입니다.)
님도 무언가 실천을 하셨나봅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아파 할 시간도 아깝다구요. 그 시간에 아이들은 굶어서 죽어가고 있으니까. 아픈건 나중에 하고 당장 100원이라도 모아보자 하구요.. 제가 뭐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고 인간이 착한것도 아닌. 오히려 약간 못되먹은 인간인데 그런 저도 이렇게 바뀐걸 보면 저도 그 아이들과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님 말씀처럼 이걸 읽고 조금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것 같습니다. 저 사이트로 많은 분들이 가시면 좋겠습니다.

플라시보 2005-01-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맞네요. 그러고 보니 그 분께서 이라크 파병하면 김치 담궈준다 했었죠... 그나저나 정말 님.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아이를 후원하는 일. 어지간한 결심 없으면 힘드셨을텐데.. 예전 같으면 그저 빈말로 좋은일 하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어쩌고 했을텐데. 지금은 진심입니다. 님. 참 장하십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무탄트 2005-01-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워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 역시 행동하겠습니다.

플라시보 2005-01-2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그런 의미로 쓴거 아니었어요. 부끄러워 하실것 없습니다. 저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다 그런 마음이 들껍니다. 저도 읽기 전에는 전혀 조금도 이런쪽으로 생각조차 해 본적도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클리오 2005-01-2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김혜자 씨에 대한 그런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김수미씨가 이야기하는 걸 직접 들은 듯 한데요, 그 이미지 때문에 저도 아쉬울 것 없던 공주가 남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해, 다 쇼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이 리뷰를 보고 나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하나는 님께서 리뷰에 대해 지적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대한 실질적인 참여와 행동에 대한 자각. 이건 늘 머리 속에만 있고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거죠. 또 하나는 직업을 가진 여자인 저 스스로조차 어느새 '밥도 못하는 여자'에 대한 선입견조차 깨지 못하고 여자 스스로 바로 서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거죠. 설혹 공주라서 밥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가족이 한다해도 충분히 밥 잘 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선입견에서 벗어난다는게 정말 힘든 일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플라시보 2005-01-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io님. 아..직접 말했군요. 저는 김혜자씨에 대해 밥도 못하는 여자라는 편견보다 김수미씨가 당시에 굉장히 안좋은 어투로 얘기를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밥도 못한다 뭐 이런게 아니라 늬들 다 속고 있는거다 이랬던것 같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좀 가식적이고 부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님이 말씀하신 그런게 있는것 같아요. 여자라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일. 마치 모성애처럼요. 좋은 지적 감사드려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2005-01-30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2-0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동하게 만든 책...저도 그랬슴다. 플라시보님, 이렇게 공감해서 행복한 리뷰를 제가 하마트면 놓칠 뻔 했슴다. ^^;;

플라시보 2005-02-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책의 힘을 느끼게 한 책이었습니다. 전 좀처럼 책을 읽는다거나 해서 달라지지 않는 인간인데 (만약 달라졌다면 위인? -안어벙 말투로 읽어주십쇼-하하. 위인전기 꽤나 읽었었거든요) 이 책 만큼은 저를 행동하게 만들더군요. 님과 공감해서 저도 기쁩니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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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말은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인간의 권리이다. 조금 더 풀자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 또 모든 인간들이 여러 재반조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친척집에 가서 꺅꺅 대다가 '기지배가 어디서 떠드냐' 는 소리를 들었다. 그 친척분의 말씀은 시끄러우니 떠들지 말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앞에 붙은 지지배라는 말이 참 기분나빴었다. 왜냐면 같이 떠든 사촌은 사내아이였고 만약 시끄러운게 문제였다면 우리 모두에게 떠들지마라는 말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건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조차 과대할 만큼 말이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었다. 왜 만화가들이 인권에 대해 얘기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만화가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만화의 형태를 빌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그림 혹은 만화라는 특성상 바로 와 닿았다. 어떤 글귀보다도 더 강하게 말이다. 10명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만든 인권에 관한 이야기. 그들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자 (남자에 비해), 가난한 사람 (부자나 중산층에 비해), 블루칼라 노동자들 (화이트 칼라 노동자에 비해), 장애우들 (비장애우에 비해) 에서 이 모두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더 추가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아프게 와서 박힌다. 설사 내가 저들을 박대하지 않았어도 이 사회가 그들을 박대하고 멸시하는것은 물론 그저 살아남아 숨 쉬는것 조차 힘들게 만드는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사실 나도 저 중에서 두 가지는 해당사항이 있으니 사회적으로 완전한 강자는 아닌 셈이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한 코메디 꽁트가 있다. 제목이 블랑카입니다 인데. 그 프로에는 한 남자가 등장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내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요즘은 이 코너에 등장하는 얘기들이 전부 한국인들의 나쁜 습성이나 이해하기 힘든 관습같은걸 다루지만 초기에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인 블랑카 자신이 뭘 잘못하고 그걸 한국인 사장님이 벌하는 (때리는) 얘기가 등장했었다. 방청객들은 그 코메디언이 너무도 절묘하게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를 흉내내는것에 즐거워했지만 나는 아연질색했다. 한국인 노동자 같으면 그런 잘못을 했을때 야단 정도나 맞던가 아니면 주의를 듣고 말 것을 외국인 노동자는 그걸로 두들겨 맞았다는데 그게 웃기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물론 그 코메디언의 취지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었겠지만. 과연 그 프로그램을 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이 '아 저러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닳을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뭍혀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그런 사장님들이 그 코메디언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취지는 좋았겠지만.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저렇게 웃음꺼리로 밖에는 다루지 못할까 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만화속의 인물들은 가난하다. 가난하니 힘이 없고, 힘이 없으니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한다. 아니, 배려는 커녕 방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사와 육아를, 심지어 거기다 돈벌이까지 해야하는게 당연시되고, 장애우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있는 곳이 아닌 특수한시설로 가서 눈에띄지 않게, 걸그적거리지 않게 살기를 강요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형편없는 임금에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온갖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을 하게 하는것도 모자라서 그나마 쥐꼬리같은 월급도 제때 주질 않는다. 남자로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잘생긴 외모까지 지니고 있다면 일단은 사회적으로 강자이다. 그는 곧 좋은 직장에서 남보다 많은 월급을 보장받을 것이며 그것은 곧 이 사회 최대의 강자인 부자로 가는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떤가. 사람들은 단지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가난한건 아니다. 거기에는 온갖 이유들이 존재하며 그 이유의 태반은 태어날때 부터 달라붙어있는 것이거나 혹은 본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래야 벗어날수가 없는 경우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힘없는 사람들을 마치 여름날 탱탱 놀다가 겨울에 얼어죽게 생긴 배짱이 취급을 한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건 알다시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계층에 속하건 간에 최소한 인간으로써의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지금 내가 운좋게 태어나서 좋은 학벌과 좋은 외모를 가지고 가난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해서 저런 운이 따라주지 않은 사람은 어찌 살던가 상관없는건 아니지 않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다 잘살고 행복할 수 없다면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가진자가 되도록 해 준 덜 가진 자들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만에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난것 같다. 내가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오직 재미라고 매번 말을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날때면 그 재미라는 것을 잠시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10명의 만화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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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2-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넘 착찹하더군요. 박제동의 만화는 일품이었고. 뭐더라...부자의 그림일기라는 만화도 무척 가슴 아팠더랬는데.

야초 2005-03-0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 와닿는 것들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픽팍 2005-04-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상당히 의미가 있더라구요;;;어차피 내용이야 이전에 대충은 들어왔었던 것이어서 별게 있을라구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상당히 가슴이 뜨끔함을 느꼈더랬지요;;인권은 정말이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할 권리인데, 그것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너무 오래... - 박희정 단편집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집을 나와서 10년째 혼자 살고 있다. 어쩌다가 가정 혹은 집을 떠올리면 여동생과 한가롭게 만화책을 봤던 기억이 가장 크게 남아있다. 집에서 살던 그때의 나는 주민등록증은 나왔지만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의 신분이었으며, 에너지는 넘쳐서 막 폭발할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아무일도 하지 못했었다. 토요일날 일찍 학교를 마치면 나와 여동생은 만화책을 쌓아놓고 과자를 먹으면서 내방이나 혹은 여동생 방에서 함께 만화를 봤었다. 어차피 각자의 만화를 볼꺼였지만 왜그런지 우린 꼭 한방에서 만화를 봐야했다. 그러다 어느 한쪽이 푸핫거리면서 웃으면, 한쪽은 뭔지 모르면서도 막 웃으면서 '왜? 왜?' 하고 어깨를 흔들곤 했었다.

미대를 지망하고 있고 당시 만화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여동생 덕분에 나는 풍족하게 만화를 봤었다. 내가 용돈을 받아 열심히 음악CD를 사는동안 여동생은 만화를 사재꼈고 우린 그걸 함께 공유했었다. 지금도 간혹 만화를 사서 보긴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만화를 가장 많이 그리고 재밌게 봤던 시절은 그 시절이 아닌가 싶다.

그 시절을 지나지 않았다면 나는 박희정이라는 만화가를 영영 몰랐을 것이다. 기껏해야 악동이를 그린 이희재정도나 알았겠지. 야 이노마의 강미영도, 언플러그드 보이의 천계영도, 빨강머리 앤의 김나영도, 금지된 사랑의 한혜연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텔 아프리카의 박희정도 모두 그때 알게되고 좋아하게 된 만화가들이었다. 사실 그 중에서도 나는 박희정을 가장 덜 좋아했던것 같다. 뭐랄까 그 뻔하고도 당연하게 아름다운 그림이 싫었었다. 누구나 다 좋아하고 누구나 다 열광하는 그녀의 그림. 그때는 그렇게 누구나 다 공감하는 것에 나 역시 공감하는게 스스로를 무척 별 볼일없이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것 같아서 싫었었다.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을 다니고 다시 직장인이 되면서 나는 만화를 거의 잊고 살았다. 그건 과자와 함께 만화책을 쌓아두고 읽을 여동생과 더이상 한 공간에서 지내지 못함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만화 이외에도 할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에너지는 넘치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때와 달리. 나는 늘 피곤해서 쉬고 싶어도 주변에서 일이 뻥뻥 터지는 바람에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삶을 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조금씩 만화를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시리즈물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좋아했던 작가들의 단편 중심으로 조금씩 보기 시작하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해서 사게 되었다.

박희정의 만화는 누가봐도 너무 아름답고 잘 그린 그림이다. 가늘고 섬세하면서도 인체비율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은 그림. 등장인물은 모두 똑같이 생겨먹은게 태반인 만화 속에서 그나마 인물마다 다른 얼굴 다른 표정과 다른 느낌을 심어주려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감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인물의 의상과 소품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 (심지어 그당시 유행하는 옷 상표를 그대로 그려놓는) 모습까지. 박희정의 그림은 스크린톤을 좀 과하게 써서 복잡하긴 하지만 확실히 잘 그리는 그림이다. 거기다 내용도 그만하면 서정적이고 우수하다. 지나치게 폼을 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볍지도 않다. 그러니까 굳이 표현을 하자면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다고나 해야할까? 딱히 싫어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만화가 바로 박희정의 만화가 아닌가 싶다. 나름대로 흡입력도 강하고 스토리를 끌고가고 연출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아주아주 좋아 죽겠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그랬었는데. 어떤 만화인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아주 좋아 죽을것 같았는데 회사 업무를 땡땡이치며 보는 박희정의 만화는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난했다. 말로 표현하자면 읽을만해 정도. 어쩌면 내가 만화를 너무 오래 읽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고등학교 시절에서 너무 오래 와 버렸거나 말이다.

요즘들어 만화를 사 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정성들여서 그린 만화들이 싸도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든다. 박희정의 만화만 하더라도 무척 공을 들인것 같은데 단돈 7천원의 가격을 달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만화를 좀 더 많이 사 읽어서 만화도 제대로 된 값을 받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내가 7천원을, 아니 알라딘서 샀으니 그보다 더 적은 돈을 주고 사기에는 이 만화에 들어간 정성이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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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2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희정의 이번 단편은.. 그림도 아름답고, 진행도 세련됨에도 불구하고, 저도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웬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LAYLA 2005-01-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날개님 말씀에 동감 흐흐

플라시보 2005-01-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음...저도 약간 그렇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좀 떨어져 있다는 느낌^^

LAYLA님. 찌찌뽕^^
 
슬픔의 냄새
이충걸 지음 / 시공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책의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서. 나는 내 삶에서 이충걸 같은 사람을 결코 만날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토록이나 잘난척을하고, 그렇게나 쿨한척하고,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뭔지 모를 문장을 쓰는게 취미인 사람은 정말이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들 중 하나이다. 과거 페이퍼 시절의 이충걸을.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잡지 GQ의 편집장이기에 가졌던 조그마한 관심도 나는 이 책으로 인해 깡그리 거둬들여야 할때가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고마운 책이다. 그가 쓴 책 두 권 (어느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해를 등지고 놀다.) 을 읽고도 긴가민가 하면서 깨닳지 못했던 나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한대 확 두들겨 맞은듯한 명확함을 제공해주었으니 말이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 한가지. 그는 대체 이 많은 글을 쓰면서 한번이라도 이 글에 등장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대충 어떤 엿같은 기분이 들지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나는 이충걸이 이 책을 모두 뻥으로 썼기를 바란다. 아니면 이 책에 등장했던. 그의 주변사람들이 너무도 심하게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다. 뭐 물론 나는 '아아 진정코 세상은 사랑의 온기로 가득 차야만 하지요' 같은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나도 성질이 어지간히 더러워서 주변 사람중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칼날같이 날카로운 표현들을 들이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유가 있다. 이충걸이라는 인간처럼 상대가 왜 싫은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우습고 가소롭고 하찮고 따라서 심드렁 따위는 아니다. 차라리 대단한 적의를 드러내고 갈기갈기 물어뜯는 성의라도 보이면 좋겠구만 이충걸은 그저 이렇게 표현할 따름이다. 저렇게 하찮고 의미없는 존재에 대해 난 그저 어깨를 으쓱 할 뿐이지... 진짜 할말은 아니지만 옆에 있다면 뒷통수를 후려 갈기고 싶은 인간이다. 내가 보기에 그야말로 그의 책에서 썼던것처럼 쿨에 목숨을 걸다못해 광대보다 한등급 위로 우스꽝스러운 인간이다. 어떻게 저렇게 세상에서 저 혼자 너무너무 잘날수 있는지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책을 읽고나서 글을 쓴 사람에게 이렇게나 분노를 느끼기도 참 힘드는데. 이충걸은 정말이지 드문 경험을 아주 골고루 시켜주고 있다.

나는 그토록이나 멋지구리한 잡지 GQ의 편집장이 고작 이런 인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인간에대한 조금의 애정도 없으며, 아니 어쩌면 있되 쿨해보이려고 악을쓰며 없는척 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인간이 옷에대해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나불거리는 잡지의 편집장이라는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없는데 아르마니 정장이 다 무슨 소용이고 페레가모 신발은 또 무슨 소용이며 라이프 스타일은 또 뭣에 쓰이겠는가. 영화 살인의 추억에 보면 설경구가 그런말을 한다. 그렇게 잘났거든 저 저 미국에 가서 FBI를 하라고. 내가 지금 딱 그 심정이다. 니미럴 그렇게 잘났으면 저 하늘 꼭대기에 살지 뭣하러 니가 그렇게 경멸해마지 않는 인간들 따위가 득시글거리는 지구에 사냐고. 정말이지 이 책을 슬픔의 냄새라고 이름을 붙인게 너무나 가증스러워서 화가 다 치밀어 오른다. 거기다 그 토할것 같은 뭔가 있어보이려는 문체는 나를 더더욱 짜증나게 한다. 그렇게 쓰면 멋져보인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코 앞에서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내가 무식쟁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려운척 하는 문장들. 있어보이는척 하는 글귀들은 경기가 날 만큼 싫다. 정말 어렵다거나 정말 있어버리면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건 그냥 늘 그래왔듯이 무식한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세계도 있고 그런게 있으니 컴퓨터도 만들어지고 달에다가 로켓도 쏘고 그런거 아니겠냐고 이해하면 된다. (안되면 난 외우기라도 한다.) 그런데 이 척 하는 꼴들은 정말 봐 줄래야 봐 줄수가 없다. 어디서 허접한게 디굴디굴 굴러와서는 사람 주눅들이려고 같잖은 소리를 주억거리나 싶다. 책을 쓴 작가에게 이렇게나 악담을 퍼부어도 무사할까 싶기는 하지만 정말 이 책은 근래 보기드문 쓰레기 중에서도 상 쓰레기다. 아니 책이 쓰레기라기 보다는 나는 이걸 쓴 인간이 정말 재활용도 불가능한 쓰레기 같다. 대체 이런책을 내면서 누구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누구에게 쿨하시군요 라는 되먹잖은 칭송을 듣고 싶은건지 궁금할 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심한말 좀 더해도 된다면 이충걸. 그는 이제 책은 고만 써야한다. 적어도 인간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애정조차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에게 책을 팔아먹으려고 들면 안된다. GQ판매부수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잡지나 열심히 만들라고 하고 싶다. (물론 거기서도 에디터로써 글이야 쓰겠지만 지도 인간인데 이렇게야 쓰겠는가. 이건 무가지 페이퍼에서나 가능했겠지 돈받고 파는 잡지에서는 못그런다.) 좋아했던 잡지 GQ가 다 정나미 떨어질 정도의 이 책. 정말 생각같아서는 확 내다 버리고 싶다. (별 하나를 주는건 별을 아예 안줄수는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준거다. 허나 난 그 별 도로 가져갔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책의 가장 지랄같은 점은 결정적으로 남의 슬픔과 외로움을 한껏 비웃었다는 점에 있다. 자기가 슬프지 않다고 자기가 외롭지 않다고 그걸 비웃을 필요까지 있을까? 위로는 못할망정. 더구나 위로받고 싶어 손을 내민 사람에게 '슬프다거나 외롭다고 하는 것들은 정말이지 진심으로 한심하고도 지겹군' 이라고 생각하는게 쿨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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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2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플라시보님에게 욕을 먹는 걸까요? 궁금해서라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러나 사보기는 아까우니 어디서 구해보지...)
하여간 플라시보님의 리얼한 표현력에 오늘도 두손두발 다 들고 갑니다. '어디서 허접한게 디굴디굴 굴러와서는 사람 주눅들이려고 같잖은 소리를 주억거리나.....'라고요ㅎㅎㅎ

2005-01-21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1-2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쓰고나니 표현이 너무 심했다 싶은데 정말이지 읽는 내내 어디선가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었어요. 좀 못되게 말을 막하긴 했는데 정말이지 이 책과 이 책을 쓴 인간이 용서가 안되더라구요.. (님 보시려거든 꼭 어디서 빌려 보시던가 하세요. 돈주고 살 가치는 제로입니다.)

속삭이신분. 음.. 글쓴거 정도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너무 어리석지 않나 싶었는데 님 말씀을 들으니 위로가 되는군요. 실제로 만나도 재수 왕창 없다고, 진짜 잘난척이 낙엽 떨어지듯 우수수수 떨어져서 싫다는말. 왜 이렇게 듣기가 좋은거죠? (아..난 진짜 나쁜 인간인가봐요.)

코마개 2005-01-2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궁금하다..도대체 뭐라 했길래..근데 어깨를 으슥하며 "어, 그래"이렇게 무시할 인간이 가끔 나타나긴 합니다만... 님의 평가를 보면 대략 우리 선생님 표현에 의하면 '낙양의 지가만 올리는 인간"에 해당하겠군요.

책읽는나무 2005-01-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딸랑 별하나...^^
저 외로운 초록별이 왜이리 애처로워 보일까요?..ㅋㅋ
저도 도대체 어떤 책일까?..사뭇 궁금하나이다...ㅡ.ㅡ;;
왜 저자는 허튼말을 일삼아 플라시보님을 화나게 만들었답니까?..=3=3

비연 2005-01-2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읽게 될 듯...ㅋㅋ

플라시보 2005-01-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흠..제가 은근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군요.^^

책읽는 나무님. 그 별 하나 준것마저 뺏어왔습니다. 따라서 저 위에는 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요.^^ 뭐 그냥 허튼소리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유 말을 말아야지 암튼 상당히 거시기 했어요.

비연님. 설마요..^^

RainSmile 2005-01-2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최근에 산 책인데... 슬픔의 냄새가 날것 같아서 무작정 사긴했는데...(아직 안읽었거든요) 이!렇!다!니!... 빨리 집에가서 읽어봐야겠네요.ㅋㅋㅋ 확실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런것 같다'싶어서 좋아했는데..최충걸, 페이퍼랑 GQ에서말이죠....

플라시보 2005-01-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슬픔이나 이별 뭐 그런걸 기대하고 샀었습니다. (이충걸이 워낙 잘난척을 해대는 인간이라 슬픔이나 이별, 사랑에 대해 그다지 신파로 나가지 않을것 같다는 기대도 했었구요.) 하지만 결과는 영 아니었어요. 페이퍼랑 GQ에서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가 내는 개인적인 책들은 다 별로인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2005-01-2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1-2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히히 뭐 마음 풀껏까진 없구요. 그냥 조금 열받았었습니다. 대체 이런 사람이 책을 쓰다니 하고 말입니다. 인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예의와 애정도 없는 인간 같아서요.

LAYLA 2005-02-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이지만 추천했습니다 .아아 너무도 통쾌하고 시원한 리뷰에요.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무거운 책 낑낑거리며 날랐을 생각을 하니...제가 읽어보지도 않은 이 책을 싫어한 이유는 이 작가란 사람과 비슷한 쿨한척 하는 사람이 이충걸을 아주 떠받드는 모습을 보고 나서입니다. 그 GQ편집장이란게 그렇게 대단한건가 보더군요.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봐야지 하면서도 짯응이 나서 발길을 돌렸었는데 아주 잘했어요, 스스로 칭찬해주고 있어요 푸하하
일본소설은 쿨한척 해도 이쁘게만(?) 보이던데 이 쿨한척하는 한국소설은 왜이리 밉살스러운 걸까요 ㅋㅋ 잘난척은 정말 할게 아닌거란걸 배웠어요,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겸손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사회가 꼭 그런곳은 아닌가봐요~ 뭐 이충걸이 아직 젊으니 끝은 가봐야 알겠지만....^^

플라시보 2005-02-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흐... 추천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이 책 저 빼고는 전부 별점이 되게 높고 칭찬도 많이 했더라구요. 그래서 전 제가 혹시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답니다.^^ 더구나 이 책에 땡스 투 까지 들어와서 화들짝 놀랐다는...어쩜 제가 너무 욕을 해두니까 대체 어떤책이라서 이렇게까지 욕을 해놨나 궁금하신 누군가가 구입하시고 땡스 투를 하신거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 홍성태의 서울 만보기
홍성태 지음 / 궁리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내게 있어서 서울은 언제나 그런 이미지였다. 뭔가 있어보이고, 대단하고, 그 앞에 서면 주눅이 들고. 한 도시에 대해 뭐 그런 느낌을 가질것 까지야 있느냐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말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지하철도 없으며, 온 도시에 영화관이라고는 단 세군데 뿐이며, 백화점은 두 곳. 그럼에도 이 모든 시설이 한 동네에만 몰려있는 지방의 낙후된 소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인가 아빠가 중학생이 되는 기념으로, 아빠와 단 둘이서 여행을 가자며 장소를 고르라고 했을때 나는 주저없이 서울 63빌딩을 외쳤었다. 아빠는 내심 내가 제주도나 경치좋은 섬을 말하길 바랬겠지만. 나에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을 가 보는게 더욱 중요했었다.

서울이 내게 경외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렸을때 정말 충격을 받을만큼 잘 사는 친척집에 다녀오고 부터였다. 그때부터 내게 서울은 부의 상징이자 세련과 첨단, 도회적인 이미지 등등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내가 있는 지방 도시도 많이 발전을 했지만 그때만 해도 여기는 서울에 비해서는 시골이나 다름 없었다. 그 친척집에는 나와 같은 또래의 여자애가 있었는데 나는 사는곳에 따라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수 있다는것, 누리는것 자체가 아예 차원이 다를수도 있다는 것에 꽤나 쇼크를 받았었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잘사는것, 좋은것에 대해 집착이 강했던 나에게 있어 서울과 서울 시민들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누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기 위해 1년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서울이라고 해서 다 좋은건 아니구나. 가진자에게는 더없이 편리하고 멋진 도시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차라리 지방 소도시에서 사는게 훨씬 더 나을 정도로 초라하고 볼품없는 빈민가가 함께 존재했다. (지방에는 빈민가라는 개념이 없다. 동네마다 사는 수준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어느동 하면 부자동네, 어느동 하면 가난한 동네 같은게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무슨동에 사느냐가 생활수준을 대변해 주었다.) 당시 내가 살았던 이태원동이 특히나 심했는데 하얏트 호텔을 기점으로 그 아래는 가난하고 남루한. 꼭 기지촌같은 이태원이 있었고 하얏트 호텔 뒷편에는 높은 담에 둘러싸인 초호화판 집들이 몰려 있었다. 그 거리에는 아무도 걸어서 지나다니지 않았으며 24시간 사설경비원들이 골목골목마다 지키고 서 있었으며 밖에서는 집의 외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볼 수 없는, 무슨 요새나 성같은 집들이 전부였다. 호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나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은 내가 서울에서 받은 두번째의 충격이었다. 그 이후 나는 서울을 떠나서 여태까지 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줄곳 살아가고 있다. 이곳도 제법 높은 빌딩이 들어서고 지하철도 놓이고 문화시설도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서울보다는 인구밀도가 낮아서 훨씬 사람이 살기에 편하지 않나 싶다.

홍성태의 서울 만보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서울이 얼마나 좋고 대단하며 모든걸 다 누릴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인가를 말 하는게 아니다. 여기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그게 단적으로 서울이라는 거대공룡같은 도시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높은 빌딩 앞에는 좀 더 높은 빌딩이 가로막아서 일조권과 전망권을 서로 침해하고 침해받고 있으며 사람이 걸어다니기에 좋은 도시가 아니라 오직 차를 끌고 다니기에만 편하도록 되어있는 도시. 거기다 가난한 사람들은 재개발로 인해 점점 더 설땅을 잃어가는 도시가 바로 서울임을 말해주고 있다. 가장 자연스럽게는 부자와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이 한데 어울려서 사는 것이겠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 부자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모여살고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뭉쳐서 살며 가난한 사람들은 볼품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산동네로 ?겨난다. 부자들과 중산층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환경 주변에 얼쩡거리는 꼴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서울이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라는 칭호가 어울릴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서 끊임없이 소음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하고 녹지공간 하나 없이 콘크리트 바닥과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어차피 자연에서 온 사람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거기다 서울의 무계획적이고 무자비한 개발은 점점 더 서울을 괴상한 도시로 만들고 있다. (주범은 군사정권의 박정희 대통령이나 그가 죽은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은 나아졌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서울하면 부의 상징이고 문화의 메카이자 이 나라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첨단의 것들이 응집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했던 나에게 이태원에서의 짧은 생활과 이 책은 많은것을 느끼게 했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운게 좋은거지 어거지로 이렇게 저렇게 뜯어고치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서울이라는 도시는 너무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나는데 삶의 질 지수는 세계 215개 도시중에 90위고 환경지수는 더 낮아서 15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서울은 사람이 사는데 그리 적합한 도시가 아닌 것이다. 뭐든 다 서울로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것이지. 만약 서울에 있는 많은 시설들이 지방으로 옮겨간다면 서울은 굳이 아귀다툼을 벌여가면서도 꼭 살고싶은, 혹은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현대인들에게 편의성이란 도저히 무시할수 없는 사안인지라 다들 서울에서 살기는 하겠지만 노래 가사처럼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하는 느낌은 없다.

이 책은 현재 서울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도시계획에 관련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거대한 쇼핑몰이 아니다. 서울도 사람이 살아 숨쉬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은 서울을 편리하고도 삐까번쩍한 백화점쯤으로 만들려고 하는것 같다. 녹지 공간이라고는 조잡한 공원과 길가의 가로수가 전부이고, 개발을 위해서라면 하천도 덮어버리고 산도 다 깍아내는 도시는 결코 인간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어처구니 없을만큼 높은 인구 밀도이다. 이 책에는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지만 결국에는 인간들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빌딩은 높아지고 그 빌딩과 아파트를 세우기 위해 자연이 회손되는거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서울에 있는 주요 시설들의 30%만 다른곳에 옮겨도 서울은 그 불행을 적어도 여기서 멈출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좀 높은곳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서울도 사람이 사는 도시임을 인정하고 균형있게 국토를 발전시키면 좋겠다. 단 발전이란게 무조건 불도저로 밀고 기초공사를 끝내 콩크리트 더미들을 쌓아 올리는게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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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초 2005-03-0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가끔 서울에 올라가곤 하는데 저런 점은 알면서도 거의 생각하질 않았던 것 같네요.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사라져야 할듯..

야초 2005-03-0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가끔 서울에 올라가곤 하는데 저런 점은 알면서도 거의 생각하질 않았던 것 같네요.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사라져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