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만약 이 책이 지지리도 재미 없었다 하더라도 나는 별점 4개는 주었을 것이다. 오시이 마모루이기 때문에. 공각기동대와 아바론의 오시이 마모루에게 어찌 별점4점 이하를 줄 수 있으리요..

알다시피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이후 메트릭스를 비롯하여 많은 영화들에게 바이블과 같은 역활을 하였다. 오시이 마모루의 세계관은 독특하고 매력있으며 캐릭터들은 차갑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하지만(이런 점에서 에바의 징징대는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르다. 에바의 주인공들이 사춘기라면 공각기동대의 주인공들은 어른인 셈이다.) 정작 내면속에는 사춘기적 의문에서 자유로워져 있지 않다.

오시이 마모루의 가장 최근작은 실사 애니메이션 아바론이다. 네델란드에서 찍은 이 실사 애니메이션은 RPG게임이 모토이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그리고 거대한 네트워크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오시이 마모루는 네트워크 중에서도 게임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과연 무엇을 선택했을까?

결론은 좀 어이업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야수들의 밤 부제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라는 것을 상기 해 보자. 그렇다. 오시이 마모루는 뱀파이어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할랑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인 레이(아바의 심약한 레이와는 사뭇 다른)는 그의 표현에도 겨우 고등학생 주제일 뿐이니까. 고등학생이 어느날 뱀파이어를 만나게 되고 또 그 뱀파이어를 둘러싼 두 집단.(하나는 교황청이고 하나는 영국인지 프랑스 쪽인지의 갑부 가문)속에서 흥미진진한(정말 흥미진진하면 난 이 표현을 쓰지 않는다. 절대로) 모험을 시작한다.

솔찍하게 말 하자면 나는 처음만 마음에 들었다. 그 할랑한 고등학생의 눈으로 보는 사건까지가 딱 재미있었다. 그러나 뒤 이어지는 두 집안의 대표들과 함께 좌담을 나누는 것에는 질려버렸다. 거의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그들의 대화는 분명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재미는 없었다. 나는 조금 더 스토리에 치중 해 주길 바랬으나 오시이 마모루는 어리석은 우민들을 몹시 가르치고 싶었나보다. 그 부분만 참아낸다면 이 책은 소설 중에서는 그럭저럭 새롭고도 훌륭하다.

물론 두 집안의 대표가 나누는 긴긴 이야기는 교황청과 유럽경제를 망라드는 방대한 이야기이며 인류 진화론에 관한 꽤나 심각한 설들도 주장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네안데르탈인이니 호모 사피엔스니 하는 것들이 방대한 책에서 단 한줄의 시와도 같이 미비한 분량이라는 것이란 소리를 들으면 글쎄.. 뱀파이어가 없이리란 법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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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클라시커 50 4
크리스티네 지베르스 & 니콜라우스 슈뢰더 지음, 장혜경 옮김 / 해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너무 길어서 두번으로 나누어 씁니다.)
#2.

패션만이 디자인이 아니다. 그 사람이 걸치는 옷과 모자와 가방 그리고 신발도 물론 무시 할 수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옷 만큼이나 쉽게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는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명품 오합지졸은 속이 미식거릴 만큼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만 적어도 쇼윈도에 있는것과 똑같이 입기만 한다 해도 어디가서 촌발을 날리지는 않을테니..

나는 그 사람의 디자인 감각을 보려면 집에 가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주인의 감성과 취향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 취향이라고는 없는지 이것저것 닥치는데로 사 놓은 사람이라면 글쎄...나는 그 사람과 친분을 유지 해얄지 말아야 할지 좀 망설여 질 것 같다.

비싸지 않아도 명품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주인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집들이 있다. 영국인들은 집의 바깥을 보면 거의 콘크리트 더미처럼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보면 주인이 얼마나 스타일리쉬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가구며 제품들로 가득하다.
이제 우리도 한가지 시리즈로 가구를 쫙 맞추고 한가지 메이커로 주방용품을 다 사는 촌스러운 짓은 제발 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다 읽는다면 좋은 디자인을 골라내는 안목까지는 생기지 않더라도 적어도 디자인에 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기회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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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클라시커 50 4
크리스티네 지베르스 & 니콜라우스 슈뢰더 지음, 장혜경 옮김 / 해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이 너무 길어서 두번에 나누어서 씁니다.)
#1.

미래에는 더 나은 기술들이 판을 치겠지만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물건들은 거의 다 성능이 비슷비슷하다. 쉽게 말하자면 삼성이나 LG나 대우나 똑 같은 완전평면 티비를 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승부는 디자인에서 판가름 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전부 디자인으로 덮여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실때. 분명 누군가는 그 종이컵을 디자인 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도 우리는 컴퓨터의 디자인을 보게 된다. 건물도 사람들이 입은 옷과 각종 장신구도 전부 다 디자인이 아닌것이 없다.

다만 우리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 뿐이다. 공기를 느끼지 못하듯 이 물건을 누군가가 디자인 했을 것이며 그것은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편하고 쓸모있게 라는 모토를 가지고 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디자인 하면 우선 우리는 온갖 장식적인 의미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를 보자면 인체를 이해하고 공기저항을 이해해야 하며 메카닉을 이해 해야만이 가능하다. 단지 디자인에 소질이 있어서 마구 디자인을 해 놓는다면 엔진을 달 공간이 없어서 따로 트렁크에 넣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며 운전석의 미학에만 신경쓰다보니 운전대가 너무 멀어 롱팔이 아닌한 손끝으로 핸들을 잡아야 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클라시커(사전을 찾아보니 독어로 명작. 대가란 뜻입디다)디자인 50시리즈는 시대를 아우르는 디자인 명품 50점을 설명 해 두었다. 더러는 내가 이전에 읽은 책들에서 중복되는 경우도 있고(<이것이 명품이다> <바우하우스> 등의 책들) 더러는 전혀 새로운 것들도 있다. 특히 생활속에 밀접하게 쓰이는 자동차나 주방기기등이 있어서 반갑다. 언제나 디자인은 너무 높고 고귀하기만 했지만 이 책을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디자인임을 알게 될 것이다.

레고 장난감에서 부터 콩코드 비행기에 이르르기 까지 갖가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디자인들이 나와 있으며 그 디자인의 탄생기와 함께 왜 그 디자인이 디자인 명품에 들었는가를 설명하는 식이며. 한 단락이 끝나면 노란색 페이지에 약력과 설명 자료 요점에다 그 디자인이 등장하는 영화까지 나와 있어서 모르긴 해도 디자인을 공부하는 비기너들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어렸을때 가지고 논 레고와 유치원때 선물받은 소니 워크맨의 초창기 디자인이 나와 있어서 무지하게 좋았다. 그리고 버버리와 샤넬은 <이것이 명품이다>에서 워낙 자세하게 읽은터라 건너뛰었다. 가구나 의자는 주로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만든 제품이 많았으며 지포라이터는 <유광준의 명품 산책>에서 보았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왜 디자인 책을 보아야 하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 하겠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어떤 집에 가보면 막대한 부를 축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의 천박한 안목때문에 집 전체가 무식과 천박의 대결장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돈이 많기 때문에 어떤것 하나 비싸지 않은것이 없다. 하지만 감각적인 분위기는 비싼것들만 다 모아놓는 오합지졸에서 풍겨나는 싼 냄새와는 분명히 다르다.

디자인을 읽어내는 눈이야 말로 세상에 넘쳐나는 것들로 부터 자신의 개성과 안목을 보여 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패션 감각은 무지하게 따지면서 집에 가 보면 정말 디자인에 관해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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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메피스토(Mephisto) 2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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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말하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이트 클럽'을 얘기 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처음으로 남자로 태어났으면 진짜 좋았겠다 하고 생각하게 해 준 영화가 바로 파이트 클럽이었다.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연기생활중 가장 잘 어울리는 역활을 맡았다고 생각하며 무언가에 빨려가듯 따라가던(훑듯 따라가는건 다른 감독들도 곧잘 한다.)카메라 워크는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척 팔라닉. 좀 어려운 이름이다. 난 첨에는 척 필라닉이라고 읽었었고 서평을 쓰기 전까지는 그런줄 알았다. 이 사람의 이력은 근사하다. 컨테이너 열차의 디젤 엔진 수리공. 멋지지 않은가? 어떤 작가도 저런 전직을 가진 멋진 과거는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것만 봐도 이 작가가 얼마나 멋지구리한지 알 수 있다. 모르겠다고? 그럼 당신은 적어도 나같은 부류의 인간이 아님에 안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는데 참으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은 멋지다는것 이외에는 아무 형용사도 붙이기 힘들다. 내용을 나열하는 것은 영화 숏컷이나 포룸을 보고 어떤 에피소드가 제일 처음이었던가 생각 해 내는것 처럼 한심하다.

아주 불친절하게 느껴 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이미 우리에게 맨 첫장에 경고했다. 감당할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책장 덮으라고.. 그리고 각종 상들을 받은 교훈적이고도 거북스럽잖은 다른 책들을 읽으라고...

주인공은 빅터 맨시니이다. 책의 내용은 맨시니의 현재를 다루고 있다. 그에게는 요양원에서 오늘내일 하는 어머니가 있고, 17세기 박물관에서의 삶이 있고, 음식점에서 질식할 만큼 음식을 넣고 있다가 자기를 살려줄(그리고 살려 준 이후 그 영웅이 보내는 수표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마지막으로 섹스 중독자로서의 삶이 있다.

맨시니는 어머니를 돌보지만 희생정신이 드높지 않다. 눈물겹지도 않고 효를 들먹이지도 않는다. 17세기 박물관에서의 빅터 역시 전혀 역사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음식점에서 질식하는 빅터 역시 돈을 위해 그 짓을 하지만 불쌍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섹스 중독자로서의 빅터. 다들 기대하는 것 만큼 에로틱하거나 열심히 섹스를 즐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냥 할 뿐이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마다 오~ 담배 하지 않듯이 말이다. 이 책이 멋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것들 때문이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그러지 않는것.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보게되는 표현은 다음 두 가지이다.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적당한 말 같지는 않지만 지금 떠오르는 말들.

내 생각이 틀릴수도 있겠지만 모범적인 독서를 하고픈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가 올해들어 읽은 소설중에서 단연 최고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멋지다 빅터는 멋지다 마사루와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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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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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참 이쁜 이름이다. 생긴건 어찌 되었던 간에 내가 이 책을 구입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이었다. 다음으로는 제목 키친. 부엌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었을것 같은.. 된장찌게 보다는 베이글 냄새가 풍길듯한 이 이름에 역시 현옥되었더랬다.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말하면 암담하다. 도대체 요시모토 바나나란 여자는 내가 봤을때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 책을 쓴것 같다. 아무리 여류작가들이 자기네 일기장을 소설로 내어놓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는 해도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우리나라 여류 작가들(은희경을 필두로 그 무수한 여류작가들이라 불리우는 자들)은 상상력이 지나치다 못해 나래가 간혹 찢어지기도 하고 감정표현이 세밀하다 못해 홍상수표 영화처럼 징글맞을 망정 그래도 한점 노력의 티끌은 보이건만. 일본서 온 이 여자. 정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제목이 키친이니 할 수 없이 끼워넣은듯한 주인공의 부엌에 대한 집착인지 애착인지 암튼 그 비슷한거. 그리고 착한 여자는 참한 남자에게 이쁜 보호를 받게 되는 아주 궁핍한 스토리... 그나마 심리묘사라도 조금 길었다거나 뭔가 여성적 감수성으로 깊이 후벼판 흔적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는 갈채를 보냈을 것이다. 그 시기에 워낙 읽을게 없어서 집어든 책이었으므로.

내가 이미 읽다가 구석으로 내몬지 한참이나 지난 이 책에대해 다시 들먹이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매긴 그 헉겁할 별점과 서평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칭찬을 이제서야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 사람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싶다. 도대체 이 책의 어떤점이, 무엇이 그렇게 좋은거냐고... 혹 내가 못 보고 지나친건지 어떤건지...

요시모토 바나나. 귀여운 그대 이름이 아깝다.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그녀의 책 중에서도 키친을 맨 먼저 집어들어서 그녀에 관한 호감이라고는 참깨만큼도 남지 않았음이 안타까울 뿐이다.(간혹 작가들 중에서도 헉겁할 책을 써 놓고는 나중에 수작을 내는 이들이 간혹 있다. 내 기억에는 무라카미 류가 그런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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