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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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때 수학이나 과학은 싫어했지만 생물학 만큼은 좋아했던것 같다. 생물학이 좋은 이유는 내가 살아서 걸어다닐 수 있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생물학을 이용한 무궁무진한 상상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했었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는 이런 생물을 어렵지 않게 풀어놓은 책이다. 책은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이라고 씌여 있지만 신화는 그냥 생물학을 좀 더 재미있게 접근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난 신화를 무척 싫어하는 편인데(신화를 싫어하는 인간도 있냐고 묻는다면 여깄다고 대답하겠다.) 처음에는 신화때문에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보니 신화는 한 페이지를 결코 넘지 않았고 도입부에 잠깐 등장 할 뿐이었다. (그 정도의 신화는 신화를 싫어하는 나 조차도 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생명의 탄생과 노화, 유전자의 진화, 성과 남녀의 진화, 호르몬에 대하여, 질병과 면역계, 바이오테크놀러지등의 큰 장으로 나뉘며 각 장은 다시 작은 소제목들로 나뉘어져 있다.

읽다가 보면 영원히 기억해 두어야겠다 싶을 만큼 유용한 지식들이 가득하고 때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재밌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며 정재승이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라는 책과 몹시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재승의 경우 물리를 영화와 접목시켜서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었고 이은희의 경우 정재승의 경우보다 친숙도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신화를 접목시켰다.

책의 재미라는 것은 저자의 말솜씨로 인해 재밌는 경우와 내용 자체가 재밌는 경우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중간즘에 있다. 비록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같은 재미는 느껴지지 않지만 저자는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준비하였고 고심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용은 인간의 탄생부터 시작하니 흥미롭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쓸데없을 것 같고 읽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 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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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희망 2004-03-21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외하는 애들에게 권해주고 싶네요..^^

비로그인 2004-04-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수학을 싫어해요... 제 동생두요.. 하지만 이제부턴 동생에게 이책을 읽어보라고 해야 겠군요..

플라시보 2004-04-1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학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상상이 필요없는 학문이라서 그렇다는것. 그리고 어차피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 등등입니다.

BRINY 2004-05-0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경기도 중학생 독서경시대회 대상 도서라 애들이 읽는 거 봤어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권장 도서들은 그다지 별볼일 없었는데, 이 책은 읽은만한가보네요.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 - 위기를 돌파하는 마케팅
김병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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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나설때, 내 우편함에는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 카탈로그 책자나 광고지들이 잔뜩 꼽혀 있다.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열고 이메일을 체크하면 70% 이상이 광고성 메일이다. 그 중에는 경품에 눈이 멀어서 내 스스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메일로 날라온 것도 있고 대체 나의 정보를 어디서 빼냈을까 싶게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온 메일도 있다. 업무를 시작할라치면 이번에는 전화들이 나를 가만 두질 않는다. 처음에는 딴소리들을 한다. '모모 사이트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고객님한테 적립금을 드렸으니까요. 마이 페이지에서 확인하시구요'로 시작을 해서 결국에는 무슨 보험 상품과 그 사이트가 제휴를 맺어서 2만 몇천원에 내가 걸릴지도 모르는 모든 질병들에 대해 다 보장을 해 준단다.

과거부터 지속되던 TV와 라디오 전광판 광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서 설명한 것 까지 다 합치자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군데의 마케팅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표적을 기막히게 잘 찾아서 시의 적절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필요도 없는데 시간만 뺏는다는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현재 급변하고 있는 마케팅 환경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또 마케팅 역사와 잘된 마케팅 사례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도 하고 기존의 것을 업그레이드 하기도 하면서 세계 각 기업들은 오늘도 자신의 브랜드와 자신의 상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책의 장점은 나처럼 마케팅과는 무관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과 함께 실제 사례들을 재미나게 엮어두었다. 또한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지 않고 등장한다 하더라도 충분하게 이해 가능한 것들이라서 비 전문가가 읽기에 더욱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이뤄지는 일련의 마케팅들을 보면 가히 전쟁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유사 제품들 속에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을 쓰게 하려면 첫번째로 소비자에게 이러한 상품이 존재한다는 것 부터 알려야 하며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출발점이다. 일대일 방문 판매를 할 것인가 아니면 텔레마케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을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소매점 같은 곳에 진열 할 것이라면 제품과 동시에 제품의 브랜드도 알려야 한다. 우리 아버지는 전자제품은 무조건 삼성과 소니를 선호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삼성과 소니를 선택하게 되는 것에는 삼성과 소니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파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뭔지 몰라도 삼성과 소니가 만들었으면 제대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폼 나 보인다는 것이 바로 수많은 유사제품을 제치고 삼성과 소니가 우리집안에 들어 올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파워 뿐 아니라 물건 자체도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써 보기 전에 뭐가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기업으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와 자신의 물건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스와치와 코카콜라의 사례였다. 모두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그리고 여름이 아닌 겨울에는 잘 매치되지 않았던 코카콜라가 산타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크리스마스를  콜라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은 겨울에도 코카콜라가 꾸준하게 팔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로 코카콜라는 계절을 가리는 상품이 아닌 1년 내내 꾸준하게 롱런하는 상품이 되었고 우리는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과 하얀 수염만 봐도 코카콜라 병을 들고 있는 산타를 자연스럽게 떠 올리게 되었다. 스와치는 늘 고급 시계의 대명사였던 스위스에서 출발 했다는 것이 의외다. 알다시피 스와치는 패션 시계이자 고가가 아닌 중저가의 시계이다. 패셔너블 하면서도 싸구려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번 사면 대를 물려가며 차야 하는 부담스러운 시계가 미국이 아닌 세계최대 정밀산업의 강국 스위스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늘 고급스런 재료와 100% 수공제작으로 시계 하나에 엄청난 가격을 매기던 다른 스위스 시계들과 달리 스와치는 가볍고 패셔너블하면서 대량제작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다. 스와치는 현재 캘빈 클라인등과 제휴를 맺어서 캘빈이 디자인하고 스와치가 만든 ck시계를 비롯해서 수많은 시계를 생산하고 있다. 모델 교체가 매우 빠르고 여러 아티스트들의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 때문에 스와치는 시계 모델 중에서 가장 많은 수집가 집단을 팬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 책은 전문적인 마케팅 설명의 장이 끝나면 코카콜라나 스와치 같은 사례를 바로 접목해서 뒤이어 붙여놨기 때문에 전문적인 부분을 읽으며 뭔소린가 했던 일반인들도 뒷장은 재미난 사례 중심이여서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이것을 아예 책의 앞쪽과 뒷쪽으로 양분해 두었다면 앞쪽 혹은 뒷쪽만 편중해서 읽을 수 있었겠지만 저자는 전문적설명 바로 뒤에 사례를 하나씩만 붙여 두므로써 끝까지 책을 다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나처럼 마케팅과 전혀 무관한 직종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소비자로 존재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마케팅에 노출이 되어 있는 한 아예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체 날마다 나에게 불어닥치는 마케팅의 바람이 무엇인지 정체 정도는 알아둬도 나쁠 것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도 쉽고 재밌게 마케팅이 무엇이며 어떻게 흘러왔고 흘러 갈 것인지를 설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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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카콜라가 왜 빨간생인 지 궁금했었는데... 이제 야 알겠네요..ㅋ

플라시보 2004-04-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코카콜라는 빨간색은 아닙니다. 검은색이죠. 불빛에 보면 약간 붉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액체라서 빛이 통과하여 그렇게 보이는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코카콜라는 검은색이고 검은색인 이유는 코카콜라에 들어가는 캬라멜 때문에 그렇습니다. 빨간색은 코카콜라의 로고 (흰 바탕에 코카콜라라고 적혀있죠) 색이고 그래서 산타에게 빨간옷을 입혔다고 말 하는 것입니다. 원래 산타클로스는 빨간옷을 입고 있지 않았구요.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전형적인 산타의 모습은 코카콜라사에서 만든 이미지 입니다.(흰 수염에 빨간 볼. 불룩 나온 배. 그리고 빨간색에 흰색 털이 달린 의상 등등) 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dogduks 2004-05-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 책을 구입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너에게 변두리를 보낸다 - 'PAPER' 정유희 기자의 중구난방 무대뽀 여행기
정유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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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 대학을 졸업하고 큰 물에서 직장을 잡자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서 살게 되었다. 가난했던 우리 둘은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싱크대에서 세수 해 가며 살았다. 어찌어찌 해서 친구는 음반 녹음실 엔지니어로 일 하게 되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백수 상태였다. 맨날 스레빠를 질질 끌고 라면을 사러 동네 슈퍼 (규모가 꾀 컸다.)에 갔더니만 날 참하게 본(아님. 참 한심하게 본) 주인 아줌마가 사람이 비어서 그러는데 계산대에서 알바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그때부터 나는 동네 슈퍼마켓 캐셔가 되었다. 당장은 방세도 내야 하고 쌀도 사야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일을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꼴에)대학까지 나와서 슈퍼마켓 캐셔라니... 내가 이러려고 지난 20년이 넘게 살던 도시를 박차고 서울로 올라왔나 싶고 이 사실을 알면 부모님이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2년간의 짧은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내가 살던 땅으로 내려왔다. 그게 99년도의 일이었고 집으로 내려와서는 일이 잘 풀려서 새로 개국한 방송국에서 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내가 백수였으나 집에 내려와서는 친구가 백수였다.)

 

그 당시. 정말 힘들고 징글징글 한 서울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좋은점이 있었다면 바로 문화적으로 너무나 풍부한 도시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재즈 콘서트가 매일밤 열리고 지하철과 커피숖에는 무료로 잡지까지 주는 그 곳은 내가 생각하기에 별천지 였다. 그때 만난 무가지가 바로 페이퍼 였다. 나는 그 잡지를 꼬박꼬박 공짜로 얻어다가 가난에 지친 내게 물을 주는 심정으로 읽었다. 책 사볼 돈도 빠듯했던 나에게 그 잡지는 정말이지 너무 고마운 읽을꺼리 였었고 버리지 않고 좁은 지하방에 차곡차곡 손때를 뭍히며 모아 두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페이퍼는 무가지에서 천원 그리고 지금은 삼천원에 팔리는 잡지가 되었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늘 무가지 였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그 변함없는, 대책없는 열정을 가진 페이퍼를 좋아한다.

 

페이퍼 기자 중에서 정유희라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정말 독특하다. 우선 생김새를 봐도 남다르고(이 책 표지에 있는, 밤에 보면 좀 무서운 여자가 정유희다.) 그녀의 글 또한 남다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나 딴지일보형, 또는 디씨형 글들이 유행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유희의 글은 새로운 유행의 탄생이라 불리울 만큼 독특한 필체를 자랑했다. 그녀의 알싸하고도 톡 쏘는 필체는 마치 콜라처럼 시원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물론 이 책을 낸 것은 오래전의 일이나 나는 얼마전 아는 분으로 부터 선물을 받아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지금은 페이퍼 편집장인 황경신이 쓴 '내가 정말 그를 만났을까?'와 한때 페이퍼 사단이었던 박광수의 '광수생각'시리즈는 다 읽었는데 어째서 이 책 만큼은 안 사 봤는지 나도 신기하다.)

 

내가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나는 게을러 터져서 여행이란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딜 갔다 왔다고 하면 침 흘리며 '야 좋겠다 어땠는지 모조리 다 얘기해 봐봐' 하긴 하지만 막상 그들이 나에게 여행을 제의하면 '글쎄 그날 스케줄이..저기 그러니까 내가 요즘 몸이 좀 영 뻣뻣한것이 뒷목도 시원찮고' 하면서 핑계를 댄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고 또 달변가이기에 나는 그걸로 만족을 하고 가끔은 침대에 드러누워서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의 기쁨을 게으르고 게으르게 만끽한다. (이 책도 90% 이상을 침대 위에서 봤다. 인류의 발명품중 내가 가장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침대다.)

 

정유희의 여행기는 거창하지 않다. 페이퍼가 가난한 탓도 또 한달에 한번 마감을 해야 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대한민국에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흥준의 나의 문화 답사기 처럼 우리땅에 있는 문화 유산을 모두 답사하여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다들 재밌게 저 책을 봤다고 하는데 나는 도중에 읽다가 치웠다. 난 저 책 재미 없었다.) 그녀는 어느날 문득(물론 마감이 닥쳐서이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 몇몇을 끼워서 훌쩍 여행을 떠난다. 좀 유명하다 싶은 곳도 다니지만 책 제목처럼 상당히 변두리스러운 곳들도 곧잘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돈 걱정도 하고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술 푸느라 뭘 보고 느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아주 인간적인 여행을 한다.

 

나는 여행기 만큼 그 사람의 필체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장르도 없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유희의 여행기에는 내가 페이퍼에서 언뜻언뜻 느꼈던 인간 정유희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마치 빨게벗고 목욕탕에서 같이 때를 밀기라도 한 것 처럼 친근하다. 그녀의 여행기는 교훈적이지도 않고 원대한 포부나 목적도 없지만 게으른 나 조차도 저 정도의 여행이라면 그냥 할랑하게 갈 만 한걸? 하는 결심까지 서게 만든다.

 

정유희의 필체가 워낙 독특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기 만큼은 정말 재미있다. 특히나 정유희가 함께 데리고 떠난 인간군상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으며 전문가스럽지 않은 사진들도 정겹다. 거기다 술과 음식이 빠지지 않으니 이 아니 좋을쏜가! 끝으로 이 책을 제공한 분께 감사드린다. 아직까지는 욕심이 많아서 책은 모조리 다 사서 보고 하나도 남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나 같은 인간과는 달리 아주 좋으신 분인것 같다. (나도 이사를 가거나 책장 정리를 하게 되면 책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착한 맘이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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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3-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희씨가 진행하는 EBS 삼색토크 '여자의 방'도 한 번 기회되면 보세요. 일요일 저녁에 하는데 저는 그 시간대에 볼게 없어서 이리저리 틀다보면 꼭 그 프로그램이 하고 있더라요. 장경순이라는 배우랑 이름이 기억 안나는 한 분이랑 세분이서 진행하는 거거든요. 재밌답니다^^

플라시보 2004-03-1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을 안 적어 주셔서 TV채널 시간표를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4-04-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읽었는데.. 정말 좋아요.. 이책..
 
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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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나는 그게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다. 대변 검사도 사라졌고 TV에서 회충약 광고를 하던것도 (요충, 촌충, 십이지장충이라 쓰인 글자를 빗자루로 막 쓸면서 이거 한알이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광고였던것 같음)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기생충이야 말로 머릿니 처럼 이 땅에서 말끔히 사라진줄 알았다.

허나 이 책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기생충은 남아있다. 물론 예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변검사를 해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있는 그것들은 언제 다시 예전의 영화롭던 시절을 되 찾을지 알 수가 없다.

책의 내용은 주인공인 마태수 탐정이 기생충으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흥미롭고도 징그러운 사건들을 각 챕터별로 해결 해 나간다. 그리고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설마라고 생각했던 앞의 허구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해 서술 해 놓았다. (이걸 읽고나서야 비로서 정말 이럴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범죄가 지금보다 좀 더 지능적으로 발전이 된다면 별로 표도 나지 않는 기생충을 이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기생충이 든 음료한잔을 권하거나 기생충알을 잔뜩 펴바른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이 뱃속이 곧 기생충으로 부글거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준높은 복수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깡패를 사서 뒷골목에 끌고 간 다음 늘씬하게 두들겨 주거나 아니면 직접 야구 빳다 같은거 하나 질머지고 가서 숨이 차오를 만큼 패 주는것 보다는 훨씬 고단수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무관심했던 기생충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저자의 유머러스함에 배 째지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재미에 목숨걸고 사는 나로써는 재밌는 책 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없다.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재밌었던 책은 예전에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였던가? 아무튼 정재승이 쓴 책과 이 책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그 두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쉽고 재밌게 일반인들에게 풀어 설명하는 재주는 비슷하게 가진것 같다.

책을 보고 나서 한동안 나는 내가 기생충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TV에서 암이나 기타 질병 같은걸 보여주는 다큐멘타리라도 할라치면 내일 당장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게 사람 심정인 만큼 이 책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요즘은 귀찮아도 볼일을 보면 100% 손씻기에 도전하고 있고 변을 보고 나서 혹시 그 안에 꼬물거리는 생명체라도 없나 싶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참고로 말라리아도 기생충이라고 한다. 이 책에도 언급된 탈랜트 고 김성찬씨가 말라리아로 명을 달리 하셨는데 나는 일이 그렇게 되기 직전에 공항에서 그 분을 보고 몇 마디 나누었었다. 무슨 TV오지 탐험 갔은걸 찍고 왔는데 열이나서 미치겠다고. 당시 라디오 스케줄이 있으셔서 내가 사는 지역에 들르셨는데 그때 내가 비행기 표를 끊어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는 뵙지 못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분은 안그래도 가무잡잡 하셨는데 정말 속에서 부터 독소가 올라온것 처럼 사람이 까맣게 타 있었다. 열도 많이 난다고 하고 예방접종인가? 아무튼 주사를 너무 싫어해서 그걸 안맞고 출국한게 너무 찜찜하다는 말도 하셨던것 같다. 그때 농담으로 '너무 빡빡하게 촬영해서 무리가 났나봐. 몸살이겠지? 설마 말라리아에 걸렸겠어?' 하셨는데 진짜로 말라리아에 걸리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스케줄 때문에 근 일년간 일주일에 한번은 얼굴을 뵜었고 저녁 식사를 겸한 술자리도 한번 가졌었는데 그 기억이 새롭다.

끝으로 이 책은 알라딘 '나의 서재'에서 맹 활약중인 마태우스님이 쓰신 것이다. 마태우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이 몹시 신기하여 도저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이렇게 고백을 한다. 이 책이 좀더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면 인세로 술한잔 사 주실지도 모른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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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희망 2004-03-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말 읽어보고 싶게 쓰셨군요..^*^ 꼭 한번 손에 쥐고 읽어봐야 겠네요..그날은 또 밤새겟군요

2004-03-12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4-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럴것 같아요..

2004-06-29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6-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도 TV프로그램에서 본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시골이 아닌 대도시 (소위 잘산다는 강남을 비롯) 에서조차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케이팩스
진 브류어 지음, 최필원 옮김 / 대현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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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문 사회면에는 날마다 끔찍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사라졌던 아이들이 끝내 처참하게 살해가 된채 발견이 되거나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살해된다. 나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내가 죽는건 아주 늙어서 호호백발이 된 다음 노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살지만 사실 순간 순간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나 일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남자가 정신 병동에 들어온다. 그는 K-PAX라는 거문고좌 근처의 행성에서 온 플롯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의 치료를 맡고 있는 진 브류어(작가와 이름이 같다.)는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의 정신병자들과 달리 플롯은 아주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무엇보다 병원의 환자들이 플롯을 통해 평화를 되찾는다. 진 브류어는 어느날 최면 요법으로 플롯을 치료하다가 플롯의 내부에, 아니 정확하게 말 하자면 플롯이 실은 로버트라는 남자이고 플롯은 그의 또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보통 제2, 제3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인 본인이 위험에 처하거나 곤란할때만 등장하는데 플롯의 경우에는 다른 다중인격자들과 달리 계속해서 플롯만 표면으로 등장해 있다. 플롯은 얼마 후 자기는 K-PAX로 돌아 갈 것이라고 말하고 진 브류어는 그 전에 어떻게 해서건 플롯의 뒤에 있는 진짜 인격인 로버트를 밖으로 불러내어 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플롯은 사라지고 모든것에 반응이 없는 로버트만 남겨진다.

이 책이 공상과학에 분류되어 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플롯이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그 부분에 대해 이 책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 플롯이 산다고 주장하는 케이펙스는 학자들 조차도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별로 일반인들이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정을 해 두었다. 그 밖에도 케이펙스에서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패턴을 알아 낸다던가 플롯이 그림으로 표현한 케이펙스와 지구등의 천체도가 실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 등등은 플롯이 실제로 외계에서온 생명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좀더 재밌는 소설을 위해 사용된 장치일 뿐. 이 소설이 진짜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만들어낸 별 케이펙스에서의 생활과 모습은 모두 로버트(플롯이자)의 삶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그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케이펙스에서는 당연히 없거나 있어도 거의 존재하지 않음이나 마찬가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보기에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결국 스스로를 치료하려고 만들어 놓은 제2인격의 도움 조차도 받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버린 이야기이다.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사람이 미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늘 그렇듯 미쳤다와 미치지 않았다의 경계가 어디인가 하는 것도. 재밌는 책임에는 분명했지만 깔깔거리거나 유쾌할 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볼때 이 책은 플롯과 케이펙스라는 몹시 흥미로운 장치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더없이 우울하고 착잡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슬픈 소설이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케이펙스와 플롯이라는 존재에 대해 촛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케이펙스와 플롯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제일 처음 언급한 것 처럼 이렇게 험한 세상을 살다가 어느날 험한 일을 실제로 겪게 된다면 우리도 로버트처럼 플롯같은 존재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것이 너무나 끔찍하여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라도 해서 살려고 하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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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책도 있었는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