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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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런 바보같은 제목을 달았지?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건 귀엽고 재밌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책이 두꺼웠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대부분은 한참이나 남아있는 책을 보면서 조금만 더 얇았으면 한다.) 읽는 내내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요즘 쏟아지고 있는 카툰+에세이 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예쁘장하지만 단순하고 특색없는 그림에다 월간 좋은생각에나 등장할듯 한 마음 따뜻한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거나 사랑 혹은 이별에 관해 얄팍하게 주절주절 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골라잡은 것은 여동생이 '읽어봐. 귀엽고 재밌어' 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읽고 나서 동생이 추천한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적으면서 리뷰를 쓰고 있으니 동생의 말은 옳았다. )

제일 처음에는 일본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라고 해봐야 문화의 이질감에서 오는 '이것도 이상하구요' '저것도 이상해요' '한국은 정말이지 괴상망칙해요' 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의외로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문화의 차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 하고 있지만 그걸 일본과 비교해서 어느 곳이든 우위를 주는 식이 아니여서 좋다. 이를테면 다만 다를뿐.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거지 뭐 하며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한국인이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나 역시 똑같이 생각했던 부분이여서 놀라기도 했었다.

왼쪽에는 카툰이 오른쪽에는 에세이가 있는데 그림이 정말 귀엽다.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겼지만 표정이 무척 다양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옷도 입히지 않고 머리카락도 없는것은 성별이나 나이 같은걸 알수없는 존재로 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림을 다 보고 나면 그 바로 옆 페이지에는 그림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둔 글이 등장하는데 글도 나쁘지 않다. 문체는 평이하지만 대신 거부감도 없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때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한동안 요즘 쏟아지는 카툰 에세이북에 대해서 글 대신 예쁜 그림으로 대강 대강 지면을 채운 성의없는 책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닌 책을 발견해서 다행스럽다. (원래는 카툰을 좋아한다.) 책의 양에 비해서 정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사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게 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차이를 적어두긴 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뭐가 옳거나 혹은 더 낫다는 비교가 아닌 그냥 '이런 이런게 다르다'정도의 비교여서 거부감이 없다. 사실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역시 자기나라가 아닌 다른나라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글로 엮은 것인데 너무 전투적이고 편협해서 왜 이렇게 밖에는 못 쓸까 싶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분명히 전여사보다 한 수 위인것 같다. 나이는 전여사 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포용력 있게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

문화는 그냥 차이일 뿐 뭐가 더 낫고 뭐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인데 가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문명국이라 역시 다르다는 부러워류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서 형편없이 지저분하고 야만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걸 볼 수 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함정을 잘 피해나가서 재밌고도 귀여운 책을 낸 것 같다. 어릴때 부터 만화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수준급이며 (캐릭터의 표정이 정말 풍부하다.) 만화적인 표현도 많이 등장해서 재밌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가 재밌으면 더욱 재밌게 느껴지듯. 카툰 에세이에 대해 조금은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생각외로 너무 재밌고 귀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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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5-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서재에서 본책이다..^^

321zilch 2004-05-2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짱 너무 잼있어요~

플라시보 2004-05-2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렇죠? 저도 무지하게 재밌게 봤습니다.
 
벌들의 비밀생활
수 몽 키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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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그러니까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을 일부러 찾아서 읽지는 않는 나지만 막상 읽게 되면 또 그럭저럭 꾸준하게 읽게 된다. 이 책 역시 양에 비해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상을 많이 받은 책이며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의식을 따라하는 모임도 여럿 있다고 한다.

책의 배경은 1964년 미국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이제 막 열네살이 된 릴리는 지긋지긋한 아빠(그녀는 아빠를 티 레이라고 부른다.) 를 벗어나고 싶다. 어느날 자신을 돌봐주는 흑인 하녀 로살린과 함께 복잡한 일에 연루되고 이를 계기로 릴리는 엄마의 유품인 블랙마돈나 사진의 뒤에 적혀진 지명으로 엄마의 흔적을 찾아서 떠난다. 릴리의 엄마는 릴리가 어릴때 아빠와 다투다가 총을 떨어뜨리고, 이걸 어린 릴리가 방아쇠를 당겨버려서 사고로 죽었다. 릴리는 자신의 실수인지 아빠가 그랬는지의 기억이 전혀 없고 다만 자신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믿는다. 릴리는 로살린과 함께 블랙 마돈나 그림의 뒤에 적혀있는 도시로 가고 거기서 블랙 마돈나 그림을 레벨로 붙여서 꿀을 파는 흑인 자매들을 만난다. 이런저런 거짓말로 둘러댄 릴리는 로살린과 같이 이 흑인 자매들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양봉을 배우고 흑인 소년을 좋아하게 되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릴리는 자신과(비록 사고였지만 엄마를 죽인) 자신의 엄마를(잠시나마 자기를 버려두고 도망을 갔던) 용서한다.

책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다. 흑인과 백인과의 갈등도 딱 열네살 소녀의 눈에 비친만큼이고 잭이라는 흑인 남자아이를 남몰래 좋아하게 되지만 그것 역시 순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을 벗어나서 흑인 자매들과 함께 양봉을 하며 지내는 릴리는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을 접하게 된다. 성질 고약한 아빠와 로살린이 전부였던 릴리의 생활에 변화가 오고 그만큼 릴리는 자라난다. 그리고 마침내 견딜 수 없을꺼라고 생각했던 엄마에 관한 일. 즉 자기 스스로 기억하는 진실이 아닌 사람들이 알고있는 사실을 맞닥뜨릴 준비가 된다. 그게 실은 안듣느니만 못했던 사실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릴리 또래의 애들이 읽기에는 위험하지 않나 싶다. 왜냐면 릴리는 집을 나오고도 조금도 고생을 하지 않고 단박에 친절한 흑인 자매들을 만나 양봉을 하며 그야말로 꿀같은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거나 온곳으로 되돌아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의 가출은 절대 그렇게 좋은 사람만 만나고 그 사람들이 마치 부모라도 되는 것 처럼 보호해 주지 않는다. (허나 어른들이 읽기에는 많이 약하다. 나 역시 읽는 내내 '약해~' 를 입에 달고 있었다.

책의 겉에 적혀있는 만큼의 찬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한 책이었다. 적어도 아주 재미없거나 지루하진 않았으며 여러 인간군상과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 몽키드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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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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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여름. 나는 알라딘에서 경제쪽의 리뷰를 많이 쓰시는 어떤 분으로 부터 내가 분명히 재밌어할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받았었다. 나는 책을 8월 중순에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고 다 읽은 날짜는 어제. 즉 2004년 5월 9일이었다. 이 책을 다 읽는데 거의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별 다섯을 주지 않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로인한 약간의 스트레스 때문에 별 한개를 빼 버린 것이지 절대 책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책은 아주 훌륭하고도 재밌다. 더구나 나처럼 철학은 어려워 라는 생각으로 프로이드건 비트겐슈타인이건 그 밖의 누구건간에 손을 들어버린 인간에게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 책을 다 읽는데 10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오래 읽었으며 보통 이정도로 속도가 나가지 않으면 포기해 버리는데 또 어째서 그 긴 시간이 걸림에도 끝까지 읽어치웠는지도 알 수 없다.

제목에서 나타나 있듯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 보면 단순히 사랑해가 아니라 왜라는 물음에서 약간의 고민을 엿볼수도 있다. 그냥 너무 사랑해라던가 정말 사랑하는구나가 아닌 왜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의문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 문제에 관한 생각. 즉 철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의 화자는 한 남자이다. 미혼이며 직장이 있고 혼자 살고 있는 꽤 평범한 남자이다. 그는 어느날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와 만남을 가지게 되고 당연하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다음 단계가 계속해서 빠지는 것이면 좋겠지만 실제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바로 원하던 것을 얻게된 자의 오만. 즉 상대의맘에 안드는 구석이나 단점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단점들은 어느순간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저 단점들을 내가 다 알았더라도 나는 사랑을 시작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만큼.

그리고 그 다음 단계. 그런 단점들로 인해 사랑이 끝장 나 버리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어느새 정이라는게 생기고 익숙함이 생기며 함께지낸 시간들이 쌓여서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암호같은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랑은 더더욱 영글어가는 듯 보인다. 이제 남자는 클로이라는 여자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으며, 어쩌면 클로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자신 혹은 클로이와 자신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랑은 그 익숙함 만으로 지속되게 가만있지 않는다. 광고에도 나왔다시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움직이므로.

어느날 그는 클로이가 자신의 친구와 외도를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인정하지는 않는다. 의심은 들지만 의식적으로 그 의심을 누른다. 하지만 자신을 속일수는 있어도 변한 상대방의 행동은 속일수가 없다. 클로이는 점점 변해간다. 시큰둥해지고 무덤덤해지고 짜증과 싸움이 늘어간다. 그러다가 만난지 1주년이 되는 날. 역시 둘이 처음 만났던 장소인 비행기 안에서 클로이는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는 받아들인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면 남은 사람이 할 일은 딱 한가지이다. 슬퍼하기. 혹은 괴로워하기. 뭐라 불러도 상관없을 마음의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떠 올리고 사람은 가고 없지만 함께 했던 모든 사소한 일들을 부여잡고 그 기억들과 함께 산다. 그러다 마침내 남자는 클로이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시도는 시도로 끝나고 그때를 기점으로 그는 클로이를 미워한다.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자기가 버림받을 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것과 달리 이제는 자기를 버린 클로이라는 여자에게 모든 원망과 미움을 다 보낸다. 그리고 다음 단계. 서서히 잊어간다. 억지로 떠 올려야 생각이 날 만큼. 그리고 가끔은 그렇게 잊었다는 것에 스스로 감상적인 슬픔에 젖을 만큼 말이다.

남자는 클로이를 잊었으며 동시에 새로운 여자 레이첼을 만나게 된다. 그는 어렴풋이 자기가 클로이를 만났을때와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려 하고 있음을.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다짐이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 또 다시 빌어먹을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의 심리상태에 의존하여 전개 해 나간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심리상태는 시간 순서에 따라 흐르므로 따라잡기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큰 사건 없이 한 남자의 내면. 그것도 오직 사랑이라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마치 조그만 구멍이 하나밖에 나 있지 않은 상자에 갖혀 있는 것 처럼 답답증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야 책에서 흔한 일이겠지만 그들은 인생의 전체랄지, 아니 한 토막이라 하더라도 갖가지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오직 사랑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것도 여러가지 사랑이 아닌 클로이라는 여자를 향한 단 하나의 사랑만을 집요하게 이야기 한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는데 내가 난독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긴 세월이 걸렸던 것은 답답함에 숨구멍을 터주기 위해서 읽는 중간중간 쉬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한페이지를 읽고 하루를 쉬었고 때로는 한줄을 읽고 한달을 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내 기억력 나쁜 머리에서 일어난 일 치고는 가히 기적적으로 한달전에 읽은 책의 앞장과 현재 읽고 있는 뒷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혹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만나고 사귀기로 하고 남들에게도 애인이라고 소개를 하면서도 나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이게 사랑이 아닐까? 뭐 맞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단순했다면. 나의 학습 능력 만큼이나 내가 사랑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생략했더라면 나는 사랑을 조금 더 쉽게 해 볼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 주인공에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사랑을 하면서 지나치게 생각이 많았다. 허나 따지고 보면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그 정도의 생각은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머리속으로 해서 그 분량을 알 수 없을 뿐. 그 모든 과정을 글로 옮겨놓는다면 알랭 드 보통 보다 한 수 더 뜰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는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글귀가 인용되어 있다. 하지만 별로 어렵지 않은 정도의 인용이라 괜찮다. 가끔은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그림이나 도표등이 등장하긴 하나 역시 어렵지 않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한 남자의 내면을 오래도록 질기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사람들에게 권할 생각이다. 나처럼 그 압박감에 못이겨 읽는데 10개월이 걸리건 1년이 걸리건 꼭 한번은 읽어 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단지 재밌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일생에 한번 이상은 꼭 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행위 혹은 마음에 대해 한번쯤은 이렇게 착잡할정도로 차곡차곡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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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0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5-1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사랑 방식에서 저의 모습을 보고 갑니다. 묘하네요..
시간이 걸려도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내면을 집요하게 한 번 따라가 볼랍니다...

마냐 2004-05-1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상당히 매력적인 리뷰...책도 혹하는데...그노무 10개월이 쬐금 걸리는군요..^^;;

꼬마요정 2004-05-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아직도 읽고 있답니다..^^ 정말 맘 먹고 잡지 않으면 많이 읽지도 못하구요, 일상이 바빠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책을 이제 2/3 가량 읽은 저로써는 이런 남자가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란 생각도 했어요.. 그럴려면 물론 저 자신부터 갈고 닦아야겠지만 말이죠~^^

미키루크 2004-05-1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평이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읽는데 오래 걸릴까요?

플라시보 2004-05-1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책을 추천해주신 미***란 분께 죄송스럽게 말입니다. 하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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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도착한것은 공교롭게도 일년에 서너번 정도 병원에 갈까 말까한 내가 입원을 하게 되었던 시기였다. 환자복과 불편한 침대. 맛없는 식사. 그리고 미심쩍은 주사와 투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침 이 책은 내 손에 쥐여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 책에 대해 기대가 남달랐다. '그래 이 의사가 고백하는 현대의학은 뭔가 대단한 헛점과 결함과 치명적인 실수를 숨기고 있을 것이야' 하며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의학의 불확실성에 대해 아주 일반적인 부분만을 건드리고 있다.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의사를 주변에 둔 사람쯤은 충분하게 주워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즉 의사도 실수를 하고 현대의학이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의사들은 날마다 최선을 다 하고 있고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정도이다.

물론 실수로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한두번씩 등장을 하긴 하지만 스리슬쩍 넘어가는 분위기였으며 반면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다 마침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낸 대목에 있어서는 몇 페이지고 할애를 했다. 그도 의사였던 것이다. 모든 팔은 안으로 굽고 그의 팔 역시 의사와 외과쪽으로 굽어 있었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환자들이 처한 고통을 이해하려고 또 그가 행하는 의료행위가 완전하지 않다는것 또 현대의학이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판도라의 상자를 기대했기 때문이었고 또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멀쩡한 상황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읽었으면 나는 이 책에다 별 3개라는 짠 점수를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리고 중간중간 흥미있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역시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입으로 말 하거나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꾀나 괜찮은 의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하는 갈증을 느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프면 속수무책이다. 대체 왜 열이 나는지, 왜 붓는지, 왜 쿡쿡 찌르듯 혹은 쑤시듯 그도저도 아니면 묵직하게 아픈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에 간다. 어디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렇게 열이나고 아픈것인지를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얼마나 친절한 설명을 들었는가! 대부분의 의사들은 내게 투여하는 약의 종류와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또 내게 놓는 주사제가 어떤건지 (간호사는 오직 주사에 대해 한마디만 한다. '조금 아프거든요. 많이 문지르세요' 하지만 그 주사가 어떤 주사라 왜 아픈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치료과정을 거칠것인지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 가 버린다.

나만 하더라도 입원을 하고 수도없이 맞은 주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으며 (그중 항생제 주사가 있어서 토하고 나서야 비로서 나는 그 주사가 항생제였음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고 또 현재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초음파로 뱃속을 본 것은 의사일 뿐. 나는 내 뱃속한번 보지 못했으나 내 뱃속에 대한 치료를 받았고 또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 책에 등장하는 가완디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은 조금더 형편이 나은 모양인지 의사가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들은 환자에게 질문을 할 뿐. 환자에게 현재 겪고있는 고통에 관한 충분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그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역시 우리가 어떻게 왜 아프며 앞으로 진행방향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냥 가서 치료를 받는것이 아니라 분명 그 댓가를 의사에게 지불하며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의사와 환자가 조금만 더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을 하려는 시도를 하려고 든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안되었다는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아프다는 사람들을 봐야하며 모두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긴 근무시간과 강도높은 노동. 항상 의사들은 피곤한 모습이고 어딘가 모르게 지쳐보인다. 그런 과중한 업무와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에 따라오는 긴장감을 가지고도 활기차고 쾌활하게 일하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큰 바램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음이 보인다. 의사들 역시 환자를 고치고 싶어 하고 환자 역시 낫고 싶어 하니 적어도 의사와 환자가 한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분명한 합의점에 도달한 것이다. 책을 읽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간 의료사고에 관한 나의 편협한 생각이 조금 넓어졌다는 것이다. 즉 의사가 고의로 혹은 무신경해서 저지르는 의료 사고뿐 아니라 더욱 광범위한 이유로 또 때로는 필요악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너무 많은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다. 그리고 직업이 의사가 아닌한 모두 환자의 입장들일테니 의사가 본 의료계와 그 현실을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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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4-1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는 언제나 박력이 넘칩니다. 추천 중 한명은 접니다

플라시보 2004-04-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여자한테 박력있다는거...칭찬 맞지요?^^)

갈대 2004-04-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퍼갑니다~

플라시보 2004-04-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 꾸뻑^^

마냐 2004-04-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지난번에 책 사면서 막판에 예산 부족으로 뺀 책이라...'대기중' 상태였는데, 님의 리뷰를 읽고보니 "아이구, 안 사길 잘했다"부터, "그래도 함 봐줄까"까지 암튼 고민 생기네요. ^^

플라시보 2004-04-1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보세요 쪽입니다. 별 셋을 준것은 제가 기대를 너무 크게 했기 때문입니다.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허나 책값은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립간 2004-04-1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시 의료인의 관점에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군요.
2% 부족은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입니다. (아마도 2% 유행하는 숫자로 쓰신것 이겠지만) 야구에서 타율 3할은 매우 좋은 점수이고, 4할은 입신의 경지입니다.(절반도 안 되지만) 의료에서 2% 부족은 입신의 경지의 의료입니다. 고백적인 내용을 담은 이 글도 어짜피 글에 불과하고 가완디도 의료인입니다. 제가 출산에 관한 책을 읽어서 70%의 부족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훌륭한 책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들면 담도암으로 진단 받은 인테리 환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입원 한달간 환자와 저와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그도 직감적으로 말기암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저에게 묻지 못했고, 저도 그가 질문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한달쯤 지난후 환자는 자신에 병에 대해 알고 싶어 했고, 의학적 지식과 환자의 관련된 혈액 검사와 검사된 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환자는 솔직하게, 친절히 설명해 준 것에 대해 여러번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그 사실을 안 후 사망하기까지 반 달정도 기간에 환자의 얼굴에서 이전과는 다른 절망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같은 상황에 닥치면 똑 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2004-04-18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4-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의료인의 입장에서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2% 부족하다고 했던 것은 님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광고 카피를 인용한 것도 있겠고. 또 제가 의료인이 아니다보니 이 고백서가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의료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가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병원에 가면 플라시보 효과라도 기대합니다.^^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멀쩡하던 몸으로 돌아가길 바라는게 환자들의 가장 큰 소원일테니까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까지 두 가지의 고민을 했었다.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좋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믿음이 안가는 (참으로 이상한 성격이긴 하지만) 무언가가 있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는 것이다.(심지어 몇명이서 하는 경기인지도 모르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눈여겨 보면서도 선뜻 구입해서 읽지를 못했다. 남들 다 읽었다는 유명한 책 중에서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은 책들이 유난히 많았으며 (치즈의 위치 운운하는 책이나 파*포* 같은 혹은 스스로를 귀엽다 생각하는 아해가 쓴 책들이랄지)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야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내가 야구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이모양이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을 했었다. 이모양으로 말할것 같으면 가끔은 나와 코드가 안맞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그녀가 추천한 영화나 음악, 책 중에서 실패할 확률은 10% 미만이므로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뭣보다 '야. 야구 몰라도 이거 재밌어'라는 말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과연. 이 책은 심하게 재밌었다. 한 페이지당 최고 5회에서 최소 1회는 '푸하하' 하고 웃게 만들었으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질깃질깃하게 웃기는 맛이 있는 것이. 재미에 이 한평생 걸고 사는 나에게는 딱인 책이었다. 내가 쓴 마이리스트 중 웃다가 죽으리 라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재밌고 웃기는 책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실존했던 프로 야구팀이다. 야구팀하면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한화 이글스, 청보 핀토스 정도만 아는 나에게는 물론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다. (청보 핀토스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그 팀은 무서울 정도로 야구를 못했으며 기록 또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93년도에는 한 선수의 노력으로 잠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적이 있었으나 다음해에 역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만연 꼴찌팀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삼미 슈퍼스타즈는 사라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소년은 인천에 살고 있으며 인천을 연고로 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이 된다. 그의 인생은 순탄했으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팀이 없어지고 야구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던 소년은 어른으로 자라고 대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된다. 어린시절과는 다소 다른 복잡다난한 인생을 살던 그는 실직을 계기로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물론 이미 없어진 팀이라서 그의 친구 한명과 삼미 슈퍼스타즈를 숭배하는 일본인 한명. 그리고 대체 왜 가입했는지 모를 떨거지들과 함께.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된다.

뭐든 이겨야 하는 세상. 남보다 반보라도 앞서야만 안심이 되는 세상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마지막 팬클럽은 어쩌면 이 세상에 농담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모든 사람들이 다 선두에 서서 1등 자리를 먹을수는 없다. 누군가가 일등이면 꼴찌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열심히 살면 또 누군가는 나무늘보같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소년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점을 배운다. 벌서듯 살지 않아도 세상은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삼미슈퍼스타즈와 그 팬클럽은 나를 닮은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팍팍하게 벌서듯 사는 삶이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1등이나 주류로 부터는 한참 떨어진 삶을 살았다. 중학교때 부터 공부에 손을 놓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는 내신성적 15등급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운이 좋게도 수능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나는 간신히 어정쩡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역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출석만 잘 해도 장학금은 따놓은 당상인 할랑한 과에 들어갔고 교수가 무지하게 봐 줬지만 나는 출석일수가 너무나 턱없이 모자라서 유급생이 되었고 과 최초로 유급생이지만 졸업을 했다. 물론 열심히 다녀서는 아니다. 교수가 불쌍해서 졸업을 시켜 준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과목 하나를 누락하는 바람에 (단 한번도 출석과 시험을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졸업할때야 알고 정말 헉겁하는줄 알았다.) 절대로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지도교수가 담당 교수님을 만나 사정사정해서 나는 얼치기로 졸업을 했다. (지도교수님은 내 에반게리온 비디오 시리즈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교수님을 용서하고 있다.)

이런 나의 할랑한 삶은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친구 따라 갔다가 방송국에 취직을 하고 목소리만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놀맨놀맨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한가하고도 나른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오직 편하게 돈을 버는 것 만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돈을 더 벌고 힘든일을 할래라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건 내가 추구하는 할랑한 삶에서 너무나 벗어난 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신나게 뺑이 치다가 어느날 갑자기 퇴직을 강요당한 것 처럼. 내가 그런 삶을 견뎌내거나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확률은 희박하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이 책에서 단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뭐랄까 주인공의 대학 이전까지는 논픽션 냄새가 나고 상당히 재미가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는 픽션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별로 재미는 없어진다. 이건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이 조금은 후달리는 것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인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꾼이라 불리우는 작가들 중에서 상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물론 아닌척 한다.)내가 보기에 정말 대단한 작가들은 경험을 재밌게 우려내는 작가들도 물론 그렇지만 그보다 생판 처음부터 모든걸 상상해서 써 대는 작가들이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러나 나는 재미만 있다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작가의 경험이건 머리속에서 창조된 이야기건 별로 가릴 마음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다소 주춤거렸던 중후반부와 달리 끝 부분에서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다. 끝처리가 너저분하면 꼭 단터진 원피스 자락처럼 추한데 이 책은 오버로크로 잘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다소 재미가 처지던 부분이 쉽사리 용서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 지식을 준다던가 뭔가를 깨닳게 하려는 부분 (실제로 작가는 뭔가 전하려고 했지만 나는 별로 느낌이 없었다. 너무 재밌는 탓에 작가의 가르침 으로 재미가 반감되는게 싫었나보다.) 이 크게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것은 얼마나 큰 미덕인가!

세상을 재미로만 살 수는 없다랄지 혹은 재미가 밥 먹여 주느냐 같은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것 같다. 재미 하나로 승부를 걸어서 사람을 이토록이나 유쾌하게 만드는 이 책은 분명 성공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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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전 이책을 몰랐는데... 꼭읽어야 겠네요...

마냐 2004-04-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두 야구 룰 하나 몰라도..무진장 즐겁게 읽었고, 개똥 철학도 하나 늘렸죠....단터진 원피스 자락이 아니라..오버로크로 마무리한 책이라니..표현이 죽음임다. 캬캬

RainSmile 2004-04-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꼭 읽어봐야겠네요.^^

메시지 2004-04-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진하게 추천합니다. 제 주변사람들에게 벌써 여러번 선물했죠. 작년 말에는 삼미슈퍼스타즈의 후신인 에스케이를 응원했다니까요. 거의 이 책에 대한 중독을 보였였지요. 당시 술자리에서 저를 만난 사람중에서 저에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과 저 둘 중 하나가 만취였다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야구와 인생을 비교해 볼 때 전 많은 교훈과 깨달음도 느꼈답니다. 추천 꾸욱.

비로그인 2004-04-1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신 분 참 진솔하시네요. 책이 막 읽고싶어집니다.

마음의 평화 2004-04-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