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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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조금 읽었을때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 딱 일본 소설이군. 뭐든 시큰둥하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심각한건 하나도 없고 거기다 약간 웃기기까지 하고. 그네들이 죽고 못사는 쿨이 넘쳐 흐르는구나' 그런데 자꾸 읽으니까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소설은 웃기기도 하고 뭐든 약간 시큰둥한 기운이 흐르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어디선가 강하게 올라왔다.

이 책은 내 멋대로의 생각이지만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를 믹서에 넣고 돌리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사람을 믹서에 넣고 돌리는게 아니라 책을 말하는거다. ) 그렇다고 해서 딱 꼬집어서 이 부분은 류. 이부분은 하루키를 닮았다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쩌면 이건 내 머리속에 그들의 작품 스타일을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 일본 작가는 두 사람 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 집에 같이사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21살인 대학생 요스케(남)가 화자였다가 다음에는 23살에 백수이며 탈렌트와 열애중인 고토(여)가 화자이며 다음은 24살의 일러스트레이터 미라이(여), 다음은 18살의 섹스산업 종사자 사토루(남), 마지막으로 28살의 독립영화사에 근무하는 나오키(남)로 이어진다. 여기까지 읽으면 느끼겠지만 이들 사이엔 어떤 공통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셋에 여자 둘이니 어떻게건 연인 사이로 엮였을것이라는 예상도 보기좋게 빗나간다. 그들은 나이도 제각각이며 하는일도 제각각이고 서로 사귀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보니 제일 마지막 화자인 나오키의 맨션인 이 집에 네 사람이 굴러들어왔고 그들은 큰 사건 사고 없이 하루하루를 탕진하듯 잘 산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만약 그게 전부라면 내가 제일 첫 머리에 써 놓은것 처럼 요즘 흔해빠진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덮어놓고 그저 쿠~울 한 소설들) 화자가 바뀔때 마다 좀 전의 화자에 의해 몹시 한심하게 그려졌던 인간들을. 독자들은 새롭게 만나게 된다. 마치 별 볼일없이 생겨먹은 친구네집에 하도 졸라서 따라갔는데 수영장까지 딸린 저택에, 일하는 사람들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다니며 시중을 드는 모양을 보았을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요스케가 화자였을때는 고토도 미라이도 사토루도 나오키도 모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싶은 인간군상인데 다시 고토가 화자가 되면 고토가 멀쩡한 인간이 되는 대신 다시 요스케와 미라이와 사토루와 나오키가 아무 생각없는 인간들이 되는 것이다.

방 두개와 거실이 딸린 좁아터진 맨션에서 사는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것 같지만 막상 그들이 화자가 되면 너무나 복잡한 내면과 사생활을 드러낸다. 이들은 서로가 버럭 화를 낼 수 있을만큼 가깝지도 않고, 눈앞에서만 짐짓 걱정해주는 척하며 끝낼만큼 멀지도 않은 사이이다. (이건 마지막 화자인 나오키가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 집에서 늘 서로 말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한공간에서 때로는 각자의 일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과 사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으례 그럴것이라는 종류의 털어놓음이랄지 공감같은건 서로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어쩌면 우리가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느끼고 그 사람에대해 주절주절 떠드는 얘기들은 실제의 그 사람과 한참은 상관없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 책에는 같은 상황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써 놓은걸 보게 되는데 그걸 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 즉 당사자이냐 아니면 주변에서 보는 입장이냐에 따라 하나의 사건이 이렇게나 다른 일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함께 사는 이들도 이렇게 서로를 잘 모르는데 하물며 같이 살지도 않는 친한 친구라던가 아는 사람에 대해 우리가 떠드는 대부분의 얘기들은 자다가 헛다리 짚는 소리일 확률이 무척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화자가 써놓은 글을 보면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일종의 '탈'이라 부를수 있는 타인을 향한 얼굴을 생각하게 된다. 남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꽤 여러 종류의 탈을 갖춰놓고 있다. 엄마를 만날때의 탈. 내 동생을 만날때의 탈. 회사에서의 탈. 친구들과 볼때의 탈. 애인을 볼때의 탈 등등 수도없이 많다. (단 한번도 헤깔린적이 없는걸 보면 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주인공들 역시 자신이 보는 자신과 타인이 보는 자신. 혹은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자신이 다르다는 것이 각기 다른 화자들의 입을 통해 증명이 된다. 나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심각하게 보는것. 나는 심각하게 보이길 원했지만 상대방은 대체 무슨 삽질이냐고 보는것. 그런 상황들이 이 책에는 수도없이 등장한다. 그렇게 보면 정말이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것 같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재미있다. 처음에는 조금 가벼운듯 시작을 하지만 진행이 될수록 책은 점점 무게를 지닌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심각한 문체로 변하거나 하는건 아니다. 똑같이 한심한 인간들이 한심한 일상을 살아가고 군데군데 웃기기까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은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그저 재밌는 소설이라는 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싶은 무게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화자인 나오키에 이르러 책이 끝나갈 때 즘에는 약간 무섭다 혹은 섬뜩하다라는 감마저 들게 한다. 한편의 소설이지만 화자가 다섯명이나 되기 때문에 절대로 지루하지는 않다. 하지만 작가가 화자에따라 필체를 달리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서 각기 다른 단편들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이 젊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싶을 정도로 상당히 퍼레이드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끝으로 요즘들어서 내가 고르는 소설들이 모두 재밌는 바람에 신이 내린거 아닌가 싶어 몹시 들떠있다. 이 책 다음으로 고른 책이 또 재밌다면 난 정말 신내린거라고 굳게 믿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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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1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본 소설은 선듯 손이 안 갔는데(님과 같은 이유에서) 이렇게 좋게 보셨다니 한번 읽고 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 2004-07-1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신이 내린게 아니라......고른 소설이 딱 님의 취향인게 아니었습니까??
신이 내렸다.....
나도 신이 내려 책을 막 읽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쩝~~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신이 내린것처럼 읽을수 있을까요??..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구름잡이 2004-07-15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안목이 대단하시군요.
사람을 많이 상대해본 사람은 한눈에 많을걸 파악한다고 하잖아요.
혹시 그 경지 아닌가요.

"이들은 서로가 버럭 화를 낼 수 있을만큼 가깝지도 않고, 눈앞에서만 짐짓 걱정해주는 척하며 끝낼만큼 멀지도 않은 사이이다. "

내가 요즘 사람을 대할때 느끼는 나의 상황인데 아주 적확한 표현에
몸서리 처짐니다.

플라시보 2004-07-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책은 좋아하는 편입니다.(제 취향은 하루키에 더 가깝습니다만 류의 책중에서도 가끔 희번쩍 하는 작품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계보에 하나 더 넣고 싶은 작가가가 있다면 요시다 슈이치가 아닐까 싶네요. 읽어보시면 재미없지는 않을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책읽는 나무님. 흐흐 이런 신내림이 학교 다닐때 시험전에 내린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저는 책을 고를때 리뷰도 보지만 대부분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 같은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패할때도 많았지만 요즘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라 잠시 우쭐했더랬습니다.^^

구름잡이님. 그 경지는 아니구요^^ 그냥 계속 고르다 보니 보는 눈이 약간 생긴 정도. 그리고 알라디너들의 리뷰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허나 무엇보다 요즘은 운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저도 저 글귀를 보면서 무척 공감했더랬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좀 친하게 지내는 이들과의 대부분이 저런 관계가 아닌가 싶어요.

2004-07-15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Smile 2004-07-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책광고껍데기(?)에 쓰여있는 '5명이 같이 살면서.. 어쩌고..'보구서 재밌겠군. 싶어 걍 사버린 책인데.. 저도 읽을 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더랬어요. 예상보다도 더 말이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본문중)

플라시보 2004-07-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Smile님. 저도 그냥그냥 웃기고 재밌는 책이려니 했다가 갈수록 이게 아니고 심각한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의외성이 좋았습니다.^^

블루하트 2004-09-0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절로 추천에 마우스가 가는군요 리뷰가 너무 좋습니다. 처음 책을 잡았을때는 쿨하고 가벼운 청춘물인줄 알았지만 왠지 쓸쓸한 미소가 남았습니다. 그들간의 거리감이 실체화되서 제게도 느껴졌습니다.

플라시보 2004-09-0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키나기님. 추천 감사합니다.^^ 님도 저 책을 읽으신 모양이네요.

픽팍 2006-05-2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이 책 공중그네 사면서 이벤트로 받았는데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공중그네 보다 이 책에 더한 감동을 받았더랬지요. 퍼레이드에 나오는 인물들 어지보면 삭막하고 차갑지만 현대사회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인간관계에 대한 풍자나 조소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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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때 언론매체학을 공부하면서 광고학을 배울 기회가 있었었다.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서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광고 사례들을 보고 지면 광고나 CF콘티를 직접 짜 보는 일들은 그럭저럭 재밌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똑같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어떤 물건을 파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팔리도록 하느냐' 라는 것이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메이커가 아닌 제품들 중에서 꽤 좋은것들이 많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제품의 성능도 메이커의 그것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이커. 즉 TV광고에 많이 나오는 제품을 사게 되어 있다. 나는 그게 바로 광고의 힘이자 브랜드의 힘이라고 배웠더랬다. 그런데 퍼플카우는 그런 생각을 전면으로 뒤집는 것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리마커블한 제품. 즉 주목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서 얼리 어답터(Early-adopter.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사용을 해 보고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을 알려주는 성향을 가지 소비자들)나 스니저(Sneezer 재체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제품에 대해 입소문을 내는 사람들) 를 이용하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안전한(시장성 있되 너무 튀지 않고 평범한) 제품을 만든 다음 많은 돈을 들여 TV와 기타 매체에 광고를 해서 물건을 파는 것이 정석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론이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제품들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에게 별로 얘기할 만한 꺼리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그 제품은 막대한 광고비를 쏟은 만큼의 이윤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사실 나는 이 이론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다. 모든 제품에 다 해당사항이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해서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의 입김이 무시 못할 정도로 작용하는 세상에서 그저 광고나 열심히 한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며. 광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 거기다 오타쿠까지 겨냥한 상품만 만든다는 것도 위험한 일인것 같다. 제품에 따라서 어떤것들은 광고가 정말 중요하기도 하고 (화장품이나 의류가 그런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제품들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전자제품. 그 중에서도 전혀 새로운 기능의 제품이거나 새로운 성능이 추가된 제품)

한쪽으로만 너무 치우친 이론 때문에 조금은 편협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일단 신선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다렸던 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 군 중에서도 새로운 제품에 흥미를 보이고 입소문을 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 언급했다시피 모든 제품들이 다  이 이론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이 많은 참고와 도움은 되겠지만 절대적인 답을 가르쳐주거나 머리속에 명확하게 와 박히는 무언가를 주지는 않는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는 리마커블, 얼리 어답터, 스니저라는 단어가 거짓말 좀 보태자면 책의 3분의 1은 차지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저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인 리마커블 만큼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아. 그리고 재밌는 경험을 하나 했는데 이 책을 읽기 얼마전에 읽었던 요람에서 무덤으로라는 책에 하먼 밀러사 (의자를 만드는곳인가 아님 가구를 만드는 회사이거나 그렇다.) 이 책에 소개 되었고 내가 이 책 이후에 읽으려고 사 두었던 책이 티핑 포인트인데 그 책 역시 퍼플카우에서 언급한 책이라 개인적으로는 무척 신기했다. 

책 이름이 퍼플 카우인 만큼 이 책은 책 표지가 보라색으로 되어 있다. 양장본이지만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도 좋고 책 사이즈도 적당하다. 책의 제목이 왜 퍼플카우냐면 황소는 지겹기 때문이다. 황소가 아닌 보라빛 소가 지나가야 사람들은 주목을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외치는 리마커블한 것이니까 말이다. 책의 저자는 어떤 잡지엔가 칼럼을 썼었는데 그때는 이 책이 나오기 전이었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고 보라색 우유팩에 든 책을 보내줬었는데 금방 동이났다고 한다. 아무튼 새로운 것은 늘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마련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도 그런 것이며 이 책 역시 그것을 이용한 상당히 리마커블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이론이 그렇듯 절대적인 것은 없다. 따라서 퍼플 카우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필요한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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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1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핑 포인트 사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지금 다른 책을 읽고 있거든요. 티핑 포인트는 아직 안읽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다지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마태우스 2004-07-1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핑 포인트 사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요즘 상당히 덥죠? 님이 계셔서 더더욱 더운 요즘입니다.하하^^

sayonara 2004-07-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핑 포인트 첨 들어봤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무슨 놀이처럼 되어버렸군요. 하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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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읽고나면 먹먹하다. 너무 재밌어서 뭐라고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침을 흘리며 무조건적인 좋아요. 재밌어요나 연발하긴 너무 바보같고. 좀 제대로 쓰자니 대체 내가 느낀 이 감정과 재미를 뭘로 설명을 해야할까 싶어 난감하다. 가끔은 내가 알라딘에 왜 서평을 쓰고 앉았나 싶은 순간이 바로 이런 책을 읽었을때이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난 악평에 강하단다. 그래서 악평은 신나하며 잘도 쓴다.)

심윤경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원래 이 책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달의 제단이 나왔는데 나는 거꾸로 되어서 달의 제단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냉큼 이 책을 집고 싶었지만 소설 한두권에 사이에 실용서 한권을 내 나름의 법칙으로 세웠던지라 나는 책꽃이 제일 위에 올려둔 이 책을 내내 눈으로 노리기만 했었다. 실용서를 싫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없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인 책을 스무 페이지 정도 남겨두고 부터는 내 벼개위에 이 책을 올려뒀다.(내 독서의 8할은 침대 위에서 이뤄지므로 언제든지 그 재미없는 책이 끝장나기만 하면 대번에 읽어주리리 하는 나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이 책을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해서 단 몇시간 만에 읽어 치웠다. 중간중간 화장실이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거실로 나간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대 위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서 이 책을 읽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듯 적어도 내가 책을 읽어치우는 속도는 재미와 비례한다. 가끔은 재밌어도 좀 걸리는 책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이고 과연 진심으로 뼛속까지 재밌었냐고 물으면 나는 흡입력이 떨어지는...저 그러니까 좀 어려워서...내용이 느리게 전개가 되어... 하며 주뼛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명쾌하게 하루. 더 정확하게는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산만한걸로는 그바닥에서 그랑프리감인 내가 내리 책을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잠시도 손에서 놓고싶지 않을만큼 재밌었다는 소리이다. 이런식의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나는 달의 제단보다 이 책이 조금 더 재미있었다. (물론 달의 제단도 하루만에 읽긴 했지만 그때는 주스도 마시러 나갔었다. )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읽은게 더 다행이 아니었나 싶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핫도그 먹을때 밀가루 다 벗겨 먹고 마지막에 소세지를 우물거리며 먹는 기쁨.

설명을 좀 하자면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역시나 달의 제단에서 내가 침이 마르게 얘기했던 부분인데 심윤경 작가는 주인공을 자신과 같은 성이 아닌 사내 아이로 설정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퍽 성공적으로 작은 사내아이를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 남자 작가들이 그리는 사내아이들에 비해 개구진 구석이 약간은 모자라는 듯 하지만 사내는 으례 개구져야 한다는 법칙만 없다면 괜찮은 모자람이다. 또 성장소설 치고는 조금 특이하게 주인공이 힘든 일을 많이 겪는다. 흔히 성장 소설에서 보여지는 자잘한 힘든 일이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만한 큰거 두 껀이 빵빵 터진다.

소설의 첫 시작인 1977년은 내가 태어나고 한해 뒤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 1978년은 내 여동생이 태어난 해 이기도 해서 나는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단지 시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이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작은 남자아이였던 주인공은 두번의 큰 일을 겪고나서 어른으로 접어들려고 한다. 77년부터 81년까지 아이는 자기자신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헤아리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말부분이 안으로 움츠려드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이야말로 아이가 세상과 인간들과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통로라고 느꼈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았을때는 절대 불가능한 것들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가 생각이 났다.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나는 그 애니메이션도 신지의 성장소설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남자아이. 소년이 주는 느낌은 독특하다. 나는 한번도 실체에 매혹된적은 없지만 내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만난 남자아이와 소년들은 모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남자들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지워놓고 늘 젊잖을것을 강요당하는 어른이 되기 전의 서글픔이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이야 말로 아무 내용도 모르고 그저 성장소설이고 주인공이 사내아이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어야 재밌을것 같기 때문이다. 난 사실 스포일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는 타입의 인간이지만 (영화 보기전에 본 사람들의 얘기며 줄거리며 제작과정을 거의 다 찾아보고 나서야 간다. 책도 누군가에게 내용을 전해듣고 나서 읽는걸 좋아한다.) 이 책만큼은 나 역시도 어느 누구에게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채 보는 재미가 컸다. 그냥 재밌었다는 것. 무척 빨리 읽었다는 것. 그리고 참 많이 놀랐다는 것만 말해야겠다. 주인공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분명한 것은  심윤경 작가가 더 편할 수 있었던. 그리고 더 빠삭하게 파악이 가능한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은 일기장 소설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아도 충분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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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7-0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심윤경...잘 몰랐는데...이거 대단히 수위가 높은 뽐뿌네요. ㅋㅋ

플라시보 2004-07-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책 읽으시는 안목이 장난 아니신 마냐님이시지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에쑤엠 삼 처럼 말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7-06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책을 플라시보님께서도 재밌게 읽으셨다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하지만 조만간 이 책을 정독할 예정인 저로써는 님만큼 멋진 리뷰를 쓸 수 있을 지 새삼 좌절을 합니다
ㅡ ㅡ;;;; 에반게리온의 신지를 말씀하셔서 더 맘에 들었던 리뷰였어요. 많이 다른 것 같아도 아버지에 대한 항상 주눅든 듯한 모습이나, 항상 뭔가를 걱정하는 듯한 약해보이는 소년의 이미지는 둘 모두 비슷한 것 같아요. 훌륭한 성장 소설 만큼이나 멋진 리뷰에 추천 보냅니다^^

다연엉가 2004-07-0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이 읽고도 글로는 표현이 안되는 것은 왜일까요.부럽습니다.^^ 님의 글을 보면서 혹시나 줄거리가 나올까봐 걱정했는데(영화도 예고편을 너무 많이 보면 별 재미가 없더군요^^)그냥 살짜기 건더려 주었네요.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는 최상의 방법이지요.^^
엉뚱한 말이지만 지금 무진장 고민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볼려니 너무 줄거리를 아는 지라 감동이 반으로 줄여들것 같아서요. 잘 읽고 갑니다.

메시지 2004-07-0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끝내고 리뷰쓰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좋은 소설이에요. 전 이제 달의 제단 볼 계획이에요. 기대가 됩니다.

마태우스 2004-07-0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윤경 작가님은 좋겠다. 플라시보님처럼 웬만해서는 호평을 안하는 분이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깐. 심작가님, 세번째 책 빨리 써주세요.

플라시보 2004-07-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저는 신지와 비슷하다고만 생각했지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는 표현하지 못했는데 님의 코멘트를 읽고 나니 머리속이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제가 가려운 부분을 이리 콕 찍어서 표현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꾸뻑^^
책울타리님 그래서 저도 이 책만큼은 스포일러가 약간이라도 있으면 재미 없겠다 싶어서 최소한의 부분만 썼습니다.^^ 님이 고민하시는 책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내용을 아무리 다 안다고 하더라도 또 읽으면 새로운 맛이 나지 않을까요? 영화 예고편이야 극장에서 볼 그대로를 떼어다가 보여주는거라서 이미 다 본게 되지만 책은 내용만 들었지 작가의 필체나 느낌은 전달받으시지 않았을듯 싶습니다.^^
메시지님. 님도 비슷한 시기에 읽으셔서 더 반갑습니다. 달의 제단도 재밌으니 잘 읽으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님. 제가 호평을 웬만하면 안하다니요. 무쓴쏘리! 저 칭찬 잘 하는데요. 문제는 악평을 쓰는게 사람들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뭐 어찌되었건 심윤경 작가님의 세번째 책을 기다리는 맘은 님이나 저나 똑같군요. 하하^^

구름잡이 2004-07-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도 칭찬을 하시니, 구미가 당기네요.
나도 맛있게 먹어봐야지.

플라시보 2004-07-0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잡이님도 재밌게 읽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잃어버린우산 2004-09-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담아갑니다.

플라시보 2004-09-3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우산님.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종종 뵐께요.

픽팍 2004-10-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 화악 잼나게 읽은 책이라 리뷰 읽고 님의 말에 올인했습니다.
달의 제단도 꼭 보려구요.
심윤경 님은 예리하면서도 재치가 넘친다고 할까요?
암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 중의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

플라시보 2004-10-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러 친구들에게 이 책과 같이 달의 제단을 추천했었습니다.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서요^^
저도 이 작가분의 활동이 몹시 기대됩니다. 얼른 신작이 나오면 좋겠어요.
 
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절대로 별점에 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별점에 짠 사람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대충 평점이랑 비슷한 수위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나도 평균정도의 별점을 주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완전히 거꾸로 가야 할 것 같다. 별점 4점 평균을 받은 이 책에 별점 2점을 주는것. 내가 그렇게 인색한 별점을 주는 것에는 속은것 같다는 기분과 함께 잘 할 수 있는것을 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책망이다.

이 책은 위에 설명들을 쭉 읽어봤으면 알겠지만 환경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샴푸 쓰지마라 합성세제 쓰지마라 텃밭에 오이며 가지를 심어서 따먹어라 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실천 사항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업이 무조건 나쁘고 산업의 발전은 오직 환경파괴의 지름길일 뿐이라는 얘기를 하지도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써야 할 것이며 또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재활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간 내가 알고 있는 환경에 관한 얘기들은 거대 기업들이 내뿜는 쓰레기와 연기에 세상이 얼마나 죽어가고 있는지 또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점이 있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그런점 때문에 내가 별이 하나가 아닌 둘을 준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 재미 없었다. 환경 얘기가 재밌겠냐고 이게 무슨 만화나 소설이냐고 묻겠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을 꽤나 재밌게 읽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몇번이나 책을 놓고 싶어서, 또 새책을 읽고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장 주위를 서성이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심각한건 알겠는데 그 심각한 것을 조리있고 재미나게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저 했던말 또 하고 가끔은 그 말조차 모호하게 해서 당최 뭐 어쩌란 소린지 알 수가 없게 만든다. '머리나쁜 독자 네 탓이지' 하면 할 말 없겠지만 글자 잘 읽고 학교서 국어책 재밌게 잘 읽은 (국어공부 잘 한은 아니다.) 나에게 재미없다면 이 책이 과연 대중적인지를 묻고 싶다. 모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얘기들일수록 쉽고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정말 알아야 할 지식을 손쉽게 알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책을 보니 저자들이 겁나게 잘났다. 하지만 정재승씨가(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의 저자) 똑똑하지 않아서 물리학을 영화와 접목시켜서 그리도 쉽고 재밌게 풀어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상에는 재미 하나도 없지만 꼭 알아야 할 지식이기에 참고 파고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재미가 없으면 꼭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읽기 싫은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기본을 너무도 깡그리 무시를 해서 오히려 무식한데다 재미만 찾는 내가 송그스러울 지경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좀 있는 편이다. 뭐 실천하는건 없지만 그래도 어릴때 나는 신문기사에 환경에 관한 기사가 나면 언제나 스크랩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린피스에 가입을 해 말어 (과연 아무나 받아주는 단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했을 정도이니 환경에 대해 영 관심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맘잡고 환경에 관한 책 한권 읽어주겠다는 마음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일종의 배신감 같은걸 느꼈다. 물론 그건 내 관심 분야를 재밌게 다뤄줬으리란 기대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 책정된 책값에 대한 배신감도 크다. 알다시피 이 책은 정가가 15,000원이고 알라딘서 할인을 해도 12,000원이라는. 알라디너들이 만원 넘으면 일단 손떨려요 하는 그 책값이다. 책값이 그런 이유는 이 책이 두터워서도 그렇다고 요즘 유행인 두터운 양장본 외투를 폼나게 걸쳤기 때문도 아니다. 내 생각에는 종이가 아닌 재생 가능한 폴리머라는 재질로 재작을 했기 때문이다. 물에 젖지도 않고 완전 재생이 가능한 폴리머 종이. 인쇄도 콩기름등을 써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종이는 모든 환경 용품이 그렇듯이 가격이 비쌀 것이다. (이 책에도 재활용품이 더 비싼 가격을 달고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에 관해 친절히 설명을 해 두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폴리머를 써서 제작을 한 것에는 환경에 관한 책이며 사람들이 폴리머라는 것을 잘 접해보지 못할 것이므로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흔히들 100% 재생 가능하다 믿고 마구 써버리는 종이와는 다른 것이고 종이 또한 100% 재생은 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 만든 종이보다 재생용지를 만드는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책 속의 주장을 좀 더 생동감있게 피부로 느끼라고 이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글귀가 있다. 그렇다

이 책 초판 1쇄 한정본으로 종이 책이 아닌 완전 재생이 가능한 폴리머로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2쇄부터는 제작상의 이유로 부득이 종이 책으로 제작했습니다. 대신 독자들께서 어떤 재질인지 알 수 있도록 표지는 초판과 마찬가지로 폴리머로 제작했습니다.

그렇다 이 책의 1쇄 한정본이 아닌 2쇄 3쇄(내가 산책이 3쇄 였다.)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표지만 폴리머로 되어 있을 뿐 안에 내지는 그냥 평범한 종이인 것이다. 나는 폴리머를 쓰지 않고 종이를 썼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다. 폴리머가 없어 못쓰거나 비싸 못 썼겠지. 근데 말이다. 그렇다면 책값을 더 내려야 하는거 아닐까? 이 얇은 두께로 그저 실용서라는 이유만으로 15,000원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소설들보다 실용서가 덜 팔린다는 것은 알지만 소설의 두배를 받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나마 비싼 폴리머를 쓰느라 그렇다면 가격이 2만원인들 3만원인들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냥 종이를 썼을 뿐이다. 표지만 폴리머를 썼다. 그런데도 처음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더구나 자기들이 그렇게 우기는 환경을 파괴하는 종이를 썼는데 가격은 그대로라니. 바보같은 말인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책은 훔쳐도 경찰서에 안간다는 말이 있었더랬다. 그건 진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빵 하나를 훔쳐먹어도 장발장처럼 감옥을 가는데 책이라고 해서 훔쳐도 된다는건 누가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저 말이 왜 생겼는지를 출판 업자들이 한번정도는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출판업계가 불황인거 잘 안다. 하지만 불황이 그저 장사치처럼 굴어도 되는 건지는 그들이 알아서 잘 판단할 일이 아닌가 싶다. 자꾸 국민들이 책을 안읽는다고 하지 말길 바란다. 난 평범보다는 약간 책을 더 보는 편인데 그런 내가 이 책은 정말 사보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어떻게 보면 얼리 어답터들에게 외면받는 것일수도 있는데 이래도 좋은건지 그들은 알리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내가 좋아하는 환경 얘기를 담았음에도 별 2개를 아주 아까워하며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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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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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리뷰를 쓰기 전에 나는 남의 리뷰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내가 아니다 싶으면 아니다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만큼은 남들의 리뷰에 신경이 쓰였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에 대한 알라딘 리뷰는 총 19개 이며 별점은 평균 4점이다. 거기다 Editor's Choice까지 찍혀 있다. 나는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렇게 대단한 책인데도 재미 없었어?' 내 대답은 안타깝지만 '응' 이었다. 저 위에 리뷰 제목은 내가 뉴욕 3부작을 읽는데 걸린 날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니까 2004년 6월 19일날 폴 오스터의 책을 처음 잡기 시작해서 2004년 6월 30일날 책을 다 읽은 것이다. 무려 12일이다. 소설을 12일동안이나 읽는다는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재미가 없었다는 소리이다.

평소에도 나는 책에서 재미라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좋은 책이고 뭐고 간에 일단 재밌어야 읽히니까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기준이다. 더구나 책이 소설이라면 두 말 할 필요 없이 재미가 가장 우선시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재미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재밌었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도 지루하고 화가 나는 소설이었다. 12일동안 포기하고 다른 책을 읽어버릴까 수도 없이 망설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를 할 만한 소설은 아니었으므로 (내 최초의 포기 소설은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였다. 젠장맞을 너무 어려웠다.) 나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그래 니가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내가 글자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 소설은 총 3개로 나뉘어져 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이 그 세가지이다. 우선 유리의 도시는 어떤 남자가 아버지를 감시하기 위해 퀸이라는 탐정을 고용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두번째 유령들은 블루라는 남자가 블랙이라는 남자를 감시 해 달라는 의뢰를 맡았는데 알고보니 블랙 역시 블루를 감시하고 있었더라는 내용이며 마지막 잠겨있는 방은 과거의 친구가 사라지면서 한 남자에게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해줄 것을 부탁한 내용이다. 유리의 도시와 유령들은 서로 상관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잠겨있는 방을 읽게 되면 3부작 모두가 하나의 내용으로 연결이 된다. 사실 이런식의 구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서로 연결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연결이 된다기 보다는 그냥 이름이나 장소등이 같기 때문에 '아. 같은 내용이구나' 정도로 느낄 뿐이지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를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폴 오스터는 탐정과 굶기 그리고 걸인 같은 생활이 그의 소설에 큰 모티브인것 같다. 지금까지 달의 궁전과 뉴욕 3부작 까지만 읽어 보았지만 그의 소설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사실 나는 달의 궁전과 뉴욕 3부작을 뒤섞어도 하나의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보다는 주인공이 기억하는 진실에 의존하는 형태라서 그런지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식의 구성은 상당히 헤깔린다. 그래서 언듯 상관없어 보이던 3부작이 모두 하나의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어디까지가 주인공의 착각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도 한명이 아니라 처음의 화자가 나중에는 다른 인물이기도 하고 두번째 화자가 첫번째 얘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는등 머리 나쁜 나로써는 상당히 고생스러운 책이었다.

책이 좀 헤깔리더라도 만약 내용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혀갔더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폴 오스터의 책은 흡입력이 떨어졌다. 달의 궁전만 하더라도 앞 부분은 상당히 재밌다가 뒷부분 부터는 어서 읽어치워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읽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독자들은 감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소설이 지루함의 끝간곳을 체험하게 해 주는 소설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던 책이고 추천까지 받은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시간 소모에 지나지 않았다. 폴 오스터의 책을 한권 더 사두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 책에도 역시 탐정이 등장해서 감시를 할 것이며 노숙자 생활을 하고 굶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늘 비슷한 소재로 길게 글을 써대는 폴 오스터가 존경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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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7-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그래도 괜찮게 읽었는데, 님은 오스터랑 궁합이 안맞으시나봐요.

플라시보 2004-07-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쉽게도 그런것 같아요

부리 2004-07-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님은 오스터랑 컨셉이 틀린가봐요?

갈대 2004-07-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잠적하신다는 줄 알았어요...-_-;;

panda78 2004-07-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 구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글 못 씁니다.뭐 이런 건 줄 알고 깜짝 놀랬어요.. ^^;;;
달의 궁전 추천한 사람으로서 살짝 죄송해집니다. ㅡ.ㅡ;;

플라시보 2004-07-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갈대님 그리고 panda78님. 아무리 제가 집 구하느라 바빠도 글 쓸 시간은 있습니다.^^ (더구나 알라딘에 쓰는 글은 모조리 회사에서 씁니다.) 그리고 달의 궁전 추천하신거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럼 제가 여기다 그저 그랬다고 올리는게 미안해 지니까요. 사람마다 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그런거지요. 저도 예전에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랑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를 추천하고 '너무 재미없다 이게 뭐냐' 라는 원망을 들은적이 있습니다만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흐흐^^

마태우스 2004-07-0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리님한테도 답글 달아주는 게 어떠신지요. 부리 걔가 굉장히 그런 데 민감하거든요.

플라시보 2004-07-0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러지요^^
부리님~ 폴 오스터랑 컨셉이 틀리다기 보다는 뭐랄까 좋은 책이었지만 그냥 저한테는 잘 맞지 않은 책이었어요.

marine 2004-07-1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책 읽는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남의 리뷰에 상관없이 제가 좋다고 느껴야 좋은 책이고 (물론 고전은 제외) 모든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달의 궁전"을 읽은 계획인데 왠지 저도 님처럼 폴 오스터랑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