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 문이당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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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이 책을 샀다고 아는 지인에게 자랑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 우리 문학판에 대해서 뭘 좀 알긴 아니?'

내가 아니라고 하자 그녀는 '그러면 너에게는 상당히 재미없을 책' 이라며 읽지 말것을 권고했다. 그래도 내가 호기심에 못이겨 앞에 몇 페이지를 읽고 그녀에게 '의외로 재밌던데?'라고 하자 그녀 또한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결론부터 말해보자. 문학판을 모르면 재미 없는 책인가? 웃기지 말라고 해라 아무것도 몰라도. 적어도 서점가서 내 돈 주고 책을 사 보기 위해 한번 정도는 어슬렁거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현대에는 책도 하나의 상품이다. 하루에 쏟아지는 새 책만 해도 문화부기자들의 책상을 내려앉힐 만큼이다. 그런 와중에 책의 내용만으로 어필하겠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비록 이 책에서는 책의 제목이나 겉표지같은 외형에 신경쓰는 것을 아주 몹쓸 짓으로 규정지어 놓았지만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책은 책이니까 하면서 언제까지나 뒷짐을 지고 제목이나 표지에 연연하는 것은 천한 것들이나 하는 처사지 험험 해댈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책 제목과 표지에 신경을 쓰는것을 (물론 책에서는 내용과 무관하게 그저 멋지게만 보이려는 제목과 표지를 선정하는 것을) 침 튀기며 욕해놓은자 답게 표지와 제목에 무신경하다 못해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빨간색에다 어줍잖은 삽화. 그리고 원제와 아무 연관이 없는 제목 (원제는 The Book이다.) 인 '책 죽이기'라니. 물론 책의 제일 마지막에 책 죽이기라는 소단원이 나오긴 하지만 이 책 전체가 책을 죽이는 것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것은 아니다. 그냥 The Book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님 그냥 '책' 이라고 직역한 제목을 달고) 좀 더 눈아프지 않은 색을 표지로 결정하고 삽화 같은것도 빼버렸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몇권은 더 팔렸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업주의적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여기서 여자가 된다. 책을 여자로 의인화시켜 놓은 부분은 꽤나 재미있다. 다만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하하하'하고 웃기만 할 수는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특히나 책이 팔리고 빌려지는 과정을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여성과 빗댄것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비유였다. 중간으로 넘어가면 내가 아는 지인이 잘난척하며 말했던 문학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문학 작품 하나가 어떻게 상을 타고 또 출판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곳에는 어느 곳에나 그러하듯 당연하게 온갖 비리가 존재한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 비리를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비꼬았을 뿐이다.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이 부분 역시 문학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충분하게 재밌게 볼 수 있다. 즉 뭔가를 좀 알아야만 알아먹을 수 있는 블랙유머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슬랩스틱 코메디의 수준이다. 그러므로 나 같은 인간도 보고 충분히 웃거나 혹은 웃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재미에 의한 것이지 절대로 뭔가를 못알아 먹어서 웃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그저 책일 뿐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책의 입장에서 혹은 책이 써지고 또 출판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나열한 이 책은 어쩌면 요즘들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책의 의미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종이 책이 사라지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e-book을 읽기도 한다. (내 여동생의 경유 휴대용 저장장치에 책을 저장해서 읽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또 그에 맞춰서 발전해 나가고 시행착오를 겪어 나갈 수 밖에. 처음 원고지를 고집했던 작가들이 점점 컴퓨터로 글 쓰는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제는 거의 모든 작가들이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 처럼. 책은 책이나까 반드시 종이의 형태로 된 책으로만 보전되어야 하는 위대한 것 이라는 발상은 글쎄.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소리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책을 종이의 형태로 읽는것이 훨씬 편하지만 과거 나 만큼은 절대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동시에 사고를 하는 글쓰기 만큼은 못 할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종이와 펜을 잡으면 어색해져 버린 것 처럼 책의 앞날 역시 아무도 모를 일이다.

과거에 비해서 지금은 그 지위가 너무도 떨어져 버린 책의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는다면 꾀나 재밌는 책이다. 책을 의인화시킨것도 그렇고 과장스런 표현도 그렇고. 다만 아주 웃기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단 한번도 실제로 웃은적은 없다. 보통 재밌는 책은 실제로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냥 속으로 웃고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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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2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으로 웃고 치웠다'...별 셋.
음...책꽂이에서 대기중인 책인데...어쩌나..

플라시보 2004-08-2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효주님.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아주 웃긴책도 그렇다고 재미없는 책도 아닌 중간정도. 읽히는 것도 술술 잘 읽힙니다.^^

마냐님. 흐흐. 일단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빨리 읽히거든요. 그리고 소리내서 푸하하 할 수 있는 책이 그리 많은건 아니니까요^^

털짱 2004-08-2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서재에서도 같은 책에 대한 리뷰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두분 다 개성있고, 재미있네요.^^

비누발바닥 2004-08-27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네여~~아직 읽어 보지 않았지만....짐 읽고 있는 책이 있으니 다 읽으면
읽어봐야겠네요.....님의 글 유익합니다~

플라시보 2004-08-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저도 마태우스님의 리뷰 읽었습니다. 그분은 아주 재밌게 보신것 같더라구요. (실은 그 리뷰를 보고 저 책을 샀지요. 흐흐)

sweetmagic님. 감사..으흐. 왜 저랬을까이... 댐시 고쳤어요. (근데 아무도 지적을 해 주지 않았다는게 신기하군요. 역시 CF가 너무 감동적이었던게야..하하)

비누발바닥님. 저 책이 님께도 재밌기를 바랍니다. 간혹 나는 재밌는데 남들은 재미없는 경우 혹은 그 반대가 많으니까요.^^
 
나의 이복형제들
이명랑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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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언 중 박수홍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3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다른건 기억이 나질 않고 그 중 하나가 '가난' 이었다는 것이 기억난다. 나는 연예인 중에서 누구도 그 처럼 그렇게 가난이라는 것을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하지만 그 무게만큼은 충분하게 인정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를테면 연예인의 가난이란 것은 최진실양의 김치 수재비 처럼 조금은 신파적인 분위기를 내기 마련인데 박수홍이란 사람은 잘은 몰라도 충분할 정도로 가난 해 보았으며 적어도 앞으로는 가난하지 않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제밤 빗소리에 잠이 깨서 케이블 체널을 돌리다가 노숙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봤다. 0.7평의. 흔히 쪽방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에서 가족까지 이루며 사는 사람들 (한 부부는 간난쟁이가 있는것도 부족해서 둘째를 임신 한 상황이었다.) 을 보았다. 사실 나는 가난이 죄는 아니라던가.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말에 동조하지 못하겠다. 내가 본 가난은 모두 죄였으며 분명 부끄러웠다. 뭐 찢어지게 가난하면서 가족을 이루고 거기다 아이까지 낳는 사람들을 나는 돌을 맞을 망정 혐오한다. 생명이란 다 소중한거고 세상에 태어나서 어떤 훌륭한 인물이 될지 모른다고? 출발선상부터 0.7평 쪽방에서 시작한 아기가 얼마나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 한 20년 전이기만 해도 가능하다. 그때는 정말 가난해도 죽으라고 들고 파고 노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꿈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들 학원다니고 과외다니는걸 자기 노력만으로 따라 잡는건 내 생각에 천재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하게 태어나면 신께서 불쌍히 여겨 천재로 태어나게 해 주시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혼자 가난한것도 모자라서 자식에게까지 대물림을 하고. 자기 몸 만큼, 아니 어쩌면 자기 몸보다 더 귀할 그 자식을 출발선상부터 남들보다 10km는 족히 뒤에서 출발시키는 것. 나는 그게 사랑인지 뭔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가난에 대해 주절주절 길게 얘기한 이유는.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쪽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 가난하고 남루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시장통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 난 사실 그런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로지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저마다의 가난이었다. 사람들에게 쥐어터지고 밤에 잠도 못자며 일을 부려먹어도 다 떨어진 운동화 한켤레 사 신을 돈이 없는 인도 노동자 '깜댕이'. 남편에게 죽도록 얻어맞으면서 다방 레지를 하는. 그러면서도 탈출을 꿈꾸기에 2만원 3만원에 몸을 파는 중국 여자 '머저리'. 온 몸이 굳어가는 병을 앓으면서도 TV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협동합시다 아저씨에게 몸을 내어주되 그것마저 임의롭지 못해 입으로 정액을 받아야 하는 '춘미 언니' 거기다가 무당인 엄마에 이어 신이 내릴뻔 한 것을 피해. 아버지의 말처럼 '영원히 멀리 도망' 간 곳이 하필이면 시장통이며, 협동합시다 아저씨의 배려로 밤에는 인도 노동자 '깜댕이'와 함께 냉동창고가 있는 지하실에서 자고 낮이면 과일상회에서 과일을 팔고 하루 3천원을 받는 주인공 '영원'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하지만 선량한 도 아니고 가난하지만 꿈이있는 도 아니며 그저 가난한. 그것도 정말 최하위 5% 안에 들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작가 이명랑은 자신이 자란곳이 시장이었고 (전작 삼오식당이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혔듯) 그 시장통의 온갖 인간군상들을 다뤄보고 싶은 원대한 꿈 내지는 목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비춰진 것이라고는 그들의 너무도 확실한 가난 그것 뿐이었다. 전작 삼오식당에서는 그래도 가난이라는 것 만으로는 다 묶여지지 않은 (즉 그렇게 까지 가난하지는 않은) 인간 군상들이 존재했었는데 이 작품은 뭐라 더 입도 떼기 힘든 가난과 남루 거기다 비참의 비빔쑈가 펼쳐진다. 읽는 내내 인간이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도 살아야 하는가. 속된 말로 혀라도 확 깨물거나 접싯물에 코라도 박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더 떨어질곳 없는 곳 까지 떨어지면서도 살아서 숨쉬고 먹고 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고 동물은 짐승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알며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우는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존엄성 같은건 스스로 지켜야 하지 않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흙뭍은 구두를 혀로 핥았다 따위의 스토리는 내게 전혀 감동이 아니다. 거기서 나는 인간의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기 보다. 인간의 비루함과 비겁함을 느낀다. 죽음이 아니라면. 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악취나고 모멸스런 짓 마저도 끝끝내 다 해치울 수 있으며. 그게 당연하다는 식의 얘기들을 접할때 마다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밀려든다.

이 책에서 중국인 '머저리'는 주민등록증을 따기 위해. 자신을 다방 레지로 부려먹고 또 날마다 두들겨 패며 인간취급을 해 주지 않는 한국인 남자를 견딘다. 거기다 잔인하게도 그녀는 희망 씩이나 품는다. 시장통의 사내들에게 2만원 3만원에 몸을 내어주면서 그 돈을 챙긴다. 남편에게 들켜서 흠씬 두들겨 맞고서도 만원만 가지고 어떻게 해 보려던 남자를 찾아가서 남편에게 이른다고 말해 기여이 만원을 더 받아온다. 비록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설정을 해 두었지만 나는 그녀가 나오는 대목을 '그냥 소설이며 더구나 한국 사람도 아니래잖아' 하며 넘길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도 같은 여자이고. 동조하지는 못할 망정 여자의 마지막 수단은 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몸을 자기 맘대로 할 권리. 그리고 지킬 권리도 가난하지 않을때의 얘기인 것이다. 그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가난' 이라는걸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가난에 너무 물려버려서 다른건 생각도 안난다. 그리고 영원이라는 여자아이의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며 그녀의 과거 또한 급히 끼워맞춘. 마치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온 촌색시의 장농안에 든 색동이불처럼 들떴다는 것도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이들이 정말 미치도록 가난했고 그들의 삶이 시장통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더더욱 시장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가난'의 아우라는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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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8-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 본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리뷰만으로도 절절하군요.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마냐 2004-08-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들의 사는 모습은 비루합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눈감으려 해도 이제는 못하겠어요. 고개를 돌려버리는 편이 마음은 편할텐데...그 비루함에 어찌할바 모르고 당황하기만 합니다.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플라시보 2004-08-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onara님 상당히 오랫만에 뵙네요. 그냥 제가 저 책에서 가난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지 실제로 오직 가난만을 말하는 책은 아닙니다. 작가는 시장이라는 공간속에 사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고 싶었다 하더군요^^

마냐님. 삶의 비루함. 참 싫지요. 허나 '너는 절대 요만큼도 비루하지 않으냐?'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 역시 자신있게 '그러하오' 하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비루하고 싶지 않은 제 삶에도 삶의 비루함은 파고 들 만큼 강력한 무언가이니까요. 아까 사요나라님께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 책은 마냥 가난만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저 책에서 가난을 읽었을 뿐이지요.^^

털짱 2004-08-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다른 두 가지는 차태현과 윤정수입니다.^^
너무 처참해서 눈을 감고 싶은 그 순간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경외감이 듭니다.
존재하는 것도 용기다. 그런 생각이 드는 리뷰였어요. 멋진 글이라 추천!

플라시보 2004-08-2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아..다른 하나가 차태현과 윤정수이군요. 후훗. 추천 감사합니다. 꾸뻑.

연우주 2004-08-2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플라시보님. 지금 이 책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이명랑, 제가 꽤 주목하고 있는 작가거든요. 리뷰는 책 다 읽은 후에 읽을께요.^^

LAYLA 2004-08-2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기 보다. 인간의 비루함과 비겁함을 느낀다.
이말이 정말 와 닿았습니다.
제가 느낀 맘을 플라시보님이 딱딱딱 적어주셨네요.
그리고 가난하면서 애를 낳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돌맞을 생각을 저도 한답니다.
요즘은 학력이 돈과 거의 비례하는 세상이니까요.
아무리 좋은 말로 미화한다 한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게 잘사는 전문직 부부들은 한명씩만 딱 낳고 절대 안낳던데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계획없이 애를 낳는다는거요.
그냥 어쩌다 생겨서...하면서 낳는거 보면...;;제가 답답해서..;;;

플라시보 2004-08-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 마침 주문을 하셨군요. 그러세요. 책 다 보신후에 보세요^^ (책 재밌게 보시길)

LAYLA님. 그런것 같아요. 전문직일수록 애를 많이 안낳더군요. (만약 저라면. 아이를 잘 키울 자신과 동시에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많이 낳을듯^^) 저는 아직 미혼이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지만 제 짧은 생각에는 경제력이야 말로 아이를 기르기 위한 가장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베이스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랑이랄지 보살핌이랄지가 얼마나 빛을 발 해 줄지. 사실은 약간 의문스럽습니다. (흐흐. 그리고 님. 적어도 돌을 맞으면 우린 함께 맞겠네요. 동지가 생겨서 기쁘...다고 해야하는거죠?^^)

비누발바닥 2004-08-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진 않았지만.....절실하게 느껴 지네요
이때까지 가난이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이책을 읽으면 왠지 무섭단 생각이 들겠네요.....ㅠㅠ
하지만 님의 글은 훌륭합니다~^^

플라시보 2004-08-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가난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 같아요. 실제로 한번이라도 가난해본 사람은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것을 티내지 않을 뿐. 맘속까지 단 한번도 부끄럽지 않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난이 부끄럽다고 표현을 한 것이었습니다. 책은 별로 안무서워요. 그냥 뭐랄까 가난을 애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묘사 해 놓았거든요. 약간 디테일하긴 하지만 감정은 들어가 있지 않은 묘사요^^
아..그리고 제 글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뻑.
 
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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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로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 읽었던 작품은 [퍼레이드]로 각기 다른 화자들이 한 공간에서 머무는 것을 서술한 장편소설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섞어 놓은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두번째로 읽은 이 책 파크 라이프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꽤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이라길래 기대가 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책이 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요즘들어서 내가 환멸을 느끼는건 그저 쿨 하기만 한 소설들이다. 주인공은 어떤 내면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옮아가는 일상에 콩고물처럼 묻어서 간다. 그들에게는 애틋함도 애절함도 없고 소중한것도 중요한것도 없다. 그냥 쿨할 뿐이다. 흥분도 미움도 기쁨도 없는 무턱대놓고 차분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리얼해서 마치 거울로 나를 들여다보는것 같은 섬세함은 홍상수 영화처럼 짜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나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이 작품처럼 '뭐가 심각해 그저 쿨 할 뿐이라구' 하는 작품도 괴물같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파크 라이프. 와 플라워스라는 두 가지 작품으로 되어있다. 파크 라이프는 그야말로 심각하고 싶어도 심각할 건덕지가 하나도 없는 내용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Blue의 동명인 Park Life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것 빼고는 내게 아무것도 남져준게 없는 소설이다. 어떤 남자가 (입욕제를 팔고 있는) 어느날 지하철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와 습관처럼 공원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내용이 전부인데 모두들 쿨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들의 일상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크루와상이나 샌드위치를 씹으며 공원에 앉아있는 것 자체 만큼이나 무료하다. 가끔 여자의 입을 통해서 자기 자신들을 꿰뚫어보는 듯한 문장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걸로 전부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를 쿨해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일뿐 거기서 어떤 스토리나 고민도 파생되지 않는다.

플라워스는 파크 라이프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음료수 배달을 하는 한 남자가 일과 가정사에서 느끼는 점인데 역시 덮어놓고 쿨하다. 위에는 조금 더 엘리트들이 등장했다면 아래에는 약간 더 시골스럽다. 그래도 그들 역시 도시사람에게 뒤지지 않을만큼 아니 오히려 그들이 더 쿨하다. 어떤 고민도 없고 어떤 생각도 없는 삶. 그저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인생을 즐기기만 하면 땡이라는듯.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자기 살고싶은데로만 산다. 어느 하나도 그걸 나서서 막지 않는다. 주인공도 약간은 고민하는 척 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것 마저도 그리 부지런하지는 않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잘잘하고 세부적인 것에만 리얼리티를 가미한것 같다. 꼭 연극이라는 커다란 허구 속에 실제로 선이 연결되어서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들어앉아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읽기는 아주 쉬웠다. 쿨하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것 까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읽는 내내. 대체 뭘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 하고싶은 말이 있기라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정도의 글쓰기라면 나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맥주를 홀짝거리며 한없이 그냥 써내려가기만 하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시건방진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소설이었다. 단 하나 소설을 쓰면서 어떤 상황에서건 쿨함을 잊지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쿨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게 내가 이 소설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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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18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타가와상..요즘은 일본에서도 왜 그 작품이 저 상을 받았지? 라는 얘기가 있다고...누군가 말해줬습니다. 소설을 고르는 꽤나 요긴한 조건인데...-.-;;;

플라시보 2004-08-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 저도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던 작품은 꽤 읽었는데 전부 괜찮았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만은 좀 예외였던것 같습니다. 글을 술술 잘 쓰고 문장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그저 그랬어요.

털짱 2004-08-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형식적 분위기만 취해있을 뿐 실체와 대면할 생각이 없었겠죠.
핫해본 적 없는 사람이 쿨할 수 있을지.. 저는 의심합니다.

플라시보 2004-08-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맞아요. 그런것 같네요. 뭐라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걸 꼭 찝어주셨네요.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덮어놓고 쿨한게 전부는 아닌. 님의 말씀처럼 hot해 본 사람 같아서 좋습니다.

치니 2004-08-1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친구들과 쿨 하냐 핫 하냐 담소를 나누다가,
저는 웜(warm)한 것으로 판명 났던 기억이 납니다.
후후. 무조건 쿨 한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 이제 바보로 보여요.-.-

플라시보 2004-08-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어느쪽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제 자신에게는 조금 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남들과 살아가는 문제에 있어서는 핫 한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게 핫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러면 삶이 너무 힘들것 같아서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열정을 가지고 대한다는게 좀 지칠것 같기도 하구요.^^
 
윤석화가 만난 사람
윤석화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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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러 간 적도 별로 없고 연극에 대해 관심도 그다지 없는 나 이지만 배우 윤석화는 안다. 워낙에 유명하니까. 예전에 그녀는 원미경이 극중 '순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드라마에 나왔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녀를 배우가 아닌 탈렌트로 먼저 알았었다. 어렸었지만 나는 그녀의 연기가 극중 다른 배우들과 달리 굉장히 과장되어 있구나 하고 느꼈었는데 그건 그녀가 연극배우 였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사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내가 배우 윤석화의 연기를 본건 그게 전부였다. 윤석화라는 배우에게서 내가 느꼈던 것은 무척 '잘난 여자'구나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잘난척으로까지 보일 정도로 그녀 특유의 턱을 치켜뜨는 행동들. 그렇지만 별로 밉지는 않았다. 가끔 저렇게 잘난 여자들이 길을 닦아야 평범한 여자들이 좀 더 편하게 길을 걸을테니 말이다.

이 책은 배우 윤석화가 경향신문에 냈던 인터뷰 모음집이다. 그 중 34인을 추스렸는지 아니면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모두 34명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문화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것이다. 문학계, 음악계, 미술계, 학계, 문화행정계, 연극계, 무용계, 종교계, 영화계, 재계 인사들이 있는데 종교계 인사들이 6인으로 가장 많다.

인터뷰 책들을 읽을때 마다 나는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본다. 물론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지만 인터뷰를 하는 사람을 잘 모를 경우 읽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 책 역시 윤석화라는 배우를. 아주 잘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알기에 읽기가 훨씬 수월했던것 같다. 다만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내용이 조금 더 충실했으면 하는 것이다. 34명이나 되어서 그런지 한 사람에게 할당된 질문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다음으로 윤석화가 인터뷰를 한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두고 그 뒤에 약력을 그리고 이어서 현재 그 인물에 대한 기사를 약간 적어 놓았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인터뷰는 화가 김점선과 미술사학자 유홍준. 최일도 목사의 인터뷰였다. 나머지 인터뷰들도 다 고만고만하니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저 세사람들에게는 겸손과 깊이가 느껴져서 좋았다. 확실히 인간은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가 약간이라도 잘난것을 드러내면 배알이 꼴리나보다. 잘났기 때문에 잘난것이 드러나는 걸 가지고도 이런데 잘나지 않았으면서 잘난척을 한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또 하나 조금 아쉬운 점을 들자면 윤석화씨의 질문이 너무나 평이하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에 대해 자료를 훝어보고 인터뷰를 준비한듯한 느낌이 드는 질문들이 몇몇개가 거슬렸다. 분명 바쁜 윤석화가 준비했다기보다는 작가들이 혹은 기자들이 미리 건네줬겠지만 나는 배우 윤석화만의 독특한 질문들을 더 기대했었기 때문에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꼭 윤석화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도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굳이 윤석화를 내새운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계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극배우와 문학계, 음악계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이라 나도 들어봤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생각과 하는 일을 엿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80점의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인터뷰책들은 이미 내가 아는 사람을 인터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나왔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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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부드러움의 이야기
무라카미 류 / 한뜻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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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서울에서 내 집에 올때면 꼭 책을 한권씩 빌려간다. 그래서 여동생은 내 집을 명절 도서관이라 부른다. (대게는 명절날 내려온다.) 늘 내게서 책을 빌려가던 여동생은 어느날 이 책을 권했다. 구입하기 위해서 알라딘을 비롯해서 오프라인 서점까지 뒤졌으나 이 책은 그 어디에도 품절이라는 딱지만 달고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서재 페이퍼에다가 호소를 했고 진/우맘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알라디너가 책을 보내 주셨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한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미쳤었고 여동생은 무라카미 류에 미쳤었다. 내가 하루키에 미친 이유는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때문이었고 여동생이 무라카미 류에게 미친 이유는 코인로커 베이비스 때문이었다. 나도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류의 책들은 뭐랄까. 나로써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책들이었다. 감정적으로 이해도 가지 않았으며 읽고 나면 뭔가 머릿속이 끈적한것이 꼭 본드를 쏟아놓은것 같았다.

우울과 부드러움의 이야기 역시 읽고 나니 머릿속이 끈적거린다. 류의 책 답게 역시나 헤시시와 엑스터시와 코카인과 가학적 섹스와 학대와 마조히스트가 난무한다. 솔직히 다 읽고 나서도 대체 뭘 말하려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냥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거의 죽을때까지 접해보지 못할 위에 나열한 단어들과 함께 뒹굴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 뿐이다.

책의 대강 줄거리는 이러하다. 미치코라는 여성이 뉴욕에서 홈리스로 산적이 있는 야자키를 인터뷰하게 된다. 야자키라는 자는 흔히 홈리스들이 그렇듯 돈이 없어서 홈리스가 된건 아니다. (홈리스가 된 이후에도 지갑에는 아멕스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레이코라는 여성을 잊지 못해서 잠깐 홈리스가 되었으며 현재는 돈 많은 독립영화 제작자이다. 미치코는 야자키를 인터뷰 하면서 점점 그에게 성적매력을 느끼게 된다. 야자키는 자기가 사귀었던 레이코와 게이코라는 여성과 어떻게 코크를 흡입하고 가학적 섹스를 했으며 얼마만큼의 샤토 무통을 마치 에비앙 마시듯 마셔댔는지를 얘기한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손도 대보지 않았으며 지극히 평범한 성생활을 하고 샤토 무통처럼 비싼 와인은 마셔보지 못한 나로써는 그것들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아무튼 미치코는 그를 점점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가 인터뷰 마지막날 야자키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에서 말 하려는 것은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중 상대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나보다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잘난 남자를 보면 은근히 끌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량이며 또 사회에서 인정 가능한 정보이지 야자키처럼 각종 마약과 온갖 섹스에 관한 정보는 아니다. 그런데 미치코라는 멀쩡한 엘리트 여성은 야자키가 전에 사귀었던 레이코와 게이코라는 여성을 학대했던 얘기를 들으며 그에게 반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는 야자키에게 레이코나 게이코보다 훨씬 더 심한 정도의 학대를 받을것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 나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동생에게 대체 왜 이 책을 권했느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아까부터 계속 통화중이라서 연결이 되질 않는다. 그녀는 이 책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참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코인로커 베이비도 결코 노멀한 스토리의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읽을만 했었는데 이 책을 비롯한 류의 다른 책들은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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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7-2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홈리스의 경험이 여자에게 어필할 수도 있군요.

클리오 2004-07-22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에 끌린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는 늘 저에게 지적인 열등감을 주는 약간 삐딱한 사람들에게 홀딱 넘어갑니다. ^^(그래서 도도한 그넘들 땜에 늘 질질끌려다니며 힘들답니다. 흑...)

플라시보 2004-07-2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단 홈리스라 하더라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골드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흐흐.

clio님. 저도 그런 성향이 다분히있습니다.^^ (벗뜨.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흐흐^^)

sweetmagic 2004-07-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
처음에는 무지하게 땡기는데 샅샅히 낱낱히 간파하고 보면 별거 아닐 때가 더 많더군요.
고런 식으로 삐딱한 사람들 파헤치면 열등감에 허덕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진짜 조심해야 항 지적 덩어리들은 웃는 모습 있더군요. 대신 속으로 삐딱하게 웃구요....
- 물론 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얘기 입니다-

a 2004-08-07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훗.

플라시보 2004-08-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웃지만 마시고 이 책을 권하신 이유나 한번 말씀 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