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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가 만난 사람
윤석화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4년 7월
평점 :
연극을 보러 간 적도 별로 없고 연극에 대해 관심도 그다지 없는 나 이지만 배우 윤석화는 안다. 워낙에 유명하니까. 예전에 그녀는 원미경이 극중 '순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드라마에 나왔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녀를 배우가 아닌 탈렌트로 먼저 알았었다. 어렸었지만 나는 그녀의 연기가 극중 다른 배우들과 달리 굉장히 과장되어 있구나 하고 느꼈었는데 그건 그녀가 연극배우 였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사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내가 배우 윤석화의 연기를 본건 그게 전부였다. 윤석화라는 배우에게서 내가 느꼈던 것은 무척 '잘난 여자'구나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잘난척으로까지 보일 정도로 그녀 특유의 턱을 치켜뜨는 행동들. 그렇지만 별로 밉지는 않았다. 가끔 저렇게 잘난 여자들이 길을 닦아야 평범한 여자들이 좀 더 편하게 길을 걸을테니 말이다.
이 책은 배우 윤석화가 경향신문에 냈던 인터뷰 모음집이다. 그 중 34인을 추스렸는지 아니면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모두 34명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문화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것이다. 문학계, 음악계, 미술계, 학계, 문화행정계, 연극계, 무용계, 종교계, 영화계, 재계 인사들이 있는데 종교계 인사들이 6인으로 가장 많다.
인터뷰 책들을 읽을때 마다 나는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본다. 물론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지만 인터뷰를 하는 사람을 잘 모를 경우 읽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 책 역시 윤석화라는 배우를. 아주 잘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알기에 읽기가 훨씬 수월했던것 같다. 다만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내용이 조금 더 충실했으면 하는 것이다. 34명이나 되어서 그런지 한 사람에게 할당된 질문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다음으로 윤석화가 인터뷰를 한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두고 그 뒤에 약력을 그리고 이어서 현재 그 인물에 대한 기사를 약간 적어 놓았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인터뷰는 화가 김점선과 미술사학자 유홍준. 최일도 목사의 인터뷰였다. 나머지 인터뷰들도 다 고만고만하니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저 세사람들에게는 겸손과 깊이가 느껴져서 좋았다. 확실히 인간은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가 약간이라도 잘난것을 드러내면 배알이 꼴리나보다. 잘났기 때문에 잘난것이 드러나는 걸 가지고도 이런데 잘나지 않았으면서 잘난척을 한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또 하나 조금 아쉬운 점을 들자면 윤석화씨의 질문이 너무나 평이하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에 대해 자료를 훝어보고 인터뷰를 준비한듯한 느낌이 드는 질문들이 몇몇개가 거슬렸다. 분명 바쁜 윤석화가 준비했다기보다는 작가들이 혹은 기자들이 미리 건네줬겠지만 나는 배우 윤석화만의 독특한 질문들을 더 기대했었기 때문에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꼭 윤석화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도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굳이 윤석화를 내새운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계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극배우와 문학계, 음악계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이라 나도 들어봤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생각과 하는 일을 엿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80점의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인터뷰책들은 이미 내가 아는 사람을 인터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나왔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