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낮잠을 곤히 주무신 딸램.

식구들 다 먹고 치운 저녁을 홀로 냠냠 드시며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얼림픽 오늘은 안해요?"

엥? 먼 픽? 37개월짜리도 아는 올림픽? ㅋㅋㅋ

올림픽 이제 끝났는데.. 근데 올림픽이 뭔데? 하고 되물으니

"응 탁구요"(아마도 탁구가 제일 인상 깊었던게지)

탁구는 뭔데? 하고 또 한번 되물으니 녀석의 대답이 용타

"으응.. 이렇게 쪼끄만 걸로 공을 휙휙 때리는거에요"

딩~동~댕~동~~~~~~

 

올림픽 후유증을 4살 딸램도 앓고 있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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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시계에는 거북이가 들어 있나봐요.

거북이는 느리잖아요. 이 시계도 느리게 가잖아요.

까이유를 보고 있던 딸래미.

까이유에게 떠들지 말라고 하는 까이유 엄마를 보며 눈을 찡긋거리며 싫은 표정이다.

엄마가 가서 까이유 엄마 때려주고 올까? 했더니

"근데 까이유 엄마는 TV 안에 있잖아요. 엄만 들어갈 수가 없죠"

37개월된 깜찍한 우리 딸래미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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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또 한차례 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또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은 비대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대니

아직 한참 멀은 가을인냥 시원도 하고 허전도 하고...

한차례 진통 아픈 탓일까? 마음도 여위었는지

스스로 괜히 센티멘탈해진다.

계절이 바뀔 즈음이면 늘상 떠오르는 기억들

예전 한참 젋었었던 시절의 이쁜 기억의 조각들과

그때 이랬었더라면.. 하는 하나마나한 선택의 기로들을 되짚어 보며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한다.

이제 기억이 바래도 너무 바래

내가 알던 사람의 이미지가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상상 속에서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준것인지

지나간 사랑은 늘 멋있고 아름답고

왜.... 함께 살고 있는 현재의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

짧디 짧은 첫사랑의 기억이 더 아련한건지...

갖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 걸 알면서도

날이 선선해지면 생각나는 나만의 추억이라면 추억일테지. 그조차도 없는 것보다 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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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문정희 시.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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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오셨다.

그냥 다니러 오신 게 아니고 우리 집 근처에 집을 보러 오셨다.

결혼해서 큰 아이 낳고 작은 아이 낳고 그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너네 집 근처에서 살아야겠다. 가까이 살아야된다" 하시던 우리가 이사할 때마다 행사처럼 되풀이하시던 말씀이 이제 구체적으로 진행되려나 보다.

시어머님이 근처에 와서 사신대.. 라고 하면 대부분의 여자들.. 며느리인 여자들은 다들 말린다.

사이 나빠져.. 힘들어 등등.. 겪어 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어렵고 불편함.

하지만 남편은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일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 와이프를 이해는 커녕

"우리 엄만 안 그래" 로 끝이다.

친정 근처 가서 살자고 할 때 자기 "싫어" 단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해버리더니 이제 그거 애기하면서

왜 난 시댁 근처에 살아야하나 물었더니 그때 자기가 싫다고 하건 처가 동네가 회사 출퇴근 거리가 너무 먼 동네라 그랬단다. 아닌거 뻔히 아는구만. 그럼 신혼 초 자고로 시댁이고 처가고 가까이 사는건 아니다..라고 한 말은 뭐냐 묻는 시점에 둘째 아이가 자기만 뺴놓고 이야기하는 엄마아빠한테 심술을 부려 중도에 그치고 말았다.

태생이 남한테 싫은 소리는 커녕 아쉬운 소리도 못하는 성격이라

나 싫으니 이쪽으로 이사 오시지말라그래! 라고 강짜를 부릴 입장도 못되고

뭐 여기가 다 내 동네도 아니고 내가 오라마라할 입장도 안 된다.

하지만 어머님과 시동생한테 이 동네의 장점을 설명하며 자꾸 부추기는 남편의 모습은

싫다고 말했던 내 감정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 빈정이 상헀다.

게다가 우리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동네를 알아보는 듯하더니만 오늘은 아에 우리 단지 안에 있는 부동산에 가는 거롭니 그리고 어머님은 무지 신나셨다.

내 의사를 물어볼 것도 아닌 일이려니 하지만 그래도 나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 앞으로 함께 지낼일에 신나하지만 그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볼텐데....  이 슬픈 마음을. 복잡한 마음을 아는 척이라도 해줬으면

그것도 욕심인지... 남편은 또 "우리 엄마 안 그런 사람이야. 매일 오시지도 않을거야" 한다.

내가 아는 너네 엄마랑.. 니가 아는 니네 엄마랑은 아마도 다른 사람인갑다. ㅠ.ㅠ

겪어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일거야.. 라고 다독이고

내 생활을 넘어서는 것에는 발끈해야지.. 라고 수없이 자기 암시를 해본다. 절대 끙끙 앓고 대충 넘기고

너만 이해하면 돼.. 너만 참으면 돼.. 이런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지.

차라리 소소하게 그때 그때 터뜨려 아이구 저앤 원래 저런 애... 싸가지야.. 이런 소리를 듣고 말아야지하고

자꾸 최면을 걸어본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야.

너네 엄만 원래 그렇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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