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낮에 잠깐 시간이 생겨 영화를 보았다. 시간이 적당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회가 되면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계획이 없던 탓에 서둘러 예매를 하긴 했지만 상영관에 도착하니 벌써 15분이 지나있었다.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입구에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좌석이었지만 경험상 누군가 드나드는 것을 모를 순 없기에 이 글을 못 볼테지만 그래도 심심한(이 단어 조심스럽다) 사과를 살짝 남긴다.

어쨌거나 영화의 분위기는 어두웠고 청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꽤 불편할 정도로 마찰음을 강조하는 듯 했다. 초반에 못본 내용이 아마 한결과 고운이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부분이었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볼 맘은 들지 않는다. 내용이 별로이거나 이미 결말을 알아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너무나 어두운 분위기에 호러 영화를 볼 때처럼 눈을 아래로 내리거나 감고 있었던 장면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봐온 영화들 속에서는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강도의 잔인한 장면들이 나올 것 같은 상황이 자주 등장하는 데 이 영화의 등급은 12세 관람가였다. (이 부분은 확인을 못하고 관람한 한 내 실수다.) 하긴 알았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배달하는 한결이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다가 학생들과 어깨를 부딪힌 후 배달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 이어지길래 워낙 무서운 범죄가 잦다보니 기다리고 있다가 시비를 거는 줄 알았는데 그런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홈리스. 이 단어를 어떨 때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이 영화의 분위기가 왜 이토록 무겁고 심지어 눈을 감고 봐야 할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드라마 대사 처럼 집이 없다는 것은 무언가를 희망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다는 말과 같다. 한결과 고운은 두 사람 사이의 '우림'이 희망자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당장 그 두 사람의 현실은 절망 그 자체다. 고운은 견디다 못해 한결에게 훔쳐서라도 돈을 가져오라고 말하고 한결은 그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다.

아무리 절박해도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있다. 아니 그렇다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절박이란 단어를 검색해본다.

네이버 :어떤 일이나 때가 가까이 닥쳐서 몹시 급하다.

분위기가 너무 무겁긴 해도 결말까지 "말도 안돼"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괜찮은 영화였다. 괜찮은 영화를 보고 후기가 괜찮치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거나 사당동 사람들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