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오는 한해의 책 결산 글들을 보며 우와~ 우와~ 감탄사 연발. 읽은 책은 음 그거 좋았지, 안 읽고 제목만 킵한 책은 음 내년에 읽어야지, 듣도보도 못한 책은 음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이러다가. 올해 나도 예전보다 엄청 읽기는 했지, 하지만 결산할 정도로 잘 읽어내진 못한 것 같아, 일일이 다 찾아보기도 귀찮...다고 생각하다가 음 그래도 이 분야는 한번 적어두는 것도 좋겠는데 싶어.
남들은 대학생일 때 심지어는 중고등학생 때 페미니즘을 접했다고 하던데 난 왜 듣도보도 못했나? 하다못해 좋아하는 소설이라도 좀 많이 읽지 그랬니? 젊은 시절의 나를 탓해 본다. 핑계거리를 찾자니 그놈의 연애, 그거네. 책도 안 읽고 시도 안 쓰고 지지리 돈도 없이 하는 연애. 또다른 핑계는 생활. 생활비 버는 생활. 지난 일 어쩔 수 없으니 잊고 지금부터라도 많이 읽지 뭐. 모르고 죽을 뻔 했는데 이제라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올해 사서 읽은 페미니즘 책들 중 몇 권만 추려본다.
정희진 [아주 친밀한 폭력]
가장 먼저 구입한, 페미니즘 책이라고 할까 여성주의 책이라고 할까 인간주의 책이라고 할까, 여서 첫번째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조금씩 천천히, 였던 것 같다. 폭력은 내게 어찌 보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반대합니다 입장.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아니 왜 맞고 살아!! 헤어져야지! 도망쳐야지! etc...)
디 그레이엄 외 [여자는 인질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 책을 놓아본다. 가장 최근에 다 읽었고 글은 아직 하나도 안 썼지만 그건 너무 할 말이 많아서일지도. 처음에는 엄마를 떠올렸고 내가 아는 여자들을 떠올렸고 결국 나를 생각했다. 페이퍼 쓸 수 있을까..? 올해의 마지막 페미니즘 책으로 묵직한 한 방.
캐슬린 베리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말할 필요 없이 읽어야 하는 책. 막연하기만 했던 포르노 그리고 '매춘'에 대해 알게 된 책.
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좀 아쉬운. 두루두루 읽혀야 하는데 전자책은 좀 한계가 있다. 아아 포르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구나. 내년엔 집안 남자들에게 꼭! 읽히기.
박혜정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아직 어린 내 아이들조차 성'매매'를 서비스 제공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 반박하고 싶어서 이 책을 사읽었던 것 같다. 포르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단순히 문제 하나만을 떼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도 공부를 해야 더 폭넓은 대화가 될 듯.
토마 마티외 [악어 프로젝트]
최승범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막 다 좋았던 책이라 할 순 없지만 페미니즘 책을 사대는 나를 '두려워'하던 옆지기와 조금이라도 대화의 물꼬를 틔워준 책들이라 모아본다. 계속 의견 일치가 안 되는 TV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같이 봐야 하는데. ㅎㅎ
이밖에도 부분부분 좋았던 책, 두루뭉술 좋았던 책, 그냥 좋았던 책, 좋은데 왠지 별로인 책, 좋다가 싫은 책 등등이 있다. 리베카 솔닛의 책도 샀고, 록산 게이도 마리아 미즈도 마거릿 애트우드도 사고사고사고 하다가 절반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되었네. 내일부터 내년이니까 하나씩 읽자. 읽고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기자. 안 하니 돌아서면 잊어버려, 몹쓸 기억력. 실은 그래서 꼽지 못한 책들이....ㅠㅠ
아래는 책꽂이에서 대기중인 읽을 책 대표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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