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살, 흙 - 페미니즘과 환경정의 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1
스테이시 앨러이모 지음, 윤준.김종갑 옮김 / 그린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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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다시 생각하다. ˝횡단-신체성˝! 이론적 접근이나 지식 획득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을 느끼고 겪는다. 내용이 쉽지는 않고 전체를 쏙쏙들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책 중 하나라는 생각에 별 다섯. 나는 말이고 살이고 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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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여성 - 여성의 눈으로 본 선사시대, 젠더 고고학의 발견
마릴렌 파투-마티스 지음, 공수진 옮김 / 프시케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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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1 : 그런데 말이야,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 그림을 남자가 그렸는지 여자가 그렸는지, 이런 게 중요한가? 어차피 자료도 없고 증거도 없이 추정만 하는 건데.

나 2 : 그치, 거의가 추정이고 가설이지. 하지만 저자도 이야기했듯이 인간은 기원을 알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잖아. 무엇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모양은 어땠는지, 이런 거. 모두가 의미 없으니 하지 말자고 해도 분명히 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나 1 : 어휴,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의미 없다, 의미 없어. 그냥 전부 다 안 하면 안 되나?

나 2 : 어차피 누군가가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지금까진 남성의 시각으로 봐 왔으니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지. 억측도 그렇고.

나 1 : 그건 그래. 그래도 열불 나는 걸 어떡해. 몇천 년 남성의 역사는 너무 견고하다고. 책 속 말투도 조금 그렇지 않아? 이렇고 저렇고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 없는데 선사학에서조차 남성들이 의견을 굽히려 들지 않는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여성 운동이 역사는 짧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거고. 왠지 저자도 완전 열받았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데도 말투는 아주 조심스러운 것 같았어. 난 그것도 맘에 안 들어. 좀 뭐랄까, 자기 검열??

나 2 : 뭐 그런 면이 없지 않은 듯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잘 몰랐던 걸 알게 되기도 했잖아. 아니 잘 몰랐다기보다는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사라 바트만 이야기 말이야. 난 최근에 본 드라마도 생각났어.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여전하구나 싶었지. 조선 시대 상황의 단순 재현인지 재현을 통한 이데올로기 주입인지 잠깐 헷갈리더라고.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여전히 굳건한 이성애 이데올로기의 판타지적 재현. 아 이건 별 관계없는 이야긴가?

나 1 : 관계없는 건 아니지. 어차피 선사학도 보니 이게 남자다 저게 여자다 이런 걸로 싸우드만. 젠더가 둘 밖에 없어요. 그리고 말이야, 여성을 섹스의 대상으로만 보는 건 정말 이젠 몸서리치게 싫다고. 그걸 또 아니라고 하는 남자들 보는 것도! 어휴.

나 2 : 재미는 덜 했지만 난 그래도 이런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너는 막 슬렁슬렁 건너뛰면서 읽었지?

나 1 : 당근이지. 모르는 사람들 이름 보기도 벅차. 대충 건성건성 읽었으니 끝냈지 안 그러면 아직 2장 읽고 있을걸?

나 2 : 그런데 프랑스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성학자들이 많더라.

나 1 : 뭐 거기뿐이겠냐. 세상에 널렸지, 널렸어.

나 2 : 그러니 저자 말대로 알려지지 않은 걸 알려야 하지 않을까? 남성의 언어 말고 여성의 언어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그 나름의 가치를 갖는 거겠지. 덜 알려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니까.

나 1 : 그건 인정! 아, 선사학 이야기 진짜 재밌게 쓴 책 읽고 싶다아~~~ 



..............................

" 그러나 교환 이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 증명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러한 관습이 만약 구석기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일까 아니면 상호 협의한 것이었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귀중품'이 교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사 사회에서 교환품인 여성의 가치가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특히 출산으로 후손을 얻게 해주기 때문에, 즉 집단의 영속을 보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이 1871년부터 주장했던 것처럼, 구석기시대 여성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처럼 가설만 무성하게 확산하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과학의 한 분야인 선사학이 채택한 학문적 방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다시 발해서, 지난 수백 년간 이러한 방법론이 만들어지도록 영향을 준 문화유산의 요소를 구별해내야 할 것이다.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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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30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난티나무 2023-12-05 00: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댓글 이제 다는 저...ㅜㅜ

청아 2023-11-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1,나2에 이름 붙여주심 안되나요?ㅋㅋㅋㅋ 난티나무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난티나무 2023-12-05 00:24   좋아요 1 | URL
투덜이와 긍정이???? 미미님 붙여줘 보세요~ㅎㅎㅎ
답글 늦어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청아 2023-12-05 07:46   좋아요 0 | URL
저는 아델과 엠마같은 이름 생각했어요ㅋㅋㅋㅋㅋ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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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과 책 제목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이 든다.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정희진 선생님의 말씀에 더욱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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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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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내용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보다 더욱더 기대되는 책. 목차만 봐도 흥분된다. 이 책과 함께 멋진 8~9월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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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8-21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구입 안 했습니다. 북펀드 못한 마음에 서러워서요 ㅋㅋㅋㅋㅋ 난티나무님, 굿모닝!

난티나무 2023-08-21 15:11   좋아요 1 | URL
아아 그 마음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주 책 받고 펀드 페이지도 펼쳐보지 않았다는…ㅋㅋㅋㅋ 쌓아뒀어요.ㅎㅎㅎ 색 이쁘다 이카면서…@@
저는 이제 굿모닝입니다.^^ 션한 오후 보내세요~~~~

유수 2023-08-21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대평 적는 기간 놓쳐서 서러워요 ㅋㅋㅋㅋㅋ 굿모닝 두 분!!

난티나무 2023-08-21 15:14   좋아요 1 | URL
악 속상하다!!!! 저 놓칠까 봐 날짜 똭 기억하고 있었어요.ㅋㅋㅋㅋ 다행히 안 놓쳤다…. 😅
두 분 굿모닝 인사가 좋아서 글자 보다가 급 궁금해졌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식구들과 굿모닝~~ 하시나요?????? (저는 안 합…@@)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 법 이론
낸시 레빗.로버트 베르칙 지음, 유경민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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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다. 프런트에는 직원 두 명이 있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 여자는 컴퓨터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고 남자는 앞의 손님과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여자 옆으로 가 함께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나와 남편은 체크인을 하려고 서있다. 우리가 차례를 기다린 걸 그들은 이미 보았다. 몇 분 뒤 여자가 고개를 들고 묻는다. 도움 필요하세요? ... 좀 황당하다. 남자는 옆자리로 갔다. 안녕하세요,가 먼저 아닌가. 여자의 얼굴은 대략 표정이 없지만 딱 봐도 너희에게 친절하기 싫어, 이런 분위기다. 체크인하려고 합니다만. 아 그럼 옆 직원에게 가세요. 가볍게 토스. 백인 남자는 프랑스어를 쓰는 우리에게 영어로 말한다. 외국인 취급. 그렇지, 우린 외국인이지.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 프랑스에서 외모만으로 국적을 판단하는 일이 이렇게 잦다고?


미묘하다. 흑인에게서 인종차별의 뉘앙스를 느끼는 아시아인. 아마 이렇게 글로 쓰고 혹여 말로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느낀 그 미묘함을 정확히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냐는 말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흔히 하지만, 말이란 맥락과 뉘앙스를 가지는 것이 아니던가. 눈빛과 몸짓, 표정, 어투 등이 말을 돕는다. 가끔 겪는 일이라 놀랍지는 않고, 기분은 좀 나쁘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러 방을 나섰다. 객실 청소를 하러 온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니까 매뉴얼 인사가 아닌, 기분 좋은 인사. 나도 덩달아 웃는다. 그는 나이 지긋한 흑인 여자다. 생각이 많아졌다. 


얼핏, 이 책의 내용과 위의 에피소드는 별 관련이 없어보인다. 어느 경우에도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그건 교차성이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동질성과 차이라는 단어들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복잡하게 얽힌 그물망 어딘가에 위치한 인종과 젠더라는 단어들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언급한 모든 단어들에 언급하지 않은 모든 것이 더해진 무엇인가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일상은 책의 내용과 한치의 오차 없이 일치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상은 가려지고 포장되어 배경과 맥락이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아래와 같은 구절을 읽을 때면 이런 경험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해석은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주의 한 톨 먼지보다 작은 존재이면서 그 안에 각자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는, 실로 형언할 수 없이 신묘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이렇게 말하면 인간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다른 목소리와 접근에 더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은 인류 공통의 권리에 관한 개념을 거부하고 다원주의와 서로 다른 문화적 시각에 대한 포용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재생산 자유의 결핍과, 전 세계 대다수의 여성이 이를 수용한다는 것은 그릇된 자각에서 비롯된 문제인 것인가? 수년 전 정치철학가 주디스 슈클라는 부정의의 얼굴은 낮은 곳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유명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던 페미니즘에 큰 영향을 미친 수잔 몰러 오킨은, "우리는 고통받는 듯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함으로써 정의에 대해 깨닫게 되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한계를 지었다. 그녀는 "억압받는 사람들은 종종 억압을 매우 잘 내재화하여 그들이 인간으로서 정당하게 얻어야 할 자격들을 알지 못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두 학자 모두가 옳을 수는 없는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피할 길은 없는가?⌋ (205, 5장 젠더와 몸)



그러니까, 나는 머리가 아프다. 책 속 미국까지 갈 것도 없다. 어쩌면 세상이 지금 우리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건지도 모른다... 머리가 안 아픈 날이, 오기는 할까? 아,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책 뒷표지에 실린 문장이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은... 또한 특정한 페미니스트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각 이론에 따른 결론과 비판점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러한 풍부하고 다각적인 접근은 페미니스트 법 이론이 현학적인 문답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문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늘, 언제나 일어나는 일. 그 일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는 것. 내가 옳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그런데 그 미묘하고 미묘한 것들을 어떻게 보이게 만들죠?)


제목을 '질문하는 책'이라고 달았다. 저자는 책 가득 질문을 쏟아낸다. 본문에서 질문하는 것도 모자라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생각해 보라며 몇 개의 질문을 던진다. 1장 끝에서 질문들을 읽었을 때 절망했다. 어느 하나에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그렇게 쉽게 한 사람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라면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겠지. 2장, 3장, 그리고 책이 끝날 때까지 저자가 던진 질문들은 그렇게 거기 있었다. 한편으론 그 질문들에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학자가 아닌 것에 안도했고, 한편으론 어쩌면 하나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지에 난감했다.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들이 여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내 문제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함께.



⌈... 논쟁의 이 부분(대리모 계약)을 요약하면서, 법학 교수 마거릿 제인 라딘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지위를 낮춰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여성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팔아왔고 이로 인해 그 지위가 격하되어왔다. 더 이상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 (217, 5장 젠더와 몸)


위 구절을 읽으면서는 조금 속이 시원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더 이상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단순하게 말하고 그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학교는 개인적인 성취의 관문 그 이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교육은 "가정 내에서 그리고 세대를 걸친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소녀들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노동인구를 거의 두 배로 늘릴 뿐만 아니라, 빈곤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

 가장 좋은 점은 여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선순환을 영속시킨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소녀들은 자라서 그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친다. 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들이 대학에 가도록 격려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부업을 한다. 물론 교육받은 남성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기여하지만, 여성들은 단연코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한 소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곧 한 가족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304~305,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찜찜하다. 왤까. 먼저 노동인구가 늘어난다는 점. 맞는 말이면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밖에. 빈곤에서 벗어나고 경제적 힘을 가지고, 다 좋다. 누가 가장 이득을 볼까? 두번째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부업'을 하는 여성들. 부업. 이렇게 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한 소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곧 한 가족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00퍼 공감한다. 그러나. 그 소녀가 장차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물론 결혼과 출산 안 해도 교육할 수 있지. 하지만 저자는 "소녀들은 자라서 그들 자신의 아이들에게"라고 적었다. 이것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남성은? 그냥 둬? 가장 먼저 깨우치고 변화해야 할 사람들은 '남성적' 사람들 아닌가? 왠지 계속 여성에게만 짐을 지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쳇바퀴가 계속 돈다. (그런데 여성의 영향력이 강력한 건 정말 맞는 말이다.)



⌈세계화 자체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일자리, 상품, 의약품, 그리고 기술의 이전을 촉진함으로써 어느 정도 이익을 제공한다. 정보 및 서비스 경제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가져다주었다. - 당신이 전화로 상담하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이제 토피카(Topeka)만큼이나 뭄바이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사스키아 사센은 직업 시장과 사업 기회의 "점진적인 여성화"는 세계화 덕분이라고 한다. 특히 이민자 여성들에게 도움을 준 이러한 경향은 더 많은 재산, 더 큰 사회적 자율성, 그리고 가족 의사 결정에 있어 더 강한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 어머니들이 더 많이 벌면, 아버지들은 더 많이 듣는다.⌋ (308,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비슷한 맥락에서 위의 인용문 끝문장도 찜찜하다. 경제력 중요하고 권력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여성이 돈을 벌든 안 벌든, 잘 '들어야'지??? 사람이 말을 하면 잘 들어야지, 옆집 개가 짖는구나 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후. 나도 안다. 이게 뱅뱅 도는 꼬리잡기에 불과한 잡설이라는 거. 그러나 '평범한' 남성이 얼마나 여성의 말을 '안 듣고' 사는지, 무의식 속에 자리한 일상적인 무시가 얼마나 잦은지. 이거 정말 심각하다.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듣는다는 말은 현상일 뿐,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주장의 근거가 되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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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30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난티나무 님.
오늘 리뷰를 읽다보니 난티나무 님도 책을 몸으로 읽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문점에 몸을 부딪치고 그런 한편 또 자기 검열을 해보기도 하고. 그런 난티나무 님에게 독서는 즐겁지만 또 괴롭기도 하진 않을지 추측해봅니다.

이곳은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요. 우린 7월에 또 함께 읽어봅시다!

난티나무 2023-06-30 16:39   좋아요 2 | URL
독서는 고통 아니겠습니까. 앎의 고통이라고 정희진샘도 그러셨…….
그러고 보면 고통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도 조금씩 다르겠죠.

한국 날씨는 자주 여기랑 비슷합니다. 신기해요. 여기도 비 와요.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부네요. 오, 7월 성의 변증법!!!!!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3-06-30 08: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인종이 겹쳐진 그 어느 지점에 우리가(난티나무님이) 느끼는 그 불편함이....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느낌은 정확하다. 그 느낌이 맞다.

완독 축하드려요, 난티나무님. 같이 읽는 기쁨을, 이 글을 읽는 제가 마음껏 누립니다!

난티나무 2023-06-30 16:49   좋아요 2 | URL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저 또한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불편함을 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요.
확신을 갖는다는 것도 중요하죠.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생각합니다.^^ 요즘의 제 ‘마인드컨트롤’! ㅎㅎ 그것만으로는 아직 힘들긴 하지만요.
단발머리님 댓글을 난티나무가 좋아합니다!^^

건수하 2023-06-30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나는 어떤 입장에 서 있는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그러나 명료해지진 않는) 책입니다.. (그래서 읽는데 오래 걸리고 있다고 핑계를)

난티나무 2023-06-30 16:51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수하님! 생각 많은데 명료해지지는 않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ㅎㅎㅎ 저도 그랬어요.^^

청아 2023-06-30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챕터 끝마다 붙은 질문들이 본문 이상으로 깊이 있어서 놀랐어요. 난티나무님의 비판적 읽기와 고민을 들여다보며 대학에서 우리가 함께 만나 이런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로 제가 배우는게 더 많았을거지만ㅋ)
잠시 상상하고 웃었습니다.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난티나무 2023-06-30 16:54   좋아요 3 | URL
왓!! 저도 상상했습니다!!!! ㅎㅎㅎ
뭐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판을 펼칠 학교가 있어야 겠고 한 지역에 살아야 겠고 (아 줌이 있네요!!! 그래도 대면이죠!!) 시간 맞아야 겠고… 돈도 좀 있어야? ㅋㅋㅋㅋㅋ 아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

책읽는나무 2023-06-30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난티 님이 느끼시는 그 차별적 시선들.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늘 화가 났다가 또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암튼 늘 응원합니다.^^

난티나무 2023-06-30 16:55   좋아요 2 | URL
그쵸 책읽는나무님. 사람이 뭔지 사는 게 뭔지, 저도 화 났다가 서글펐다가 그래요…ㅎㅎㅎ 감사합니다!!!!

달자 2023-08-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에 난티나무님의 짧은 호텔에서의 경험담... 아 정말 너무너무 뭔지 알아서... 이거 프랑스 호텔에서 안 겪어본 아시아인은 없다는 데에 1유로를 걸겠습니다.... 이 책은 이북으로 안나와 있어서 올 여름에 한국에 잠시 갔다 오는데 그때 종이책으로 꼭 사려고 벼르고 있답니다.

난티나무 2023-08-08 00:50   좋아요 1 | URL
한국 가시는군요! 책 많이 사오시기를~^^
저는 빠리 대사관 갈 일이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주말 지나면 날이 또 더워진다고 하네요.@@
안 겪어본 아시아인 없다...ㅠㅠ 맞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