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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도시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
이사벨 아옌데 지음, 우석균 옮김 / 비룡소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사벨 아옌데, 첨 듣는 이름.
야수의 도시,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닌 걸.
"이건 되게 재밌어요."
책을 빌려준 중학생 여자아이가 몇 번이나 재밌다고 강조한다.

진짜다.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환상적이고 한마디로 재밌다.
하지만, 아픈 어머니를 두고 할머니를 따라 아마존으로 가게 되는 주인공 알렉스의 모험 속에는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픈 말들이 꼭꼭 여며져 있다.

밀림은 어떻게 파괴되는가
원주민 교화의 필요성?
말도 안 되는 현대인의 이기, 눈먼 욕심
(그러므로 '야수' = '현대인'
그래서 제목 '야수의 도시'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공존의 법칙
자연과 더불어 삶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 관계에의 고찰
가족과 진정한 사랑
고정관념, 편견

등등이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안 되는 생각들이다.
(생각 좀 하고 살자!)

인물의 설정이나 사건의 인과 관계가 아주 훌륭하게 짜여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별 다섯 개다.
책 속에 빠져 흐물거리다가 헉 하고 고개를 흔들게 하는 오타가 제법 있지만
그래도 별 다섯 개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가 잔뜩,
아이들도 이 책을 그냥 재미로만 읽고 던져버리진 않으리라는 생각에.

비룡소의 청소년 문학선, 모조리 다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다른 작품들도.


* 참고로 오타
p. 14     예전에 즐긴던 건강 만점의 식사   -> 즐기던
p. 66     강을 발견하지지 못하고   -> 발견하지
p. 145    일 분만 들어가 있으며 짠 하고 어른이 되어 나오는   -> 있으면
p. 219    얼마 전이이었다면   -> 전이었다면
p. 301    문뜩 대기가 신선해졌다   -> 문득
p. 311    테푸이가 정말 얼마나 높은 걸일까?   -> 걸까?
p. 354    야수와 어떻게 동료 한 사람의 내장을 끄집어냈는지에 대해   -> 야수가

(이밖에도 띄어쓰기 잘못된 곳이 꽤나 보인다.
교정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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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이가 된 스탠리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1
제프 브라운 글, 토미 웅게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경고 ! 
기가 막혀, 어떻게 사람이 납작해진 채로 살 수가 있담? <- 요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읽지 말 것.

스탠리 시리즈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납작이가 되고 투명인간이 되고 요술램프의 힘으로 하늘도 날아다닌다.
그러나 그저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라고만 여기기엔 아까운 무엇이 있다.
일단 재미있고, 이단은 재치가 있고, 삼단은 슬쩍슬쩍 하고 싶은 말을 끼워 넣은 작가가 매력있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라.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다른 아이들이에요. 제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이젠 다들 저를 싫어해요. 보시다시피 전 납작하잖아요."
램촙 부인은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그 아이들이란다. 생김새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잘못이야.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종교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을 좋다싫다하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하단다."
스탠리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건 알아요. 하긴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겠죠."
램촙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좋아하려고 노력할 순 있잖니?"

아들의 무지막지(!)한 변화에 놀라긴 하지만 대범하게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우유를 쏟았다고, 똥을 쌌다고, 생떼를 쓴다고 아이를 혼내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 차례다. 음음...
'사건'이 해결되면 늘 따뜻한 코코아로 건배를 하며 축하하는 스탠리 가족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늘 무대 구석에 박혀있기 일쑤인 동생이 사건 해결사가 된다는 것도 즐겁다. 언제나 형에게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에 질투를 느끼면서도 원래의 모습대로 돌려놓는 역할을 맡은 동생, 배려가 엿보이지 않는가.

(책이 얇긴 하지만 그래도 책값이 너무 싸다. 할인한 가격을 보라. 켁. 소비자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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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기차
이지현 지음, 박철민 그림 / 예림당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5학년 여자아이의 엄마 찾아가는 길, 사실 깨놓고 말하자면 그리 신선한 소재도 아니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어린이책이 나왔음 좋겠다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지만,
어째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소재는 고아, 철거지역 주민, 집나간 부모(특히 엄마), 대책없이 외로운 아이들,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것도 아주 현실적인.
이런 소재들을 환타지로 버무려 멋드러지게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일까.
비유와 풍자는 어때?
오만 생각이 다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눈이 떠져 옆에 있던 이 책을 집어들어 끝까지 읽으면서 난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한 장 밖에 없는 엄마의 사진이 든 가방을 기차에서 도둑맞는다는 설정도,
잠깐의 관심만 보일 뿐 벌써 내렸을 거라고 추측하며 가방 찾을 노력을 하지 않는 차장도 맘에 안 들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끝까지 딸을 보지 않으려 했던 여인의 마음도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버림 받았을까 두려웠다가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떴다는 걸 알고 생각보다 훌훌 눈물을 떨치고 일어서는 강한 모습의 아이도 의아했는데, 눈물이라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은혜는 그나마 좋은 여건 속에 사는 셈이다.
부모님은 없지만 자기를 이해해 주는 친구와 수녀님, 선생님이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은혜가 만난 성진과 영진 남매처럼, 아니 그들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이 이런 동화책을 읽을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읽었더라도 지은이의 소원처럼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과 기쁨이 될 것인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읽혀서 제 앞만 보고 살지 않도록, 주위를 둘러보며 살도록, 그러나 동정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고아라고 왕따시키지 않도록, 가난하다고 가슴에 비수를 꽂지 않도록,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지 못한(않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 안다.ㅠ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도록, 가슴에 칼을 품은 채 소외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아아... 내가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 삽화의 아쉬움 :
예를 들어 169쪽의 그림을 보면, 글에서 "구레나룻이 시커먼 아저씨가 운전석에 올라타셨다." 했는데 그림에 있는 아저씨는 구레나룻이 하나도 없다. (몇 페이지 뒤에 다시 등장하는 이 아저씨는 여전히 구레나룻이 없고, 정을 베푸는 이미지가 아니라 쌀쌀맞기 그지없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눈물을 글썽였다는 아주머니도 오히려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어린이책의 삽화는 그저 '삽화'일 뿐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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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05-12-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같은 마음입니다. 건강하세요.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또 한 보따리 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듣고 A의 집에 책을 빌리러 갔다.
이젠 방 하나 가득인 책꽂이에도 꽂을 데가 없어 박스에 넣은 채로 거실에 나와 있는 책들.
우와~ 탄성을 내지르며 보고 싶었던 그림책, 동화책들을 뒤적인다.
A(11살 소녀)는 이것저것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골라준다.

"A는 과학을 좋아하나 봐? 과학 책이 많네?"
내가 집어든 책은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 과학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아니요. 과학 잘 못하고 안 좋아하는데요, 이건 중간에 이렇게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뒤에 이렇게 설명이 나오구..."
책을 넘겨 보여주는데 오, 호기심이 동한다. 정말 지루하지 않고 재밌을 것 같다.
A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건넨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다. 시리즈란다.
(나는 <..공부..>보다 이 책 <..생활 과학..>이 더 좋았다.)

그래, 이렇게 구성 좋고 재미 있으면 아이들도 어려워 하지 않고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겠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고 느낀 걸로 책 감상을 대신한다.

"숨쉬는 그릇, 옹기"
주루루 놓여 있는 장독에서 된장 한 숟갈 푹 떠내 뚝배기에다 보글보글,
꽁보리밥에 잘 익은 열무김치 넣고 고추장 한 숟갈 푹 떠내 쓱싹쓱싹.
아, 침 흐른다.

"천 년의 숨결을 간직한 질기고 튼튼한 종이, 한지"
창호지 바른 문으로 비쳐오는 햇살 아래 배 깔고 책 보며 뒹굴뒹굴.

"밭의 쇠고기, 콩으로 빚은 된장"
보글보글 된장찌개, 맨날 먹어야 겠다. 암과 고혈압 등을 예방해 주는 장수식품이래.

"밥상의 꽃, 김치"
두말 하면 입 아프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천연 방부제, 숯의 비밀"
가만, 어디에 대나무 숯 조각이 있었는데. 밥 할 때 넣어야 겠다.

"유물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손, 옻"
아하, 그렇구나. 금부처님도 옻으로 옷을 입었네?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난방법, 온돌"
뜨끈뜨끈 살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던 아랫목이 그립다. 이불 밑에 묻어뒀던 밥그릇도.
온돌 좋은 거 이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안다. 짜식들.

"마루와 함께 하는 시원한 여름나기"
맨다리에 닿는 차가운 나무의 느낌, 어허, 더위야 물렀거라~

"버릴 것이 없는 재료, 짚"
난 초가지붕이 좋은데, 일년에 한 번씩 다시 이어야 한다고? 끙...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흙벽"
시멘트보다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흙벽. 꼭 흙벽 발라 집 지어야지. 곰팡이도 안 핀대.

"물의 힘으로 곡식을 찧는 물레방아"
맷돌, 물레방아, 연자방아... 이젠 모두 기계에 밀려난 신세.

"여름에는 시원한 삼베옷, 겨울에는 따뜻한 솜옷"
여름 옷감으로 삼베만큼 좋은 게 없구나.

"옷감도 물들이고 피부병도 고치는 천연 염료"
자연스러운 색깔에 항균 효과까지? 오호라~

"하늘을 향해 살포시 올라간 처마끝"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 우리 조상들은 참 현명했단 말이야.

"흰옷을 더욱 희게 빨아 주는 잿물"
그렇구나~ 잿물이 그래서 때를 빼 주는 거로구나.
아니 오줌으로 비단 빨래를 했다고??? 오옹~ 식물성, 동물성, 산성, 알칼리성, 아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장 소개 페이지의 오타('구은' -> '구운'이 맞다)와, 옛이야기의 삽화.
먹을 것이 없어 아이와 굶고 있는 여인이라면 옷차림도 궁색할 것이 뻔한데 어째 부잣집 마나님 복장으로 쌀을 훔치러 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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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했던 것보다 책도 두껍고 글자도 작다. 이거, 저학년용은 아니군.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나가려 노력한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그래, 풍경 묘사다!
나는 웬만큼 재밌거나 놀라운 풍경 묘사가 아니면 제대로 읽지 않는 안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ㅠㅠ
나머지는 술술 잘 읽힌다. 아, 이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괘종시계가 열세 번을 치면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아이라면(아니 어른일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환상의 세계를 꿈꾸는 법이니 이 정도면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하엘 엔데는 <끝없는 이야기>에서 우리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지만, 필리파 피어스는 우리를 기억과 시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정한 장소와 기억, 그리고 시간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환상 세계, 옛날을 회상하는 한 여인과 모험을 갈망하는 한 소년이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건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이 빚어낸 현실에서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삶의 커다란 행복이 되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반부터 결말이 짐작 가능하다는 것이랄까.^^;;
(줄거리는 생략. 책 소개와 다른 리뷰들에서 충분히, 때로는 너무 지나치게 이야기되었음.)

때로 나는 시간 뿐 아니라 공간에서도 4차원을 꿈꾼다. 여기, 컴퓨터와, 옆에서 장난치고 있는 아이 사이의 공간을 찌익 벌리면 또다른 공간이 있을 것 같은. 허무맹랑한가? 그러나 언젠가 당신에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게 어떤 식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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