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장우산을 집어든다. 우산 쓸 일이 많지 않은데도 우산살 하나가 빠져서 덜렁거린다. 적당히 어깨에 기대어 들고 걷는다. 비오는 토요일에는 사람 그림자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지러이 울어대던 새들도 조용하다. 조용하다고 할랬더니 어디선가 새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쯤이라 짐작되는 나무 위를 쳐다보지만 헛일이다. 비를 맞고 있지는 않겠지. 많이 안 춥네 하던 생각은 방향을 틀어 바람을 얼굴에 맞게 되면 어김없이 바뀌어버린다. 몇 발자국 더 걷다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모자를 꺼내어 뒤집어쓴다. 이 모자는 그러니까 햇수로 20년이 훌쩍 넘었다. 20년이 뭐야. 30년 가까이 된 것도 같다. 숫자로 적으니 놀랄 만 하구나. 30년 가까이 멀쩡하다니. 잡지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은데 넓은 챙모자만 어울리는 듯한 내 두상에 겨우 어울린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 디자인이라 겨울 내내 버리지 않고 쓴다. 쓸 일이 많지 않아서 오래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산 쓰고 걸어다닐 일이 없네 하고 보니, 재작년 여름 한국에서의 비가 생각난다. 모처럼 부산엘 왔다고 어디라도 데려가고 싶어해서, 그럼 보수동 책방골목에 갑시다 나선 길이었다. 비가 올 것 같아 우산을 있는대로 챙겼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온 골목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백여미터나 걸었을까,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서 작은 우산으로는 막아내기가 버거워졌다. 줄줄이 가게 차양 밑으로 몸을 피한 채 이왕 젖은 거 계속 걸을래 그냥 돌아갈래.

나는 가보고 싶은 책방이 있었다. 헌책방들 말고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 있다는 작은 책방, 그곳에 가고 싶었다. 헌책방에는 책들이 안팎에서 습기를 견디고 있었다. 접은 우산의 물길이 책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헌책방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작은 책방을 찾아나섰다. 동생에게 빌려신은 샌들은 이미 푹 젖은 채였고 치마바지도 절반은 젖은 채였다. 분명 지도에는 여기라 되어있는데 그 자리에 책방은 없었다.

주말이고, 계속 비가 내린다.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의 시간, 길에서는 물소리만 들린다. 집집마다 다른 소리의 물들. 처마에서 땅으로 직행하는 물방울들의 소리, 모인 물이 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 또락또락 떨어지는 소리, 통통통 튀는 소리, 하수구를 흘러내려가며 위에서 떨어지는 물과 만나는 포로퐁퐁 소리, 관을 울리며 나는 소리들, 화음들. 천천히 걷다가 문득 멈추어보기도 하면서 듣는 음악. 

그 장대비 오던 날 보수동 어귀의 작은 까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을 걸. 옆지기와 예전에 갔었던 그 까페에 잠시 앉아있다 오면 좋았을 걸. 문을 열지 않아 아쉽게 돌아섰던 기억. 안해도 좋은 생각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뜬금없이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 헌책방의 책들은 무사할까. 물이 튀지 않아야 할 텐데. 나를 재촉할 거면 책방에 같이 가자고 하지 마. 이런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읊조린다. 암, 책방은 혼자 가는 맛이지.

젖은 우산을 현관에 기대어 두고 신발을 벗는다. 작은넘에게 작아져서 못신는 걸 물려(?)받았다. 방수 되는 겨울 신발이라 빗속을 걸어도 끄덕없다. 비와 눈의 산책을 가능케 해주는 물건이다. 들어오자마자 커피물을 얹는다. 스트레칭과 운동은 빼먹어도 오후의 커피는 빼먹지 않는 모순덩어리. 아, 커피는 치코레다. 카페인 제로.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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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31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머리 질끈 묶고 한책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주인장의 옆모습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난티나무 2021-01-31 06:07   좋아요 2 | URL
비연님 가보셨군요. 저는 서너 번쯤 간 것 같은데 한번도 느긋하게 책을 골라본 적이 없어요.ㅠㅠ 그래서 책을 산 적도 없답니다.ㅎㅎㅎㅎ
완전 그려져요, 헌책방과 주인장의 모습!!!!

hnine 2021-01-3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은데, 사진마저 감성 듬뿍입니다.
(저도 제 아이 옷, 신발, 물려입고 물려신고 그런답니다 ^^)

난티나무 2021-01-31 06:10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도 아이 거예요. ㅎㅎ
폰 카메라 촛점이 나가서 엉망인데 가끔은 흐릿해서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꼭 촛점 맞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고...ㅎㅎ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라로 2021-01-3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음악처럼 읽혀요. 여기도 비왔는데. 저는 빗소리도 못듣고 일만;;; 암튼 저도 드디어 막내 옷이랑 신발이랑 물려받아 입고 걸치고 들고 다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나봐요.

난티나무 2021-01-31 19:57   좋아요 0 | URL
일하시는 라로님 응원합니다!
그렇게 되는군요~~ㅎㅎㅎ 애들 옷이 또 더 이쁜 것도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2-01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님 사진에는 뭐랄까 묘한 ‘느낌‘이 전해져요. 외국이라서 그럴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부산에 두 번 갔었는데 헌책방은 못 가봤네요. 코로나 괜찮아지고 부산에 가게되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작은책방 거리요^^

난티나무 2021-02-01 22:07   좋아요 0 | URL
느낌 있다 하시니 으흐흐 좋습니다. 촛점 나간 카메라 덕분(?)!!! ㅎㅎㅎ
부산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서 다닌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역시 여행은 혼여! 함께 하는 사람이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동행도 오케이! 아... 진짜 여행 느무 가고 싶네요.ㅠㅠ
 














"물론 이따금 불쑥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나 음모론을 늘어놓는 사람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지만, 내 경험상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자신감이 넘쳐서 정면 대결을 일삼는 사람은 유독 한쪽 성에 많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p.15)


이런 성향을 가진 남자가 내 옆에도 있다. 그의 별명은 설명맨이다. 옛날에는 그의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빠삭하게 다 알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지 부럽기까지 했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의문이 떠올랐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확신이 없었으니까. 몇 해가 더 흐르자 의문이 생기면 확신이 없어도 말을 내뱉었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내 의견은 쉽게 무시되었고 나도 내 의견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의지는 없었다. 더 시간이 흘러 그 일에 관해 결국 내 의견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결국 내 생각이 맞았네. 조금씩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확신 없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그거 아닌 것 같다고 대거리를 한다. 넌 어찌 그리 확신하냐고 묻는다. 다른 시각의 예를 든다. 편견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와 나는 종종 다툰다. 


리베카 솔닛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은 맨스플레인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강간, 살해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실 구분짓고 분류하는 것이 늘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떤 현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까.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거리를 할 때 유용하다. 바로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할 때. 강간하고 살해하는 남자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를 이야기할 때. 처음에 설명맨은 그 남자들이 이상한 거라고 했다. 다음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어릴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성적 학대를 당해서 등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럼 그 수많은 여자들, 트라우마와 성적 학대를 당한 여자들은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 왜 남자들만 저지르지? 여자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설명맨의 성향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설명에 종종 실패한다. 설명맨은 아직 이해가 힘들다. 이제 겨우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을 읽기 시작하며 아 요론 것이 페미니즘이군 하는 아주 단순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명맨을 대하며 페미니즘 책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온몸으로, 다시, 23년어치를, 새롭게, 느낀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모를 때가 허다한데, 하물며 그 질감과 반영이 우리와는 달랐던 시대에 살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야 어떻겠는가. 빈틈을 메운다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어떤 진실을 완전히 안다고 착각하는 어떤 거짓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다 안다고 착각할 때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보다 사실 더 모른다. 완결된 지식을 가진 척하는 이런 태도는 어쩌면 실패한 언어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담하게 단언하는 언어는 뉘앙스와 모호함과 성찰을 간직한 언어보다 더 간명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후자의 언어에서라면 울프는 달리 비길 상대가 없다." (p.125) 


"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죽였다. 만일 내가 법정에 서야 한다면, 내 행동은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하리라.  ...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은 여성 작가의 격분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이제 천사는 죽었다. 그러면 무엇이 남았는가? 잉크병과 함께 침실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라는 단순하고 흔한 것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제 젊은 여자는 자신에게서 허위를 제거했으므로, 앞으로는 그저 그녀 자신이기만 하면 된다. 아, 그러나 대체 그 '그녀 자신'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여성이란 무엇인가? 장담하건대, 나는 모른다. 당신이 알 것 같지도 않다."   "집안의 천사 죽이기, 그 문제는 내가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죽었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 하나의 육체로서 나 자신의 경험을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문제는 내가 해결한 것 같지 않다. 누구든 해결한 여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여성을 막아선 장애물들은 여전히 엄청나게 강력한데, 그럼에도 정확히 규정하기는 대단히 까다롭다." " (버지니아 울프 인용 부분, p.145~146) 


나는 집안의 천사를 죽일 수 있을까? 이미 시작했을 지도 모르겠다. 설명맨은 내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각은 여전히 설명맨, 그의 것이다. 아직은 좁고 편협한. 나는 달라졌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잘 모르겠다. 리베카 솔닛의 울프 이야기를 읽으면서 울프 작품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그처럼 정규 교육에 앞선 사건들, 일상에 불현듯 등장한 사건들에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 배제된 영향력들을 나는 할머니들이라고 부른다." (p.105) 


할머니들. 할머니들. 가장 가까운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와 설명맨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아빠의 엄마보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더 가깝다고 느끼는 것은 고모보다 이모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엄마의 언니들이 떠오른다. 또다른 할머니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모든 떠오르는 할머니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그런 행동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끔 아니고 자주. 어려서나 자라서나 늙어서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영향력은 있다. 아마도 대체로 여자들은 공감하고 대체로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집안의 천사로 살았던 그들의 삶에서 오는. 아아 이 즈음에서 반성 모드 자체 발동이다. 발동만 될 뿐, 아마도 나의 행동은 바뀌지 않겠지. 트라우마 너무 주셨다고요.ㅠㅠ 애증의 관계들. 


"어떤 여자들은 한번에 조금씩 삭제되고, 어떤 여자들은 단번에 몽땅 삭제된다. 어떤 여자들은 도로 나타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현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p.112)  


'반란'이라는 단어를 보자 얼마 전 읽은 소설집 <엄마의 반란>이 생각난다. 내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그 단어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 반란은 나쁜 것,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 때문은 아니었나? 군사반란, 쿠데타반란, 이런 단어들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요즘은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는 일이 잦다. 반란이 꼭 나쁘게만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엄마의 반란'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제목이 아닐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용기내어 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 그러므로 사라 펜(엄마)의 '반란'은 승리라는 것.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요즘처럼 책 한권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는 일이 잦다면 나는 일년 뒤엔 어느 정도 거짓말쟁이 혹은 변덕쟁이가 되어있을지도. 


"걸으면서 말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맞아떨어졌다는 키츠의 일화를 보면, 슬렁슬렁 거니는 산책이 상상력을 거닐게 하고 그럼으로써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해는 그 자체로 창조활동이다. 성찰을 야외활동으로 바꿔놓는 활동이다. (p.135) ... 울프가 [거리 떠돌기]에서 묘사한 상상의 산책은 오락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울프는 실제로 그런 산책의 와중에 <등대로>를 구상했으며, 책상에 앉은 채로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창작을 북돋웠다. 창조작업이란 무릇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법이다. 배회할 공간이 필요하고, 일정과 체계는 거부된다. 그 방식은 복제 가능한 공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p.139)"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배회하고 싶어서, '창조활동'을 하고 싶어서 매일의 산책에 도전하고 있다. 비가 내리니까, 추우니까, 더우니까, 어두워졌으니까, 이런 핑계들 꺼져! 나를 바깥으로 나가게 한 책, 힘이 대단한 책, 그러므로 칭찬. 책꽂이에 있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꺼낸다. 페이지마커들이 조로록 붙어있다. 몇개월 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왠지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리베카 솔닛의 다른 책들도 더 읽고 싶다. (덧붙임 : 나는 이틀 전에 책을 구입했다. 알라딘은 감사하다며 적립금 천원을 또 쏘아주었다.ㅠㅠ) 















있는 책. 


아래는 읽고 싶은 책. 일단 요만큼만 읽고 싶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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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29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을, 전부 가지고 있는... 리베카 솔닛의 글은 예전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나오면 다 사게끔 되는.. 뭔 책인들 안 그렇겠냐고 뭐라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ㅎㅎㅎ ㅠㅜ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45   좋아요 2 | URL
우와!!!! 저도 한권씩 천천히 읽어봐야 겠어요! 3월에 또 한 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실 듯~~~^^

비연 2021-01-29 00:47   좋아요 1 | URL
3월에 사야할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흐미... 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53   좋아요 0 | URL
📦 ^^;;;;; 역시 개미지옥!!!ㅎㅎㅎ

2021-01-29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1-29 0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걷기의 인문학을 소장하지 못했네요. 소장욕 부르는 페이퍼입니다.

저도 처음에 리베카 솔닛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페미니즘 책들은 처음에 다 그랬어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부터 시작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은 물론 삶에 의문을 갖게되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죠. 맞아요, 난티나무님. 대거리 할 수도 있었고요.

페이퍼에 언급하신 것처럼 설명맨 한두명쯤 안만나본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한두명이 다 뭐야, 저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설명맨이더라고요. 잘 몰라도 확신을 갖고 설명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그래요. 저 역시도 그런 점 때문에 상대를 천재인줄 알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러다 제 말이 맞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동안을 상대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그것이 다 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요.. 아, 갑자기 과거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세상에 읽을 책들이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리베카 솔닛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고 싶어져요. 집에 항상 책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후훗.

난티나무 2021-01-29 21:03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의 도전>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왠지 몇개월 전이랑 지금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껏 사서 읽은 페미니즘 책들을 모두 다시 읽어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 읽을 책도 쌓여있는데 다시 읽기까지 하려면 도대체 어째야 하는 걸까요?ㅎㅎㅎㅎ 마지막 말씀 동감합니다. 좋으면서 싫은 마음! 격하게 공감!!! ㅠㅠ

2021-01-29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1-2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사진, 아니 그림도 정말 강렬하죠? ^^ 책 읽고, 화가의 사이트에서 한참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 사진 중 퍼블릭 도메인에 놓인 건 한장도 없었지만.

난티나무 2021-01-29 21: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진인 줄 알았어요.^^;;; 그림도 말을 한다! ㅎㅎㅎ 저도 사이트 찾아봐야 겠습니다!

수이 2021-01-29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알라딘 나한테만 천원 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한테만 주는 것처럼 이야기했으면서 흥!!!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다시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야.

난티나무 2021-01-29 21:10   좋아요 0 | URL
그러게 왜 자꾸 나만 주는지 알라딘이 절 사랑하는 줄 착각할 뻔 했잖아요.

라로 2021-01-31 16:48   좋아요 0 | URL
천원 주면 뭐합니까? 줬다가 금방 뺐어가 버리고 더구나 전자책에는 사용도 할 수 없는 것을. 놀리는 것 같아서 천원 볼 때마다 빈정 상해요. 거부하고 싶어. 수신 메일 체크하는 것처럼 춴원 안 받을래,,뭐 이렇게요.ㅋ

난티나무 2021-01-31 19:59   좋아요 0 | URL
줬다가 뺏고 ㅎㅎㅎㅎㅎㅎ 맞아요 전자책에 쓸 수 있음 좋겠어요. 해외거주 하는 사람들에게 전자책 쿠폰을 허하라!!! ㅋㅋ
춴원 아 또 써야 하나 ㅠㅠ 제가 그래서 종이책을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ㅠㅠ
 

책이란 무엇인가. 아니, 알라딘은 무엇인가. 개미지옥. 블랙홀. 알라딘에 오지 않으면 나 정말 책 안 살 자신 완전 있는데, 알라딘에 오지 않는 걸 할 자신은 완전 없다. ㅠ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모조리 사고 싶지만! 심호흡 한번 하고 열심히 중고를 뒤져본다. 뭐가 되게 많아, 정리가 안 되어 그냥 솔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을 한권씩 살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중고는 왤케 빨리 빠지는 거입니까. 모두들 울프만 사시는 건지.@@ 일단 <올랜도>를 솔출판사 구판으로 사본다. 이거 적으면서 상품 검색하니 아니 전자책이 있다! 















시공사에서 버지니아 울프 미니 선집을 내고 있나 보다. 아, 전자책 살 걸 그랬나. 근데 종이책으로 갖고 싶어. (전자책은 고민하지도 않았... 그리고... 벌써 샀어. 인간은 욕망의 노예. ㅠㅠ) 















시공사 미니선집은 현재 <올랜도><댈러웨이부인><자기만의방> 세 권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 한 권 더, <등대로> 역시 솔출판사 무려 2004년판.@@ 상태 좋기를 바람. 기념전집이 중고로 뜨길 기다릴 걸 그랬나 잠시 후회. 



















뮤리엘 루카이저, <어둠의 속도> 

언젠가 사야지 하고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이다. 앨리스 워커의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를 틈틈이 읽고 있는데 거기에 뮤리엘 루카이저 이야기가 나온다. 

"또 한 명의 위대한 선생님은 뮤리엘 류카이저였는데 그녀는 후지야마와 스페인 전쟁, 그리고 시와 용변 훈련을 함께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우주적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얘기해 본 적이 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것입니다. 때때로 나는 그녀가 전적으로 풍자와 암시를 통해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워하는 것이 거의 없고 어떤 것에도 위협받지 않는 시인 뮤리엘 류카이저, 예언가 뮤리엘 류카이저, 그리고 진실을 행하는 자로서 그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시한 조건을 기반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주점 중고 검색을 하니 나와서 얼른 찜콩. 
















루이자 메이 올콧 외 다수 작가들, <그녀들의 이야기> 

역시 보관함에서 다음에, 다음에, 하던 책. 


목차는 다음과 같다. 


루이자 메이 올컷___내가 하녀가 되었던 경위
제인 오스틴___세 자매
윌라 캐더___폴의 사례
케이트 쇼팽___실크 스타킹 한 켤레
메리 E. 윌킨스 프리먼___뉴잉글랜드 수녀
엘리자베스 개스켈___이부형제
샬럿 퍼킨스 길먼___변심
수전 글래스펠___사소한 것들
조라 닐 허스턴___땀
에이미 레비___현명한 세대
캐서린 맨스필드___행복
이디스 워턴___다른 두 사람
버지니아 울프___새 드레스


음 이미 읽은 것도 있지만,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도 있고, 읽은 단편이 겹쳐도 좋다. 














정미조, <37years> 

이건 옆지기의 cd 주문 품목. 


















김영선, <정상 인간> 

역시 보관함에서 오래 기다린 책인데, 전자책도 있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화딱지가 나서 ㅠㅠ 조금은 충동 구매임을 인정해야 겠다. 사실 내가 읽기보다 읽히고 싶어서 산 책. 그러므로 그냥 한국에 두고 나는 나중에 전자책으로 읽을 수도 있을 듯. 

















솔르다드 브라비, 도로테 베르네르,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역시 보관함에서 픽. 전자책이 있다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만화는 역시 종이책으로 봐야 제맛. 이 책도 읽히고 싶은 책이다. 일단 동생에게 권함. 

















앨리스 워커, <새로운 나여, 안녕> 

나도 언젠가 이렇게 인사하고 싶어. 새로운 나여, 안녕! ㅎㅎㅎ 

2005년판인데 @@ 개정판 안 나오나요. 다른 건 모두 중고로 샀지만 이건 중고 없어서 그냥 새책으로 구입. 앨리스 워커의 글을 읽고 있으니 자꾸 더 사고 싶네. 전자책도 한 권 더~ 

















앨리스 워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책꽂이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펼치지 않은 책들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읽은 책들에 대해 뭐라도 좀 끄적여야 하는데 말이다. 뒷목은 자꾸 아파오고 말이다. 밤 열한 시니까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란 말이다. 그래도 책을 사니 기분은 좋다고 한다. 책을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아, 돈 더 벌어야지 다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한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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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1-28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녀들의 이야기>는 저도 보관함에 계속 들어있는 책이에요. ㅎㅎ

저는 어제 최근3개월 구매액이 83만원인거 보고 진짜 당분간 안사기로 마음 먹었어요.지금 당장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사고 싶은데 꾹 참으려고요. 어쩌다가 83만원까지 갔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아무튼 다른 사람들의 책 지름은 항상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1-28 16:15   좋아요 0 | URL
작년 하반기 내내 그 3개월구매내역 금액이 저를 괴롭혔죠.ㅎㅎㅎ 대략 다락방님 정도의 금액이...ㅠㅠ 정말 미쳤구나 생각이 드는데 멈출 수 없는 건 뭣때문일까요.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아 다 읽었는데 뭔가 써야 하는데 계속 못 쓰고 있고요.ㅎㅎ 천천히 사셔요~ 히히~


잠자냥 2021-01-28 16:56   좋아요 0 | URL
전 아직 45만원대에요. 행복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1-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알라딘은 개미지옥 우리들은 개미 ㅋㅋㅋㅋㅋㅋㅋ 공감합니다.

난티나무 2021-01-28 16:1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흑흑. 울면서 기분 좋은 건 뭔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개미!ㅠㅠ

2021-01-28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1-28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알라딘을 끊어야 해 진짜루.

난티나무 2021-01-28 16:17   좋아요 0 | URL
2222222222222222

비연 2021-01-2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에서 나온 <올랜도> 읽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재발견이랄까.. 저도 올해는 책을 좀 덜 사야지 하는 중이긴 한데.. (먼산;)

난티나무 2021-01-28 16:18   좋아요 1 | URL
올랜도 기대됩니다!
덜 사야 하는 거 맞죠?ㅠㅠ 여러 분들의 페이퍼 보면서 공감하고 저도 안 사는 게 맞는데 싶어요. 흑흑.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아~~~~~~~~

라로 2021-01-28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님, <세 여자> 읽으셨어요?? 저 요즘 읽고 있는데 넘 재미나요!!!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된 것 같아요. 제 지름신은 난티나무님인데!!ㅠㅠ 프랑스에 사시는 분이 이렇게 책을 많이 사는데 미국에 사는 내가 못할 건 뭐야? 뭐 이런 생각도 처음에 들면서 그 이후로는 아니, 이분이 프랑스에 산다면서 왜 이렇게 책을 많이 사셔, 이번에도 또 사신거야?? 도대체 어떤 책을 사신거야? 보면서 나도 자꾸 다른 책을 찾게 만드시는 분이, 난티님이라고요. 흑. 저야말로 알라딘 들어옴 안 되는데,,,,알라딘이 아닌 알라디너들의 마력이 어마어마해서 그 에너지를 거부하거나 모른척 하기가 거의 불. 가. 능. ^^;;; 이런 페이퍼를 쓰셔서 또 나름 ˝그래, 나도 좀 사도 되겠다.˝이런 생각을 하며 안도하게 하신다고요.ㅠㅠㅠㅠ

난티나무 2021-01-28 16:22   좋아요 0 | URL
억 댓글달기 누르려다 좋아요 눌렀어요.ㅎㅎㅎ 의도한 거 아님.ㅎㅎㅎ
세 여자, 아직 시작 전이에요. 일단 두꺼워서 ㅎㅎ 시작해 놓은 책이 느무 많아서이기도 하고요. 재밌다니 다행다행입니다. 기대도 되고요.
제가.. 좀 미친 거죠?ㅠㅠ 책값이나 배송비나 삐까삐까.. 아 피카츄도 아니고 ㅠㅠ 돈이 늠 아까운데 안 아까워할려고 합리화해요. 그동안 못 산 거 지금 사는 거다, 괜찮다, 안 망한다, 수리수리마수..아 이거 아니네. ㅋㅋㅋ
제가 안도감을 드렸으니 칭찬해 주세용~!!! 이히히~

잠자냥 2021-01-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 님, 다락방 님 <그녀들의 이야기> 얼른 사세요. 사셔서 프리먼 이후부터 읽으세요. 개미 올림

난티나무 2021-01-28 17:05   좋아요 1 | URL
저는 샀습니다! ㅎㅎㅎㅎ 사기는 했으나 택배를 받아서 다시 소포로 부쳐야 하는 긴 과정이 남아있습니다.ㅠㅠ 이번달 소포가 이제야 출발했으니 저 책들은 다음달이나 되어야 어찌 부쳐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흑흑. 우는 개미 올림.
 
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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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저녁, 고기를 구워먹는 예능의 흔한 장면을 보고 있던 옆지기가 물었다. 그런데 육식이랑 페미니즘은 관계가 있나? 어떻게 연관이 되는 거야? <육식의 성정치>를 절반 정도 읽은 상태였던 나는, 아직 정리 안된 머릿속을 열심히 헤집었다. 정리가 안 되었으므로 말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나왔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일목요연하게 정리 안 되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육식이 가부장제 문화를 상징하는 한 가지라는 말은 할 수 있겠다. 얼핏 스쳐본 그 예능에서는 몽실몽실 귀엽게 움직이는 양을 무슨 이유인지 데려다 놓고, 그 옆에서 불판에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몇달 전, 또 어느 프로그램에 채식하는 할머니 연예인이 나와 무척 반갑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저 사람은 페미니스트일 수도 있을 거야. 편견이라 할 수도 있지만, 채식과 페미니즘이 크게 다른 방향의 것이 아니라는 걸, 뭘 모르면서도 어렴풋이 느꼈던 듯하다. 어떤 것이 먼저든 그 두 가지는 언젠가 만날 것이라는. <육식의 성정치>에는 내가 몰랐던 그 이유가 나온다. 


생각 없이 하는 말들과 욕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욕을 싫어하고 욕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큰소리로 마구 욕하는 사람은 더 싫어하는데, 그런 내가 하는 최고최대의 욕(?)은 개뻥 개빡침 같은 '개' 붙은 말들과 아주 드물게 지랄, 정도. 일상에 만연해서 욕으로 들리지 않는 말들이지만 이젠 그것도 되도록 자제하기로 한다. 동물에 빗대어 무언가를, 사람을 비하하지 않기. 동물비하표현 뿐만 아니라 욕의 어원들을 찾아보면서 그 뜻에 한번 더 경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육식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으면서도 같은 이유로 놀라웠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은 정말이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이 책에 언급된 많은 작품들을 모두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지금 읽고 있는 앨리스 워커의 책 <엄마의 정원을 찾아서>에도 나온다. 버지니아 울프는 말할 것도 없다. <육식의 성정치>의 국내 초판 제목은 <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였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한 찬찬히 다시 읽어야 할 책의 목록에 올랐다. 


육식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요인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저자는 그 그물망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헤치면서 생각할 문제들을 던져준다. 권력, 젠더, 차별과 혐오, 전쟁, 신화, 문학작품, 상징과 언어와 침묵, 폭력과 억압 등등. 심지어는 스쳐지나가는 문장이나 인용구 하나도 화두를 던진다. (ex. "스포츠는 전쟁을 위한 예행연습일까?" "여성은 유행-식욕-의 노예이고, 남성의 노예이며, 특히 의사의 노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여성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동물과 같이, 동물처럼 도살되고 해체되고 먹히는, 대상. 사람인데도 사람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 그 기술은 어떻게 그렇게 쥐도새도 모르게 연마되는지. 집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여자'인 나를 대하는 그 기술적인 시선들, 과거였으며 현재이고 아마도 미래일, 나의 '몸'. 언뜻 어려운 단어처럼 보이는 '부재 지시 대상'의 뜻은 그래서 쉽게 이해된다. 살면서 겪는 것들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사족 같지만 덧붙여보자면, 19세기 여성들이 채식을 반긴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 고된 부엌일에서의 해방에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부분에 대해, 몇개월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대체로 동감하는 바이다. 19세기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적용이 될 수 있는 말이다. 식사 준비를 오래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고기요리라는 것이 가끔은 그냥 소금만 뿌려 굽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불고기가, 두루치기가, 탕수육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고기 요리를 하더라도 '고기만' 먹지는 않는다. 밥도 반찬도 있어야 한다. 채소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불고기에도 두루치기에도 탕수육에도 채소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고기를 준비하는 부분을 뺀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밑간을 해서 두어야 하는 경우 길게는 하루 전부터 요리를 준비해야 할 때도 있다. 채소로 요리하는 경우 하루 전부터 준비해두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닭고기는 기름기 제거를 위해 뜨거운 물에 한번 데치게 되는데 거기에 껍데기를 벗기는 일까지 추가되면 걸리는 시간은... 그리고 나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이다. 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무엇보다도 기름기가 남기는 온갖 흔적을 청소하고 씻는 일이 무척 괴로운 일이었음을 이제야 새롭게 깨닫는다. 바닥까지 기름이 튀는 게 싫어서 오븐에 고기를 구울 때에도 어마어마한 기름을 처리하고 닦아야 했고, 고기를 구워 먹는 날 그릇들과 씽크대는 그야말로 기름범벅이 되어 휴지로 일일이 닦은 후에도 뜨거운 물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볶음 요리도 나오는 기름의 양은 같아서, 하수구로 흘러내려간 녹은 기름들은 관속에서 다시 굳어 관을 막아버렸다. 요즘은 볶음요리에도 기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더럽게만 느껴졌던 씽크볼이 뽀송뽀송하게 느껴질 정도다. 주방세제를 덜 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기름기 없는 설거지 너무 좋다! 세척기 사용도 마찬가지다. 세제 양을 1/2로 줄여도 되고 아예 안 넣을 때도 많다. 친환경세제를 만들어 쓸 때도 양을 조절해 적게 사용한다.) 내가 고기요리를 안(못) 하게 되면서 가끔의 고기요리를 도맡게 된 옆지기도 육식 식단이 채식 식단보다 더 힘들고 오래 걸린다는데 동의한다. 


탈육식과 관련하여, 결국 윤리적인 이유는 따라오게 되는 듯하다. 몇개월 전, 처음 육식을 끊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 건강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소화가 잘 안되는 배를 끌어안고 고생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들이 축산업의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으므로 막연히 안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안좋은 것,으로 바뀌었다.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고기'를 위해 갇혀 사는 동물들과 죽어서도 '해체'되어야만 하는 동물들에 감정이 이입되었다. 평생의 사회화는 무서운 것이어서, 꺼려지는 마음이 단번에 증폭되기는 어렵다. 내 경우에는 그 마음 먹기에 여러 책들이 큰 역할을 했고, 어느 정도의 과도기를 거쳤으며, 지금도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순간순간 의지가 약해지기도 한다. 강을 건너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모호하게 머물지 않고 계속 걸어가 반대편 기슭에 올라서야 하는 또다른 이유를 이 책은 알려준다. 육식을 거부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리적 이유에서의 거부가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의 육식 거부는, 그동안 읽은 페미니즘 관련 책들과 무관할까? 내 결정의 이유에 대해 나는 오래 생각할 것 같다. 



(덧붙임)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오면 좋겠다. 이렇게 다른 의미를 알려주고 그래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들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널리 많이 읽히면 좋겠다. 아 그러려면 책을 마구 사서 여기저기 뿌려야 하는 것일까.. (2006년판으로 읽었으나 2018년판 책에 글을 쓴다. 구판의 무수히 많은 맞춤법 틀림과 이해하기 좀은 어려운 번역의 문장들이 2018년판에서는 개선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의 의미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언어로 구성된 체계라는 점에서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면, 의미들은 어디로 가는가? 아마 여성의 의미는 자신들이 스스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 다른 방식으로 말해질 것이다. 음식을 입으로 내뱉는 반대 또는 거부의사를 표명하는 일종의 언어로 볼 수도 있을까? 서구 문화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주로 여성이고 고기는 남자의 음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채식주의는 침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의 언어에 의해서만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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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2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두근두근 했습니다!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육식의 성정치>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 나네요.👍

난티나무 2021-01-27 00:11   좋아요 1 | URL
앗 두근두근!!!^^
좀 두서도 없고 중구난방인 느낌인데 정리는 더 못 하겠고 해서 에라이 하고 올려버렸어요.^^;;; 과찬 고맙습니다, 미미님~~~~!!

다락방 2021-01-27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난티나무님 리뷰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제가 갸웃했던 부분까지 잘 정리가 되어있어요. 이를테면 육식을 요리하는 부분이요. 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면 저도 모르게 ‘고기는 나가서 구워먹자 치울려면 너무 힘들어‘ 했었는데, 맞네요. 단순히 익히고 굽는 과정을 너머서도 또 다른 과정들이 남아 있었던 거에요. 게다가 말씀하신것처럼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만 먹지 않죠. 함께 먹을 야채도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런 점을 지적해주셔서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으면 새롭게 알게 되는게 있어서 진짜 짜릿해요.

저는 이 책을 읽었지만 완벽히 정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난티나무님도 비슷한 감상을 적으신 것 같아요.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이 리뷰를 읽고나니 이 리뷰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이 더 독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또 이렇게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1-01-27 21:2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역시 뭔가 정리 안되는 느낌 어쩔 수 없구요.^^;;; 저는 옆지기와 가끔 이야기를 하면서 책에서 읽은 이론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좌절과 동시에 글과 말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요. 읽은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 너무 어렵고요. 흑. 그래도 계속 하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또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북플 댓글 길게 달기 어려워서 컴터 켜면 댓글 달아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켜서 ㅎㅎㅎ 그냥 북플로 써요. 엄청 불편하고만요. 위에 쓴 것 다시 보기도 어려워요.ㅋ
그냥 슝!!

공쟝쟝 2021-01-3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아요 천개. 책보고 이거 다시 또 읽어 보니까 더 좋아요 ㅠ 진짜 찐 리뷰다. 제 하트 받으세요 ❤️❤️❤️❤️❤️❤️❤️

난티나무 2021-02-01 05:45   좋아요 1 | URL
와! 좋아요 천개! 느무 좋아요!!!! 헤헷
하트 받고 저도 ~~~ ^^
❤️🧡💛💜💚🧡❤️
 
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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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권리, 축산업의 폐해, 환경오염, 자본주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신의 육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아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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