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책은 <여자들의 무질서>.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마는 신비로운(?) 책이라서 요며칠 머릿속이 복잡해 펼치지 못했다. 번역,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알겠다. 그래도 이건 좀. 논문은 원래 어려운 말을 많이 써야 하는 건가. 사실 이렇게 어렵게 쓰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한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외국어 책을 읽는 것 같은 경험은 새롭다. 아니, 외국어책을 읽을 때 자주 느끼니 그 기분은 아주 익숙하지만 ㅠㅠ 한국어인데! 이런 경험은 자책과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바보구나. 외국어 책이라면 난 요만한 바보구나, 한국어 책이라면 좀더 나아가 나는 모국어도 이해 못하는 바보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진짜로 바보가 되는 것 같으므로 얼른 나의 덜 바보같은, 좀은 똑똑한 점을 찾아 머릿속을 뒤진다. 쉽게 나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문득 바보,라는 단어가 걸려 뜻을 검색한다. 역시. 찜찜한 느낌이 맞았다. 비하.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젠 쓰지 말아야지. 나더러 바보라고 하지 않을 핑계가 생겼다. 그럼 이제 똥멍충이,라고 해야 하나. 신이 났다가 풀이 죽는다. 


오늘은 25일이고 이미 오후이고 2월은 28일로 끝이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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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

난티나무 2021-02-26 18:13   좋아요 0 | URL
비연님 흑흑 ㅎㅎㅎ 그래도 웃어요!!!

psyche 2021-02-26 0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읽어본 책이지만 다른 분들의 페이퍼도 보니 번역이 이상한 걸로...
근데 저도 해외에 사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글 영어 둘 다에서 찐따인듯한 느낌을 종종 받아요. ㅜㅜ

라로 2021-02-26 06:44   좋아요 1 | URL
여기 한 명 더 추가요!! ㅠㅠ

난티나무 2021-02-26 18:14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ㅠㅠ 이도저도 아닌 삶인 것 같은... 흑흑

수이 2021-02-26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쓴 페이퍼인줄 ㅋㅋㅋ 완독 축하 🥳 인줄 알았는데 앗 완독은 아직 아니네요. 그래도 완독을 향하여 아자!!

난티나무 2021-02-26 18:16   좋아요 0 | URL
수연님 다 읽으셔서 후련하시겠어요. 전 아직 한 챕터 남았습니다. 오늘 끝내야죠. 아자!!!

cyrus 2021-02-26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무질서>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봤는데, 책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난티나무님, 바보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

난티나무 2021-02-26 18:18   좋아요 0 | URL
cyrus님 감사합니다! 좀 멍충이는 그래도 맞는 거 같아요. 어쩔... ㅎㅎㅎㅎㅎ 모르는 거 늠 많고요. 그래도 자책은 조금만 하고 말아야죠. 그 시간에 한번 더 읽기! 하겠습니다!
 

줄기차게... 끊임없이... 찔끔찔금... 적립금 모아 산다. 이번엔 우주점 중고 공략. 

(책 샀다고, 혹은 책 사고 싶다고 페이퍼 쓰는 일이 세상 즐겁네. 이런. 이제 안 사야지 해놓고 2월에만 벌써 몇번째야.)

















조해진, <단순한 진심> 

작년부터 사고 싶었던 책, 보관함에 정말 오래 있었다. 되도록 전자책을 사자, 다짐했으나 다짐은 다짐일 뿐. 

















정이현, <상냥한 폭력의 시대> 

몇년 전까지 정이현 소설 좋아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다시 읽어봐야 알겠다. 집에도 몇 권 있다. 지금 산다고 바로 읽을 수 있는 거 아니니까 미리 사둔다. 몇개월 뒤를 위하여. 













이윤석, <Simplicity> 

색소폰 연주 씨디. 옆지기 요청으로 이거 중고로 사면서 위 소설 두 권 함께 구입. 
















레이첼 브라이언, <동의 : 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조카에게 선물할 책.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역시 조카들에게 읽히려고 선물. 

전자책으로 빌려보았는데 설명이 조목조목 잘 되어 있고 만화라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디스 워튼, <제인의 임무> 

샬럿 퍼킨스 길먼, <내가 깨어났을 때> 

전자책으로 살까 말까 며칠 망설이다가 한 중고서점에 함께 있길래 구입. 여름을 위해 저장해두는 소설들. 책이 갖고 싶게 생겼어.^^;;; (다 핑계라구. 여름에도 전자도서관은 있을 거고, 갖고 싶은 마음은 욕구일 뿐이야!)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역시 오래 보관함에 있었다. 중고인데 비싸...
















김선우, <40세에 은퇴하다> 

40세 지난지 한참 되었지만. 왠지 옆지기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라 전자책 말고 종이책 구입. 




그리고 한두 권씩 사는 프랑스어 책.















아고타 크리스토프, <L'Analphabète> 

<아무튼>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상) 을 갖고 있는데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걸 몰랐다. '쉽게' 쓰였다고 해서 얼마나 쉬운지 사본다. 책은 엄청 얇은데 가격은 비싸구나. 번역본 없는 듯. 


















마르그리트 뒤라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어디서 봤는지 고새 잊어버렸지만 어디선가 본 이 소설의 문장들이 훅 마음에 들어왔다. 한글번역판 책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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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뒤라스의 책을 원서로... 부러울 뿐임다~

난티나무 2021-02-26 18:09   좋아요 0 | URL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원서를 사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입니다.^^;;;;;;; 아무튼 사니 기분은 좋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라로 2021-02-26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또,,,, 사셨어,,,,,요??ㅠㅠ (난티님 서재에 와서 왜 계속 우는지?ㅎㅎㅎㅎㅎ)

난티나무 2021-02-26 18:12   좋아요 0 | URL
라로님 ㅎㅎㅎㅎ 사세요! 할랬더니 저 위에 벌써 사셨다는 페이퍼가 ㅎㅎㅎㅎㅎㅎ 잘 하셨어요!!!! 아자!!!
 
[eBook]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비클럽 소설선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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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검색하면 전자도서관 목록에 뜨는 소설이라 대출예정목록에 올려두었었는데 이웃님의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평을 보고 궁금해져 빌려서 후루룩 읽었다. 제목을 볼 때마다 내용이 궁금했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는 페미니스트. 제목이 정확히 그 남자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본다. 그 남자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다. 유럽의 남성이라 해도 별다르지 않다. 30세건 50세건 별다르지 않다. 하는 말도 똑같다. 20대라고 다를소냐. 10대도 다르지 않던데. 구시대적 남성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말 쩜쩜쩜이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나는 이 소설이 남자의 모습을 축소했다고 본다. 82년생 김지영,의 남편처럼, '보통'의 남자와는 다르게 살짝 미화된 느낌? 어떻게든 나쁘지 않게 만들려고 애쓴 느낌. 계속 문장을 썼다 지운다. 여기까지. 


연애하는 사이 뿐만 아니라 결혼해 살고 있는 부부들에게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연애하는 사이면 헤어지기나 하지, 결혼한 사이면 그것도 쉽지 않다. 매일 옆에 붙어있는 사람과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을 십년 이십년 겪어보았는가? 뒤늦게 깨우친 사실(혹은 진실)들에 얻어맞은 뒤통수가 너무 아파서 삶이 허무해진 적은? 

소설 속 그런 남자, 나도 너무 잘 알지. 나는 연애 아니고 심지어 함께 산다네. 함께 산지 20년이 넘었다네. 어쩜, 소설 속 남자의 말들 내가 들은 말과 다 똑같네?  

나와 옆지기의 최근 1년에 비추어 소설의 제목을 바꾼다면 <나의 미쳐가는 페미니스트 아내> 정도가 되겠다. 옆지기가 읽고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다. 읽는다면 말이다. 


별을 다섯 줄 생각은 없었는데... 다섯 찍는다. 이런 소설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여러 형태로 나왔으면 좋겠다. 직설적이어도 좋고 우회해도 좋다. 마구 쏟아지면 좋겠다. 3~40대부터 7~80, 90대에 이르기까지 부부의 페미니즘 이야기도 듣고 싶다. 혼자 살면서 연애하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70세 여자가 뒤늦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다면? 반대로 부부 중 남자가 먼저 페미니즘을 '깨우쳤'다면?(오! 이런 경우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놀라워라~) 변해가는 여자의 모습도 반가울 것 같고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은 더욱더 반갑겠다. 







" "사람들이 말하는 메갈은,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여자들이지. 그냥 그동안 살았던 것처럼 사는 게 편한데, 자꾸 이러쿵저러쿵 이건 불편하다느니 잘못됐다느니 큰 소리로 따지고 설치고 나대는 여자들."
...
"그리고 한남은, 여자들이 맞고 강간당하고 죽는 동안에도 내 기분이 나쁘니까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남자를 싸잡아 일반화시키지 마라, 여자들은 군대도 안 가면서 말이 많다, 무고죄나 강화해라, 요즘엔 역차별이 더 문제다, 그런 소리 하는 남자들이고."
"야, 내가 그런다고 생각해? 내가? 나 안 그래!" "

"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생각나네.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해 줘도 모르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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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우드, <해빗>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편견이거나 선입견이거나 잘못된 통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희열. 그러나 책을 통한 희열도 그순간 뿐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강력한 의지를 세운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자평하며 벌써 절반 정도는 목표를 완수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너는 충분히 간절하지 않았던 거야!", "너 정말 최선을 다한 거 맞지?"라는 주변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가망 없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다. 가련한 사람! 이런 소모적인 반복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어, 불행하게도 암과 같은 병마와 맞서 싸워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의 의지력이 전부'라는 게 이 사회의 정신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겠다는 목표에 대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정신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주제를 축소한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의 형태(?)를 조금씩 바꾸었다. 인용문에 나온 두 문장을 나도 예전에 아이에게 자주 말로 했다. 스스로에게도 했다. 늘 그랬던 것 같다. 결과는 자책. 내가 못나서, 끈기가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소극적이라서, 의지가 약해서, 엄마로서 모자라서.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참가자들의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개인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습관에 의존하는 수준은 모두가 똑같았다."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더 체계적인 하루를 보냈다. 그들의 행동 대부분은 말 그대로 습관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어린아이와 함께 사는 사람은 습관의 가짓수가 약간 더 적었다. 타인의 영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유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타인의 존재는 혼란을 증폭한다." 


위안이 되는 구절. '개인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갖는 죄책감을 좀 덜어내어도 되는 것인가. 

주부도 출퇴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인상깊게 읽고 따라 해본 적이 있다. 늦게 귀가한 아이가 밥 달라고 하자 엄마가 "나 8시에 주방에서 퇴근했으니 니가 알아서 챙겨먹"으라고 말하는 거다. 딱 한번 해봤다. 나 주방에서 퇴근했다! 하지만 주방에서만 퇴근이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퇴근일 수 없었...... 뜬금없이 이런 생각. 

"타인의 존재는 혼란을 증폭시킨다." 완전 동감합니다. 혼란은 처음부터 올 수도, 중간에 훅 올 수도, 끝까지 숨어있다 나를 무너뜨리며 나타날 수도 있어요.ㅠㅠ 




"이 모두가 말할 것도 없이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그만큼 습관의 힘이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차를 모는 게 서툰 초보 운전자만이 의식적 자아에 의지하면서 순전히 운전에만 모든 주의를 집중한다. 오직 그들만이 도로에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공포와 긴장을 느낀다. 그리고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이 놀랍도록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법을 터득하고선 습관에 핸들을 넘겨준다. 자신은 딴생각과 스마트폰의 뒤편으로 물러나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의 양면성이다. 습관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의식적 자아의 실행제어기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습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가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정말 적절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운전. 몸에 익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일. 옆지기가 가끔 보는 블랙박스 어쩌구 프로그램을 보면 운전에 관한 터무니없는 행동들이 등장한다. 운전을 하는 것도, 길을 걷는 것도, 공포로 느끼게 된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고 방어해도 소용없다는 생각.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습관'. 




" 아침은 의식적 자아가 개입하기에 가장 불리한 환경이다. 대개 우리는 아침에 서두른다. 자녀의 책가방에 숙제를 밀어 넣는 동시에 찬장 위에 놓인 그릇을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다. 음식이라는 걸 알고 있고, 과일과 채소만으로 식단을 꾸려 건강을 되찾은 이웃의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꽤 익숙하게 들리지 않나? 왜 우리는 아침식사는 그토록 철두철미하게 챙기면서 그것만큼이나 삶에 활력을 주는 습관인 채식주의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걸까? 

 사실 우리는 할 수 있다. '아침을 챙겨 먹으려는 경향'도 슴관이고, '고기보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으려는 경향'도 습관이고, '고기보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으려는 경향'도 습관이다. 단지 전자가 후자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할 뿐이다. 식사는 습관 형성의 기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드문 예다. 자주 발생하고, 주로 비슷한 상황에서 행해지며, (적어도 처음에는) 보상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런데 왜 어떤 식사 습관(아침식사)은 몸에 착 붙고, 어떤 식사 습관(채식주의)은 그렇지 않을까? 앞에서 배웠듯이, 단지 뭔가를 알기만 해서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인식할지는 이성이 아닌 우리의 습관이 결정한다." 


채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끄덕끄덕. 육식은 습관이다. 관습이며 통념이기에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 뿐이다,라고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는 습관의 벽. 나쁘다는 걸 알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습성. 




"누구나 죽을 때까지 양치질을 반복하지만 양치질의 달인이 되진 못한다. 우리는 수십 년간 출퇴근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일하기는 죽기보다 괴롭다. 이불 빨래, 욕실 청소, 쓰레기 분리 배출, 걸레질... 이런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런 일에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이 모든 게 탁월함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절대 아니다. 반복이 습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더 나아가,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 





"습관은 더 나은 삶을 이끈다. 단지 생산성의 차원만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불안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삶은 금세 헝클어진다. 과도한 생각은 정작 중요한 일을 완수하는 데 불쑥 장애물로 등장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치료법이 관심을 얻고 있다. 머릿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본질을 자각하라는 개념이다. 과거의 실수에 얽매이거나 앞으로 맞이할 과제를 앞서 고민하지 말고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습관은 아마도 이런 마음의 '비평가 상태'를 달성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습관적 마음은 철저하게 무심한 마음이다. 이 마음은 인생의 과제를 올바른 위치에 정렬시킨다. 그리고 권한을 위임한다. 교차로에 자리를 잡고 노선을 배정한다. 아이들은 언제 잠자리에 들지 결정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상황에 주어진 수면 신호에 반응해 늘 하던 대로 잠이 든다." 


요며칠 내 머릿속을 딱 꼬집어 말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은지는 며칠 되었고, 읽을 때 아 정말 그렇다, 지금, 여기, 라고 주문을 걸었음에도, 새로 생긴 고민거리로 이삼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럴까 저럴까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큰일인데, 걱정도 사서 하고 심지어는 불쑥불쑥 옛날의 이불킥 실수들을 떠올리면서 혼자 부끄러워하고 나를 새롭게 싫어했다. 이런 식이라면 하루종일 청소만 해야 할 판이다. 




"이런 습관의 권태는 오래된 결혼 생활에서 절정을 이룬다.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줄여나간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무의식 밑에 깔린 습관에 조종당하는 것뿐이다. 아침에 늘 함께 일어나고, 항상 같이 밥을 먹고, 매주 주말을 함께 보내고... 이런 일에는 아무런 생각이 필요없다. 우리 삶은 워낙 복잡하고 번잡하니까. 이번 주말에 남편이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권태가 세를 넓히고 부부의 감정은 차게 식어간다. 인정하긴 싫지만 불타올랐던 열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새 소파가 더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점차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바로 이때 런던 지하철 통근자들이 겪은 습관 단절의 효과를 결혼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짧은 별거는 일시적인 단절 효과를 낸다. 출장이나 여행이 좋은 기회다. 짧은 의견 충돌이나 논쟁도 이와 유사한 단절 효과를 낼 수 있다. " 


유의할 점 : 단절 효과를 노리다가 완전한 상태의 단절을 경험할 수 있음.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횟수는 몇 번인가? 혹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웃의 새 게시물을 확인하지는 않았는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 인터넷에 검색해보겠다는 핑계를 대고 유튜브나 트위터를 켜지는 않았는가? " 


윽 찔린다. 나는 물론이고 네 식구가 인터넷의 노예가 된 기분이 든다. 집에만 있어 더욱 그러하다. 폰이나 컴퓨터를 가진 지구상의 인간들이 더 디지털중독자가 되는 데에는 코로나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습관이라고 했으니 폰과 거리두기 습관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게 습관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렇게 또 딜레마에 빠진다. 생각하지 말고 행동을 하라구! 




"많은 사람이 헛된 목표와 동기를 세운 뒤 자신을 착취하며 침몰하고 있다. 실현할 수 없는 과제를 수립해놓고 그 목표 지점과 점점 멀어지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좌절하다 눈물을 흘린다. 자기혐오에 빠져 보잘것 없는 능력과 인내심을 자책하며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을 택한다. '무기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손해 볼 일 없는 선택지다. 적어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럴수록 우리는 입을 앙다물고 앞으로 나아간다. '네가 늘 포기하고 실패하는 건 네 인내심과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다 거짓말이다. 꿈꾸던 삶과 실제 삶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거짓말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난 속고 있었어! 단순하게 살자.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하라 했으니 일단 내 생활을 되돌아보...............니 역시 난 안 돼...라는 생각이 들고 마는데... 흑.... 이렇게 또 지는 건가. 지고 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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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너무 많이 벌여놔서 대략이라도 정리를 좀 해야 겠다. 전자책이 많아지니 뭘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책 읽는 뇌>를 먼저 읽다가 반납하고 <다시, 책으로>를 빌렸다. 뇌과학을 설명하는 부분은 좀 어려워서 대충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쉬 나가지 않는 책이다. 두번이나 기간연장하고도 다 못 읽어서 다시 빌렸는데 절반도 못 읽었다. 북마크 페이지들 모조리 사라진 건 덤.ㅠㅠ 

아이들과 컴퓨터, 인터넷 문제로 매일 다투고 책을 멀리 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고 그렇다고 기계들을 모조리 뺏어버릴 수도 없어 늘 고민이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틈틈이 읽고 있다. 


















웬디 우드, <해빗> 

이웃님 서재에서 보고 바로 대출. 오호라~ 오홍~ 이러면서 읽고 있다. 1/3 정도 읽었나 보다. 다 읽으면 아마 도움이 많이 될 듯. 그러길 바래. 

















캐롤 페이트먼, <여자들의 무질서> 

아............................. 어찌 되었든 읽고 있기는 하다. 매일 한 챕터씩 읽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도무지 몇 번을 읽어도 안 돼서 급기야 소리내어 읽기까지 시도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이 나를 자꾸 뒤흔들어서 힘들다. 나 바보...? 이 소리 자주 나옴. 한 단락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딴생각 두 가지 하기 능력 시전 중. 완전 집중을 요하는 책. 옆에 누가 오거나 무슨 소리가 들리면 열에 열 집중력 흐트러져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책. 번역 정말 다시 해야 된다고 봅니다.ㅠㅠ 

















강영숙 외, <이상한 오렌지> 

2001년 단편소설 모음집.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모아 <이상한 오렌지>를 내고, 남성작가들의 소설을 모아 <주머니 속의 송곳>을 냈다.(자음과모음) 

검색하다 발견해서 충동대출. 음, 가끔 단편소설을 읽을 때 난 정말 똑똑하지는 못한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나... 바보?) 단순한 건지. 응? 뭐? 어쩌라고?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단편들이 있다. 다시 읽으면 또 다를까? 아직 덜 읽었으므로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자. 남자편도 대출해 놓았는데. 하~ 


















이디스 워튼, <징구> 

하하하!!! [징구]만 읽었다. 전번에 빌렸던 <올드뉴욕>의 단편들 중 하나 덜 읽고 반납했는데 그것도 나중 다시 빌려 읽어야지. 징구!! 


















토바이어스 리나르트, <비건 세상 만들기> 

지금, 나에게, 딱 알맞는 책. 비건 관련 책들도 계속 읽고 다시 읽고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요즘 느낀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응... 그렇지 뭐... 하던 것이 지금은 오! 맞네! 끙, 진짜 그렇지, 로 바뀌었다.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겠지. 시간 날 때마다 펼쳐들고 읽고 있다. 1/3 정도 읽음. 




이밖에도 읽다가 던져둔 책들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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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1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페이퍼에 올라오지 못한 다수의 책들도 있으시잖아요 ㅎㅎㅎ
저도 <여자들의 무질서> 읽고 있는데 저도 번역을 탓하며 스스로를 탓하며 읽고 있어요. 난티나무님 읽고 계시는 책 실컷 구경하고 갑니다^^

난티나무 2021-02-18 20:21   좋아요 0 | URL
책만 계속 읽었으면 좋겠는데 아시다시피 ㅋㅋ 그거 잘 안 되는 일이잖아요. 내적 외적 환경 둘 다요. 오늘은 머리가 복잡해 오전에 못 읽었어요. 즐저녁 보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