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를 만든 여자들
잉에 슈테판 지음, 이영희 옮김 / 새로운사람들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마르타 베르나이스, 베르타 파펜하임, 이르마, 엠마 엑크슈타인, 도라, 자비나 슈필라인, 헤르미네 후크 헬무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마리 보나파르트, 힐다 두리틀, 헬레네 도이취, 카렌 호르나이, 멜라니 클라인, 안나 프로이트.

아는 이름이 있는가? 몇 명이나 되는가? (프로이트도 정신분석학도 뭐하나 아는 게 없기는 하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 많아서 충격이었다.)


책을 읽을 때 기본으로 갖게 되는 감정은 분노이다. 책 전체에서 간간이 나오는 프로이트의 '발언'들은 무엇보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사람들은 자기를 숭배해야만 한다는,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그 위대함에 흠집을 내는 어떤 요인도 용납하지 못하는,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두려움은 감추고 허세는 부풀리는,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지금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런 남자의 전형. 그가 자신의 연구에서 '정상'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의 제목처럼 '프로이트를 만든 여자들' 덕분이었다. 이 여자들은 각각의 입장과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었으므로 한꺼번에 뭉퉁그려 우러르거나 반대로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들은, 프로이트를 열렬히 사랑하고 숭배했고, 평생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해 저항의 길을 걸었다.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시대에 여성 정신분석학자가 많았다는 사실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다. 그들이 궁금해진다. 카렌 호르나이나 멜라니 클라인 같은 사람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게 된다. 똑똑하고 재능 있었던 여자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가장 덜 알려진 존재이면서 가장 많이 힘들었을 사람은 마르타 베르나이스가 아닐까.(개개인의 삶의 고통을 절대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53년의 결혼 생활을 했는지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 평생을 프로이트와 프로이트의 연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기도 편지도 무엇도 없다.('프로이트문서보관실'에 편지가 보관되어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남자의 전형인 사람 곁을 오랜 시간 지킨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지치는 일이다. 우리는 그저 그렇게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책의 한 부분에 마르타는 아이들을 아버지 프로이트가 '분석'하는 것을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유명한'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으며 자랐겠지만 정신분석의 대상까지 되었다면 그들은 더 힘든 삶을 살았으리라고 혼자 추측해본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프로이트를 이어갔다고 평가받는 안나 프로이트의 삶도 안타깝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프로이트를 만나서 대상으로 분석되었을까. 프로이트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활동하던 남성학자들, 정신분석학에 종사하던 그들이 만난 여자들까지 생각한다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얼마나 더 많을까. 세상 훌륭하고 위대해서 존경받는 역사 위의 남성들을 떠받치고 있는 건 그 주변의 여성들이라는 사실,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로만 깔려있는 그 여성들은 지금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아직도, 여전히. 남자를 떠받치고 있는 여자, 이 그림을 각자의 집안으로 가져가도 별 무리없이 들어맞지 않나? 이런 구조는 깨어져야 한다. 변하지 않을 사람들보다는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자각으로부터. 내가 왜 엎드려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네가 엎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비판하고 책임을 묻는 것에서부터. 그렇게 생긴 균열은 반드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할 것이다.


(제목 '역사가 망각한 여성의 업적'은 역자 후기에 나오는 구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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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3-31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서재 더 자주 들리지 못해 민망스럽다 하려던 차에, 첫 문장 나열된 이름 중 딱 하나 알아보는 저.

이 방향에서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역사가 망각한 여성의 업적] 명확한 제목만큼이나 메시지도 명확하겠네요
이름을 기억 못한다는 자체가 소극적 가해일까? 자기반성해봅니다. 저역시 이름 기억은 커녕 남지조차 않을 존재이면서....

난티나무 2022-04-01 00:52   좋아요 2 | URL
저도 대부분 모르는 이름들이었어요.^^;; 책을 통해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프로이트 🐕 나쁜 놈인 거도 알아서 다행이고요.^^;;;;
재미있으면서 슬프고 분노가 불타오르는 책이었습니다. 절판되어 아쉬워요…
말씀하신 소극적 가해… 저도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mini74 2022-04-0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몀 유명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이 많은거 같아요. 수학잘했던 아인슈타인의 첫번째 부인, 볼테르의 조력자였던 에밀리 뒤 샤틀레. 그리고 난티나무님이 알려주신 프로이트를 만든 여자들 ㅠㅠㅠ이런 글들 읽으며 많이 배우는 거 같습니다 ~

난티나무 2023-03-31 15:09   좋아요 0 | URL
아니 답글이 없네요!!!! 이런 @@
mini74님 잘 지내시죠? 소식 궁금합니다.^^
 














3월 30일,  <여성괴물> 완독. 

느낌 날아가기 전에 감상이나마 남겨보려고 창을 열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책에 나오는 영화들 중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다. 후반부에 나오는 <사이코>는 내용을 대체로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워낙 유명한 영화고 유명한 장면이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영화사상 가장 공포스럽다는 그 장면을 나도 잊을 수가 없는데 그래서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거세 공포라. 남성의 성기는 참으로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다. 모두가 어릴 때부터 우쭈쭈 해주질 않나, 정반대로 잘못을 하거나 하면 '고추'가 잘린다고 협박을 당하질 않나, 혹여 부엌에서 손에 물을 묻히기라도 하면 '고추' 떨어진다며 성차를 친절히 인식시켜주질 않나. 우쭈쭈와 공포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만도 하지 않은가.(그렇다고 불쌍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음) 어째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세 공포를 주입시키는 것일까. 단지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라서? 잘리기 좋게 생겨서? 위협을 느껴서? 무엇으로부터? 다칠까 봐? 다치면 안 되는 너무너무 소중한 부분이라서? 왜 소중한데? 혹자는 남성의 성기가 진화를 덜 해서 그런 모양으로 남아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는데(누군지 몰라요 묻지 마삼),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진화를 아주 잘 한 여성의 성기가 아닌가? 이건 좀 벗어나는 이야기 같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그러니까, <사이코>. 그냥 싸이코가 아닌 것이었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다. 공포영화에서 여성의 죽음은 잔혹하고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로 재현되는 반면 남성의 죽음은 심플하다는 말, 괴물로 보여지는 여성들조차 남성의 의식과 시각을 위해 재현된다는 말, 이런 말들이 확 다가와 꽂혔다. 몇 안 되는 아는(?) 영화 중 <원초적 본능> 설명 부분도 뚀잉 하며 읽었고, 프로이트 비판하는 부분도. 책 전반부는 크리스테바의 이론 덕분(?)인지 좀 어렵다고 느꼈는데 후반부는 그래서 재미(?)있었다. (크리스테바의 책을 읽고 싶어져야 마땅하겠으나 음 난 아직 준비가...==33=333)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건 비단 공포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모든 시각매체를 통해 보고 있는 '여성의 재현 방식'에 대해 묻고 비판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고컷 하나까지도. 스크린에서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맞고 죽고 난자질당하는 여성의 재현에 대해 읽으면서 얼마 전 몇 회 본 드라마도 떠올랐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이야기. 기억하기로는 강간이나 살인 장면이 자세히 재현되지는 않는데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라 포커스가 거기 맞춰지는 거겠지만 보는 내내 불편했다. 어쨌거나 여성들이 죽는다. 힘없이 말없이 소리소문없이. 범죄물에서 남성과 여성이 피해자로 재현되는 방식은 책에서 바바라 크리드가 말한 것과 같이 성차가 뚜렷하다. 중립을 지키고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 보도에서도 그렇다. 기사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에는 여성 '악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도 나오고 있는데 여전히 좀 불편하고 찝찝한 기분이었던 이유를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런 거였어! 여성'괴물'은 공포영화 속에만 있지 않다. 가부장 사회가 정해놓은 '바람직한 여성상'에서 벗어나면 우린 모두 여성괴물이다. 한 끗 차이. 그 한 끗 차이가 무서워서 숨죽이고 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모두가 괴물이 된다면, 그러면 그 '바람직한 기준'도 없어질 텐데 뻘생각도 해보고. (여러분, 괴물이 됩시다! (응?) ) 


이 책을 읽고 영상물 제작하는 사람들이 좀 깨어나기를 바래보지만... (천지개벽이 더 빠를까요?) 그들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계속 토를 달 수밖에 없지. 답답하고 불편하고 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고, 제대로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지. 목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들도 바뀌겠지. 바뀌겠...지... 끙.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막 일어나는 요즘이니까, 일어나야만 하는 일도 일어나겠지! 항상 결론은 지금 여기 내 자리, 이 시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러나 어려운 크리스테바는 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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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31 08: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읽었는데, 공포 영화에 관련된 부분 읽는게 힘들었어요. 힘든 시간이 지나니 행복한 완독의 시간이 오네요 ㅎㅎㅎ 수고많으셨어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2-03-31 18:01   좋아요 1 | URL
어우 공포영화 @@ 중간에 사진 나와서 깜놀하고 손으로 가리며 읽었습니다.ㅋㅋㅋ
🙏 🙏

거리의화가 2022-03-31 08: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각 매체에서 여성을 얼마나 공포스럽게 그리는지 책을 읽으면서 더욱 느꼈어요. 영화 묘사가 너무 잔혹해서 읽는것만으로 버겁더라구요. 안 그래도 공포영화가 무섭고 싫은데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여성들과 피해자로 묘사되는 여성의 이미지가 너무 힘들었어요ㅜ 그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생각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난티나무 2022-03-31 18:06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래요. 잘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었고요. 읽기는 좀 힘들었지만.^^

책읽는나무 2022-03-31 08: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공포 영화를 정말 올바르게 잘 만든 감독이 누구일까?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요~~소문난 감독이 없으니, 지금은 없겠죠?
그렇다면 감독들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나 모두 흥행을 위해서 한 컷, 한 컷 성차별적인 컷을 슬쩍 집어넣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어야만 하는데...그런 세상이 과연 언제 올까?싶기도 하고...읽는 내내 암담하더군요.
그리고, 저도 책을 읽으면서 범죄 관련 드라마 몇 개 본 것을 떠올렸는데, 여성과 남성을 살인하였을 때, 확실히 여성을 살인할 때 확실히 더 잔인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살인하는 장면에 컷을 치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몇 개의 기억에 남는 잔인한 장면들이 결국 모두가 여성 피해자였어요. ㅜㅜ
전 그런 장면들을 볼때마다 혹시나 모방하는 범죄가 일어날까봐 좀 두려울 정도였어요.

난티나무 2022-03-31 18:21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 했어요. 범죄를 재현하는 것이 여전히 여성을 공포로 몰아넣고 남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되는 듯해요. 내면화의 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재현 방식과 시각에 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비판/비평도 마찬가지겠죠. 암담하지만 ㅠㅠ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순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인식을 깨나가는 게 중요하겠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4-01 0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휴 다 읽은 후의 난티나무 님 감상도 좋고 이렇게 감상을 나누는 분들을 보는 것도 너무 좋고.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여러분 최고예요 ㅠㅠ

난티나무 2022-04-01 15:17   좋아요 1 | URL
우리는 웅장한 사람들인 것이다!!!!! ㅎㅎㅎ 우리는 최고인 것이다!!!!!!! 🎉🎉🎉🎉🎉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개정판 여이연문화 3
바바라 크리드 지음, 손희정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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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포함, 영화와 드라마 등을 보며 느꼈던 찝찝함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잘못된 환상과 상상과 판타지는 깨부수어야 하는 것이다. 바기나 덴타타, 남성의 거세 공포. 차별과 혐오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조금 어렵기는 했으나 매우 유익하다. 이제 판타지를 부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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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30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구구절절 공감됩니다*^^*

난티나무 2022-03-30 23:53   좋아요 4 | URL
헥헥 오늘 달려서 겨우 끝냈어요.^^ 🥰🥰

mini74 2022-03-30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도 완독 축하드립니다 *^^* 이데 판타지를 부수러 가자 ! ㅎㅎ 나무님 맛지세요 *^^*

난티나무 2022-03-30 23:5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드라마 욕(?)을 좀 해야 겠어요. 영화도! 책도! 시청자와 독자로서 비판하는 일도 의미가 있겠죠.🤗🤗

난티나무 2022-03-30 23:59   좋아요 3 | URL
그리고 일상에서도!!!!!!

다락방 2022-03-31 0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난티나무 님! 저도 이 책이 좀 어렵지만 좋더라고요. 자, 우린 계속 달립시다!! 💪

난티나무 2022-03-31 18: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조금 어렵지만 좋은 책이었습니다!!!
5월 책도 준비 완료~ 달려달려~ (아니 잠깐만... 조금만 숨 좀 돌리고요, 헥헥....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31 0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저는 아직도 많이많이 남아서;;;;; ㅠㅠ 울고 있습니다

난티나무 2022-03-31 18:32   좋아요 1 | URL
vita님 달려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3-31 0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웠지만 유익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ㅎㅎ 난티나무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난티나무 2022-03-31 18: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공쟝쟝 2022-03-3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난티님 저 치입니다 ㅋㅋㅋ 부수러 가쟤!!! 꺅 😭 너무 좋아! 언니 멋져!!

난티나무 2022-04-01 00:48   좋아요 0 | URL
하나씩 부솨 봅시다! ㅋㅋㅋㅋ 🥳🥳🥳
 

3월 28일!!!!

언제 이렇게 날짜가 흘렀나요???@@
클나따!
저는 반도 못 읽었습니다?
이제 143페이지 들어가요. 밤에 읽으면 무서울까 봐 피했는데 이젠 피할 수 없겠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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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28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놔 ㅋㅋㅋ 난티나무 님, 저도 밤에 읽으면 무서울까봐 오전에만 읽었더니 아직 못끝내고 있어요!!!

난티나무 2022-03-29 00:31   좋아요 1 | URL
제말이 그 말입니다. 밤에 어떻게 읽어욧 ㅋㅋㅋ
근데 이젠 어쩔 수 없어요 흑흑 28일도 다 가고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28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응? 캐리????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떠오르며 또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요.
난티님 캐리캐리캐리편을 읽으시는군요??ㅋㅋㅋ
암튼 화이팅입니다^^

난티나무 2022-03-29 00:32   좋아요 3 | URL
응? 뭘까요? 환청이라 하시니 노래가 떠오르긴 합니다만 ㅋㅋㅋㅋ 그 캐리 아닐 것만 같은…ㅎㅎㅎ
화이팅! 🙏

거리의화가 2022-03-29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중에는 오전에 읽을 시간이 없어서 맨날 밤에 읽었어요. 무섭지만 닥치니까 읽게 됩니다...ㅋㅋ 화이팅!

난티나무 2022-03-31 00:1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다 읽었어요, 거리의화가님!!!!! 댓글을 이제 보네요.^^;;;;
 

옆지기가 요즘 하는 드라마를 보길래 옆에서 따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잘 안 보게 된 지 좀 됐는데 가끔 요샌 어떤 식으로 그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꽁냥꽁냥 청춘 연애라 흥 코웃음치면서 본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남주는 멋있고 여주는 귀엽고 여주는 자주 위기에 처하고 그때마다 짠 나타나서 구해주는 건 남주고(영웅 서사), 무대에서 빛나 보이고 그냥 햇살을 등지고 서있어도 찬란하고(영웅 숭배), 둘 다 매력 철철 넘치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고, 주변 친구들도 매력 캐릭터고,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뻔해지려고 하는 장면에서 조금 덜 뻔하다는 것? 아무튼 걔네는 사랑을 (한다고) 하고 연애를 하는데, 책의 구절들(아래 연애와 사랑 내용)이 겹쳐지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연애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게 될까, 언제까지 드라마와 영화로 사랑은 낭만적인 거야,를 외칠까, 욕하면서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를 생각한다.(낭만에 중독되는 것이 얼마나 뾰로롱뽀샤시뜬구름인지 잘 아시리라.) 짜증 내면서 12회까지 봤다.ㅋㅋㅋ 방금 생각났다. 계속 보는 이유, 주인공들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우정, 특히 나이 불문, 여자들의 우정 때문이다. 최고다. 끝까지 우정을 보여주길. 사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그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밑줄긋기 책 페이지는 전자책이라 큰 의미가 없음)
(+ 드라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임)

영웅 숭배가 우리를 성장시키거나 주춤하게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원형적 경험, 즉 낭만적 사랑의 전조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10대와 20대 초까지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영웅 숭배는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줄 영혼의 짝 숭배로 진화한다. 가슴 아프게도, 로맨스로 통하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 우리 자신의 ‘살지 못한 삶‘이 우리에게 다시 투영된 것이다.

잠시 자신의 연애사를 되짚어보라. 처음 만났을 때 연인의 어떤 점에 끌렸는가? 어쨰서 그 사람이 특별해 보였던가? 앞으로 연인이 될 사람의 가장 감탄스러운 특성들은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무르익게 될 잠재력이다. 삶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뜰 때, 대개는 그것을 타인에게서 먼저 보게 된다. 그동안 감춰졌던 우리의 일부분이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낼 참이지만,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직행하는 건 아니고 경유지를 거친다. 우리는 자기 안에서 점점 자라나는 잠재력을 타인에게서 보고는 갑자기 그 사람에게 사로잡힌다. 다른 누군가가 내 눈에 유독 빛나 보일 때, 그것은 내 내면의 무언가가 변화를 꾀한다는 최초의 징조다.

우리는 이렇게 또 성장하지만, ‘살지 못한 삶‘을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투사는 친밀한 관계를 방해한다. 진전된 관계를 통해 의식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이 채워지길 바라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지만, 연애 중에는 상대의 인간성이 보이지 않는다. 실은 자신의 원초적 잠재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잠재력을 나만의 것으로 환원하지 못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아직 끝맺지 못한 일을 우리가 사랑한다고 선언한 바로 그 사람과 함께 실행하고 옛 상처를 재현한다. 자신의 ‘살지 못한 삶‘을 연인에게 떠넘기는 부당한 현상이 너무도 자주 벌어진다. 무엇을 연인의 탓 또는 공으로 돌리는지 가만히 관찰해보면, 자기 내면의 깊이와 의미를 알 수 있다. - P80

하지만 사랑은 자신과 연인의 동질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

사실, 사랑의 반대말은 권력이다. 사랑은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반면, 권력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상대방을 조종하려 든다. 우리 문화에서 상호 투사는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걸 당연히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살지 못한 삶‘을 상대방에게 맡기고 한동안, 그러니까 되돌려받을 준비가 될 때까지 상대방이 품게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든 서로에게 투명한 ‘살지 못한 삶‘을 각자 거둬들여 자신만의 것으로 환원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투사를 되돌리는 일은 대개 환멸과 함께 온다. - P81

사랑은 인간적인 능력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그 사람 자체로 사랑한다. 서로 비슷하고 가까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느낀다. 반면 연애 감정은 일종의 신성한 중독이다. 상대방을 신격화하고,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임한 신이 되길 요구하면서 자신이 그런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연애 감정은 신앙생활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연애는 심오한 영적 경험이다. 많은 이에게 평생에 유일한 종교적 경험이며, 신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수단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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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사랑빼고 우정과 펜싱이야기가 주여도 괜찮지 않았을까 했어요 저도 ㅎㅎ

수이 2022-03-28 21:24   좋아요 1 | URL
전 남주혁 보느라 보는데요 ㅋㅋㅋㅋ

mini74 2022-03-28 21:34   좋아요 1 | URL
전 지승완파 입니다 ㅎㅎㅎ

난티나무 2022-03-29 00:28   좋아요 1 | URL
오 맞아요! 우정과 펜싱 좋으다요. 연애가 💦 ☁️.ㅋㅋㅋ 저도 지승완 좋아요, mini74님!!!!!!

vita님은 주혁파!!!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8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김태리는 그렇게 좋아해도, 전 남주혁 보기 싫어서 그 드라마 안보는데 주변에서도 많이 보는 드라마인 듯 하더군요~^^

난티나무 2022-03-29 00:30   좋아요 2 | URL
캐릭터도 쫌 그래요. 저도 그닥이지만 ㅎㅎ 욕 하면서 봅니다.^^;;;

라로 2022-03-29 0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어제 처음 봤는데 벼벼별로였어요. 여러가지 드라마 짬뽕, 배우들만 다른. 지숭완이 누굴까요? ㅎㅎㅎ 찾아보겠습니다. ㅋㅋ

난티나무 2022-03-29 02:45   좋아요 2 | URL
글쵸, 별로죠. 저는 김태리 연기가 아깝습니다.ㅎㅎㅎ